<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  정혜신, 개마고원



>>호감 vs 비호감


중학교 1학년 때 일기장에 그런 짓을 했었다. 일기장 한 페이지 가운데 줄을 그어 영역을 나누고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분류해서 적었다. 막 자기 정체성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춘기에 관계중심적인, 관계지향적인 기질에 어쩌면 그리도 충실한 놀이를 하였는지…. 호감이냐, 비호감이냐. 요즘 들어 많이 듣게 되는 이 용어는 자주 써 먹게 된다. 쓰면서 ‘아~ 참 쓰기 좋은 말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누구는 좋아. 누구누구는 싫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저런 스타일 완전 비호감이야’라고 표현하면 어쩐지 좀 덜 유아적으로, 보다 세련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을 딱 두 집단으로 나눠서 ‘호감, 비호감’으로 분류할 수는 없어도 성인이 된 나는 여전히 어느 정도의 ‘호감, 비호감’의 잣대로 사람들을 가른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조차도 그 분류의 절차며 결과를 뚜렷하게 표명하지는 않는다. 특히 ‘호감’이라면 몰라도 어떤 사람을 ‘비호감이다. 싫다’고 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인격적 미성숙을 드러내는 것이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알고 있다. 성인이 된 나는 알고 있다. ‘좋은 사람(good object)’ 과 ‘나쁜 사람(bad object)’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안에는 좋음과 그렇지 않음이 공존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내 마음 한 켠에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있어서 내게 비호감이면 ‘나쁜 사람’일 확률이 많다고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 보이지 않는 산등성이 건너편


몇 년에 한 번, 마음먹고 시작한 어떤 사람과의 대화에서 죽사발이 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최근에 ‘대화로 죽사발 되기’를 다시 한 번 경험했다. 마음먹고 어떤 대화를 할 때는 ‘내가 이 정도 표현해 주면 이 정도 반응이 나오겠지’ 하는 식의 그림은 누구나 그릴 것이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대화를 시작했는데 상대방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점에서 예상치 못하는 반응을 보일 때, 그 때의 당혹스러움이란…. 흔하지 않은 경험이지만 이런 당혹스러운 대화를 만들어낸 주범은 대부분 ‘나의 시나리오’ 상의 문제가 아닐까 추정해 본다. 상대방과 대화의 장에 나가기까지 내 머릿속에서 그려졌던 그림이 상당히 자기중심적이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어떤 행동에 대한 ‘나 중심적인 해석’이 잘못된 시나리오를 제작하게 되고, 그 시나리오를 들고 대화를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대화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는 ‘사람은 참으로 다르다. 내 맘 같은 사람이 없다’라며 무성의하게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는다. “내 맘 바꿔 넘(남) 맘 생각혀 봐라”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께 많이 들었던 얘기다. 내 맘을 바꿔서, 그대로 온전히 바꿔서 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산의 이쪽에 서 있는 내가 산등성이 저 쪽에서 이 산을 바라보며 산세를 그리고 있는 상대방과 같은 산모양을 본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말이다. 나는 나를 뛰어넘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본다고 하지만 ‘객관화’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님을 관계나 대화의 실패를 통해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서른여덟 명, 남의 속마음


나는 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대방의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추측한다. 추측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내 추측이 옳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내 추측이 오답임이 밝혀질 때, 그리고 그 판단착오에 대한 벌을 고스란히 ‘관계의 삐걱거림, 관계의 틀어짐’으로 받아야 할 때 나는 정말 당혹스럽다.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의 <남자 vs 남자> <사람 vs 사람>,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총 38명 남자와 여자들의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름 하여 ‘심리평전’이다. 저자 자신의 사람에 대한 ‘호감/비호감’의 취향을 온전히 뛰어 넘을 수는 없다 하여도 읽다보면 ‘전문가의 손길(눈길?)’에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38명의 사람들, 대충 알지만 그렇다고 딱히 아는 사람이라 할 수도 없는 유명인사의 행동과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내가 그렇게도 다다르고 싶었던 산등성이 저 쪽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서른여덟 명의 타인을 이렇게 저렇게 씹어(?)보면서 소화를 시키고 나니 완전히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영양 덩어리가 남았다. 여전히 사람들을 향해서 자연스럽게 드는 호감, 비호감의 정서야 어쩔 수 없다지만 내게 비호감이면 더 생각해 볼 여지없이 ‘안 되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내 유아적인 버릇을 딱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현실감각’이라고 정의하며 설명하는 이것이 내게는 ‘성숙한 관계 맺기를 위한 1단계 과제’라고 여겨진다.


