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모시고 민속촌에서 몇 시간 보내고 명절이 끝났다. 나의 명절은 이렇게 끝나고 남편의 명절은 아직 길게 남아 있다. 주일 설교가 남아 있고, 설교 마치고는 어머니 모시고 1박2일 여행하는 일정이 남았다. 명절 시작은 혼자 어머니께 가서 하룻밤 자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산더미 같은 만두를 빚고, 열 가지 넘는 전을 부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짐이 무겁던 나의 명절은 가고,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부서진 어머니를 돌보는 짐을 진 남편의 명절이 왔다. 어머니를 뵈면서 어머니보다 더 부서진 마음으로 힘겨운데 의연하게 감당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끝없이 변하는 명절의 풍경, 끝없이 다가오는 생의 변화에 따라 기꺼이 변하는 모습이 고맙다. 
 
오늘 말씀 묵상의 본문은 마 11:25-30인데, 여기 붙인 남편의 묵상 또한 인상 깊다. 에니어그램 5유형인 남편의 앎, 지식에 대한 고백이다. 지성을 선물로 받은, 또는 지성에 집착하는 사람 5유형으로서 좌절하고 깎이며 다다른 자기 비움임을 알기 때문이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사랑을 살며 버티고 있는 5유형의 아름다운 고백이다.

 


“하늘과 땅의 주님이신 아버지, 이 일을 지혜 있고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감추시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드러내어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마 11:25)

주 예수님,
우리에게 지성을 주셔서 지식을 추구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온 세상을 창조하시고 또한 섭리하고 계시오니,
주 예수님은 모든 지식의 주인이십니다.
그런 까닭에,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겸손해야 합니다.
신학뿐 아니라,
교육학, 경제학, 물리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모든 분야의 진정한 설계자는 주 예수님이십니다.
주 예수님, 그러하오니,
지식 안에서 영과 진리와 생명과 인격으로 존재하시는 주님 앞에 서있게 해주십시오.
언제든지, 무엇인든지 ‘안다’고 할 때,
삼위하나님과의 교제 안에서 알게 해주십시오.
나의 지식은 부분적 지식일 뿐입니다.
이 지식을 움켜잡을 때 도리어 진리가 닫히고,
맹인이 되어 맹인을 인도하여 둘다 구덩이에 빠질 뿐입니다.
주 예수님, 책을 통해 배운 지식, 자연을 통해 배운 지식,
사람을 통해 배운 지식, 여러 미디어를 통해 배운 지식,
그 지식에 갇혀, 지식의 주인인 양 교만을 떨지 않게 해주십시오.
늘 어린 아이처럼 새로운 세상에 대해 열린 질문을 던지고,
마음으로 배우게 해주시며,
주 예수님께서 알려주시고 열어 보여주시는 그 신비의 힘,
하늘나라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체험하게 해주십시오.
주님을 향한 제 지식이 제 삶과 우리 삶과 만나게 해주시고,
주님께로 인도하는 인격이 담긴 지식이 되게 해주십시오.

 
 

Panta Rhei, 모든 것은 흐른다. 흐르는 삶에 몸을 맡기고 다가오는 것들을 받아들여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아름다운 일이다. 모든 다가오는 날들을 새로운 날로 사는 것이 "새로 오는 아침을 새롭게 하시는 것에 성실하신, 성실하게 새로우신(애 3:23)" 그분 닮은 삶이고 영성이지...

 
To live means to grow,
To grow means to change,
To change means to de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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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다고 음악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음악치료 손 놓은지 오래되어 치유력이 별로 없다고 소용 없다고 했다. 음악치료 대신 밥 치료를 시전했다. 치료인지 뭔지도 모르고 처묵처묵 하시지만, 결국 치료가 될 껄! 밥은 힘이 세다.
 
