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zine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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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천국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 -NF기질

청년부 회장 L씨는 청년부의 모임과 뒤풀이가 어때도 상관없다. 때론 모임이 좀 학술적이어도 좋고, 때론 놀자판이 되어도 좋다. 출석률이 저조한 것도 그러려니 할 수 있고 임원들이 좀 열심을 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용서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으니…, '모임이 쓰잘 데 없이 되는 것, 즉 모임이 의.미.없이 흘러가는 것!' 그것만큼은 용서할 수가 없다. L 회장은 때로 진지하게 말씀에 대해서 나눌 수도 있다. 어떤 때는 속이 없는 사람처럼 푼수 짓을 해서 사람들을 웃길 수도 있지만 푼수가 되는 그 순간에도 L회장의 목적은 하나다. '의미 있는 공동체가 되는 것!'

이제껏 소개한 세 가지 유형(NT, SP, SJ)에 비해서 NF 유형에 대한 설명은 좀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NF들은 이상적인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NF들의 목적은 너무 이상적인 것에 있기 때문에 그들 자신조차도 그 목적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세 유형들이 NF와의 대화에서 보다 더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한 SP가 NF와의 오랜 대화를 마치고 마음에 떠오르는 한 마디가 '천국의 언어를 말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반면 좀 통하는 NF들끼리의 대화는 '쩍하면 짝이고' '어하면 아'하고 알아듣는다니 NF들은 천국의 사람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NF들의 기본적인 욕구는 자아실현 내지는 자아통합이다. 이것은 독특한 자신만의 주체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의 검증은 아마도 따뜻한 관계들 속에서 오는 피드백을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NF들에게는 남달리 정서적 유대 내지는 정서적 관계, NF들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말한다면 '의미 있는 관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성향 때문에 NF들은 공동체 안의 따뜻한 햇살이다. 정서적인 교류에 대한 남다른 욕구와 감각이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고 보살피는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들이다. 공동체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불사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NF일 것이다. SJ들이 끝없는 책임감으로 공동체를 지켜나간다면 NF들은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아끼지 않고 무한히 공동체를 향하여 자신을 통째로 쏟아 부을 것이다. 흔히 좀 다루기(?) 어려워서 대부분의 조장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폭탄 조원이 있다하자. 이 폭탄을 어느 NF 조장이 맘먹고 찍었다 하자. 아마도 그러면 다른 어떤 조장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그 폭탄을 무장해제 시키고 공동체 안으로 정착시켜 놓고야 말 것이다.

NF들에게는 '의미'가 중요한데 그 '의미'는 NT들의 것처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결론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의미'가 아니다. 어찌 보면 자신이 부여하는 의미이기 때문에 '의미'를 추론하는 과정과 결론이 다른 사람에게는 숨겨진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게다가 NF들이 유형의 특성상 조목조목 따져서 잘 설명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기 때문에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 같다. NF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여 결정하는 것들이 다른 유형에게는 '그 때 그 때 다르다'고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리더가 NF라면 자신의 의미법칙에 충실한 결정에 아랫사람들은 '일관성이 없는 결정'이라는 불평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이것이 반복되다보면 혹 '진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쳐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진실한 자아의 통합, 진실한 관계'를 삶의 목적으로 하는 NF가 '진실하지 않다'는 평은 최악의 평이 아니겠는가? NT들에게 '무능하다'라는 평은 가급적 삼가 해야 하는 것처럼 NF에게 '진실하지 않다'라는 평도 극도로 피해야 할 말이다.

