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만 붙들고 사는 요즘인데. 지난 얼마간, 사이사이 쉬고 숨을 쉰 것은 나물 만들기였다. 드룹나물이다. 드룹은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는 줄만 알았는데 된장에 심심하게 무쳤더니 진한 드룹 향은 살아 있고, 오리엔탈 드레싱의 샐러드 느낌이다.

   

 

이 모든 봄나물이 채윤이가 들고 온 것인데, 봉지를 풀면서 달래을 보더니 "오, 엄마 달래 된장찌개 해 줘!" 주문을 했다. 찌개라는 게 식구들 모두 모여 앉아서 한 그릇에 숟가락을 섞어가며 비위생적으로 막막 먹어야 맛이 나는 것인데. 세 식구 앉아서 제대로 밥 먹는 끼니가 있어야 말이지. 시들기 전에 무쳐버렸다. 오, 달래 너도 나물이구나!!!

 

 

왜 우리 엄마는 나물을 좋아하지? 저렇게 맛없는 걸 왜 좋아하지? 노인네라서 그런가? 어렸을 적에 그랬다. 나물 좋아하는 엄마 식성이 도통 이 세상 사람이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나물을 좋아하고 무치고 하는 엄마가 취나물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도통 알 길이 없네. 그래서 나도 취나물하고는 안 친한데. 해 봤다. 아, 취나물 향이 이렇구나! 나물은 '향'이구나. 드룹, 달래, 취. 제각각 향이 살아 있다. 우리 엄마는 이 향을 느끼고 좋아했던 것일까? 

 

야채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건네 주시는 손길이 참 고마운데.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메시지 하나에 다 담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맛있게 감사히 잘 먹는 것이 보답이라 여겨 정성스레 무쳐서 맛있게 먹는다. 힐링, 힐링 하는데.... 이런 게 힐링인가? 초록 야채를 데치고 무치는 게, 찰진 밥에 먹는 게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원고 감옥에서 잠시 풀려 나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나는 어렸을 적에 나물 좋아하는 엄마를 사람 아닌 토끼... 이런 동물 보듯 했는데. 채윤이는 저 씁쓰름한 드룹과 취나물을 '하아... 맛있다. 남은 거 내가 다 먹어도 돼?" 하면서 촵촵촵촵 먹는다. 

 

나물 무치기! 이보다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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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 스크램블드 에그 주문이 들어와서 계란 두 개를 탁탁 깼는데... 노른자가 네 개다! 와, 신난다!!!! 김채윤은 노른자 싫어하는데! 스크램블 하지 말고 삶은 계란으로 줄 걸! 삶을 계란 깼는데 싫어하는 노른자가 두 개나 들어 있으면 진짜 약 오르겠다. 흰자 노른자 섞는데 정말 아까웠다. 삶은 계란의 흰자만 벗겨 먹고 노른자 남기는 아이. 약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못내 안타까워 죽는 엄마... 나란 엄마,
나란 자는... 도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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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절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시간이다. 무조건 나가서 걸어야 한다. 곧 장마가 오고, 날이 더워질 것이다. 걷기 어려운 시간이 온다. 오늘은 놓치지 않았다. 탈고와 송고는 구원이다. 탈고 후 송고의 엔터를 치고 나면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진다. 누구라도 만나면 얼싸안고 사랑을 고백할 마음이 된다. 아침에 원고를 보내고 셋이서 연휴의 끝을 잡았다. 슬슬 눈치 보며 둘이서 영화를 보고, 장을 보고, 숨소리를 낮추던 부녀와 함께 해방을 선포하고 놀았다! 걸었다!
 

 
집에서 가까운 숲길을 찾았더니 "태교의 숲"이다. 엄마 왜 이리 작아? 쪼꼬미, 쪼꼬미! 이렇게 불러도 너는 나한테서 나왔는 걸! 키도 마음도 존재의 크기도 엄마보다 한참 크지만... 그래도 너 이 작은 몸에서 나왔는 걸! 
 