‘감이 없다는 게 별거 아니다. 다른 현실이란 있을 수 없고 내가 알고 있고 좋아하는 것만 현실이라고 우기다 보면 필연적으로 현실감각을 잃게 된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려면 타인의 행위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현상적 시각이 필요하다. 내가 보고 싶은 상황만 보지 말고 나와 타인의 전체적 현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문제다’<사람vs사람>에서.


>> 참고서를 참고하고, 교과서 저자에게 가기


예수님은 우리를 관계 속으로 부르셨다. 신앙생활이란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이웃과의 관계’라고 배웠다. 나날이 기도가 뜨거워지고, 전도에의 열정이 불타오르고, 믿음의 진보가 느껴지는데 ‘관계’는 제자리걸음이라면 한 번 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성숙한 관계는 정혜신의 말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현상학적으로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행동 뒤의 동기를 인식할 수 있는 인지력’이 전제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이 책은 신앙과 아무 관련이 없는 정신과 의사의 심리비평에 그치지 않는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말씀에 순종하고 싶지만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를 때 첫 걸음을 떼기 위한 도입서의 역할을 해주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비교적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관계의 문제가 척척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사람이 다르다는 것도 알고 대충 나와 어떻게 다른 것도 알겠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선의의 해석’을 하도록 하자. 이 책의 행간에서 건져 올린 또 하나의 처방이다. 선의의 해석을 해도 여전히 용납되지 않는 비호감의 문제는 우리를 ‘이렇게 다르게 만들어 놓으신’ 그 분께 가져간다. 나와 그 사람 사이에 가로막혀 있는 그 산을 만드시고, 그 산 위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시는 그 분의 손에 궁극적 열쇠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 파산 그리고 망상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을 쏟아 부었던 공동체와 사람들로부터 내침 당했다고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깜깜한 절망의 벽이었다. 청년부의 대모(大母)로 온갖 궂은 일 마다 않고 사람들 섬기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소그룹 모임의 교재가 마르고 닳도록 읽고 요약하고 또 정리하며 주일을 맞는 리더였으며, 조원들의 생일을 하나하나 정성으로 챙겼으며, 수련회 때는 20여 명 청년들의 식사를 도맡아 하면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힘들어 하는 후배들과 밤이 깊도록 기나긴 전화로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어 주었다. 아~ 그만하면 정말 완벽한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이 아니었던가.


나와는 직접 관련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관계 문제에 휘말렸다. 그리고 서서히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 신화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돕겠다는 의도로 누군가에게 했던 어떤 말들이 오해와 곡해가 덧붙여져서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한 번 봇물이 터지자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내게 들리는 나에 대한 얘기는 그저 악한 것뿐이었다. 그 때가 되도록 신앙의 위기라고는 별로 겪어보지 못했던 범생이 크리스천이었기에 내게는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이제 남은 건 '최종 부도 처리' 이것뿐인 것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동체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교제하던 형제와 짧은 교제 후 헤어져서 질퍽거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범생이 크리스천에게는 그렇다고 해서 교회를 안 나가거나 청년회를 당분간 쉬는 선택은 없다. 주일마다 나가서 예전처럼 모든 걸 다 하지만 내 영혼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주일 모임을 마치고 사람들이 에프터로 우~ 몰려가면 혼자 집으로 와서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망상에 빠졌다. '모두 모여서 내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그 자리에 따라 가지 못한 나를 보면서 고소해 할 거야….' 망상은 말 그대로 망상! 근거 없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심화되고 확대 되었다. 공동체의 그 누구도 믿을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망상과 고립감이 짝을 이루어 나를 공동체 밖으로 더 멀리 더 멀리 밀어내고 있었다.


