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영원에 잇대기3283 아버지와 죽음 내게 죽음은 아직 철없는 아이들을 두고 예고없이 훌쩍 아버지가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가난과, 외로움과, 서러움 같은 것을 쓰나미처럼 몰고왔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내가 '와, 새로 지은 좋은 집에서 이렇게 행복하게 살다니....'라고 일기를 쓴 지 딱 보름만에 찾아온 일이었다. '이번에 서울가면 신실이 피아노를 알아보고 오겠다'며 또 예쁜 보조가방을 사다준다고 약속한 아버지가 새벽밥을 드시고 멋진 털모자를 쓰고 나간 그 길이 마지막이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 날 이후로 커다란 고통 하나가 가슴에 자리를 잡고, 그 고통은 청소년기 내내 부끄러움이 되고, 콤플렉스가 되고, 서러움이 되었다. 그 고통을 넘어서 나는 자랐다. 그 고통 때문에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좀더 빨리 배우고 (적어도 외.. 2011. 6. 3. Moazrt, <세월이 가면> 88년 작 최호섭의 88년이라면 엄마가 대학생활 2년 차에 접어 들어 한참 방황하시던 그 때. 학교가 일주일에 한 두 번 들러주는 친구 집인 양, 캠퍼스의 잔디밭은 침대인 양 지내던 시절. 88년이라면 아빠는 표정 액면가로는 대딩4학년. 사실을 말하자면 갓 고등학교 입학. 고딩 1학년으로 수학정석을 붙들고 씨름하던 시절. 그 시절에 나온 을 어디서 줏어듣고... 2000년 생 딸이 저렇게 노래를 불러댑니다. Mozrt 악보 떡 하니 놓으니 누가 보면 이 Mozart 작품인 줄 알라. 실은 저 아가씨 악보같은 건 필요없다구요. 악보 싫어해요. 그냥 음악을 들려달라는 거지요. 어느 시절 인데 연습하다 말고 저러고 있는 걸 보고 87학번 엄마, **학번 아빠 깜놀. 잠시 딴 짓 해보다 Mozart님 품으로 다.. 2011. 5. 27. 에니어그램은 왜 죄를 말하나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 - 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 6 ☆ 모님, 너무 힘들어요 모님, 안녕하셨어요. 뵌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문자도 아니고 카톡도 아니고 뜬금없이 메일을 드려요. 주일에 뵈었을 때 힘든 일 있냐고 물으셨죠? 괜찮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제가 괜찮지가 않나봐요.ㅠㅠ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즘 매사에 의욕도 없고 힘이 들어요. 딱히 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생각해보니, 지난번 모님을 뵙고 난 이후 서서히 마음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맞아요. 늘 근심 걱정에 휘둘리며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면서 마음에 바람 잘 날 없이 살고 있는 게 저예요. 그리고 그걸 명확하게 짚어주시니까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나를 어쩌란 말인가 하는 .. 2011. 5. 24. 당신 때문에 햄볶아요 제가 생각해 봤어요. 지도자를 자처하고, 먼저 된 자를 자처하는 분들에게 저처럼 힘이 없는 아랫 것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저항은 '난 당신을 존경하지 않습니다'예요. 어떻게 알았냐면요, 제가 나이 들면서 가장 두려운 게 그거더라구요. 게다가 '난 당신을 존경하지 않습니다'가 말이 아닌 마음의 소리라면 더더욱이요. 저의 후배나 저보다 젊거나 약한 누군가가 저의완고함이 두려워 차마 입으로 내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 깊이 '당신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당신을 존경하지 않아'라며 새긴다면요. 2년이 지났다지만 그 슬픔과 황망한 느낌들은 생생해요. 제게 5월은 어쩌면 이렇게 슬픔이고 또 슬픔인지 모르겠어요. 올해 5월은 당신이 떠나시던 그 5월 처럼 뼈아픈 이별이 저를 흔들고 또 흔들어요. 조금 전 아.. 2011. 5. 22. 좋은 날 한 달여 전 진단을 받으신 이후 병원과 집안에만 계시던 아버님이 드디어 바람을 쐬겠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전부터 약속은 돼있었지만 주일날 교회 가시려 나서셨다가 기운이 없으셔서 다시 들어가셨다는 말씀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요. 기운을 내서 나가시겠다고 하시고, 양평 쪽으로 가자고 하시고, 처음으로 고기를 드시겠다고 하셔서 반갑고도 기뻤습니다. 집에서 나설 때만 해도 아버님의 힘겨운 발걸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하늘이 저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 아버님과 함께 있음을 즐기라'고요. 분위기 띄우시려고 '평생 니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게 있어야지' 하시다가, '어머니, 아까 가스검침기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시던데 평생 그런 일 아버님이 다 해주시고... 