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예배 후 저녁 성경공부 전까지 황금 시간...
아내가 후배들 만나 저녁사주고 얘기한다고 하길래
첨엔 가지 마라 했다가 나중엔 같이 가기로 했고,
결국엔 아내만 가고 난 차 안에서 자는 두아이 두고 혼자 김밥 먹고,
나중엔 둘 다 깨서 롯데이아로 피신을 가게 되었다.

두 녀석 놀이시설에 풀어놓고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감자튀김과 음료수를 먹는 중...

채윤이 쉬 마렵다고 화장실 데려다 달란다.
배가 뚱뚱해 바지 단추를 못풀고 못잠그기 때문이다..
그 새 현승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의자를 붙들고 서있다.
끙~ 중이다.

얼른 채윤이 화장실에 데려자두고,
현승 안고 밖으로 가 차에서 기저귀를 갈았다.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뒤에서 재잘거린다.

볼풀, 미끄럼틀, 에서 노는 아이들이 '아빠'하고 손을 흔들어대고
2~3분에 한번씩 와서 안기고 간다.
나는 감자튀김 2개 집어먹고 소화 안돼 꺽꺽 거리고 앉아있다.

주일 저녁,
아내는 후배 만난다고 SKY LARK 에서 썰고 있고,
난 아이들이랑 차 안에서 김밥 먹고,
롯데리아에서 애들 보고 있다
  2005/01/17
        
김복자 오홍~~ 그랬군요!!! 저도 바빠서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모르겠더군요... (05.01.17 17:36) 댓글삭제
김복자 진짜 힘드셨겠네요... 두 애가 다 ㅋㅋㅋ (05.01.17 17:37) 댓글삭제
김이수 어제 운동장에서 채윤이 파이팅소리듣고 난후에 이런일이 있었군요..ㅋㅋ (05.01.17 19:56) 댓글삭제
정신실 이왕 쓸려면 끝까지 써야지 여보~ 애들하고 차는 인수인계 하면서 차키는 안 주고 성경공부 하러 간 거 말야 (05.01.17 23:29)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커다란 기저귀 가방에 두 녀석 데리고 택시 타고 교육관 까지 가는 길...첫 지휘한다고 정장으로 빼입어서 불편은 하지. 길은 (05.01.17 23:35)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미끄럽지. 파카 입은 현승이 안고 그 길을 걸어서 갔수다~ 그것까지 써야 끝이지 말이야.. (05.01.17 23:36) 댓글수정삭제
김인아 대단하다! 둘다! ss와 jp말이예요 (05.01.17 23:39) 댓글삭제
박정원 감사합니다..그런 섬김이 있으셨기에 제가 정선생님과 좋은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거군요! (05.01.19 10:18) 댓글삭제
김종필 박정원 샘~ 멀리서 오신다는데 그 정도야 남편이 배려해야줘..뭐 조만간 정신실 씨가 저도 스카이락에 데려가겠죠. ㅎㅎ (05.01.19 16:49) 댓글삭제
정신실 멀리서 오신 분은 박선영선생님이구요....어찌됐든 당신의 배려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아! 스카이락 가서 당신 카드로 긁은 거 (05.01.19 20:15)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몰랐수?ㅋㅋ (05.01.19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JP중독증  (0) 2007.07.04
눈을 마주친다는 것  (0) 2007.07.04
팔불출의 아내사랑(남편글)  (0) 2007.07.04
잔소리시리즈3탄-1년 안에 결판난다  (0) 2007.07.04
아내를 돕는 방법  (0) 2007.07.03
  200501/17
        
