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가면 두 개의 그림이 나옵니다.
물 속에서만 노는 채윤이 그림, 물 밖에서만 노는 현승이 그림.
모래사장에 앉아서 끝없이 모래놀이를 하는 현승.
가끔은 그 모래사장 위를 다다다다 뛰어 다니기도 하는데 그 때가 참 귀엽죠.
헌데, 거제도의 몽돌 해수욕장은 돌멩이로 된 해수욕장이네요.
별로 물 취향이 아닌 현승이는 다다다다 뛰어다니는 놀이를 하나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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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속상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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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는 몽돌이든 모래든 발이 아프든 말든 바닷속에서 나오질 않죠.
재밌긴 재밌고 혼자 놀기에는 쫌 무섭고....이럴 때 채윤이에게 아빠가 있다는 건, 뭐랄까 참으로 복된 일이죠. 저렇게 바다에만 가면 아빠는 채윤이 옆에서 떠나질 못하고 파도타기 시중을 들어야 해요.

두 아이가 참 달라요.
動적인 채윤이, 靜적인 현승이.
두 어른도 달라요.
동적인 신실이, 정적인 종필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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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차 진주 처가댁에 내려왔다가 잠시 얼굴을 보게된 성호삼츈 덕에 가족사진 한 장 남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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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포로수용소 기념 유적지에 갔습니다.
학기 중에 학교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를 봤던 채윤이는 전쟁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 영화 얘기를 두고두고 하는 것이 마음에 남은 것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수용소의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도 더운 날씨에 짜증도 별로 안내고 관심있게 지켜보았습니다.
채윤이의 마음과 생각에 전쟁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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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는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성향 때문인지 시종일관 '엄마! 어디가 나쁜 놈이야?'
"어디가 우리 편이야?"를 묻습니다.
"여기가 어디야? 남한이야? 그러면 북한이 나쁜 놈이야? 미국은? 미국은 나쁜 나라야?"
하는데...
"응. 젤 나쁜 나라는 미국이야" 하고 싶었지만.....
"원래 나쁜 나라, 원래 착한 나라는 없어. 어떨 때 나쁜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착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 거지"
대충 얼버무려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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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빠와 아들은 비행기, 탱크, 이런 걸 보니 눈이 빛나더구만요.
이때부터 하늘은 본격적으로 맑아졌습니다.
실내 전시관을 돌아보고 나오니 남아있던 먹구름 모두 걷히고 뭉게뭉게 흰구름이 떠다니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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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의 남도 여행을 추억하며 거제도 여행을 계획했다.
거제도인 이유는 남편의 룸메이트이신 전도사님이 사역하고 계시는 곳이고,
우리 교회 장로님께서 깊이 관여하며 섬기고 계시는 애광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숙소를 애광원으로 한다는 것과 룸메이트 전도사님 가족을 만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출발하는 날 비는 쏟아지고 날씨는 계속 좋지 않을거라는 예보에 마음이 썩 내키질 않았다.
애광원에 장로님께서 전화를 해놓으신 것만 없으면 취소하고픈 마음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 어떤 분의 계획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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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비롯한 몇 가지 불편한 마음으로 도착한 애광원에서 이틀을 머물 숙소에 들어갔다.
불안한 마음을 날려버릴 만큼 멋진 전경이 창 앞으로 펼쳐졌다.
장승포항이 그대로 내려다 뵈는 방이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애광원 부원장님의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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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탁자 위에 준비된 과일과 간식.
그리고 일정에 대해서 너무나 세심히 정보를 제공하시고, 식사대접까지 하신단다.
생각지도 못했던 분에 넘치는 환대에 애빈 하우스가 아니라 쥐구멍이 있으면 거기서 잠을 자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다.

2박3일 동안 내내 받은 환대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장로님께서 그동안 애광원을 어떻게 섬기셨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고,
그 공로로 우리는 값 없이 받는 후한 대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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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광원과 거제도를 즐기면서 조용히 이번 여행을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힘을 느끼며,
내 말을 멈추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말을 하고 있었다. 애광원에서 맞은 아침에는 조금씩 하늘이 보이는 듯 했다. 먹구름 저 끝에, 저 수평선 위로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애광원 친구들의 직업재활 시설인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잠깐의 독서를 했다.

