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꿈과 영성생활> 집단 여정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내게 교회란?" 질문을 가져온 분의 답은 "엄마 아빠를 대신한 곳, 엄마 아빠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준 곳"이라고 했다. 교회 아닌 어디에서도 주목받거나 칭찬받지 못했는데 칭찬받고 사랑받았던 곳이라고. 비슷한 답을 하는 분들이 있었고, 내게도 교회는 그런 곳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을 보낸 교회에 다녀왔다. JP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은 곳이다. 두루두루 큰 사랑을 받았고 열정을 다해 사랑했던, 그러다 깊이 절망하고 상처를 안고 떠나온 곳이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은 늘 예측불가, 설명불가라... 좀 놀라운데 그냥 "다녀왔다"라고 쓰겠다. 모님이 강의하러 오신다고 다른 교회 다니고 있는 부러 수련회에 참석해 준 친구들이 큰 격려가 되었다. 

 

그 시절, 사랑을 많이 주셨던 권사님들 뵈어서 울컥했다. 사랑받았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권사님 아이들을 주일학교에서 가르치는 내 나이 스물 여섯 청년 시절에 만났으니, 얼마나 긴 세월인가. 스물여섯 청년이었던 나를 예뻐하시더니 권사님들을 이제 곧 스물여섯이 될 채윤이도 알고 기억한다. 제 나름의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돌아보면 교회를 확신하는 시절이었다. 확신의 근거는 사랑받고 사랑했던 사랑의 유통이었고. 한때 받은 사랑이 몸에 축척되어 있어서 교회를 확신할 수 없던 메마른 날에도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확신'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어야 하는 건가. 확신 없는 날을 견디게 한 것이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라면, 확신도 사랑이고, 확신 없음도 사랑인가?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영상이 있다. 6월에 찍고 8월에 방송에 나왔는데, 어쩌다 "교회의 딸"이란 캐릭터를 잡았다. 태어나보니 교회의 딸. 교회에 대한 확신은(사랑은)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였나. 나는 교회의 딸의 운명을 안고 태어난 것인가? 오글거려서 제대로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영상을 뒤늦게 공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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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양념된 고기를 사다 먹일 때, 약간의 죄책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죄책감을 터는 방법은 마늘 같은 걸 듬뿍 넣어 다시 주물러 쟁이는 것이다. 그러고도 남은 MSG 죄책감은 다른 재료를 섞어 보는 것인데. 콩나물과 파채를 넣되, 파를 엄청나게 많이 넣었다.

 

그러면 먹을 사람이 먼저 이름을 짓는다. "오오오! 콩불이야?" 이름까지 새로 지어지면 게임 끝난 건데... 난 또 여기서 만족을 못하지. 한 글자 얹어서 "응, 파콩불이야!"

 

 

파 마늘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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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묵상과 기도를 마칠 즈음이면 벌컥, 벌컥, 벌컥 방문이 세 번 열리고 시간 차 공격으로 세 사람이 나온다. 오늘은 두 전사가 참전을 포기하고 현승이만 벌컥, 하고 등장했다. 채윤이는 연습 때문에 학교 앞에 고시텔을 잡아 나갔고 JP는 아직이다. 둘이 마주 앉아서 막 되는대로 아침을 먹었다.
 
아빠가 오늘 정말 아홉 시까지 자려나?
왜애?
어제 아빠가 그랬잖아. 오늘 월요일이니까 아홉 시까지 늦잠 잔다고.
그으으으....래? (얼음 박스 찾으며...  아드레날린 폭발!)
엄마, 제발... 그냥 조용히 자게 해 줘. (아, 우리 엄마 금쪽이지...)
(안 들림) 주님 말씀하시면 내가 나아가리다...♬ (엄청 큰 소리로 노래하기)
엄마, 하지마아... 아, 아... 말하지 말 걸... 금쪽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데...
 

아이스라떼와 함께 아침 빵을 다 먹고...
 