어머니 공주로 사신 거예요' 하면서 며느리 아버.. 2011. 5. 16. 할아버지 힘 내세요! 작은 음악회 어버이 날을 맞이해서 우리집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채윤이 고모가 제안을 했고, 만장일치로 손주들로 구성된 공연단이 나름대로 각자 연습, 당일 만나서 대충 맞췄지만 구색이 잘 맞은 공연입니다. 공연에 앞서 우리를 찡하게 만든 자막입니다. 어머님 표현에 의하면 몸이 힘들셔서 '진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달력을 붙여 만드신 우리 아버님표 자막. 당일 결혼식이 있어서 늦게 도착해보니 손주녀석들이 순서지도 만들어 놓고 연주회 분위기 굿입니다. 이 날의 코드는 '부끄러움'이었는데 식구들이 죄다 부끄러운 분들이라..... 어찌어찌 막내 아들인 채윤이 아빠가 사회를 보게 되어 어색한 오프닝을 합니다. 아버님 암진단에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고, 여러 모로 누구보다 마음이 무너지는 막내 아들이지만,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2011. 5. 13. 하늘 소망 나 지금은 비록 땅을 벗하며 살찌라도 내 영혼 저 하늘을 디디며 사네 내 주님 계신 눈물 없는 곳 저 하늘에 숨겨둔 내 소망 있네 보고픈 얼굴들 그리운 이름들 많이 생각나 때론 가슴 터지도록 기다려지는 곳 내 아버지 너른 품 날 맞으시는 저 하늘에 쌓아둔 내 소망 있네 주님 그 나라에 이를 때 까지 순례의 걸음 멈추지 않으며 어떤 시련이 와도 나 두렵지 않네 주와 함께 걷는 이 길에 ======== 한솔아, 약해지고 낡아진 육신의 옷을 벗고 아버지의 너른 품에 안겨 있는 너를 그린다. 고통 속에서 그리도 느끼고 싶었던 그 사랑의 숨결을 이제 그 품에서 가까이 느끼고 있을 것을 알기에 그간 너를 위해 올려 드렸던 그 기도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생각한다. 땅을 벗하며 사는 삶일지라도 저 하늘을 디디며 사는.. 2011. 5. 10. 커피, 모른다는 것을 배우다 한 달 빡쎄게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다녔지요. 거금을 투자하고 한 달 일상이 마구 흔들릴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벼르고 벼르던 한 과정을 끝냈습니다. 중간에 아버님 일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처음에 충천했던 에너지가 사그러들기도 했지만. 암튼, 마치고 뽀대나는 수료장 받아 들었습니다. 올 1월부터 우연히 커피와 에니어그램을 함께 엮어서 기고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커피를 배우다 보니 에니어그램과 커피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었더랬습니다. 알면 알수록 그 세계가 무궁무진 하다는 거요. 커피, 나름대로 책을 통해서 원산지, 역사, 성분.... 기타 등등 이론적인 것도 많이 안다고 자부했으며, 핸드드립도 좀 한다고 교만, 자만, 자뻑 드립이었지요. 이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카페의 꿈에 한 걸음 가까이 다.. 2011. 5. 8. 둘이 하나 된 지 12년 기념일이 좋은 이유는 잊을만 하면 기념하게 만든다는데 있는 것 같다. 결혼과 사랑, 둘이 하나되는 것의 의미를 한 번 되새길 즈음이 되면 5월1일이 슬며시 다가온다. 신혼 초에는 이벤트와 선물과 어디 가서 식사를 하느냐에 많은 시간을 들여 고심하곤 했었는데, 어느 새 우리가(아니 내가) 많이 자라서 이젠 정말 되새기고 감사해야 할 것들에 마음을 쓸 줄 알게 된 것 같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버님 일도 있고, 주일과 겹쳐서 남편은 10시나 돼야 집에 들어올 터여서 별 기대없는,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은 결혼에 대한 감사로 충만한 날을 보냈다. 경건의 삶 인도를 마치고 늦게 들어온 남편이 꽃다발과 한스 쵸코무스 케잌을 들고 들어왔다. 빨간 장미가 예쁘기도 하다. 지치고 피곤한 시간에 이런 것도.. 2011. 5. 7. 책 출간 합니다. '유브♥갓♥ 메일_목적이 이끄는 연애' 책으로 출간 됩니다. 드디어. ^----^V 지난 주 월요일 죠이 출판사와 계약을 했답니다. 많이 고대하던 일이라 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는 것도 있었고, 진즉에 결정되긴 했지만 계약하러 가던 날이 아버님 입원하시던 날이라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2년 여에 걸쳐서 원고를 쓰면서 초반에는 주로 메일로 상담해 오는 독자들로부터, 그 사이에 남편이 청년부 사역을 하게 되면서 TNTer들과의 나눔으로부터 얻은 생생한 고민들이 한 달 한 달 원고가 되었습니다. 가장 적절한 때 일이 되어졌다고 믿습니다. 블로그 식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열렬히 축하해 주는 사람, 서문에 이름 넣어줄 수도....ㅎㅎㅎㅎ 책 제목은 새롭게 정해서 가야하는데 정식으로 공모하진 .. 2011. 5. 1. 이전 1 ··· 194 195 196 197 198 199 200 ··· 3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