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학교 가면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하면서 목을 끌어안고 뽀뽀하며 유난스러웠던 아침.
엄마도 유난히 채윤이가 이뻐 보여서 하루종일 많이 생각 나겠다 싶었어요.
"엄마! 베란다에서 나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어줘"하고는 등교길에 나선 채윤이.
베란다에 서서 채윤이가 안 보일 때까지 몇 번이고 손을 흔들다가 들어와서 정리를 하는데 채윤이 필통이 거실 구석에 있네요.
학기 초에 한 번 필통을 놓고 갔길래 얼를 들고 뛰어 갔는데 결국 채윤이를 못 만나고 교실까지 갖다 준 적이 있었어요.
저 필통을 본 순간.
'이걸 갖고 뛰어? 교실로 갖다줄까?'하는 갈등을 잠시 했습니다.
채윤이 말마따나 채윤이 선생님은
'정말 많이 화내야 할 것에 별로 화를 안 내시고, 화를 쪼금만 낼 일에 많이 화를 내시는 분'
이기 때문에 혹시 오늘 아침 기분이 안 좋아서 필통 안 가져온 채윤이한테 많.이.화.를.내.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불안했습니다.
쓰기 시간에 옆 친구에게 빌려서 쓸 정도의 문제해결력은 있겠지?
지난 번 처럼 엄마가 갖다주길 기대하고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리면 어쩌지?
무엇보다 정말 아침에 별로 기분이 안 좋으신 선생님이 '필통도 안 갖고 다니냐' 면박을 심하게 주거나,
앞에 나와 서 있게 하거나 하면 어쩌지?
잠시 동안 온갖 생각에 불안했지만....
바로 스케쥴대로 말씀 묵상하고 기도했습니다.
기도할 때 채윤이 필통을 앞에 놓고 매만지면 한참 생각했습니다.
'괜찮아. 가끔 좀 부당하게 면박을 듣고 혼나기도 해도 괜찮아. 좀 가엾기는 하지만 채윤이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하나님이 자기를 어떤 존재로 대접하시는지 깨달을 날이 올거야.
그리고 오늘을 계기로 가방 챙길 때 더 세심해질 수 있을거야.
채윤이보다 내 자신이 더 문제야. 가끔 그 누구보다 더 부당하게 채윤이를 혼내면서 이런 일에는 괜히 민감해져가지구 말야'
기도했습니다.
채윤이의 하루와 나의 하루.
이번 주일 샬롬 찬양대 찬양처럼,
'나 염려하잖아도 내 쓸 것 아시니 나 오직 주의 얼굴 구하게 하소서'
그저 오늘 하루 모든 쓸데없는 크고 작은 염려들 내려놓고 '주의 얼굴만 구하는' 하루가 되게 해달라고요.
채윤아!
화이팅이야!!!
2007/06/21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심으로 (0) | 2007.07.13 |
---|---|
이제는 말할 수 있다 (0) | 2007.07.12 |
피아노가 씹다 (0) | 2007.07.08 |
내보내기 (0) | 2007.07.08 |
엄마와 딸 (0) | 2007.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