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이 복닥거리다 셋이 남았는데, 하나가 나간 자리가 '하나' 이상으로 크게 느껴진다.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해서 각자 현승의의 빈자리를 마주하다 보니 셋이 뭔가 끈끈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시간도 금방 지나고 익숙해지겠으나. "동아리 면접 봤대... 얘기 들었어?" 현승이로부터 오는 작은 소식 하나에 연연하는 것으로 하나가 되기도. "엄마, 나 4월에 포항에 한 번 가려고. 현승이가 혼자 코인노래방 갔대... 나 너무 마음이 그래." 자기 방식대로 그리워하기도.
채윤이는 제 생애 최초에 경험했던 가족을 다시 누리는 것일 수도 있겠다. 현승이는 태어나보니 누나가 기본설정이고 네 식구가 기본값이었지만, 채윤이에게 현승이는 자기 자리를 뺏으며 들어오는 존재였고, 엄마 아빠를 독차지하며 누렸던 세계를 뒤흔든 빌런이었으니... 무슨 이유에서든 셋이 끈끈하고, 그러다 보니 멀리 있는 현승이와도 더 깊이 연결되는 느낌이다.
끈끈하다 해도 각자 바빠서 룸메 셋이 사는 느낌이지만 말이다. 출근하고 학교가는 종필과 채윤이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나갔는데. 텀블러 뚜껑을 닫으며 채윤이가 그런다. "아, 이렇게 가져가면 눈물 날 것 같은데..." "왜애?(또 현승이 생각?)" "아니, 어렸을 때 엄마가 물이나 음료수 같은 거 싸주면 학교에서 먹을 때 눈물 날 것 같았어. 엄마가 보고 싶어서...."
아... 이 말에 내가 눈물이 나네. 우리 엄마 버튼이 눌린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없는, 내가 모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인생이 있(었고, 있고, 있을 것이)다는 것의 현타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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