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넌 매닝의 <아바의 자녀>를 만난 것은 에니어그램에 빠져서 꿀을 빨던 시기였다. 에니어그램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뜻밖에 연구소 강사 제안을 받았다. 고민 끝에 수락을 하고 가톨릭 단체인 연구소에 몸 담고 있던 기간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수련을 받으면서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남편이 목회자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교회에 대한 희망이 메말라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신앙의 성숙과 인격의 성숙, 그리고 영적인 성숙에 대해서 풀지 못한 의문으로 살아온 내게 매일 매일 무릎을 치는 답이 주어지는 나날이기도 했다. 개신교 모태신앙으로 자란 내가 가톨릭 단체에 가서 지내면서 느끼는 문화적 이질감은 또 다른 과제였다. '같은 예수님이었는데, 사랑의 하나님이었는데 왜 이걸 교회에서 배우지 못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하면서 동냥젖을 얻어 먹는 아이처럼 주눅들고 긴장되었었다. 그때 브레넌 매닝을 만난 것이다. 사제서품을 받았던 그가 프란체스코회를 탈퇴하고 결혼을 했다는 것, 개신교의 (특히 나의 래래크랩!) 영성작가들에게 영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저자소개만 보고 <신뢰>라는 그의 저서를 집어 들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넘너드는 저자라는 것만으로 꽂혔다. 그리고 <신뢰>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저서 <모든 것이 은혜다>까지, 어린이를 위한 책 <아바를 사랑한 아이>까지 읽고 또 읽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오가며 혼란스러운 내게, 한편 죄책감에 시달리는 내게 <아바의 자녀>는 꼼꼼하게 답해주었다. 놀랍도록 필요한 말을 내 마음에 넣어주었다.


사람의 내적동기를 살핀다는 에니어그램을 좀 배우고 나서 '남의 동기가 다 보인다'며 자만하고 판단하고 정신 못차리던 내게 브레넌은 말했다. '이 자리에 앉은 우리 중 누구도 한번이라도 남의 동기를 본 사람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의 행동 이면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이 아니었으면 나는 에니어그램이라는 그 좋은 도구를 가지고 사람을 난도질 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을까? 나를 구원시킨 말이었다.


진정성이란 느껴지지 않는 설교, 공허한 기도 소리, 은혜를 가장한 영적 게으름과 완고함 등으로 환멸이 깊어질 즈음이었다. 종교적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종교의 권위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향해서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우리 내면의 바리새인은 거짓자아의 종교적 얼굴이라고 그가 가르쳐 주었다. 내 안에 타오르던 분노와 환멸이 다른 사람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충격적 깨달음으로 나는 다시 태어나야 했다. 내 거짓자아는 싸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끌어 안아야 하는 진리를 알았을 때 나는 비로소 자유를 느꼈다. '거짓자아의 이런 저런 면을 끌어안지 않을 때 그것은 적이 되어 우리를 방어적 자세로 몰아간다. (중략) 자신의 죄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자신의 참 자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베드로는 내면의 거짓 자아와 친구가 됐으나 유다는 자신의 거짓자아에 격분했다.


마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면서 나는 그런 잠정적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사람들을 향해서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웬만한 요청들을 거절하지 못한다해도 내 마음이 외부에 영향받지 않을 딱딱한 상태이면 드러나는 것은 가짜요, 자기방어일 뿐이다. 브레넌은 이렇게 정리해 줬다. '영향을 입을 줄 모르는 심장은 인간 실존의 어두운 신비 중 하나다. 그 심장은 게으른 마음과 나른한 태도와 묵혀 둔 재능과 묻혀진 희망으로 인간 내부에서 차겁게 뛰고 있다.' 내 마음이 타인을 향하여 말랑말랑해지는 것, 무엇보다 아바의 사랑을 향해 말랑말랑해지는 것이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이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마지막 저서 <모든 것이 은혜다>에서 보여준 그의 적나라한 고백은 한 글자도 빼놓을 수 없이 '모든 것이 내게 은혜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사제였고, 영적 지도자였고, 유능한 강사였고, 저자였던) 브레넌을 그 이름 외에 달리 부를 호칭이 없다. 별다른 호칭을 가지지 않은 그가 마지막 저서에서 보여준 것은 '언해피 앤딩의 인생'이었다. 사랑을 위해서 사제 서품을 버리고 결혼을 했으나 이혼의 아픔을 안고 외롭게 노년을 보내는 그 쓸쓸함, 유능한 강사로 사람들을 감동시켜 주께 돌아오게 한 후 잠수를 타서는 알콜에 빠져들었음을 자기 입으로 고백하는 그 처절한 굴욕. 그런 적나라한 고백들은 '나는 인생 잘못 살았다.'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그의 삶에 어찌 자랑거리가 없으며, 성공한 것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낸 사례가 없겠는가. 말년의 그에겐 '부랑아'의 여정 외에는 내세울 게 없었고 그럴 때 비로소 가슴으로 고백할 수 있는 말이 '모든 것이 은혜다'인 것이다. 온 몸으로, 전 인생으로 브레넌이 고백하는 것은 '은혜, 그렇게 값 싼 종교적 유희가 아니다' 라고 들린다.


지난 주일 아침,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단 뉴스를 들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주일 예배에 가서는 그를 마음에 품었고, 때문에 그 예배는 '브레넌 매닝 천국 환송예배'가 되었다. 다시 한 번 천국을 향한 소망으로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한 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한 없이 고마운 분이다.


브레넌,
아바의 안전한 품에서 편안하시죠?
2년 전에 먼저 그 곳에 도착하신 그리운 저희 시아버님, 청년 한솔이,
오래 전, 어린 제게 크나큰 이별의 상처를 남기고 떠나
곳에 터줏대감이 되셨을 우리 아버지. 모두 만나셨나요?

헨리 나우웬 신부님과도 기쁘게 얼굴 마주하셨겠죠?
그 분들께 안부 전해 주세요.
특히 최근에 그 곳에 가신 저희 작은 고모 좀 챙겨 주세요.
이 곳에 사실 때 저희 남매와 엄마에게 굴욕감과 상처를 많이 주신 분이에요.
입관식에서 고모한테 말했거든요. 우리 아버지 만나면 싹싹 빌고 사과하라고요.
사과한 것이 확인되시면 이 말씀 전해 주세요.
고모도 누굴 사랑하거나 다독여 줄 처지는 아니었음을 이제는 안다고요.
그렇지만 고모를 용서하는 것은 제가 나중에 가서 직접 할게요.
저 역시 그 곳에서 그립던 모든 얼굴들 만날 수 있음을 알아요.
'나는 삶이 가장 두려울 때 죽음도 가장 두렵다' 라고 한 당신의 말을 기억해요.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가 있는 그 곳,
그 곳을 향해 한 걸음 씩 더 가까워지는 삶을 기쁘게 살아가며
죽음에 용감히 마주설 수 있도록 현존하는 부활을 살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책 <아바의 자녀>에서 전해 준 그 고백들을 제게 선물처럼 주어진
에니어그램을 가르치면서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그 일을 제 남은 인생의 소명이라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고마워요. 브레넌.
거칠 것 없는 그 곳, 아바의 품에서 잘 지내세요.
안녕.



  1. 신의피리 2013.04.30 09:32

    브레넌 매닝의 흔적이 당신의 글과 영성 안에서도 발견되는구나. 천국에서 인사할 때 나도 좀 소개시켜줘요.

    • BlogIcon larinari 2013.04.30 23:26 신고

      내가 소개 안 해도 먼저 아는 척 하실거야.
      '어, JP! 어서 오게. 와이프에게 나같은 글을 쓰라고 닦달하는 거 지켜보고 있었네.' 라며...

  2. BlogIcon gershom 2014.05.11 22:16 신고

    작년에 이 글 보고서야 브레넌 매닝 할배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소개하신 할배 마지막 책 읽고 눈물깨나 쏟았었는데 일년만에 이 글 다시 읽으러 왔네요.

    요즘 눈물 흘릴일이 많았는데 또 한 번 위로 받고 갑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05.11 22:39 신고

      아, 그렇군요. 벌써 또 1년이네요.
      gershom님 덕분에 저도 다시 추억합니다.
      함께 브레넌 매닝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저 역시 요즘 눈물 마를 일이 없는데.....
      아픈 이 시절에 gershom님과 저와 우리 모든 이웃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3. 2016.06.19 01:1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6.19 17:40 신고

      고맙습니다! 저도 고마워요.
      한 저자를 읽으며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특히 브레넌매닝의 '부랑아 복음'을 가슴으로 공감하는 분들의 느낌. 그 느낌 아니까. ^^
      인간적 경험을 안고 영적인 존재를 사는 지난함이 브레넌매닝의 고뇌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님의 영적인 여정에 상처 입은 치유자이신 그분의 따스한 손길이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4. 2016.07.15 09:4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15 13:06 신고

      브래넌 매닝이 평생 그렇게 사셨지 싶어요.
      아바의 자녀이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자신임을 알지만,
      자꾸만 거짓자아로 향하는 또 다른 자기를 인식하는 고통을 안고 말이죠.
      우리도 브래넌처럼 우리 안의 분노와 상한 감정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아바의 품으로 가는 것이겠죠. 내면의 분노를 다룬다는 것이 제게는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는 이미 친구죠!^^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 지도 몰라요.’(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

 

어려워진 관계를 풀어보려고 애를 써보는데 풀리기는커녕 더 골이 깊어지는 것 같아 포기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노래다. 이 세상에서 온전한 회복이 있겠는가. 온갖 오해와 미움 벗어버리고 맑은 얼굴로 만날 날이 있으리라. 지금 여기 말고 그 나라, 그 좋은 나라 말이다. 이 노래가 주는 위로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천국은 너무 멀고, 당장 이번 주일에 ‘당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문제’는 나남이 다르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소그룹 모임에서 반드시 피해야할 토론 주제가 있는데 ‘정치’ 라고 한다. 분명하게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맞붙어 얘기해 봐야 서로의 말에 베이고 찔려 피차 상처받는 것 외에는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제랄드 싯처가 <사랑의 짐>을 통해 내놓는 해법은 ‘서로’에 방점을 찍고 ‘사랑하라’는 단순한 명령이다. 이 책이 처음 출간 되었을 때 달고 나왔던 제목, <차이를 넘어선 사랑:Loving Across Our Difference>은 ‘서로의 차이 vs 서로 사랑’의 공식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첫 장을 ‘서로 반가이 맞아들이라’, 즉 ‘인사하라’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나와 달라 힘겨운 그 사람이 멀리서 걸어오는 것만 봐도 심장이 쿵 내려앉지만 ‘인사’하는 정도의 ‘사랑’은 다시 해 볼 수 있겠다 싶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마지막 장을 덮으니 관계 문제로 인한 분노와 죄책감의 ‘수고롭고 무거운 짐’ 을 내려놓고 대신 쉽고도 가볍다고 하는 그 분의 멍에, ‘사랑의 짐’을 지겠노라는 결심 같은 것이 선다.

 

 

 

 

살짝 틀어진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것은 '그 사람은 나쁘다.'는 빼도 박도 못하는 꼬리표를 붙여버릴 때다. 그 사람이 나쁜데 그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선할 수 없다. 결국 나도 같이 나빠지기로 하면 끝도 시작도 없는 미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심리상담가이지만 성경적 인간관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저자는 끊어진 관계가 다시 결속되는 것은 내 안의 선한 충동이 이끌어져 나올 때라고 한다. 내게 선한 충동이 있다고? 설령 있다 해도 그 선한 충동이 나에 대해 험담하는 친구, 고집대로만 사는 대화가 안 통하는 남편,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성경의 권위를 내세우며 통제하는 목사님에게 풀려나가야 한다니? 래리크랩은 독자보다 먼저 이 의문을 제기하고 답한다. 그렇단다. 그런 사람에게조차 흘러갈 선한 것이 내 안에 있단다. ‘선한 충동’은 제랄드 싯처가 말하는 ‘서로 사랑’의 다른 버전이다. 그것은 거듭난 그리스도인에게 이미 주어진 선물이라 하니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끊어버린 페이스북 친구를 다시 구제하여 연결되는 그런 소망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좋은 나라에 가기 전에 바로 여기서 말이다.

 

 

인면수심의 범죄자 이야기에 치를 떨지언정 솔직히 말하면 그를 용서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 내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낸 그(그녀)에 대한 분노를 내려놓는 것보다는 말이다. 아니 말 자체의 모순이다. 그 범죄자는 아무리 지은 지가 중해도 내가 용서하고 말고 할 대상은 아니니까. 힘겨워진 관계를 풀고, 끊어진 관계를 다시 잇기 위해서 크든 작든 ‘용서’는 필수 과정이다. ‘내게도 잘못이 있다.’며 쌍방과실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틀어진 관계는 용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필립 얀시가 ‘용서 전문가’라고 부르는 루이스 스미디스의 <용서의 미학>은 다짜고짜 용서하라 설교하지 않는다. 용서의 ‘용’자도 떠올리기 싫은 해를 당한 우리 마음을 깊이 알아준다. 나를 아프게 한 사람이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쓰라린 마음과, 그가 나의 또 다른 지인과 아무렇지 않게 히히덕대는 걸 보면서 분노로 빨라지는 심장박동도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안내한다. 결국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용서하게 되는 것임을. 용서전문가의 안내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 날엔가 그(그녀)가 ‘정말 잘되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 용서를 시작할 수만 있다면 이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잠깐의 위로나 받자고 부르는 자위의 노래가 아니라 온전히 회복되는 그 날을 기대하는 참된 소망의 노래로 말이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곳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 거예요.’

