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에게 본격적으로 매를 때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매를 때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채윤이가 매 한 쪽을 잡고 울면서...

'엄마! 맞기는 정말 싫어요. 말로 하세요. 매를 내려 놓고 말로 하세요' 한다.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서 '정말 잘못했다니까요' 한다.

'딸이 말을 안 들었다고 매를 때리고 그러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라고 한다.


결정적으로,

'알아요. 알아....내가 잘못한 걸 왜 모르겠어요.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내가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화가 났다는 걸 내가 왜 모르겠냐구요? 내가 한 살이예요? 나를 한 살로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일곱 살이 됐어요. 나도 이제 엄마 마음도 알고.... 많은 걸 배워가고 있다구요. 내가 알고 잘못을 했다는데 이렇게 매를 때리고 나를 돌봐주지 않으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라고 말할 때는 너무 충격이 돼서 현기증이 났다.


요즘들어 채윤이와 논쟁이 많아졌다. 일단 맞을 때 빌고 나서는 너무 그럴듯한 논리로 일방적인 체벌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것이다. 워낙 그런 애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오늘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채윤이를 아이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그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충격이 되고 당황도 됐지만 나 스스로 템포를 늦추면서 타협의 방법을 모색했다.

'채윤아! 엄마가 이럴 때 쓰는 좋은 방법을 가르쳐 줄께. 이럴 때는 자꾸 엄마가 잘못한 걸 생각해내고 말하지 말고....채윤이가 맨 처음 잘못했다는 거 안다고 했잖아. 엄마가 나중에 화내고 매를 때린 것만 생각하지 말고 맨 처음 채윤이가 잘못했다는 걸 먼저 생각해. 그리고 엄마한테 '엄마! 내가 잘못한 거 알아요. 그러니까 나를 돌봐주세요. 내가 말할 때 대답해주지 않고 돌봐주지 않으면 너무 슬퍼요. 잘못했어요'이렇게 말해. 그러면 엄마는 마음이 금방 풀려서 채윤이 매 때린 것, 화낸 것 미안하게 생각하고 엄마도 사과할 수 있게돼' 라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아까 내가 맞을 때 무릎 꿇고 손을 이렇게 빌면서 잘못했다고 했잖아요. 그게 나는 용서해 달라는 뜻이예요. 나는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는 지 몰랐어요' 했다.


'엄마는 그렇게 무릎꿇고 막 빌기만 하면 채윤이가 맞지 않으려고 괜히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엄마는 비는 거 안 좋아해'했다.


그렇게 맘을 대충 풀어주고 안아줘서 재웠지만....



막 자신이 없어진다. 여전히 채윤이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이젠 마구 매를 때린다고 아이를 승복시킬 수도 없을 것 같고,


이럴 때가 정말 양육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기를 위한 길을 잃었을 때,

이 때가 기도할 때인 것 같다.

2006/01/06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득도한 채윤이 더 이상 울지 않는다  (0) 2007.07.13
합뿌드 뻬이빨  (0) 2007.07.13
남매  (0) 2007.07.04
너무 길었던 오전  (0) 2007.07.03
정의의 사자 채윤2  (0) 2007.06.29

산타는 이미 왔다 가버린 성탄절, 그러니까 25일 저녁에 채윤이가 때늦은 짓을 했다.

산타 양말을 문고리에 걸으면서 '오늘이 크리스마스잖아'했다.

그러고 보니....채윤이에게 산타 얘기를 해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한 번쯤 곰돌이 인형을 사서 산타할아버지가 준 것 처럼 한 적이 있었고...

작년 재작년 부모님께는 거하게 크리스마스 선물 드렸지만 애들 선물을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산타!


나도 어릴 적 산타를 믿고, 산타의 선물을 기대했었지만 엄마된 입장으로 채윤이에게 산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산타를 핑계 삼아 착한 일을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다. 너무 낭만적이지 못한 엄마인가? 동심을 너무 몰라주는 각박한 엄마인가?


