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마음의 환대411

즉석 떡볶이 늦잠 자고 부스스 일어난 아이들이 거실에서 노트북 뻗쳐 놓고 앉았는 엄마를 보고는, '원고 아직 못 썼어? 휴유...' 합니다. 티슈남 아들이야 원래 그렇고, 시크녀 딸이 저렇게 말을 해주니 위로가 되더랍니다. 원고는 그렇고, 일단 애들 아침을 먹여야겠습니다. '밥을 해야 하나? 반찬도 없는데...' 보니까 베이컨 몇 개가 유일한 먹을꺼리라 밥을 해서 '이걸 구워주나 마나?' 하다가 냉동실을 열어보니 애매하게 남은 떡볶이 떡도 있습니다. 옳다꾸나! 즉석으로 눈에 띄는 걸 넣어서 떡볶이를 만들어 놓으니 애들은 좋아하면서 엄마가 이걸 만들어주기 위해서미리 재료를 준비한 것으로 오해를 하더랍니다. '와, 이건 무슨 떡볶이야?' '즉석 떡볶이야' (아, 원고도 이렇게 쟁여 놓았던 재료가 툭툭 튀어나오면서 즉석으.. 2013. 6. 16.
용기를 주는 돼지고기 콩나물 볶음 아빠도 누나도 없는 저녁. 뭔가 맛있는 걸 먹고싶다며 요리책을 뒤적이다. "이거 하기 어려워? 맛있겠다. 진짜 맛있겠다" 마음 따뜻하고 배려심 많으나 자칭 '용기가 없는 아이'. 그래서 하나님이 가끔씩 미운 아이. '도대체 용기가 뭐라고 내가 그렇게 기도하는데도 안 주시는거야! 췟!' 하면서. 이 아이가 먹고싶다는데 일어나 장 보러 가지않을 수 없었고, 요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먹는 내내 여러 번 엄지 치켜세우며, "요리대회 나가면 1등 하겠어. 이거 이대 앞에서 먹어 본 콩불 맛인데, 조금 더 맛있어" 하는데 엄마도 한 마디 했습니다." "사실 이거 그냥 요리가 아니라 먹으면 용기가 생기는 돼지고기 볶음이야" 오글오글 모자의 대화. ㅎㅎㅎ 그랬거나 어쨌거나 모자는 햄볶아요. 2013. 6. 11.
얼큰 진심 굴 칼국수 이러~어케 추운 나알~에, 이이러~어케 추운 나알~에, 내 님이 오신다~아면, 얼마~아나............ 귀~이찮을까~ 아~ 아~ 아~ 방학 껌딱지 두 녀석 모두 1박2일 성경학교를 간 금요일.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불금입니다. 아침에 남편이 아주 아주 로맨틱한 목소리로..... '여보, 나 저녁 집에 와서 먹을까?' 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답했습니다. '아니!' 이렇게 좋은 불금 저녁 8시에 심방을 잡아놓으신 분이 (애통하며 회개해도 부족할 판에) 저녁을 집에 와서 먹겠다니요. 그러고 나가시겠다니요. '나아~는 삐졌다고. 꺼이 꺼이 꺼이 꺼~어이. ' 그....그런데..... 그런데....... 아침에 시금치국 끓이고 굴전 부치는 걸 보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고구마 몇 개 먹고 나가는 걸 보니까.. 2013. 1. 25.
주부는 살림으로 말한다 거실 창가에 즐비한 화분이 하나 둘 생기를 잃어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물 달라. 물을 달라. 침묵의 시위를 했습니다. 거실 바닥에 하루 종일 뒹구는 아이들을 식탁에 불러 모으니 '엄마, 요즘 왜 이리 맛있는 반찬을 안 해? 계란밥 이제 싫어' 합니다. 물을 주긴 줘야 할텐데... 반찬을 좀 해야 하는데... 마음 뿐이지 몸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주부가 오랜만에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밤을 지내니 축 늘어졌던 가녀린 잎들이 꼿꼿해져 있습니다. 아이들도 오늘 아침 김 나는 하얀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1년이 가고 5년이 가겠지요. 2013. 1. 13.
사람이 먼저다 결혼을 앞 둔 커플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사모님, 식사준비 하시느라 애쓰셨죠?' '애를 쓰긴 뭘 애를 써? 열 두 명의 목자도 아니고, 달랑 두 사람인데....' 했습니다. 그 땐 그랬죠. 일 주일에 한 번 열 두 명의 목자이거나, 더 오랜 된 그 때에는 기고, 막 아장아장 하는 아기를 동반한 부부들이거나. 매 주 그들과 함께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즈음 '사람은 요리할 수 없다' 라는 제목으로 포스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집에 손님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일은 주부로서 고단한 일입니다. 것도 매 주 반복되는 일이라면 메뉴를 정하는 일부터가 어려운 일이지요.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 때 배웠습니다. 매 주 열 명 이상의 식사를 다.. 2012. 12. 1.
