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가진 리뷰85 Kosta 2014_약할 때 강함되시나? 중학교 2학년이었던 12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추도식이었습니다.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조퇴를 해야 했습니다. 아버지 없이 지냈던 1년 중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아닙니다. 그리고 갑자가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은 많은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 예고 없는 당하고 어~ 하며 놀라고 당황하다 미처 슬퍼하지도 못하고 어느새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적응해 살게 됩니다. 선생님께 가서 아버지 추도식을 이유로 조퇴를 받는 일은 ‘내가 아버지 없는 아이’라는 것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하러 혼자 선생님께 가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보통은 ‘제사’라고 부르는 것을 종교적인 이유로 ‘추도식’이라고 부르.. 2014. 7. 18. Kosta 2014_아, 마르바 던 2014 코스타에 가기로 결정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던 가장 큰 이유는 '마르바 던'이었다. 오전 성경 강해의 강사가 마르바 던이었다. 아, 마르바 던의 강의를 직접 듣는다니! 나는 바로 그 코스타에 있었고, 어느새 그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 '역시! 마르바 던,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거나 '기대 이상이었다'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그런 식상한 표현을 하느니 침묵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으리라. 도대체 그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지점에 걸려서 며칠째 쓰다 멈추고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골라도 적절한 언어가 없다.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아니, 비주얼 만으로는 '걸어 다니는 중환자실')이라 불리는 몸으로 굳이 서서 강의를 하셨다. 오래 전부터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한 쪽 다리, 절단하여 .. 2014. 7. 10. 래리 크랩 <에덴 남녀> 여성성, 남성성 이 즈음 내 지적 심장(말이 되나?)을 펄떡펄떡 뛰게하는 화두이다. 왜냐하면, 이라고 시작하면 할 말이 너무 많다. 이성교제 강의를 하면서 파고들지 않을 수 없는 주제였고, 융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페르조나, 그림자 찍고 아니마 아니무스에 꽂혀 있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늘 성장하고픈 내게 융이 제안하는 아니무스(여성 안의 남성성)의 통합은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안내가 되고 있다. 대학 다닐 때 '너 여성학과야?' 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4년 내내 여성학 책을 끼고 다녔다. 대학원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돈을 모았던 것은 여성학을 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 시험을 치면서 '이 산이 아닌개벼' 하게 되었고, 그때 눈 앞에 떡 나타난 것이 '음악치료'였댜. 거실의 책꽂이 한 켠에는 20년 .. 2014. 6. 27. 인사이드 신실 어느 낯선 모임에서 자기소개할 일이 있었다. 글을 쓰는 것과 출간한 책과 관련된 일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지만, 그와 관련하여 나를 소개하는 일이 쑥스럽고 민망하다. '음악치료사'라고 소개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물론 그렇게 소개해도 '어머, 그래요?' 하면서 질문 몇 개가 들어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연애나 에니어그램에 관한 글을 쓴다거나 강의를 한다고 소개하고 나서 받아야 하는 질문보다 곤란하지는 않으니까. 몇 번의 만남이 거듭되면서 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책을 내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아, 그러냐. 책을 내셨냐' 하는 리액션들이 나왔다. 그리고 '책 좀 하나씩 줘보라'고들 했다. 길게 얘기하기가 민망해서 '네, 네'하고 말았다. 다음 모임 하는 날이 되었다.. 2014. 4. 12.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 에니어그램 강의를 하거나 상담을 하면서 가끔 정말 완고한 자아의 소유자를 만납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기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을 환자 또는 악마로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스캇펙 박사가 을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상담을 하면서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보셨겠지요. 바위처럼 완고한 영혼을 만나며 고뇌한 흔적이 책 곳곳에 붇어납니다. 결국, 그 사람들을 '속이는 자(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속이겠지요)'들의 이야기가 일 것입니다. 이런 유의 사람들이 몹시 불편합니다. 너 자신을 좀 객관적으로 보라고 찔러주고 싶지만 찌른다고 찔리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속을 부글거리며 바라만봅니다 . 그.런. 데. 