 
우리 채윤이 태명이 '푸름이'였다. 왜 이렇게 지었더라? 생각은 안 나지만, 무슨 뜻이 있었을 게다.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숲을 걷자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릴 적에 하도 많이 불러준 노래라 채윤이도 절로 따라 부른다. 
 

숲 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쪼로로롱 산새가 노래하는 숲 속에 예쁜 아기 다람쥐가 살고 있었어요...
푸른푸른 푸른 산은 아름답구나...
아침 햇살 곱게 내리면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 산새들도 노래하며 하늘 높이 날아요...

 
어릴 적 채윤이 포함 아이들 모아서 '동요교실' 한 적이 있었는데. 참 아름다운 노래들을 가르쳤었지. 동요, 어린이 찬송가, 아이들을 위한 예쁜 노래가 내 안에 무궁무진한데 이제 쓸데가 없다.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너네 아이들에게 끝도 없이 아이들의 노래를 불러 줄 거야. 이런 숲에 데리고 와서 노래를 불러 줄 거야." "그래... 엄마가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아빠는 아이들을 안고, 업고... 그렇게 다닐게. 엄마는 노래만 할 거야...."
 

 
25년 된 생명, 푸름이를 데리고 푸른 숲을 걷자니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영혼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 점심으로 간장게장을 먹고, 경치가 좋은 카페에 가서 소금빵 앙버터도 먹었지만... 마무리는 떡볶이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푸르른 오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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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간신히 탈고를 이룬 어린이날 밤. 산책에 나섰다. 놀이터를 빙빙 돌며 걷는 밤 산책이 참 좋은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낮에 놀다 두고 간 부서진 장난감이 놀이터 벤치에 헬렐레 누워 있는 것!  하이고... 터덜터덜 재미없이 걷던 발걸음에 폴짝폴짝 생기가 피어났다. 누가 봤으면 조금 부끄러웠을 것! 노래도 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살살 떠다니겠지
  

 

끝이 아니었음! 어린이날이라 엄마가 딸기우유를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어떡해... 아오, 귀여워! 그리고 또 노래가 나왔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노래에 다섯 살 김채윤이 가사를 붙였던.

 

우성상가 이층에는 채윤이 가는 병원 있어요
맞아 맞아요 채윤이는 코 빼도 울지 않아요
채윤이가 코 뺄 때 안 울면
엄마가 딸기우유 사줘요.

 

 

아직도 끝이 아님. 인공 우물인데, 여기서도 맹꽁인지 개구리가 운다. 시골 외갓집인 줄... 정겹다 정겨워. 어린이날 밤 산책! 집에 돌아와 채윤이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제 하다 하다 얼굴도 모르는 애들이 귀여워?"라고 했다. 그렇다! 얼굴을 몰라도 귀엽다! 그냥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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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이라니. 강풀의 만화도 아니고... 결혼 26년...이 되었다. 결혼 1주년 때 갔던 카페는 없어졌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1주년엔 드라마 같았다.
 
"어, 여기 무슨 창문 같은 게 있지? 한 번 열어 봐"
"이걸 왜 열어?"(짜증)
"그래도 한 번 열어 봐."
"으이, 진짜! 이걸 뭐 하러 열... 옹? 이게 모야?... (목걸이 툭!) 아잉, 몰라 몰라..."
 
이 정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비슷했다. (JP는 안 하면 안 했지 서프라이즈를 하려면 감쪽 같이 하는 편이지. 서프라이즈는 나처럼 인내심 없는 사람은 못한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어떻게든 미리 들켜버리고야 말지!) 이랬던 1주년이었는데. 26주년엔 비싼 스테이크 먹으면서 '티격태격'까지는 아니지만 '디걱대걱'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참 한결같다. 어떻게 26 년 동안 같은 문제로 이러지? 우리 참 한결같애, 그치?  
 

