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하기 싫은 날엔 떡볶이.
밥 먹기 싫은 날엔 떡볶이.


떡볶이 먹는 화기애애한 저녁식탁에 '여보, 맛있어?'하는 질문해놓고,
왠지 그리 대답할줄 것 같아서 외쳐봤는데
 '떡볶이의 미친 존재감!'

둘이 찌찌뽕이 됐다.

둘이 완전 좋아가지고 하이파이브 하고,
 '우리 딱딱 맞지?'

다시 하이파이이브 하고,
'이래서 우리는 부부야'

다시 하이파이브.
'부럽지?'

이러면서 까불고 놀았더니.








질투계의 레전드.
김종필님의 게임도 안되는 라이벌 김현승.
입 나오고,
눈 벌개져서 눈물나고...
결국 식탁에서 퇴장하시다.


겨우 달래서 다시 식탁으로 뫼셔 와서는 넷이서 '접어!' 게임을 하얐다.








이건 또 무슨 장난의 운명이냐고!

엄마랑 누나랑 무슨 말을 하다 둘이 찌찌뽕이 된 사태발생.


'나도 왜 엄마랑 말이 딱딱 맞는 건 하고 싶다고오~ 나는 왜 못하냐고' 하면서 뒹구는데...
어쩔!


아, 미친 존재감의 떡볶이 먹다가,
김현승님 질투나서 돌아버리시겠다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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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집밥이라함은 부담없이 밥 한 그릇 뚝딱 할 수 있을 정도의 찬이어야 하거늘...
적당한 육질의 맛과 개운함이 어우러진 저 조합이랴말로 제대로 조화로운 맛이 아니겠는가.

좌 스팸, 우 알타리 !
이 환상의 집밥. 



그까이꺼 스팸 몇 조각에 김치 몇 가닥이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스팸이야 그렇다치지만 저 알타리 김치야 말로 쉽게 입에 넣어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
내가 찾는 김치 흔히 볼 수 없지.♬ 노래가 흥얼거릴 지경이다.
에둘러서 집밥을 운운한 오늘 포스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으하하하하하핫!
말하자면 자칭 타칭 '삶은요리'로 살고자하는 이내 몸이 10여 년 요리경력을 쏟아부어 이우어낸 결정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담궈본 빨간 김치라는 것이다.
(작년 겨울 물김치 한 번 시도했었음)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를 두루 사사하여 막 따서 말린 태양초를 갈고, 전라도 김치에서는 쓴다는 비법, 즉 찹쌀풀 대신 아침에 먹고 남은 밥을 갈아서 양념에 썼다는 것.
양념에 새우젖을 너무 많이 넣어 짜서 잠시 실패로구나 하는 지경까지 갔지만 바로 그 순간 '야야, 얼른 시장 가서 한 단 더 사와. 더 사다가 절이지 말고 잘게 쪼개서 같이 섞어라. 그르믄 간이 익으믄서 간이 골고루 퍼져서 싱거질거여' 하시는 오래 전 충청도에서 한 요리 하셨던 엄마의 도움으로 결국 성공하고 말았다.


라면에 알타리,
사골국에 알타리,
기냥 맨밥에 알타리....
아, 나는 오늘부터 영원히 찬미하리라. 알타리 알타리......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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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고 여유를 가지라고 옆에서 자주 말을 해줘도.....
손님 올 시간이 다 됐는데 식사준비가 안 끝났다면 내 마음음 황색 점멸등이다.
위험, 주의를 요함, 불안, 초조, 예민해짐.


그러나 어제 저녁 같은 경우라면 한참 준비가 안됐음에도 오케이 오케이 계속 파란불!
손님이라 불리기에 너무 편안한, 어쨌거나 손님도 식사준비 안됐단 말에 ' 저 블로그좀 할께요. 포스팅 할 게 있어서요'
하고 컴터 앞에 앉았으니 계속 파란불 고고!