라고, 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폰으로 일단 작성해 두었는데... 오늘 아침 말씀 묵상에서 확신을 얻었다. "지극히 작은 일로 참된 제자가 된다"고 하시는 예수님께서 이 작은 치유의 기도를 기억하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 올린 마 10:32-11:1 묵상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게, 내 제자라고 해서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받을 상을 잃지 않을 것이다.(10:42)

내가 너희를 부른 일은 큰 일이지만, 주눅들 것 없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테면,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 한 잔을 주어라. 베풀거나 받는 지극히 작은 일로 너희는 참된 제자가 된다. 너희는 단 한도 잃지 않을 것이다.(10:42, 메시지성경)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받은 삶이 너무나 거창하다고 여겨집니다. 엄청난 박해 앞에서 예수님을 시인해야만 하는 소설 <침묵>에 나오는 기리스탄들의 상황이 상상됩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밟거나 죽음을 택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요. 예수님께 순종하기 위해 가족을 버려야 할 것 같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

주님, 저같은 쫄보가, 이기심 가득한 제가 과연 그런 순종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제 마음을 벌써 알고 계시는 듯, 메시지 성경으로 읽는 마지막 절에서 말씀해 주시네요.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요. 작고 좁은 마음 그릇을 가진 저이지만...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작은 베풂, 작은 용서, 작은 사랑으로 시작하라고 격려해 주시네요.

예수님을 사랑하기에 하는 미미하고 어설픈 순종을 주님께서 기억하신다는 말씀으로 들려서 용기가 생깁니다. 주님,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가오는 가까이 있는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 한 잔 내어주는 기회를 잃지 않는 오늘 하루 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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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무엘 기도했어요 나도 할래요 나도 할래요
어린 사무엘 교회 갔어요 나도 갈래요 나도 갈래요
 
어릴 적 배운 이 찬송이 아주 또렷하게 마음에 남아 있고 가끔 울리고 있다는 것을 기도 중에 깨달은 적이 있다. 아, 내 평생 가장 잘하고 싶었던 것은 글쓰기도 아니고, 강의도 아니고, 엄마 노릇도 아니고... 기도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이 논문은 머리로 정리해낸 기도이다. 논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 기도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것. 기도 제목으로 무엇을 구하고, 응답받는 데 만족할 수 없는 목마른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 2000년 동안 그랬던 많은 분들이 있었고, 우리는 어쩌다 그 소중한 유산들과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아, 종교개혁의 득과 실이여!) 도서관 어느 구석에 꽂혀 먼지나 뒤집어 쓰고 있지 않도록, 좀 알려야겠다. 논문의 구조, 문장, 내용의 깊이… 모든 것이 많이 부끄럽기는 하다. 논문이라기보다는  『영혼의 성』에 대한 긴 서평이라 하는 편이 낫겠다. 논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영혼의 성』이다. 기도하며 행동하던 한 멋진, 매력있는 여성이다. 아래는 논문 일부, 그리고 논문도 공유한다.
 

『영혼의 성』은 기도 체험 안에서의 심리적 변화, 즉 자기인식과 자기 획득, 그리고 자기 초월을 통한 하나님과의 연합에 도달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는 저작이다. 탈혼이나 환시 같은 신비체험을 기도 안에서의 자기 초월 현상으로 본다면, 『영혼의 성』에서 자기 초월은 6 궁방에서 비로소 등장한다. 그 이전의 궁방들에서는 물론이고 초자연적 경험이 드러나는 6 궁방, 그리고 하나님과의 연합이 일어나는 7 궁방에서도 ‘기도하는 자아’인 데레사 자신의 자기인식이 한결같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자기인식의 끈을 놓지 않고 내면으로 향하는 『영혼의 성』의 기도가 영적 전환기를 맞은 개신교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현대 개신교의 대표적인 영적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 1935-2013)와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1932-2018)은 자신들의 영성생활에서 새로운 길을 내준 기도작가로 공히 아빌라의 데레사를 꼽는다. 데레사의 기도체험 자체는 물론이고 그 체험을 정직하게 분별력 있게 다루고 남긴 글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진지한 기도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 달라스 윌라드는 저서『잊혀진 제자도』에서 부록으로 붙여 『영혼의 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내가 아빌라의 데레사(Teresa of Avila)의 『영혼의 성』을 처음 공부한 것은 20여 년 전, 성경에 나타난 영적인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이해하고 실천하고 전달하려 다년간 노력한 후였다. (…) 이 책과 저자는 즉시 내 삶에서 하나님의 독특한 임재가 되었다. 이 책에는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는데, 내가 전에 어디서도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면 십중팔구 나처럼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당신은 데레사가 영적인 삶의 확실한 거장이며 그 영성 신학이 놀랍도록 깊고 풍부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는 답답함이나 ‘머리로만 아는 지식’은 전혀 없다. (…) 이 책의 독서법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이는 전형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며, 마치 보석을 채굴하는 것처럼-사실이 그렇다-접근해야 한다.” Dallas Willard, The Great Omission: Reclaiming Jesus's Essential Teachings on Discipleship,『잊혀진 제자도』, 윤종석 역 (서울: 복있는사람, 2021), 287쪽.