 >>> 두려움과 두려움


기도조차 나오지 않는 힘든 상황에서 그나마 책이 손에 잡힌다는 것이 내게는 큰 은혜다. 바로 그러한 영적 파산의 위기에서 래리 크랩의 『격려 상담』(두란노)을 손에 들게 되었다. 특별한 기대 없이 차오르는 고통을 잊어보자는 생각에 아무 거나 골라잡은 것이 제목도 고리타분한 이 책이었다. 그러나!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두 개의 단어가 내 시각과 지각과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관.계. 그리고 두.려.움. 이 두 단어가 주일은 물론 매일 시시각각 공동체 사람들을 향해서 망상에 사로잡힌 나의 심리적 영적 상태를 명쾌하게 드러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공동체의 친구들과 후배들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빠져 혼미해져 있었고, 이제껏 내게는 따뜻한 둥지 같은 '안전한 관계'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모든 것을 잃었다 느끼고 있었다.


래리 크랩은 조근조근 내 자존심을 한 올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단해주고 치료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관계'로부터 떨어져 나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게 가득 차 있다고. 그런데 그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만 그 두려움을 가장하기 위해서 농담, 때론 침묵, 논리적인 토론, 속이는 눈물 같은 것들을 고안해 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실은 영적인 위기를 느끼면서 과대망상에 빠져있는 '지금의 나'만이 두려움에 허덕이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나'도 그러했고, 지금 나를 빼놓고 에프터 하고 있는 '그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힌트를 주었다. 그렇구나!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마음에 보이지 않는 핵심적인 감정이 두려움이라니…. 그렇다면 두려움에 떠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 두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두려움 덩어리, 나 외의 모든 '너'도 두려움 덩어리.


>>> 출발지 사랑, 도착지 두려움


이 책은 내내 '다른 사람을 어떻게 격려할까?' 하는 내용이었는데, 희한하게도 그 비결을 배우면 배울수록 내가 격려를 받는 것인지, 아니면 책에 빠져 내 문제가 잊혀지는 것인지 모를 진통제 같은 효과가 있었다. 읽고 곱씹어 보니 그것은 단지 진통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끝없는 두려움의 분명한 해결책과 해결 책임자를 찾아내니 진통제 아닌 치료제가 거기 있었다.


나 아닌 다른 사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두려움은 누구의 몫인가? 바로 나의 몫이다. 사람들의 농담과, 경직된 말투와, 지나친 친절함과, 헛웃음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을 발견해 격려하라고 하나님이 부르셨다. 그것을 위해서 '관계'로 부르셨다. 그렇다면 내 두려움은 누구의 몫인가? 그것은 내 이웃의 몫인가? 내 옆에 있는 지체들을 향해 내 두려움을 감당해 달라고 해야 하는가? No! 내 두려움은 하나님 몫이다.


이런 통찰을 얻고 난 후에 나는 부도 직전의 영적인 상태를 털고 일어났다. 마음의 바닥에 너저분하게 깔려 있던 이불을 털어 개켜놓고, 커튼을 열어 햇볕을 맞아들이고, 창문을 열고 신선한 바람이 들어오게 했다. 고립됐다고 느끼던 내 고통과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의 몫이라니 얼마나 든든한가? 이제껏 날 위협하는 존재로 느껴서 두려웠던 사람들의 두려움을 보는 투시력(^^)이 생겼고, 그것을 터치할 방법을 알았으니 얼마나 마음이 커지는가?