빨, 노, 초의 상큼한 색의 조화가 포인트였던 삼색 신호등 김밥이 색깔을 안내준다.
초록 피망이 익으면서 색을 잃었고, 날치알의 황금색은 '내가 무슨 노랑이냐'며 뒤로 빠지고,
당근 역시 '난 주황이지 빨강은 아녀유' 하고 흐리멍텅해지니....
아무튼 그냥 좀 특이한 김밥이라고 해두자.








비타민과 황도 샐러드.
신호등 김밥 옆에 놓았더니 썰렁도사님이 '나무'래나 '숲'이래나 하면서 어설픈 농담을 곁들였다.








사실 얘가 메인이었다.
윰이 멀리서 치즈 떡볶이 침흘리는 것 같아서 얘를 일단 정하고 구색을 맞춘 것이 신호등 김밥이었다.
나중엔 이 단호박 치즈 떡볶이를 전수해준 원작자가 나중에 합류했는데 얘는 아무래도 떡볶이에 콜라겐을 좀 넣어줘야 먹을 듯하다. ㅋㅋㅋ







에니어그램을 하나를 가르쳐서 바다 건너 보냈더니 셋은 더 깨우쳐 가지고 온 윰과의 식탁이다.
에니어그램이 철저하게 나를 보는 도구로 사용할 때 약이지, 
다른 사람 번호를 찍게되고, 번호로 사람을 틀에 가두기 시작하면  내가  또 다른 감옥에 갇히는 것인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다른 사람과 힘든 지점에 대해서 성찰하고 싸가지고 온 보따리가 커서 나눌 것이 많았다.


내게나 윰에게나 에니어그램이 잘 작동하는 신호등 같으면 좋겠다.
과도한 자아에 압도되어 길을 잃을 즈음에 빨간불이 되고, 초록불이 되고, 노란불이 되어주는 지혜의 빛 말이다.
비록 오늘 먹은 신호등 김밥은 약간 고장이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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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失 했던 정신失 엄마가 정신줄 수습하여 붙잡으셨다.
정신을 失 할 때 함께 실종됐던 요리의 신이 다시 강림하셨다.
저녁 준비하는 내내 '도대체 오늘 메뉴가 뭐야? 미역국이야?'
이런 질문을 세 아이(ㅋㅋㅋ)모두 돌아가면서 했다.
그리고 짜잔~하고 고추잡채를 들이미니 간만에 환호성이 터지고
채윤이의 오바스러운 칭찬은 기본 옵션이다.
'역시 우리 엄마는 센스가 있어'
역시 우리 딸은 오바가 있다.








중국음식에 밥을 먹기는 쫌 그렇고...
그렇다고 중식 마지막 코스로 짜장면을 들이대는 건 가정집에서 할 짓이 아닌 거 같고.
아침에 먹다 남은 소고기 미역국에 감자 수제비를 끓였다.
이 언발란스한 메뉴에 우리 도산님 이렇게 감동하실 줄은 몰랐네!








도산님의 기도제목은 정신失 보다 하루라도 먼저 죽는 거'다.
정신실은 없는데 정신실이 만든 김치찌게를 비롯한 음식들이 먹고 싶으면... 
아, 이건 슬퍼도 너무 추접스럽게 슬픈거다.ㅋㅋㅋ
맛있는 표정좀 한번 해바바. 했더니
뜬금없이 입술을 앙다물고 귀여운 행세를 하시는 저 표정을 보라.








흔히 볼 수 없는 귀엽게 맛있는 표정은 한 번 더 봐주고,
막 씹으려던 거 그대로 리얼하게 보여주는 리틀 엽기녀도 힐끗,
지가 잘생긴 줄 알고 언제든 표정 관리 제대로 하는 약간 밥맛 없는 애도 껴줬다.
무엇보다 굳이 저렇게 까지 몸을 던지지 않으셔도 되는데 너무 최선을 다하시는 우리 도님! 아까 앙다문 입을 한껏 벌려 오바스럽게 드시는....
박수를 보냅니다. 여보님!
(이 사진, 허락을 득하지 못하고 올리는 거라 난 이 포스팅 후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저는 설거지 안해줘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도님.
물론 뒤에 꼭 따라붙는 말씀이 있다.
'설거지를 해주다니요! 설거지는 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거지요'ㅎㅎㅎ
평소에도 설거지는 아주 좋아라 하시며, 설거지 하면서 묵상도 하시고 그러시는 분.
고추잡채와 수제비를 정말 맛있게 드시고 기분이 좋아지셔서 설거지는 물론 싱크대
배수구까지 칫솔로 싹싹 닦으셨다.



