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먹을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스탈도 아니면서,
애들 한 두 끼 굶는다고 애를 닳는 엄마도 아니면서,
밥 안 먹는다고 밥그릇 들고 따라 다니면서 밥을 먹이는 열의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요즘 아침마다 두 아이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안 먹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다시마 데친 것, 콩조림, 새송이 버섯 구운 것, 연근조림, 브로콜리 데친 것, 거기다 백김치까지...
골.고.루. 잘 먹는 채윤이와 현승이.
현승이는 원래 그리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유식을 시작할 즈음에 뭐든 입에 깔끄러우면 뱉고 먹지 않았으니까.
이유식 하는 거 보면 편식할지 안할지 안다고 하시면서 어머님이 현승이 이 녀석 엄청 편식하겠다고 걱정하셨었다.
그런 현승이도 뭐든 잘 먹는다. 누나 따라서 파프리카도 우적우적 씹어 먹고...
현승이가 식성이 좋아진 건 뭐든 잘 먹는 누나를 둔 탓이 크다.
암튼 두 아이 다 밥상에 앉아 맛있게 뭐든 잘 먹는 습관이 너무 사랑스럽다.
사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어릴 적 먹는 습관 자는 습관을 위해서는 일관되게 마음을 써왔다.
유기농이며 고급 간식 찾아 먹인 적은 없고,
밥 안 먹는다고 쫓아다니며 먹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밥은 무조건 식탁에서 식구들과 함께.
그리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되도록 같이 먹기.
이 두 가지의 일관되게 지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탁에 정성을 다했다.
몇 개 안되는 반찬, 별것 아닌 반찬도 깨끗하게 담아서 '나는 너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하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뭐든 잘 먹는 걸 무지무지 칭찬해줬다. 교묘하게 비교하면서...ㅎㅎ
채윤이가 샐러드의 야채들을 마구 씹어 먹을 때 느무느무 이뻐 죽겠다는 듯 칭찬하면,
칭찬에 예민한 현승이 억지로 한 두 개씩 먹는다.
대놓고 안 먹을 때는 '나는 뭐든지 잘 먹는 아들을 키우고 싶어'하기도 하고,
현승이가 라이벌로 생각하는 은강이를 들먹이기도 한다.
'은강이는 콩을 잘 먹어서 키가 그렇게 크대. 디게 잘 먹는데~'하면 단순한 현승이 예외없이 걸려든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가리는 음식이 없어지고 식탁에 놓인 반찬들을 공평하게 한 번 씩 먹어주는 이쁜 현승이가 되어간다.
두 아이와 아침식사 하는 시간이 참으로 복되고 행복하도다~~~~~~
20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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