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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날 수업이 없으신 3학년 2학기.
목요일 수업 마치고 밤에 올라오신다는 반가운 소식.
매우 늦은 시간에 올라오셨는데 뭐라도 대접해야 할 것.
떡볶이를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냉장고에 남은 건 가래떡 한 개,
오뎅도 없고, 하다못해 라면도 없고...
냉동실에 뒤져보니 오징어 한 마리만 있네.
재료 참 부실하다 싶어서 어쩌나 하다가 퍼뜩 당면이 떠올라서
당면을 주재료로 떡볶이 하니...
11시에 올라오신 서방님 당면 건져 맛있게 드시고.
매운 떡볶이 드시고 주무시니 밤새 배가 부글부글 하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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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남편을 아는 모든 분들이 입을 모아서 하시는 말씀은 '벌써 마지막 학기냐? 세월 참 빠르다' 라고 하시지만)
내게는 기나긴 3년의 마지막 학기 개강이다.

내일이면 마지막의 첫날이다.
지난 다섯 번 동안 개강하여 내려가는 첫날은 얼마나 힘겨운 날이었던가.
1학년 2학기때 아파서 일주일 유치원을 못 가던 채윤이가 버스정류장에 서서 손을 흔들던 모습으로 인해 아빠는 얼마나 두고두고 슬퍼했던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참으로 구구절절한 세월이었다.
그 구구절절함에 내게는 남은 한 학기 조차 3년 처럼 길게 느껴진다.
다만 반복되던 일이라 덤덤해졌을 뿐이다.

주일 저녁이라 피곤하기는 하지만 기숙사로 가는 남편에게 맛있는 집밥을 해주고 싶었다.
오랫만에 등갈비 김치찜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이젠 좀 덤덤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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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언젠가 오징어 깔밥을 시도한 이후로 아주 오랫만에 깔밥을 시도하다.
( * 깔밥 : 덮밥에 대비되는 말로 비벼 먹을 소스류를 밥 위에 덮지 않고 밥 밑에 깐다는 의미로 '깔밥')
비 오는 토요일. 밥 하기 너~무 싫어서 어뜨케 좀 통과하는 방식으로 해볼려다가....
"밥 하기 힘들어?" 하는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어조의 도사님의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서 바로 밥 앉히고
김치깔밥을 만들다.

식탁에 차려놓은 접시를 보고 채윤양이 한 마디 하셨다.
"역시 엄마 답구만!"

↓ 이렇게 싹싹 비워서 먹어주니 이뿌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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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잘 먹어서 저녁 생각 없다더니...
집에 들어오자마자 '배고프다. 뭐든지 해 줘' 하시는 큰 간을 가지신 도사님.
'지금 무슨 소리 하냐고? 안 먹는다더니....이제 와서 무슨 밥이냐고? 밥도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시적 언어장애로 인해서 한 마디도 못하고....ㅜㅜ
그 말씀 떨어지기 무섭게 요리 시작해서 10분 만에 볶음우동 만들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신이 내린 거 맞는 거 같다.
요리하는데 10분,
블로그에 포스팅 하는데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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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못하니 어디 나가서 장보기도 힘들고 해서 집에서 인터넷 장보기를 해서 닭을 한 마리 샀더니..
오늘이 초복이네요.
비어 치킨이라고 하는 치킨을 굽는데 치키니 몸통에 맥주캔을 무자비하게 쑤셔 넣어서 굽는 것이라죠.
요즘은 인터넷이 다 갈켜주니까 검색을 해가지고 시도를 했습니다.
맛은 좋은데 영 사진 보기가 민망스럽네요.
해서 어쩔 수 없이 후식으로 먹은 모밀국수를 메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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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은 배 가르지 않을 걸로 사서 우유에 한 시간 이상 담궜습니다.
닭냄새 제거에는 우유가 짱입니다.
물기를 쫙 빼가지고 소금, 후추, 파슬리가루, 올리브유로 닭 몸뚱아리에 맛사지를 했습니다.