정신失이 정신實되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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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고 나누어먹으며 서로 상찬하거나 돌아앉아 타박하는 것이 사람의 일일진대는, 어떤 음식에든 인격이 개재하게 마련이다. 인격이 음식으로 표현되었을 때 그것을 뭐라 부를까. 식격(食格)? 이게 좋겠다. 또한 음식에서 깨달음을 찾고 먹는 데서 구원을 궁구하는 무리들이 걷는 길은 식도(食道)요, 그 무리는 식도(食徒)겠다.

성석제 <소풍>에서



음식을 맛으로만 영양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음식을 그저 색이나 모양새로, 유행이나 분위기로만 먹는 것도 아니다. 마음으로도 먹는다. 마음으로 먹는 음식은 배뿐 아니라 영혼을 채워주는 천사의 음식이다.

윤혜신 <착한 밥상 이야기>에서



일상에서 부딪히는 사물이나 자주 먹게 되는 음식에 결부된 사람들은 좀체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성석제 <소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요리를 하고 그 음식을 먹는 일은 단지 입으로 먹고 소화기관으로 소화시키고마는 물리적인 현상의 집합 이상인 것이 분명하다. 마음으로 만들고 마음으로 먹는 음식의 나눔과 그로 인한 기쁨은 더 이상 땅에 속한 일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정신실 < 지 일기장> ㅋㅋ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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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꽃이라고 불리는 저 꽃을 아시나요?
어렸을 적에 소꿉놀이를 하면 저 꽃을 따다가 계란 후라이로 쓰거나,
흰자 노른자 분리해서 다른 요리에 사용하기도 했으니깐요.
알고보니 저 꽃은 '개망초'라구요.
저렇이 이쁘고 앙증맞은 꽃이 '개망초'라니..... 개망신이다.



















어제 목자모임에서 한 밥이 입안에서 날아다닌데나 어쩐데나...
물 말아 먹지 않으면 수습이 안 되는 정도?
날개달린 밥을 해치우고자 김치볶음밥으로 저녁을 하는데....
그 위에 올라 앉은 것이 진정한 계란꽃이 되었습니다.
히야, 이건 완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신메뉴다.
개망초 김치 볶음밥!



우선 제목은....
TNT 클럽에서 '수련회의 귀환'이라는 수련회 홍보 동영상에서 받은 감동과 삘이 가시질 않아서 제목이 다르게 떠오르질 않슴다.
(진짜 재밌는 대박 동영상인데 어떻게 소스를 가져다가 여기다 올려 드리고 싶군효)

떡볶이를 오랫만에 했다는 뜻입니다.
하도 떡볶이를 해대서 어느 때 부턴가 내가 만든 떡볶이 먹기가 싫드라구요.
떡볶이 한 지도 오래 됐지만 내가 만든 걸 맛있게 먹어 본 건 언제 적 일인지...

본좌는 자기가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젤 맛있는 자뻑 9단의 삶은 요린데요.
내가 만든 떡볶이가 맛이 없었다뉘...

암튼, 어젠 전통적인 포장마차식 떡볶이를 만들어볼 요량으로 멸치 다시국물과 고추장으로 그럴싸한 맛이 났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접시에 담기 전에 갑자기 냉동실에 굴러 다니던 날치알 한 덩어리를 집어 넣는 정신 나간 짓을 했습니다. 아흐, 그 순간 그 칼칼하던 떡볶이가 꼬리리한 해물 떡볶이 맛으로 변신하면서 내 미친 손을 탓할 수도 없고....

