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날.
오전부터 나가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풀타임 그만 둔 이후로 일을 하도 널널하게 해서 치료를 연거푸 몇 개 하는 것이 영 벅차다.
그래서인지 목요일은 부담이 많이 되는데....

천상 나는 음악치료사.
몸이 그렇게 힘들어도 치료만 시작하면 에너지가 펄펄 나온다.

45분 치료하고 한 15분 텀을 두고 다른 아이가 오는데 치료하는 45분 보다 쉬는 15분이 더 힘들게 느껴지니.....
열심히 치료하면서 '몰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맞아!
몰입을 하는 것 같다. 몰입해서 노래하고 몰입해서 치료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미.친.듯.이!


2004/11/19
많은 부부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결혼5년이든 10년이든 하물며 결혼 30년에 육박하는 부부든 참으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싸운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면, 첫 번째 글에 썼던 전화문제 같은 것들 말이야.
한 쪽에서 그렇게도 전화하는 거 좋아하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받아주든가, 또 그렇게 낮에 전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한 쪽에서 포기하든가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말이다.

뭐든지 시작이 참 중요한 것 같아. 사람관계도 그런 것 같아. 결혼이란 것이 어차피 일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뭐 내 약점을 숨긴다로 드러나지 않을 것도 아니지만서도....두 사람이 같은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더라.
일단, '우리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보내는 1년은 부부관계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하고 1년 동안은 마음껏 서로에게 헌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상대방이 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특별히 싫어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그것을 들어주고 그것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남들한테는 '으이그~ 못 봐주겄네. 깨가 쏟아지는구먼' 하는 질투도 받고 말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동안 특혜 속에 살았던 것 같아. 일단 내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시간이 그리 빡빡하지 않았고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건강한 가정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기관이라서 배려를 많이 받았지. 주5일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때인데 남편 직장에서는 토요일 특별휴가를 주면서 신혼을 즐기라는 숙제를 내줬거든. 애초부터 둘이 새로 시작하는 삶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TV도 사지 않았고. 또 남편 직장에서 어디 행사가 있어서 박을 할 일이 있으면 나를 함께 데려가도록 배려해주고 두 사람만을 위해서 숙소를 따로 마련해 주기도 했어.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자신을 적절한 방식으로 노출시켰던 것 같애. 그렇게 보낸 1년 덕분에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요즘에 와서도 별다른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부부관계가 기본을 유지하거든...^^

나는 좀 오버해서 이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아.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지도 모른다고. 1년 안에 해결했으면 쉬웠을 일을 시간이 지난 다음 하려면 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1년 동안 두 사람이 합의하는 많은 원칙들을 세우길 바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에 대해서 정해 보고, 그 원칙을 가지고 싸우며 더 좋은 원칙들을 세워보기.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뜻에서 어떤 시간을 따로 떼어 혼자 있게 해 주기.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둘 만의 데이트나 여행 가기.( 내 비록 시누이지만 엄마 몰래 어디서 맛있는 거 먹고, 놀러 가고 이러는 거 다 눈 감아 줄께.^^). 두 사람 성격의 가장 약한 부분을 놓고 서로 기도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 등등...

이렇게 쓰다보니 이미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참 기가 막힌 명령을 이미 주셨더군!

아내를 맞은 새신랑을 군대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무도 그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집에 있으면서, 결혼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신명기24:5)

2004/10/27
1.
어렸을 적 부터 나는 노래를 잘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늘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 나가서 교육장 상도 받곤 했었다.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하면 마지막 날에는 늘 찬송가 부르기 대회가 있었다. 성경학교 때 배운 새찬송을 가지고 대회를 하는 것인데..... 이 때 쯤 교회 선생님이 날 조용히 부르시는 일이 있었다. 조용히 불러서 말씀 하신다. '신실아! 니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지만 너는 목사님 딸이니까 1등은 안 준다. 교회 새로 나온 아이들한테 1등을 주는 것이다'