그리고 또 하나의 팁을 얻었다. 내가 그렇게도 열심히 섬겼던 사람들이 어찌하여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나를 배신했는지 말이다. 이 일을 경험하기 전에도 나는 사람들을 격려한다고 말을 하고 많은 액션을 취했었다. 그런데 그 말과 액션들이 많은 경우 격려의 모양은 입고 있었지만 진정한 격려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상대방의 두려움을 겨냥하기는 했으나 나의 두려움에서 출발한 격려는 진정한 격려가 되어 사람의 영혼을 만질 수도 얻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의 소명으로 나눠주신 이 '격려'는 내게서는 '사랑'이라는 활에서 쏘아져서 내 형제의 '두려움'을 겨냥하여 다다라야 하는 것이다.


다시 나는 새로운 액션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불성실한, 사랑이 없는 리더라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내게 맡겨진 사람들에 대한 솟아오르는 사랑으로 조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엽서를 보내고 성경공부를 준비하게 되었다. 내 부족한 사랑으로 그들의 두려움에 닿기를 기도하면서….

2006/12/29
        
정신실 내년 1월호 부터 <큐티진>에 '藥이 된 冊'이라는 꼭지로 쓰는 글.
쓸 때는 늘 고통스럽지만 결국 글은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라는 과정이 된다.
'쓸 게 없어요' 하고 엄살을 하는데 늘 멍석을 깔아주시며 격려해 주시는 서목자님 덕에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자라는 기회를 얻게 된다. 서목짠님! 감사합니다! (06.12.29 17:30)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2월호 글을 쓰다가 진도가 안나가서 이러구 있음. (06.12.29 17:30) 댓글수정삭제
정운형 잘썼음. 2월호도 기대 됨. (06.12.30 13:14) 댓글삭제

예전에 복지관에서 풀타임 근무 할 때.

성대결절로 두 주 병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 '목을 절대 안 쓰는 게 약'이라고 의사가 말했는데....

맘껏 노래할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서글펐다.

무엇보다 '목소리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이러다 노래도 못하고, 음악치료도 못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

살짝 불안했던 기억도 난다.


성탄절이 되기 전 금요일부터 강행군을 했다.

금요일 아침 7시 30분에 시어머니 검사예약이 되어 있어서 새벽부터 일어나 어머니 병원을 모시고 다녀왔다.

그리고 저녁에 어린이집 송년발표회 행사를 진행하고,

토요일 저녁에는 네 시간에 걸쳐 찬양대 연습을 하고,

주일아침 8시에 교회 가서는 역시 찬양대 연습과 예배, 그리고 저녁 7시에 성탄절 행사를 하며 또 찬양을 했다.

월요일 성탄절 점심에 찬양대 회식으로 식사를 할 때까지 거의 밥다운 밥을 먹지를 못했다.

덩달아 애들도 한 이틀을 밥구경을 못하고 엄마를 따라 다녔다.ㅜㅜ


성탄절을 보내고 목도 함께 보냈나보다.

목이 사실 안 좋기 시작한 건 한 달이 되었다.

오랫만에 아이들 노래 연습을 시키려니 모든 게 예전 어린이 성가대 지휘할 때 같지가 않았다.

신호가 이미 왔음에도 목을 아낄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가버리 목에 목감이 까지 걸렸다.


어제 남편이 수요찬양을 인도하면서 싱어로 서 달라고 부탁을 했다.

목이 최악인데 노래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같이 서지 말고 의자에 앉아서 혹시 괜찮으면 마이크 대고 노래를 해달라고 하였다.

조금씩 소리가 갈라지면서 20여분 찬양을 부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아이들 치료하면서 목소리가 거의 나오질 않는다.

목소리 나오지 않으면 무기를 잃은 것 아닌가?

마지막 치료를 하고 나오면서 고개가 저절로 떨궈지고 어깨가 축 늘어지고,

몸과 마음에서 힘이 주~욱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지금 병원에 가면 '성대결절' 진단이 나오겠고, 방법은 안 쓰는 방법이라 할텐데....

