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장을 보러 가면 '채윤이 이건 안 필요해' 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채윤이가 아무 과자나 집어다 카트에 집어 넣으면 '채윤아! 이 과자는 집에 있어' '채윤이 이거 지난 번에두 사서 안 먹었잖아. 이건 안 필요해' 얼마 안 하는 거라도 딱히 필요한 것이 아니면 그렇게 설명하고 다시 제자리에 놓곤 했었는데.
이게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차분히 설명만 잘 해주면 채윤이는 뭐 사달라고 바닥에 나뒹구는 건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 15개월 쯤 돼서 아장아장 걷고 말도 할 때, 수퍼에서 장을 보다가는 뭘 하나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 피요해?' 하고 물어서 옆에 있던 사람들과 다같이 뒤집어 진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년 크리스마스 때니까 한 24개월 때쯤? 이마트에서 내가 후라이팬을 하나 사려고 만지고 있었더니만. 엄한 목소리로 '엄마! 그건 집에 있잖아~ 살려구래?' 하는 겁니다. 물론 후라이팬이 집에 몇 개가 있죠.^^;;;

워낙 과자든 장난감이든 사 주는데 설명이 많고 인색한 엄마를 만나서 맘껏 고르고 무조건 사고 이런 경험이 잘 없죠. 그래서인지 쇼핑 습관이 아주 좋습니다. (엄마보다 백 배는 나아)

오늘 어린이날 선물을 사 주려고 맘 먹고 LG마트에 데려 갔습니다. 아마 채윤이에게 모든 선택권을 주고 장난감을 고르도록 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맘 먹고 엄마가 별로 안 좋아하는 바비인형도 보여주고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수십 바퀴를 돌면서 '한 가지만 고를 수 있다' 고 했습니다. 너무 가지고 싶은 것이 많아서 선택을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김채윤.
몇 바퀴를 돌고 보고 또 보고 그러다가 만 원이 안 되는 미용놀이 세트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깔끔하게 '엄마! 하나만 사는 거지?' 하면서 딱 털고 나오는 겁니다. 그네도 맘에 들고, 쥬쥬인형도 그랬고, 병원놀이 세트도 맘에 들었는데.....
그리고 그 담부터는 깨끗하게 맘 정리하고 '어! 저거 나두 있는데...우리집에두 있는데...엄마! 나두 저거 있지!?' 그러면서 자기가 있는 것만 찾아 보구 좋아하구 그럽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내가 너무 심한가 싶기도 하고.....


200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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