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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추~울 합니다.
영의 양식을 배불리 먹은 탓인지,
주일 오후는 유난히 육신의 허기가 제대로 느껴집니다.


모양은 김치전이지만 영양성분으로 치면 고단백에 고칼로리 김치전 부쳤습니다.
두부에 계란에 우유까지 들어간, 그리고 애들 좋아하는 오징어도 한 마리 통째로 잡아넣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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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얘들이 상팔자.(늘어진 개팔자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티브이 시청.
김치전 보면서 런닝맨 먹기!

부치자마자 접시에 담아 위에 뭘 덮을 필요도 없이 휘리릭 가져다주고 올 이웃이 있었음 좋겠..
오늘은 여기가 명일동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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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도사의 밤. 강도사 파티가 열렸습니다.
(뭔 말이다냐?)
그러니까, 두 분의 강도사 딱지 떼기 전 날 밤에 야채 쫌 김에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뭔 말이냐고?)
그러니까 목사안수 받기 전 날, 미국에서 날아온 일명 성호삼츈과 승주이모, 그리고 하린이와 한결이 가족이 벼르고 벼르다 방문하여 하룻밤 보내면서 놀다보니 강도사 파티가 되었다구요.




이 시대 가장 부끄러운 이름 중 하나인 '목사'가 되는 일.
참 중요한 일인데..... 정말 대단한 날인데......
월요일에 있는 목사안수보다 더 중요한 날이 수요일이라는 것에 사구동성의 마음을 모읍니다.
수요일이 중요합니다. 투표가 중요해요. 선거가 중요해요.
선거를 통해 목사로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되어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사는 것의 책임을 다하는 작은 행동이 중요합니다.


작은 일상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의 많은 목사님들이 손가락질과 질타 속에서도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 것처럼 살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의 일상이 중요합니다. 바로 지금, 매일 뼈아픈 자기성찰을 해야지요. 그럴 듯한 종교인으로 포장지를 한 겹 한 겹 덧씌워가고 있진 않은지. 눈에 보이는 성공이 목회의 성공이라고 착각하며 진정한 자기를 잃고 가지는 않는지.

 



둥실둥실 순둥이 한결이가 투표권을 가질 즈음에,
그 즈음에 우리 나라는 얼마나 살 만한 곳이 되어있을까요?
그 즈음에 아빠들은 어떤 목회자, 어떤 신학자가 되어 있을까요?


그 때가 염려된다면 지금을 잘 살면 되는 것입니다.
그 미래는 수많은 오늘과 오늘, 또 오늘과 오늘이 연결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오.늘.은.
닥치고!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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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생모짜렐라 치즈를 아낌없이 올려 구운 것도 모자라,
그 비싼 토마토 올려주고 빌사믹크림 뿌려주셨사오니,
부티가 좔좔 흐르나이다.


식사할 시간도 없이 심방하시며,
교회 소식지 원고 쓰시느라
피곤과 긴장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정줄 놓지 마소서.


채 한 입 씹기도 전에 "맛있지? 대박이지?"
촐랑거리는 장금이의 본심을 헤아리시사 몸과 마음과 영혼이 늘 튼튼하소서.


대개 생계와 삶의 기쁨과 영성이 남편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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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훈련에서 몸의 훈련이 중요하다고 한다.
감정과 생각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날뛸 때 지금&여기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 몸이다.
감정과 생각은 수없이 나를 속이지만 몸은 거짓말 하기가 어렵다.
몸을 알아차리는 것에 민감해질수록 내가 모르거나 모른 척 하고 싶은 마음 알기가 수월해진다.


설거지나 가사 일을 하면서 몸의 감각을 디테일하게 느끼는 건 그런 의미에서 유익이 있다.
난 요리 전 시간을 많이 들여 재료 다듬는 일이 별로다.
가령, 김치를 위해 배추나 무를 다듬거나 한 다발의 차를 까는 일 등...
단순작업을 길게 해야하는 일들 말이다.


멸치를 다듬었다. 꽤 많은 양의 멸치를 다듬어 똥을 뺐다.
똥만 딱 빼고 머리며 뼈까지(그 알량한 멸치의 뼈! ㅋㅋㅋ)통째로 갈아두고 멸치 다시를 만들 때 쓴다. 가사 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된장국을 끓이거나 오뎅국 같은 걸 끓일 때 한 수저 푹 떠서 넣으면
왠지 식구들의 뼈가 튼튼해질 것 같아 뿌듯이다.


