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할 수 있다.ㅎㅎㅎ


오랫만에 채윤이가 꼭지가 돌아서 엄마한테 퍼붓기 시작한다.


범식이 오빠 공부 한다고 나한테 화내고 말이야.

엄마가 그러는게 어딨어?

저런 엄마는 정말 싫어.

엄마를 바꾸고 싶어.

엉엉엉....

엄마는 지금 나를 싫어하는거야.

나를 미워하고 있어.

현승이만 이뻐하고 나는 미워하는 거야.

그치? 지금 채윤이를 미워하고 있지?


이러고 있을 때.

'채윤아! 너 엄마가 너 밉다고 말한 적 있어? 너한테 싫다고 말한 적 한 번이라도 있어?'

하고 일격을 가했다.

잠깐 생각하던 채윤이.

'없어!'

'그것 봐. 엄마는 너 미워하지 않어. 너는 엄마가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엄마 미워 그러지?

엄마는 니가 아무리 말 안들어도 속상하기는 했지만 너를 미워하지는 않아.

그런 것 같애 안 그런 것 같애?

했더니 합리적인 김채윤. 바로 꼬리 내리고 사실을 인정했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ㅎㅎㅎ


평소 아무리 속상해도 절대 하지 않았던 말.

채윤이 미워. 너는 나쁜 애야. 너를 싫어해. 바보야. 멍청아....등등 이런 말이다.

채윤이가 '엄마 미워'할 때도 '나는 그래도 김채윤 좋아하는데...'했고.


머리 좋은 채윤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 적이 없으니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이럴 때 '압승'이라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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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기도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에서 좋은 생각들을 많이 길어올린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얻은 통찰은 한 번쯤 정리하지 않고 지날 수 없는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온통 자녀교육 잘하기에만 눈이 뒤집힌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가끔은 위를 올려다보는, 다시 말해서 우리의 부모님을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일을 하고 있나?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말이다.
 
졸업식에서 상을 받고 대표로 연설을 하기로 되어있던 저자가 단상에 올라가 섰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낄낄거리며 말했단다. '저기 저 술주정뱅이 좀 봐'라고...그 술주정뱅이는 다름 아니 저자의 아빠였고, 당시 저자와 저자의 가족은 술에 취한 아빠로 인해서 공포와 고통 속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런 순간에 육신의 아버지가 아닌 하늘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내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겠다. 그 분을 용서하겠다' 결심하고 연설이 끝난 후에 아빠의 손을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께 아빠를 소개시켜 드렸다는 얘기.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내적치유를 위해서는 과거의 아픔을 다 끄집어 내고, 털어내서 직면하고 또 직면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많은 상담가들의 얘기가 성경처럼 여겨지는 요즘에 '더 이상 부모님의 약점을 들추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긍정적인 것에 촛점을 맞추고 깨끗하게 용서'하라는 메세지로 들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유산을 전수해주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의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최근까지도 우리 시어머님이 남편을 칭찬하지 않으면서 키웠기 때문에 가져온 결과들에 대해서 곱씹고 묵상하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비난하곤 했었다. 그런 면에 촛점을 맞추면서 대체 어머니가 양육을 위해서 잘하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과 우리 부부,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렇게 세대의 위 아래를 두루 살펴보니, 좋은 선택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부모님들로부터 받은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것을 은혜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친정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 한결 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 분들로 인해서 온 상처들로 온통 피해의식에 싸여 있을 일이 아니었다.그나마 이 정도로 믿음을 유지하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일궈 나가게 된 유산이 바로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온 유산이었다는 것.
 
채윤이와 현승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해 알게 하는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분들을 존경하고, 그 분들의 질곡의 세월들을 감싸 안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겠다.
 
이런 결론을 얻은 이후로 몇 달 동안 시부모님 섬기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가벼워졌다. 그 분들로 인한 섭섭함이나 노여움이 오래 가지를 않는다.
 
이 또한 나 스스로 부모됨이 주는 또 다른 성숙이 아니겠나?

200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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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채윤이 큰아빠 집에 다녀오셔서는 걱정이시다.

채윤이보다 한 달 늦은 사촌동생이 있는데 아기 적부터 말하는 것, 걷는 것 등이 채윤이랑 많이 차이가 났었다. 실제 차이는 한 달이지만 1월 생이라서 나이가 다른데 정말 한 1년 정도 차이나는 것으로 식구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헌데, 그 사촌동생이 글을 다 읽더란다. 받침 없는 글씨는 물론이고 웬만한 받침 글씨도 다 읽는다 하시면서 은근히 걱정을 내비치셨다.