김종필 당신 눈썹 안그려도 이뻐, 사람들은 모를껄? (05.01.17 11:45) 댓글삭제
김복자 표 하나도 안나던데요??? 축복합니다.. 채윤이 송.. 정말 좋던데요!!! (05.01.17 17:32) 댓글삭제
김이수 ^^ 몽녀님 지휘하시는데 정말 긴장하신것 같았습니다. (05.01.17 19:48) 댓글삭제
김이수 세분이 솔로로 부르실때도 그렇고 참 은혜로왔어요 (05.01.17 19:49) 댓글삭제
정신실 눈치 채셨어요?^^;;; 안 떨리는 척 할려고 노력 많이 했는데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샬롬을 앓다  (0) 2007.07.04
지 멋대로 핏자타임  (0) 2007.07.04
싸이 걸고 넘어지기  (0) 2007.07.04
진짜 유아교육 전문가  (0) 2007.07.04
몰입  (0) 2007.07.04
싸이에 대해 말하면서 '관음증, 노출증' 이라는 표현을 나만 쓰는 줄 알았더니만....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생각했었나봐요.


저 같은 사람들이 싸이가 만들어 놓은 올무에 딱 걸려서 나오기 힘든 것이 '파도타기'라는 것입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제가 통탄하는 바는 그 사람들을 엿보는 것이 항상 선한 의도가 아니라는 것. 아니, 그럴수야 있겠죠.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별 의도 없이 단지 궁금해서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가끔 선하지 않은 의도록 남의 홈피에 가서 들여다보고 있는 때가 있더라구요. 이런 짓은 정말 안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클릭해 버리는 파도 타기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하구요. 오프라인에서의 관계에 자신 있는 만큼만 싸이에서(또는 온라인에서)도 드러내고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관계에 대한 공허감을 자꾸만 싸이의 파도타기로 찾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구요.


어디 가서 누구랑 뭘 먹었는지, 오늘의 스케쥴이 어떻게 되는지 마냥 보여주고 싶은 노출증. 문제는 정작 노출해서 건강해지는 것들이 아니라 노출하기 위해 조장된 것들만 노출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구요. 저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요. 노출하는 내 마음의 바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올 한 해를 마감하면서 싸이를 안 하기로 새롭게 마음을 먹습니다. 싸이를 안 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아무 생각 없는, 때로는 선하지 않은 의도로 투명인간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파도타기를 안 한다는 것이고 여기 클럽에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릴 때도 혹 내게 '노출증'이나 '자기 포장병'의 감염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많이 하려구요.


저같은 EF의 사람들에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약이 될 때가 많거든요. 최소한 그것을 염두에 두고 묵상을 정리하거나 삶을 나누는 것은 좋은 에너지의 원천이 되지요. 이 때문에 싸이에서 시작한 홈피를 통해서 제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수단이 목적이 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제 마음과 생각과 습관들을 잘 정비하려는 것입니다.

2004/12/29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 멋대로 핏자타임  (0) 2007.07.04
어찌나 긴장하고 흥분했는지...  (0) 2007.07.04
진짜 유아교육 전문가  (0) 2007.07.04
몰입  (0) 2007.07.04
운형&선영에게 2 - 목사의 딸  (0) 2007.07.04
(늘 팔불출 이미지였는데, 에잉~ 오늘은 기냥 망가지자.)

결혼 전 아내를 만나기 전, 그러니까 연애란 걸 모르던 시절에,
나는 연애가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두려웠었다.
처음엔 사랑한다고 해놓고서 그 사랑이 변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연애감정은 순간이야. 그 다음은 의지지."

누군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감정이 지나고 나면 의지도 잠깐이지, 어떻게 평생을 그렇게...

그러다가 사랑의 마법에 걸리고 나서 결혼까지 하고,
이제 5년하고 7개월째다.

그런데, 이 감정은 (조금 들쭉날쭉 하지만) 좀처럼 식질 않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내가 내 옆에 있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진로때문에 힘들 때, 아파서 시름시름 앓을 때, 괜시리 우울 할 때,
언제나 아내는 내 옆에서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주었다.

요즘 소화불량 때문에 좀 속된 말로 일할 맛도 안나고 내내
몸 유지하는 게 힘겹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죽 쒀주고, 일일히 식사 간섭하는 아내가 고맙다.