 

집에 오니 스물 다섯 우리 채윤이가 꽃을 사다 꽂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좋아하는 소국이라며. (솔직히 채윤아, 계절도 중요하거든. 엄마 있잖아... 소국 좋아하는데... 소국은 가을에 땡겨...) 화병에 예쁘게 꽂아 놓은 마음이 더 예쁘고. 디걱대걱 하며 늙어가는 엄마 아빠를 오냐오냐 하지 않고, 각각 따끔하게 야단치며 잘 키우고 있는 딸이다. 26년 한결같은 부모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침없이 지적해 준다. 엄마 아빠가 좋은 노인 되었으면 좋겠다고, 둘이 사이좋게 잘 늙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면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은 아라리가 낳았지만,
이렇게 괜찮은 채윤은 JP&SS가 낳았으니...
 
26년 동안 같은 문제로 싸우면 좀 어때?!
 

 
아빠는 설교 준비, 엄마는 강의 준비와 원고로 각각 머리를 싸매고 앉았는 토요일. 채윤이는 집안 분위기 왜 이러냐며 덩달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오후에 엄빠, 채윤 각각 산책 나갔다가, 아파트 정원에서 만났다. 각각 장을 봐 온 엄빠 손에 똑같이 들려 있는 것은 블랙사파이어. 이즈음에 채윤이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결혼 26년 된 부부, 이심전심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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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선교 여행 때, 강의 마친 후 틈새 시간에 아보카도 커피를 대접받았다. 와, 환상의 맛이었다! 떡볶이 400인 분 만든 순간만큼이나 인상적으로 기억될 캄보디아 장면이다. 맛있으면 만들어 봐야지! 집 앞 마트로 누리던 트레이더스를 놓고 이사 왔더니 이런 게 아쉽네. 아보카도는 자루 째 싸게 파는 트레이더슨데. 여하튼 준비하여 내 감을 믿고... 토요일 아침 음료로 만들어 보았다. 성공! 환상의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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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다녀왔다. 4월 16일에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아이들이 무탈하게 닿았다면 재잘재잘 즐기고 놀았을 기간이다. 여러 일정 중, 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오설록에 수학여행 아이들 무리와 만났다. 4월의 제주는 슬프다.  꽃이 피면 시들고 난 후 떨어지기 마련인데, 활짝 핀 채로 댕강 떨어져 누운 동백이 늘 슬프다. 모든 아까운 생명을 떠올리게 한다.
 
격주로 연재하는 '신앙 사춘기 너머' 탈고하고 가벼운 제주행을 누리고 싶었는데. 그럴 리가... 정신실이. 원고 싸들고 가서 새벽 시간 밤 시간 짬짬이 붙들고 있었다. 겨우 탈고하고 '됐다, 편히 자자!' 하고 폰을 들고 누웠는데 뉴스 메인이 프란치스코 교황님 선종이었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폐렴으로 위중하다 고비를 넘기셨고, 퇴원했고, 부활절에 베드로 광장에서 사람들을 만나셨는데... 선종이라니! 
 

 
왜냐하면, 막 탈고한 원고의 주제가 이런 것이었다.  '존경할만한 영적 지도자, 그대는 가졌는가' 글을 쓰는 내내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가졌나? 가졌다. 교황 프란치스코. 진보니 보수니, 모든 수식어를 떼고 그분은 현존하는 사람 중, 내가 아는 예수님과 가장 닮은 분이었다. 개신교인이, 개신교 목사의 아내가 가톨릭의 교황님을 존경한다는 말을 어디다 대고 할 수가 없어서, 혼자 사랑하는 분이었다. 선종 소식에 왜 이리 슬픈가 싶어 이런저런 장면을 떠올려 보니, 이분에 관한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하신 말씀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이 말로 내 마음속 책 한 권을 이 한 마디로 정리하겠다.

 
4월의 제주엔 유채꽃을 필두로 노란색 꽃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 크기나 모양이 제비꽃 닮은 '양지꽃', 해를 향해 정면으로 얼굴을 들고 있는, 해가 지면 꽃잎을 오므려 얼굴을 가리고 마는  '하늘바라기꽃', 어쩐지 나 같았다. 작고 바닥에 붙어 있어서 '앉은뱅이꽃'이라고도 불리는 제비꽃인데. 키 작다고 붙여진 내 별명이기도 하다. '고무신 신고 아장아장 느린 걸음 걸을지라도 해바라기 해 따라가는 나도 예수님 따라갈 테야' 내 인생 첫 노래가 생각나는 '하늘바라기꽃'도 말이다. 괜스레 동일시된다. 노란 리본 때문일까? 