그 담이 문젠데 맥주캔의 맥주를 반쯤만 남겨서 고 상태 고대로 닭님의 똥고에 집어넣는 겁니다.
그래서 이름이 비어 치킨이 되는 겁니다.
말하자면 우리 어릴 때 그렇게 유행했던 붕가붕가....ㅋ
전도사님 사모님으로서 어디 가서 맥주 사기도 그렇고, 반은 남기라는데 반을 쫙 들이키기도 그렇고...^^;

암튼 맥주를 반쯤 남기면 오븐에 세울 때 무게중심도 잡아주고 냄새도 잡아주고 여러가지로 좋다네요.
맛은 진짜 있는데....
처음해보는 거라 몇 군데 손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화상 입어도 싸지요. 닭님에게 저렇게 치명적인 짓을 해놨으니 말이죠.

↓ 이건 아무나 열어보지 마세요.
   특히 비위 약하신 분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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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 근처에 망향 비빔국수라고 있습니다.
지난 봄에 이 집을 알고 나서 일 주일에 세 번을 먹은 적도 있고,
주일 날 목장 식구들 다 끌고 갔다가 '주일휴무'라 헛탕 친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일부러 가 포장해 갖구 와서 먹은 적도 있고요...

그래봐야 비빔국순데 사람들이 버글거리고,
줄어 서서 기다리다보니 괜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우리 요리무림에서는 10회 이상 돈 내고 먹어봤다면 손수 제작을 하는 것이 관례니깐요.
오늘 점심에 그가이꺼 대~충 한 번 비벼 봤습니다.
사실 포장 기다리면서 망향식 국수 양념을 유심히 지켜봤었지요.
일단 어~엄청 맵다는 거.
오늘 만든 건 망향보다 더 매워서 먹자마자 팽이팽이 아이스크림 두 개 먹고,
펄펄 뛰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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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는 순수하게 김채윤양의 제안으로,
채윤양이 제공한 레시피에 의해서 만든 '토마토 두부 버거' 되겠습니다.
집에 TV도 없는데 언제 어린이 요리프로를 봤는지 뜬금없이 이게 먹고 싶다고 조르고 졸르는 바람에 오늘의 요리는 시작되었습니다.



설명 들으신대로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김현승 군은 두부에 밀가루 바르는 걸 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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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바른다고 잘라놓은 두부 두 개를 부숴뜨리고 엄마한테 쿠사리 좀 먹고는
얌전하게 조심조심 신중하게.....집중해서...
집중하다 보면 꼭 입이 벌어지고,
입이 벌어지면 예외없이 입술에 이슬 한 방울이 고입니다.

012

파프리가 썰면서 심~각해 가지구
냄새 맡아보고, 들여다 보고...
결국 하고 싶었던 건 먹어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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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거 밀가루 좀 바르고는 바로 밀가루 놀이 삼매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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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몰래 밀가루를 더 부어서는 놀다 놀다
 '두껍아 두껍아' 까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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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입을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요리에 집중하던 누나까지 합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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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료는 채윤양께서 챙기셨습니다.
엄마는 토마토 썰어주는 것에만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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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잘 구워진 두부 위에 케챱을 뿌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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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치즈, 파프리카, 양상치 차례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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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맛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 되도록 현승군은 아직도 밀가루 놀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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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먹어보려는데 이느무 버거라는 것은 다 좋은데
입이 콩알 만한 김씨 집 안 사람들에게는 먹기가 쥐약이라는 거죠.
입을 아무리 벌려도 도통 그 높이가 어떻게 극복이 되여야 말이죠.
결국 좀 추접스러운 필의 저런 방식으로 온 얼굴에 칠을 해가면서 드셨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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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나님께서 계시도다