멸치를 다듬으며 꼬리리하며 비릿하고 짭쪼롬한 냄새와
손끝에 느껴지는 깔끄럽고 눅눅한 촉감들을 느낀다.
이 일이 매우 매우 의미있게 느껴진다.
40분의 음악치료 세션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
여덟 시간의 에니어그램 강의를 하는 것에 결코 견주어 밀리지 않을 의미이다.


로렌스 수사께서 평생 부엌일을 하면서 훈련하고 느꼈던 하나님의 임재연습은 이런 것이었을까?
나이가 들수록 몸으로 하는 일들을 더 의미있게, 귀하게 여기며 살고 싶고 싶다.
몸으로 하는 일상의 단순한 일들에 더욱 영원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멸치 똥 빼면서 멀리까지 왔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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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엄마가 엄마라는 게 어때?
아니이~ 엄마가 엄마라는 게 좋아?
내가 엄마라면 일할 게 너무 많아서 싫을 것 같애.
아까 설겆이 하고 지금 또 설겆이 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밥도 주고...


라는 현승이 말에 잠시 생각해보니 엄마가 엄마라는 건 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다행이다.
"생각해보니까 힘들긴 힘든데 다행히 엄마는 엄마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거 같애. 재밌어'
하니까
"맞어. 엄마가 요리는 하이튼 좋아하는 거 같애"
라고 하였다.






오래 전 먹어 치운 알타리 김치의 무청만 남아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는 지가 몇 개월.
싱싱한 고등어 한 마리 사다가 무 깔고 함께 조려서 주일 저녁으로 준비했다.
(요즘 고등어 한 마리도 너무 비싸ㅠㅠ)
나는 내게서 요리에 관한 창의력이 꿈틀댈 때 아주 의미있는 생기 같은 걸 느낀다. 그리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냄새를 맡고 달려온 녀석들이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라고 기대에 차서 물을 때 의미있게 충족되는 사명감에 힘이 난다.
(채윤이는 꼭 이걸 이렇게 물음 "엄마, 오늘 저녁 메인 디쉬는 뭐야?"ㅋㅋㅋ 재수없어.ㅋㅋ)






주부의 일상이 요리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어떤 땐 안 좋아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기도 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건 운동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취향일진대 운동은 안하고 싶으면 안하면 되지만 우리 사회에서 주부가 된 이상 음식만들기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요리에 정말 취미가 없어서 살림이 싫은 친구들에게는 (재수없게도) 미안한 마음마져 든다.






그렇다고 해도 요리나 살림은 참 고된 일이다. 요리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솔까 한결같이 살림에 충실하지 못한다. 마음과 몸이 힘들 때는 치킨으로, 후루룩 국수로, 너구리로, 씨리얼로 끼니를 연명시킬 때도 많다. 그러고 보면 살림 밀착형인 나는 살림에 대한 태도로  마음의 날씨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픈 과거와 두려운 미래를 오락가락 하며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는!  여지없이 무화과 나무 잎이 마르고 포도열매가 없는 것처럼 냉장고에 먹을 것이 그친다. 아니면 먹을 것과 야채들이 썩어나간다. 그러다 그러다 마음이 지금 여기에 와 다시 성령의 손을 붙잡으면 냉장고에서 놀던 재료들이 음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시골에 계신 이모가 해마다 서천김을 보내주시는데 냉동실에서 오래 묵혔다. 며칠 전 꺼내서 난생 처음 김장아찌를 만들었는데 아으, 밥도둑!^^