늘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 해, 학교에서 독창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이 우리 교횔 나오시게 되었고 성경학교 찬송 대회 심사를 맡으셨다. 심사평과 순위 발표를 하시며 말씀 하셨다. '정신실이는 우리 학교에서 대표로 나가서 교육장 상을 받아 인정 받은 실력이다. 그러니 아무리 목사님 딸이라도 1등을 안 줄 수가 없다'
매 년 내가 상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어린 마음에 목사의 딸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 아니라 특혜라고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때의 분위기며 선생님의 말씀에 대한 기억은 하면 할수록 통쾌하고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것은 뭐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2.
우리 아버지는 나를 너무 이뻐하셨는데 표현이 없으신 분이셨다. 특히 교회에서는 나나 동생을 아는 척도 안 하셨던 것 같다. 교회와 사택이 붙어 있으니 집이 교회고 교회가 집인데 뭐 집에서도 그리 살갑지 않으셨다.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느 해 여름, 교역자 가정 수련회가 있었다. (내 동생은 교회에 부흥회나 행사가 있으면 영락없이 외갓집으로 쫓겨 갔다. 이유는 뻔 하다. 걸어다니는 사고 제조기였으니까! 역시 그 수련회에도 안 데리고 갔었다 ㅎㅎㅎ) 그 수련회에서 우리 아버지가 유달리 내게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 생전 나를 칭찬하는 소리를 못들어 봤는데 친구 목사님들에게 '저 놈이 공부를 잘 해. 또 노래도 잘해서.......'하시기도 하셨고.
'혹시 우리 아버지가 수련회에서 은혜 받고 변화 받았나?' 했었는데 집에 오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3.
여전히 많은 목사님들이 교회에서 사모님들과 자신의 아이들 챙기는 것을 '목사로서의 사명에 대한 직무유기'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해서, 사모나 목회자의 자녀들은 소리가 안 나야하고 있어도 있는 표가 나지 않아야 하고....게다가 목사님은 교회에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애정표현을 해서는 안 되고.
내 동생은 목사가 되었고 목사와 결혼하는 선영이는 사모가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은 목사의 딸 내지는 목사의 아들이 될 것이다.

4.
솔직하게 동생이 가정을 세우는 일에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할 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자신의 사역과 가정의 돌보는 일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는 늘 부족할텐데 말이다. 평신도로서 나는 어떤 목사님을 기대하나?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은 장점이 많지만 탁월한 리더는 아닌것 같다. 많은 부분의 약점이 눈에 보이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목사님을 존경하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목사님의 두 아들을 내가 초등부 때부터 가르치고 이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대학생이 된 두 아이가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두 아이 다 아빠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많은 교인들로부터 공적으로 존경 받기는 오히려 쉬운 일 아닐까? 가족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때문에 목사님이 가정에서 존경 받을 만큼 아내와 자녀들을 잘 섬긴다면 그것만으로도 몇 십 편의 설교보다 좋은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동생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기대하고 기도한다. 동생이 교인들을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들어주고 영혼을 구원하는 목사가 되기를.....그러나 선영이나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이 동생의 사역으로 인해 너무 많은 희생을 하지 않도록. 오히려 그 사역의 동역자가 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 되기를.

200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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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극진하게 남편의 아침 저녁상을 준비했었다. 뿐만 아니라 밤에도 '좀 출출하다' 하는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에 있는 재료를 긁어모아 뭔가를 만들어 바쳤다. 그러면서 내심 '아무나 이렇게 해 주는 것 아니야~결혼 잘 한 줄 알어'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다. 남편이 아내의 사랑으로 인해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기를..... 그렇게해서 지극한 칭찬이 돌아오기를.... 그런 내 마음을 어뜻 비쳤던 어느 날 남편이 한 마디 했다. 그 한 마디에 뒤통수 맞고 쓰러지느 줄 알았다.
'자기가 좋아서 요리하는 거잖아!'

