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오면 제일 먼저 베란다 앞에 서서 하늘을 본다.  이름을 잘 지어야 하는 것이, 하늘을 보면 "하늘"이라 불리는 연구소 연구원 선생님이 생각나곤 한다. 그리고 바로 글쓰기 모임에서 한 벗이 썼던 문장이 따라 나온다. "하늘이라고 늘 맑으라는 법이 있나." 오늘 하늘은 이 연상작용이 줄줄줄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그런 하늘이다. 아, 연구원 하늘이 유럽 여행을 가서 여기 없구나, 하늘이라고 맑으라는 법이 없으니... 하늘의 주인께서 오늘은 흐리기로 작정하신 날이구나. 베란다 앞 십자가는 무겁고 슬프구나. 입원 첫날을 보내셨을 어머니 생각, 안팎의 짐들의 무게가 저 십자가에 투영되었나?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있었던 꿈모임에서의 문장들이 가슴 언저리에서 맴돈다. "상처에 피흘리며 기절하듯 고개를 떨군 여자"  "원래는 하늘로 솟구쳐야 하는데 건물 안이라..." "그냥 두면 안 되겠다, 나의 힘을 보여준다." 
 
이 마음 그대로 가지고 영적 독서와 말씀 묵상의 창들을 열었다. 말씀 묵상 밴드에 JP가 마태복음 12:22-32에 붙인 묵상이 마음을 울렸다.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 12:30)

이 세상의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가라지(원수가 뿌려 놓은 것, 악)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발본색원하여 이상사회를 만들려는 모든 시도는 다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인간 존재의 이중성 때문일 것입니다. 악은 사라지고 선한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한 순간, 어느새 마귀는 그 선한 사람들의 선한 행위가 누군가에게 악한 행위가 되도록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예수님은 그 시대 로마 권력을 내몰고, 유대 권력을 붕괴시켜, 새로운 메시아 시대를 혁명적 방식으로 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겨자 씨와 같이 지극히 작은 하나님 나라의 말씀을 이 동네 저 동네 뿌리시고 다니셨습니다. 그 일은 지극히 작은 운동이겠지만, 언젠가 나무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가루 서 말 누룩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부풀어 올라 큰 빵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서서히 전진하게 됩니다. 사랑과 용서와 진리와 생명으로 변화된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으면 눈물을 흘려 씨를 뿌리게 될 때, 하나님의 나라는 열매 맺게 될 것입니다.

주님, 새들이 깃들이는 세상을 꿈꿉니다. 풍성한 나눔의 잔치가 일어나는 세상을 꿈꿉니다.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기대하고 소망하며 오늘도 눈물을 흘리며 말씀과 사랑의 씨앗을 심게 하소서.

 
나도 댓글로 묵상을 남겼다. 
 

" 내버려 두어라."

"주님, 뽑아 버릴까요?" "주님, 말씀만 하세요. 제가 뽑아 버릴게요!" 의협심의 옷을 입은 이 열정이 주님을 향한 마음인지, 내 유익과 의를 지키기 위한 발로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달려드는 저의 태도입니다. 제가 가라지라 규정한 것들이 진정 가라지인지, 어쩌면 내가 가라지인지도 모를 텐데요.

"내버려 두어라", 추수하는 날, 그 끝날까지 내버려 두어라 ,하시는 주님의 말씀이 저를 향한 인내와 자비의 마음이신 것을 알겠습니다. 제가 저 아닌 존재를 향한 태도로 주님께서 저를 대하신다면 벌써 뽑혀 버려졌을 텐데... 내버려 두시는 사랑, 내버려 두고 기다리시는 사랑으로 오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그러하시듯 저도 때로 내버려 두고 인내할 수 있게 하옵소서. 비록 열매를 보지 못하더라도 오늘 뿌릴 씨앗을 뿌리며 살게 하옵소서. 가려내지고 불태워질 마지막 추수의 날이 있음을 두려움으로 소망하며 오늘 순간순간 사랑을 선택하며 살겠습니다.

 
하늘이라고 늘 맑으라는 법이 있겠는가. 오늘 내게 주어진 하늘이 흐린 저 하늘이라면 오늘은 오늘의 하늘을 살아야지. 이 악물고 버티지 않으려고 한다. 흐린 하늘이라고 해서 하늘이 아닌 것은 아니니 오늘은 기꺼이 저 하늘을 살고, 저 하늘에 안기기로 한다. 하루의 끝이 올 것이고, 반드시 끝을 주시는 주님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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