 

* 유진 피터슨은 『내 영혼의 방들-영적 성숙의 일곱 단계』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루터와 칼뱅은 우리에게 하나님과 성경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가르쳐주었다. 그들에게 신앙개혁이란 기본적으로(전적으로가 아니라) 올바른 사고와 교리, 바른 성경 해석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레사와 성 요한은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영혼의 문제에 집중해 진지한 기도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회복시킴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을 개혁하고자 노력했다. (…) 루터와 칼뱅이 산지에 사는 사람으로서 산 위에서 넓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면, 테레사와 요한은 마을 사람으로서 밭을 갈고 시장에 다니며 요리를 했다. 그들은 나로 하여금 주위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을 존귀하게 여기고, 매일의 삶에서 기도의 감미로운 신비에 빠져들도록 도와주었다.” R. Thomas Ashbrok, 박동건, 『내 영혼의 방들-영적 성숙의 일곱 단계』(서울: 항상기도, 200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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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생으로서 엄마로 하여금 덮밥왕이 되게 하셨던 아들

마음의 질곡이 없다 할 수 없으나, 입시를 잘 뽀개고

아빠와 함께 학교 앞 원룸텔을 보러 다녀올 월요일.

오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가더니

엄마빠 떡볶이 순대로 오붓하게 저녁식사 마치고

설거지까지 딱 마치고 났더니

"저녁 안 먹었는데" 하고 들어오셨다.

 

재료는 일 인분도 안 되는 냉동 삼겹살.

고기는 거들뿐!

 

덮밥왕 엄마가 이르시되

"편마늘 덮밥이 있으라" 하시니

편마늘 덮밥이 있었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아들이 드시고 "엄마는 정말 덮밥의 달인이 된 것 같아" 하시더라.

덮밥왕 엄마의 창의력은 아침마다 새롭고 또 새로우니

엄마의 성실하심은 크도다.

성실하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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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두 판과 꼴뚜기 전복 진짬뽕을 저녁으로 먹고

사과를 먹자고 했다.

 

"난 아직 먹고 있잖아. 당신이 깎아."

"그냥 당신이 깎아..."

중년 부부는 사과 하나 깎는 걸 가지고도 투닥거린다. 

믿거나 말거나... 나름 사랑싸움이다.

 

"내가 깎을까?"

국가대표 똥손이 나섰다.

유치한 사랑싸움 놀이하던 중년 부부 얼음.

왜 그래? 반항이야? 

"내가 잘 깎을 수 있어. 내가 깎을게."

하더니 정말 매끈하게, 얇게 기가 막히게 사과를 깎아서

얌전하게 내놓았다.

 

나 정말 아들 하나 참하게 잘 키웠다.