2.
결혼하고 한 동안 '전화' 문제는 우리 부부의 끊이지 않는 갈등의 원인이었다. 나는 틈만 나면 전화해서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오늘 늦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묻고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차겁고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했어?'
'그냥'
'그냥?'(한심하다는 듯한 침묵)
그러면 나는 분위기 파악하고 '알었어. 끊어' 하고는 삐져 버리고.....
왜 전화를 그렇게 친절하게 못 받느냐고? 어차피 온 전화 친절하게 받으면 전화세 더 나오냐고?
원망을 많이 하다가 남편의 정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일 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맥이 끊기면 다시 맥을 이어 일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남편의 무뚝뚝한 전화태도는 내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부담들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이후로 나는 치료실에서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자연스럽게 손이 갈 때 마다 이렇게 다짐했었다. '내가 지금 남편을 사랑한다면 전화를 한 번 참을 수 있어야 해'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동안 남편 역시 '친절하게 전화 받자. 친절하게 전화 받자'를 외치고 있었고....이런 노력으로 급기야 나는 남편에게 이런 문자를 받기에 이르렀다.
'여보! 요즘 왜 이리 전화를 안 해? 전화가 없으니 허전하잖아~'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요새도 쓸데없이 전화하는 사람들 있나?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 돼' ㅋㅋㅋ

3.
부모님이 대판 싸우셨다. 1년 만의 부부싸움인데 작년보다 싸움의 강도가 엄청 세졌다.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한 번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두 분 다 서로에 대한 상처가 많으시다. 싸움 이후에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나는 정말 이만하면 좋은 아내다. 니 아버지 저 성격을 내가 이렇게 이렇게 맞추고 다루면서 살아왔다' 라고 하신다. 그 부분은 정말 잘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아버님이 어머니께 원하시는 건 너무 단순한 것이고 그 단순한 것을 어머니는 외면하신다. 외면하시다 보니 이제 그걸 맞춰 드리기에는 안 맞춰드린 습관이 너무 오래 되었다.

4.
상대방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노력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사랑하는지.....내가 좋아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습관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작은 습관이라도 바꾸려 하는 노력. 이것이 사랑인 것 같다.
 
200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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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차려 입고 나서면 지~인짜 한 인물한다.
허우대가 진짜 멀쩡한 놈이다.
놈이라고 하기에는 쫌 그러네...올 가을에 목사님 되는데.

암튼, 설교하고 사역하는 모습을 보면 잘 생긴 외모에 청중을 휘어잡는 유모어와 카르스마까지....
진짜 멋있다.

그러나! 집에서는?
이번 추석에 가서 동생의 행태를 보면서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나오는 최민식을 보는듯 했다.
자세는 언제나 그 자세. 벽에 등을 비스듬히 기대고 비디오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만한 사람에게 심부름 시키는 게 일.

그러나! 너무도 슬픈 것은 나름대로 권위있는 목소리로 심부름 시켜보지만 말이 먹히는 아랫 것이 없다는 것. 한 동안은 '지희! 지희! 저거 좀 가져와' '지희! 지희! 가서 콜라좀 사 와' 했지만 지희도 옛날 지희가 아니다. 그 다음이 채윤. 한 동안은 '채윤! 채윤! 가서 리모콘 가져와' 이러면서 권위적인 명령을 내려보지만 '싫어 삼촌이 해' 이러는데 뭐.

그런데 드디어 말 쫌 듣는 따까리 하나 생겼다. 17개월 짜리 현뜽. 한참 심부름에 재미 붙인 현뜽 심부름에 복종하고 싶은 의지는 충천이다. 다만.......한 번 시킬려면 목과 함께 속이 터진다는 것!
'현뜽! 거기 휴지 한 장 뽑아와' 그러면 근처에 있는 액자, 신문, 서랍, 사탕...다 만져본다. '아니~ 그거 말고 휴지!'이걸 여러 번 해야 제대로 휴지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시키고 기다리는 정성으로 지가 하겠구만.....
그런데 우짠다냐? 현뜽도 철 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은디.