어제 오늘 이상하게시리 아내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
지난주 부활에 관한 설교를 듣고 난 후 갑자기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돌아가신 고모님, 작은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 하던 차에,
일상의 소소한 일들로 아내를 타박하고 비난하고 무심하고 하던게 다 부질없게 여겨진 듯 하다.

사람이 살 날이 많지 않고 아내를 즐겁게 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이왕 사랑하는 거 더 애틋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부모님 모시며 집안 일하랴, 남편의 경제적 부족분을 채우느라 바깥 일하랴,
아내의 힘들어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힘내시오! 정신실 씨, 부족하지만 내가 늘 옆에 있잖소!
힘내시오!
 
 
2004/12/21
        
정신실 철자법 정정: 일일히 -> 일일이 (04.12.21 20:04)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경제적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일하지 않음. 양육을 위해 어느 정도는 포기할 수 있으나 전적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일 (04.12.21 20:06)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이기 때문에 지금 아주 적절하게, 행복하게 일하고 있음. 그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경제적인 유익임. (04.12.21 20:06)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이런 식으로 짚고 넘어 가니까 나 꼭 당신(김종필 )같지 않우?ㅎㅎ (04.12.21 20:09)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팔불출의 아내됨이 행복하옵니다....서방님~ (04.12.21 20:09) 댓글수정삭제
김복자 뭡니까!!! 두분은 평소에 대화를 글로 하시나보군요... 아름답군요 두분의 모습^^ (04.12.22 15:08) 댓글삭제
정운형 다 사람 다 닭살이오. 헌데 부럽소 ^^ (04.12.28 13:35) 댓글삭제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교수님.

오랫만에 이 분의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이상하죠? 웬만하면 전공이라고 하면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데....유아교육은 뽀루꾸가 많아서 그런가? 전공했어도 어디서 말 한 마디 하기가 쉽지 않아요. 분명히 유아교육에서 말하는 정답이 있는데 하~도 자칭 유아교육 전문가가 많으니 말예요.
초등학교 선생님 하다가 유치원 원장님이 되신 분, 해외 어학 연주쫌 하고 와서 영어 유치원 차리신 분, 심리학 전공하고 정서장애 아동 상담을 하시는 분, 아니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애 한 둘 키우면서 양육서적 한 두 권 읽은 엄마도 다 나름대로 전문가죠.

진정한 유아교육 전문가는 이런 분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아교육가 이기도 하구요.
너무 뻔한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토양은 좋은 부부관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육자 자신의 인격성숙이다. 때문에 아이를 잘 키우는 것에 대해서 딱히 말할 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또 자신의 세 아이와 손자 손녀들을 키웠던 산 경험을 예로 들어 '아동중심의 교육'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얘기하십니다.

제가 120% 동의하는 '진정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의 의미와 방법'들 입니다.
2004/12/05
목요일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날.
오전부터 나가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풀타임 그만 둔 이후로 일을 하도 널널하게 해서 치료를 연거푸 몇 개 하는 것이 영 벅차다.
그래서인지 목요일은 부담이 많이 되는데....

천상 나는 음악치료사.
몸이 그렇게 힘들어도 치료만 시작하면 에너지가 펄펄 나온다.

45분 치료하고 한 15분 텀을 두고 다른 아이가 오는데 치료하는 45분 보다 쉬는 15분이 더 힘들게 느껴지니.....
열심히 치료하면서 '몰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맞아!
몰입을 하는 것 같다. 몰입해서 노래하고 몰입해서 치료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미.친.듯.이!


2004/11/19
많은 부부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결혼5년이든 10년이든 하물며 결혼 30년에 육박하는 부부든 참으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싸운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면, 첫 번째 글에 썼던 전화문제 같은 것들 말이야.
한 쪽에서 그렇게도 전화하는 거 좋아하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받아주든가, 또 그렇게 낮에 전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한 쪽에서 포기하든가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말이다.