 

#감자칼이 사과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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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주 모처럼 네 식구 여유롭게 식사하는 주일 저녁이었다. 한동안 밖으로 나돌던 채윤이, 뭘 해줄까? 벌써부터 나는 (행복한) 고민이었는데. "나는 주일 저녁에 피자 먹을 거야. 도미노 피자... 너무 먹고 싶었어!" 라니. 이게 무슨 고마운 메뉴 선정인가! 나는 정말 행복하였다. 피자 치킨 후에는 꼭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이라... 피자로 노고를 덜었으니 정성스럽게 라면을 끓여보았다. 냉동실에 고이 모셔둔 전복과 어제 장 보면서 싸길래 사둔 꼴뚜기 한 팩을 넣어서 끓였다. 궁물이... 궁물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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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어 철이라는데. 한 번 먹고 싶었는데. 먹고 싶은데에, 먹고 싶은데에… 하며 제철을 보내고 있는 중. 토요일 점심에 JP가 교회 집사님 댁에 가서 대방어를 영접하고 왔다. 3년 된 묵은지에 직접 만드신 쌈장이 일색이라니 말이다. 침 질질 부럽다고 하니 안 그래도 사모님도 같이 오시지 그랬냐고들 하시더라고. 부럽다, 부러워…

이게 무슨 일! 저녁에 대방어 배달이 왔다. 말로 듣던 3년 된 묵은지와 쌈장, 문어까지 곁들여 직접 집으로 가져오신 것이다. 교회 모임 마치고 10 시 넘어 들어와 야식을 했다. 어제 공연 마친 채윤이, 청년부 mt 다녀온 현승이, 낮에 이미 잔뜩 먹었다는 JP까지 온 식구 달려들어 맛있게 처묵처묵 했다.

얼마 만의 야식, 얼마만의 방어냐…
사모님 되길 잘했…. 응?

돌아가시기 몇 년 전쯤부터 엄마 입에 붙어 있는 말이 있었다. "고맙다, 복 받어라!" 자녀들은 물론 조카들에게, 아마도 가만히 침대에 누워 통화하던 이모, 삼촌, 예전 교우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안다. 고마운데, 갚을 수 없는데, 갈수록 더욱 갚을 수 없는 몸이 될 뿐 아니라, 곧 이 땅에서 사라질 존재가 될 엄마의 마음. 무력한 존재의 지극한 감사의 마음이다. 방어 먹고 바로 침대에 누워 기도했다.

 

감사합니다, 집사님.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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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해마다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에 나갔었다. 지정곡과 자유곡, 두 곡을 부르는데 3학년 때 지정곡이 이런 노래이다.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이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대회가 아니어도 나는 늘 혼자 노래를 부르며 노는 아이였고, 그 자체가 연습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집에서 잘 부르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가 있을 때는 부르지 못했다. "우리 우리 할머니"라는 말 때문이었다. 할머니라 함은 아버지의 엄마인데, 실향민인 아버지의 부모님은 북한에 계셨다. 한 번도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나는 아버지를 생각해서 그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내가 이 노래를 해서 "할머니" 소릴 듣고 아버지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 슬프면 어떡하지? 내가 "우리 우리 할머니"라고 노래할 때 딸에게 할머니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면 어떡하지? 그 어린 나이에 순간적으로 전자동으로 거기까지 갔다는 것이, MBTI로 F가 높다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나친 감정이입이다. 그렇다.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에 지나치게 이입이 된다.  
 
감정에 편들어주는 일이 내게는 쉽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에 무조건 편들어주는 일이 쉬운 일이다. 이런 성향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감정이입 되는 대상을 떠올리며 글을 쓸 때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수십 번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짓을 해야 감정이 거둬내지고 그나마 읽을만 한 글이 나온다. 그렇게 어제 마감인 글을 거의 마무리해 가는데, 이입된 마음을 뒤흔드는 일들에 글이 콱 막혀버렸다. (이것도 지나친 감정의 오지랖, 감정이입의 문제이다.) 글만 막힌 것이 아니라 마음도 막혀서 오후를 다 보내고 일몰 시간에 밖으로 나갔다. 다 예수님 때문이다. 글이 빨리 써지지 않았던 그 감정이입은 예수님과 관련된 것인데, 속을 헤집어 마음을 콱 막히게 한 일도 알고 보면 예수님의 일이다. 다 된 글에 예수님 빠트려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아, 어쩌라고요! 하면서 걷는데 정말 짜증 나게 눈앞에 떡 하니 또 저 전광판!  ”(데헷....)JESUS LOVES YOU" 란다. 참말로 속도 좋은 양반... 그래도 사랑한다니까 기분은 좋네.
 