채윤이에게 산타 얘기를 신나게 해줄 수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먼저는 산타 자체가 그리 나쁘지 않다해도 채윤이에게 성탄절의 주인공이 산타가 아니라 예수님 이라는 것을 먼저 가르쳐 주고 싶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조차 성탄절은 예수님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성탄절의 메인은 예수님이 아니라 성탄절 칸타타, 내지는 성탄절 행사인 경우가 많다.

채윤이가 성탄절을 통해서 예수님의 낮아지심을 먼저 배웠으면 좋겠다. 성탄 본연의 의미를 먼저 알았으면 좋겠다.


2.

그것보다 산타를 가르치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산타 할아버니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앤지, 나쁜앤지...'이런 캐롤이 있다.

정말 누가 착한 아이일까? 진실로 착한 아이가 있을까? 착한 아이는 어떤 아이일까?

엄마가 보는 채윤이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채윤이는 더 이기적이고, 고집스럽다. 그건 채윤이뿐 아니다. 착한 아이의 기준도 없을 뿐더러 객관적으로 '착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다.

아이들도 너무 잘 알 것이다. 자기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그럼에도 산타의 선물을 기대한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완전히 착한 아이는 아니지만 자기는 그래도 누구보다는 착하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것 자체도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착한 아이도 아닌데, 그 사실은 아이 자신도 너무 잘 아는데 결국에는 선물을 받아 버리면 아이에게 어렸을 적부터 자신을 속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금 심한 생각을 나는 한다. 이것이 반복되는 것은 진정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문에 산타의 선물은 매우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3.

채윤이가 산타로부터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신데렐라 집'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신델렐라 집을 줬으면 좋겠다는데....산타는 그 선물을 주기 어렵다. 왜냐면 신데렐라집은 너무 비싸다.ㅜㅜ

성탄절 다 지나고 산타 양말을 거는 채윤이를 보면서 마음이 짠하고 가슴이 아파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엄마의 고.상.한 교육철학으로 어린 가슴에 못 박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부분에서도 조금은 자신이 있다. 주변에서 보는 정말 멋지게 성장한 사람들 중에는 어렸을 적에 그런 장난감을 풍족히 누린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들을 풍족하게 누린 듯 보이는 사람들은 정작 그것을 제공할 부모로부터 떨어져 있을 때 독립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채윤이가 걸어놓은 산타 양말에 산타할아버지가 보낸 것 처럼 편지를 한 장 써서 넣어 놓았다. 채윤이가 신데렐라 집을 선물로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것과, 사람들이 항상 착한 사람일 수는 없지만 늘 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들을 적었다. 그리고 선물의 부분에 관해서는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다음 날 퇴근을 하고  마트에 데리고 가서 예전부터 갖고 싶어했던 쿠션을 하나 사줬다. 그리고 신데렐라집은 채윤이가 여기 저기서 받는 용돈을 모아서 사기로 했다. 돈 개념이 아직 없으니 '파란 돈 다섯 개'를 모으면 살 수 있다고 설명해 주고 벌써 파란 돈 한 개를 모았다.


5.

신데렐라집 오만원 짜리. 다른 데 안 쓰고 사 줄 수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보냈다고 슬쩍 사다 놓을 수도 있다. 동심을 인정하고 순간 기쁘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치뤄야할 교육적인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아 우리 부부는 그럴 수 없었다. 1년에 한 번 산타가 주는 선물로 기쁜 것보다 1년 내내 엄마빠가 주는 따뜻한 사랑으로 기쁘게 해주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아니 그것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아서 행복한 것이 진짜로 행복한 동심이 되는 것임을 확신하기에 엄마빠로서도 하기 힘든 선택을 하며 성탄절을 보낸다. 가슴 저리도록 사랑하는 채윤이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으며....

2005/12/30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채윤이 병설유치원 추첨에서 떨어지고는  잠시 이런 불신의 생각들을 했었다.

두 분 할머니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시고, 특히 외할머니는 철야에 금식기도 까지 하시고,

목장에서 목원들이 그렇게 마음을 모아서 기도해줬는데....

