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컴터를 하면 모두 컴터 방으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모두 침대로!
거실에서 책을 보면 모두 거실로!
주방에서 일을 하면 모두 식탁으로!
얘네들 놀이의 수칙 중 하나다.
엄마 따라다니면서 놀기.
그렇다고 놀이에 엄마를 참여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가 있는 장소에서 지들끼리 노는 것이다.
'제발 좀 절루 가서 놀아. 엄마두 혼자좀 있어보자'
하고 구박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오늘 오전에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데 어느 새 이 녀석들 엄마 옆에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엄마라구 그렇게 좋아해주고, 따라 다녀주고, 사랑좀 받아 볼려고 치대고...
그러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윤이 한 살 두 살 때의 재롱이 벌써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데,
그 시절 그리운 건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모르는 어리석은 엄마다.
불과 몇 년 후면,
"저 오늘 목장모임 안 가면 안 돼요? 엄마빠 끼리 다녀 오세요"
"저는 오늘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요"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갈 것을 말이다.
지난 주에 남편이랑 저녁에 "얘들아! 엄마 아빠 올만에 데이트좀 하고 올께. 엄마가 마음이 우울하대. 그러니 엄마빠가 나가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께.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있어"
했다가 김채윤 "제발요....엄마빠 데이트 하는데 조용히 힘들게 안할께 우리 데려 가세요"
하는 통에 어찌나 애를 구박해댔든지.
일곱 살 채윤이,
네 살 현승이.
오늘의 모습에 감사할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오늘,
이 순간.
이것은 참으로 소중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인데...
200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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