메마르고 튀들린 마음 다잡아 글 마무리 할 수 있기를... 이 글 보는 아무나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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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렉시오 디비나를 배우며 읽은 책이 엔조 비앙키의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이다. 렉시오 디비나를 유난히 사랑하시는 신부님께 수업을 들었는데, '렉시오 디비나'가 얼마나 단순한 '말씀 기도'인지. 개신교 안에서 조용히 붐을 일으키는 렉시오 디비나는 얼마나 복잡하고, 군더더기가 많은지 생각했다. 가톨릭 학교에서 "영성신학"을 공부하며 결국 " Sola Scriptura, 오직 말씀으로"  회귀하게 되었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더 신기한 것은 내 책상에 놓인 이 책을 보고 JP가 "어, 당신이 이 책을 왜 봐?" 하더니 자신의 말씀 묵상에 가장 좋은 텍스트가 되고 있다니 말이다. 이 일이 먼저였는지, 교회 말씀 묵상 밴드 참여가 먼저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연구소 카페에서 하는 영적 독서와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서 나누는 말씀 묵상이 그야말로 '일용한 양식'이 되고 있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는 Big Family Day에서 JP의 감사제목 중 하나가 "정신실이 교회의 딸로 돌아온 것"이라고 했는데. 일면 동의가 된다. 언젠가는 긴 고백의 글을 쓰게 될 것 같은데... 매일 아침 성실하게 말씀 묵상하시는 교우들이 내게 큰 은인이다. 카를 융의 말처럼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인류를 위한 가장 큰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 실감한다. 나도 내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것으로 인류를 사랑해야지, 생각하게 된다. 오늘 마태복음 9:9-17 본문에 이런 묵상 댓글을 달았다. 용기가 필요한 고백이라 올리고 나서 한참 손이 떨렸지만, 말씀에서 솟아난 이 기도로 감사한 하루이다. 

 

"새 포도주는 새 가죽 부대에 담아야 둘 다 보존된다."

남편이 전임 목회를 시작한 15년 전쯤, 신앙의 메마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메마르고 메마르더니 캄캄해졌습니다. 끝이 없는 어둠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었고 어쩌면 저의 신앙 여정에서는 꼭 통과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영적 전통 안에 있는 기도를 배웠고 고독 속에 만나주시는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와 "신앙 사춘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책도 썼습니다. 그렇게 신앙 사춘기를 서서히 빠져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전과 같은 신앙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었습니다.