'인생의 낙오'란 그런 것이다. 다들 글씨 알고 학교 가는데 글씨도 모르고 셈도 못하면 거기서부터 낙오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씩 낙오되다 보면 다 뒤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피아노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원을 보내서 글씨를 가르쳐야 한다.

 

그 자리에 채윤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ㅜㅜ


이제 시부모님 앞에서도 웬만한 얘기 맘 편히 할 수 있는 며느리.

아버님의 태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소신을 펼쳤다.

'아버님! 글씨 먼저 안다고 공부 잘하는 거 아녜요. 제가 유치원 교사도 해보고 초, 중, 고생 과외도 다 해봤어요. 시은이는 돌이 넘어서부터 선생님 붙여서 한글공부 했는데 당연히 글씨 읽겠죠. 채윤이는 제대로 앉아 글씨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몇 글자 읽고 쓰는 것이 다행이죠. 채윤이가 글씨는 늦게 깨치는 것은 맞지만 괜찮아요. 학교 갈 때까지 모르면 학교 가기 전에 한 두 달 붙잡고 시켜도 되고요.....

제 생각엔 애들이 글씨 배우면서  공부 싫증내는 걸 배워요. 글씨를 부담없이 배워야 처음부터 공부 싫어하지 않아요. 글씨가 좀 늦되면 늦되는대로 가르쳐야죠. 저는 걱정 안해요. 아버님! 채윤이가 꼭 공부 잘 하리라는 보장도 없구요.

채윤이 나이에는 신나게 노는 게 최고의 공부예요. 좋은 유치원은 글씨 안 가르쳐요. 유치원에서 애들하고 젤 하기 쉬운게 글씨 가르치는 거예요. 어린 것들이 앉아서 책 베껴 쓰고 있는 것 저는 안되 보여요.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게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있는데 글씨는 학교 가기 전까지 천천히 배우면 돼요. 차라리 편식하지 않고 먹는 거, 친구랑 동생이라 사이좋게 지내는 거, 인사 잘 하는 거, 잘 자는 거 이런 거 배우는게 중요하죠. 그게 안 되는데 글씨만 배워서 뭐해요. 채윤이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지 생각 똑바로 말하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해요'

 

물론 이렇게 정리해서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할 말은 다 했다. 아버님이 뭐라 하셔도 사실 나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학교 가자마자 알림장 쓴다고 하니 올 겨울에는 쫌 집중적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있고, 수민이 같은 경우만 봐도 누가 가르치치 않아도 지가 좋아서 혼자서 터득하기도 하니까 올해 안에 그런 시기가 오면 좋겠고...

또 공부를 잘하는 채윤이가 되면 좋겠지만 공부 잘하는 것은 글씨을 먼저 알고 아니고가 아니라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게 염려가 되지도 않고..


설령 채윤이가 공부를 못해도 낙오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채윤이게 가르치리라. 채윤이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것으로 자존감이 너무 낮아진다면 대학, 대학원 내내 과외선생으로 먹고 살던 엄마가 가르치면 될 것이고, 공부를 못해도 스스로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면 될 것이고...

공부를 잘한다면 물론 더 바랄 것이 없에 좋겠고...


부디, 지금 이 마음을 나 자신이 잃지 않기를...

엄마노릇도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부부관계도 더 좋아지가 위해서는 다른 부부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모임들을 남편과 함께 시도했었다.


채윤이가 커갈수록 양육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내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을 느끼면서 좌절하는 날이 많고, 후회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정말 어디다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을 때는 김인아에게 전화를 해서 고백하고, 위로받고, 또 서로의 얘기들을 나누곤 했었다. 그러면서 둘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만남을  꿈꾸고 기도했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웠고 아직 어린 아이들도 문제였고,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그렇게 저렇게 힘들 때마다 서로 통화하고 들어주고 기도하자고 토닥여주면서 시간이 흘러왔는데....


구체적으로 기도하던 그대로 일주일 중 하루의 일이 조정되었다. 또 이렇게 저렇게 다섯 명의 엄마들이 각각의 갈급함을 가지고 모이게 되었다. 첫 모임을 하고 인아하고 그렇게 얘기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에도 돌아올 시간에 맞춰 해산해야 하기 때문에 주어진 두어 시간을 금쪽같이 여기며 책 읽은 얘기를 나누고 기도하면서 '만남'을 통해서 '성숙'을 허락하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생각한다.

'민들레 영토'라는 공간이 주는 값비싸지 않은 고상함이 좋다. '민들레 영토' 세미나실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하다보면 결국 '나'의 얘기를 하게된다. 그리고 '나'의 얘기는 결국 '그 분'과의 교감, 즉 기도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끝맺음 된다.