NF들이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의 용어들을 좀더 다른 사람들의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 없이 살아갈 때 이 땅에서 하늘의 삶을 사는 힘겨움이 남다를 것이다. NF들에게 교회를 포함한 이 세상은 너무도 가볍고,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안에 있는 이상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될 때 더욱 빛을 발하고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QTzine 4월호 <MBTI와 공동체 세우기
 

갑자기 비가 오고 날씨가 추워져 사람들이 집을 향해 걷는 걸음이 빨라지는 수요일 저녁. 이런 날 잡혀있는 기도회 모임이 그나마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SJ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늘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한 번 맡은 일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SJ들이다.
SJ들이 있어서 연말이면 개근상 받을 사람들이 있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리의 모임은 늘 최소한의 인원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SP들의 온갖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성경공부 시간은 빼 먹지 않고 시간을 채우게 될 것이며, 공작에 실패한 SP들은
결국 혼자 '땡땡이'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

SJ들을 아우르는 하나의 단어를 찾으라 하면 '의무'이다. 이들의 남다른 욕구는 어딘가에 '소속' 되는 것, 그리고 그 소속된 곳에서 '의무'를 가지며 그 '의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언제나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충동적이기를 원하는 SP들과는 상반된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SP들이 일을 해도 노는 것처럼 보인다면 SJ들은 놀아도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SJ들의 관심은 자신이 늘 의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처럼, 자신이 속한 공동체도 해야만 하는 것을 하기 원하기 때문에 전통이 지켜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련회나 특별행사를 계획하는 임원 모인에서 SJ들은 '작년에도 이렇게 했으니까, 늘 이렇게 해 왔으니까' 하면서 이제껏의 방식을 유지해 나가기를 원할 것이다. SJ들이 그렇게도 예전의 방식, 전통을 따르고 싶은 이유는 이것이다. NT들이 자신의 유능감을 확인하는데서 안전함을 느끼는 것처럼 SJ들은 자신이 어딘가에 속해 있고 그것이 흔들림 없다는 것을 확인할 때 안전함을 느낀다. 잦은 변화는 흔들림 없는 소속감을 그야말로 흔들어 놓는 듯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공동체의 보배라 불린다. 결석이나 지각이 별로 없이 늘 자리를 지켜주는 SJ 구성원들이 많은 소그룹의 리더에게는, 그들이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는가!게다가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SJ들은 상사나 웃사람의 권위를 인정하고 잘 복종하는 사람들이다. 또 보호자적 기질인 SJ들은 한결같이 충성스럽게 공동체를 섬기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소그룹의 리더들이 역시 또 욕심 부릴 일이 아니다. 소그룹의 다수를 SJ로만 구성한다면 그 그룹은 때로 조금은 지루한 모임이 될 지도 모르며, 늘 일을 하듯 모임을 하고 일을 하듯 모임의 뒷풀이를 해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SJ 리더라면 자신이 소그룹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 다분히 일중심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조원들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SJ의 수준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통제의 수위는 대부분의 SP들과 어떤 NT 또는 NF들에게는 보다 심한 압박(?)으로 느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SJ들에게 좋은 격려는 '일을 잘했다', 즉 이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수련회를 준비하고 마치고 뒤처리까지 확실하게 해내는 SJ총무를 그냥 돌려보내지 말 것이다. 그가 꼼꼼히 준비하고 진행한 수련회가 얼마나 철저하게 잘 치러졌는지에 대해서 한 마디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SJ자신들은 열심히 근면하게 노력하는 삶 속에 하나님이 일하실 틈을 남겨 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무를 다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지상 목표가 되어 혹 하나님의 은혜가 설 자리 조차 스스로 밀어내는 것은 아닌지 자주 돌아보면 어떨까? 하나님께서는 SJ들이 맡겨진 많은 일들을 완벽하완벽하게 끝까지 책임지기 전에 이.미. SJ들을 보배롭고 가치있게 여기신다는 사실!
<MBTI와 공동체 세우기> QTzine 3월호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만난 두 사람 이야기. 레크레이션이면 레크레이션, 천로역정이면 천로역정 도대체 P선생이 맡는 프로그램은 대박이 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은근히 P선생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H선생. 슬쩍 P선생의 교사수첩을 들여다보았다. 프로그램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애들이 그렇게 재밌어서 난리를 친단 말인가?
'에게게!'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P선생이 들고 있던 다이어리에는
고작 게임 제목 몇 개만 달랑 적혀있다. 그렇다고 따로 자료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레크레이션을 맡을 때마다 온갖 책이란 책은 다 뒤지고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져서 깨알 같이 적는 준비를 하고도 별로 성공해
본 적이 없는 H선생은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자신보다 늘 불성실해 보이는 저 P선생의 성공을 곱게 바라볼 수가 없는 H선생…

