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채윤이 아빠랑 같이 광화문으로 타낵꾸요 하러 가는 지하철 안.
마주보는 의자에 역시 아빠랑 같이 광화문에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채윤이 또래의 여자 아이가 앉아 있었단다. 괜히 둘이 기싸움 하다가 시비가 붙었는데...
서로
'이쒸!'
하면서 발 구르고....주먹 쥐고 때릴 듯한 폼 하고.... 마주 앉아서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를 반복.

상대편 선수가 채윤이한테.
'야! 너 몇 살이야?'
김채윤. 순순히 대답할 리 없다.
'너는 몇 살이야?
상대 선수. 순진하게.
'나는 여섯 살이다!'
다섯 살(것두 11월 생이니까 네 살에 가까운...)김채윤.
'나는 일곱 살이닷!'

게임 끝.

200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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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5


채윤이 키우면서 내 여러 번 엉덩이를 때렸으나....
때려야겠다고 생각하면 가장 침착해지고 가장 차분해진 상태로 마음을 정돈하여 거사를 치뤘건만...
오늘은 이성을 잃고 끓어 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그야말로 분풀이로 엉덩이 세 대를 때렸다.
이성을 잃고 애를 때린 건 처음 일인 것 같다.

목장모임 가려고 준비하는데 옷 입는 거 부터 시작해서 계속 찡찡이.
옷도 양말도 전혀 타협 없이 지가 원하는대로만. 거기까진 그래도 괜찮다. 무엇보다 계속 징징징...
한바탕 난리 치고 집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핀이 아니라 머리띠를 해야 한다고 울기 시작. 다른 층에서 사람들이 탔는데 더 크게 운다.
속이 부글부글.
가뜩이나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해서 참고 참고 도 닦고 있는데 너 잘 만났다.
차 안에 들어가서 아빠랑 현승이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완전 내 분풀이용으로 세 대를 때렸다.
포효하는 짐승처럼.

그렇게 맞은 채윤이 더 서러워 계속 운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머리띠 하게 해 주세요. 엉엉엉......엉엉엉.......엄마! 핀은 안 예뻐요. 머리띠가 예뻐요 네? 엉엉엉...'
여기서 머리띠냐 머리핀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채윤이 떼를 쓰고 싶은 것이다. 대답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만 울어라는 약간의 협박은 간간이 하면서.

그러다 그러다 나중엔 헷갈리는 채윤이
'엄마! 핀 한 번만 하게 해 주세요. 예? 하고 싶어요..엉엉엉....징징징.......'

목장모임 장소에 도착해서 데리고 차분하게 대.화.를 하려고 했더니 아빠가 먼저 채윤이 데리고 놀이터로 사라졌다. 가서 그랬단다.
그네에 채윤이를 앉히니 '아빠! 대화를 할 건데 왜 그네에 앉혀요?'
'채윤아! 왜 그래? 니 생각을 말해봐'
'졸려서 그랬어요'
끝. 상황종료.
단지 졸려서 이 에미 속을 그렇게 뒤집어 놨단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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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가급적 뭐든 먹지 않도록 한다.
치카치카 하고 난 다음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약속이다.

잠들기 조금 전.
김채윤 식탁에 있는 과자를 보면서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도 참아요'
'그래?'하고 시큰둥하게 반응해 줬다.
근데 김채윤. 엄마의 반응 따위는 상관 없다는 듯.

뒤돌아 서면서.....
두 번째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엉덩이를 흔들며 방으로 걸어가며 하는 말.
'아으~ 난 생각을 너무 잘 해!'

이런 똘똘이 스머프 기질은 분명히 아빠의 피다.

200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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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0

친정으로 좀 쉬러 오면서 채윤이 보고파 목을 매는 외할머니와 삼촌을 위해서 하루만 채윤일 친정에서 데리고 있기로 하고 함께왔다. 하루종일 할머니 시장 따라가서 떡, 딸기, 과자 한보따리 사오고 삼촌이랑 파파이스 갔다오고....해피한 김채윤이다.

저녁에 아빠 따라서 집으로 가게 되어있는 김채윤 울며 불면 엄마랑 같이 있겠다고 난리. 외할머니 또 마음 아퍼서 '놔둬라 놔둬라' 하셔서 급기야 함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오랫만에 낯선 채윤이의 모습을 보았다. 얼핏 드는 생각은 뭔가 자존심도 내려 놓고 스트레스도 내려놓은....무장해제된 모습이랄까? 그러면서 너무 행복해서 어쩔줄 모르는 듯한. 오늘 채윤이 모습을 보면서 그간 이 녀석이 꽤 자존심으로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현승이를 가끔 때릴줄이나 알고, 현승이와 자신을 편애하는 할아버지가 정 미울 때는 '할아버지는 나쁜놈이야' 하기도 했지만.....채윤이의 스트레스는 그 정도 이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그 정도는 채윤이가 자존심을 지키면서 대처했던 방식이라는.....모두들 현승이를 '아가 아가' 하면서 안고 빨고 그럴 때 한 번도 그것을 싫어하고 부러워하는 내색하지 않았었는데 정작 그게 너무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오늘 현승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만을 이뻐서 어쩔 줄 모르는 외할머니 삼촌의 사랑을 받으면서 순간순간 자기도 모를게 혀짧은 애기 소리를 내고 그런다. 집에서 처럼 도통 말도 안 듣고 뺀질거리는 미운 다섯 살 채윤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낮잠으로 그 행복을 조금이라도 뺏길 수 없는 김채윤 평소 두 시간씩 자는 낮잠을 하나도 안 자고 일찍 잠이 들었다. 엄마가 친정에 와서 쉬는 덕에 우리 채윤이도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하루 보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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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전부터 유치원만 갔다오면.
엄마! 나 이렇게 실에다 엄마 목걸이 만들어 줄거예요.
다들 쟤가 뭔 얘긴가 하는 표정들이지만....
난 알지.
유치원에서 어버이날 선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분명히 엄마한테 가서 얘기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암튼, 빨대로 꿰어 만든 엄마 목걸이와 아빠 가슴에 달아줄 카네이숀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왔다. 아기 채윤이가 자라서 저렇게 어버이날을 챙기는 때가 되었다.