이제 신나게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하고 애광원을 출발하는 차 안에서 부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슨, 내일 아침 직원예배에 남편에게 설교를 하시라는 말씀.
전화 내용을 간파하고 나서 애들에게 그랬다.
"애들아! 아빠는 떠나셨다. 아빠는 몸은 여기 계시지만 마음은 내일 설교로 가셨단다"
다행인 것은 남편은 설교에 그닥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이미 준비된 설교들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설교하게 될 줄이야....그러나 이번 여행 안에서 이 대목이 중요한 대목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하나님은 남편을 설교자로 부르셨다. 남편은 설교할 때 행복하고 설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편은 그 어떤 목사보다 설교를 잘 하는 목사되기를 원한다.
아니, 설교를 제대로 잘 하는 목사와 사랑이 많은 목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택일의 문항이 될 수 없다. 제.대.로. 설교를 잘 하는 목사가 되는 것은 모든 걸 갖춘 목사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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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마치고 애광원 원장님을 잠깐 뵙고 시설을 둘러보았다.
120명의 중증 장애아기들이 있는 민들레집에서는 만난 아이들은 치료할 때 만나는 아이들 같았다. 와서 안기고, 장난을 걸고, 손을 잡고 인사를 하면 눈을 빛내고...
다음 번에 꼭 악기 싸들고 내려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머릿 속에 치료계획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아이들과 치료로 자주 만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다.

애광원의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는 우리 교회 장로님이 계셨다.
건물들을 둘러보면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건축에 대해서 문외한인 내 눈에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배려했는지가 느껴졌으니까. 여기서 만나서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장로님은 삶으로 예수님을 보여주는 큰 배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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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광원을 둘러보는 동안 채윤이나 현승이 모두 처음 긴장된 표정이 풀리고,
오빠들과 언니들의 손을 잡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 안녕 인사도 하면서 금방 익숙해졌다.
둘러 앉아서 바느질로 수를 놓으며 작품활동(?)을 하다가 우리를 보고는 달려와서 자랑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너무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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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광원은 100여명의 성인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둥지마을'을 새로 짓는 일로 분주했다.
시설은 최고지만 그것들이 다 돈이 있어서 한 일이 아님이 분명했고 이미 지고 있는 부채도 많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것두 부모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그렇게 좋은 체육관을 지어줘서 뭐하냐? 낭비다' 하는 비난을 들으면서 '어쨌든 처음에 힘에 부치게 최고로 해놓아야 그 다음에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장애아이들은 늘 혜택받지 못하는 채로 살아야 한다' 라 하시며 50여년을 꾸려오신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거제도에 있으면서 방문한 어떤 교회는 180억 건축비에 걸맞게 최신식 시설을 갖춘 교회였다.
본당 음향장비만 3억이란다.

여행 내내, 아니 지금까지도 애광원과 그 교회가 오버랩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애광원의 원장님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신단다.
'당신들 건강세 내라. 당신들이 아파야 할지도 모르는 것 우리 아이들이 대신 아파주고 있으니까 건강세 내서 아이들 도와라'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 것이라 우기는 것 백 번 천 번 틀리지 않은 것일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것들이 내 노력으로 된 것이 별로 없는 걸 보면 어쩌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닌 었던 건 아닐까?  

애광원과 이번 거제도 여행은 답을 얻어 온 여행이 아니라 숙제를 잔뜩 지고 온 여행이다.
맘 편히 쉬고 놀고 온 여행이 아니라 끊임없이 던져지는 문제들을 받아 적기에 바쁜 여행이기도 했다. 이 문제들이 내 일상에서 하나 씩 하나 씩 풀어지면서 얻게 될 유익은 그 풍성함에 있어서 이 땅의 것이 아닐 거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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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돼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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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네 번째 돼지다.
첫 번째 돼지는 잡아서 카메라를 사고,
두 번째 돼지는 레이저 프린터를 하고,
세 번째는 부부 일일 여행경비로 쓰고,
이번에는 뮤지컬 '라이언 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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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신 분이 "여름 휴가를 포기하시더라도 애들하고 이걸 보세요"하면서 강추를 했다.
'내일은 뮤지컬 배우 김채윤'을 위해서도 한 번 봤으면 싶었는데 웬만큼 비싸야 언감생심 꿈이라도 꿔보지... 채윤이 여섯 살 때 선물받은 '와이키키 부라더스' 초대권으로 국립극장에 가서 공연을 관람하던 채윤이. 원래 입장도 불가한 거였고, 내용은 이해도 안될테고 시간은 늦은시간이라 피곤할텐데 목을 빼고 뮤지컬에 빠졌었다. '라이언 킹'은 에니메이션도 봤고 음악도 많이 들었는데 채윤이가 보면 딱인데....ㅜㅜ

