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마당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그녀가 시간에서 풀려난 시간입니다.
그녀는 종종 시간에 묶여 있습니다.
아침을 준비하고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아침 시간은 그녀를 묶고 있는 시간입니다.
물론 아침 시간은 좀 억울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녀를 묶어놓은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 아침 시간은 그녀가 그 시간에 묶여있다는 느낌이 납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시간은 그녀를 슬쩍 풀어놓습니다.
시간이 그녀를 풀어놓자 그녀는 책을 한권 들고는 마당으로 나갑니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에선 시간에서 풀려난 자유의 느낌이 완연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러고 보면 자유의 호흡입니다.
출처: <김동원의 글터> '그녀의 책 읽는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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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올라오는 남편이 시간이 나면 (본인이 의식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습관처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침대 옆에, 거실의 탁자에, 주방의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내 책들을 스~을쩍 펴 보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검사하기.
그러면서 늘 하는 말 "아직두 안 읽었어?"
또 "부럽다. 나도 내가 읽고 싶은 책 마음대로 읽고 싶다"하면서 방학이 되면 읽을 책들을 나열하기도 한다.
기질과 성향이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어서 나는 책 읽기 스타일도 멀티다.
한 번에 네 권 이상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게 예사.
아무리 재밌는 책이 있어도 이 책보다 먼저 읽지는 않으려고 애쓴다.
좀 바쁜 날이라도 가급적 아침에 한 장이라도 읽고 나가려 한다.
그렇다고 의무가 되거나 이걸 안 지키면 뭔가 잘못한 것 같아 찝찝함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듣는 것 같은 마음으로 매일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내 삶의 지표가 여기서 나온다고 믿고 오감과 마음을 다 쏟으며 마음으로 읽으려고 하다.
저녁에 채윤이 숙제를 봐주면서 읽는 책이다.
홈스쿨의 대모 샬롯 메이슨 처럼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루 한 챕터 정도 읽으면서 아이들 양육과 특히 채윤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지침을 얻으려고 한다.
'양육문제'는 엄마가 된 이상, 또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상 언제나 나에게 현안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분야인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책읽기가 너무 편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에 읽었던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책들은 일상의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꾸 제쳐두게 되는데,
의식적으로 편식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오래만에 리영희 교수의 책을 손에 들고 매일 매일 그 분을 만난다.
미국과 하나님이 거의 동급으로 대우받는 우리들의 교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기만한데....
목장 모임에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보고 한 감각하는 디자이너 수현이가 그랬다.
" 이 책은 책이 이뻐서 어디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좋다'구.
래리크랩을 만난 건 남편을 만난 다음으로 새 삶에 주어진 축복인듯 하다.
래래크랩의 상담가로서 성숙과 진화의 과정은 그대로 내게 선물로 주어진다. 그래서 은혜(gift)다.
'래리크랩이 기도에 관한 책을?' 하면서 책 광고를 보자마자 사서 읽는데 읽다가 책을 내려놓고 바로 기도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전에 읽고, 마음에 메말라서 생명의 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바로 펼쳐드는 책이다.
그리고 칼융을 만난다.
MBTI와 칼 융 역시 나를 돕고 세워주는 삶과 독서의 한 축이다.
융 심리학의 '그림자' 에 대한 공부는 수 년 전부터 탐구하기 시작한 내 마음의 끝에 다다르는 마지막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책이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한 3년 동안 책을 많이 못 읽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퇴근 후에 책을 읽거나 컴터를 하는 것이 분위기상 적절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저녁 시간은 부모님과 앉아서 티브이 보고, 애들하고 무성의하게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남편이 학교 간 이후로 더더욱 저녁 시간이 한가로와서 아이들 노는 옆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게 꿀맛 같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로 인해서 감사.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여유로 인해서 감사.
김동원님의 말씀처럼 '자유의 호흡'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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