연습 없이 실전에 강한 사람들,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처럼 연습 없이 순간의 작곡으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SP이다. 이들에게는 순간의 행동 그 자체가 목적이다. NT들이 '능력'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었다면 SP들은 '행동' 즉, '순간의 행동'에 모든 걸 거는 사람들이다. 행동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때문에 SP들은 본질적으로 충동적이다. 한 번씩 놀아줘야 삶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이들은 휴가를 미리 내서 계획을 세우고 노는 것은 그리 신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한 어느 날 갑자기 오후 휴가를 내고는 마음에 떠오르는 일을 하는 것, 이런 류의 놀기가 최고의 휴식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동체의 양념이다. 모임이 지루해질 즈음에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들이다. 소그룹 공동체에 SP, 특히 외향형의 SP가 한두 명 있다면 모임이 진행되는 내내 간간이 폭소가 터지고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그룹의 리더들이 욕심을 부리다 보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소그룹의 다수를 SP로 구성한다면 매주 성경공부가 제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미없는 지루한 시간을 오래 버티기'에 약한 SP들이 무슨 이유를 끌어다 붙이든 결국 성경공부를 대충하고 놀러가는 분위기로 만들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SP 초신자를 수련회에 데려갔다면 너무 빡세게 굴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유롭게 두는 것, 지나친 통제를 삼가는 것이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혹 당신이 SP 리더라면 '내 성경공부 인도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조원들이 지루해하면 어떡하지?'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신의 조원들 중에 당신만큼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NT들에게 그들의 '능력'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격려가 된다면, SP들에게는 이들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 그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좋은 격려가 될 수 있다.

어느 유형이든 기질이든 장점이 있는 곳에 약점이 있듯이 '기쁨과 재미'를 추구하는 SP들 역시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양념으로서의 역할은 참으로 귀한 것이지만 양념이 지나치면 음식 맛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행동, 일상, 재미, 충동'에 매료되어 영성의 길에 균형을 잃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오늘 간만에 MBTI 교육에 갔다 왔다.
교육장이 발산역에 있어서 지하철 5호선을 타면 꼬박 한 시간을 가야한다.
교육 때마다 지하철 안에서 한 시간 버티기가 젤 죽을 맛.
버스에서는 잠도 잘 오는데 한 시간 동안 잠도 안오고, 하루 종일 공부한 관계로 책도 안 들어오고...

암튼, 오늘 교육 중에 건진 것 하나.

P들은 왜 일을 그 때 그 때 처리하지 않고 항상 미루는가?
왜 뺀뺀이 놀다가 코 앞에 닥쳐야 일을 시작하는가?