신앙 사춘기 때부터 아침 일찍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혼자 일어나 말씀을 묵상하고, 영적 독서를 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저만의 방식으로 주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이곳 말씀 밴드에서 묵상 나눔을 하는 것을 알고 있고, 남편이 여기에 정성을 쏟는 것도 알았지만 들어올 생각이 없었습니다. 나대로, 내게 맞는 방식대로 하고 있으니까... (부끄럽게도 제 방식의 말씀 묵상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어느 날, 하루도 빠짐없이 밴드에 묵상을 나누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에 흔들림이 생겼습니다. 매일 묵상하시며 달라지는 관점, 겸손한 기도...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굳게 마음 먹은 것은 아닌데 스르르 말씀 묵상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릴 적부터 해왔던, 청년 때는 정말 열심히 했던 QT 훈련의 감각이 깨어나면서 몸에 잘 맞는 옷을 다시 찾아 입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시는 신앙 사춘기 이전의 마음을 되찾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뭔가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묵묵히 아침마다 말씀 묵상 나눠주시는 집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신앙 사춘기를 겪으면서 "바리새인 같은 신앙인"들에게 진절머리가 났고,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쪼개는 글을 써댔는데. 어느새 저는 영적인 우월감에 빠져 더 교묘하게 포장하고 치장한 바리새인이 되어 있습니다. 뼛속까지 새겨진 바리새인 DNA, 아침에 눈만 뜨면 함께 깨어나는 바리새인의 습성입니다. 하루 자고 나면 그만큼 낡아지는 가죽부대 같은 제 영혼입니다. 주님께서 날마다 새로운 포도주를 부어 주시는데.... 문제는 제 부대가 낡아 찢어지고 터져서 그 포도주를 간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침 이 시간 그나마 낡아지는 제 영혼의 가죽부대를 새롭게 하는 시간입니다. 말씀 묵상의 동지 집사님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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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2호가 요즘 자꾸 거슬린다. 미세하게 거슬리는 것들이 쌓였나 보다. 남자 2호님도 이젠 성인이니까... 여자 1호인 나는 급성 노화 현상으로 일상의 부적절 포인트 쌓고 있는 중이니까… 짜증 나겠지! 이해하자, 이해해... 거슬린다고 일일이 잔소리 할 수도 없고, 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하지만 미세하든 어떻든 억압한 것이 삐져나오지 않을 수 없다니까.

꽤나 빡이 치고, 킹 받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에 알았다. 별 일 아닌 것으로 남자 1호를 향해 시위를 당기려는 순간이었다. 여자 2호가 급하게 나서서 팽팽해진 시위를 잡았다. "워워, 엄마! 엄마 지금 킹 받은 거... 이쪽 아니고 저쪽에서야. 저쪽 꺼를 이쪽에 하면 안 되지...."

여자 2호가 남자 1호를, 아니 남자 2호와 함께 (누구보다) 여자 1호까지 다 살렸다. "아, 맞다! 그치? 야, 남자 2호 진짜 열받지? 엄마가 화날 만하지?" "음, 화날 만 한데... 정신 차려 그쪽 아니니까..." 방어 태세 갖추고 있던 화살받이 남자 1호가 "우리 구주, 우리 딸!" 하는 눈빛으로 긴장을 풀었다. 
 
멋진 여자 2호는 나가시고. 휴가 마지막 날을 보내는 남자 1호와, 매일이 휴가이며 부쩍 거슬리는 남자 2호에게 점심으로 "시금치 파스타"를 해주었다. 아주 그냥 모든 불화와 긴장이 싹 사라졌다. 맛있다... 음… 간이 딱 맛네... 파스타 면 돌돌 말고 있는, 한 없이 겸손한 두 남자 영혼…
 
너네들 나한테 까불지 마라! 밥이 권력이다. 게다가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잠 25:11)"인 것처럼, 경우에 합당한 음식은 금이다! 모든 것을 이긴다. 내가 진짜 이 타고난 능력을 권력 삼아 남용하지 않으려고, 날마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입는구만. 어! 
 
다 까불지 마! 취향 저격, 상황 저격, 맛있는 음식! 이거 안 해준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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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제보 사진 두 장을 받았다. ♡♡♡♡

카톡창에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

 

"목사님 깨끗한 곳에서 말씀 전하시라고 아이들이 열심히 청소했지요~~^^"

 

토요일에 교회에 난입한 천국의 청소 봉사자들.....

강대상 상판 아래를 누가 알아보고 닦겠냐고!

누가 저렇게 신나서 춤추듯 청소를 하겠냐고!

저 키, 저 눈, 저 마음이 아니면...

 

나도 저 마음으로 예배하러 간다.