 

<큐티진> 4월호, 주제가 있는 책 소개 - 관계

  1. 신의피리 2013.03.22 18:28

    글을 읽고 나니 관계문제에 확~ 자신감이 생기네. ^^

    • BlogIcon larinari 2013.03.23 11:10 신고

      아, 이 영혼 안 느껴지는 칭찬은 뭐지?
      바꿔줘. 댓글 바꿔줘.
      나 정여사야!





연애는 썩 추진되지 않고,
싱글의 나날이 오래간다 싶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나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겠지만


책을 읽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우연애>를 읽고 또 읽고, 읽다가 낡으면 새 책으로 하나 더 사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일용할 연애가 찾아온답니다.


그러나, 연애서적을 읽는데 눈을 크게 떠보자구요.
종교코너 밖으로 한 번 나가보니 이게 웬 걸!!!
<오우연애>만 좋은 연애서가 아니라는 거죠. ㅎㅎㅎ

소 책을 잘 안 읽는다.
그리고 연애 한 지가 오래다. 이러다 연애세포 다 죽겠다. 
하는 사람들은 일단 소설을 읽읍시다.

박민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를 읽고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서 이런 가슴 저린 사랑....꿈꿔보라구요.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 <우리는 사랑일까> 도 읽어보시고.
('평소 책을 잘 안 읽는다. 게다가 난 MBTI로 S가 강하다.'
잘 안 읽힐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은 G라고도 불리는 '서해인'과 수다 한 판 떨기를 추천합니다.

연애의 인문학 버젼,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읽고 연애의 혁명을 이뤄보시고.
그리하여, 교회오빠 교회언니의 사고 틀을 한 번 쯤 훌쩍 뛰어넘어 연애 생각을 해봅세다.

마리 루티 교수의 <하버드 사랑학 수업> 이 최상급 강추 서적입니다.
'뭐야, 사귀자마자 섹스를 하는 것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여긴단 말씀?' 하면서
사단의 책이라 여기지 말고 분별하며 읽어보면 그 어떤 책보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기 때문에 남성의 심리를 파악하는데(여성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에너지를 투여하는 잉여짓을 멈추고, '나'로 눈을 돌리게 하는 책입니다. 나로 눈을 돌려서 정직하게 내 욕구를 알게되면 사랑의 실패 따위에 진심으로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들을수록 사고의 폭을 좁아지게 하고, 편협한 시각을 가지게 하는 어설픈 크리스쳔 목사님이나 강사들의 강의보다(아, 나도 살짝 여기에 일조하고 있다.ㅠㅠ) 더 심오한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1. 자면서 고민하는 아이 2013.03.14 16:51

    간만에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책을 추천해주시네요!!^^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 가 좀 끌리는데 왠지 제목이 좀 야시꾸리한것같기도 하고... ㅋㅋㅋ 전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는 사람인지라... 특히 울 엄마!! ㅋㅋㅋ
    읽어도 울 엄마 놀라진 않겠죠?! ㅋㅋㅋ

    참 메일 보내주신다더니 안보내주시렵니까? ㅎㅎ 그걸 핑계로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ㅋ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03.14 17:14 신고

      맞다! 메일... 데탑에서 보낼 수 있는데.... 데탑 열면 보낼게.
      ㅋㅋㅋㅋㅋ 언제 보낼 수 있을까?

      그나저나 연애의 달인 읽으려면 포장지로 포장해서 읽어.
      엄마가 걱정하신다. '아이구, 이것이 많이 힘들구나. 살다 살다 별 책을 다 읽네.' 하시며 새벽기도 시간 길어지신다.ㅎㅎㅎ

  2. BlogIcon 쥐씨 2013.03.26 20:23 신고

    히버드 사랑학 수업 빼곤 다 봤는데
    이거 제목 진짜 별로네요ㅋㅋㅋ 그래도 읽어보겠습니다 머지 않아.
    보통 책 읽을 때마다 꼭 감상평 나누는 친구가 있는데
    감탄하는 포인트는 맨날 다르더라구요.
    사실 전 특정 포인트가 좋다기보단 그냥 글 전체를 아우르는 보통의 냄새가 좋은건데 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03.26 23:41 신고

      보통의 냄새에서 '보통'은 중의적 표현이야?ㅋ
      책 제목 그대로 하버드에서 했던 강의를 책으로 써낸 거야.
      읽어 봐. 좋을 거야. (일단 독일 희곡과 헤밍웨이부터 넘고 ^^)




래리크랩, 제랄드 메이, 데이비드 베너와 함께 브레넌 매닝은 신간목록을 뒤적이며 기다리게 되는 저자다. 노년의 브레넌 매닝의 회고록 <모든 것이 은혜다>를 오늘 하루 칩거하며 다 읽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그에 대해서 알 만큼 아는 사이가 된 듯 하였다. 이전의 저서들을 통해서 읽었던 이야기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노년의 할아버지가 되어 회고하는 그! 이야기들은 내가 알던 그! 이야기가 아니기도 했다.


왜 사람들이 유명해지면 초심을 잃고 거만해지다 망하는 뻔한 길을 자꾸만 갈까? 그러지 않을 수 없을까? 이미 반면교사는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유명해지고도 유명세로 인해서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얼마나 처절하게 정직해져야 하는 지를 노년의 브레넌 매닝이 보여준다. 구구절절 자신의 높아지고 성공했던 이야기가 아니라 결핍되고, 학대받고, 실패한 어두움의 드러내는 일을 누구라서 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은혜다.'라는 결론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희망의 빛이 비취는 게 아니라, 아바의 자녀로 사는 것이 이렇게 철저하게 정직해지는 길이라니……. 부랑아 복음을 전하며 떠돌던 한 전도자의 인생에 숙연해질 뿐이다.


전부터 브레넌의 책을 읽으면서 냄새가 났었다. <내 안의 접힌 날개> 리처드 로어 신부님과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에니어그램을 통해서 영적여정에 도움을 받으셨단다. 반가워라. (가슴이 떨릴 정도로 반가웠다.)


* 내게 에니어그램을 배운 TNTer에게 일독을 권함. 진심 권함.

 



 

  1. 뮨진짱 2012.09.04 18:42

    오호호호호 접슈-!
    아.. 올해들어 공부한다고 말씀과 영적독서를 멀리 하니 제가 죽겠더라구요.
    수련회를 기점으로 말씀도 매일 보려하고,
    수련회 가는 길에 jp목사님이
    추천해주신거 읽었거든요.. 완전 감동의 도가니였어요. ㅠㅠ (랍벨목사님 짱!)
    그래서 랍벨 목사님 책 다 보려구 했는데 요것도 같이 봐야겠어요~ 호호호^^

    • BlogIcon larinari 2012.09.05 09:16 신고

      혹시 브레넌 매닝의 다른 책을 본 적이 없다며 <아바의 자녀>를 먼저 읽고 회고록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음... 그게 좋겠다. 읽을 것 같으면 <아바의 자녀>를 먼저 읽어라.^^

  2. forest 2012.09.04 21:13

    넵^^ 사부~^^

영화란 모름지기 슬픈 여운을 너무 강하게 남기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내가 선택하는 영화의 미덕이다. 부끄럽게도 이것은 슬픔이나 고통을 온 몸으로 거부하는 내 고질병이라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부끄러움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일천하게도 나는 짜릿함고 경쾌함, 무겁지 않은 정도의 철학적 질문 등으로 런닝타임 동안 그저 온전히 몰입하게 해주면 그만이다. 다행히 가장 영화를 같이 많이 보는 남편의 취향이 그와 반대라 원하는 만큼 편식은 못하지만 말이다.

암튼,  그런 이유로 다큐멘타리류의 영화를 나 스스로는 선택해서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 지절거리려고 하는 이 영화 <신과 인간>은 일단 영화는 누구와 봤는 지가 중요하다. 40이 넘어서 만난 친구 또는 여정의 동반자라 할 수 있는 K다. K는 MBTI로는 (내게 그렇게도 어려운) NF이고, 겉으로는 나랑 참으로  다른 사람같다. 그러나 깊은 속을 꺼내놓고 맞춰보면 이렇게도 나랑 비슷할 수가 있을까 싶은 사람이다. 2년 전 K를 만난 이후로 K랑 나누거나, 그녀가 찔러주는 말에 아프면서 나는 이제껏 넘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큰 산을 넘은 느낌이다. 내게 선물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난  감히 아주 신선한 의미를 부여해서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의 초대로 영화를 보았다.






(내 말이 아님)

영화 <신과 인간>은 1996년 실제 있었던 알제리의 ‘프랑스인 수도사 살해사건’을 바탕에 둔 작품이다, 당시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이슬람단체(GIA)와의 내전은 최정점에 치닫고 있었다. 무장이슬람단체(GIA)가 자국 내의 모든 외국인들에게 떠날 것을 최후 통첩하자 알제리 정부는 이슬람교 지역의 티브히린에서 수도원생활을 보내고 있던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에게 당장 떠날 것을 통보하지만 수도사들은 이를 거부한다. 죽음이 예견되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일곱 명의 수도사들이 왜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는지, 영화는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내면에 주목하며 신의 종으로 살아온 이들이 죽음 앞에 섰을 때 종교인이자 인간으로서의 갈림길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고뇌를 드라마틱하고 깊이 있게 담고 있다. 

                                                                                               
                                                                             (Daum  영화에서 줄거리 펌했음) 








(다시 내 말)

포스터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읽은 말의 비장함 만큼 영화는 내게 비장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영화 자체가 잔잔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서 있던 지점이 생이냐 사냐? 하는 식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영화에서 테러리스트들(결국 이들에 의해서 납치되고 살해되는 것이지만)은 오히려 수도원과 수도사들에게 우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수도사들의 거룩한 삶터와 일터에 대한 경외심은 오히려 약을 뺏으러 온 테러리스트 대장에게서 느껴졌다. 반면, 수도원을 보호하겠다는 군의 독기어린 눈빛이 내겐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순찰을 하는 군의  헬리콥터가 낮게 비행하며 수도원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장면, 영화를 통틀어 내게 가장 섬뜩한 장면이었다. 수도사들의 얼굴에서 두려움과 공포의 그림자가 가장 짙게 드리웠던 시점도 여기였던 것 같다. 죽음의 위협은 적으로부터만이 아니라 나를 지켜주겠다는 사람들에게서 더 피부에 와닿게 전해졌다. 그렇다면 누가 적이고, 누가 정말 위협적인 존재일까?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로부터란 말인가? 


일곱 명의 수도자들이 선택한 것은 '사(死)'가 아니라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기로 함일 아닐까? 그런 의미로 돌려치자면 그저 어제처럼 사는 '생(生)'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이제껏 살아왔던 삶의 터전과 이제껏 감당해 왔던 소명이라고 했던 걸 유지하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들이 선택한 이제껏의 그 소명의 자리는 '신의 부재만이 충만한 두려운' 곳이라는 것.


굳이 영화평을 장황하게 남기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신의 부재가 충만한 곳은 어디 알제리의 그 긴장감 감도는 수도원 뿐이겠는가? 조금만 정신을 차려서 둘러보아도 내 삶과 이웃의 삶은 신의 부재로 충만하다. 신을 찾는 갈망이 클수록 신의 부재는 두려움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고백하건데 늘 도망다녔고, 지금도 도망다니고 싶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고, 나쁜 사람이 여전히 자신의 배를 채우며 약한 사람을 짓밟고 있고, 정직하게 살려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사람들은 온 몸에 오물이 묻든 말든 결국 고지를 꿰차고 마는..... 이런 신의 부재 충만한 곳으로부터 도망다니고 싶었다. 가장 두려운 곳은 현실이다.


내 안에서 수 년 동안 울렸고 영화가 확인해준  목소리는 이것이다. '지금 여기는 고통이고 두렵고 지겹다. 어디든 도망가라. 도망갈 수 없으면 도망갈 계획이라도 세워라. 상상해라. 여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상해라' 아주 희미한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 반대의 메세지를 내게 들려주곤 했다.


어찌됐든 잔잔하지만 분명한 기승전결의 (주로 내면의)갈등과 해결을 통해서 7인의 신부는 수도원에 남기로 만장일치로 결정을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흠모하는 사람도, 나랑 닮았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이래야 한다는 사람도 만난다. 이 영화에서 난 이것을 보았다.