 
엄마 돌아가시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황망한 몇 개월을 보내며 가톨릭의 '연도'라는 기도가 참 부러웠다. 우리는 죽은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면 이단이나 되는 듯 화들짝 하면서, 고인을 위한 기도는 입에 담지도 못하는데. 가톨릭에선 돌아가신 분의 영혼을 위한 기도가 일상이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립고, 그분들의 영혼이 궁금할 때면 언제든 '연미사'라는 이름으로 봉헌하고 기도하는 것이 부러웠다. 교황님 선종 뉴스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으로 뜨는 것이 죄다 추모 미사이다. 바티칸에서는 연일 추모 기도가 이어지고. 우리나라 성당에서도 추모 미사가 이어진다. 혼자 사랑이니, 조용히 명동성당의 분향소라도 찾을까 싶었다.
 
오늘 영성지도가 있는 날이라 부천의 가톨릭대학에 갔다. 마치고 나왔는데 캠퍼스의 바람이 좋길래 무작정 잠시 걸었는데. 성당 앞이었다. 문 열고 들어갔더니... 분향소가 준비되어 있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성당에서 작별 인사를 드리고, 고통 앞에서 중립을 모르는 사랑을 생각하며 기도했다. 많이 외로우셨을 것 같다. 영성지도 신부님께서 교황님의 유서에 담긴 '내 생애 마지막 시간의 고통을 봉헌한다'는 말씀이 단지 육신의 고통이었겠는가, 보수적인 추기경들과 신자들의 끝없는 비난과 위협 가운데 느끼셨을 심적 고통이 아니었겠는가, 말씀하셨다. 하나님의 사랑이 해처럼 빛나는 곳, 그곳에서 지금은 평화로우시겠지. 어쩌면 부활주일 지내고 돌아가셨을까, 어쩌면 세월호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즐길 그 타이밍에 돌아가셨을까. 부활을 살고 계실 것이다. 그분 자서전 제목이 '희망'인데. 일상에서 누리는 부활의 희망으로의 초대라 여길 테다.  

 

 

 

 

봄에게 참 미안하게 됐다. 매일 마주 보면서 이렇듯 가까이 다가온 줄 몰랐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비가 오는 주일, 이 날이 지나면 벚꽃은 끝이라는 얘기라 자꾸 들렸다. 잠깐 벚꽃 아래를 걸어보기도 했으나 존재를 알아보지는 못했었다. 눈을 맞추지 못했었다. 거실 책상 앞에서 매일 보는 산이 어느새 연둣빛을 띠고 흰색과 분홍 토핑이 얹혔는데, 도통 가 볼 수가 없네... 이렇게 올봄은 끝이야, 하고 있었다. 

 

주일에 저녁 먹고 나니 6시, 해지는 시간 7시 몇 분. 우박에 눈에 춥고 난리가 난 날씨였는데, 어느새 맑아진 하늘이었다. 다짜고짜 일어났다. 그냥 나섰다. 경안천을 염두에 두었으나 발길이 자꾸 오른쪽으로 향한다. 산이다. 5 분이면 흰색 분홍색 토핑 얹어진 지점에 이를 것 같다. 젖은 산길 오르니... 어머, 여기가 이런 곳이었어?!!! 갈색 겨울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진달래 동산이었다. 절정이었을 때는 더 좋았겠으나, 꽃잎 지고 난 초록잎을 보는 것으로도 좋았다. 내가 내년 봄에 살아 있다면 세심하게 눈 맞춰 맞아줄게!