지희!
채윤!
현뜽!

씨도 안 먹히는 명령을 혼자, 지치지도 않고 외쳐대는 삼촌.
가엾어라...ㅎㅎㅎ
   
        
김종필 처남이 집에 있는 날, 집안을 걸어다니자면 발에 걸리는 게 참 많다. ^^ (04.10.01 15:15) 댓글삭제
정운형 매형이 집에 오는 날, 집안을 평소와는달리 최대한 깨끗이 정리한다. ^^ (04.10.22 23:56) 댓글삭제
정신실 처남과 매형이 부부가 아니길 다행이다. 나름대로 최대한 깨끗이 정리한 방에 발어 걸리는 게 많으면 둘이 어떻게 살겠어^^ (
2004/09/29

예로부터 우리 엄마는 걸어다니는 시트콤 제조기.
우리 엄마 얘기로 게시판 하나 만들어도 엄청난 스토리가 나올텐데....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믿음 조~코, 순진무궁에 천진난폭.
그 연세가 되도록 어쩌면 그렇게도 세속(?)에 물들지 않았을까 불가사의할 정도.

동생 결혼 준비하면서 예단 문제로 우리 사나운 작은 고모 한 말씀 하셨단다.
어젯밤 인사 다녀온 동생한테 그 얘기 듣고 마음이 불편하신 것이 역력하였다.
아마도 이런 맘이 왔다 갔다 하실거였다.
'내가 잘못했나 부다. 어쩐댜~' 이거와 '에이씨~ 우리 애들이 이렇게 크고 나두 이제 시누이라고 꿀릴
것 없는디 확 받어버려?' 이런 마음들이 표정에서 여과 없이 읽혔다.

아침 식사 하는 중 전화벨이 울렸다. 동생이 받았다. 모두 작은 고모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네? 어머니요? 계세요' 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우리 엄마 밥을 공기째 들고 국그릇에 팍 말아버린다. 

마치 고모가 자신을 보고 있기라고 한 것처럼, 고모 보란듯이....

그 다음의 준비된 대사 '엄마~ 전화 받으세요' 하자마자...

어디 끌려가는 사람 표정으로 한 마디 하셨다.

'나 국 말었는디.......'


200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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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님 좃선일보 매니아.
수십 년 간 좃선일보만 구독하셨고 심지어 월간 조선을 정기구독 하신 적도 있으시다(이걸 선물이라고 해드린 사람이 있는데 기냥 콱!).
그러다보니 당연히 좃선일보가 가르쳐주는 대로 김대중은 빨갱이 노무현은 김대중 아들이다. 이라크 놈들 다 죽일 놈들이고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 적화통일 된다. 출신지로 사람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

그런 아버님께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을 권해드렸다. '아버님 심심하실 때 읽어 보세요' 하고.
재밌어 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정인숙사건' 같은 일들은 아버님으로서는 신문에서나 알쏭달쏭하게 보셨을텐데 그 알쏭달쏭한 얘기의 내막을 아시게 되니 재미가 없으실꼬?

역시~ 성공!
어제 하루 집에 있어보니 아버님 이 책 읽으시는 재미에 푹 빠지신 듯. 현승이 보시는 것도 손을 놓으시고 보신다. 나중에는 애들이 떠들어대니까 베란다로 나가셔서 문 꼬옥 닫고 채윤이 책상에 앉아서 보신다. ㅎㅎㅎ

물론 이 책 한 권 읽으신다고 아버님의 사고가 어디 변하실 것인가? 그러나 이런 책을 읽으시는 것이 어딘가?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이런 시각을 접해보시는 것이 어딘가? 책 곳곳에 아버님이 그리도 휼륭하다 생각하시는 박정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인권을 파리 목숨처럼 짓밟았는 지를 보시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차제에 <아미죽> <난쏘공> 이런 것부터 진짜 의식화 커리큘럼 한 번 제대로 꿰볼까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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