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 오늘 말해주었습니다. "자아가 강하기로 치면, 완고하기로.. 2014. 4. 8. 영혼을 세우는 관계의 공동체 아이들 친구 엄마들과의 만남을 안 좋아한다. 시간이 안 되기도 하거니와 영어 뭐해요?수학 어느 학원 다녀요? 깔대기 대화에 어디 낄 자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끔 현승이 수영하는 걸 기다리느라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서 흘려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된다. 언젠가 2월 말 어느 날 수영장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엄마들 수다 주제는 다음 학년 담임 선생님 얘기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 몇 반에 어느 선생님 정보는 물론, 선생님의 스타일이며, 좋아하는 아이 유형까지 꿰고 정보를 나누고 있는데 기겁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애 키우면서 부모 마음이 다 그렇지 너는 뭐 그리 고상을 떨었쌌냐? 돌이 날아올 수도 있게지만 어쨌든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자리가 학교 엄마들과의 만남이다. 그런데 솔까말. 신앙.. 2014. 1. 13. 래리 크랩, 여기는 안전합니다 래리 크랩의 이 라는 새 이름을 달고 재출간 되어 나왔다. 이 블로그의 간판이기도 한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 내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철들고 시작된 자아, 신앙, 행복, 교회, 소명에 관한 고민들에 총체적인 답을 얻은 책이다. 나는 다분히 에피쿠로스적이라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일을 어떤 명분을 갖다대도 살지 못한다. 내가 '공동체'에 꽂히는 이유는 제자도로서의 당위가 아니라 내 행복을 찾고자 함이다. 때문에 가정교회 목장을 하면서, 남편이 청년부 사역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서 밥을 하며 모임하는 일이 정말 힘들었지만, 힘들지 않았었다. 공동체는 내게 당위가 아니라 존재론적 행복의 근거이다. 이런 나 자신에 대해서 인식하게 해줬고, 통합해 정리해준 책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2013. 11. 24. 비판은 '예술'이다 삶과 신앙에 대한 고민이 사뭇 진지해져 풋내기 구도자가 되어가던 여고생 시절이었다. 어쩌다 손에 든 루이제 린저의 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이 한 장의 사진처럼 마음에 남았다. 수녀 두 분이 기차 안 맞은편 자리에 앉은 한 여자를 보고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라는 이야기이다. 여자는 화려한 복장과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는데 마주앉은 수녀님들과는 다른 차림새였다. 그 여자의 외모와 두 수녀의 눈빛을 길게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심플한 정의를 내렸다. 사랑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이제 막 신앙의 눈을 뜨기 시작한 여고생은 이것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낯선 여자를 향한 두 수녀의 공격적 시선이 클로즈업 되고 그 위로 ‘사랑이란?’ 하는 자막이 .. 2013. 11. 18. 몸에 밴 어린시절 내가 중학교 1학년, 동생이 초등학교 4학년.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금 우리 채윤이가 중하교 1학녀, 현승이가 4학년.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에게,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에게 아버지를 갑자기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올 가을엔 우리 아이들 보면서 그때 나와 동생을 떠올려보게 된다. 죽음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고, 갑자기 당한 이 인생의 테러에 슬퍼하지도 못할 나이이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다 그저 시간을 보내고 어른이 된 것이다. 그날로부터 그냥 얼어붙은 채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추도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버지 추도식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만큼이나 엄마 걱정을 하며 자랐다. 그렇잖아도 나이가 많은 엄마, 엄마마저 돌아가시면 어쩌.. 2013. 11. 14. 소명을 찾아 안으로, 그리고 아래로 주제가 있는 책소개 - 소명 10월호 고든 스미스 생명의 말씀사 프레드릭 뷰크너의 소명에 관한 정의를 처음 접했을 때 ‘와, 이거다!’ 무릎을 쳤다. ‘소명이란 우리의 가장 큰 기쁨과 세상의 가장 큰 필요가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말한다.’ 지지부진한 고민들이 단칼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소명을 찾아 갈림길에 선 사람들,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은 친구들에 의해서 흔히 인용되는 교과서적 정의로 자리 잡은 듯하다. 문제는 이 명문(名文)이 어떻게 하여 나만의 문(門)이 되어 밝은 내일을 열어주겠냐 하는 것. ‘나의 기쁨’은 도대체 무엇이고 그것과 조우할 ‘세상의 필요’는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과연 자신의 소명(좁은 의미의 직업)을 통해서 기쁨으로 살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게다가 그것이 .. 2013. 9. 30. 이전 1 ···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