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러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는데 나는 남편에게 요구하는 게 많은 여자였던 것 같다.
농담처럼 남편은 '당신은 내가 안주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주문을 하는 것 같아'할 때가 있다.
'남편에게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해야지'하는 의도를 가졌던 적은 없지만 결국 남편의 말은 맞는 말인 것 같다. 결혼 전에 '결혼과 가정'에 대한 책을 부지기 수로 읽고, 나 스스로도 책 한 권에 준하는 대학노트 한 권 분량의 결혼에 관한 기대를 담은 글을 써놨었으니까.결혼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배우자에 대한 기대가 반을 차지하게 될테고, 그렇다면 나는 남편에 대해서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게 분명하다.
남편 역시 '가정을 세우는 일'에 대해서 남다른 열정과 기대를 가진 사람이라 함께 끊임없이 좋은 아내, 좋은 남편 되는 것에 결혼 7년을 바쳤다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남편이 신학을 시작하고 교회 전도사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목회자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불쑥 남편에게 그런 말을 했다. '난 당신이 목회에는 성공했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은 목사가 되도록 가만 두지 않을 거야. 혹 당신이 목회를 잘 하기 위해서 가정에 소홀히 하는 것은 목회자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타협하지 않도록 감시할거야. 내 생각에 그런 목회의 성공은 사실을 실패라고 생각해. 나와 아이들을 당신의 목회를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희생시키지 말고 당신 목회의 파트너로 만들어 줘'
이렇게 말하자 남편은 '역시 이 여자는 날 가만 놔두지 않는구먼. 쩝' 하는 표정이었지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감시해 달라고 했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알지만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우리 가정의 삶은 올해 들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주중에 아빠가 없는 건 당연하고 주말에도 마음도 몸도 우리와 함께 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집에 있는 시간에도 교회 일로 끊임없이 전화통화하기가 일쑤다. 예전처럼 쓰레기를 전담으로 치워주지도 못하고, 장모님 생신에도 교회일이 겹치면 할 수 없이 못 참석하고.... 이런 물리적인 환경들이 힘들기는 하지만 기꺼이 기쁘게 감수가 된다.
다만 그렇다고 남편 삶의 우선순위가 사역 그것이 되는 것은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갈굴 생각이다.남편을 내 곁에 아이들에게 묶어 두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남편이 정말 좋은 목회자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사역때문에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에 섭섭함과 원망이 쌓아 두는 목회자는 결국 절반의 실패라는 확신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둘 다 잘하려면 두 배의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단한 일이라는 것도 알겠다. 게다가 남편은 공부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의 남편 김종필은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사역을 위해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담보 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가족이기주의에 빠지지 않으며, 가정과 목회를 균형있게 세우는 목회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7주년 기념일 (0) | 2007.06.30 |
---|---|
미안해는 남자의 언어(남편 글) (0) | 2007.06.30 |
행복감에 푸욱 빠진 남편 (0) | 2007.06.30 |
당신의 빈 자리 (0) | 2007.06.30 |
내 남자친구와 일박 여행 (0) | 2007.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