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가진 리뷰85 기억의 치유_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올해 음악수업에서 만난 아가들에게 으막션생님의 매력이 통 먹히지 않는다고 좌절하는 글을 썼었다. 아, 좌절 금지. 3주차 수업에서 낚시질 끝. 5세 형님반은 물론이고 난생 처음 엄마를 떨어져 어딘가에 온 4세 아가들까지 죄 걸려들었다. 엄마한테 가겠다고 그렇게 울어대던 아가들의 눈동자가 제대로 보인다. 눈물을 그친 것이다. 어제 3주차 수업에 들어갔는데 '으막션샘미다..... 영어션샘미다.....' (1년이 지나도록 나를 영어 선생님으로 부르는 아이들도 있다.) 뜨거운 환영이었다. 기타를 들었더니 반짝반짝, 아구떼(악어떼), 아빠곰아빠꼼.... 신청곡이 쇄도를 한다. 그러면 그렇지. 쫘식들. 초롱초롱 눈망울, 놀라서 커진 동공, 까르르까르르.... 음악 수업을 빙자한 으막션샘미 자가 치료시간이 끝났다. .. 2015. 4. 3. 위플래쉬_달리는 말에 채찍질 * 좋은 선생, 나쁜 선생? 영화 끝나고 불이 들어오자 연주의 감흥을 추스를 새 없이 옆에 앉은 영 아티스트 채윤이의 표정을 살폈다. 뿌한 얼굴로 말이 없다. 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피아노 전공의 예술중 3학년의 딸내미이다. 엄마한테 같이 보자, 아빠한테 같이 보자, 갈 사람 없으면 혼자 가서 보겠다 난리를 치다 가족 총동원 관람이 된 것이다. 이제 막 재즈와 사랑에 빠진 터이다.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와 골목에 들어설 때 쯤 영 아티스트가 말했다. 화가 단단히 난 말투다. '그러니까 영화가 뭐라는 거야? 그 선생님이 제자들을 위해서 일부러 나쁘게 한 거야? 결국 잘하게 만들었으니까 좋은 선생님인 거야? 아, 뭐야?' 복잡한 건 딱 질색인 채윤이다운 일침이다. 일단 복잡하게 생각하고 어렵게 말.. 2015. 3. 20. 삶이 그대를 속일 때, 노여워하라 삼바처럼_웰컴 삼바 작명의 배신 붕어빵엔 붕어가 없고 새우깡엔 새우가 없다. 의 불법체류자, 세네갈 출신 '삼바'는 삼바춤을 추지 못한다. 일에 치여 번아웃 증후군을 앓는 여주인공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딴판의 앨리스이다. 동화적 모험과 환상과 생기라곤 찾을 수 없는, 밤에는 잠을 못자고 낮에는 덤덤하며 어리바리 하다 분노폭발하는 이상한 앨리스일 뿐이다. 프랑스 거주권이 삼바의 외적 관심이라면, 내적인 갈등은 구치소에서 만난 '친구의 여자 친구'를 찾으러 갔다 생긴 접촉사고 때문이다. 네일샵에서 일하는 '친구의 여자 친구' 그레이스가 조물락조물락 손맛사지를 해준다. 불법체류의 삶에 지친 외로운 삼바와 그레이스가 그냥 헤에질 수는 없었으리라. 하룻밤의 은혜였으며며 그밤 이후로 내내 죄책감의 고통이다. .. 2015. 3. 10. 경계를 넘어 대중에게 온 전문가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질릴때까지 그것만 먹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이 있으면 비슷한 종류의 그런 옷만 입고, 좋아하는 저자가 생기면 그의 글만 파들어가 읽는다. 좋아하는 것 싫은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집착한다는 면에서 보면 이상행동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좋아하는 것들은 덥석 가 집어들지 못하고 그것의 행성이 되어 빙빙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새 것 흔 것이 없다'며 타박하던 엄마 목소리도 귀에 쟁쟁하지만 '아끼다 똥 된다'는 말도 내 속에선 익숙한 말이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두고 배회하는 마음이나 내 속에선 다르지 않다. 대상이 사람으로 가면 '몰입'보다는 '배회' 쪽의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고. 중학교 때 정말 좋아하던 영어 선생님과 그냥 좋아.. 2015. 2. 12. 남은 등산화 한 짝, 어찌할 것인가_Wild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 있다. 이런 인디언의 기도도 있다. '위대한 신이시여, 내가 내 이웃의 모카신을 신고 한걸음이라도 걸어보기 전에는 결코 그 사람을 비난하지 않도록 해주소서' 신발은 몸과 땅이 맞닿는, 발의 옷이다. 신발을 신는다는 것은 내가 내 발로 든든히 선다는 것이다. 스스로 걷고 뛰며 나아가는 방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발은 존재의 근거 또는 삶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그래서인가. 주인공 셰릴이 높은 산 절벽 아래로 등산화 한 짝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의 막막함에 그저 사로잡히고 말았다. 피가 맺혀 양말에 딱 달라붙은 발가락, 덜렁덜렁하는 발톱. 그걸 뽑아내다 아아, 몸서리치며 뒤로 나자빠졌고, 세워둔 배낭이 쓰러졌졌고, 벗어놓은 등산화를 건드렸다. 등산화는 절벽.. 2015. 2. 5. 