 

"나는 이미 오랫동안 너희 곁에 있다. 그런데도 나를 아직 보지 못했느냐? -요한복음에는 예수의 이런 비난이 실려 있다-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눈으로 예수를 보지 않는 한 그분을 "보는" 것이 아니다. 예수를 "본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그분을 바라볼 때에 위대함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명예욕에 찬 온갖 상상들을 동원하는 일을 포기함을 뜻한다. 그런데 이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어린이처럼 되지 않는다면 전혀 불가능하다. 어린이의 눈길은 다름이 아니라 근본적인 한 삶의 자세의 표현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렇다. 오직 "어린이"만이 하느님의 아들을 볼 수 있다.  Heinrich Spaemann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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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보고 교회 다니는 거 아니라는데, 나는 백퍼 사람 보고 교회 다니는 편이더라. 그런 줄 몰랐는데... 정말 그렇더라. 지난 송구영신 예배 때, 왜 이리 예배당이 갑갑한가, 환기가 안 되나,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숨이 좀 막히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 애기들,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아이들 보러 교회 다니는구나! 깨달았다. 아이들은 생명이다. 아무것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생명을 불러일으킨다. 그 앞에 선 사람의 선함을 끌어낸다. "절대 부드러워지지 않을 거야! 어디 나를 감동시켜 보시지!" 힘을 꽉 주고 있던 사람도 방긋 웃는 아기 앞에서 "하이고~오....!" 숨겨둔 선함을 내뱉고 만다. 예수님께서 아기 예수님으로 오신 이유가 있었다.
 
작년에 교회에서 "인생의 빛 학교"라는 이름으로 생애 주기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번외 편으로 "육아(育我)하는 조부모" 라는 이름의 세미나를 했다. 젊은 부부 육아 세미나를 지켜보시던 장로님 한 분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육아 세미나도 필요하다는 피력을 하셨다. 현직 손주를 돌보는 할아버지신데, 나... 여기까지만 쓰고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가 "1초에 표정이 다섯 번 바뀌는 아기"라고 부르고 있는 아기는 에너지가 콸콸콸이다. 그 손주를 돌보시는 장로님은 내향적인 편에 약간은 샤이하신 느낌인데. 그 활달한 손주를 보시면 당황스러우실 할아버지를 상상하면 벌써 재밌다. 이건 채윤이가 먼저 캐치한 즐거운 상상이다.
 
강의 한 번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 싶으면서도 기쁘게 자리를 마련했다. 강의만으로는 얻어지는 것도, 큰 의미도 없을 것 같아서 그다음 순서를 마련했다. 강의 후에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부부 커플들을 패널로 내세워 질의 응답 형식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나름의 목표는 이랬다.
 
- 에릭 에릭슨으로 보는 아이의 발달단계 이해
- 발달의 연속선상 안에서 아이들과 나(할머니 할아버지인 '나')를 성찰하기
- 조부모와 부모 세대 간 "육아의 기쁨과 어려움" 나누기
 
수강자보다는 강의하는 나를 위해 강의 목표를 분명하게 하려는 편이다. 꼭 도달하려는 목표는 아니다. 이런 시간에 함께 했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의미이다. 실제로 오간 이야기는 대단한 내용도 없었다. 하지만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가 아이를 놓고 무슨 얘기는 주고받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아이는 생명이니까. 생명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좋은 일 아닌가. 생명을 키우는 일의 기쁨과 부담과 괴로움을 내어놓는다는 것. 
 
무엇보다 "세대 간"에! 요즘 교회를 다시 생각한다. 다른 세대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심지어 신앙의 컬러도 다른 이들이 한 예배를 드리는 것이 기적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이 교회의 아름다움 아닌가. 달라서 배제하고, 달라서 편을 가르는 세상 속에서 다른데....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공간 안에서 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차라리 신비라고 말하고 싶다. 성향에 딱 맞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입장, 신앙적 좌표, 영성의 색깔을 마음껏 드러내고 공감을 주고받으며 교회 생활하면 어떨까? 행복할까?
 