(내가 흠모하는 사람)

주인공처럼 보이는 수도원의 대표신부인 크리스티앙은 처음부터 떠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고, 나이가 드신 두 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런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과 두려움들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주인공을 보면서 사실 나는 남편을 떠올렸다. 깊은 곳에 보이지 않는 힘이나 신념같은 것을 타고난 듯 보이는 사람들 말이다. 실제 이들의 내면이 어떻든 이런 분들을 보면서 나는 도망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작아지는 느낌이 들고, 중요한 판단을 할 때 이들을 의지하여 묻어가고픈 어린이로 남고 싶어진다.


(나랑 닮은 사람)

영화 중 한 신부는 떠나는 게 맞다고 하면서 '나는.... 몸이 아픈 사람이니까... 어찌됐든 떠나야 할 것 같애' 라는 이유를 댄다. 약한 모습이다. 내가 자주 그러듯 진짜 이유를 직면하지 않은 채 둘러대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나와 많이 닮았다. 나는 대체로 이런다. 지금 여기의 고통스런 나와 현실을 직면하지 않기 위한 합리화로 말이 많아지고, 무분별한 글을 쓰게 되고, 더 많은 의견을 피력하려들기도 한다.






(이게 맞다 싶은 사람)

여운을 가장 많이 남기는 인물은 이 사람이다. 나는 '떠나야 한다. 나는 이렇게 죽으려고 수도자가 되지 않았다'며 반항하는 허우대 멀쩡한 (이름은 모르겠는) 젊은 신부에 주목한다. 신의 부재에 대해서 가장 인간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다. 모양은 빠지지만 정직하다. 내가 이 사람에 꽂히는 것은 아마도 최근의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신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만을 부추겨 두려움도 의심도 은폐시켜 겉으로는 믿음, 속으로는 참된 불신앙을 가르치는 종교지도자들에 대한 상처와 분노 때문일 것이다. 중간중간 내 생각에 빠져 놓친 장면과 대사들 때문에 이 신부 내면의 변화에 대한 걸 디테일하게 따라가질 못했다. 그러나, 결국 그 자리에 남기로 한 선택에서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의 부재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정직한 반응이라 생각한다. 신과 인간이 만나는 자리는 인간 편에서는 두려움, 의심이 극에 달하는 지점이고 그 지점은 고뇌하는 인간에게는 반드시 '신의 부재'로 경험되는 것 아닐까?
 
  




가장 두려운 곳은 어디인가? 지금 여기의 현실이다. 영화에서 각각의 신부가 자신의 소임대로 밭을 갈고, 장작을 나르고, 음식을 준비하고, 환자들을 치료하는...그림처럼 조용한 일상이 내겐 두려움이 극치가 되는 순간이었다. 지금 여기가 두려워서  나는 과거로, 미래로 끝없이 보따리를 싸서 옮겨다니는 존재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지금, 여기 현재이다. 너무 두려운데 가장 필요한 신의 위안이 없다고 도망가면 영영 신과 만날 순간은 잃게 된다는 것이다.

 

 

신의 부재가 충만한 곳이, 신이 보이지 않아 가장 어둡고 두려운 곳이 그를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 아닐까? 수사들의 고뇌가 깊어질 때마다 깊게 울려퍼졌던 그레고리안 챤트에 내 마음 깊은 곳이 함께 울린다. 보이지 않지만 공간을 가득 채우며 내 마음의 깊은 곳까지 공명시키던 그 성스럽고 단조로운 소리가 말이다. 가득 채운다.   


 

 


  1. BlogIcon 신의피리 2012.02.09 21:11 신고

    큐티진에 기고해! 임재 안에서 - 부재 가운데 - 임재 안에서 - 부재 가운데... 돌아보면 늘 이런 패턴이었던 것 같네. 그런데 조금씩 "어떤 경우라도" 하나님을 꼿꼿이 바라보며 그 현장에서 버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애. 그런 삶의 경험이 바탕이 되니까 저런 좋은 글도 쓰나보다..

    근데, 난 당신 때문에 10년 넘게 저런 영화를 거의 못봤어. 맨날 웃기는 영화만 본 것 같아. 만약 내가 저 영화 같이 보자고 했으면 봤을까? ^^

    • larinari 2012.02.10 12:12

      아마 '당신 모처럼 혼자 봐' 이러며 안봤을거야.ㅋㅋ
      아직 안 내렸으면 당신 모처럼 혼자 보면 좋겠다.

      나는 나를 가볍고 경박하고 정신없이 흔들리는 사람으로 규정하려는 것 같애. 그에 비해 당신은 침착하고, 사려깊고, 섣부른 판단이나 행동하지 않는....
      사실이야 어떻든 그 다르다고 하는 성향이 내겐 크게 가르침이 돼. 당신과 사는 13년 동안 지난하게 배운 것이 바로 이것일지도 몰라. 하나님이 안보이는 듯한 캄캄함 속에서 그냥 그 안개 속에 머무르기. 당신이 많이 가르쳐줬어.

      그나저나 오타와 말도 안되는 문장 투성이네. 사실 모리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손봐서 올리지 않았을까?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게 어울리지 않다고 느껴지나봐. 마치 강풀이 심각한 얘기 하고 싶은 거 다 해놓고 '이런 얘기 하니까 똥이 마렵다' 하면서 이제껏의 얘기를 스스로 흐려버리는 것처럼 말이야.

      요즘 다시 한 번 모순투성이 나를 봐.

    • BlogIcon 신의피리 2012.02.10 14:40 신고

      웃기는 멘트를 종종 날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이라 여겨 포기하지 말 것. 괜찮어. 가장 당신 안에 자유를 좇아 글로 표현해. 거의 99% 재밌는 글일 거야. ㅋ

    • larinari 2012.02.10 18:45

      맞어. 웃기고 안 웃기고, 경박하고 진중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로움으로 써야해.
      내 안의 자유를 좇아서!
      빨리 와. 치킨 올 때 됐어.


 


'육손이는 제 부모가 낳은 자식일세. 그걸 잊지 말게'

김훈의 소설 <흑산>을 읽다가 한 문장이 목에 걸려 다음 장으로 넘어가질 못하고 있다.
정약현이 딸 내외를 서울로 이사시키면서 '육손이'라는 종을 딸려 보낸다.
떠나는 날에  마지막 절을 하며 우는 육손이를 보고 정약현이 사위 황사영에게 이르는 말이다.

'육손이는 제 부모가 낳은 자식일세. 그걸 잊지 말게'

황사영은 이 말의 단순성에 놀랐고,
시간이 지난 후에 이 말의 깊이에 놀라며 육손이를 종의 몸에서 풀어주고 면천해준다.



밖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인간관계가 그닥 원만하지 못한 나는 이 나이 되도록 여전히 쿨하지 못한 관계맺음으로 상처받기가 일쑤다. (상처받기는 그대로 '상처주기'로 읽어도 틀리지 않다는 걸 안다)
아직까지도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치명적인 관계들이 있다. 수 년 전에 그 엉킨 관계를 풀어보자 나름대로 어설픈 노력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그에게 나는 이중인격자에 돈으로 관계를 따지는 사람이었고 그 오해를 풀어보고자 되도 않는 애를 많이 썼었다. 해명하고 애를 쓸수록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과정에서 나는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그 때 내가 그 사람에게 표현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렇게 되뇌었었다.
'나는 우리 엄마 딸이고, 우리 엄마한테는 내가 진짜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다. 그것 만은 알아달라'라고. 그 사람에 의도했든지 아니든지 내가 받은 느낌은 아무리 해도 내가 이 사람에게 인간으로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없겠구나 싶었었던 것 같다.


육손이는 제 부모가 낳은 자식일세. 그걸 잊지 말게.


그 얘기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지만 결국 정약현도 황사영도 육손이도 천주귀신이 들린 자로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다. 이 모두는 제 부모가 낳은 자식들이었다. 또한 당신도 제 부모가 낳은 자식이다. 제 부모가 낳은 자식임을 인정해 주는 것은 나와 아무리 맞지 않아도, 때로 내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할찌라도 마지막 존엄성은 인정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되어 핏덩이 아이를 안아보고, 그 아이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어줄 때, '엄마'라고 불러줄 때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사랑보다 더 뜨거운 경이로움을 알기에 '제 부모가 낳은 자식'이 어떤 존재인 지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나도, 당신도 제 부모가 낳은 자식이다.
그걸 잊지 말자.

 

  1. 신의피리 2012.01.10 12:00

    헨리 나우웬의 <안식의 여정>을 읽다가 참 나우웬 다운 고백을 봤어요. 여전히 소심한 자신, 여전히 기도에 헤매는 자신... 60이 넘은 영성의 대가의 고백, 그 문구 그대로 보면, 내 일기장의 고백과 비슷한 면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읽는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도전이 되는지 몰라요. 관계와 영성의 더딘 성장에 좌절이 되다가도 나우웬의 글을 보고 나면, 더 인내하게 되고 더 자신을 잘 수용하게 되고, 더 성장하고픈 마음이 들더라구요.

    지금 당신의 글이 또 그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상처 입은 치유자'

    • BlogIcon larinari 2012.01.11 10:39 신고

      잠자기 전 헨리 나우웬 한 페이지,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데 참 좋은 시간 같아.(요. 남편님께서 존대말 드립하시니 이건 뭐 반말로 얘기해야 할 지 존대말로 얘기해야 할 지...ㅋㅋ)

      부끄러운 속마음을 드러낼 때 쿠션처럼 받아주는 당신이 있어서 높고 낮은 언덕을 넘어가는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참 좋은 '상처 입은 치유자' 남편!

      (둘이 참 훈훈하다...ㅋㅋㅋ)

  2. 지구반대편에서 여씨아쥼마 2012.01.11 13:16

    오랜만에 찾아왔다가 신실님의 마음의 여정과 두 분의 훈훈한(ㅋㅋ) 대화에 힘을 얻고 갑니다.. 한참 질퍽거리는 요즘, 띤띨님께서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만 해봅니다... 잠옷바람으로 달려가서 차 한잔 하고싶은 밤입니다....ㅎㅎ

    • BlogIcon larinari 2012.01.11 20:02 신고

      댓글을 읽자니 지구반대편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마음이 가깝게 느껴지네요. 왠지 제 글의 행간의 숨은 많은 부끄러움과 질퍽거림을 읽어내신 듯하여 나도 같이 차 한 잔 하고픈 맘 굴뚝 같아요.
      봄에 들어오시면 나란히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걸까요?^^ 봄이 오면 한결이를 안아보겠네요. (한결인 지금 컴퓨터가 있는 책상에서 저를 올려다보고 있어요.ㅎㅎㅎ 너무 예쁘 달력과 카드 고맙구요)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늘 일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해왔다. 엄밀하게 말하면 '일의 의미'란 내게 '일의 기쁨'이었다. 대학 후 첫 직장인 유치원 교사를 그만 둔 즈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자체는 좋지만(그래서 일 자체는 의미가 있었다) 일하는 여건이 그렇게 비인간적인 직장생활은 하기가 싫다는(그래서 환경이 일의 의미를 앗아가고 있었다)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 이후로 새로운 공부를 하고, 그 당시로 하늘에 별 따기인 풀타임 음악치료사가 되어서의(것두 채윤일 낳고 5주 만에 첫 출근) 감동이란... 점심 때 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앉아 식기도를 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내 생애 식사기도 때 감사의 눈물을 그렇게 흘려본 적이 있었던고...

그 감동이 사라진 4년여 후에 퇴직을 하고, 일명 프리랜서 음악치료사로 약간의 강의와 함께 전전해 오고 있다. 작년 성대수술 이후로 음악치료사라는 명함을 내밀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일을 손에서 놓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종종 '10년 음악치료 했으니 이제 수명은 다 했어. 이젠 카페를 해야해' 라고 농담을 했었다.

최근 집 가까운 괜찮은 곳에서 풀타임 음악치료사를 구하는 광고를 보고 잠시 맘이 흔들렸다. 내 인생 마지막으로 음악치료 한 번 더 해볼까? 이제 나이나 경력 때문에 파트타임으로 일할 곳도 없고.... 그렇게 맘이 흔들리면서 다시 한 번 소명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이렇게 여유있는 시간으로 인해서 영적으로 깊이있는 그 분과의 교제가 즐거운데 다시 빡빡한 현대인의 시계 속으로 들어가서도 이 알량한 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주께 하듯, 성가대 지휘를 하듯,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직장동료들을 대하며 직장생활 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출근하는 일이 너무 힘겹지 않을까?
하는 의문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음은 조금 불안해졌다. 그 때 눈에 들어온 책이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 이다. 그가 하는 말들과 때로 상관이 있고, 때론 상관이 없는 내 마음과 생각의 길이 그와 더불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일을 하고 싶은 가장 밑바닥의 욕구가 드러났다. 가장 깊은 욕구는 한 달에 한 번,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대한 기대. 그리고 전문직 여성에 대한 불특정 다수의 존경 정도였다.