이러면서 침만 삼키고 있었는데....
갑자가 몇 년 동안 열심히 거둬 멕여서 배가 터질려고 하는 분홍 돼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뜯어보자!!!!
뜯어봤더니 희한하게도.....네 식구 뮤지컬 보는 돈과 딱 8000원이 더 들어있다.
8000원은 음료수 값!ㅎㅎㅎ
근데 더 기쁜 건, 아빠 여름 사역으로 시간이 나질 않아서 예매를 미루고 미루다보니 막판 할인행사에 또 걸렸네. 그래서 음료수 값에 저녁값까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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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끔 영화나 봐주면 문화에 그리 고프지도 않는 정도의 삶이다.
뮤지컬은 보면 감동 백배 좋기는 하겠지만 워낙 비싸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누릴 문화생활은
아니라고 제껴두고 산다. 근데 채윤이를 생각하면 1년에 한 번 쯤은 내일의 꿈나무를 위해서 경험을 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몇 년 동안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들 돼지한테 갖다 먹이는 하찮은 일로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니 거저 얻은 행복처럼 기분이 날아갈듯 하다. 주머니가 넉넉해서 떡하니 네 장의 티켓을 갈등없이 사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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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말에 아빠 방학.
그러나 성경학교 준비, 설교준비 기타 등등으로 방학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상태로
한 달을 넘게 보냄.

7월 말에 채윤이 방학.
공교육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성격이 차분하고 어쩌구 저쩌구 하여.....맡은 일을 끝까지 하고...'하는 엄마빠로서는 잘 수긍이 안 되는 통지표를 받아가지고 옴.

7월 진짜 말에 현승이 방학.
일주일 간의 어린이집 방학으로 잠탱이 현승이가 깨우지 않으면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날 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태.

7월 말에 엄마도 방학.
애매하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하는 것이 남고 방학을 하게 됨.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방학이지만 프리랜서의 비애. 놀아도 무.급이라는 거.

암튼, 네 식구 방학을 맞아 특별한 일이 없는 오전에는 이 더운 날에 좁은 집에 다 모여 우글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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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학교 마친 평가와 수요예배 설교 준비로 분주한 아빠.
거실 탁자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서 하루 종일 저렇게 열기를 뿜어내고 있음.
누나의 놀이 파트너 하다 지친 현승이 아빠 옆에서 낙서놀이 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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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멕이고, 점심 멕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리고 엄마가 가장 애타게 바라던 시간은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책 한 줄 보는 거.
거실 탁자를 점거 중인 아빠를 못 밀어내고 식탁을 차지한 엄마.
그리고 선생님 놀이, 미용실 놀이, 발표회 놀이.....모든 놀이를 섭렵하고 더 이상 할 놀이가
없어서 책을 들고 마주 앉으신 채윤이.
이제 읽기는 완전히 뗐나보다. 처음으로 그림책 아닌, 글씨가 많은 책을 혼자 읽어 독파하는 중.

놀 방, 배울 학.
'배움을 놓아야 하는' 방학에 나름의 배움을 하나 씩 들고 잠시 조용해진 우리 집구석.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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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대학가에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공부하러 가는 건데도 공부와 멀어진 일상을 살다보니 '공부하러' 가는 것이  '나들이' 가듯 설레더라구요. 한양대에서 하워드 가드너란 분이 오셔서 다중지능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어요. 책으로만 보던 분이라 직접 보고 강의 듣는다는 것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루 일을 다 비우고 부푼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한양대로 갔죠.
그런데 이게 웬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전접수한 사람들도 자리도 못 앉고 교재도 못 받고 심지어 영상강의를 듣는 교실조차 미어 터집니다. 삐집고 들어볼려다가 도저히 강의가 귀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게다가 통역도 없는 강의ㅜㅜ) 세미나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끝나고 들러보려고 했던 구내서점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만난 책 <남한산성>. 소설을 읽어본 지가 언제던가? 아마 마지막으로 읽었던 소설도 김훈의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요. 책도 끌리지만 책 디자인 또한 눈을 사로잡아 버리네요.

책을 사서 들고 점심으로 김밥을 한 줄 먹은 후에 캠퍼스에 있는 커피집 창가에 앉았습니다. 창 바로 앞 벤치에서 도시락을 싸와서 먹고 있는 커플이 참 예뻐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시간을 보내고는 큰 아쉬움 없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하워드 가드너를 만나러 갔다가 슬쩍 얼굴만 보고 돌아선 아쉬움이 있었지만 우연히 김훈을 다시 만난 것 또한 기쁨이었으니까요. 날이 갈수록 이렇게 계획되지 않는 만남 또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따지고보면 계획대로 된 만남이 인생에 몇 번이나 있을런지...