ㅜㅜ

200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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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사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렇게 기다리던 독립이요, 이사이건만 홀가분한 마음보다 마음 한 켠 묵직한 것이 참 이상하다.


그간 참 많은 마음 고생, 몸 고생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감사의 눈물'이 시시때때로 시야를 흐린다.

채윤이가 7개월이 되던 때부터 일곱 살이 되고, 이제 여덟 살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아이들 양육을 도와주신 부모님. 특히 아버님.

'내가 다시 선택하라면 부모님께 애들 안 맡긴다'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지만...

두 아이가 이렇게 자라는데 수훈상을 드리자면 역시 부모님, 특히 아버님이시다.


두 애들이 유아기를 보내고 부모로서 육체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반의 책임은 아버님이 다 져 주셨다.


꼭 애들 문제가 아이어도 암튼 결혼하고 사당동에서 살던 20여개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고 봐야하는데...

어머니 말씀처럼 '이제 더 멀리 살 일' 남았다.


그런 저런 일들을 돌아보면서 운전하다가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감사'라는 단어 외에는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어제 아마도 어머니랑 살면서 마지막이 될 김치를 했다.

올 해는 절대 김장 하시겠다고 하셨던 어머니 결국 어제까지 세 번의 김장을 하셨다.

'엄마! 할머니가 김장하게 빨리 건너오래' 하는 채윤이 말에 이제 습관이 된 '김치하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던 것 아니지만

기쁘게 건너 서 백김치를 담궜다.(이제 낼 모레면 제대니까!ㅎㅎㅎㅎ)


조금 전에 어머님가 건너 오셔서 이런 저런 얘기하시다가.

7년이 되도록 너랑 나랑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참 잘 참고 살았다.

너도 힘든 것이 있었을 거고, 나도 그렇지만 참 지혜롭게 잘 참고 살았다.

하셨다.

7년 동안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며느리랑 살았다는 것이 어머니께는 큰 자랑이다.


가끔 어머님 친구분들 만나면 '같이 사는 며느리가 그렇게 착하다고 어머니 칭찬이 마르지 않는다' 하신다.

같이 사는 며느리와 잘 지내는 건, 같이 사는 시어머니와 잘 지내는 며느리에게 자부심이 되는 것 이상인 것

같다.


함께 살면서 눈물로 보낸 밤이 적지 않은데...

결국 어머니의 연약한 점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게 그 때 그 때 말씀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주 안에 있는 보물을 나는 포기할 수 없네' 찬양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으로 다시 어머니 사랑하기 위해 일어나고

또 일어나곤 했었다.


이사를 하면서 그 세월의 감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지낸다.

감사의 편지와 함께 기억에 남을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2006/12/5
      
박영수 이글 쓰면서 또 눈물 바람 했겠지?
시부모건 친정부모건, 출가후 부모님과 함께 사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감사와 기대 두 마음으로 지금 행복한 순간이네.
새로운 환경과 함께 좋은 일들이 마구 펼쳐지길.....