보통씨가 대놓고 얘기하진 않지만(이 사람은 절대 내놓고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더군.^^) 일의 기쁨을 앗아가는 많은 이유들 중 하나는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에 목숨 걸고 일하는 것, 그리고 '전문화'라는 것이었다.('전문화'에 관한 부분은 따로 포스팅해 볼 생각) 아차! 싶었다. 이런 저런 명목 좋은 이유를 대서 남편을 설득하고 있었지만 내가 이 풀타임 자리에 마음이 심하게 흔들린 건 99.9% 따박따박 월급이었다는 것. 이러고 입사를 했으면 세 달이 가지 않아서 사직서를 못내서 안달을 할 것이었다.

그럼, 뭐 대부분 돈 때문에 일하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어디 그리 흔하단 말인가?  그래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라고 하지 않는가? 맞다. 현대인들이 대부분 그렇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다들 월요일만 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고, 주말이 가는 소리에 불안증이 고조되고, 출근을 하면 주변 눈치 보면서 싸이하기에 바쁘고... 일 자체에서 기쁨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그러면 어째야 할까? 다시 소명을 생각했다. 소명은 부르심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머~얼리서 '일루와. 아니 아니.... 거기 아니다. 그 옆으루 가. 거기가 니 자리야. 이게 니 소명이다' 이러시는 분이 아님을 안다. 나와 아주 가까이, 아니 내 안에서 계시면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 행복한 일을 아시는 분이다. 나와 함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가 주시는 분이다. 그걸 발견해 가는 것이 소명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그래서 <소명과 용기>의 저자 '고든 스미스'는 소명을 20대 진로 선택하면서 한 번 고민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평생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튼, 결론적으로 이력서를 낼까 말까 하던 고민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언제나 그렇듯 나는 다시 소명을 생각한다. 확성기를 대로 부르시는 그 어떤 거창한 부르심이 아닐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제 중년에 들어선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행복을 누리고 나누며 여기서 천국의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말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일상의 기쁨과 슬픔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내 일상은 '그럼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다른 것이 아니다. 오늘, 여기서 다시 소명을 생각한다.

소명을 생각하는 나는 오늘 학교 다녀온 채윤이와 현승이를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고 블로거들의 댓글을 마음으로 받도 대화할 것이고, 회복되어가는 몸으로 인해서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할 것이고, 식구들을 위해 정성과 아이디어 가득한 저녁식사를 준비할 것이고,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고, 몇 권의 책을 조바심 내지 않고 마음으로 읽을 것이고, 간간이 커피를 내릴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있는 그 모든 일이 다 소명의 자리임을 순간순간 각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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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rest 2009.11.05 13:25

    부지런히 들락거린 탓에 일빠라는 기쁨으로 일빠 찍고 나중에 댓글 달까 하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 그 소명이라니
    요즘 나의 생각도 여기에 미치고 있기에 이 글을 다 읽고 글을 씁니다.
    일단 나는 여기까지 생각은 하는데
    글이나 말이 여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라리님이 부러워요.
    요즘 나는 일의 기쁨이 충만한 중에 있어 감사한 나날입니다.
    이 일의 기쁨이, 다음 일의 감사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지요.
    그건 나의 글로 대신할게요.^^
    나와 생각을 나눠주는 라리님, 노랑길 같이 걸어봐요~^^

    • larinari 2009.11.05 16:56

      이사하고 정리하고 앓고 난 사이 올 단풍을 다 놓쳐버리는 것 같아요. ㅜㅜ 빨리 빨리 노랑 길로 저좀 데꾸 가시구요...

      소명 찾아 룰루랄라~ㅎㅎㅎ

    • hs 2009.11.06 08:29

      ㅎㅎ 일빠에 목숨 건 사람이 있기에 쪼~~오 아래 보니 양보까지 받아 가면서 드뎌 일빠를 하시고....ㅋㅋ
      그래도 일빠는 일빠구....
      축하혀요~~~~! ^^

      아침 시간이라 시간이 없어서 장문의 글을 읽을 시간은 없구 이렇게라도 일단 흔적은 남겨야겠기에.... ^^

    • larinari 2009.11.06 09:16

      언니가 언론 플레이 해주시는 거예요.
      블로그 인기관리를 위해서 말이죠.ㅋㅋㅋ

      아, 오늘은 금요일 현지 보는 날인데...
      이번 주까지 쉬느라 오늘도 못 봐요.ㅜㅜ

  2. iami 2009.11.05 15:29

    보통은 G양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따박따박 들어오는 거, 잡으려다 놓쳐서 못내 아쉽겠어요.
    우린, 적어도 저는, 한 번 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응원했거든요.
    사역자의 아내가 전문직을 갖고 일한다는 거,
    이거 여러모로 쓸만한 구석이 많거든요.

    일상을 소명으로 받아들이셨으니,
    책 제목처럼 그걸 치러내는 용기도 멋지게 발휘하시길..
    (골드 스미스가 마틴 골드스미스인 줄 알고,
    이 사람이 이런 책도 냈나, 하며 찾아봤더니
    <분별의 기술>을 쓴 고든 스미스군요.
    플루에 걸리신 게 맞긴 맞나봐요.^^)

    • BlogIcon larinari 2009.11.05 17:03 신고

      TNT의 지성 G와 챙이 열광을 하는 작가라서 관심이 있었지요.ㅎㅎㅎ
      사실 이력서 냈어도 나이가 많아서 어찌될 지는 알 수 없었어요. ^^; 음악치료가 제게 잘 맞기는 한데 갈수록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버겁기는 했었거든요. 제 나이라면 임상은 접고 공부를 해서 강단에 서든지, 자기 이름을 걸고 센터를 차리든지 둘 중에 하나를 해야는데요... 둘 다 생리에 안 맞아서요.
      일단 일상은 늘 소명이지만 새로운 소명을 주실 것을 기대하며 지내고 있어요.

      고든 스미스! ㅋㅋㅋ이게 타미플루 부작용이라니깐요.

  3. 호야맘 2009.11.05 19:20

    일에대한 열망... 따박따박 들어오는 유혹...
    한동안 저도 많이 갈망했는데...
    제업종에서는 흠... 나이와 경력이 오히려 제일 않좋은 조건...
    어디서든 절 버거워한다는 현실에 여러번 맘을 접었죠...
    약간의 알바도 알아보려 했지만...
    다들 부담스러워 하더군여...
    그래서 결정을 했죠...
    나의 보물이자 10여년을 함께한 장난감을 처분하기로...
    그런데... 데려가실 분이 안나타나네여~~ ㅋㅋ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여전의 흔적을 떨쳐버리려니 왠지 씁씁함과
    아쉬움이... 아니 미련이... ㅋㅋ

    • larinari 2009.11.05 20:52

      적당한 때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 예전에 읽은 책에서 여성들의 소명의 삶을 퀼트이불에 비유한 걸 본 적이 있어. 한 조각 한 조각 각각 다른 천으로 이어붙여서 만든 퀼트 이불처럼 그 때 그 때 양육과 직장생활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해가면서 인생을 커다랗고 아름다운 퀼트 이불로 완성해 가는 것. 멋지지?^^

  4. 쳇 거바라 2009.11.05 22:13

    일의 기쁨과 슬픔을 생각하셨나 보네요~^^

    • larinari 2009.11.06 09:17

      교회개혁 말고 댓글개혁 해주세요. 님하!

    • 쳇 거바라 2009.11.06 13:30

      소명도 생각하셨나 보네요~

    • larinari 2009.11.07 11:59

      네, 소명도 생각하셨어요,. GT님하!

  5. BlogIcon happiness pd 2009.11.06 01:17 신고

    흐흐 사실 모님 포스팅하시고 딱 십분뒤에 들어왔었지만,
    포레스트님께 일빠를 드리기위해...^ ^ㅋㅋㅋ

    일 자체에서 즐거움과 기쁨 찾기란 힘들죵 ㅠㅠ
    월요일에 일어나기 싫고 주말가는거에 불안함을 느끼고
    눈치보며 싸이하기 바쁘고 ㅋㅋㅋ 공감이 너무 되네용ㅋ

    소명 찾아 삼만리~~

    • larinari 2009.11.06 09:20

      매일, 매 순간, 항상 일수는 없겠지만 일자체에서 기쁨을 찾겠다는 거 포기하면 안될 것 같아.
      결혼하고 오랫동안 남편을 위해서 했던 기도가 생각나는구나. '남편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는 일'을 찾게 해달라고 말이야. 이것 찾는 걸 포기하면 안 돼.^^

  6. BlogIcon 털보 2009.11.06 10:03

    밑에서 보면 제가 일빠.. ㅋ

    그런데 돈과 엮여서 즐거운 일이 있단 말예요?
    즐거운 일도 돈과 엮이는 순간 즐거움이 희석된게 제 경험이라서...
    처음에는 즐거워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게 돈이 되니까 나중에는 돈 때문에 하고 있었던 경험이 많았거든요. 고객이 바깥에 있고, 그 고객이 돈 주는 사람이면 영 즐거움을 찾기는 어려운 거 같어요. 전 젤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빼놓고는 그냥 돈되는 일은 다 지겨운 것이려니 하면서 하고 산다는.

    • larinari 2009.11.07 12:02

      밑에 mary님 덕에 이빠 되셨구요.ㅎㅎ

      그게 참 이상해요. 첨에는 돈을 받고 하면서도 즐거웠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처음과 달리 돈 때문에 하고 있더라지요. 그래도 저는 돈과 일의 즐거움을 양손에 쥐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도 하면서 일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성경에 돈에 대한 언급이 그렇게도 많은 이유를 새삼 알 것 같기도 해요.

  7. mary 2009.11.06 21:42

    즐거운 일에 돈이 엮이면 딱인데^^

    이제 중년에 들어서셨다고요?
    난 그 나이가 중년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구만요.
    얼마전 어느 신문에 <내 나이 50 뭐가 어때서 -여자50세의 재발견>이란 특집 기사를 보며 맘이 설래던 기억이 나네.

    '어떻게 살것인가?' 맞어, 이게 중요한거 같아.
    일의 기쁨과 슬픔도 '어떻게'에 따라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일상의 기쁨과 슬픔, 제대로 누리면서 살자고 다짐하고 감.

    • larinari 2009.11.07 12:04

      저는 대체로 즐거움이 돈으로 엮인 삶을 살아온 것 같아요. 하기 싫은 건 죽어도는 아니고 쫌 못하는 체질이라 대체로 즐거움을 따라 다니며 일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작년부터 중년이었는데...ㅎㅎㅎ 중년이 시작된 건지 중년을 준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제껏 외면의 삶에 치중해서 살았다면 이면의 삶을 돌보고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살려고요. 그 때가 바로 중년이라고 칼 융쌤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8. yoom 2009.11.07 12:06

    쭉 읽어 내려오다가 mary님 댓글 보고 딴소리..
    엊그제 엄마랑 통화하다가 모님으로 부터 전수받은 것을 엄마한테도
    해보라고 알려드렸는데..제가 엄마한테
    '엄마 이제 평균수명이 길어졌으니깐 80살까지 산다고 치고
    지금부터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살면 나중에 인생 후반30년은 더 즐겁게 뜻깊게 산거잖아..인생은 50부터야~ 아직 늦지 않았어'했더니 엄마가 좋아하셨어요ㅋㅋ저는 '인생은 서른부터, 잔치는 이제 시작이다'를 모토로 삼고 서른 준비하고 있는데 이제 꺾였다...얼릉 시집가야지 뭐하냐 라고 하는 사람들 보면 맘속에 남모를 짜릿함이 느껴져요ㅋㅋ

    • larinari 2009.11.07 12:11

      오옷! 이런 시간에 실시간!ㅎㅎ

      인생은 언제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거 괜찮다.
      파릇파릇 꿈 많던 20대나, 결혼 전후의 새로운 경험을 하던 30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살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아.
      라고 나를 타이르며 살고 있지...^^

  9. 쳇 거바라 2009.11.07 13:47

    님~ 오늘은 글을 안 쓰셨네요. 바쁘신가 보네요~

    • larinari 2009.11.07 20:17

      한 포스팅에 두 번씩이나 댓글 남겨주시고...
      신경질 많이 쓰시니 감사합니다.

  10. I'm dreaming Ssam! 2009.11.10 23:55

    취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슬쩍 생기는 불안감들,
    올해엔 졸업생이 많아서 취업을 다 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하시는 교수님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늘 사랑의 시선 안에 둘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돈에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는 절대 꿈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의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자꾸만 물음표만 늘어나고 있을 때에,
    '너는 충분하다'며 성령님이 도닥여주시네요.

    취업준비생에게 '소명'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넌지시
    던져주는 포스팅이였어요^^

    • larinari 2009.11.11 09:46

      염려의 잡초가 하나씩 둘씩 자라서 무성해지는 때
      숨겨진 성령님의 메세지를 찾아내는 눈이 아름답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소명에 대한 확신을 놓지 않는 거,
      그게 바로 꿈을 사는 것 아니겠니?^^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우리 뮨진짱 몸보신 한 번 시켜줘야 하는데...