우연히 만난 사람 때문에 진로가 바뀌고, 우연히 만난 후배가 남편이 되고, 우연히 만나 몇 마디 주고받던 사람과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고.....
우연히 다시 만난 김훈님을 통해서 몇 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 인조를 만나고 남한산성의 사람들을 만나느라 며칠이 행복했습니다.

어떤 만남인들 우연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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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망설이다 큰 맘 먹고 이사를 시작했지요.
천 개가 넘는 글을 싸짊어지고 온다는 것이 진짜 만만치 않았어요.
웬만하면 밤을 지새우더라도 하루 이틀 안에 끝냈을 일이 꽤 시간 걸렸네요.
후회도 많이 하고요.
남편은 '그걸 다 왜 옮겨? 그냥 하지....너무 무모한 일이었어'
하면서 쌓아 놓은 이삿짐에 무게를 더해주네요.

그러나 결국은 다 옮겼습니다.
필요없는 짐은 옛집에 버려두고 와서 조금 가벼워지기는 했지만요.

래리크랩의 책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문패를 달았어요.

아이디도 래리크랩의 lari를 빌어왔구요.
이제 새 집에서 새로운 글놀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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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방학을 하니까 식사 시간이 '먹고 사는 집' 같아집니다.
애들하고만 밥을 먹게 되면 애들 위주의 식탁이 늘 그렇고 그런데다가,
길게 대화를 하며 식사하게 되지도 않으니까 식사시간이 참으로 심플합니다.

남편이 함께 있으면 찌게도 있고,
반찬들도 나름 형형색색이 되고,
무엇보다 끊임없는 대화가 더욱 풍성한 식탁을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식사를 마치고도 그대로 한참을 앉아있기 일쑨데요...

그 사이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왔다갔다 하면서 놀이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놀고 부부는 마주앉아 노닥거리고 있는 사이...
함박웃음을 짓고 와서 재롱을 떠는 현승이와 얘기하는 중일겁니다.

기다란 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벼르고 벼르다 머리를 했는데...
머리도, 표정도 낯선 모습이네요.
그렇지만 싫지는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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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잘할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제일은 운동이다.

도대체 유전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내 동생은 운동을 전공하려고 할 만큼 운동을 잘하고 좋아한다.

지금도 30대에 노익장을 과시하면 젊은 애들과 몇 시간 씩 농구를 하곤 한다는데...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운동을 못해도 그렇게 못할 수가 없다.

100M 21초. 체력장때 카운트 하는 선생님이 출발하기 전에 초시계를 먼저 눌러줘서 18초. 이게 신기록이다.


아~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을 생각하면.....

열등감의 매트에서 뒹굴고, 열등감의 공을 던지고 놓치고, 열등감의 철봉에 1초 매달렸다 떨어지고...

정말 가고 싶지 않지만 예전에 청년부에서 탁구장 같은델 가면 우와~ 다들 놀랜다. 탁구를 치는 것이냐? 테니스를 치는 것이냐?

라켓에 공이 도저히 맞지를 않는다. 마음같이 안 되는 내 몸이 밉고 부끄러웠다. 운동이라 이름 붙은 건 뭘해도 그러했다.


결혼하고 남편하고 베드민턴을 간간이 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삣나가진 않는 것이 신기하여 열심히 쳐봤다.

세상에 태어나서 나보다 못하는 사람과 스포츠를 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됐다. 우후후후후....


어머니가 다니시던 수영장이 한 달에 36,000원으로 싸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4월부터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수영 역시 시도해 보지 않았던 운동은 아니다. 결혼 전에 몇 번 시도를 했어도 남들 다 진도 평영 접영하고 있는데

끝끝내 자유영 호흡이 안 돼서 쪽팔려서 그만두곤 했었다.

채윤이 임신하고 임산부 수영교실을 다니면서 그나마 어설프게 자유영 호흡을 배웠다. 부력 때문에 임산부는 물에 더 잘 뜬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런 잇점이 있어서 그 넘기 어려운 자유영 호흡의 산을 넘었다.


역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지만 이번 수영을 하면서는 내 마음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에 수영을 하러 갔는데 역시나 뭐든 배우는 대로 뒤쳐지는 내가 보였다.

쪽팔렸다. 어느 날 뭐가 그렇게 쪽팔린가 생각을 했더니 '저 사람들이 내 우스운 폼을 보고 얼마나 비웃을까?'

하는 생각에 컸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내가 이상한 폼으로 수영하는 사람들 보고 '폼 참 이상하네' 라고 생각은 할지언정,

그것으로 사람을 비웃고 그러지는 않았다.

아! 자꾸만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비교' 때문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날이 내 운동의 역사에 획을 긋게 되었다.

사람들을 보면서 비교하지 않기. 코치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자꾸 생각하면서 열심히 열심히 해보기.