그 기도들 때문에라도 됐어야 하는 일 아닐까? '에잇~ 하나님 목자 체면좀 세워주시지. 목자 가정을 위해서 목원들이 함께 기도했는데 그런 건 딱딱 들어주셔야 각본이 맞는 것 아닌가?'


도곡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떨어지고 우연히 '월문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얘기를 듣게 되었다.

덕소에서 마석으로 가려면 산을 하나 넘는데 그 산 어딘가에 있는 아주 조그만 학교였다.

집에서 차로 10분. 한 학년에 한 반씩 있는 완전 시골학교.

여기에 있는 병설유치원은 매년 미달이 된다고 했다. 워낙 애들이 없으니 그렇단다.

어차피 어디를 다녀도 병설은 버스운행을 하지 않으니 아침에는 데려다줘야 하니까 한 번 알아나보자고 찾아갔다. 가서는 접수를 했고, 오늘 최종적으로 예비소집에 다녀왔다.


접수를 하러 가서 나는 심장이 뛰어 죽는줄 알았다. 이건 완전히 내가 예전부터 그리던 꿈의 유치원이다. 할 수만 있다면 꼭 그런 유치원에 채윤이를 보내고 싶었었다. 일단 유치원이 산에 있다. 유치원 교실 문을 열면 바로 흙마당이다. 운동장은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넓다. 보통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 교실을 빌어 쓰는데 이기는 특이하게 따로 건물이 되어 있다.운동장은 온통 흙마당, 바로 옆은 나무 울창한 숲. 운동장 한 켠에는 실외 수영장을 방불케하는 사이즈의 전용 수영장도 있다.

무엇보다 유치원이 그대로 자연 안에 있다는 것. 그런 유치원을 그려본 적이 있었으나 그런 유치원이 있을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거니와 있어도 아마 너무 비싸서 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문제는 등하교 길이 문제였다. 접수하러 간 날 혹시 덕소 우리집 근처에서 오는 아이가 있는 지 물어봤다. 우리가 이사할 현대 아파트에 한 아이가 있단다. 슬쩍 입학원서를 보니 이름이 '이정현'이다. 그걸 보고 와서는 기도했다. 그 엄마랑 얘기가 잘 돼서 아침 저녁으로 카풀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내가 아침에는 데려다 줄 수 있으니 저녁에 그 엄마가 데려다 주면 좋겠다 싶었다.


오늘 예비소집일이라서 갔다. 한 반에 15명이란다. 모임을 마치고 정현이 엄마를 찾았다.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던 나이가 드신 인상 좋은 아주머니셨다. 우리 이사할 아파트 같은 동이다. 얘기를 했더니 '물론 좋다'고 한다. 이 유치원이 얼마나 좋은 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침이 마른다. 애들이 그네 타면 그 밑으로 다람쥐가 뛰어 다닌단다. 봄이 되면 벚꽃잎이 눈처럼 흩날린단다. 날씨가 좋으면 애들이 다 산으로 올라간단다. 그래도 작년 한 해 여기 보내면서 아침 저녁으로 태우고 다니는 일이 힘이 들어 도곡초등학교에 넣었다가 우리처럼 떨어졌단다.


교회를 다닌다기에 '제가 접수하러 와서 정현이 이름 보고 계속 기도했어요' 했더니....'하나님이 우리 기도 안 들어주고 그 집 기도 들어줬구만...'했다. 늦둥이를 본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가 슬쩍 내비치는 하나님 사랑도 만만치 않았다. 차가 고장 나서 버스타고 왔다는 그 아주머니 집에 태워 드리고 오면서 '좋으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채윤이가 아기였을 때 채윤이 유치원을 생각하며 기도드린 적이 있다. '정말 좋은 유치원 보내고 싶어요. 하나님!'했었는데...하나님은 그 기도도 잊지 않으시고 허락하셨다.


채윤이가 그네 타는 밑으로 다람쥐가 뛰어 노는 곳,

계절의 변화를 나무와 풀을 가까이서 보면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교사와 어린이의 비율이 1:15라는 환상적인 교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맘껏 뛰어 놀 채윤이!

생각만해도 감사하고 감동이다.


