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 보강을 가야했던 토요일 아침.

오전 한 시간이라서 얼른 갔다 오려고 했더니 토요일이라 부모님 두 분 모두 약속을 잡으셨다.

막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나보다 아버님이 더 당황을 하셨다.

"애들 어떡하냐? 지 고모 있는 어린이 집에 갖다 맡기든지.."

하시는데 아버님 걱정하실까봐

"염려하지 마세요. 아버님. 수민네다 잠깐 맡겨도 되고요..."했다.


이 말을 들은 김채윤 흥분해서는 난리다.


준비하다 시간을 보니 수민네 들를 시간이 없어서 "안 되겠다. 시간이 없으니까 엄마 음악치료 하는데 따라가서 놀자" 했다.

바쁘게 준비하고 두 녀석 준비 시키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오는 동안 김채윤 계속해서 "엄마! 제발 제발이예요. 수민네 우리를 맡기고 갔다 와요" 이러면서 징징징징....

여러 번 "채윤아! 엄마가 시간이 없어서 안 돼. 지금은 이미 늦었어" 차분히 설명을 해도 계속 징징징....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브레이크를 확 밟고 차를 세웠다.

"엄마가 안 되는 이유를 여러 번 설명했지? 엄마가 친절하게 말하면 정말 안 된다는 걸 못 믿겠어? 꼭 엄마가 이렇게 화를 내야 정말 안 되는 걸 알겠어?"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징징거리기를 그친 김채윤.


실은 치료를 마치고 수민네 놀러 갈 생각이었다. 수민네서 놀다가 성가대 모임에 가면 딱 되겠구나. 하는 계획을 갖고 있는 터였다.


"엄마가 원래 치료 마치고 수민네 놀러 갈려고 했는데 그것도 끝났어. 오늘 니가 엄마가 아무리 친절하게 말해도 안 듣고 결국 엄마가 화를 내야 말을 들었기 때문에 벌이야" 했더니...

김채윤 난리가 났다. "엄마! 죄송해요. 그러니까 이따가 꼭 수민에 가요. 내가 정말정말 잘못 했어요. 엄마가 친절하게 여러 번 말할 때 들었어야 했는데....내가 진짜 앞으로는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들을께요"

"그래. 니가 잘못했으니까 오늘은 수민네 안 가. 니가 잘못해서 벌이야. 앞으로 또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안 듣고 싶으면 오늘을 생각해. 오늘 수민네 못 가서 얼마나 안타까웠는 지를 생각해"했다.


치료를 마치고 오는 길에 김채윤 속 뒤집어지라고 수민네 옆을 지나게 되었다.

"엄마! 제발 수민네 가면 안 돼요?"하는 말에...

"엄마도 수민네 가고 싶어. 엄마도 화경이모랑 노는 거 좋은데 안 되는 건 안 돼. 오늘은 안 가기로 했으니까 엄마도 참고 집으로 갈 거야."하고 김채윤을 벌 주기 위해서 엄마도 같이 벌을 받았다.ㅜㅜ

2006/08/28

토요일 아침,


음악치료 보강이 있어서 마천초등학교에 가야 했었다.

채윤이가 여기 갈 때 한 두 번 따라 간 경험이 있는데다,

토요일에는 엄마랑 같이 있는 날이라 여기기 때문에 "엄마! 혹시 오늘 마천 초등하교 가는 거야?"

하는 채윤이의 말에...

"아니, 광장 초등학교!"했다.


나중에 아버님과 어쩌다가 마천초등학교로 가는 것이 뽀롱나고 말았다.

"엄마! 아까는 아니래매? 내가 물어 봤을 때 마천초등학교 가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순간 당황이 됐는데...

"채윤아! 미안해. 엄마가 거짓말 했어. 그러면 안 되는데...채윤이가 따라간다고 할까봐 거짓말 한 거야.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했더니..

"괜찮아. 엄마. 나도 전에 거짓말 한 적이 있어. 괜찮아"했다.

옆에 있던 현승이.

"그래도 거짓말은 죄야!" 하고 한 마디 거든다.


거짓말을 본을 보이게 되어 너무 부끄럽기도 하지만,

잘못을 회피하는 것까지 가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순간 용기를 냈다.


그래.

거짓말을 가르치긴 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함께 가르쳤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자.ㅜㅜ

2006/08/28

엄마들 기도모임에서.


모이면 예외없이 지난 한 주(이번엔 한 주가 아니었지) 어떻게 짐승같이 애들에게 포효했는지를 서로 고해성사 하는 시간이다.

서로들 '설마 저 엄마가 저런 얼굴로 애들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안다.

애들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짐승이 되는지...


늘 결심하지만 애들은 끊임없이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참고 참지만 어느 새 우리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 지르고, 협박하고, 빗자루를 거꾸로 들고 내 정신이 아닌 우리를 발견한다.