  11. 알랭 팬 챙 2009.11.12 00:40

    보통은 이름이 멋있어요.
    알랭 드 보통...ㅠㅠ

    읽으면서 다시 "맥락"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내가 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분명 과거에 무언가 내가 느껴온 동기가 있고 밟아온 Context가 있었을텐데.
    그게 훼손되고 가려져서 안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그냥 살고 있다"라는 텍스트만 남으면 다 무의미해지고 버티기 자세로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1초. 2초...30초. 한판! 1점 받고 다시 1초 2초~

    서점 가서 몇 번 만지작 거리긴 했는데
    첫장에 나온 물류센터 그림 보고나며...금새 버렸드랬죠...ㅎㅎ
    쌤 후기도 봤으니 볼 엄두도 안내렵니다.

    • BlogIcon larinari 2009.11.12 22:05 신고

      너무 늦게 댓글 다니깐 빼먹고 못 읽었잖아.
      어쩌면 이름이 '보통'이냐...ㅋㅋㅋ

      너 안 읽어두 되겠어. 읽지마라.



택배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택배. 요즘 배송이 점점 느려져서 예스24로 갈아탈까 싶게 만드는 알라딘 택배. 알라딘 배송이 점점 느려져서 당일배송은 고사하고 며칠 씩 사람을 목이 빠지게 하니... 며칠의 티는 안냈지만 목이 빠지는  기다림에 반가운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부모님이 나보다 당신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애'
'현승이 이 자식은 지 엄마만 좋아해'
'청년 애들이 나 만나는 거보다 당신 만나는 게 더 좋은가봐'
무덤덤하게 내던지는 남편의 말들에서 희미하게 날락말락 하는 냄새가 질투 비스무리 한 게 아닐까 싶다.

헌데 '요즘은 당신이 나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것 같애' 라고 역시 무덤덤하게 말씀을 내뱉으실 때 난 아주 분명하다 못해 강렬한 느낌을 캐치한다. 그건 질투다.

으하하하하.... 그게 질투임이 확인될 때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희열이여.
꼬소해. 꼬소해. 김종필씨가 책으로 날 부러워 하다니..  자꾸 약올리면 책 읽고 싶어서 사역을 그만두겠다 하지 않을까?ㅋㅋㅋㅋ

<일의 기쁨과 슬픔> 제목에 꽂혀 저자와 리뷰를 찬찬히 살펴보니 이거 정말 입맛이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게다가 젊은 블로거 챙과 G가 열광을 하는 저자가 아닌가?

나는야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인!ㅎㅎㅎ 그림자 문제를 유난히 재밌게 다루는 융심리학자 로버트 존슨의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분석심리학으로 성경의 인물들에 관해서 쓴 인물 에세이 모음, 신경정신과 의사인 이나미의 <성경에서 사람을 만나다>.
 
도사님이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 사랑하기>를 읽으시고 푹 빠지신 제임스 에머리 화이트의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 사랑하기>
 
위인전 좋아하는 채윤이 책 두 권
<평화, 인권, 민주주의의 위대한 스승 김대중 대통령>,
<오바마 아저씨의 꿈의 힘>
--- 아, 여전히 상실감에 대한 상처가 깊구나.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함을 키보로 두드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려오네....ㅜㅜ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에 관한 책을 읽고 질문이 많았던 채윤이. 노무현, 김대중, 오바마 대통령! 우리 채윤이 진정한 리더십, 진정한 인간됨을 제대로 배우렴.

흠.....안 먹어도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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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쥐순희 2009.09.24 12:53

    와 1빠!!!!!!!!
    지르셨다는 말 듣자마자 문자로도 말씀 드렸지만
    그와 즐거운 여정 되시길 바랍니당 ㅎ_ㅎ
    '당신은 나보다 알랭 드 보통을 더 만나는 것 같아.. 그 사람 며, 몇살이야?'
    라는 말까지 들으실 수 있도록 다음 책 또 다음 책도 쭉쭉 읽으실 수 있길 >_<
    yes 24가 총알배송이라고 '클릭 슝 띵동 yes!♪' 이거 라디오 광고에 자주 나오던데 들으신 적 있으신가요?ㅋㅋ 주문버튼 클릭 하면 슝 날라와서 초인종 누르고 예스24입니다 하고 책 준다고ㅋㅋㅋ;;
    근데 아마 알라딘이 적립금이 더 쎈걸로 알고 있어요~

    • larinari 2009.09.24 12:55

      실은 적립금 때문에 우리가 알라딘을 못 내치고 있다.
      보통씨는 나랑 동갑이드라.ㅋㅋㅋ
      보통씨가 일상의 철학자라며? '일상의 재발견 하는 눈을 가진 저자' 이러면 너무 보통적인 표현이라 보통씨가 기분나빠 할려나?^^ 암튼 내가 도사님께 그렇게 소개를 했더니 '이름이 보통이라 일상에 관심이 많구만' 하시더라. ㅋㅋ
      그래, 내가 그를 한 번 찐하게 만나 보리라.

    • G G G G 2009.09.24 23:49

      앗 방금 발견한건데!!!
      상단부터 주-노-초-파 레인보우 배열이네욤
      으아 센스 전수둄.......................... ㅜㅜ

    • BlogIcon larinari 2009.09.25 09:18 신고

      그 배열을 발견해버린 너란 여자에게 내가 무엇을 더 전수하랴!ㅋㅋㅋ
      그런 색깔의 배열 정도는 나란 여자의 본능!ㅋㅋㅋ

  2. 굥화 2009.09.24 15:09

    책 택배가 가장 즐겁고 기다리는 설레임이 ㅋㅋㅋ
    전 교보인데
    교보는 책이 꼭 보물상자처럼 생긴 박스에 오는데 열때 그 느낌이란...
    알랭 드 보통 저 책 저도 이번에 샀는데 같이 공유해요 모님~

    • BlogIcon larinari 2009.09.24 15:16 신고

      오오~ 그러니?
      이거 보통씨가 요즘 갠찮다는 처자들은 다 팬으로 거느리고 있구만... 그럼 이 책 읽은 사람들 언제 다 읽고 모여서 수다 한바탕 해야할 것 같구나.^^
      책이 보물상자에 담겨오는 건 이리가 있다.ㅎㅎ

  3. forest 2009.09.24 15:11

    저는 예스24로 얼른 갈아타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전 언제부턴가 1빠를 해본적이 너무 오래전이라
    1빠를 하려고 단단히 벼르지만 번번히 놓치고 있네요.
    담엔 꼭 1빠를 해야쥐~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저두 좀 끌리는군요.
    모님은 부자~랍니다.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09.09.24 15:18 신고

      그럴까요? 저번에 한 번 예스24에 주문할 일이 있었는데 진짜 총알배송이드라구요. 아, 이번에 포인트 다 써버리고 이사가야겠다. 알라딘 완전 봉을 놓치는건데... 알라딘에서 오는 택배 회사에서 저희 이름도 다 알아요. 지난 번에는 송장부 주소 부분이 찢겨 없어진 알리딘에서 온 택배가 있는데 혹시 이러이러한 책 주문했냐고 하더라구요. ㅎㅎㅎ

      그죠? 제가 쫌 부자죠?
      청어알젓도 두 통이나 있고....ㅋㅋㅋ

  4. hs 2009.09.24 21:06

    요즘은 추석 물량이 넘쳐서 택배가 늦어지는 가 보던데....

    와~! 근데 진짜 책 많이 읽으신다.
    그러니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맘만 먹으면 글이 그냥 쫘~~~~~악 나오게 되는구나...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전 일만 하느라고 책을 안 봐 버릇을 해서 책을
    아무리 안 읽어도 읽고 싶은 맘도 안 드네요.ㅠ ㅜ
    가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생각으로 끝나고....
    근데 요즘에 경건의 삶 공부를 하면서 숙제를 하느라고 억지로 책을 읽는데
    이거 정말 책의 매력을 몰라서 안 읽는거지 꼭 읽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larinari 2009.09.24 21:08 신고

      제 보기엔 해송님 계기가 되셔서 입맛에 맞는 책을 만나시면 완전 몰입하실걸요.ㅎㅎㅎ

      알라딘이 당일배송으로 광고는 열심히 하면서도 늘 배송이 늦더라구요. 제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 일을 좀 더 해야 하는데 이렇게 신선놀음만 하고 있네요.

  5. yoom 2009.09.24 23:16

    제가 또 모님께 도전 받은 것이 있다면 독서 잖아요~
    그리하야 여기 오면 시간이 많이 남을 것으로 사료가 되어 많이 싸들고는 왔다만 지금 딱 3권 끝내고 2권 동시에 읽는 중인데 뭐 이정도면 좀 예상 아래 입니다. 한달에 두권은 읽을 줄 알았는데..ㅋㅋ 암튼 책벌레 분위기 참 좋습니다. 엄마가 적당한 책을 골라서 아이에게 추천해 주는 것도 멋지고 부럽고 ㅎㅎ 이번에 저희 가족 올때 책 한권씩 들어오라고 당부 해봐야 겠어요~~

    • BlogIcon larinari 2009.09.25 09:21 신고

      많은 양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읽고 있는 것' 그 자체가 큰 의미라고 난 생각해. 평생, 어떤 상황에 내던져질지라도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책을 놓지 않으며 사는 자. 그런 사람은 결코 멈추지 않는 걸음으로 그 나라를 향해 진보하게 될끼다.

      늘 어떤 책이든 한 권은 붙잡고 있는 걸 목표로 하자.
      국제적인 제자야!ㅎㅎㅎ

  6. BlogIcon 采Young 2009.09.25 00:56 신고

    아 징짜 궁금해여. 알랭드 보통을 어떻게 읽으실까...
    보통 책은 늘 저 번역자 정영목씨가 번역하시는데 이번 책도 저분이 번역하셨네요.
    성경에서 사람을 만나다 재밌어 보여요.

    사실 요즘 과제도, 공부도 제대로 못하면서 책 하나 살라면 괜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다시 놓곤 했는데....틈틈히라도 읽어야 겠어요.
    삶의 한가운데 읽고 사실 그냥 멈춰버렸는데 다시 의욕이 생깁니다!ㅎㅎ
    사실 G한테 나 공부 안해서 책 놔야할 판이라 그랬더니 쥐가 강한 눈빛을 발사하며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어여 ㅋㅋㅋ일의 기쁨과 슬픔 리뷰 꼭 올려주세요!

    • BlogIcon larinari 2009.09.25 09:23 신고

      이번에 온 책 중에서 번역이 기가 막힌 책이 하나 있어.
      옮긴이의 글 보고는 '아, 이 사람이 책 내면 읽고 싶다' 할 정도더라니깐. 역자 약력을 봤더니 스팩이 장난 아니더군. 보통씨의 책, 번역 때문에 걸리적거리진 않겠지?

      요즘 같이 학업의 부담이 있을 때는 쉽게 쭉쭉 넘어가는 가벼운 책을 좀 들고 다니지 그래.

  7. BlogIcon 털보 2009.09.25 19:57

    제가 아는 분은 책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 책을 다 읽어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손을 전혀 안댈 수도 없어서
    온 책은 일단 머리에 배고 주무신다고 하셔서 웃었던 적이 있어요.
    저도 요즘은 책을 읽질 않고 머리에 배고 자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 larinari 2009.09.27 22:53

      읽고픈 책이 너무 많아서 고민인데...
      읽고픈 책을 베고 자면 자는 동안에 그 책에 있는 내용이 머릿속으로 줄줄줄 들어와 버렸음 좋겠어요.ㅎㅎㅎ

  8. 호야맘 2009.10.08 16:50

    Any캐쉬백을 통해서 저는 예스24로 빠른배송에 적립금까지 현금으로 쌓구 있는데...
    빨리 갈아타세여~~
    정말 보고싶어 주문해놓구 기다리는거... 힘들졍~~
    저처럼 급한 사람은 더더욱이~~ 푸히히...
    흐흐... 지도 요즘 태교겸 해서 책을 많이 읽게 되네여~~
    좋은 엄마되기위해~~ ㅋㅋ



딱히 의식이 수면 위에 올리진 못했으나 예전부터 안희정이라는 사람이 궁금했었다.

아마도 일단 그이 가끔씩 화면에서 볼 때마다 느껴진 그의 강한 내향적 포스 때문이었으리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 그가 카메라를 향해서,
'이명박 대통령, 대한민국 검찰, 조중동! 당신들이 원했던 게 진정 이거였습니까?' 하고 내뱉을 때도 사실 강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나 절제된 그러나 결국 감출 수 없는 떨림으로 그저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고나 할까?

저 사람은 누굴까?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저 사람. 배울만큼 배운 사람, 알 만큼 아는 사람이 그 누가 인생을 '측근'으로 살고 싶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으로 인해서 감옥을 사는 것조차 감내하고도 여전히 '측근'인 저 사람을 도대체 누굴까?