뺀뺀이 놀지만 우린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한다. 그러면서 기를 모으는 것이란다. 기를 모으면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막판 데드라인이 임박해서 충동이 절정에 달하면 바로 그 순간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순발력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리 미리 하자. 마음 먹어도 그 순간이 되지 않으면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 순간까지 우리는 기를 모으는 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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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차 안에서 김종필씨 왈,
'여보! 우리 분가하면 책상을 어떻게 놓을지 생각했어. 당신 책상과 내 책상을 분리시켜봐야 겠어. 당신 책상은 거실에 놓고 내 책상은 방에 놓을거야.....'
'왜? 나란히 있으니까 아무것도 못하겠어? 내가 자꾸 말 시켜서?'
'아무튼....그럴려구'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여보! 나 결심한 게 있는데 이제부터 마음에 있는 생각을 말하기로 했어. 마음에 있는 생각을 그냥 묻어두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말하려구 노력해야지'
'진짜? 정신실처럼 그렇게 할꺼야? ㅋㅋㅋ 좋은 생각이네. 내향형인 당신에게 정말 좋은 훈련이 되겠네'
'그래서 아까 책상 얘기도 한거야. 일부러 그런 노력으로 한 거야.'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이가 먹을수록 내게 없는 반대유형을 계발하려는 노력은 참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성숙이란,
나를 알고 나의 기질에 충실할 뿐 아니라 나의 열등기능을 차근차근 계발해 나가는 것일 테니까요.

그러나...
그런 대화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남편은 '응..응...그랬어?' 만을 반복하고
저 혼자 떠들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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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와 공동체 세우기> QTzine 2월호

NT ; 세상은 넓은데 칭찬할 것은 너무도 없다!

이제껏 설명한 ‘쌍을 이루는 네 가지 지표’는 서로서로 조합해서 16가지의 성격유형을 만들 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은 MBTI 검사를 받게 되면 이 16가지 유형 중 하나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사실 어느 누가 열여섯 개의 네모 칸의 틀에 꿰맞춰져 그 속에 들어 앉아 있고 싶겠는가?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과 함께 좀 더 객관화된 나를 알고 싶어질 때, 내가 들어가 있는 그 네모 칸의 사람들을 연구하기 시작하면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나와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누군가를 이해하려는데 내가 가진 코드로는 설명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때 그가 들어있는 네모 칸을 들여다보면 역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MBTI 검사를 통해 16가지 유형을 살펴보면 같은 유형에서는 공통점을, 다른 유형에서는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16가지는 다시 크게 4가지 패턴으로 묶을 수 있는데, 흔히 이 네 가지 패턴을 ‘기질’이라 부른다. 기질은 ‘행동 이전의 마음의 패턴’이다. 다시 말해서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고유하게 유지되는 선천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네 가지 기질을 이해하면 16가지 유형 안에서의 자신을 좀 더 분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네 가지 기질이란 SP, SJ, NT, NF를 말하는데, 이 네 기질은 각각 기본적인 욕구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때문에 각각의 유형이 외향이나 내향인 것에 상관없이 다양한 행동에 있어서 일관성을 갖게 된다.

이것은 실화다. 예전 청년부 시절에 한 점잖은 K라는 남자 후배가 있었다. 늘 진지하고 좀처럼 실없는 농담이라곤 하지 않는 후배였다. 어느 주일, 청년부 모임을 마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정리를 하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K 후배가 어느 자매 옆에 서서는 ‘어디서 오이 냄새가 나지?’ ‘누나 어디서 오이 냄새가 나요’ 하는 것이다. 이 ‘오이냄새’ 운운하는 소리를 한두 더 하자 옆에 있던 한 자매가 얼굴이 붉그락푸르락 하더니만 쌩하니 퇴장해 버렸다. 사건의 진상은 이러했다. 문제의 오이 냄새는 그 자매가 뿌리고 온 향수냄새였다. 우리의 K군은 나름대로 그 향수의 향기가 좋다는 표현을 해주고 싶어서 불쑥 꺼낸 말이 ‘오이 냄새’였고, 그 말이 자신을 놀린다고 여겼던 자매는 퇴장을 한 것이다.