(06.12.05 11:50) 댓글삭제
조기옥 저는 쥔장님 마음 백번천번 이해된다고 하면 내 마음도 느껴질까요...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하겠네요..
저두 짐싸는데 한 힘되는데요.. 힘만 쎄서리...ㅎㅎ 맘만이라도 보태드릴게요. 힘내서 여영차 이사 잘 하세요~~ (06.12.05 13:17) 댓글삭제
정신실 짐은 포장이사 하니까 마음 보태주시는 일이 최곱죠.^^
제 마음 백 번 천 번 이해되시는 것이 마음 깊이 느껴져요.
말로 표현된 이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몽녀님! 어뜨케 아셨대요?
하이튼 빨르시다니까!ㅎㅎ
(06.12.05 21:24) 댓글수정삭제
조기옥 이사짐 센터 직원이 젤로 싫어하는 집 --->>> 책 많은 집^^
아마도 그럴걸요^^ (06.12.06 10:19) 댓글삭제
정신실 이사하는 날 이삿짐 센터 아저씨가 책꽂이 앞에 서서 '후유~' 하고 한숨 쉬는 거 본 적 있어요.ㅎㅎㅎ
신경질 나서 그러는지...책을 저~엉말 아무데나 꽂아서 정리해요.
그러면 책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이 남편하고 둘이서 하루 걸리는 일이예요.
이번에는 남편이 책 정리하시는 분께 꼭 부탁한다고 하더라구요.
'아~자씨! 순서대로 빼서 순서대로 꽂아주시면 안될까요?'
제 생각엔....아자씨께 너무 무리한 부탁인 것 같아요.^^
(06.12.07 09:37) 댓글수정삭제
이금미 목녀님! 이사축하드려요.^^ 언제하시나요?
늘 행복하고 즐겁게 사시는 것 같아요.^^ 채윤이, 현승이가 행복의 비밀이겠지요?ㅋㅋ
저도 2월이면 둘째아이 엄마가 되네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좀 여유롭게 아줌마답게 살려고 합니다.ㅋㅋ 한 1년정도는 유아로 또 정신없겠죠.ㅋㅋ 좀 걱정되는게... 그게.. 둘째도 아들이라는 사실..헉~
좀 많이 걱정이 되네요. 딸을 무지 기다렸는데.. 딸같은 아들이 나올지..ㅋㅋ
암튼 신혼때 질풍노도의 시기에 함께 해주시고 도움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제 진짜... 분가하셔서 행복한 시간 더 많이 가지세요. 화이팅! (06.12.15 13:30) 댓글삭제
정신실 오~~오, 금미자매!
같이 하진 못하지만 늘 생각나고 궁금하고 보고싶고 그래요.
두 아이가 동욱이를 많이 그리워 하고요...
둘째 소식을 들었는데 배가 많이 불렀겠구나. 올 한 해 지내보니 작년에 이수전도사님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 들어요. 금미자매로 그렇고.
방학 때 동욱이 데리고 꼭 한 번 놀러와요. 사진으로는 가끔 보지만 많이 자란 동욱이 너무 보고싶고..
두 사람도 보고 싶어요. 꼭꼭꼭이예요! (06.12.15 14:37)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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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사할 때가 되니까 어머니가 어머니 살림에 대한 생각이 많으시다.

손님이 오시면 우리집에 오셔서 우리 찻잔으로 차를 대접하시거나,

우리 압력밥솥을 갖다 쓰시거나,

암튼 필요할 때마다 갖다 쓰실 살림이 하나 더 있으셨는데 그게 없어지니 말이다.


살림을 좀 사고 바꾸고 하셔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나보다.


"은옥이(시누이)가 저~기 어디 이천인가 곤지암으로 그릇 사러 가자고 하드라. 이쁜 것이 엄청 많다고"

"그래요? 언니가 바쁜데 언제 이천까지 그릇 보러 갔대"

하고 말았다.


며칠 후 시누이를 만났다.

"야! 니가 가보라고 해서 2001 아울렛 가봤는데 그릇 이쁜 거 엄청 많드라" 이런다.

그렇다면 혹시...

"언니 혹시 어머니한테 2001 아울렛에 그릇 사러 가시자 했어요?"

했더니 그렇단다.


그러니끼니.

어머니가 '이천'이라 하신 곳은 '이천일 아울렛!'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이천 옆 '곤지암' 까지 붙이신 어머니.

ㅋㅋㅋㅋ


이사하기 전에 이천인지 곤지암 가서 이쁜 그릇좀 사다드려야 쓰겄다.