대통령 서거 후 미공개 동영상에서 안희정씨의 출판을 축하 메세지를 전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메세지를 전하다 울먹하며 말을 못 잇고, 결국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눈물을 쏟아놓은 다음에야 말을 이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 '저를 위해서 그렇게 희생을 했는데 그 희생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질 않아요. 누군가 그렇게 희생을 했으면 그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당연히 부담이 되는 것이거든요. 근데 이 친구는 그렇게 하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예요'

그 영상을 보고나서 더 궁금해졌다. '자전적'이라는 분위기의 책들을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 얼른 이 <담금질>을 주문했다. 읽어달라고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줄을 서 있지만 얼른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강한 사람이었구나. 광주항쟁을 접하면서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사람 죽이며 정권을 잡은 사람들)' 싶어서 대학생들을 찾아가 따라다니다 결국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던 때가 고딩시절이었다. 강하고 강한만큼 뒤를 돌아보거나 타협을 하는 것, 또 자성을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청년 안희정의 인간 담금질 이야기. 가장 쎈 '담금질'은 대학생 시절 잡혀가 고문을 받으면서, 결국 거기에 굴복하여 친구들의 이름을 대고 나왔던 그 때라고 여겨진다.

그 때 이후로 안희정은 깨닫는다.  자신이 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에 대한 실망, 자신이 대단한 줄 알고 달려왔지만 결국 별 거 아니라는 인식 끝에 방황하고, 나락에 떨어지고, 희망을 잃은 채 생각없이 사는 세월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로인해 가장 안희정다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로 그 자신의 말대로 '양심 찾고, 의리 찾고, 돈이 안 돼도 함께 걸어가야 할 사람의 도리를 강조하는 길'을  걸으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비록 가난했고, 고난이었고, 희생과 포기의 길이었겠지만.  '측근'일 뿐이었지만...
안희정에 대한 내 의문은 여기서 풀렸다. 그가 어떻게 '측근'으로 만족하고, '측근'으로 충실하게 일관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살 수 있는지 말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무리 훌륭해도 '나는 결국 대단하지 않다. 나는 내가 그렇게 싫어하고 비판하는 저 사람과 결국 본성상 크게 다르지 않다' 라는 뼈아픈 자각 없이는 정말 훌륭한 인격이 될 수 없다. 그 자각이야말로 측근으로서의 정치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무엇보다 하나님을 찾아가는 신앙의 여정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남편이 신학을 시작하기 직전에 느헤미야를 묵상하면서 그랬다. '여보, 여태까지 나는 모두들 느헤미야 같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헌데 생각해보니, 나는 성벽의 여기서 저기까지 한 구역을 맡은 벽돌 쌓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름 없는 한 사람의 노역꾼. 그거면 되지 않을까?' 자신의 길에 확신을 가지고, 지금 자신이 하는 벽돌쌓기 단순노동이 무너진 하나님의 성을 쌓는 일임을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끊임없는 역사의식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이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쓰면 마치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것 같지만 사실 결정적인 부분은 아직 읽지 못했다. 그리고 언제 읽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페이지 83 쪽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이 시작되는데 이 장의 제목만 보고도 울컥하여 차마 눈이 가는 한 걸음을 뗄 수가 없다. 언제쯤 이 슬픔이 내면에서 가라앉아 83쪽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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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ami 2009.07.16 13:39

    한때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던 이죠.
    어떤 속내를 지닌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책 제목은 정말 잘 짓고 잘 어울리는 서체를 썼네요.^^
    쇠귀체라고도 하고 어깨동무체라고도 부르는 신영복 선생님의
    정갈하면서도 단호한 힘이 느껴지는 폰트잖아요.

    저도 이 책 사 봐야겠어요.

    • BlogIcon larinari 2009.07.17 00:01 신고

      오셨군요! ^---^
      언제나 오실까 했었어요.
      아, 저 글씨체 이름까지 알고 계세요?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의 제목도 신영복 선생님이 지어주시고 책을 쓰도록 독려하기도 하셨대요.

      왕림하심을 환영하옵고 감사드리옵니다.^^

  2. 뮨진짱 2009.07.17 00:45

    호곡! 싸모님~ 저도 그 동영상 보구.. 읽고 싶었던 책인데!!

    사실 안희정님 얼굴을 보면서 걍..이미지가 강도사님과 너무 흡사하다 생각되어
    꼭 저의 이 느낌을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ㅋㅋㅋ
    포스트 읽으면서, 예수님 말씀이 생각나서 마음이 쿡쿡 찔리네용.

    사모님의 슬픔이 얼른 가라앉기를..♡

    • BlogIcon larinari 2009.07.17 08:50 신고

      봤구나.ㅎㅎㅎ 주일날 저녁에 뮨진짱 없어서 섭섭했떠.

      분위기는 도사님하고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
      내향성이 짙고 그러면서도 내면이 유들유들 하지만은 않은 느낌이랄까? 난 10년이 넘도로 남자취향이 변하질 않네.ㅋㅋㅋ
      사지말고 내꺼 빌려보도록해. 단, 책 읽을 시간 있을 때!^^ 오, 가만있지 뮨진짱 시작했나?

  3. forest 2009.07.17 18:52

    저두 안희정씨 문재인씨 이런 분들이 참 궁금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이 집에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다음 책을 선택하는 것 같지요.^^

    • larinari 2009.07.17 21:58

      어설피 여의도에 입성해서 일하다가 온갖 모멸감을 느끼고 나왔대요. 그리고 나서 우여곡절 끝에 자신에 대한 환상을 깨고, 자신이 별 수 없는 인간임을 뼈저리게 배우고 난 후에 안희정씨는 지금의 안희정씨가 된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아무리 지저분한 곳에 있어도 소신을 따라 희생과 고난을 감내할 준비만 된다면 거기가 바로 내 자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저는 항상 꿈보다 해몽이라서 그게 문제예요. 83쪽 이후로 언제쯤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일 끝나시고 좀 쉬실 때 가져가셔서 보세요.^^

  4. BlogIcon 해송 2009.07.17 20:45 신고

    전 안 희정씨를 잘 모르지만 호감은 못 느끼고 있는데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별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어떤 사람에 대한 선입견에 따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좋게 또는 나쁘게
    생각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고치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안 희정씨에 대해서도 편견을 버리고 다시.... ^^

    • larinari 2009.07.17 22:02

      저는 그 사람의 정치행보는 잘 모르지만 누군가의 곁에서,그것도 그 누군가가 대단히 힘을 발휘해서 자신을 지켜주지도 못하는데 그 곁을 한결같이 지키며 고난받는 것이 꽤 마음이 끌렸었어요. 위에 우리 뮨진이 말처럼 분위기가 채윤이 아빠랑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고요.^^

      정치적인 입장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길, 배고픈 길을 자처해서 가는 사람들에게서는 확실히 남다른 게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더라구요. ^^
      이젠 두 분이 살살 고덕산에도 오르실 수 있는 건가요?



1997년 가을.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던 가을의 초입에 마법의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영화같은 사랑이 시작되었다. 단풍이 무르익어 절정에 다다랐을 때 광릉수목원에서의 데이트는 단풍과 함께 로맨스의 절정이었다. 단풍색이 바래고 하나 둘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는 불안과 두려움의 먹구름에 가려 앞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몇 잎의 나뭇잎마저 모두 쓸어버릴 듯한 찬바람이 불던 11월이 때이른 추위가 기승을 부린 어느 날. 헤.어.졌.다.

1998년 봄.
4월20일. 월요일. 저 나무가 겨울의 그 쓸쓸한 그 나무였나 싶게 거리거리의 나무들은 물이 오르고 연하디 연한 생명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녁 8시경 고덕도서관에서 운명처럼 그를 만났다. 운명의 그림자는 실은 그 전날부터 둘 사이를 어른거리고 있었다. 우연히 다시 만나 차를 타고 가면서 내가 그에게 '요즘 나뭇잎 색깔이 너무 이뻐. 연두빛이 참 예쁘지?'였다.
그리고 1년 후 5월, 푸르름이 더 짙어진 도산공원의 신록 속에서 우리는 웨딩촬영을 했었다. 웨딩앨범은 온통 초록세상이다.

2009년 4월 20일.
오랫만에 둘만의 데이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영화표를 예매하고 식사하러 가는 차 안에서 그가 말했다. '나는 요즘 나무색이 참 좋아. 거무스름한 나뭇가지에 연녹색 잎이 정말 멋진 것 같아' 라고..
'그거~어, 11년 전 오늘 내가 한 말인 거 알아?ㅎㅎㅎ'



함께 본 이 영화는 인도 인권에 대한 얘기도, 돈에 관한 얘기도 아니다. 퀴즈쇼에 관한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이 영화는 운명같은 사랑 얘기이다. 이 한 마디가 정리해준다. 그들의 사랑, 그들의 운명같은 사랑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It is written!
11년 전 오늘. 우리도 5개월의 방황 끝에 운명같이 만났었다. 내 인생에 그렇게 운명같은 날은 없었다. 아핫~~~


하지만 우리의 운명같은 사랑의 쟝르는 로맨틱 코미디!
점심식사를 하면서 후식으로 키위를 한 입 베어물었는데 마주 앉으신 그 분께서, 웃을 때 소리도 나지 않는 그 분께서 함지박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한 입 베어 분 키위에 내 돌출치아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았다는 것이다. 너무 좋아하시며 '사진 찍어. 사진 찍어' 하시는 통에 운명같은 사랑의 날을 기념하는 이 세러모니는 코미디 한 점으로 마무리 된다.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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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yoom* 2009.04.21 17:50 신고

    항상 회사에서 싸모님 블로그를 들락날락 하는 저는 1빠의 영광을 자주 누려봅니다 ㅋ
    저도 슬럼독~ 보고 넘 맘이 좋았어요. 거기 왜 허밍으로 노래하는거 있잖아요
    제목이 latika's theme 인데 그거 넘 꼬쳐서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샀어요:)
    약간 몽~ 하면서도 맘을 좀 구슬프게 만드는 음악?
    저도 사랑 장르는 로맨틱 코메디 할래용 ㅋㅋ

    • BlogIcon larinari 2009.04.21 17:53 신고

      윰도 딱 보니깐 쟝르가 로맨틱 코미디야.
      아무리 절절한 사랑을 해도 코미디 껴줘야하지.ㅎㅎ
      기대가 된다.
      음... 바라기는 내가 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을 만났으면 좋겠어. 우리 부부 영어 딸린다~

  2. rosemary 2009.04.21 18:36

    10주년 행사 예고편으로 간 둘만의 영화데이트?
    영화는 재미있었고?
    저 키위는 얼핏 로마시대 투구같기도 하고 말이지.
    그 치아가 힘까지 그리 세단 말이지? ㅎㅎ

    • larinari 2009.04.22 09:09

      최근 본 영화 중에 최고예요.
      (아... 최근이 그니깐.... 언제까지냐면...쩝쩝)
      완전 강추요.

      저거 골드 키위라서 아무 치아라도 걸리기만 하면 씹히는데요 저런 모양이 딱 찍히는 건 저만 할 수 있는 일이죠.ㅎㅎ

  3. forest 2009.04.21 19:37

    일단 글을 읽기 전에 사진을 주루룩 내려다 보면서
    뒈체 물 잔뜩 머금은 연초록과 슬럼독 영화 포스터와
    저 한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뭣이람? 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결론은, 로맨틱 코미디, 리아스식 치아 구조,
    넘의 집 일만은 아닌게 확실합니다.ㅋㅋ
    그걸 증거로 남기시는 분은 과연 누구일까요?^^

    • larinari 2009.04.22 09:11

      저도 글 쓰면서 사진을 먼저 세 장 올려놓구는요...
      사진 세 장 참 조화가 안되는구나 싶었거든요.ㅎㅎㅎ

      리아스식 치아구조.
      어제 어렸을 적부터 젤 친하던 친구를 만났는데요 친구가 '너 이제라도 교정을 좀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봐라' 하드라구요.ㅜㅜ

  4. 횡이씨 2009.04.21 20:21

    와~ 진짜 시간이 벌써..
    97년도..대학교1학년ㅋㅋ 초등부 얼레벌레 하다가..
    언니 결혼하시던 해, 비밀이였던 얘기에 괜히 나혼자 신나서 히죽거리다가
    5월1일!!! 이쁜결혼식도 봤는데 .. 아웅~
    우리는 이제 1년도 안된 신혼인데 ㅋㅋ

    가끔 우리 언니얘기 많이 해요~ 애들얘기며 종필아저씨(아직 도사님이 전 어색
    ㅋㅋ) 여름에 한국가면 무조건!!! 배꼽인사드려야하다고 ㅎㅎ 기대된다~

    • larinari 2009.04.22 09:13

      1년도 안 된 신혼. 파릇파릇하다.
      내 결혼식 이뻤던 이유는 횡이 이쁜 피아노가 한 몫 단단히 했지.

      여름에 오기만 와. 내가 맛있는 열무국수랑 에또... 횡이 먹고픈 거 다 해주께.ㅎㅎ cook님이 함께 오시면 cooking에 쫌 부담이 되겠지만.