또 다른 실화다.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나는(필자는) 시어머님의 기분을 맞춰드리기 위해 때로 이것이 칭찬인지 아부인지 분간이 안 되는 것들을 한다. 문제는 남편! 어머님이 신경 써서 음식을 해 놓으시고 진정 칭찬을 받고 싶은 대상은 당신의 아들이다. 워낙 별로 표현이 없거니와 칭찬 같은 건 더더욱 없는 아들이니…. 어머님의 섭섭함이 지나치게 쌓여간다 싶을 무렵 남편에게 협박을 했다. ‘살아남고 싶으면 어머니 음식에 칭찬을 해 드리라’고.
남편과 둘이 어머님이 끓이신 된장찌개를 놓고 식사하는 중이었다. '어머니! 어머니 된장찌개는 정말 입맛 난다니까요' 하면서 후후거리면 먹었다. 남편도 맛있게 먹기에 '맛있어? 어머니한테 표현 좀 해드려' 하고 살짝 속삭였습니다. 남편, 비장하게 알았다는 싸인. 그리고 어머니가 식탁 가까이 오시자 남편이 하는 칭.찬. 오늘은 된장찌개 맛이 이상해' 이러는 것이다. 어머니도 널름하신 표정을 ‘된장 두 가지를 섞어 넣어서 그래’ 하신다. 남편은 칭찬을 했다는 표정으로 열심히 밥을 먹는다. 어쩔 수 없이 내가(필자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맛이 없어?' 부드럽게 말하면서 눈으로는 '똑바로 다시 말해. 죽어!' 하는 메시지를 보냈더니만 그제야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약간 오버 하면서 '아니~ 맛있지. 우리 어머니 된장찌게야 최고지!' 한다.

NT들은 좀처럼 칭찬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칭찬이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 하는 칭찬도 경우에 따라서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는 것 같다. 왜 일까? NT들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힘(Power)’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힘이란 인간을 지배하는 권력이 아니라 자연을 대상으로 발휘되는 힘이다. 다시 말해서, 현상을 이해하고, 조정 통제하고, 예측하는 능력을 뜻한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해서 NT들이 말하는 힘은 권력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과 재능과 재주와 기술 같은 것들이다. NT들은 능력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만큼 유능해지려 하기 때문에 늘 기준이 높은 사람들이다. 어떤 면에서든 이렇게 기준이 높다보니 자신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칭찬할 꺼리가 없는 것이다. ‘칭찬 좀 하시오’ 하면 ‘칭찬할 것이 있어야 칭찬을 하죠’ 하는 것이 십중팔구 NT들의 답일 것이다.

끊임없이 책을 읽고 지식을 축적해 가는 ‘지성’에 대한 사랑이 NT들에게는 각별할 텐데,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이들이다. 재밌고 짜릿한 수련회를 원한다면(특히 SP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NT 회장을 잘 마크해야 할 것이다. NT 회장은 아마도 독서 토론이나 주제 토의를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어 할지 모른다. 청년부에 흥미를 못 느끼는 NT를 붙들고 싶다면 거한 에프터보다는 이들의 지적인 욕구를 터치해 주는 모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분명 이들은 ‘공동체 안의 지성’이다.

NT기질의 사람들에게 ‘사기꾼’ ‘거짓말쟁이’ 등의 비난을 한다면 ‘그 말에 일리가 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그 비평에 수긍할지 모르겠다. NT기질은 모든 유형 중에서 가장 자기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서 의심과 회의를 자주 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수긍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무능하다’라는 비평을 가한다면 이는 쉽게 수긍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야말로 아킬레스건을 치는 일격이라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이들의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NT 자신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고민과 의심을 그리스도 안에서 잘 통찰하고 때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것, 이것이 이들에게 남겨진 하나의 숙제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QTzine 200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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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와 P ; 일정표는 지켜져야 한다 VS 일정이 변경되면 즐거워진다