설레임과 기대를 하나 씩 접시에 담고,
만나고,
함께 먹으며 자연스레 삶을 나누고,
공감하고....
월남쌈의 고운 빛깔 만큼이나 고운 우리의 삶과 믿음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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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맛있는 쑥개떡.
사 먹으면 절대 맛이 안 나는 쑥개떡.
엄마나 시어머니가 해주시면 얻어먹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으나.....
작년에 처음으로 애들하고 쪄 먹어봤구요.
실은 작년에는 완전 반죽을 다 한 상태로 안겨주신 고마운 분 덕분에 쪄먹는 공정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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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 고마운 쑥공장 사장님께서(^^) 쑥을 삶아서 주셨고요.
몇 주 전에 아이들과 미사리 조정경기장엘 갔었는데 두 녀석이 앉아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지 뭐예요. 맨 손으로 쑥대밭 만들기. 즉, 맨 손으로 쑥을 상당히 뜯은 겁니다. 그거 삶아서 냉장고에 넣어 뒀었는데....이거 저거 합해서 쑥개떡을 처음부터 해보자고 맘 먹었습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일단 배우고 쌀을 불리고, 방앗간에 가서 빻야한다는데....방앗간이 어딨는지 알아야죠. 상가수첩 뒤졌더니 옆 동네 한국아파트 상가에 있드라구요. 글루 갈려고 했더니...
우리 오지랖 넓은신 따님께서 '엄마! 우리 상가에도 있어. 내가 떡방앗간 이라고 써있는 거 봤어'
합니다. '그러더니 내가 가서 진짜 있나 보고 올께. 기다려봐' 하고 튀어 나갑니다.
바로 답사 다녀와서 엄마를 끌고 갔죠. 거 신기하게 쑥이랑 쌀가루랑 섞여서 저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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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맛있으려면 무조건 오래 치대야한다는 시엄니 말씀을 기어하며 손목이 시큰거리도록 치대고 또 치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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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도움되 안되는 현승이 조막만한 손으로 치대긴 치대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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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가 만든 하트 삼각형 등등의 예쁜 모양 쑥개떡.
현승기가 만든 그냥 쑥개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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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살림살이에 푹 빠지셨던 의진군은 요즘 도통 살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쑥개떡을 같이 만드시는데.....이 녀석 이거 얼마나 좋아할까 싶어서 가슴이 설레였는데...
모 눈도 깜짝 안하고 혼자 자동차 놀이만 합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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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솥이 작아서 여러 번 나눠서 쪘는데 다들 먹고 싶어가지고....
한 20여 분 기다리는 것이 어찌나 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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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판 쪄내면 바~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 듯!
또 올리고 기다리면서 빨리 달라고 졸라대고요.
나오면 또 바로 접시 비워 버리고요.... 이렇게 감질나게 먹는 게 맛있기로는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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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과정이죠.
참기를 띄운 물에 한 번 건져내기.
꿀이나 물엿 같은 거 쫙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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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진군 백만불 짜리 미손데...
요 녀석 어찌나 움직여대는지 사진마다 흔들려서 이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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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같지 않게 먹을 것에 열정을 보이면서 맛있게 먹는 현승이.
쑥개떡 먹기에 열중하는 한편 굴 청소에 심취해계신 모습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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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또....
이것은....
교회 근처 '봉평 메밀촌'에서 먹어 본 '더덕 불고기'라는 것으로서...
더덕을 두드려 양념한 것과 불고기, 그리고 버섯류의 야채를 전골식으로 끓여서 먹는 요리가
되겠습니다.