뭐든지 시작이 참 중요한 것 같아. 사람관계도 그런 것 같아. 결혼이란 것이 어차피 일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뭐 내 약점을 숨긴다로 드러나지 않을 것도 아니지만서도....두 사람이 같은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더라.
일단, '우리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보내는 1년은 부부관계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하고 1년 동안은 마음껏 서로에게 헌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상대방이 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특별히 싫어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그것을 들어주고 그것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남들한테는 '으이그~ 못 봐주겄네. 깨가 쏟아지는구먼' 하는 질투도 받고 말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동안 특혜 속에 살았던 것 같아. 일단 내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시간이 그리 빡빡하지 않았고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건강한 가정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기관이라서 배려를 많이 받았지. 주5일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때인데 남편 직장에서는 토요일 특별휴가를 주면서 신혼을 즐기라는 숙제를 내줬거든. 애초부터 둘이 새로 시작하는 삶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TV도 사지 않았고. 또 남편 직장에서 어디 행사가 있어서 박을 할 일이 있으면 나를 함께 데려가도록 배려해주고 두 사람만을 위해서 숙소를 따로 마련해 주기도 했어.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자신을 적절한 방식으로 노출시켰던 것 같애. 그렇게 보낸 1년 덕분에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요즘에 와서도 별다른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부부관계가 기본을 유지하거든...^^

나는 좀 오버해서 이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아.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지도 모른다고. 1년 안에 해결했으면 쉬웠을 일을 시간이 지난 다음 하려면 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1년 동안 두 사람이 합의하는 많은 원칙들을 세우길 바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에 대해서 정해 보고, 그 원칙을 가지고 싸우며 더 좋은 원칙들을 세워보기.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뜻에서 어떤 시간을 따로 떼어 혼자 있게 해 주기.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둘 만의 데이트나 여행 가기.( 내 비록 시누이지만 엄마 몰래 어디서 맛있는 거 먹고, 놀러 가고 이러는 거 다 눈 감아 줄께.^^). 두 사람 성격의 가장 약한 부분을 놓고 서로 기도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 등등...

이렇게 쓰다보니 이미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참 기가 막힌 명령을 이미 주셨더군!

아내를 맞은 새신랑을 군대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무도 그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집에 있으면서, 결혼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신명기24:5)

2004/10/27
1.
어렸을 적 부터 나는 노래를 잘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늘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 나가서 교육장 상도 받곤 했었다.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하면 마지막 날에는 늘 찬송가 부르기 대회가 있었다. 성경학교 때 배운 새찬송을 가지고 대회를 하는 것인데..... 이 때 쯤 교회 선생님이 날 조용히 부르시는 일이 있었다. 조용히 불러서 말씀 하신다. '신실아! 니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지만 너는 목사님 딸이니까 1등은 안 준다. 교회 새로 나온 아이들한테 1등을 주는 것이다'

늘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 해, 학교에서 독창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이 우리 교횔 나오시게 되었고 성경학교 찬송 대회 심사를 맡으셨다. 심사평과 순위 발표를 하시며 말씀 하셨다. '정신실이는 우리 학교에서 대표로 나가서 교육장 상을 받아 인정 받은 실력이다. 그러니 아무리 목사님 딸이라도 1등을 안 줄 수가 없다'
매 년 내가 상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어린 마음에 목사의 딸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 아니라 특혜라고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때의 분위기며 선생님의 말씀에 대한 기억은 하면 할수록 통쾌하고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것은 뭐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2.
우리 아버지는 나를 너무 이뻐하셨는데 표현이 없으신 분이셨다. 특히 교회에서는 나나 동생을 아는 척도 안 하셨던 것 같다. 교회와 사택이 붙어 있으니 집이 교회고 교회가 집인데 뭐 집에서도 그리 살갑지 않으셨다.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느 해 여름, 교역자 가정 수련회가 있었다. (내 동생은 교회에 부흥회나 행사가 있으면 영락없이 외갓집으로 쫓겨 갔다. 이유는 뻔 하다. 걸어다니는 사고 제조기였으니까! 역시 그 수련회에도 안 데리고 갔었다 ㅎㅎㅎ) 그 수련회에서 우리 아버지가 유달리 내게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 생전 나를 칭찬하는 소리를 못들어 봤는데 친구 목사님들에게 '저 놈이 공부를 잘 해. 또 노래도 잘해서.......'하시기도 하셨고.
'혹시 우리 아버지가 수련회에서 은혜 받고 변화 받았나?' 했었는데 집에 오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3.
여전히 많은 목사님들이 교회에서 사모님들과 자신의 아이들 챙기는 것을 '목사로서의 사명에 대한 직무유기'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해서, 사모나 목회자의 자녀들은 소리가 안 나야하고 있어도 있는 표가 나지 않아야 하고....게다가 목사님은 교회에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애정표현을 해서는 안 되고.
내 동생은 목사가 되었고 목사와 결혼하는 선영이는 사모가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은 목사의 딸 내지는 목사의 아들이 될 것이다.