서로 어떤 상황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지만....


회개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아이들을 향한 분노가 과연 온전히 아이들 때문이었던가?

아이들이 힘이 없고 약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지는 않았던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서지 못해서 마음에 기쁨이 없었던 것을,

단지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이라 하면서 아이들을 윽박지르지는 않았는가?


함께 회개의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치고 모두 크리넥스를 하나 씩 뽑아 들어야 했다.


이렇게 기도하고 돌아서서 다시 우리 감정으로 아이들을 혼내고 분노할지언정,

끊임없이 우리를 돌아보고 회개하고 새롭게 되기를 결심하는 일은 홀리 맘이 되는 중요한 축이라 생각이 되었다.

기도하지 않으면서 좋은 엄마 되겠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죄를 고백하고,

다시 새롭게 되고,

또 다시 죄를 고백하고,

새롭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나님을 닮은 엄마가 되어갈 것이다.

2006/08/28

엊그제 아침에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난 채윤이.

뜬금없이 '참치전'이 먹고 싶다고 만들어 낸란다.


이미 국이며 모든 다른 반찬도 다 만들어져서 거의 상을 차리기 직전인지라 '말도 안 되는'주문으로 치고 "다음에 해 줄께"했다.

헌데 이 녀석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참치전을 해 내란다. 아무리 다른 맛있는 반찬을 했다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참치전이 먹고 싶단다. 자다가 꿈을 꿨나? 눈을 뜨자마자 참치전 타령이람? 옆에 있던 아빠도 기가막혀 한다.


뜬금없이 참치전을 찾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침에 시간이 많은 날이라서 휘리릭 참치전을 해서 먹였다.


요즘 짜투리 시간에 읽고 있는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작은 사건 하나하나 까지 기도로 응답을 받는 저자의 신앙생활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러지 못할까? 나는 왜 이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필요한 걸 구하기만 하는 하나님이라면 요술램프의 지니 요정과 뭣이 다른다? 내 기도가 단지 그렇게만 드려져서는 안 된다. 하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단지 내가 가지고 싶어서 구하는 기도는 웬지 자신이 없고 믿음의 수준이 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맘 구석에 있었다.

목원들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기도든 자신있게 할 수 있는데, 내 일이 잘 풀리게 해달라는 기도는 웬지 잘 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매사 기도로, 기도의 응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작아지기도 하고, 아니면 너무 기복적인 신앙이라고 판단해 버리기도 하면서 좌충우돌 했던것 같다.


채윤이 참치전을 해주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했다.

채윤이가 참치전을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 나쁜 의도도 없고, 그저 단지 먹고 싶다는 것이다.

채윤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로서 나는 먹어서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허허 웃으면서 그 뜬금없는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에는 응답하실 준비를 항상 하고 계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문제는 그거다.

어떤 내용의 기도, 무엇을 구하는 기도인가 아닌가 보다 항상 더 우선이 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없는 마음이다.


눈을 뜨자마자 참치전을 요구하며 굽히지 않는 채윤이 처럼,

그런 태도의 기도를 더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200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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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컴터를 하면 모두 컴터 방으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모두 침대로!

거실에서 책을 보면 모두 거실로!

주방에서 일을 하면 모두 식탁으로!


얘네들 놀이의 수칙 중 하나다.

엄마 따라다니면서 놀기.

그렇다고 놀이에 엄마를 참여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가 있는 장소에서 지들끼리 노는 것이다.


'제발 좀 절루 가서 놀아. 엄마두 혼자좀 있어보자'

하고 구박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오늘 오전에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데 어느 새 이 녀석들 엄마 옆에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엄마라구 그렇게 좋아해주고, 따라 다녀주고, 사랑좀 받아 볼려고 치대고...

그러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윤이 한 살 두 살 때의 재롱이 벌써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데,

그 시절 그리운 건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모르는 어리석은 엄마다.

불과 몇 년 후면,

"저 오늘 목장모임 안 가면 안 돼요? 엄마빠 끼리 다녀 오세요"

"저는 오늘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요"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갈 것을 말이다.


지난 주에 남편이랑 저녁에 "얘들아! 엄마 아빠 올만에 데이트좀 하고 올께. 엄마가 마음이 우울하대. 그러니 엄마빠가 나가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께.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있어"

했다가 김채윤 "제발요....엄마빠 데이트 하는데 조용히 힘들게 안할께 우리 데려 가세요"

하는 통에 어찌나 애를 구박해댔든지.


일곱 살 채윤이,

네 살 현승이.

오늘의 모습에 감사할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오늘,

이 순간.

이것은 참으로 소중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인데...

200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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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엄마 중 유일하게 풀타임 일을 하는 예찬이 주찬이 엄마, 김명회.