헌데 집에 버섯이 없는 관계로 뜬금없는 브로콜리와 배추속을 넣어 다소 언밸런스의 컨셉이 된 것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남편을 아끼시는 교수님께서 울릉도 집회를 다녀 오시면서 가져다 주신 더덕인데....
그걸 주시면서 '사모님이 몸이 안 좋다니 이것을 반드시 갈아 드시도록 하여 속히 회복하도록 하시오~'라고 지엄하게 명하시진 않았고 '그저 갈아서 사모님 드시게 하라' 고 하셨다 합니다.
갈아서 먹는다면 '혹시 마?' 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것 같고....혹시 산삼? 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것도 아닌 것 같고...해서 시어니님을 몇 쪽 같다 드리고는 이름을 여쭈었더니 '더덕'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슨 더덕을 갈아서 먹냐?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갈아서 먹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고.... 양념을 해서 구워먹는 것이 순리인 듯 하였습니다.
헌데 양념한 더덕을 구워서 먹어보긴 했으나 손질은 해 본 적이 없는지라 역시 시어머님께 여쭈어 '일단 까서, 썰어서, 두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따. 이거 까서 두드리는 일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까다보니 진액이 엄청 나오면서 손과 칼이 온통 돼지표 본드를 바른 듯 하였습니다. 설겆이를 하시던 도사님께서 칼에 붙은 끈끈한 것을 닦으시다가 손톱과 함께 손을 베어 내시는 (아흐~) 옥체를 상하시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하였답니다.

암튼, 많은 사연을 안고 더덕을 손질하여 고추장 양념을 맛있게 했는데 그저 불에 구워 먹는 것으로는 좀 아쉬워서 봉평 메밀촌에서 제일 비싸게 팔고 있는 더덕불고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애들은 불고기 먹고, 어른은 더덕이랑 불고기 둘 다 먹고....하니 모두에게 이로운 한 끼 식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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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간은 턱이 아파서 죽 2인분으로 이틀을 때우는 식으로 식사를 하고,
한 며칠은 사골국이 생겨 거기 말아서 후루룩 마시는 것으로 연명하다가,
턱은 나졌지만 몸에 에너지가 없어서 요리의 신이 도통 강림하시질 않아서 용가리 치킨 한 봉지를
거의 매끼마다 먹여서 일주일만에 다 털어 버리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에 남편이 올라왔습니다. 남편이 이번 주 설교실습이 있어서 피를 말린 것 같고,
개학하고 2키로나 빠졌다는 말에 바로 요리의 신이 오시더만요.

언젠가 트럭에서 튼실한 냉동낙지 한 봉지를 6000원에 팔길래 냉동실에 얼려 놓았었죠.
그걸 꺼내서 철판낙지 볶음 맛있게 해서 금요일 저녁을 먹었습니다.
예정됐던 목장모임이 취소된 토요일 저녁.
저녁 준비하기 힘들어 하는 걸 눈치 챈 도사님이 '기냥 뭐 시켜먹자'고 하는데 나도 먹어야겠고,
애들도 먹여야겠고해서 빗 속을 뚫고 두메촌까지 걸어가 고기를 사다가 보쌈을 했지요.
수퍼에 갔더니 절인 배추까지 팔고 있어서 무채김치 만들고 콩나물 국까지 끓여서 제대로 '배달 온 보쌈' 필을 냈습니다.

금요일도 토요일도 도사님은 일주일의 피로가 몰려오시는 관계로 오후 낮잠을 주무셨는데요.
저녁 식사 준비를 해놓고 '일어나요. 일어나요' 하는 것이 어찌 그리 마음을 상하게 하는지.
또 일어나셔서 정신을 챙기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시는 분이라 식탁의자에 앉아서 한잠을 정신을 고루고 계셨지요.
음식 만든 저는 비오는데 장보러 나가고 무거운 걸 들고 와서 이것 저것 짧은 시간에 만드는 것에
완전 '희생정신에 자기도취' 되어가지고 엄청난 칭찬과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지요. 물론 9년을 살아온 사인데 '엄청난 칭찬과 감동의 도가니탕'은 늘 요리를 하면서 상상 속에나 있었던 일이지만요.
아~ 어제 저녁은 주무시고 나오셔서 사력을 다해서 고기 삶고, 무채 무치고, 콩나물국 끓여서 차려놓은 식탁을 보시자마자, 대뜸 하시는 말씀이 '어우~ 왜 이리 많이 했어?' 하십니다. '이야~ 맛있겠다. 이걸 언제 다 했어' 이 정도는 원래 기대를 안하구요.  '그냥 시켜먹자니까 힘든데 뭘 준비했어?' 뭐 요 정도 대사는 쫌 기대를 했지요. '왜 이리 많이했어? 알았어. 많으면 내가 다 먹지 뭐' 하는 심정으로  빈정이 확 상해가지구 애꿎은 보쌈만 잘근잘근 무지막지하게 말도 안하고 씹어 줬네요.