 

연구소 리뉴얼과 함께 <뉴스앤조이>에 "신앙 사춘기 너머" 연재하는 일로 봄을 잃었었다. 시작 예배 마쳤고, 세 번의 글을 써서 적응도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사 온 동네가 좋다고 좋다고, 노래를 부르던 겨울이었는데. 갈수록 '뭐, 동네 별 거 없네. 산도 좀 힘들기만 하고 걷는 맛이 없어. 경안천까지 나가는 길이 너무 길어...' 시큰둥해졌었다. 볼 '눈'이 없어진 것이다. 마음이 흐려지면 눈이 흐려지고, 눈이 흐려지면 보지 못한다. 겨우 정신 차려 봄의 끝을 보았다. 다행이다. 

 

3월 28일, 장 보러 나갔다가 스르르 발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서 마트 뒤 동산에 닿았고, 거기서 망울 터트리는 진달래를 보긴 했네! 피어나는 분홍색은 저렇게 진하며 선명하구나. 어제 본 떨어져 누운 진달래와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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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을 수선이 필요한 '손상된 자아'가 아닌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진정한 자신과의 
'연결이 필요한 영혼'으로 봅니다.

새로 시작한 [Ruachd루아영성심리연구소]에서 제작한 브로셔 앞면이다. 고쳐야 하는 인간이 아닌, 연결이 필요한 영혼. 이 말이 알아들어져 연구소를 시작했는데. 갈수록 얼마나 무모한 확신인지를 깨닫는다. 에덴동산을 나온 인간의 실존은 '손상된 자아'가 맞다. 손상되었으니 고쳐야 한다, (내가) 고치겠다는 태도를 갖지 않겠다는 뜻이다. 고치는 방법도 모른다. 다만, 손잡고 연결될 뿐이다.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6년 동안 많이 울었는데. 후원금이 없어서가 아니다. '연결된 영혼'과 '손상된 자아' 사이의 긴장과 불신을 겪어내야 하는 아픔이었다. 때로는 외로움이었다. 나 스스로 나를 믿어주지 못하고, 뜯어고쳐야 하는 인간으로 여기며 비하하기도 하였다. 

 

가 본만큼만 안내할 수 있다. 정말 그렇다. 말은 저 100m , 200m 앞에 던져놓을 수 있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까지가 진짜이다. 내가 나를 수용하는만큼, 내가 나와 화해한 만큼 사람과도 하나님과도 화해하는 것이라, 아침 기도 때마다 다시 새롭게 새겨야 하는 말이다. 

 

6년 전 연구소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개소식에서 치유의 실이라는 공동 작업을 했다. 못이 박힌 하얀 캔버스를 준비했다. 그 못은 외롭게 고립된, 차가운 개인의 상징이었고, 붉은 치유의 실로 못과 못을 연결했다. 여러 번의 소그룹 개소식에 참여한 이들이 작업에 참여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공동 작업 '치유의 실'이 연구소 한 벽을 꽉 채워 걸려 있다. 이번 [Ruachd루아영성심리연구소] 시작 예배에서 못 박힌 캔버스를 새로이 준비했다. 새로운 심볼에 담긴 세 가지 색의 실로 같은 작업을 했다. 상징, 상징의 언어는 참 아름답다.
 
손상된 자아와 연결이 필요한 자아 사이에서 겪어내야 할 것들이 있겠으나 이 상징물이 늘 내게 말한다. 상징으로 말씀하시는 내 안의 성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 둘은 둘이 아니라고. 작가인 나와 소장인 나, 소장인 나와 엄마인 나, 엄마인 나와 아내인 나, 아내인 나와 친구인 나, 친구인 나와 사모인 나, 사모인 나와 길에서 스쳐 지나는 아줌마인 나. 다 하나라고. 하나로 살고자 한다. 손상되고 부서져 갈라진 여럿의 내가 아니라 오직 연결이 필요한 영혼인, 하나인 나로 살고자 한다.    

 

상징적 (symbolic)이라는 말은 함께 던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 사악하다 (diabolic) 말은 나누어 던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악은 언제나 이중적으로 분리시키려고 한다. 영혼과 육체를, 지성과 감성을, 신과 인간을, 여성과 남성을, 결별과 분리가 일어나는 곳에 사탄은 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중략)  '상징주의'는 언제나 흩어진 것들을 다시 연결시킨다. -리처드 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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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 딸기를 헐값에 샀더니 하도 맛이 없어서 죄 다져서 알룰로스에 비벼 두었다.