원더플 플랜!

바로 이런 하나님의 플랜이 있으셨다.

2005/12/14/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사는 일 가르치기  (0) 2007.07.08
싼타有感  (0) 2007.07.08
아빠의 편지  (0) 2007.07.08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0) 2007.07.08
원더풀 플랜? - 김종필  (0) 2007.07.08

채윤이에게


예쁜 이름을 가진 채윤아!

이 글을 읽게 된 채윤이는 몇 살 쯤 될까? 7살? 10살? 15살?... 궁금하네. ^^


아빠가 갑자기 채윤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단다. 그런 생각은 그동안 여러번 가졌었는데, 실천은 오늘 처음 하는 것 같다. 엄마는 벌써 몇번이나 네게 편지를 썼었지.


채윤이가 지금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빠는 아빠 인생의 최고의 전환기를 요즘 보내고 있단다. 아주 오래전, 아빠가 고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일을 이제서야 하게 되었지. 그리고 이제 일주일 후면 시험을 치르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아빠 인생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지게 돼. 그러면 아빠의 심정이 요즘 어떨지 이해할 수 있겠지?


아빠는 내년부터 3년정도 일주일에 4-5일 씩 먼 곳에 가 있어야 할거야. 공부하기 위해서란다. 이렇게 굳이 가족과 떨어질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아빠의 결정이 잘 한건지 확신이 안 서. 채윤이가 혹시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결혼한 후 지금껏 거의 외박을 해 본적이 없단다. 그럴 일이 있어도 가급적 집으로 와서 엄마와 너네들과 함께 했지. 아빠는 바깥일보단 가족과 함께 "있는" 걸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기에, 내년부터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할 걸 생각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로구나.


그래서 아빠는 이런 결심을 했어.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보다는 집에서 너네들 얼굴 보면서 공부하기로 말이야. 도서관에 가면 방해받는 것도 없고 훨씬 공부가 더 잘 되겠지만, 사랑하는 채윤이, 현승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을 걸 생각하니, 하루라도 더 너네들과 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채윤이가 10살 될 때까지 떨어져 있는 건 아빠로서의 직무유기니까, 속죄하는 마음으로 집에 있기로 한 거야.


한 달 가까이 집에 있다보니 채윤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채윤이는 매일 밤마다, 아침마다 아빠가 오늘 집에서 공부하는지 도서관에 공부하는지 확인을 했지. 그런 채윤이를 생각하자만 마음이 저려와. 아빠로서는 맨날맨날 채윤이, 현승이와 함께 했으면 더 없이 좋겠거든. 게다가 아빠가 시험공부 한다고, 요샌 통 놀아주지도 못하고, 새로 산 인라인스케이트도 못태워주고...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아빠가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채윤이가 이해할까?


어제 밤에도 채윤이가 확인을 했지? 오늘 집에 있을 거냐고.. 그러마 하고 약속해놓고선 오늘 약속을 못지켰구나. 아침에 채윤이가 우는 걸 보니, 평소 쥐어짜는 눈물이 아닌, 진짜 섭섭해서 우는 울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단다. "아빠는 왜 약속을 안 지켜요?" 채윤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처음으로 듣게 된 채윤이의 이 말이 아빠 마음을 두드렸단다. '아! 드디어 아빠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참 부끄러웠어.


채윤아! 아빠도 채윤이처럼 항상 채윤이 곁에 있고 싶어. 하루라도 안보면 채윤이, 현승이 생각에 다른 일들을 잘 할수 없을 정도지. 마음이 허전한 게 너무 이상하거든. 그래서 채윤이 마음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아빠도 아빠 일을 해야된단다. 하나님께서 아빠한테 준 꿈도 있고, 아빠로서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열정도 있어. 신나고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아빠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채윤이한테 보여주고 싶구나.


채윤이가 아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 아빠가 잘 알아. 아빠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없으면 보고 싶어하는 거 잘 알고 있단다. 아빠도 채윤이처럼 똑같이 같은 마음이란 거 채윤이가 이해했음 좋겠다.


예쁜 채윤아!

