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이라니. 강풀의 만화도 아니고... 결혼 26년...이 되었다. 결혼 1주년 때 갔던 카페는 없어졌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 1주년엔 드라마 같았다.
"어, 여기 무슨 창문 같은 게 있지? 한 번 열어 봐"
"이걸 왜 열어?"(짜증)
"그래도 한 번 열어 봐."
"으이, 진짜! 이걸 뭐 하러 열... 옹? 이게 모야?... (목걸이 툭!) 아잉, 몰라 몰라..."
이 정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비슷했다. (JP는 안 하면 안 했지 서프라이즈를 하려면 감쪽 같이 하는 편이지. 서프라이즈는 나처럼 인내심 없는 사람은 못한다. 입이 근질근질해서 어떻게든 미리 들켜버리고야 말지!) 이랬던 1주년이었는데. 26주년엔 비싼 스테이크 먹으면서 '티격태격'까지는 아니지만 '디걱대걱'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우리 참 한결같다. 어떻게 26 년 동안 같은 문제로 이러지? 우리 참 한결같애, 그치?
집에 오니 스물 다섯 우리 채윤이가 꽃을 사다 꽂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좋아하는 소국이라며. (솔직히 채윤아, 계절도 중요하거든. 엄마 있잖아... 소국 좋아하는데... 소국은 가을에 땡겨...) 화병에 예쁘게 꽂아 놓은 마음이 더 예쁘고. 디걱대걱 하며 늙어가는 엄마 아빠를 오냐오냐 하지 않고, 각각 따끔하게 야단치며 잘 키우고 있는 딸이다. 26년 한결같은 부모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침없이 지적해 준다. 엄마 아빠가 좋은 노인 되었으면 좋겠다고, 둘이 사이좋게 잘 늙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라면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은 아라리가 낳았지만,
이렇게 괜찮은 채윤은 JP&SS가 낳았으니...
26년 동안 같은 문제로 싸우면 좀 어때?!
아빠는 설교 준비, 엄마는 강의 준비와 원고로 각각 머리를 싸매고 앉았는 토요일. 채윤이는 집안 분위기 왜 이러냐며 덩달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오후에 엄빠, 채윤 각각 산책 나갔다가, 아파트 정원에서 만났다. 각각 장을 봐 온 엄빠 손에 똑같이 들려 있는 것은 블랙사파이어. 이즈음에 채윤이가 좋아하는 과일이다. 결혼 26년 된 부부, 이심전심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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