4.
솔직하게 동생이 가정을 세우는 일에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할 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자신의 사역과 가정의 돌보는 일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는 늘 부족할텐데 말이다. 평신도로서 나는 어떤 목사님을 기대하나?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은 장점이 많지만 탁월한 리더는 아닌것 같다. 많은 부분의 약점이 눈에 보이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목사님을 존경하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목사님의 두 아들을 내가 초등부 때부터 가르치고 이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대학생이 된 두 아이가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두 아이 다 아빠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많은 교인들로부터 공적으로 존경 받기는 오히려 쉬운 일 아닐까? 가족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때문에 목사님이 가정에서 존경 받을 만큼 아내와 자녀들을 잘 섬긴다면 그것만으로도 몇 십 편의 설교보다 좋은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동생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기대하고 기도한다. 동생이 교인들을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들어주고 영혼을 구원하는 목사가 되기를.....그러나 선영이나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이 동생의 사역으로 인해 너무 많은 희생을 하지 않도록. 오히려 그 사역의 동역자가 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 되기를.

2004/10/24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 유아교육 전문가  (0) 2007.07.04
몰입  (0) 2007.07.04
운형&선영에게-할 수 있는 걸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0) 2007.07.03
완전 코믹영화 내 동생  (0) 2007.07.03
아버님 의식화 시키기  (0) 2007.07.03
1.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극진하게 남편의 아침 저녁상을 준비했었다. 뿐만 아니라 밤에도 '좀 출출하다' 하는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에 있는 재료를 긁어모아 뭔가를 만들어 바쳤다. 그러면서 내심 '아무나 이렇게 해 주는 것 아니야~결혼 잘 한 줄 알어'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다. 남편이 아내의 사랑으로 인해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기를..... 그렇게해서 지극한 칭찬이 돌아오기를.... 그런 내 마음을 어뜻 비쳤던 어느 날 남편이 한 마디 했다. 그 한 마디에 뒤통수 맞고 쓰러지느 줄 알았다.
'자기가 좋아서 요리하는 거잖아!'

2.
결혼하고 한 동안 '전화' 문제는 우리 부부의 끊이지 않는 갈등의 원인이었다. 나는 틈만 나면 전화해서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오늘 늦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묻고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차겁고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했어?'
'그냥'
'그냥?'(한심하다는 듯한 침묵)
그러면 나는 분위기 파악하고 '알었어. 끊어' 하고는 삐져 버리고.....
왜 전화를 그렇게 친절하게 못 받느냐고? 어차피 온 전화 친절하게 받으면 전화세 더 나오냐고?
원망을 많이 하다가 남편의 정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일 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맥이 끊기면 다시 맥을 이어 일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남편의 무뚝뚝한 전화태도는 내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부담들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이후로 나는 치료실에서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자연스럽게 손이 갈 때 마다 이렇게 다짐했었다. '내가 지금 남편을 사랑한다면 전화를 한 번 참을 수 있어야 해'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동안 남편 역시 '친절하게 전화 받자. 친절하게 전화 받자'를 외치고 있었고....이런 노력으로 급기야 나는 남편에게 이런 문자를 받기에 이르렀다.
'여보! 요즘 왜 이리 전화를 안 해? 전화가 없으니 허전하잖아~'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요새도 쓸데없이 전화하는 사람들 있나?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 돼' ㅋㅋㅋ