현승아, 엄마가 지금 쌈장에 고추를 찍어 먹으면 어때?
먹어! (금쪽이가 뭘 물어?) 
취향 이상하지?
먹어. 느끼하긴 하잖아. 그런데 나도 하나 먹고 싶다. 와아, 맛있네. 고추향이 살아 있네!
 

디저트는 비싸고 고급진 샤인머스캣. 

약간 나사 풀려 금쪽이도 되고, 두서없이 먹고, 아무 말이나 하고 그랬다. 아홉 시까지 자는 걸로 피로가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내게도 그런 게 필요한 월요일 아침이기도 하다. 토, 일 이틀 강의가 있었고 토요일 강의는 약간 역사적인 사건이어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많이 쏟아낸 것 같다. 나사 풀리고 삔또 나간 정신의 아침 식탁 수다로 주말 피로 풀고 새로운 한 주 시작한다.
 
정신 차렷, 열쭈웅~ 쉬엇! 차렷! 일상 안에 숨으신 하나님께 경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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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고추와 안 매운 고추 구별법.

고춧잎이 든 쪽이 매운 고추.

 

어느 집사님의 에니어그램 번호 구별을 위해 작두 좀 타 드리고 받은 복채다.

고추도 좋지만 집사님 어머님의 매운 고추 구별법이 사랑스러워서 값지다.

 

고추 정말 좋아해서...

잎이 없는 쪽의 안 매운 고추를 맨입에 여러 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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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교회 목사님께~~
저는 이 동네에 사는 기독교인입니다.

혹시 주일을 위해 준비하시는 것 같아
커피 2잔을 동반했습니다.
드시고, 하나님 축복받으세요.
감사드립니다...

 

토요일 오후에 교회 단톡방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교회 청소하러 가신 집사님께서 발견하고 찍어서 올리신 것이다. 동네 교회 알지 못하는 목사에게 전하는 커피 두 잔이라니. 커피를 사고, 캐리어에 메모를 남기는 정성, 엘리베이터 타고 4층까지 올라와 가만히 커피를 두고 가는 마음이라니. 집에서 설교 준비를 하던 남편이 '존중'에 대해 고민하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갑자기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이 시대 부끄러운 이름 목사. 수치당하기 딱 좋은, 수치를 당해도 싼 이름이 목사이다. 기꺼이 수치당하고자 하는, 그 부끄러운 이름을 사는 동네 목사에게도 가끔 '존중받는 느낌'이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어떤 정성이 그 느낌을 배달해 버렸네!

 

(이 동네 사시는 어느 기독교인 자매-또는 형제-님, 하나님 축복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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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전 세 시간 줌 강의, JP는 그 시간에 결혼식, 그리고 저녁에는 둘이 함께 장례예배. 이런 일정 사이에 끼인 토요일 오후였다. 빡빡한 일정 속에 오아시스 같은 짧은 만남이었는데... 두리와 영주를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얼마나 오랜만인가 하면, 전에 만났을 때는 없던 생명체들이 생겨 인격의 모양을 또렷하게 드러내게 된 세월이다. 두리와 영주는 학부모가 되었고. 현승이를 '내복 왕자'로 기억하는 누나들이 그때 현승이 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니 흘러버린 이 세월이란. 명일동 빠바 이층에 앉아 소개팅과 결혼을 논하며 막막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자니, 거대한 세월의 몸집과 존재감이다.

 

우리 교회에서 보기로 했는데. 강의 마치고 이동하는 짧은 순간, 머리에서 불이 날 정도의 회전이었다. 간식으로 뭘 준비하면 아이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진심 거의 기도하면서 움직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엇인가를 만나기를! 빵을 사러 갔는데 뽀로로 쿠기가 있는 것 아닌가. 진짜 쾌재를 불렀다. 됐어, 됐어! 뽀로로는 대통령이니까! 처음 보는 늙은 이모로서 인기는 이미 따놓은 거야. 뽀로로니까!.... ㅜㅜ 혼자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족한 걸로. 아이들에게는 심드렁~그.냥.쿠.키...였다. 유아실의 자동차와 장난감의 인기에 지고 말았다. 괜찮아. 상상 속에서 행복했잖아... 