일명 딸기청이 되었다.

우유에 타서 마셨더니 스벅, 투썸 딸기라떼 부럽지 않다.

행곡하다!

 

아침 음료로 채윤에게 주었더니...

"엄마가 원고를 안 쓰니 아주 좋군!" 한다.

"행곡해? 원고 넘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주니 행곡하지?" 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가 재밌는 걸 하고 있어서 좋다고!"

 

그래... 뭐, 재밌으면 행곡한 것지. 난 행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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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님, 저 그거... 소장님 블로그에 있는 그 고사리파스타 먹고 싶어요.

 

이 한 마디에 요리와 환대의 열정이 끓어올랐다.

우리집에 와서 자기로 한 날,

이틀 전부터 고사리 불려 삶아 놓고 심기일전 하였다.

내, 최고의 브런치를 만들어 주겠다.

 

같이 먹던 JP와 채윤이 말잇못....

양 조절 실패, 조리시간 조절 실패로, 간 맞추기 실패.

질척질척한 밍밍한 파스타가 커다란 웍에 한 가득이었다.

 

진심, 너무 갈아 넣으면 꼭 이렇듯 스타일 무너진다는 진리.

진심 무너진 스타일을 사진이 다 구제한다는 진실, 아니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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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에서 좋아하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루꼴라 치아바타... 이런 재료와 이름이었다. 어느 날 없어졌더라고. 동네에 하나로마트가 생겼는데, 로컬푸드 코너에 가니 루꼴라 한 묶음이 1500원이었다. 양이 적지도 않아. 일단 덥석 사서는 떡볶이 위에 한 번 얹어 먹고도 한 주먹이 남았다. 어느 아침, 냉동실에 있던 치아바타를 꺼내어 바질페스토 발라주고 방토 잘라 올려주고, 냉장고에굴러다니던 치즈에 루꼴라 넣어서 와플기계에 파니니 팬으로 구웠더니... 와, 스벅 루꼴라 치아바타를 무덤에서 불러낸 것이 되었다. 요즘 썩 기분이 좋지 않아 자고 일어나 뚱하고 나온 채윤이 아침으로 해주었다. 맛있다 어떻다 말하지 않지만, 표정만 봐도 안다. 얘 지금 맛있어서 행곡하다! 채윤이 어렸을 적에 내가 불러줬던 노래, 그걸 따라 부르던 우리 채윤이 특유의 발음, “아, 행곡해!"
 
물고기 둘 떡 다섯 개 작은 도시락
예수님이 기도하고 나눠주셨네
주고 주고 또 주어도 그대로 있네
먹는 사람 즐거워해 아 행곡해!
 
채윤이는 행복할 때 행곡하다고 말한다. 채윤이가 행곡하면 내가 참 행복하다. 오천 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물고기와 떡으로 밥을 먹을 때, 행곡했을 것이다. 가련한 그들의 입에 밥이 들어가는 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은 더욱 행곡하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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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서 좋은 것이 있다. 좋은 것 안에 안 좋은 것, 안 좋은 것 안에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 안의 안 좋은 면, 안 좋은 사람이라고 치웠던 이에게서 발견하는 좋은 면이 있으니... 내 안에도 좋은 면과 안 좋은 면이 있고, 둘 다 나라고 여기니 편안해지는 것이다. 


약간 부작용인데. 안전한 곳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위험한 곳이 의외로 안전한 곳일 수 있다는 것도 좋으면서...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다소 위험한 곳이라는 것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현시욕 넘치는 닝겐으로서 너무 표현하고 살았지... 싶어서 반성도 하는데. 그러다 보니 블로그가 자주 개점휴업 상태이다. 아예 닫아버릴까, 생각도 했었으나 방법도 잘 모르겠고...