       
조기옥 푸하하하~~ 넘 재미나요~~
아파트 이름이 외래어로 바뀌는 이유가 어른들 못찾아 오게 하는거라더니..
이렇게 재밌게 버무리시는 어머님... 넘... 멋져요~ (06.12.05 13:11) 댓글삭제
정신실 이런 거 디게 많아요.
조마루 감자탕 ---> 마루조나 감자탕
또 많은데..ㅎㅎㅎ (06.12.05 21:25) 댓글수정삭제
이선영 저두 있어요!
어머니: 오카리나->오카나, 리모콘->거시기
친정엄마: 뜨인돌 교회->박힌돌 교회 (06.12.05 21:45) 댓글삭제
조기옥 뜨인돌 교회->박힌돌 교회... 넘 넘 잼나요~ 저두 많을텐데 지금 기억이 안나네요~~
음... 울 어머님이 실수를 줄이고 계신계야...ㅎㅎ (06.12.05 22:38) 댓글삭제
김종필 ㅎㅎㅎㅎ 다 재밌네요. ^^ (06.12.06 10:05) 댓글삭제
정신실 우리 엄니는 리모콘만 거시기가 아니라 잘 모르겠는 모든 것은 다 '거시기'지.ㅎㅎㅎ

예전에 한영교회 앞에 '하늘의 별처럼, 들의 꽃처럼' 이라는 까페가 있었는데....
청년부의 어느 선배 어찌나 신앙이 좋은지 이렇게 부르더라.
'낮엔 해처럼, 밤에 달처럼'ㅋ (06.12.07 09:38)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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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멸치를 넣고 팔팔 끓여 멸치 육수를 만든다.

2. 신김치를 송송 썬다.

3. 어묵, 양파, 대파를 알맞게 썬다.

4. 육수에 김치, 양파, 어묵을 넣고 끓인다.

5. 대파를 넣고 소금간으로 마무리 한다.


국을 다 끓이고 국그릇에 덜어 사진을 찍는 나에게 어머니께서

어머니: 지금(10pm) 밥 먹을라고?

   나   : 아니요.

어머니: 그럼 뭣할려고?

   나   : 이거 찍어서 컴퓨터에 올려서.. 제 홈페이지에다가..

어머니: 사진은 뭣하러 찍는감?

   나   : 요리 방법 올리고..  아무튼 신실언니 따라하는거 있어요.

어머니: ...  (갑자기 수현이를 향하여) 수현아~ 이쁜사람~ 복덩

          어리~ 세계박사~     

     

출처 : [이선영님 미니홈피]우현.수현.선영.운형.옥금이네
작성자 : 이선영
작성일 : 200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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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고열로 입원해서 걱정했던 한 달 된 조카, 우현이 건강하게 퇴원하여 감사

 

♥ 주말에 짧게 만나는 남편이지만 짧은 시간동안 깊은 대화로 아쉬움이 없으니 감사.

 

♥ 시간과 여유가 없음에도 주일 봉사 마치고 넉넉하게 함께 해주는 남편의 사랑으로  감사.

 

♥ 유치원에서, 또 이제 피아노며 학습을 시작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엄마가 말로 하는 격려와 가르침을 흘려 듣지 않고극복해 가는 채윤이로 인해서 감사.

 

♥ 가장 따뜻함으로 엄마를 안아주는 현승이의 위로로 인해서 감사.

 

♥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밝음과 유머로 극복하고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공경해주는 올케 선영이로 인해서 감사.

 

♥ 일주일이 이렇게 빨리 지남감을 감사.

 

♥ 매일 기도할 마음을 주셔서 감사.

 

♥ 이사갈 것을 생각하셔서인지 훨씬 더 부드러워지시고, 무엇보다 '며느리 운전해~'를 덜 하시는 시어머니로 인해 감사.

 

♥ 찬양할 때마다 마음을 뜨겁게 하시는 성령님으로 인해서 감사.

 

♥ 오늘 가장 힘들게 일하는 날이지만 순간순간 성령님의 도우심을 기대하며 감사.

 

♥ 매일 들어와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클럽, 따뜻한 관심으로 글을 읽어주는 귀한 사람들로 인해서 감사.

 

 

 

 

200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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