하이튼, 그래도 꽤 많은 양을 종필님과 둘이서 깨끗하게 비웠고요.


오늘은 추운 날씨에 에니어그램 강사 프레젠테이션 갔다가(매우 긴장하고 떨면서 갔다가) 잘했다는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칭찬에 마음이 하늘을 날아...
하늘에서 생태 한 마리 잡아다가 맑은 동태탕 내지는 동태지리?로 끓여서 애들까지 국물 쪽쪽 빨아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데웠지비요.

실은 겨우내 마음 한 켠의 부담으로 안고 다니던 두 번의 강의, 에니어그램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서 지금 이 가비야운 마음을 어찌 주체할 수가 없사옵니다. 수능 끝난 수험생처럼 '나 이렇게 맘 편히 포스팅 하고 자빠져 있어도 되는 거?' 하는 기분좋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떡볶이와 함께 삶은 요리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섬.뜩.

아~놔, 오늘 저녁 준비하다가....

오늘은 우리 사랑하는 JP씨. 이럴 땐 도사님이라고 불러주는 게 적절할텐가?

JP도사님이 수요예배 설교하시는 날이라 시.간.이 중요하신 도사님께 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올려드리게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중이었따!

간만에 굴비를 쫌 구워볼려고 손질을 하다가...

늘 보던 굴비의 옆모습 대신 어쩌다 정면을 봤을 뿐인데... 섬뜩.
길게 앙다문 입 하며.... 위엄있는 콧잔등 하며...
굴비님의 카리스마가 빠~~~악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가끔 굴비의 살을 뜯을 기회가 있다면 젓가락으로 저 놈을 통째로 들어 정면으로 눈을 맞춰 보시라. 젓가락질 하던 손가락이 후덜덜 하실 것이다.






그니깐 말하자면 평소에 내가 보던 굴비는 바로 이 옆 모습.

구울 때나 접시에 세팅할 때도 늘 저 모습이시다.
저 모습이실 때는 그저 '날 떼어 잡수. 날 구워 잡수' 하시는 모습인데....

정면으로 아이 컨텍을 딱 하고 났더니만 세상에.....

딱 나를 쏘아보시는 눈매에 한 때 저 분이 바다를 휘젓고 다니셨을 그 장면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집에 혼자 있는데 있었던 일이라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결국 얼렁 손질해서 지글지글 끓는 후라이팬에 휙 던지는 것으로 일단의 해프닝은 마무리 되었다.


아, 그러나 나는 잊지 않기로 했다.
접시에 두 마리 세 마리 씩 비쩍 마르게 구워져 있는 저 굴비도 한 때는 푸른 바다를 가르는 물고기였다는 것을.....

좀 더 오버를 해서 잊지 않기로 했다.
진짜 당장 한 입에 먹어치워도 아깝지 않을 듯 우습게만 보이는 그 어떤 존재라도 한 때는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고결한 그만의 카리스마를 품을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이렇듯 비루해 보이는 나, 인간 정신실도 내 딴에는 우주와 견줄 대단한 존재라 믿고 사는 것처럼 말이다.



* 제목에 관한 변 :

'주부, 굴비와 눈을 맞추다'로 가려고 했었다. '눈을 맞추다'보다는 '눈이 맞다'가 더 선정적이기 때문에 댓글이나 조회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해서 '눈이 맞다'라는 다소 내용과는 동떨어진 제목으로 낙찰을 봤다. 난 댓글과 조회수에 연연하는.... 굴비의 옆모습과 같은 비루한 블로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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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이 걱정어린 말투로
'얼굴에 그렇게 충만하던 기쁨이 사라졌어. 왜 그래?' 라고 말씀하셔서....
'에? 음냐...음냐..... 그니깐 모 기쁨이.....모..... 그게 왜 사라졌죠?'
라고 답하고 남편한테 그 얘길 했더니,
'그래, 맞어. 당신 좀 그래졌어'
'에? 내가? 기쁨이....모?'
라고 했다.