아~ 이것이 역사를 만들어냈다.

수영을 잘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더 잘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예전의 나보다는 더 잘 하게 되었다.

비결은 꾸준히 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습하는데 있었다.

가끔 이상한 폼을 고치라고 지적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된다. 그걸 생각하며 연습하면 고쳐지는 것이다.


마음도 그러리라.

예수님 닮지 않아서 힘든 이 마음. 뭐가 옳은 것인지 알면서 도저히 나로서는 안 되는 그런 마음의 경지가 있다.

몸을 단련하듯 자꾸 생각하며 자꾸 연습하면 마음도 자라겠구나. 몸이 단련되는 것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옆을 자꾸 보면서 '내가 좀 낫다고, 나는 너무 못하다고' 비교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안된다고 너무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는 순간이

쌓이면 마음도 단련되겠구나.


올 한 해는 수영을 배우면서 몸이 많이 건강해지고,

배우는 즐거움도 알게 되고,
40년(으악! 40년!!!) 이 가깝게 나를 따라다니던 큰 열등감 덩어리도 하나 떼어낸 것 같다.


감사, 감사, 감사다.

200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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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린이 성가대 지휘를 하면서 피스를 없애 버렸다.

연습 때 악보를 나눠주면 일단 연습을 하고 집으로 악보를 가져가서는 일주일 동안 가사를 외워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일 예배 때는 악보를 들고 하지 않았다.

만약 가사를 못 외운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알아서 그 주에 성가대에 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보통 위험부담이 큰 모험이 아니다.

왜냐면 최악의 경우 한 명도 안 외워올 수도 있는 거니까.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찬양을 하다보니 애들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사를 잘 이해하고, 묵상하고, 삶에 적용시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애들 말로 잘 풀어서 설명도 하곤 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가사고백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아예 그냥 가사를 외우게 시키자'였다.

'집에 가서 묵상해 와라' 이것처럼 애들한테 막연한 숙제가 있겠나 싶어서 '외워와라' 했었다.


처음에 그런 의도로 시작을 했지만.

이것은 애들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시험이었다.

믿거라 하는 녀석들이 가사 안 외워 와가지고 저~쪽 회중석에 앉아서 성가대 쪽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때..

'아~ 저 녀석 빠지면 소리 낼 애가 없는데...'하는 생각이 들면 오금이 저리고,

'저 녀석만 구제할까?'하는 갈등도 잠시 하게 되고 말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철저한 훈련의 기회가 되었다.

'사람을 의지하거나, 사람을 바라보거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찬양'을 연습하기.


최악의 경우에 두 명인가 외워왔던 적이 있다.

애들은 내심 '이 정도 됐으면 선생님이 우리를 다 구제하겠다. 연습하면서 외우라고 하겠지'하는 기대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더욱 두 명만 데리고 주일 찬양을 드렸다.

정말 그 때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떨리고, 절망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란...

그러나, 그런 기회는 모든 성가대 아이들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남기게 되었다.

준비되지 못한 사람은 찬양할 수 없다.

단지 노래를 잘 하거나, 연습할 때 빨리 외울 수 있는 머리를 가졌다해도 최소한의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는 찬양하는 것이

옳지 않다.


물론, 그거 안 외우고 찬양 드린다고 하나님께서 그 찬양 안 받으신다고 가르치지는 않았다.


또 지금 샬롬 찬양대 지휘를 하면서 '연습 안 하신 분들 서지 마세요' 이러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휘자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난 주에 연습 빠졌어요. 제가 이렇게 서도 되는지 원...' 하시면

'예~ 물론이죠' 한다.


생각해보면, 애들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했던 좀 고약한 짓이었다.

그러나 그 훈련이 내게 오히려 약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샬롬찬양대에서 음악적으로는 물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시는 집사님 한 분이 중국으로 가셔서 빈 자리가 생겼다.

또, 솔리스트 이시면서 지휘자의 마음에 큰 자리를 차지하시는 집사님 부부가 먼 곳으로 이사를 하셔서 또 자리가 비었다.

마음적으로 많이 의지가 되는 분들이라서 한 두 주 연습시간에 힘이 들고 지치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어린이 성가대에서 두 명 데리고 지휘하던 생각이 난 것이다.

그렇다. 성가대 뿐 아니라 모든 하나님의 공동체는 하나님의 것이다.

몇 분의 결원으로
연습시간이 더 힘겨워지고, 어느 파트의 소리가 더 거칠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찬양 그 자체를 어찌하지 못한다.


찬양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 분의 것이기 때문이다.