수련회를 준비하는 왕J(흔히 선호경향이 뚜렷한 유형들에 우리는 '왕'을 붙인다) 회장의 다이어리는 준비일정, 준비물, 역할분담을 위해서 임원들에게 지시할 것들의 메모로 넘쳐날지 모르겠다. 왕J 회장이 게다가 왕SJ라면 수련회가 다가올수록 체크해야 할 것들이 누구보다 눈에 쫘악 보일 것이다. 그런데 발 빠르게 움직여줘야 할 이놈의 왕P 총무는 회의 때마다 늦기 일쑤요, 지난 회의 때 분명히 지시한 내용에 대해서도 대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식이다. 도대체 수련회 준비를 하자는 것이냐? 말자는 것이냐 우리의 왕J 회장은 총무를 믿다가는 이번 수련회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른다.
한편, 유유자적 왕P 총무. 계속 수련회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늘 그랬다.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전날이나 전전날 쯤 이런 저런 확인을 하면 된다. 급히 준비하다가 빠뜨려서 후발대로 오는 사람들에게 열나게 전화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런 게 또 수련회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회의 때마다 A4 몇 장씩 돌리면서 계획 세우고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왕J회장이 참으로 답답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늘 할 말은 없다. 자신은 회의에 지각했고, 생각해보니 지난 시간 회의 때 준비해오마 했던 것을 까먹은 상태였으니까.
수련회나 단기선교를 같이 한 번 계획하고 준비하고 치러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또는 그녀가 J(판단형Judging)인지, P(인식형Perceivin)인지. J와 P는 생활양식이기 때문에 가까이서 살아보고, 함께 일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생활양식 즉, 일상을 사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부 사이, 연인 사이, 함께 여러 일을 해야 하는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은 선호경향이다.
왕P가 왕J를 만나서 함께 수련회 한 번 할라치면 시집살이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J들은 늘 계획해야 하고. 계획한 것을 추진해야 하고, 시간 안에 계획된 모든 것을 마쳐야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P들은 계획 자체가 부담스럽다. 일이란 모름지기 융통성을 가지고 과정을 즐기면서 해야 하는 것이다. 계획이야 언제든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갑자기 일어나는 그런 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인생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P들. 이런 왕P와 함께 일해야 하는 왕J는 빠뜨린 준비물 챙기기부터 시작해서 뒤치다꺼리와 더불어 계획대로 하지 않는 P들의 유유자적함에 스트레스 받아서 쓰러질런지도 모른다.
이러다보면 극단적으로 J의 눈에 P들은 '불성실하고 덤벙거려서 같이 일하지 못할 사람'으로 P들에게 J는 '꼼꼼하다 못해 쪼잔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으로 서로에게 낙인이 찍히게 되지는 않을까?

앞의 세 가지 선호유형에서 그렇듯이 문제는 '다르게 생겨 먹은 우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J와 P 사이 갈등해결의 출발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J와 P의 이 생활양식이 그 사람의 인격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일하고 함께 지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대방의 스타일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그 사람을 그.렇.게. 창조하셨다는 것! 그렇게 쪼잔한(그러나 꼼꼼한), 그렇게 덤벙대는(그러나 융통성 있는) 인간으로 창조하셨다면 말이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J라면… 헉! 계획표와 일정표대로만 돌아가는 가정과 직장과 교회에서 어찌 숨을 쉬고 살겠는가? 반대로 모두 P라면? 으∼ 그 정리되지 않은 책상들과 미뤄진 일들, 빠뜨려 잃어버린 물건들… J들이 있어서 수련회 준비는 계획되고 추진되고 방향성을 가지고 치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P들이 있어서 펑크 난 수련회 프로그램이 신속하게 대체되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일정이 조정되기도 할 것이다.


P와 J를 위한 의사소통 방식
1. P는 J에게 : J와 대화하기 전에는 의사결정을 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J와
함께 일하면서 어떤 일을 계획했는데 만약 일정을 변경할 경우가 생기면 반드시 미.리.알려 주라. J들은 다가올 상황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준비하기를 원한다.
2. J는 P에게 : P와 어떤 일정을 정할 때는 J 자신의 시간표보다 여유있는
시간배정을 하라. P들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유연성 있게 대처하는 것을
자연스러워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P와 함께 일할 때는 마지막 순간에 변경
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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