오늘 차분히 생각해 보니, '정신실 그만 할 때도 됐는데' 싶어요. 남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지 식대로 사랑이랍시고, 희생이랍시고 해놓고는 지가 원하는 방식대로 돌려주지 않는다고 삐지고. 아~ 이거 진짜 그만할 때도 됐는데.

생각해보니 이번 두 번의 요리는 가족에 대한 사랑보다 나의 요리와 나의 주부로서의 고귀한 희생정신에 도취되어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거의 들어가질 않았네요. 완전 '자아도취, 자아팽창' 거기다가
약간의 '분노'까지 첨가된 독이 든 요리였어요. 어쩐지 보쌈 먹고 났더니 완전 마음에 벌레가 여러 마리가 기어다니고 난리가 났더라.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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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보기에는 뭐를 좀 연상시키는 그런 음식입니다.
저건 근데 보는 것보다는 맛이 좀 더 낫다고 생각되는 음식이옵니다.

'묘향손만두'라는 도사님이 좋아하시는 식당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만두를 빚어가지고는 저렇게 만두속을 다 뒤집어 터지게 해가지고 끓이더라구요.
만두를 마구 풀어 헤져서 끓여 놓으니 당연히 보기에 쫌 거시기할 밖에요.

방학 때 어느 날 점심으로 해먹은 거예요.
만두국을 끓이려고 했더니 도사님께서 '묘향만두로 끓여줘' 하시더라구요.
그까이꺼 대충 국물내고 만두부인 속을 막 터지게 했더니 묘향손만두 비슷한 모양과 맛이 되었죠.

일명, 만두부인 속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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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현승이가 일주일 장염을 앓고 나더니 먹는 게 좀 나졌어요.
일주일 동안 굶기를 밥 먹듯 해서 그런지 먹는 것에 약간의 욕심이 생겼지요.
굶어보니 먹을 것의 소중함을 좀 알겠는지 배트맨이 뱉는 게 좀 덜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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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떡볶이를 해먹었는데 자기도 먹고 싶다고 안 매운 떡볶이를 만들어내라네요.
아무리 귀찮아도 자식이 먹겠다는데, 것두 배트맨 아들이 먹겠다는데 해야지요.
그저 한 번 먹일 때 왕창 멕이고 싶은 에미의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기름도 참기름을 쓰고, 멸치가루 버섯가루에 꿀까지 넣어서 떡강정을 만들었어요.
맛을 보니까 너~어무 맛있는 거예요. 웬지 잘 먹을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야~ 이거 이 녀석이 혼자 다 먹으면 영양섭취 쫌 되겠는데...'싶었죠.
거기까지 했어야 하는데....
조금 더 달콤하고 고소하면 더 잘 먹겠지 싶은 마음에 꿀과 참기름을 더 첨가한 겁니다.
여기서 바로 선을 넘어간 거예요.
너무 달고, 너무 느끼한 떡강정이 된겁니다.
현승이가 한 개 먹고는 그 단맛에 매료되어 '음~ 맛있어' 하더니 두 개를 못 먹어요.
결국 협박해서 몇 개를 더 먹이긴 했지만....
딱 좋은 거기서 욕심을 안 부렸어야 하는데...
그랬으면 배트맨이 기분좋게 다 먹어줬을텐데...