3.
부모님이 대판 싸우셨다. 1년 만의 부부싸움인데 작년보다 싸움의 강도가 엄청 세졌다.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한 번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두 분 다 서로에 대한 상처가 많으시다. 싸움 이후에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나는 정말 이만하면 좋은 아내다. 니 아버지 저 성격을 내가 이렇게 이렇게 맞추고 다루면서 살아왔다' 라고 하신다. 그 부분은 정말 잘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아버님이 어머니께 원하시는 건 너무 단순한 것이고 그 단순한 것을 어머니는 외면하신다. 외면하시다 보니 이제 그걸 맞춰 드리기에는 안 맞춰드린 습관이 너무 오래 되었다.

4.
상대방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노력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사랑하는지.....내가 좋아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습관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작은 습관이라도 바꾸려 하는 노력. 이것이 사랑인 것 같다.
 
2004/10/24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입  (0) 2007.07.04
운형&선영에게 2 - 목사의 딸  (0) 2007.07.04
완전 코믹영화 내 동생  (0) 2007.07.03
아버님 의식화 시키기  (0) 2007.07.03
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아  (0) 2007.07.03
내 동생 차려 입고 나서면 지~인짜 한 인물한다.
허우대가 진짜 멀쩡한 놈이다.
놈이라고 하기에는 쫌 그러네...올 가을에 목사님 되는데.

암튼, 설교하고 사역하는 모습을 보면 잘 생긴 외모에 청중을 휘어잡는 유모어와 카르스마까지....
진짜 멋있다.

그러나! 집에서는?
이번 추석에 가서 동생의 행태를 보면서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나오는 최민식을 보는듯 했다.
자세는 언제나 그 자세. 벽에 등을 비스듬히 기대고 비디오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만한 사람에게 심부름 시키는 게 일.

그러나! 너무도 슬픈 것은 나름대로 권위있는 목소리로 심부름 시켜보지만 말이 먹히는 아랫 것이 없다는 것. 한 동안은 '지희! 지희! 저거 좀 가져와' '지희! 지희! 가서 콜라좀 사 와' 했지만 지희도 옛날 지희가 아니다. 그 다음이 채윤. 한 동안은 '채윤! 채윤! 가서 리모콘 가져와' 이러면서 권위적인 명령을 내려보지만 '싫어 삼촌이 해' 이러는데 뭐.

그런데 드디어 말 쫌 듣는 따까리 하나 생겼다. 17개월 짜리 현뜽. 한참 심부름에 재미 붙인 현뜽 심부름에 복종하고 싶은 의지는 충천이다. 다만.......한 번 시킬려면 목과 함께 속이 터진다는 것!
'현뜽! 거기 휴지 한 장 뽑아와' 그러면 근처에 있는 액자, 신문, 서랍, 사탕...다 만져본다. '아니~ 그거 말고 휴지!'이걸 여러 번 해야 제대로 휴지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시키고 기다리는 정성으로 지가 하겠구만.....
그런데 우짠다냐? 현뜽도 철 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은디.

지희!
채윤!
현뜽!