2006/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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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방학에 남편이 수요예배 찬양인도를 할 때 옆에 서서 싱어로 도왔었다.

여느 때 처럼 나는 찬양만 시작하면 목이 메여오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어떤 때는 연습 때부터 눈물이 나와서 주체하시 못하곤 했었다.


그 때 남편이 그런 말을 했다.

'찬양 인도를 할 때는 가사를 끝까지 묵상하면 안 돼. 가사에 완전히 몰입하면 눈물이 나와서 찬양이 안 돼'


항상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만 마음을 다잡아 먹고 찬양을 부르기 시작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주일 아침예배 시간에도 마찬가지고 목자 큰 모임이나 이런 때 잠깐 참양을 할 때도 그렇다.

이런 경우의 눈물은 민망스럽기는 하지만 대충 옆 사람 눈치 안 채게 수습하면 된다.


문제는 찬양인도를 할 때나 지휘를 할 때가 문제다.

지휘를 하면서 나에게 있어서 제일 힘든 건 눈물을 틀어 막는 것이다.

내가 조금만 눈물을 보여도 찬양대 여집사님들에게 파급효과가 너무 크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일단 너무 쪽팔린다.^^;;


예배를 시작할 때마다 '보혈을 지나 하나님 품으로' 찬양을 시하는데

'존귀한 주 보혈이 내 영을 새롭게 하시네'하는 부분을 부르다보면 일주일 동안 또 다시 더러워진 나의 일상과 영혼으로

눈물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렇게 찬양을 하다가 기도송 지휘를 하러 눈이 뻘개져 가지고 나가면....

아~ 정말....죽갔다.


찬양 인도자 중에서, 그리고 가끔은 설교자 중에서 내가 젤 견딜 수 없는 스탈이

감동받기를, 은혜 받기를 강요하는 분들이다.

분위기를 조장해서 분위기로 결국 사람을 울게 만들고 결국 은혜 받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것 말이다.

아마도 내가 찬양인도를 할 때 눈물로 인해서 가지는 큰 부담 중에 하나는 그거일 지도 모르겠다.

인도자의 눈물이 회중들의 정서에 영향을 미쳐서 '가사를 묵상해서 스스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따라서 우는 눈물이 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까, 찬양  그 자체 아닌 다른 것으로 분위기만 그럴싸하게 만들어서 찬양받으실 하나님과 찬양 드리는 사람 사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


그렇다고 찬양하는 시간에 내 눈에 눈물이 마르는 걸 원하진 않는다.

쪽팔리긴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뜨겁게 하시는 성령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한다.


다만, 찬양인도와 지휘를 해야하는 그 자리에서 이것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200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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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강의에서 들은 얘기를 나에게 다시 전해 준 말이다.


'정말 나쁜 사람은 누구인가?

나쁜 의도로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인가? 아니다.

정말 나쁜 사람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대략 이런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선한 말과 선한 행동을 하는 사람, 알고 보면 젤 나쁘고 조심해야 할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사람이라면? 선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 선한 행동의 동기가 나쁘다면, 아니 불순하다면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면서,

관계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면서 아무래도 제일 두려운 일은 이것이다.


불순한 동기로 선한행동을 하는 것.


어려운 점은 '불순한 동기'라는 것이 온전히 불순한 경우는 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목적으로 이런 저런 착한 일을 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겠노라고 열심히 찬양 연습을 하여 주일 예배 때마다 찬양을 드린다.

그런데,

불순한 동기는 항상 그와 같은 고상한 동기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 조차도 속는 것. 나조차도 내가 표방하는 고상한 동기에 속아 넘어 간다는 것!



 

책의 제목 만큼이나 혁명적인 책이다.

이 책을 마음을 열어 읽기만 한다면 말이다.


왜 사람들이 믿음을 말하면서 여전히 주변 사람들을 향해서 비수를 꽂는 일들을 서슴치 않는지?

(사람들이 아니라 '왜 내가'라고 고치는 것이 정확하겠다)


또 왜 그렇게 자주 사람들을 향해 비난과 원망의 마음을 품게 되는 지,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유추가 필요했다.


최근에 나는 믿고 있던, 나름대로 어떤 부분 존경하기도 한다는 분의 몇 마디 말에 소위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잠깐 동안 그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실은 그러면서 이 책을 다시 들춰 보게 된 것이다. 상처받았다고 할 때 나는 이미 죄를 짓기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 준 줄도 모르는데 나는 그 사람을 원망했다가 미워했다가 억울해서 뒤집어지고 엎어지고 하는 것이다.

정작 죄를 짓고 있는 건 나다.