 

그 짧은 시간 많은 주제를 건드려봤다. 학부모 고충, 아이들 성격 이야기, 일하며 육아하는 이야기, 신앙 생활화 공동체 이야기... 영주가 꼭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요즘 꾸는 꿈 얘기를 했고. 그 끝에 "모님, 제가 결혼하기 전에 모님과 꿈으로 얘기할 때요. 제가 정말 불안해했었잖아요. 그때 모님이 안심하라고, 안심하고 결혼하고 문제가 생기면 모님이 평생 AS 해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확신을 어떻게 가지셨어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랬던 것도 같다. 아무리 그래도 평생 AS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게... 그 확신이 어디서 왔을까?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고 내내 그 질문이 맴돈다. 아마도 그것은 영주에 대한 확신이었다. 영주 안에 있는 힘, 행복하고자 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힘에 대한 확신이었으며, 영주 안에서 영주를 돕고 계시는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었을 것이다. (물론 예비 신랑을 이미 보았기에 근거가 충분한 확신이기도 하고!) 그 확신 틀리지 않아서 모님의 AS 필요 없이 잘 살고 있으니 할렐루야 아멘이다.  가정을 일구어 잘 살아내는 것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두리도 영주도 잘하고 있었다. 잠시 만나봐도, 딱 봐도 알 수 있는 무엇이 있다. 
 
두리와 영주의 젊은 날에 함께 했던 시간이 영광이란 생각이 든다. 모님, 모님 하면서 나를 그냥 따르고 좋아해 줬던,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만나줬던 아이들(이 아니고 지금은 어른)이 참 고맙다. "평생 AS!"를 거침없이 남발할 만큼 내게 확신을 줬던 아이들(아니고 아이들의 엄마), 그만큼 나를 믿어 주었던 이들이 참 고맙다. 인생 그럭저럭 기쁘게 살아갈 원동력이 사랑과 신뢰라면, 그 원동력을 빼앗기고 소진되는 곳이 있다면, 빼앗긴 양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의 사랑과 신뢰 덕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월이 가고 늙어가는 내가 다시 이렇게 좋다. 내가 확신했던 '너'들이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을 확인하는 기쁨. 참 고마운 '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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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까치집 짓고 나와서 밤새 모기 한 마리와 사투를 벌인 이야기를 풀어놓다 갑자기... "엄마, 저기 십자가 위에 새가 앉아 있어. 까마귀... 아니 까치네!" 하고 보니 베란다 앞 커다란 십자가 위에 까치 한 마리 앉았다. "현승이 너 어렸을 적 했던 엉마... 까아치... 엉마 까아치... 그거 한 거지? 그거 어른 버전으로 말한 거지?" 하고 함께 웃었다. 블로그 뒤져보니 현승이 세 살 적부터, 아니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였다. 서울 하늘에 새가 그렇게 많이 날아다닌다는 것을 처음 현승이에게 배웠다. 요즘 날아드는 새는 내게 하나님의 현존인데. 하나님의 현존을 가르쳐주러 내 인생에 들어오신 영적 스승 두 분.

 

현승 님과 채윤 님!

두 스승님의 몸과 영혼이 오늘 하루도 주님 안에서 행복하길... 

 

 

 

서울 하늘에 까치

2005/06/14 새가 그렇게 많은줄 예전에 미쳐 몰랐습니다. 모든 새를 '까치'로 부르는 현승이, 이 아이의 눈은 얼마나 '까치'를 잘 찾아내는지... 차를 타고 가다가 '엄마~아! 까치, 까치' 해서 보면 아

larina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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