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계절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시간이다. 무조건 나가서 걸어야 한다. 곧 장마가 오고, 날이 더워질 것이다. 걷기 어려운 시간이 온다. 오늘은 놓치지 않았다. 탈고와 송고는 구원이다. 탈고 후 송고의 엔터를 치고 나면 세상이 온통 아름다워진다. 누구라도 만나면 얼싸안고 사랑을 고백할 마음이 된다. 아침에 원고를 보내고 셋이서 연휴의 끝을 잡았다. 슬슬 눈치 보며 둘이서 영화를 보고, 장을 보고, 숨소리를 낮추던 부녀와 함께 해방을 선포하고 놀았다! 걸었다!


집에서 가까운 숲길을 찾았더니 "태교의 숲"이다. 엄마 왜 이리 작아? 쪼꼬미, 쪼꼬미! 이렇게 불러도 너는 나한테서 나왔는 걸! 키도 마음도 존재의 크기도 엄마보다 한참 크지만... 그래도 너 이 작은 몸에서 나왔는 걸!
우리 채윤이 태명이 '푸름이'였다. 왜 이렇게 지었더라? 생각은 안 나지만, 무슨 뜻이 있었을 게다. 그 어느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숲을 걷자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어릴 적에 하도 많이 불러준 노래라 채윤이도 절로 따라 부른다.
숲 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쪼로로롱 산새가 노래하는 숲 속에 예쁜 아기 다람쥐가 살고 있었어요...
푸른푸른 푸른 산은 아름답구나...
아침 햇살 곱게 내리면 들려오는 맑은 물소리 산새들도 노래하며 하늘 높이 날아요...
어릴 적 채윤이 포함 아이들 모아서 '동요교실' 한 적이 있었는데. 참 아름다운 노래들을 가르쳤었지. 동요, 어린이 찬송가, 아이들을 위한 예쁜 노래가 내 안에 무궁무진한데 이제 쓸데가 없다. "엄마가 할머니가 되면 너네 아이들에게 끝도 없이 아이들의 노래를 불러 줄 거야. 이런 숲에 데리고 와서 노래를 불러 줄 거야." "그래... 엄마가 노래를 불러주는 동안 아빠는 아이들을 안고, 업고... 그렇게 다닐게. 엄마는 노래만 할 거야...."

25년 된 생명, 푸름이를 데리고 푸른 숲을 걷자니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영혼 깊은 곳에서 꿈틀거린다. 점심으로 간장게장을 먹고, 경치가 좋은 카페에 가서 소금빵 앙버터도 먹었지만... 마무리는 떡볶이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푸르른 오월 하루였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처럼 우리 함께 있음이 (6) | 2024.12.02 |
---|---|
누가 누굴 귀여움, 누가 누굴 걱정 (0) | 2024.04.09 |
나마스떼 🙏 (2) | 2024.03.30 |
Sound of Silence (4) | 2024.03.04 |
삼총사 (0) | 2023.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