일상의 예배 없이 드려지는 예배는 종교행위일 뿐이라 믿는다. 매일일 수도 없고 자주일수도 없지만 드물게라도 일상에서 영원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으면 진정으로 천국을 꿈꾸는 삶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한다. 오늘은 문득 내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요리, 청소, 설거지를 통해서 영원에 가 닿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정품 휘발유만 넣어주는 주유소 같은 교회에 가서 영혼의 휘발유 만땅 채우고 온  탓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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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자연산 굴이 두 근에 오처어넌~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차려보니 내가 이것! 그러니까 메생이 굴 떡국을 푸고 있더라(는 강풀식 요리 깔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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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과외를 하러 다닌 적이 있다.
저녁식사 시간 앞뒤로 과외시간이 잡힐 때가 대부분인데
음식냄새와 맞물린 집에 대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현관을 열고 딱 들어가면 집안을 가득채운 카레, 생선, 된장찌개...
등의 저녁 메뉴의 훈기다.
내게 감각과 더불어 가장 진한 정서적 자극을 주는 음식 냄새는
뭐든 간장에 졸이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것, 그리도 또 하나는 김치찌개다.
특히 김치찌개 냄새를 맡으면 난 빨리 마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엄마가 보고싶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난 아파트 복도나 골목을 지날 때 김치찌개 냄새가 나면 그런 생각을 자연스레 (거의 무의식적으로) 한다.
저 집에는 분명 요리가 일상이 된, 가사가 노동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된, 폭 안기면 파 마늘 냄새가 나는 '엄
...마' 가 있겠구나. 집에 가고 싶다....
내가 끓이는 김치찌개 냄새에도 나는 집을 그리워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그 집은 어딜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보고있나! 김종필!! 저녁메뉴다!
이래도 늦게 퇴근할건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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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아니 거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네 식구 오붓한 식사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립을 굽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죠. 지난 수년 간 목장모임으로, TNT 목자들 파티로 늘 많은 양을 구웠었는데 이렇게 찌질한 양은 이번이 처음.
조금 쓸쓸하고 나름 감사하고요. 함께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하며, 함께 할 내일의 사랑을 그려보며......
메리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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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든 오리 떡볶이는....

우..우와~
색깔이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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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얼마 간 거룩한 부담감인지 근심인지를 안고 근신의 나날을 보낸 당신,
오늘 드디어 수련회 갑니다.

진지하고 온유한 당신의 성품에 그 분의 말씀과 은혜가 내리는 비처럼 내리고 젖어들러 행복한 3박4일 보내고 오소서.
비록 샌드위치 한 조각이지만 내 가난한 사랑으로 담을 수 있는 모등 것을 담았습니다.
어머니의 기도와 정성이 녹아있을 홍삼 한 모금 또한 드소서.

그 어느 때보다 더 간절한 기도로 커피 한 잔 내려드리니....

모든 것 내어맡긴 후에 가장 귀중한 것을 얻고, 당신의 사랑 청년들에게 넉넉히 나누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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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단호박 취이즈 떡볶이 했다. 10년 만에 미국에서 온 이상진 목사님 아들 희성이가 집에 옴. 초딩 어린이 성가대 할 때 진짜 조용한 아이라 인사하는 목소리조차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그 때 그 정신실 선생님을 기억해주고 찾아주니 올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그래서 내가 한 짓이란! 오랜 미쿡생활에 매운 거 못 먹는 이 제자에게 매운 떡볶이 해서 먹으라고 저렇게 떡허니 내논 거. 나 이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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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치킨이 그 흰양복 입으신 할아버지의 우연한 작품이었다는데....
우연히 튀긴 치킨 한 마리로 대박 나시공.....

인생에서 결정적인 것들은 대체로 우연의 창작물이렷다.


비가 억수로 퍼부었고 이 빗속에 현승이 수영대회 나가느라 잠실역서 신천역까지 50분을 주행한 기록을 세우며 운전한 날,
그리고 또 덕소 찍고,
하남 찍고,
다시 덕소 찍고...
이렇게 운전한 날이었다.



원래 주문은 늦은 점심에 저녁 패스하고 출출했던 현승이가 넣었는데 주문 넣고 주무시고 아빠가 횡재.


오리고기 몇 조각 남은 거와 쫄면에 넣었던 콩나물 한 줌 남은 거와 떡볶이 떡이 만나서
우.연.히. 아주 우.연.히. 또 하나의 떡볶이 신화창조?



굴소스와 청양고추 두 개로 양념했을 뿐이었다. 레알, 진짜, 완전, 대박 맛있었다. 고 내일 신의 피리님이 댓글 달아 주실 것이다.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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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뭔가에 빠져들거나,
더 이상 정신력으로 버틸 수 없을 때 정신줄을 놓듯이,
여자는, 엄마는, 주부는 살림줄을 놓는다.


한동안 살림줄을 놓고는
겨우 청소하고,
겨우 밥하고(가 아니고 거의 아침을 씨리얼, 점심을 패스, 저녁은 차에서 김밥이나 떡볶이)로 버티며
밥은 안하고 살았다.
그랬더니 마치 이제 막 살림을 시작한 초보주부의 느낌으로 뭘 어찌해야 할 지....


간만에 세 아이들 모두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하면서,
주부 정신줄, 말하자면 살림줄 회복 기념으로 특별하게 시도해봤는데.
맘같지 않구나.