    • 신의피리 2009.04.22 16:18

      횡이씨~
      결혼식 반주해줬으면,
      이제 곧 10주년인데,
      연주 함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
      언제 온다냐~^^

  5. BlogIcon 털보 2009.04.21 23:44

    허걱, 영화를 잘못봤다.
    한글 자막이 없다보니, It is written을 그냥 소설인가보다 하면서 봤다는...
    마지막에 실화가 아니라 소설에 기초하여 만들었네 마네 하는 얘기가 나온 것도 한몫하고...
    영화보고 나서 사랑이나 진실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거네 마네 떠들었는데... 그게 정해져 있는 운명이란 뜻이었구나... 이런 이런 낙오된 글자를 붙들고 재미들리다 보니 이상하게 영화를 봐버렸어요. 다시 봐야 겠네요.

    • larinari 2009.04.22 09:18

      대단하세요. 선배님~(안영미 버젼요)
      자막없이 영화를 보시구요....

      영화 보는 내내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았어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인도의 슬럼가 아이들의 인권 쪽으로 마음이 쓰여서 사랑 라인으로는 몰입을 잘 못했거든요.마지막에 저 말이 나오는데 영화가 딱 정리가 되드라구요. 아 이건 운명같은 사랑얘기로군하! 마침 저희에게도 운명같은 날의 기념일이었구요.ㅎㅎㅎ

    • BlogIcon 털보 2009.04.22 09:31

      그게요, 알아듣는게 아니구요,
      제가 딱 2퍼센트만 알아듣고 그걸로 98퍼센트를 때려잡는 이상한 귀를 가지다 보니... 게다가 이 영화는 영어로 자막이 나오잖아요.
      아, 그리고 결혼 축하드려요.
      11년의 사랑이 아직도 운명이라니 대단하세요.
      대부분은 그때쯤 사랑이 운명하시거든요.
      쭈욱~ 가는 거예요, 그 사랑!

    • BlogIcon larinari 2009.04.22 09:50 신고

      그 2% 알아들으시는 것도 대단하시구요.
      98%를 영화보다 저 재밌게 때려잡으시는 귀가 정말 대단하시가니깐요.ㅎㅎㅎ

      아익후, 사랑이 운명하시지 않고 끝까지 운명이 되도록 정신을 차려야 되겠어요.

  6. BlogIcon 采Young 2009.04.22 00:20 신고

    ㅋㅋㅋ 갑자기 든 생각인데 눈치 빠른 횡이씨가 먼저 알아챌까봐
    비밀이라고 하고 알려주신 거 아녜용???히히
    우와 4월 20일..고덕도서관..멋져요!
    멋찐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하신 가정에 채윤이 현승이의 등장으로
    시트콤의 느낌까지 가져가시는 욕심쟁이 우후!훗~!!

    • larinari 2009.04.22 09:19

      그 때 내가 둘이 찍은 스티커 사진을 먼저 걸렸나 그랬던 것 같애. 나는 걸렸다고 생각하고 얘기했는데 사실을 횡이씨는 몰랐던 거 같기도 하고.. ㅋ

      글게 나름 로맨틱 코미디였는데 날이 갈수록 시트콤.

    • 신의피리 2009.04.22 14:54

      시트콤 가족?
      그럼....
      익살신실 + 느림보현승 + 딴따라채윤 + 어리버리종필...
      이런 조합이 되나? ㅠㅠ

  7. BlogIcon 해송 2009.04.22 08:36 신고

    1997~98년의 기억은 생각할수록 감미롭겠어요.

    서로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생기고
    그 마음이 서로에게 전해지고
    그 마음이 고백으로 발전하고
    본격적인 사랑을 하며 살게 되던....

    상상을 해 봅니다.^^

    • larinari 2009.04.22 09:20

      추억이 이래서 좋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처음부터 이 사람하고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게 일상인데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아~ 그 때 이 사람이 내게 얼마나 절절했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 함께 하고 있는 오늘에 새삼스런 감사를 하게 돼요.^^

    • hs 2009.04.23 08:36

      엉~?
      JP님께서 쫒아 다니셨나? 혼자....?

      참 이상하게 여자분들은 자기도 좋아했었다는 부분은 절대 말 안하는 습성이 있나보네?
      우리 아내도 연애할 때 자기의 마음은 절대 말을 안 하던데 싸모님께서도.....???? ㅋㅋㅋ

    • larinari 2009.04.23 15:30

      누가 먼저 작업을 했는지는 영원히 미궁이지만요...
      제가 한 번 채인건 확실해요.ㅎㅎㅎ

  8. 주안맘 2009.04.22 16:36

    요걸요걸 못보고 지나갈뻔 했네요 ㅎㅎ
    우와 두분의 영화같은 사랑~ 너무 이쁘고 멋져요 ^^
    정말 운명같은 만남이네요.. 그날 얼마나 온세상이 아름답게 보였을까요 ^^
    저도 4월 5일 식목일날 프로포즈를 받았어요
    갑자기 그 생각이~~~ ㅎㅎㅎ
    진짜 그 날밤에 한숨도 못자고 뒤척였는데 ㅋㅋㅋ
    저희도 사모님이 강추하신다니 저 영화 꼭 봐야겠는걸요
    사모님 우리 4월30일 콘서트에서 만나요~~~~

    • larinari 2009.04.23 15:31

      그 댁 프로포즈 엄청 궁금하당.
      이벤트 도사님 어떻게 프로포즈를 하셨을까요?
      언제 얘기 들어봐야겠네.

  9. myjay 2009.04.27 13:04

    저희 부부도 영화광이었는데,
    성하가 태어난 후로는 영화 금단현상이 나타나고 있답니다.^^
    어서 성하가 커서 우리 부부도 다시 영화를 보는 그 날이 오길.....

    • larinari 2009.04.28 09:05

      아~ 저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요.
      가끔 부모님 속이고 애들 맡겨놓고 데이트 한 적도 있었지만...^^ 제가 그런 부부들을 위해서 아기 봐주기 전문인데 한 번 성하를 봐주고 두 분 시간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 간절합니다.^^

  10. 영애 2009.05.06 00:39

    4월 20일 운명처럼 그를 만났다.
    그가 처음으로 한말!!
    "신실 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larinari 2009.05.06 22:15

      일헌! 천기누설을....ㅋ

숙대 음악치료 대학원 홈페이지에 가면 '최고로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는 제목의 칼럼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음악치료라는 학문을 들여오고 음악치료 대학원을 만들고, 음악치료사를 양성해낸 교수님이 쓰신 것입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치료로 뭔가 대단한 것이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저는 음악치료대학원 2기이기 때문에 공부하던 시절에 직업에 어떻게 창출될 지에 대해서 안개 속 같았습니다
그 때 마다 교수님의 약간은 선동적이 구호 한 마디로 희망에 부풀곤 했었지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숙대 음치대학원 홈피에 가면 저런 문구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가서 봤습니다. 스포츠에 워낙 관심이 없는 저로서는 그 대단했다던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경기에 대한 기억이 전무합니다. 남편이 어렸을 적에 핸드볼 선수였다는 것 정도의 관심으로 영화를 보러 간 것입니다.
연장전에 연장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이기겠지? 해피앤딩을 해주겠지?' 남편이 그랬습니다. '글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건데 그렇게 할라구. 실제에서는 졌잖아' 이러는데 처음으로 이게 실화를 근거한거구나 알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무식하다니깐요.

그래도 저는 영화가 슬프게 끝나면 도무지 거기서 며칠을 헤어나오질 못하는지라 이기기를 바랬습니다. 마지막 연장전 직전에 가 까칠하던 감독이 선수들에게 그랬습니다. '여러분, 약속 하나 합시다. 혹시 이 경기에서 지더라도 울지맙시다. 여러분은 이미 여러분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요.
그리고 결국 문소리가 넣은 마지막 패널티킥(이거 이름 맞나?^^;)이 실패해서 지게 되었습니다. 하필 영화 속에서 그렇게도 지지리 일이 안 풀리던 문소리가 실패의 골을 던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한 마지막 골이 들어가던 장면이 인상깊게 그려져 있습니다. 골이 어떻게 들어가서 상대편 골키퍼가 어떻게 막아냈는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홍명보가 승부차기를 할 때처럼 카메라가 공을 따라가지 않고 카메라는 계속 문소리를 비치고 있었습니다. 골이 안 들어간 것은 문소리 뒤에 있던 상대편 선수들이 좋아라 부둥켜 안는 것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사운드도 다 죽였습니다. 그저 흐릿하게 보이는 상대 선수들과 문소리의 표정이 골의 운명을 보여주었습니다.

참 인상이 깊었습니다. 빚에 찌들고 남편은 자살을 기도한 상황에서 마지막 던지 자신의 골로 경기에 지고 말았는데 '생애 최고의 순간'은 이미 경험했다고요. 이제 영화는 끝났고 문소리는 금메달의 포상금도 못 받을테고 이미 끌어다 쓴 돈을 갚을 수도 없는데 '생애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고요?

남편의 지난 학기 성적이 나왔습니다. 참으로 인간적이지 않은 성적입니다.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한 문자만 줄을 서 있는 성적을 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 학기는 여러가지 일로 공부에 전념할 수 없어서 거의 '학점 포기' 선언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참으로 은혜다' 하는 말에 남편이나 저나 백 배 공감했습니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것 알지만 남편보다 탁월한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것 같아. 원 없이 공부하고, 이렇게 좋은 학점으로 보상을 받고....' 남편이 그럽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남편이 목회자의 길을 가겠다며 신학공부를 시작하고 지난 2년 동안 경험한 은혜는 사실 말로다 할 수 없습니다. 남편 생애 최고의 순간은 이미 경험했는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인정하며 감사하고 앞으로 펼쳐질 날들에 대해서는 '받은 복을 세어보아'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일인 지모르겠습니다.
이미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믿으며 모든 성공에 대한 욕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가는 참 목회자의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고로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말도 좋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이미 경험했다' 이것도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려가며 '최고의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사는 삶은 별로 땡기지가 않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지만 두 아이로 인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과분할 만큼 누렸다고 믿으며, 그것만으로 두 아이에게 고마워하며 살고 싶습니다. 결혼 8년 동안 내 부족함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면서도 기다려준 남편으로 인해서 최고의 사랑을 이미 받았다고 믿으며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입도 뻥끗하지 않던 녀석이 내 기타 소리만 나면 활짝 웃으면서 뭔가 소리를 내보려고 입을 오물거리는 그 모습으로 감격하여 가슴이 뭉클하던 그 순간에 저는 이미 음악치료사로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이 나이에 뭔가를 차려야 하지 않을까, 공부를 더 해서 이제는 더 영향력이 있는 위치로 올라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내려놓고 싶습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웬만한 설교를 들을 것보다 더 많은 도전과 묵상을 건져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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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rest 2008.02.03 17:43

    감동이네요.^^
    역시 좋은 묵상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예요.

    • larinari 2008.02.03 22:22

      글로도 말로도 항상 자신을 내보인다는 건 부담이 되는 일인 것 같아요. 이렇게 나눌 때마다 공감해 주시니 힘이 나죠.^^

  2. 2008.02.03 17:52

    비밀댓글입니다

    • larinari 2008.02.03 22:22

      완전 오케바리입니다!

  3. BlogIcon 털보 2008.02.03 19:24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내 사랑의 최고 순간은 언제 였는지 돌아보았어요.
    결혼하기 전, 연애할 때 떠났던 한내의 어느 밤, 그녀를 뒤에 뒤에 태우고 자전거로 밤길을 가던 아득한 옛시간이 떠오르네요.
    잠시 행복에 젖었어요.

    • larinari 2008.02.03 22:24

      항상 김동원선생님 글과 사진에 작은 행복과 배움을 얻는 저는 고맙고도 미안하기도 한데...
      제 글에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시니 무척 뿌듯하옵니다.^^
      한내 이야기는 아주 인상 깊게 읽어서 잘 기억하고 있지요.

  4. h s 2008.02.03 20:22

    요즘 "우생순"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영화를 보셨네요.

    전도사님의 성적이 이번에도 최고의 점수를 받으셨나 봅니다?
    축하합니다.
    가까이서 많이 안 겪어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천성이 겸손하신 것 같아요.
    원래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좀 뻐기는 모습이 보이잖아요.
    근데 전도사님은 늘 낮아 진 자세를 가지고 계신 느낌을 받거든요.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시는 종이 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올해에도 감사할 일들이 늘 넘치기를 기도합니다. ^*^

    • larinari 2008.02.03 22:25

      아~ 그렇게 부르대요. 우생순!
      자랑했다고 도사님께 한 마디 들었어요.^^;;

  5. BlogIcon 강언 2008.03.16 21:43 신고

    티스토리에서 트랙백보내는 것을 못 찾아서 한참 헤매다가 겨우 알아내어서 보냅니다.

    트랙백이 먼 댓글이라고 하는데, 제 주위에 형수님만큼 글을 많이 잘 쓰는 분이 없어서 이곳으로 제 글 시집 보냈습니다. 잘 돌봐주세요.