다들 부족한 또는 나쁜엄마라 생각함에도 어쩌면 그렇게 하나 씩을 아이들을 향해서 잘 하는 부분이 있고, 또 그 잘하는 부분들이 다 다른지...서로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배움이고 성숙인 것 같다.


두 시간의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뒤에 남은 30분은 기도시간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나눔이야 하루 종일을 잡아도 끝이나지 않을 아줌마들의 얘기 아닌가?

기도시간 30분!

이것을 위해서, 엄마들이 함께 기도하기 위해서 그 어려운 시간을 내고, 그 많은 일상의 발목잡는 것들을 스톱시키고 만나는 것이다. '엄마들의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는 것....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꿈은★이루어졌다.

2006/05/13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린이날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선물 받는 날'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치료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나는 아주 가까이서 어린이 날을 본다.

해서, 산타에 유감이 많은 것처럼 어린이날에도 유감이 많다.


다행이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어린이 날' 선물을 꼭 받아야 한다는 걸 모른다.

안 줘도 그리 섭섭해하지 않았을테지만 곁에 있는 아빠가 섭섭해해서 채윤이는 머리띠를 현승이는 모자를 사줬다.


어린이날 어디를가든 사람이 터져날텐데 일단 내가 갈 자신이 없었다.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 예상은 됐지만 천안에 있는 아빠를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

채윤, 현승에게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다. 엄마랑 긴 시간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간이 군것질을 하고, 일주일 동안 그리던 아빠를 만나고...

차가 막혀서 긴 시간이긴 했지만 나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빠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좀 노는데 잔디밭에서 풀인지 곤충인지를 들여다보고 뛰어노는 두 녀석이 너무 예뻤다. 애들이 있어야 할 곳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서 올림픽공원에나 가볼까 했더니 채윤이가 엄청 좋아했는데...채윤이는 올림픽공원을 올림픽상가에 있는 광장으로 알고 있었나보다. 거기서 한 번 트럭에서 태워주는 쬐만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두 녀석 모두 바이킹 타는 거, 동전 넣고 움직이는 자전거 타는 것에 정신이 홀딱 빠져있었는데...바로 몇 시간 전 천안의 잔디밭에서 보던 여유있고 행복해 보이던 모습과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어서 서둘러 애들 데리고 성내천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애기똥풀을 찾아보고했다. 그리고는 고덕에 있는 동네 놀이터에 갔더니.....애들은 다~들 놀이공원 가고 텅텅 비어 있었다. 그 한가로운 놀이터에서 두 녀석 맨발 벗고 신나게 놀아재꼈다.


채윤이가 더 커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붐비는 놀이공원으로 가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해야할 날이 올 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면 '어린이 날'을 가족이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로 쭈~욱 보낼 수 있었음 좋겠다. 이번 어린이날 처럼 엄마빠가 사주는 선물때문에 행복한 날이 아니라 엄마빠랑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



 2006/05/09

지난 주 샬롬찬양대에서는 '보혈찬송 메들리'를 불렀다.

찬송가에 나오는 여러 곡의 보혈찬송들을 마치 처음 보는 노래를 부르듯 해석하고 곱씹어서 불렀다.

'보혈'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인 '보혈'은 '죄를 씻는, 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상하게도 이 찬양을 묵상하고 묵상할수록 요즘 채윤이와 나와의 관계가 마음 속에 떠올랐다.

게다가 지난 주 금요일에 같이 카풀을 하는 채윤이 친구 엄마와의 통화는 다시, 또 다시 생각해보는 아프지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 엄마는 늦게 셋째를 본 나이 지긋하신 분인데,

양육의 철학은 '무조건 칭찬하라' '혼내지 않아도 잘못한 건 지가 다 안다' 이것이다.

옆에서 봐도 참 자유롭게 큰 아이다. 우리 집이나, 우리 부모님 댁에서 놀면서 맘대로 냉장고 열어서 아이스크림 꺼내 먹고 또 꺼내 먹는 아이니까.


이 엄마가 보기에 채윤이가 너무 어른 같은 말을 하고, 유치원에서 놀 때 보면 친구들하고 잘 못 어울리고, 얼굴이 항상 어둡단다. 그러면서 채윤이 같은 아이는 칭찬을 많이 받고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하신다. 집에서 보는 채윤이와는 다른 모습이라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별 말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른 부분을 몰라도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는 것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서 다음 날 유치원 선생님께 여쭤봤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많이 아팠다. 그 엄마랑 양육관이 달라서 생긴 관점의 차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돌아볼수록 내가 너무 '선생님 같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오랫만에 우리집에 와서 하루 주무신 엄마도 '일곱 살 짜리가 뭐 안다고 그렇게 애를 이래라 저래라 했샀냐? 나는 너 키울 때 그르케 안혔다. 그냐~앙 놔뒀다' 하셨다.