딱히 내가 기쁨이 있는지 없는 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하루 종일 '난 기쁨이 없다. 기쁨이 없다. 내겐 기쁨이 사라졌어...
기쁨이 없어....기쁨이...말이지...기쁨이...'
(아직 G 포스팅에서 필받은 반복 신드롬 사라지지 않고 있음)
라고 하다보니 하루 종일 책도 안 읽히고 등받이도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허리를 반으로 꺾고 앉아서 인터넷 돌아댕기기만 하고 있음.

이러느니 아무거나 포스팅이라도 하자.
하고는 좀전에 두 놈들 들이닥치자 나눈 착한 간식을 떠벌임으로 충실한 엄마놀이나 해보려는 중.






현충사에서 주워온 모과와 시장에서 몇 개를 더 사서는 모과차를 담궜는데 내 생애 최고의 모과차가 되었음.
전에도 몇 번 시도했었는데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쁜 색으로 맑게 우러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설탕은 아주 조금만 넣고 올리고당과 꿀을 넣어 건강까지 백배 챙겼다는 자부심 충천하다. 착한밥상 윤혜신 나와보라구해! ㅎㅎ






그 때 그 때 다 먹어치우기 전에 굳어버리는 인절미를 냉동고에 얼렸다가 기름에 구우면 찐득찐득하니 맛있는 찰떡이 지대로 된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많이 해주시던건데....
찐득찐득 기름에 구운 찰떡과 모과차 한 잔으로 오후 간식을 섭취하신 아이들은 싸우면서 수영장엘 가셨다.



기쁨이 사라졌다.
기쁨이 사라졌는지, 기쁘게 보이려고 애쓰던 기쁨의 거품이 사라졌는지는 모를 일이다.
약간 멍 때리면서 하루를 보냈으나 반으로 꺾였던 허리만 좀 아플 뿐.
이럴 때도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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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것 좋아하고, 밥 멕이는 것 좋아하는 아줌마가
공기 좋은 시골에서,
착한 재료를 벗삼아 살며, 그걸 가지고.
밥상을 차려'
식당을 하는 이야기다.

밥하는 것 좋아하고, 밥 멕이는 것 좋아하는 서울 아줌마로서 참으로 부럽군하. 야, 좋아하는 밥도 하고 그걸로 돈도 버네! 게다가 책도 썼네! 좋겠다.
라는 생각 잠깐했고.


저자나 나나 다를 바 없이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맡은 사람인데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것이 한 줄 소감이다. 말하자면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 필요한 때만 만나는 사람,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 문을 열고 다가가서 친해지고 싶은데 체면을 차리느라 그렇게 하지 못할 적이 많다. 그때마다 나는 외할머니가 전수해 준 마음을 여는 비법을 사용한다. 그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것이다. 그 음식은 어떤 사람에게는 조청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메밀묵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팥죽이다. 따스한 온기와 빛이 사람의 마음을 녹이듯이 정성이 들어간 음식도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요즘 나는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음식을 이것저것 만들어 본다.


맞다. 우리는 진정한 맛을 보기 이전에 별별 소스를 끼얹고 양념으로 범벅을 해버린다. 원래의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고 소스와 양념 맛으로 먹어 치운다. 나는 늘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토마토와 양파와 가지, 오이와 호박을 씻으며 행복하다가도 양념을 하며 조금 슬퍼지고, 지지고 볶으면서 혼란스러워진다.

.







다 읽고 났더니 딱히 의식하진 않았는데 식탁에 올리는 반찬들이 수더분해진 느낌이다.
호박을 그저 살짝 기름 두르고 구워서 양념장을 뿌려내는 이 반찬은 저자 윤혜신스러운 재료와 조리법이다. 호박은 도대체 먹지 못하는 식물인 것처럼 취급하더니 두 녀석 다 맛있게 먹고 '엄마, 내일 아침에 또 해줘'하니까 엄마노릇 제대로 한 것 같아 어깨가 으쓱.