아빠가 아빠한테 주어진 사명에 충실해야, 아빠가 행복해질 수 있고, 아빠가 행복해져야 채윤이도 아빠의 행복을 나눠 가질 수 있단다. 지금은 아빠가 자주 늦게 들어오고, 그리고 내년부터는 일주일에 반 이상 아빠 얼굴 못보더라도, 이 모든 게 우리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 줄거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채윤아!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사랑한다.

2005/12/07

이 일에 대해서 오늘 오후 정리한 생각들이야. 나 자신을 위해서 글로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답글로 남겨. 결국 당신 얘기와 내 얘기가 같은 얘기인것 같구. *^^*


나는 잠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먹먹했었는데...다행히 차분히 오후 치료를 할 수 있었어.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응답하신 기도 감사 거절하신 것 감사' 하나님께서 채윤이 유치원껀은 거절하시네요

 

라고 날렸지.


그리고 나서 '거절하신 기도'에 대한  생각을 해봤어. 거절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 어렵겠지. 채윤이랑 나의 관계를 생각해봤어. 채윤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안 된다'고 말하면 억울해서 엉엉 우는 경우가 있어. '원래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건데 엄마는 왜 그래?' 즉,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해야하는데 왜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막냐는 거지....

2005/11/28

컴퓨터를 하고 싶다거나, 밤 늦게 쵸코렛을 먹겠다고 하는 것 등에 대해서는 채윤이 자신도 알아. 그걸 하면 좋지 않은 이유들에 대해서. 그런데 그냥 괜히 한 번 더 게겨 보는 거지.


예를들면, 옷 선택에 관한 문제는 좀 다른 것 같아. 분홍만을, 그리고 항상 치마만을 고집하는 채윤이와 싸울 때가 있어. 가끔은 양보하지 않고 바지를 입히고 분홍이 아닌 옷을 입힐 때가 있지. 그러면 채윤이는 억울해서 죽어. 그런 사안은 아무리 설명해도 채윤이의 인지력으로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니 눈에는 분홍색만 이쁘지만 사실 그건 그리 세련된 색이 아니다. 정말 멋진 것은 남들과 다르게 내 스타일을 찾아서, 내게 어울리는 나만의 스탈을 만드는 것이다. 라고 아무리 말해야 채윤이가 알아 듣지를 못하지.


채윤이의 색감과 채윤이의 이해력은 어쩔 수 없는 한계지. 그건 채윤이가 자라서 이해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일이니까. 하나님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은 그것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히 말씀하셨지. '너희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르다'고....


우리의 이해력과 인지력으로는 뛰어 넘을 수 없는 '뜻'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어. 그렇게 여러 사람이 한 마음으로 기도했는데...우리에겐 유치원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절실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추첨에 떨어진 그 이유. 언젠가는 알게 될 수도, 영원히 모를 수도 있겠지만....기도의 응답으로 온 탈락임이 분명할진대....우리에게 가장 좋은 결과일거야.


나도, 당신도, 채윤이도 화이팅!!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더플 플랜!-그네 밑에 다람쥐 뛰어 노는  (0) 2007.07.08
아빠의 편지  (0) 2007.07.08
원더풀 플랜? - 김종필  (0) 2007.07.08
좋은 엄마 되는 것, 왕도가 있다  (0) 2007.07.08
참회록  (0) 2007.07.08

채윤이 유치원비가 월 이십몇만원 한다. 거기에 이러저런 교육비까지 합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째 채윤이는 유치원에 다녔다. 유치원 교육이 최상은 아니더라도, 그나마 가장 나은 교육이라는 부모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채윤이가 내년에 7살이 된다. 이사도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 지원하게 되었다. 좋은 시설, 좋은 교사, 국가 지원, 저렴한 교육비... 지난주에 접수하고 오늘 추첨하는 날이었다. 35명 뽑는데, 140여명이 신청을 했다. 근 4대1이다.