일곱 살 된 채윤이가 뺀질 거리면서 말을 안 듣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나 엄마의 욕심에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한다고는 하지만 지적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이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혈 찬송'을 부르면서, '죄'에 대해서 많이 묵상을 하면서...

결국 내 약점이 드러나는 그 지점. 

좀 넘어갈 때 넘어가주지 못하고,

감정반응이 많고,

때문에 한 번 상한 감정은 빨리 풀어내지 못하고,

일일이 내 손 안에 잡혀야 안심을 하고...


생각을 해보니 채윤이 양육에서 어려운 그 지점은 바로 내가 잘 짓는 죄의 목록과 맞닿아 있었다.

채윤이 역시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불순종과 불평, 핑계, 거짓말을 시작하는 죄의 습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내 죄와 채윤이의 죄가 만날때 채윤이는 스트레스 받고, 나는 애를 잡는다.


'주의 보혈 능력있도다. 주의 피 믿으오. 주의 보혈 그 어린 양의 매우 귀중한 피로다'

'죄에서 자유를 얻게함은 보혈의 능력 주의 보혈, 시험을 이기는 승리되니 참 놀라운 능력이로다'


결국, 이런 죄를 해결할 방법은 교육심리학 박사가 쓴 양육서가 아니라!

죄를 회개하고, 그 분 앞에서 더 성화되고 깨끗해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십자가 앞에 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주의 은혜 아니고는 엄마 노릇도 지대로 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주의 은혜, 보혈의 공로 힘입어 엄마 노릇하기.

오늘도 기도한다.

2006/04/11

채윤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학습 준비도 검사'라는 것을 했다. 나도 예전에 유치원에 있을 때 '학습 준비도 검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온 아이들과 엄마들의 기선제압을 해야했던 적이 있었다.

'학습 준비도 검사' 이러면 그 용어만 들어도 엄마는 쫄게 되어있고 긴장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검사라는게....표준화된 검사도 아닌 것이, 출처도 불분명한 것이, 딱히 아이들에 관해서 제대로 측정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 이름만 거창한 것이다.


암튼, 채윤이도 이번에 유치원을 옮기면서 학습준비도 검사를 했다. 입학식 마치고 유치원 교실에서 했는데 선생님이'검사'에 대한 개념없이 진행을 하셨다. 엄마빠 쳐다보고 있지. 다른 아이들 왔다갔다 하면서 들여다 보지. 게다가 다른 학부모 몇 명까지 멀찍이 앉아서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윤일 앉혀 놓고 '노래를 해봐라' '이게 몇 개냐?' '리듬을 따라 쳐봐라' '선생님을 따라 걸어봐라' 하면서 검사라는 것을 하셨다.

(심리검사 담당 김인아 선생님! 이런 검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우?)


채윤이는 완전 쫄아가지구....대답하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손뼉도 제대로 못 치고, 노래는 커녕 따라서 걸어보라는데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몸을 베~베 꼬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빠 마음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개념없는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가 그 검사하는 책상 옆에 가서 계속 주의를 흐뜨리는데도 그냥 바라보고  서 있고 말이다.


'무대체질'이라고 불리던 채윤이가 요즘 들어 유난스레 부끄러워 한다. 어릴 때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잘 하더니 이제 사람들이 있으면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학습 준비도 검사'를 하는데 '노래 해보라'는 지시에 입도 뻥긋 못하는 걸 보고 참으로 속상했다. 끝나고 나서 '선생님! 채윤이가 다른 건 몰라도 노래는 디따 잘해요' 하고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검사의 채점란에 어떻게 체크가 될 지도 뻔히 아는 엄마가 아닌가?


한 개 더 느긋해지고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채윤이가 할 수도 있는데 못 보여주는 것은 언젠가 지가 편해지면 드러날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채윤이를 다그치거나 엄마가 나서서 설명하고 그럴 일도 아닌 것 같다. 또 속이 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채윤이의 모습도 허허롭게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건 엄마가 도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집에서 채윤이를 격려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채윤이는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할테니까 말이다.

채윤이의 장점을 잘 찾아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엄마의 해야할 일이지만 '채윤이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남다르길'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진정으로 남다른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엄마 조차도 오늘, 지금 여기 있는 채윤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채윤이가 어디가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나?


굳이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사실은 엄마인 내게 너무나 필요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200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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