씨도 안 먹히는 명령을 혼자, 지치지도 않고 외쳐대는 삼촌.
가엾어라...ㅎㅎㅎ
   
        
김종필 처남이 집에 있는 날, 집안을 걸어다니자면 발에 걸리는 게 참 많다. ^^ (04.10.01 15:15) 댓글삭제
정운형 매형이 집에 오는 날, 집안을 평소와는달리 최대한 깨끗이 정리한다. ^^ (04.10.22 23:56) 댓글삭제
정신실 처남과 매형이 부부가 아니길 다행이다. 나름대로 최대한 깨끗이 정리한 방에 발어 걸리는 게 많으면 둘이 어떻게 살겠어^^ (
2004/09/29

예로부터 우리 엄마는 걸어다니는 시트콤 제조기.
우리 엄마 얘기로 게시판 하나 만들어도 엄청난 스토리가 나올텐데....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믿음 조~코, 순진무궁에 천진난폭.
그 연세가 되도록 어쩌면 그렇게도 세속(?)에 물들지 않았을까 불가사의할 정도.

동생 결혼 준비하면서 예단 문제로 우리 사나운 작은 고모 한 말씀 하셨단다.
어젯밤 인사 다녀온 동생한테 그 얘기 듣고 마음이 불편하신 것이 역력하였다.
아마도 이런 맘이 왔다 갔다 하실거였다.
'내가 잘못했나 부다. 어쩐댜~' 이거와 '에이씨~ 우리 애들이 이렇게 크고 나두 이제 시누이라고 꿀릴
것 없는디 확 받어버려?' 이런 마음들이 표정에서 여과 없이 읽혔다.

아침 식사 하는 중 전화벨이 울렸다. 동생이 받았다. 모두 작은 고모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네? 어머니요? 계세요' 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우리 엄마 밥을 공기째 들고 국그릇에 팍 말아버린다. 

마치 고모가 자신을 보고 있기라고 한 것처럼, 고모 보란듯이....

그 다음의 준비된 대사 '엄마~ 전화 받으세요' 하자마자...

어디 끌려가는 사람 표정으로 한 마디 하셨다.

'나 국 말었는디.......'


2004/09/24

'꽃보다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같은 엄마 되기  (12) 2007.10.27
홍옥과 엄마 생각  (15) 2007.10.19
아버지, 남편, 또는 아내, 엄마의 죽음  (0) 2007.07.08
울 엄마  (0) 2007.07.07
대하찜  (0) 2007.06.30


우리 아버님 좃선일보 매니아.
수십 년 간 좃선일보만 구독하셨고 심지어 월간 조선을 정기구독 하신 적도 있으시다(이걸 선물이라고 해드린 사람이 있는데 기냥 콱!).
그러다보니 당연히 좃선일보가 가르쳐주는 대로 김대중은 빨갱이 노무현은 김대중 아들이다. 이라크 놈들 다 죽일 놈들이고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 적화통일 된다. 출신지로 사람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

그런 아버님께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을 권해드렸다. '아버님 심심하실 때 읽어 보세요' 하고.
재밌어 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정인숙사건' 같은 일들은 아버님으로서는 신문에서나 알쏭달쏭하게 보셨을텐데 그 알쏭달쏭한 얘기의 내막을 아시게 되니 재미가 없으실꼬?

역시~ 성공!
어제 하루 집에 있어보니 아버님 이 책 읽으시는 재미에 푹 빠지신 듯. 현승이 보시는 것도 손을 놓으시고 보신다. 나중에는 애들이 떠들어대니까 베란다로 나가셔서 문 꼬옥 닫고 채윤이 책상에 앉아서 보신다. ㅎㅎㅎ

물론 이 책 한 권 읽으신다고 아버님의 사고가 어디 변하실 것인가? 그러나 이런 책을 읽으시는 것이 어딘가?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이런 시각을 접해보시는 것이 어딘가? 책 곳곳에 아버님이 그리도 휼륭하다 생각하시는 박정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인권을 파리 목숨처럼 짓밟았는 지를 보시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차제에 <아미죽> <난쏘공> 이런 것부터 진짜 의식화 커리큘럼 한 번 제대로 꿰볼까나?ㅎㅎㅎ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형&선영에게-할 수 있는 걸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0) 2007.07.03
완전 코믹영화 내 동생  (0) 2007.07.03
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아  (0) 2007.07.03
밑천  (0) 2007.07.03
ㅋㄷㅋㄷ  (0) 2007.07.03

남편이 목장 홈피에 올린 글 퍼왔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글을 주의 깊에 읽어보세요.
성인(聖人)들 중에 결혼한 여자가 그렇게 드문 이유!