불금 떡볶이 열한 시 삼십 분이 넘어 퇴근한 남편이라면, 여덟 시 아니고 아홉 시도 아니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퇴근한 남편이라면, (어디다 대고) "배고파. 뭐 먹고 싶어. 과일 말고.... 떡볶이 해줘" 이럴 자격 있습죠. 불금이니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2. 10. 13.
내 식탁의 음식, 담을 넘다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맡은 자로서의 남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꽤 진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하면서 그저 '먹고 살자'고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살자' 하는 의식은 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유기농이나 신선한 재료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유기농 이퀄 비싼 것' 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좋은 재료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전에 집에서 목장모임을 자주 할 때는 '조금 시들해도 싸고 많이 주는 것'을 찾아 매의 눈을 하고 장을 보던 기억이다. 여하튼, 좋은 상품 내지는 유기농 농산물에 눈길을 주는 적이 잘 없다. 착한 크리스천 콤플렉스일까? '너무 우리만 잘 먹는 건 아닐까?'하는 불편함은 늘 있다. 젊을 때 배운.. 2012. 6. 21.
또띠아 롤 요즘 아침으로 자주 먹는 또띠아롤 공개. 언제나 양으로 실망시키지 않는 코스트코의 또띠아를 사다 냉동실에 재워두어요. 한동안 로즈마리님표 퀘사디아를 배워서 해먹었어요. 얼마 전 천안의 김성수목사님 댁에 갔다가 장수연사모님표 또띠아롤을 신메뉴로 영접했습니다. 양상추,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 등 그 때 그 때 손쉬운 걸로다가 늘어놓고 활용해요. 풀떼기만 먹는 게 아쉽다~ 한다면 참치나 닭가슴살 캔? 이런 것도 넣어보구요. 아, 먼저 치즈 한 장 깔아줬고, 위에는 칠리소스 뿌립니다. 뿌리는 소스도 뭣도 그냥 있는대로, 지 맘대로. 그냥 그래 가지구 둘둘 말아서 반 자르니까 있어 보이죠? 각자 알아서 싸먹으라고 하면 무쉭하신 두 남자분들 이따시 만큼 두껍게 만들어서 야채 질질 새고 난리도 아니라는 거 살짝 알.. 2012. 6. 19.
사는 재미 계란말이 위에 새싹을 한 줌 얹었다. 여기 얹지 않았으면 며칠 냉장고에 계시다 여지없이 음식 쓰레기로 가실, 잊히기 딱 좋은 분량이었다. 늘 먹는 계란말이에 새싹 얹고 오리엔탈 드레싱 뿌리니 아침 식탁이 화려해졌다. 아으, 계란의 단백질에 야채까지 섭취시키는 이 뿌듯한 주부의 마음. 요런 잔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 진짜 신나고 재미가 있다. 어묵볶음을 했는데 짜고 매워서 100% 콤플레인 들어온 판이었다. 역시 먹다가 한 줌 남은 상추를 썰어서 밑에 깔고 같이 집어 먹는 거라고 했다. (누가 보면 돼지 불고긴줄 알겠네!) 다시 돌아가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팽팽팽팽 잔머리. 무슨 코딱지 만 한 여자가 에너지가 그리 많냐는 얘기를 듣는다. 이제와 얘긴데. 실은 다 재밌어서 하는 짓이다. 재밌자고 하는.. 2012. 6. 16.
김치노동, 김치사랑, 김치생색 아침부터 일어나서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 바칠 때는 뭐 그러려니, 당연히 그러려니.... 여기시더니. 며칠 (은 아니고 몇 주? 아니 한 몇 달?) 아침에 빵이며 씨리얼 요런 거 좀 드렸다고. "여보, 살림 좀 해. 김치찌개도 좀 끓이고, 된장찌개도...." 꽤 힘을 실어서 컴플레인으로 치고 들어오시네요. "엇쭈!" 하긴 했지만 속으론 좀 쫄아가지고 바로~ 미루고 미루던 김치 담그기에 착수했습니다. 늘 하던 일이라야 착착착착 되는데, 일이 손에 안붙어 가지고 주방을 온통 난리를 만들어놓고 파 좀 썰었다고 눈도 못 뜨고 정신이 없습니니다. 아, 진짜 김치는 주부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과 내공의 고갱이 그 자체입니다. 완성된 김치 한 통을 바라보노라니 귓가에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주부가 가족을 .. 2012.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