예술과 기어(綺語), 나의 기어 조소희, 제 14회 송은미술대상, 작가노트 중 "사물의 연약함과 흔들림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이것은 마치 육중한 무게를 지닌 존재가 그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연약하게 미동하는 모습이 기묘하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런 아름다움은 단순한 개념으로 수렴되거나 시각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다층적인 감성과 의미를 드러낸다. 말하자면 굉장히 네러티브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상징적이기도,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시적(詩的)이기도 하다. (중략) 예술의 존재론적인 물음에 대해 나는 형이상학과 여타의 개념만으로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정말로 내 이미지를 내 곁에서 떠나 보내고 싶은 한편, 온갖 의미로 가득 찬 탱탱한 이미지의 탄력을 열망하기도 한다. 때론 이미지가 어느 순간 제 스스.. 2015. 1. 27. 행복하냐 묻는 날_꾸뻬씨의 행복여행 '사는 게 행복해? 행복이 뭘까?' 질문을 받았다 치자. 답을 하는 대신 질문자의 행복 안부를 걱정하게 되지 않나? '어, 이 사람사는 게 힘든가 보다.' 묻는 사람 역시 마주앉은 이를 거울삼아 반사시켜 자기로 향하게 하는 질문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잘 정돈된 삶을 사는 정신과 의사 헥터 씨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행복 여행은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당신 행복해?' 애인 클라라에게 '행복하냐'고 묻는 순간 예쁜 애인은 '헤어지자'로 알아듣는다. 행복하지 않구나, 나 때문이구나, 생각이 이렇게 흘러가는 탓이다. 내가 남편에게 이 질문을 받았다 가정해도 비슷하게 넘겨 짚을 것 같다. 어쨌든 헥터 씨는 불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아 행복을 찾아(자아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한.. 2015. 1. 14. 클라우즈 오브 세월말이야 1. 영화를 보고 나오며 '다음 회 바로 한 번 더 볼까' 잠시 망설였다. 한 번 본 영화를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그 자리에서 다시보기 충동을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너무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라 곱씹어야 할 것만 같은 감정이 실스마리아의 구름처럼 서서히 나를 덮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마친 시점, 마음 속 의문의 구름 한 점이 저 멀리서 안개처럼 형성되기 시작했고, 적어도 비라도 한 방울 뿌리려면 무르익어야 했다. 한 번 더 보고 비든 눈이든 뿌려볼 것인가, 굳이 8000원을 더 쓸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 며칠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2. 즐겨 듣는 영화평론 팟캐스트를 듣다가 화딱지가 났다. 영화 얘기는 하나도 안 하고 캐스팅 얘기, 연기 얘기만 하고 끝나지 않는가... 2015. 1. 2. 진언 비긴 어게인, 인사이드 진언 내 비록 '해피앤딩이냐 아니냐'의 일천한 영화 선택 기준을 가지고 있지만, 의 해피앤딩은 참 싫었다. 이제 와 이런 얘기하는 게 좀 늦은감이 있다만. 많은 사람들이 좋다는데 나만 싫다하면 까칠한 인격으로 비쳐질까 망설이다 적시 포스팅을 놓쳐 묻어둔 뒷담화이다. 곽진언의 노래로 결국 이 영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숨길 수 없는 내 인격의 까칠함이여! 이 싫었던 것은 망가진 인생들의 비긴 어게인이 너무 동화같아서였다. 영화 초반에는 생각이 났다. 되는 일이 하나 없는, 없어도 너무 없는 남자 주인공 댄의 수염이 르윈의 그것과 겹쳤져 보였다. 그러나 영화 중반에 못 미쳐 댄의 수염은 단정해졌고 영화는 초긍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호박이 마차로 바뀌고 구멍난 물동이를 맞춤형으로 막아줄 두꺼비가 막.. 2014. 11. 23. Kosta 2014_낚임, 낚음, 낚는 분 미술치료 관련한 웍샵 같은 것을 할 때, 여러 장의 그림 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라고 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결국 골라놓고 보면 꼭 초록색. 그런 의식적 선택이 아니라도 스처 지나는 일상에서 초록의 풍경을 만났을 때 결코 눈길을 거둘 수 없다. 그래서 좁다란 거실에 조그만 화분들을 이고 지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초록을 부여잡고 사는 내게 아름드리 나무와 잘 가꾸어진 잔디밭이 펼쳐진 휘튼의 캠퍼스는 힐링 그 자체이다. 저렇게 늘 싱그럽고 싶고, 그냥 자연스러움 그 자체이고 싶고, 생명이고 싶다. (췟, 기분 나쁘게 에니어그램 7번의 색이 초록이다. 결국 지 성향대로 끌리는 것) 어쨌든 폰의 사진 폴더에 보면 코스타 가서 찍어온 사진들은 온통 초록세상이다. 생각해보면, 코스타 가기 전 .. 2014. 7. 25.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