그리고,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얘기한 사안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맞다. 나는 상처받았다고 질퍽거리고 있는 사이 하나님이 나를 인정해 주시는 것보다 사람이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의식 저 안 쪽에서 외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혁명은 한 번으로 족하지 않다.

이런 식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충격받는 마음의 혁명을 매일매일이라고 일어나야 한다.


그것 없이 내 인생은 맨날 상처받았다는 어리석은 말로 내 죄성을 덮으며 덮으며 사는 바보 같은 나날들일 것이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애타는 기도로 마음의 단일성,

내 마음의 순결함을 구한다.

비둘기 같이 순결하셨던 주님처럼, 그렇게 순결한 마음 갖기를.....

200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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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해보고 싶다.^^;;


채윤이 때문에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뮤지컬을 보는 기회가 한 두 번 생겼다.


현장에서, 무대 가까운 자리에서 배우들을 바라보노라면 누구라도 감동을 받지 않겠나?


그런데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


어릴 적에 나를 잘 관찰해주고, 또 격려해주고, 내 재능을 찾아주고,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소개해 줬다면....그래서 아주 최적의 조건에서 내가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나도 뮤지컬배우를 해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무대 위의 배우를 바라보면서 '참 행복하겠다. 얼마나 신날까?' 하는 생각이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나 정도면 '매우 높다'라고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의 일을 그다지 부러워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내가 나를 지금처럼 잘 알게 된 것이 어쩌면 30대 이후인데...

누군들 나를 찾아주고, 내 꿈을 찾아줄 수 있었겠는가?

200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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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AP목장을 정말 사랑하고,

무엇보다 목장에 감사하는 이유가 있다.


청년시절부터 소그룹 리더로 섬겼지만 나는 스스로 그리 좋은 리더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과 다르지 않은 리더였을테지만,

근본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리더였다.


그 증거는 틀어진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청년시절의 공동체를 통해서 내게는 두 세 건의 틀어진 관계가 있다.

그 당시 그 상황에 있을 때는 많은 우아한 표현들을 썼지만 단연코 마음으로부터 내가 거부하고 밀어냈었다고 고백할 수 있다. 내게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이유가 공동체로 부르신 하나님 앞에서도 충분하지는 않았다. 아무튼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은 과거이기도 하고, 그러나 그 과거가 없었다면 어쩌면 아직도 나는 그 수준에 있을 지 모르는 일이다.


그 틀어진 관계가 온 몸으로 느껴졌던 사건 이후에 나는 '영적파산'을 경험했다.

그 영적파산은 남편과 처음 교제후 헤어짐의 기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더욱 헤어나기 힘든 시절이었다. 돌아보면 지옥같은 고통의 시절이었고, 철저하게 나의 악함과 약함을 직면해야 하는 시기였다.


관계의 문제는 어쩌면 '다름'의 문제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이렇게도 다르게 지으셨을까? 어느 한 사람 온전히 나랑 같은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관계 문제의 대부분은 '잘잘못'의 문제보다는 '다름'의 문제라는 것을 온 몸으로 배운 것은 내 삶에 있어서 축복이고 은혜였다.


'다름'과 '다양성'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어떤 관계는 답이 잘 안 나오고 껄끄럽고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어떤 관계의 문제에서든 나를 '무작정의 피해자'로 간주하며 일을 해결하려 하지는 않게 되었다.


나는 우리 AP목장 안에서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누구랄 것 없이 개성이 있고, 삶의 스타일이 다르고, 신앙의 방식도 다르지만....그 다름으로 인해서 많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 목장에서 내가 제일 언니인데 언니로 대접해주는 동생들로 인해서 얼마나 자존감이 높아지는지 모르겠다.

'다름'이 잘 받아들여지는 공동체, 그리고 그 공동체의 구성원. 무엇보다 '다름'을 잘 분별하고 받아들이는 나 자신. 목장모임을 통해서 '다름'을 '감사'로 경험하게 하신 그 분의 뜻에 더 합당한 분별력과 받아들임과, 은혜로 살기를 기도한다.


일마다, 때마다 더 겸손하게 낮아지면서....

200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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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샬롬 찬양대에는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분이 계셨습니다.
항간에는 이 분은 '연습 중에 화장실 가셔도 안 된다' 하는 소문이 돌 정도였습니다.
지휘자로서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소프라노에서 소리를 주도해서 내시는 분인데,
이 분이 처음으로 연습에 빠지신 날 정말 당황이 되었습니다. 소프라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다른 파트가 영향을 받기 시작해서 찬양대 소리가 전멸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노래를 잘 하실 뿐 아니라 영발도 끝내주는 분이라서 이런 저런 영향력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예전부터 속 깊은 얘기를 나누고 기도해주시던 분이라서 저 역시 심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는 분이지요.