봉하마을의 오리농법 유기농 쌀이 남아서 걱정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작년에 인기캡이었어서 판매량이 부족했했단다. 해서 생산량을 늘렸는데 작년 경험을 비추어 사람들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던 모양이다. 유기농 쌀 먹을 형편은 아니지만 작은 마음을 함께 하고파  5키로 짜리 주문을 해서 신속하게 받았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들어오시는 가장을 위해서 막 배달된 쌀로 막 지은 밥을 준비했다. 쌀이 왔다는 얘기도 안했는데.... 이걸 보시면 얼마나 흐뭇해 하실런지 설레이면서 하얀 밥을 펐다.






 







그리하야...
오늘 저녁은 완전 착한 밥상.
착한 쌀에 인스턴트 없는 순결한 밥상이라니...




그.러.나. 오늘의 대봑은 연일 블로그의 핫이슈를 생산해내고 있는 천재소녀 김채윤양의 식기도.
( 동영상은 본인의 허락을 끝내 받지 못하고 올리는 '봐도 못 본 척' 영상입니다.)



자막이 좀 필요할 듯.

"노무현 할아버지가 나라를 위해서...아니, 굶는 사람들인가? 잘 몰라도...#%&#$ 쌀을 만들었..."

"비록 노무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다시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캬! 우리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해주세요.
다시 우리 마음 속에..... 다시 우리 마음 속에...... 살아날 수 있게.....

착한 밥상 이야기는 채윤이의 기도로 화룡점정!



우리 동네 쥐에스 마트는 모든 게 참 비싸쥐.
야채와 과일은 정말 비싸서 사지를 못하쥐.
여기서 싼 거는 저녁에 나가면 한 팩에 3800 하는 초밥 밖에는 없쥐.


가끔은 회덮밥과 두 팩을 하나로 묶어서 7000원에 팔쥐.

비오고, 몸도 무거운 날에 저녁준비가 귀찮았는데 땡잡았쥐.
애들은 초밥, 아빠는 회덮밥...
난 미리 김치에 찬밥을 우적우적 먹었쥐.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 980원 짜리 두부와 청경채 1800원 어치를 사서
두부요리 하나를 했쥐.

이렇게 세 식구를 먹였쥐.

식구는 대단한 거 먹은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쥐.
그 중에 40이 가까운 아빠의 천진난만함이 젤 웃기쥐.
나는 완전 편하고 대단한 걸 해준 주부가 됐쥐.
룰루랄라.

쥐쥐쥐쥐... 베이베베이베베....



주일 저녁 목자모임인데 주일 오후가 되도록 메뉴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예전 같으면 뒤집어질 일이지만 이제는 예삿일.
아주 여유만만하게 3부 예배 전 목자들에게 '오늘 목장모임 하냐? 목장에서 뭘 먹냐? 저녁엔 뭘 먹고 싶냐? 라고 물어보는 배짱! ㅎㅎㅎ 이구동성 입을 모아 떡.볶.이.

내가 자존심은 있어서 한 번 했던 떡볶이는 안 한다. 잉~

주일 오후.
얼마나 널부러지고 싶은 시간이던고!
한 때는 남편과 드라이브도 하고 함께 집에 들어와 낮잠도 때리고 하던 시간이었지만 사역자가 된 이후로 남편과 함께 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이고...

남편과 함께 하지 않더라도, 내가 월요일이면 출근해야할 풀타이머가 아니더라도, 주일 오후는 참으로 널부러지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그러나 목자모임이다. 남편과 내가 제일 사랑하는 목자들, 그들이 온다. 온갖 잔머리를 굴려 메뉴를 정하고 가정 적절함을 위해 분투해 보지만 정작 나를 일으켜 우는 건 사실 그들에 대한 사랑이다.

긴급 설문조사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결정된 메뉴. 카레 떡볶이와 쟁반 막국수.
쟁반 막국수는 처음 해보는 거다. 막연히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해가지구 메밀국수를 삶아서 비벼면 될 것 같은.... 사랑한다면 난생 처음 해보는 요리도 식은죽 먹기다.