--------------------------------------------------------------------

오늘 아침에 책을 읽다가 어제 저희가 나눴던 얘기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여성들을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켄 가이어는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에서 다음의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성인(聖人)들 중에 결혼한 여자가 그렇게 드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여태 생각해 온 것처럼 순결이나 자녀 문제와는 본래 아무 상관도 없음을 이제 확실히 알았다.
그것은 주로 '마음이 나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먹이고 가르치는 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사,
무수한 연줄에 얽힌 인간 관계
보통 여자의 정상 직무는 창조적인 삶, 묵상하는 삶, 성스러운 삶에 역행하는 것이다.
단순히 '여자와 직업', '여자와 가정', '여자와 독립' 등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마음을 나뉘게 하는 삶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온전함을 지키느냐 하는 것이다...
  켄 가이어, [묵상하는 삶], 윤종석 역, 두란노

동의하시나요?
저자는 이 문제의 답으로 누가복음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 중
마리아처럼 주님 무릎 앞에 꿇어 앉는 일을 말하고 있네요.

가사와 육아에 지친 아내들에게
주님 앞으로 나가 그분 말씀만 청종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사명이
우리 남편들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남자들도 그런 시간이 절대 필요하지만요... ^^
2004/09/20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불출의 아내사랑(남편글)  (0) 2007.07.04
잔소리시리즈3탄-1년 안에 결판난다  (0) 2007.07.04
그와의 드라이브  (0) 2007.07.03
사랑하는 정신실에게(남편이)  (1) 2007.07.03
퇴근길 교대역  (0) 2007.07.03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맞나?ㅎㅎㅎ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이대 낡아 빠진 음대 건물에 갇혀 있었다.
5시 되면 다들 총총이 집에들 가기 바쁜데 괜히 재즈피아노 수강해 놓고 혼자 남아 있노라면
'내가 미쳤지' 하면서 고픈 배를 움켜쥔다.

아~ 그런데 수업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움의 즐거움 만끽.
피아노과 나온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서 배우는데 그럭저럭 뒤쳐지지 않고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다는 즐거움. 새로운 걸 알아 간다는 즐거움. 음악의 지평이 넓어져 간다는 즐거움에 두 시간이 휘리릭이다.

오늘은 스윙 리듬이 제법 나오고 거기에 맞춰서 교수님 솔로 연주하시는데 환상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밖은 깜깜해지고 비는 억수 같이 내린다.
그 순간에 떠오른 한 문장이 바로 예전에 한문 시간에 외웠던

'학이시습지면 불역낙호아!'


2004/09/11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전 코믹영화 내 동생  (0) 2007.07.03
아버님 의식화 시키기  (0) 2007.07.03
밑천  (0) 2007.07.03
ㅋㄷㅋㄷ  (0) 2007.07.03
소원풀이  (0) 2007.07.03


나의 악기가 생겼다.
음악치료사의 무기, 나만의 무기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는 돈 생기면 악기 사는 재미로 살아갈 지도 모를 일.

런닝에 팬티만 입은 김채윤이 입이 찢어져라 모델로 뽑힌 걸 만끽한다.
평소에는 맘 대로 악기에 손대면 거의 사망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제 채윤이 입에 붙은 말.
'엄마! 악기는 장난감이 아니죠~오? 이건 다 엄마꺼죠? 나는 달크로즈 할 때만 가지고 놀 수 있는거죠?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면서) 엄마! 근데 나 달크로즈 도대체 언제 해줄껀데?'
2004/09/09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님 의식화 시키기  (0) 2007.07.03
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아  (0) 2007.07.03
ㅋㄷㅋㄷ  (0) 2007.07.03
소원풀이  (0) 2007.07.03
정규직을 포기하며 얻은 것들  (0) 2007.07.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