이 분이 사경회를 앞두고 호주로 여행을 가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경회 이튿 날 저녁에 우리 찬양대가 찬양을 드려야 하게 되었습니다. 딱히 말로 하지 않아도 이 분이 안 계신 상황에서 더 큰 무대로 가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문제였습니다. 주일 예배 찬양도 마찬가지이구요.

지휘자로 데뷔하고 1부 예배 외에 처음 다른 무대에 서는 건데....좀 그럴듯 하게 하고 싶은데...하는 욕심들을 빨리 내려 놓았습니다. '다른 대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무엇보다 찬양 받으실 하나님께서 그런 정도의 일로 영향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에 최선을 다해 찬양을 준비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일 입니까? 찬양 연습을 하는데 소프라노에서 기적 같은 소리가 났습니다. 지난 주 모든 대원이 돌아가면서 솔로를 하고 난 다음이라 자신감이 생긴 터에 일당백 해야겠다는 책임감 까지 더해져서 모두들 기대 이상의 소리들을 내시는 것입니다. 그 분이 빠지면 소프라노 자체가 없어지는 듯 했었는데 당당한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50이 넘으신 집사님이 연습이 끝나자 '머리가 띵하다. 쓰러질 듯 하다' 하실 정도로 열심히 찬양하셨습니다.
열심과 열정은 전염되기 마련. 다른 파트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연습하면서 '이대로 지금 이 모습 이대로 예배에 그대로 가져 갔으면 좋겠다. 남은 음악적 연습 포기해도 좋다. 모든 걸 다 쏟아 넣어 찬양하는 이 모습 이대로 가져갔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너무 열심히 연습들을 하신 나머지 이 분들이 가사를 다 외워버리신 것입니다.(물론 한 번 했던 찬양이기도 했고 가사가 반복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50대로 구성된 찬양대 입니다. 이 분들이 당신들 입으로 먼저 '가사 보지 말고 그냥 외워서 합시다' 하는 것입니다. !!!!!!
"제가 외우자고 한 거 아녜요. 여러분이 하신 겁니다" 몇 번 확인을 했습니다. 물론 헷갈려서 버벅거리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 완벽하게 외워서 당일 찬양을 드렸습니다.

토요일 사경회 저녁에 그렇게 찬양을 드리고 주일 아침에 만났습니다. 8시에 갔더니 담임 목사님 일찍 오셔서 대원들과 차를 들고 계셨습니다. "저희는요 일주일 쌓인 스트레스 주일 날 찬양대 와서 다 풉니다. 아마도 지휘자님이 은근히 음악치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면서 들떠 있었습니다.

주일 찬양이 짧은 가사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이었는데 예배 들어가기 한 20분 전에 한 분이'다 외왔다. 이것도 고마 확 외워뿔지. 뭐~ 악보 뭐 보겠노. 쉬운데' 하시더니 결국 또 악보를 안 보고 부르시겠답니다.
"오늘도 외워서 부르면 교인들이 샬롬 찬양대 미쳤다고 해요. 어제 칭찬좀 받더니 밤새도록 가사 외웠네" 할거예요. 하면서 농담 반 했는데 결국 다시 악보를 보지 않고 찬양 드렸습니다.


두 번의 찬양을 통해서 내가 온 마음을 쏟은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꼭 노래 잘 하는 목소리가 아니어도 찬양할 수 있습니다. 자신있게 찬양하세요. 할 수 있습니다. 악보도 잘 못 보는 당신도 찬양이 하고 싶어서 여기 있는 이상 할 수 있습니다. 자신있게 온 마음을 드리면 됩니다. 위축되지 마세요. 할 수 있습니다' 하는 메세지를 눈과 표정으로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메세지가 전달 되었고 이 분들은 음악적으로는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다른 경지의 찬양을 드리고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 샬롬 찬양대 안에 팽배한 '노래 못하는 사람들 모인 찬양대'라는 보이지 않는 의식들이 많이 씻겨졌다는 것입니다.

입 안이 다 부르트고 헤어져도 나는 살 맛이 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 안에 숨겨진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있게 발현할 수 있게 되는 것. 자신에게 없는 것을 붙들고 위축돼 있던 한 사람이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었어? 내가 이런 존재였어? 내가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야?' 라고 깨닫는 순간 천국의 기쁨을 맛 보는 것.
주 중에 만나는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자신 안에 가진 잠재력을 음악을 통해서 발현하면서 그 순간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내고, 그야말로 '정상화'를 경험하는 것.

그런 일을 할 때, 나는 정말 살 맛이 납니다.

200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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