    • larinari 2008.03.17 22:03

      그러잖아도 제가 얼마 전에 그 글을 읽고 트랙백을 쏠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알았었는데 갑자기 막 헷갈리는 거예요. '담에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먼저 쏘셨네요.
      ^^
      잘 돌봐드릴께요.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모 쿵푸스> 읽고 필 받아서 <호모 로퀜스, 언어의 달인>을 다 읽어버렸다.
또 다른 제목은 <읽고, 쓰고, 말하기>.

최근에 사랑하는 친구 하나가 블로그를 시작했다. 내가 싸이 클럽에 글을 쓰면서 나를 정리하고 그러면서 좌충우돌 하고 결국에 일종의 자유를 얻은 것처럼 그 친구에게도 자유의 선물을 받을 걸 생각하니 기뻤다. 친구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내면에 정리한 후 글쓰기를 시작했으니까 나만큼 좌충우돌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글쓰기, 책읽기, 말하기.
언어와 관련된 이 세가지는 채윤이의 국어 교과서 제목이기도 하다.
(채윤이가 그 교과서로 배우고 읽기, 쓰기, 말하기를 제대로 배우리라는 긍정적인 기대는 많이 접었지만서도)

어쨌든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내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을 채 왔단 갔다 잡힐 듯 말 듯 한 얘기를 저렇게도 쉽게 잘 정리해서 풀어놓으니 말이다. 왜 이리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을까?
그래. 그 똑똑한 사람들 덕에 우리같은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넓히기도 하고 마음을 넓히기도 하니 참 고마운 일이다.

세 번에 걸쳐서 독후감을 쓰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얘기. 언어!

*********************************
지난 여름 너무 혼란스럽고 아파서 음식이 입에 넘어가지 않았던 아프간 피랍 사태를 겪으면서...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언어의 강이 네티즌과 샘물교회,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네티즌과 우리 기독교인 사이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죽을 것 같이 힘들었다.

박은조 목사님이나 피랍자의 가족들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네티즌들을 광분하게 하고 휘발유를 붓고 했으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이해하겠다는, 듣겠다는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튕겨져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분명 사용하는 언어의 문제가 있었다.
어느 어머니가 '피랍은 신나는 일' 이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 뜻을 미루어 짐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일의 전후 좌우는 물론 대체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는지 조차 모르지만 이 일의 주관자가 하나님이시기에 그 분의 일하심을 믿을 때,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고 믿기에.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하면서 '신나는 일' 이라고 했음직 하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네티즌들은 다 뒤집어졌다. 돌아도 한참 돌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정신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럴 것이다. 신앙의 맥락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저 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 말이다. '선교'를 계속하네 마네 하는 말에 대한 오해도 그 언저리 어디에 있는 문제일 것이다.

나는 놀랐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우리가 구원해야할 대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말이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경직되어 있다는 것.  '죄인'이라고 '구원할 영혼' 이라고 마음 속으로 규정해버리고는 행동만 고상하게 하려하고 있다는...
'죄 있는 자들아 이리로 오라. 주 예수 앞에 오라' 라고 찬양을 할 때 훨씬 더 많은 경우에 '죄 있는 자'의 자리에 자신의 얼굴이 어른거려야 할텐데 익명의 많은 세.상.사.람.들.이 어른거리는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우리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단지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전도에 열심이지만 분명 그 열정이 하나의 쉽사리 건너지지 않는 언어의 강을 만들어 낸 것은 분명하다. 강 건너에서 손짓한다. '이리로 건너 와. 그 땅은 죽음의 땅이야. 이 거룩한 땅, 이 고상한 땅으로 오라니깐. 아~놔!'

이런 생각이 들면서 더 무서운 건 우리 부부가 하나의 강을 더 건너려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의 언어의 단절이 심하다면 우리는 이제 전임사역자의 땅으로 건너가려 하고 있지 않은가? 그 땅은 이제 평신도들이 사는 땅에서 한 단계 더 홀리해진 땅이 아닌가?
요즘 내 마음이 이렇게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는 지 모르겠다. 이 땅을 사는 사람들의 언어를 버리고 천국의 언어만을 말하는 것이 여기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신분이 그렇게 우리를 단절시켜 버리면 어떡하겠나? 그런 목회자가 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왜냐면 그런 면에서 존경할 만한 선배 목회자를 잘 찾아보지 못했다. 평신도든, 불신자든, 자기 아래 있는 부교역자든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즉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목회자를 말이다. 그건 예수님이나 하실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그렇게 노력하는 분들을 잘 보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  돈 걱정, 아이들 걱정, 관계 걱정...그 모든 일상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이 진짜 자기의 하나님이 된다고 믿는다. 그럴려면 복음은 그 일상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게 전해져야 하는데....이미 일상을 잃은 언어를 가지고 어떻게 일상을 이기게 하는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내가 설교하고 내가 목회할 것도 아닌데 고민이 너무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지난 겨울방학 남편이 첫설교 할 즈음에 내게 그런 부탁을 했었다.'여보! 내가 설교할 때 쓰는 용어들이 일상의 언어여야지 돼. 일상의 언어와 분리되면 안 돼. 그런데 설교를 자꾸 하다보면 그런 오류에 빠지기 쉬워. 그러니 당신이 잘 감시해줘야해'
나는 설교자, 목회자가 되는 남편의 감시자가 되어야겠다. 남편의 언어들이 또 하나의 강을 건너가지는 않는지? 남편의 설교와 사역에 성도들의 일상에 대한 고민과 그것을 영원에 잇대고자 하는 다리놓음이 허술하지는 않는지...

그런데 내 언어는 누가 감시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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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07.10.24 12:07

    이런 주제는 말을 조심스럽게 만드는데 예전에 안수환이란 시인의 시집에 해설을 쓴 적이 있었죠. 해설을 쓰려니 시집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시인이 기독교 신자여서 자연스럽게 종교 주제의 시들이 많았죠. 시인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5구역"에 속해 있었는데 "5구역 식구들이 몰려와서 가정 예배를 함께 드"리는 자리의 얘기를 옮겨놓은 시가 있었어요. 한 부분만 옮겨볼까요.

    …여러분은, 이 세상 선악의 충돌 가운데서 하나님이 최후의 승자로 나타난다고 보셨지만 내 생각으로는 그렇지가 않아요. 당초에 이 세계를 선악의 충돌로 바라보았던 바울의 관점이 틀린 겁니다. 충돌이라고 한다면, 선이 악에게 지려고 하겠어요? 악의 처지로는 더 말할 나위없겠지요.…
    ─「이야기·2」

    …‘너희는 이 세상을 본받지 말며’ 그것이 문제예요. 땅 위에 살면서 이 세상을 본받지 말라, 고 하다니! 눈감고 살든지 어디 삼수갑산에라도 들어가야할 판인데 사정은 그렇지가 않찮아요? 더불어 죄 짓고 사는 겁니다! 죄가 사람을 구원하는 거예요. 청결이 사람을 구원하는 줄 알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아요. 더불어 천국 가는 겁니다. 혼자 영혼이 맑아지면 천국 가는 겁니까? 도대체 영혼이 정결해진다는 발상 자체가 틀린 것이지요. 영혼이 무엇인가요? 발이지요. 팔이지요. 몸이 아니고는 영혼 따위도 무의미한 것이며 또는 아주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터이고. 낙원으로 가는 길이 나 혼자 영혼가지고 운좋게 들어가는 특권 아닙니다. 내 곁에 당신이 안계시면, 이웃 사람들이 동행해주지 않는 천국이란, 이 땅 위에도 없을 뿐 아니라 죽은 내세에도 없을 터이고. 내 곁에 꼭 당신이 계셔야 해요! 더불어 갑니다.…
    ─「이야기·2」

    나도 사실 이 얘기를 어느 날 목장의 모임 자리에서 슬쩍 꺼낸 적이 있었어요. 시인의 얘기를 들을 때 시인이 내게 내민 언어를 사이에 놓고 별 갈등이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기독교인의 얘기인데도 나는 들었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이 얘기를 목장의 모임에서 내놓았을 때는 그 말이 몇몇 사람에게서 단호하게 거절당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도 그날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말하자면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기독교인을 본 거죠. 저는 그날 교회에 저와 같은 비신자를 한두명 정도 두는게 참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같은 비신자를 둔다는 건 어찌보면 세상을 정말 가까이 두는 것이든요.
    너무 길게 썼네요. 그냥 저의 말을 허용해주는 분들이라 주절주절 늘어놓았어요. 두 분, 그리고 그때 한자리에 있었던 또다른 두 분은 그냥 저와 함께 이 세상에 있는 것 같아서 아무 부담없이 떠들었습니다. 역시 저는 너무 말이 많아요.

    • BlogIcon larinari 2007.10.24 21:06 신고

      좋은 약은 많을수록 좋아요.^^
      언젠가 하신 말씀이 제게 정신이 번쩍 들게 했어요.
      그리고 그 말씀을 잊지않고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그저 하나님 품안에 거하면 될 것을, 하나님을 굳이 지키려고 한다' 는 말씀요.
      교회에 동원님 같은 분이 한 분 계시면 정말 바람직할거라는 말씀 절대동감이예요. 감사해요. 부족한 글에 성의있는 긴 댓글로 함께해주셔서요.

    • BlogIcon larinari 2007.10.24 21:11 신고

      아침에 나갈 시간이 다 돼서 뒷부분을 대충 마무리 했어요. 글의 뒷부분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 신의피리 2007.10.24 22:47

      詩가 참 맘에 드네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할때가 있었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선악을 선명하게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하는 중입니다.
      하나님을 대놓고 부정하는 소위 '악행'과, 입술로는 거룩한 종교적 삶을 지향하지만 행위로는 부정하는 '악행' 중 어느 것이 더 악한가?
      하나님 편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악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세상에 속한 자들'의 신자를 향한 비판 속에서 비로소 정신 차리고 제 자리를 찾아돌아오곤 합니다.
      목장 모임에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셔도 좋을 것 같네요. ^^

    • BlogIcon 털보 2007.10.25 00:32

      안수환 시집이고 시집 제목은 <가야 할 곳>이예요. 문학과지성사에서 오래 전에 나왔구요(1994년), 뒤에 해설은 제가 썼어요.
      살펴봤더니 그 시집이 제게 남는게 한 권 있네요. 그거 한권 forest님 편에 보내 드릴께요.

  2. BlogIcon forest 2007.10.24 19:13

    우와~ 쥔장도 글을 잘쓰지만 털보님 댓글 또한 글만큼 잘 쓰셨네요^^

    전격 독후감이란 꼭지명이 더 웃겨요^^
    역시 발명가다운 착상이세요.

    웃기는 얘기 하나.
    제가 싸울 때마다 울 털보 왈 "A4 한장으로 정리해와~ " 이랬답니다.
    그때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그걸 어떻게 정리하냐고
    이미 내 머리 속이 다 뒤엉켜있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내냐며 서럽게 울었답니다.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07.10.24 21:10 신고

      우와~ 은근히 짝꿍 자랑하시네요.^^

      고문이당. 싸울 때는 말로해도 잘 정리 안되는데 A4 한 장으로 정리를 하라시다니요. A4에 정리되는 거는 말로 거의 다 되는데...ㅋ
      우리는 또 감정 상하면 그게 말로 바뀔려면 한참 걸리잖아요. 게다가 제대로 된 말로 정리될려면 최소한 1주일 이상인데...ㅋ

    • BlogIcon forest 2007.10.25 00:42

      아~ 은근 짝꿍 자랑했네요.
      그것도 남의 집에서요^^ 넓은 아량으로 굽어살펴주시길...ㅎㅎㅎ

      정말 너무 잘 알아주신당~
      너무 비슷한 꽈 아닌가 몰러요~~~^^

  3. 2007.10.25 12:58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07.10.25 21:04 신고

      심각한 내용도 공개적으로 쓰도록 해용~
      내 보기엔 심각한 내용이 더 좋아용~^^

    • BlogIcon 유나뽕!!★ 2007.10.25 22:42

      헐;;ㅋㅋㅋ

      훔...앞으로 쓰게 된다면...ㅎㅎㅎ

      쑥스럽다규염!!☞☜

    • larinari 2007.10.25 22:42

      실시간! 그런 건 쑥쓰러워 할 일이 아니라규염!ㅎㅎ

  4. 은행나무 2007.10.25 14:39

    어제 이 글 읽고,거의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강'을 건너든 그렇지 않든, 결국은 '중심잡기'와 영적인 'power'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땅심, 지력이라는 거. 그것처럼 영력.
    표현의 한계를 느낀다 ㅜㅜ
    더 생각해 봐야겠다.

    • BlogIcon larinari 2007.10.25 21:03 신고

      생각나는대로 언제든 생각을 나눠줘.
      물론 위의 글은 언어에 국한된 내 생각이고,
      이 모든 것에 끊임없는 자기를 비우는 기도 즉 영적인 중심잡기의 일환이겠지. 그건 기본이라고 생각해.

      다만 언어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분명히 설교의 언어가 일상의 언어를 많이 잃었다는 것, 그리고 목회를 직업으로 하는 건 정말 안되겠다는 두 가지를 생각해.

      만나서 말로 하면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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