여기저기 기도부탁 하고, 내심 하나님께서 '복' 주시리라 믿었다.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리라 믿었다. 주의 말씀을 순종하면 천대까지 그 은혜를 주시마 약속하신 말씀도 생각났다. 양 할머니 권사님들도 금식하며 기도하시고, 목원들도 기도하겠다고 했다. 우리 부모 편에선 완벽했다. 되야할 논리적, 환경적 근거들은 잘 구비된 듯 싶었고, 또 그리 되리라 굳게 믿었다.


나는 통속에 손을 넣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 안 됐다 ...


집까지 걸어 들어오는 길에 무척 허무하고 속상했다. 이렇게 낙담이 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하나님께 믿음의 테스트를 받는 거야 큰 문제 아니다. 다만, 부모 때문에 자녀가 손해를 보는 건, 도무지 마음을 쓸어내릴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깟 일로 하나님을 원망해서는 안된다 하며 다짐에 다짐을 더한다...


믿음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확율상 발생한 일일까? 아니면 하나님의 선한, 원더풀 플랜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내 감정이야 어쩔 수 없다.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할 뿐이다. 허나 내 이성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논리적인 원인 추적은 무의미하다. 내가 갖춘 조건에 따라 하나님께서 복 주시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이다. 다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겠다.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따로 준비해 놓은 것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허망한 마음은 있는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자. 이런 일로 하나님의 선대하심을 오해말자. 하나님의 주권을 침범하지 말자. 이런 일로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지 말자. 7살 채윤이가 가야 할 유치원은 부모된 우리가 또 기도하며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다.


집에 들어오니 할아버지와 채윤이가 TV를 보고 있다. "어떻게 됐냐", "안 됐어요. 4대1이었어요". 채윤 왈 "4대1이 뭐야?"...생고구마를 연신 아작거리며 먹고 있는 채윤이... 사랑스러운 내 딸... 하나님이 내게 맡겨주신 당신의 형상을 닮은 자녀... 잘 기르겠습니다. 주님, 하나님 마음에 합한 아이로 양육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05.11.28.

목장에서 부모님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나눌 때나,

우리 부모님들 황혼기의 모습을 뵈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부부가 둘이 잘 지내는 것'이라고.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잘 대화하고 서로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습이 잘 되어 있을 때,

나이가 들어서 가장 같이 있고 싶고 편안한 사람이 배우자가 될테고, 그것만큼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겠는가?

부모님들이 두 분 끼리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말이다.


부부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부부일수록 자녀로부터 보상 받기 원하고, 자녀에게 인정받기 원하고, 주말에는 꼭 자녀들(결혼하여 가정을 만든 자녀라 할지라도)과 함께 놀기 원하고...결국 이런 것이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님을 기쁘게 섬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년기 뿐 아니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어쩌면 언제 어느 때든 같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 유익이 자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부모의 일상이 힘들고 짜증스러우면 그 또한 자녀에게 고스란히 불편함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실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 대화법을 연습한다든지, 아동의 발달을 공부하는 것보다 우선이 되는 것은 '매일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길' 그것이 왕도인 것 같다.


김장을 도우러 채윤이 고모가 오셨다. 채윤이 현승이가 고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김장 준비를 하는데 두 녀석 다 고모 옆에 붙어서 파 썰기, 새우젓 다지기 등을 흉내내고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옆에서 일을 하면서 소외감도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김장을 하거나 힘에 부치는 집안 일을 할 때는 으례 애들한테 더 퉁명스러워지기 일쑤고, 대답 한 번 따뜻하게 못 해주는 엄마다. 아이들이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리 가라고 구박하며 밀어내고 말이다.

고모랑 조잘조잘 거리면서 즐겁게 어른들의 일에 참여하는 것처럼 엄마가 매일 그래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을까? 알짱거리다가 할머니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지레 내가 먼저 '김채윤 저리 가!' 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일상이니.....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을 그래서 어쩌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주 안의 기쁨'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주 안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소금에 절인 배추를 주물러 김장을 할 때라도 마음엔 기쁨이 넘칠 수 있는데......그 하늘로부터 오는 기쁨을 잃고 사는 날이 허다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주님 말씀 안에서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일 뿐이다. 그럴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을 자녀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2005/11/2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