특기 : 흥분하지 않고 훈육하기, 즉 여느 엄마들 같으면 자기 분에 겨워 소리 먼저 지르고 볼 일에도 특유의 이성을 잃지 않는 장점을 살려 좋은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을 잘 한다. 아이를 말씀대로 양육하고 싶어서 '말씀 과외 선생'이라도 두고 싶다는 엄마.^^

 



양육이 좋고,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풀타임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 앉은 영빈이, 유진이 엄마

김인아.

특기 : 상담을 전공하기도 했고, 워낙 가진 성품이 그러하기도 하여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기질에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면 마음을 읽어주는데 탁월하다. 무엇보다 기도가 쎈 엄마.^^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집 안의 살림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살림꾼 엄마.
또 두 아이를 키우면서 퀼트에 리본공예 까지 많은 작품을 내고 있는 수민, 다인 엄마.
특기 : 타고난 유순함과 온유함으로 어떤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 만드는 게 장점. 이로 인해서 아이들까지 두루두루 사랑받게 만드는 엄마. 아이들 먹이고 입히는 것, 가장 필요한 일상의 일들을 가장 귀하게 섬기는 엄마.
 


주변에서 '은강이 엄마가 누구야? 애를 어떻게 기르는 지 정말 궁금해. 어떻게 기르면 애가 그렇게 잘 커'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은강, 은택이 엄마. 정다희.
특기 : 모임에서 나이는 제일 어린 엄마지만 누구보다 여유와 믿음을 가지고 두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넘치는 에너지로 개구장이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좀처럼 지친 모습 보이지 않아서 옆에서 보기에 늘 대견스러운....^^
 
 
 
 

'낼 모레면 불혹인데...' 하면서 놀리는 젊은 엄마들의 놀림에도 꿋꿋한 푼수쟁이 채윤이 현승이 엄마.
정신실.ㅋㅋㅋ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하면서 사진도 보고 한 두 줄 글을 쓰다보니....
우리 모임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지네.^^
명회, 인아, 화경이, 다희! 고마워!

2006/07/17

나 자신 먹을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스탈도 아니면서,

애들 한 두 끼 굶는다고 애를 닳는 엄마도 아니면서,

밥 안 먹는다고 밥그릇 들고 따라 다니면서 밥을 먹이는 열의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요즘 아침마다 두 아이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안 먹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다시마 데친 것, 콩조림, 새송이 버섯 구운 것, 연근조림, 브로콜리 데친 것, 거기다 백김치까지...


골.고.루. 잘 먹는 채윤이와 현승이.


현승이는 원래 그리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유식을 시작할 즈음에 뭐든 입에 깔끄러우면 뱉고 먹지 않았으니까.

이유식 하는 거 보면 편식할지 안할지 안다고 하시면서 어머님이 현승이 이 녀석 엄청 편식하겠다고 걱정하셨었다.


그런 현승이도 뭐든 잘 먹는다. 누나 따라서 파프리카도 우적우적 씹어 먹고...

현승이가 식성이 좋아진 건 뭐든 잘 먹는 누나를 둔 탓이 크다.

암튼 두 아이 다 밥상에 앉아 맛있게 뭐든 잘 먹는 습관이 너무 사랑스럽다.


사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어릴 적 먹는 습관 자는 습관을 위해서는 일관되게 마음을 써왔다.

유기농이며 고급 간식 찾아 먹인 적은 없고,

밥 안 먹는다고 쫓아다니며 먹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밥은 무조건 식탁에서 식구들과 함께.

그리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되도록 같이 먹기.

이 두 가지의 일관되게 지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탁에 정성을 다했다.

몇 개 안되는 반찬, 별것 아닌 반찬도 깨끗하게 담아서 '나는 너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하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뭐든 잘 먹는 걸 무지무지 칭찬해줬다. 교묘하게 비교하면서...ㅎㅎ


채윤이가 샐러드의 야채들을 마구 씹어 먹을 때 느무느무 이뻐 죽겠다는 듯 칭찬하면,

칭찬에 예민한 현승이 억지로 한 두 개씩 먹는다.

대놓고 안 먹을 때는 '나는 뭐든지 잘 먹는 아들을 키우고 싶어'하기도 하고,

현승이가 라이벌로 생각하는 은강이를 들먹이기도 한다.

'은강이는 콩을 잘 먹어서 키가 그렇게 크대. 디게 잘 먹는데~'하면 단순한 현승이 예외없이 걸려든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가리는 음식이 없어지고 식탁에 놓인 반찬들을 공평하게 한 번 씩 먹어주는 이쁜 현승이가 되어간다.


두 아이와 아침식사 하는 시간이 참으로 복되고 행복하도다~~~~~~

20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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