저 그물망 계란지단을 만드냐고 시간을 평소의 2배 이상 걸렸으며,
덥고,
무엇보다 요리를 해서 내놨는데 모두 반응이 '이게 뭐냐? 왜 이렇게 만들었냐? 무슨 의미냐?'
는 식이니 말이다.


그래도 아무튼 난 다시 주부생활 복귀했다는 거고. 
국도 끓이고 밥도 제 때 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는 걸 밝힌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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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전 내내 청소를 했다.
간간이 트위터 보고, 통화하느라 청소시간은 무려 2시간 30분.
전혀 대청소삘은 아니었지만 끝나고 나서 걸린 시간을 확인하고 그냥 '봄맞이 대청소'로 부르기고 했다.


봄맞이 대청소를 마치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고,
아침에 빵을 먹은터라 배는 고픈데 밥은 없었다.
늦은 점심으로 밥을 했는데...
냉장고 야채박스에는 이런 게 있었다.
주부로서는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선물인데 봄동을 다듬어서 깨끗이 씻은 채로 위생팩에 넣어주신 손길.
그건 말하자면 우리 시누이가 하는 어린이집이며 내가 음악수업을 나가고 있는 어린이집의 주방선생님 손길이었다. 
그러나, 식구들이 반기는 반찬이 아니라서 말이다.


봄맞이 대청소도 했고,
막 지은 밥을 혼자 먹는 호사스럽고도 쓸쓸한 늦은 점심을 먹는 김에,
까나리액젓에 양념을해서 봄동을 무쳤다.
며칠 전에 냉이를 듬뿍 넣어서 끓였던 된장찌개도 좀 남아 있었다.
혼자 앉아 봄으로 식탁을 차렸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밥을 두 공기 째 비우고 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현승이가 '엄마, 봄에 관련된 음악이 뭐가 있어?'하는 말에
비발디의 <사계> '봄'으로 하루를 열었다.
그리고 이제 맘 맞는 친구들이랑 봄나들이 가려고 나서는 길이다.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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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 전  미친 존재감으로 여러 사람 각각의 처소에서 침흘리게 만들었던 떡.볶.이.
홍합과 어우러져 완전 어이없이 존재감 상실하다.


'푸하하하..이거 홍합탕이예요? 떡볶이예요? 이거 뭐예요?'
이건 목자모임에 일등으로 도착한 미친 존재감의 '직딩'의 첫 마디.
'이거, 너 들어오기 직전까지는 해물떡찜이었는데 지금 막 이름 바꿨다. 홍합 떡볶이다. 왜!'


그렇다. 이건 사실 홍합탕도 아니다.

맨 처음 이것은 오랫만에 하는 목자모임을 위한 메인메뉴, 그 이름도 럭셔리한 '해물떡찜'이었다. 허나, 다소 길어진 조리시간으로 인해서 물의가 빚어지면서 기타 등등의 해물이 그 형체를 상실하며 쪼그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끝까지 껍데기의 가증스런 존재감으로 버티던 홍합에 의해서 육안으로 관찰되는 건 오로지 떡과 홍합만 남게 된 것이다.


결국, 미친 존재감의 홍합 껍데기로 인해서 이것은 해물떡찜의 정체성은 잊은 지 오래, 떡볶이로서의 존재감 조차 희미해진 것이었다.







그러나.


떡볶이면 어떠하리, 홍합탕인들 어떠하리.
그저 오랫만에 만나는 우리 목자들 잠시나마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가래떡의 탄수화물에 그들에게로 들어가 약간의 두뇌활동을 위한 에너지원이 되어준다면.
해물 나부랭이 안에 들어있는 키토산이 그들 몸에 항암효과를 조금 내고, 혈당상승과 콜레스테롤을 조금이라도 억제해준다면...
암튼, 다소라도 피가되고 살이 된다면 말이다.
그 이름이 뭐 대단한 것이겠느냐 말이지.


사모인들 어떠하리, 목녀인들 어떠하리, 음악치료사인들 어떠하리, 동네 아줌마인들 어떠하리.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눈꼽만큼이라도 '사는 맛'을 일깨울 수 있다면.


아니.
때로 영양가 없고 맛이 없는 떡볶이인들 어떠하리.

내가 사는 세상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뭐 어떤 기여를 하지 못하면 어떠하리.
어제 하늘은 저렇게 맑았고 구름은 저렇게 예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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