공자님이 그러시네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요리를 하다보면 싱거운 건 고칠 수 있지만 짠 건 고칠 방법이 없거든요.
어디 요리 뿐일까요?
엄마의 사랑도 지나치지 않아야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하는 양분이 되는 것인데요.
어디 엄마 사랑 뿐일까요?
세상의 모든 것이 지나친 열정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지요.

비록 요리는 실패했지만
 떡볶이의 기억을 마음에 잘 새겨두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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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사님께서 살짝 아저씨 배가 나오기 시작하시더니만, 부쩍 야식을 찾으시네요.
전 같으면 저녁에 자기 전에 살짝 배고 고파도 '에이~ 그냥 자자' 이러시더니.
좀 출출할라치면 '떡볶이 해줘' 하고는...
어쩌나 볼려고 빨리 안 하고 꾸물거려도 끝내 이걸 하게 해서 드시고 주무십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셔서는 '어우~ 얼굴 부었어' 이러구요.
진정 나오기 시작한 아저씨 배를 유지하시며 배양을 하실 생각이신지요?

암튼, 어제 수요예배 갔다와서 야식으로 한 떡볶이입니다.
굴소스 약간, 칠리소스 약간만 넣어서 양념이 강하지 않게 휘리릭 볶았는데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어요.
'아이 왜 이렇게 쪼금했어?' 하면서 맛있게 드셨습니다.
애들한테는 매운 떡볶이라고 뻥쳐서 재워놓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현승이가
'엄마! 나 엄마 아빠 떡볶이 먹는 거 다 들었어. 잠이 안 들어서 계속 먹는 거 듣고 있었어'하는데
미안하대요. 매운 떡볶이도 아니었는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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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삼겹살 한 번 걸쭉~하게 먹어볼려고 사러 갔더니...
등갈비 파격 세일을 하네요. 우리 돼지, 황금 돼지, 등갈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두어 근 사지 않을 수 없었죠.
이 놈들을 어떻게 먹어줄까? 고민을 했는데....냉장고에 지난 번 초등부 교사 월례회 때 사용하고 남은 립소스가 있었어요. 아주 적은 양이었죠. 이로 인해서 삼종 세트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1번 : 아웃백 바베큐립.
2번 : 우리동네 정육점 겸 고깃집인 '두메촌'에서 일명 '쪽갈비'라 이름하여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매운 고추장 양념으로 구운 것입니다.
3번 : 퇴촌에 무슨 유명한 집이 있는데 양념 없이 소금만 뿌려서 구운 소금구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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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종 세트와 함께 '내수용 무쌈말이' 입니다. 손님이 오실 때는 파프리카도 넣고 이것 저것 색깔 맞춰서 넣어 말지만 집에 있는 야채만 가지고 말아서 먹으니 고기에는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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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0되는 아빠가 식탁의자 위로 올라가서 찍었으니 이게 얼매나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인 것입니까?
'채윤아! 엄마 바쁘니까 니가 상좀 차려줘' 했더니 다 큰 채윤이가 이쁘게 테이블 세팅을 했습니다.
접시 이쁜 것 꺼내놓고, 냅킨이 아닌 크리넥스 티슈 접어서 그 위에 포크 올리고, 웬 뜬금없는 치즈를 하나 씩 갖다가 올려 놨는데 이건 좀 이해하기 어려운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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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주면 우리 식구 중에서 제일 맛있게 먹어주는 따님이십니다. 눈썹 밑에까지 양념을 묻히고 손에는 온통 기름기에 양념을 쳐바르고 먹는 것이 복스러움의 극치예요. 이 대목에서 어렸을 때 채윤이를 보면서 많이 불렀던 '빨간머리 앤'을 개사한 그 노래가 생각나네요. '뚱땡이 배불띠기 김채윤이 이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저렇게 먹는 걸 보면 참으로 복스럽고 사랑스러운 뭔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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