그. 러. 나.


널부러지고 싶은 욕망을 거슬러서 준비한 요리도, 내 온 정성과 사랑을 담은 요리도....
배는 부르게 할 수 있지만, 잠시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저들의 눈물을 씻을 수는 없다.

내 요리가 저들의 지치고 흔들리는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약이 될 수 있다면.....
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내가 몇 갑절의 내 욕망을 접고도 행복할 수 있을텐데....
아, 저 눈물을 무엇으로 닦을 수 있을까?
내 사랑이, 내 허접한 사랑이 저 눈물을 닦을 수 있다면....
저들의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안을 수 있다면....... ㅜㅜ

이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요리하던 내 손을 기도의 손으로 부여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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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아빠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네요.
세미나 가신 아빠의 일정이 5박6일이니....
쪼금 미안한 얘기지만 도사님 안 계시니 식사준비 너무 수월하네용.
인스턴트 짜장면 하나 끓여서 생두부 한 쪽, 오이지 조금 놓고 끝!이니...


우리 꼬마 손님께서 식탁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
'우와, 짜장면 오이지 쎄트메뉴다. 누나~아 빨리 와봐. 엄마가 또 디게 맛있는 거 해줬어' 합니다.

바로 달려오신 우리 꼬마 아가씨는
'아유, 하이튼 우리 엄마 쎈스는....' 이렇게 칭찬도 받았습니다.



정말 하루 죙~일 밖에서 자전거 타고, 킥보드 타고, 동네 유치원생들 몰고 다니면서 노느라고 배가 고플대로 고프실 놀이의 여왕님. 많이 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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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일 늦잠 한 판 주무시고
카페트 치워주시고, 청소기 돌려주시고,
주방의 전깃불을 고쳐준다더니 다 뜯어놓고 아직 방치상태시고...

그러나 금같은 시간 집안 일을 위해서 기꺼이 내주시느라 고생이 많았수.

얼크~은하고 시원한 국수 곱배기로!

워뗘?
맛있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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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은 내 본업이 뭘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한 개의 본업을 꺼내들기가 어려워서 본업이 여러 개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새로운 마음을 갖기 어려운 본업이 주부입니다. 그러나 손에 닿는 곳에 있을수록 나를 더 잘 한정짓는 옷임을 압니다.
유난히 힘들었던 어느 목요일 저녁, 대충 떼우고 싶었던 저녁식사에 모두들 밥을 원했습니다. 모두 밥을 원한다는 걸 확인한 순간 주부본능이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냉장고를 뒤지고, 손이 빨라지고 집니다. 쌀을 씻어서 백미 쾌속으로 밥을 앉히고 두 개의 후라이팬을 동시에 올려놓고 손이 가는대로 오징어 두 마리를 요리합니다. 사랑에 충실하여 요리하다보면 생전 처음 해보는 요리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중화식 오징어볶음 두 개가 탄생했습니다.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 나를 있게하고 백지와 펜에 나를 맡기며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 순간과 다른 마음의 지점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치유하는 글쓰기이고 하나님을 만나는 글쓰기 입니다. 몰입을 해보니 요리도 다르지 않군요.


전혀 의도된 바 없으나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한 개씩 젓가락으로 오징어를 께작거리시다가 '에잇!'하고 밥을 엎어버립니다. '이거 비벼먹어도 되는거지?' 하고 묻지만 그거야 먹는 사람 맘이지요.


아빠따라 아이들도 비벼먹기로 했습니다. 본업은 여러 가지이되 어떤 일이든 내가 하는 일로 인해서 나도 행복하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행복해야 합니다. 오늘 아침 주부라는 본업을 꺼내서 흐릿해진 부분들을 깨끗하게 닦아봅니다. 오랫만에 손에 닿는 차거운 물의 느낌, 뽀득뽀득해지는 그릇의 느낌을 느끼며 설겆이를 해볼랍니다.
본업은 여럿이되 오늘 아침은 주부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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