 

그래도 시시각각 불끈거리는 드러내고 싶은 욕구는 늘 '요리'이다. 비공개 요리 포스팅이 쌓여간다. 이렇게 하고 싶을 때는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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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기도했다. "주님, 족합니다. 이보다 더 큰 보상 바라지 않겠습니다." 연구소를 통해 하고 싶은 일, 마음에 품고 있는 소원을 그대로 적어주셨다. 아니, 체험해 주셨다. 이보다 큰 보상이 없다. 줄 수 있는 것을 기대해주고, 주는 것을 받는 마음이면 족하다. (P목사님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옴) 

 


‘정신실 마음성장연구소’가 ‘루아영성심리연구소’로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는 소식. 연구소를 처음 만났던 시기에 나는 거칠고 무책임한 신앙의 언어에 탈진해 있었다. 더는 목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고, 어쩌면 기독교인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연구소를 만났다. 그곳은 내가 기독교인으로 자라며 처음 마주한 여성들이 중심이 된 공동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에니어그램과 내적 여정’ 과정에 참여했고, 연구소에서 마련한 성심수녀회 신소희 수녀님의 의식성찰 강의를 듣기도 했다. 이후에는 성심수녀회 예수마음배움터에서 진행한 예수마음기도 피정에도 참석했다.

연구소 프로그램에서 뭘 했더라? 이렇게 떠올려 보면 ‘가부장제’란 단어가 뒤따른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으로 성장하며 숨겨뒀던 내면의 그늘에 과감하게 직면하기. 안전한 공간에서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드러내기. 나 자신의 내적 모순과 긴장을 애틋하게 바라보기. 구체적인 경험에서 기도를 시작하기. 마음의 소요와 동요를 반갑게 받아들이기 등. 분명 교회에서 할 법한 일들인데도 교회에서는 해본 적 없던 워크숍들을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천천히 해나갔다.

그럼 뭘 배웠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시의 언어와 내가 가장 부담스러워했던 기도의 언어가 실은 같은 종족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성찰과 발견이 나를 움직여간다는 말의 의미를 내 경험 속에서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다시 기도를 시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요즘 너 기도는 하니?’ 라고 물어보면 ‘나도 매일 기도한다’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망가져 있다. 나는 연구소라는 안전한 울타리에 머물며 나의 망가진 부분들을 마음껏 나눌 수 있었다. 삭개오가 예수님을 만나던 순간의 기쁨과 용기가 나에게도 있다는 걸 알았다. 물론 내 열등감과 그림자를 샅샅이 뒤져가면서. 그 과정에서 수시로 얼굴이 홧홧해질 만큼 부끄러웠지만 늘 무척이나 즐거웠다. 나의 짜치는 면들을 확인하고, 그런 나를 나 스스로 북돋아주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런 내 옆에는 항상 정신실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계셨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선택한 후원단체도 ‘루아영성심리연구소’다. 연구소와 어떻게든 연결되고 싶어 후원을 시작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눈을 조금만 돌리면 기독교 신앙의 오솔길을 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루아영성심리소가 그런 곳들 중 하나라고 믿는다. 계속 힘을 내셔서 나 같은 사람들에게 새 힘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다.

 

 
3박 5일 꽉 채운 캄보디아 일정이었고,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쉴 틈 없는 시간을 보냈는데(하루치 걸음이 2만 보!) 그 사이 보석 같은,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이 순간이 영상으로 남아 있다니! 아주 잠깐 쉬는 틈에 아이들 사이에 끼어 놀았다. 요요 같은 장난감으로 아두 그냥 애들이 기술적으로 딱딱딱딱, 잘하는 게 신기해서 영상도 찍어주고 했다. 나도 한 번 해보란다. 어버버버 못하니 얼마나 친절하게들 가르쳐 주는지. 아이들 사이에서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 순간을 포착하여 살짝 영상으로 남겨준 사람은 JP.) 

 
이름은 '리싸'
이번 캄보디아에서 만난 내 친구이다. 저러고 시범을 보여준 후에 안 되는 나를 붙들고 여러 번 가르쳐 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는 중, 내게 다가와 이름을 물었다! 내내 내가 아이들 보면 이름을 묻고 다녔는데... 역 공격이라니! 이 어려운 이름 "신씰, 쉰씰!"을 가르쳐 줬더니. "신쓀... 아이 러브 유"라고 말했다. ㅠㅠ 리싸, 잊지 않을게. 너를 위해 기도해! 
 

