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07

내 원래 김채윤이 만만치 않은 녀석인 줄 알았지만....
김채윤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베란다에 있는 복숭아 박스에 복숭아를 낱개로 담아놓은 종이 그릇이 김채윤 마음에 들다. 때문에 자꾸 만지고 싶어하다. 헌데 할머니는 복숭아 털 때문에 가려울까봐 걱정이시다. 어제부터 계속 복숭아에 손대지 말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셨다.

오늘 엄마빠 늦잠 자고 늦은 아침 먹고 있는데 식사를 먼저 마친 김채윤 베란다에 가서 복숭아를 만지고 있었다. 할머니 갑자기 호통 치셨다. '그거 만지지 말라고 했지. 채윤아. 손에 묻으면 가려워!'
김채윤 돌아서서 당찬 목소리로 '나는 그게 아니예요. 복숭아를 덮어줄려고 했어요' 하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 가! 할머니 미워!' 하고 소리소리 지른다.

'채윤아! 할머니는 너 손 가려울까봐 걱정돼서 그러신 거야'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다. '채윤아! 채윤이가 속상한 거 알겠어. 채윤이는 복숭아를 만질려고 한 게 아니지?' 하면서 정서를 읽어 줘도 소용없다. '나는 복숭아를 만질려고 한 게 아니라 복숭아를 덮어 놓은 거야' 계속 주장을 하면서 서러운 울음을 운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김채윤은 할머니 따라 다니면서 '할머니 미워. 나는 복숭아를 만진 게 아니라....복숭아를 덮어 놓은 거야'
집요하다. 김채윤.

결국, 할머니 항복하시다.
'채윤아! 니가 복숭아 덮어 놀려구 했는데 할머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하시면서 '내 참. 저거 누굴 닮아서...참....니가 나한테 이 말을 못 들어서 억울한 거지?' 하신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김채윤.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그런 김채윤 붙들고 '채윤아! 니가 속상한 거 알겠는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잖아. 채윤이도 할머니한테 소리 지르고 흘겨 본 거 잘못한 거잖아. 사과할 수 있지?' 하고 겨우 설득해서 할머니 앞으로 데리고 갔다. 나름대로 설득을 당해서 할머니 앞으로 간 김채윤. 할머니 얼굴 보더니만 다시 울면서 '나느~은 복숭아를 만진 게 아니예요....'

정말 한참 만에 김채윤도 할머니께 사과하고 악수를 하고 서로 안고 그랬다.

나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먼저 사과 하시는 것도 첨 봤고, 그렇게 당하고 계시는 것도 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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