엄마 다리 주물러 드릴께요.
설겆이도 내가 다~하고 일도 내가 다~할께요.
선생님이 그러라구 했어.

더 이상 아가가 아니야....김채윤은.
200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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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장을 보러 가면 '채윤이 이건 안 필요해' 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채윤이가 아무 과자나 집어다 카트에 집어 넣으면 '채윤아! 이 과자는 집에 있어' '채윤이 이거 지난 번에두 사서 안 먹었잖아. 이건 안 필요해' 얼마 안 하는 거라도 딱히 필요한 것이 아니면 그렇게 설명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곤 했었는데.
이게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차분히 설명만 잘 해주면 채윤이는 뭐 사달라고 바닥에 나뒹구는 건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 15개월 쯤 돼서 아장아장 걷고 말도 할 때, 수퍼에서 장을 보다가는 뭘 하나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 피요해?' 하고 물어서 옆에 있던 사람들과 다같이 뒤집어 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년 크리스마스 때니까 한 24개월 때쯤? 이마트에서 내가 후라이팬을 하나 사려고 만지고 있었더니만. 엄한 목소리로 '엄마! 그건 집에 있잖아~ 살려구래?' 하는 겁니다. 물론 후라이팬이 집에 몇 개가 있죠.^^;;;

워낙 과자든 장난감이든 사 주는데 설명이 많고 인색한 엄마를 만나서 맘껏 고르고 무조건 사고 이런 경험이 잘 없죠. 그래서인지 쇼핑 습관이 아주 좋습니다. (엄마보다 백 배는 나아)

오늘 어린이날 선물을 사 주려고 맘 먹고 LG마트에 데려 갔습니다. 아마 채윤이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고 장난감을 고르도록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맘 먹고 엄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바비인형도 보여주고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수십 바퀴를 돌면서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 고 했습니다. 너무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서 선택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김채윤.
몇 바퀴를 돌고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만 원이 안 되는 미용놀이 세트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깔끔하게 '엄마! 하나만 사는 거지?' 하면서 딱 털고 나오는 겁니다. 그네도 맘에 들고, 쥬쥬인형도 그랬고, 병원놀이 세트도 맘에 들었는데.....
그리고 그 담부터는 깨끗하게 맘 정리하고 '어! 저거 나두 있는데...우리집에두 있는데...엄마! 나두 저거 있지!?' 그러면서 자기가 있는 것만 찾아 보구 좋아하구 그럽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심한가 싶기도 하고.....


20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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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3


지난 토요일 결혼기념일 세러모니(?)를 하는 베니건스.
식당에 가서 돌아다니거나 떠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머리와 입으로는 120% 인식하는 채윤이.
그러나 그건 이론 일 뿐.몸이 말을 안 듣는데 어이하랴? 신발 벗고 의자 위로 올라가 옆 테이블을 자꾸
기웃거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옆에 앉은 손님을 건드리곤 한다.

바로 그 때.
우리 테이블 서빙해 주는 언니가 길다란 풍선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 저 쪽에 있는 웬 남자아이한테 줬다. 김채윤 눈이 튀어 나올려 그런다.
'엄마! 나두 풍선'
(이럴 때 절대 도와주는 엄마가 아니다)
'니가 가서 언니한테 말해봐. (김채윤을 통제하는 미끼를 놓칠 수 없는 엄마. 순간적인 잔머리로) 근데 쟤는 자리에서 안 움직이고 예쁘기 앉아 있어서 준 거 같은데..'
김채윤 벌떡 일어나 언니한테 가려다 말고 몸을 베베 꼰다.(이건 갑자기 쑥스러워졌다는 얘기)
그러나 평상시 받아 온 교육이 있으니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엄마!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지~이? 나쁜 생각하고 나쁜 짓 하는 게 부끄러운 거지~이?'
'고롬 고롬~'

언니한테 혼자 가서는 쪼그만 소리로 '나 예쁘게 앉아 있을게요. 풍선 주세요' 하고 냅다 뒤돌아 뛰어 와서는 신발 벗고 의자에 올라가 아빠다리 하고 손 깍지 껴서 무릎에 올려놓고 정자세.
그러나 슬프게도 언니는 너무 바뻤다. 다른 테이블 정리하고 손님 맞고 주문 받고, 풍선 만들다 또 어디로 사라지고.....정자세 하고 있는 김채윤 다리에서, 손가락에서 쥐날라!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풍선으로 만든 꽃. 그것도 김채윤이 목을 메는 핑크. 쫌만 늦게 줬으면 우리 채윤이 다리 마비될 뻔 했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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