 
선교 여행이든, 가족 여행이든 혼자만의 시간이 아쉽다. 특히 이런 낯선 나라에 가면 골목길 걷는 것이 찐 행복인데... 그럴 시간이 없다. 모든 일 마치고 잠시 틈을 얻었다. 혼자 빠져나와 동네를 걸었다. 팜슈가 나무가 있는 캄보디아 시골 길을 걷는다. 뜨거운 햇볕에 바람 한 줄기 없는데, 얼굴이 불타오르는데 어딘가 시원한 이 느낌 뭐지? 영혼에 부는 바람인가봉가?  건너 편 어느 집에서 뭐라뭐라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내게 보내는 인사다! 환대의 목소리이다. 이틀을 지내며 이 동네 아이들에게 우리 일행이 친근한 사람들이 되었다. 

 

 
길을 걷다 만난 또 다른 친구. 김미. 첫날 처음으로 외운 이름이다. 김미. 저 착한 눈에 반해서 제일 먼저 이름을 물었었다. 듣고 까먹어서 한참 후에 또 묻고, 또 까먹어서... 미안해, 하고 또 묻고. 그러다 휴대폰에 적어서 외우기 시작했다. 보석 같은 순간, 보석 같은 만남. 
 
이토록 사적인 선교여행!
 
 

 
심리와 영성 사이 다리 놓는 사람이 되자

 

10여 년 전에, 마음에 맞는 동생들과 영적 독서와 기도 모임을 했다. 그러던 중 작은 공간이 주어지고 자연스럽게 나음터라는 깃발을 꽂고 연구소를 시작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닌데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 이름이 걸려 있어서 늘 속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으로 6, 7년을 보냈다.

 

수선해야 할 자아가 아니라 연결이 필요한 자아

 

 

인간의 고통은 수선해야 하는 자아가 아니라 연결이 끊어진 자아에서 비롯한다는 신념으로 늘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말하고 기도했다. 말이 아니라 그 연결을 체험했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내적 여정, 의식 성찰 기도와 관상기도, 꿈 나눔을 통한 영적 여정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말로 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빛나는 존재들을 만나 연결되었다. 아니, 연결을 통해 나의 빛남을 누군가의 빛남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사람 만나는 일이라 사람 사랑하는 일이라 쉬운 시간은 아니었다. 연결되겠다는 자체가 이미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다. 이런저런 한계에 부딪혀 보람만큼이나 좌절도 경험했다. 좌절감 속에서 불태웠다, 충분히 사랑했다, 충분하다, 이쯤에서 접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여러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나는 이제 조금 물러나 글 쓰는 일에 집중하면 좋겠다, 그런 부르심일지 모른다 여기며 기도하고 있었다. 뒤에서 여러 개의 문이 닫히는 중, 앞에서 작은 문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그 문을 연 것은 모두 사람이다. 연결되었던 사람들이다.

 

Ruach루아영성심리연구소

 

 

그래서 새롭게 시작한다. 이름도 바꾸고 얼굴도 바꾸고! 무엇보다 연구소 이름에서 정신실뗐다. 우리가 하려는 바로 그것을 담은 루아Ruach(, 호흡) 그리고 영성심리이다. 새로 제작한 Symbol이 언어가 전할 수 없는 것을 전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 시작한다.

 

 

 

Symbol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2:7)

 

: 모든 것에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의기도호흡으로 연결되어 깊은 평정심을 이루는 이미지를 상징함

 

Color

 

- 갈색 Deep Brown: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비옥한 땅. 깊은 평온과 평정심의 색을 상징함

- 연한 하늘색 Blue Gray: 하나님의 숨결, 생기, 성령님의 호흡, 생명의 색을 상징함

- 밝은 베이지 Mild Beige: 인간과 흙, 나무와 씨앗, 양모의 색을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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