여러 교회를 두루 다니며 강의하고 가끔 설교도 해보는 영광을 누리면서 해보는 생각이다. 젊은 날 언젠가 대표기도로 정치 선동 하시는 장로님으로 인해 예배 중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교회 깃발을 만들어 들고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걸 두고 부러웠던 적도 있었고. 젊은(아, 나는 이제 젊지 않다) 사람들이 많아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의 교회를 그려보기도 하고... 요즘 교회를 다시 생각한다. 균질 집단이 아니어도, 아니어서 좋은 곳이 교회구나! 복음이 원래 그런 것이었지. 여성과 남성, 이방인과 유대인, 종과 주인이 함께 할 수 있는 기적의 공간이 교회였지. 
 
교회 안 "세대 간"의 연결에 의미와 가치를 듬뿍 부여하고 싶다. 성탄절 전날이었던 24일 주일에는 유아 세례식이 있었다. 세례받는 아기를 너무나 예뻐하고 사랑하시는 집사님 부부가 아이 부모 뒤에 기도 후원자로 나란히 서셨다. "기도 할머니, 기도 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고 아름답다. 혈육이 아니라 기도와 사랑으로 맺어진 조부모와 손주라니! 이 얼마나 복음적인 호칭인가. 
 
교회를 생각한다.
제도의 교회가 아니라 체험의 교회를.
생각 속 교회가 아니라 몸으로 살아내는 교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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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특출한 은사를 열망해 보십시오.( 너희는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 내가 또한 가장 좋은 길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고전 12:31) 그리고 당신 자신이 자신의 덕을 쌓기 위한 하나의 독방이 되십시오. 당신의 두 독방 중 하나는 외적 독방이 되고, 다른 하나는 내적 독방이 되도록 해 보십시오. 외적 독방은 당신의 영혼이 육신과 함께 거처하는 집이고, 내적 독방은 당신의 양심이 있는 곳인데, 그곳은 당신의 가장 깊은 내면보다 더 깊은 내적 독방으로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혼과 함께 사시는 장소입니다.

 

 

장소는 바꿀 수 있을지 모르나 영혼은 바꿀 수 없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자기 자신은 변함없이 끌고 다니며, 옮겨 다니는 자체가 더 악화시킵니다. 마치 병자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서 흔들어 놓으면 병세가 더 악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내적 독방을 사랑하십시오. 물론 외적 독방도 사랑하고, 그에 합당한 보살핌을 해 주어야겠지요. 외적 독방은 당신을 숨겨 주지는 않더라도 보호해 줍니다. 당신이 남몰래 죄를 범하지 않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좀 더 안전한 생활을 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경험이 없는 독방의 주인이여, 당신은 모릅니다. 당신이 독방을 얼마나 고맙게 여겨야 하는지!

 

 

먼저 자신의 몸을 확고하게 한곳에 정주시키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영혼을 하나의 대상에게 집중시키는 게 불가능합니다. 누가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면서 영혼의 병을 피하려 한다면, 그런 사람은 자기 몸의 그림자를 피하려는 사람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오히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십시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기보다 오히려 여러분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마음을 쓰고,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러분을 모방하려고 거룩한 결심을 하고 후대에 오게 될 사람들까지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 인용문은 모두 생 티에르 윌리엄의  <황금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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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 기대와 소망을 나누는 Big Family Day, 2024년 가족의 날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감사제목이 많아서 놀랐다. 개인적으로도, 가족들에게도. 메말랐던 한 해라고 생각했는데, 논문이나 하나 썼지 대단한 무엇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20여 년 가까운 세월이 담긴  Big Family Day  봉투는 기도의 타임캡슐이다. 이 시간마다 소환되는 현승이의 기도제목 "로봇이 되게 해 주세요"를 생각해 보면... 동화 속 주인공 같던 아이들이 사람이 되고, 성인이 되고, 엄마 아빠를 돕고 이끌어주니 놀라운 시간이다. 
 
저녁식사 식당도, 이후의 Family Day 나눔과 진행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주도하고 있으니 또 놀라운 시간의 변화이다. 2023년 가족 마인드 맵을 그리고. 작년에 썼던 기도제목을 꺼내서 읽고. 한 해 감사한 것들을 적어보고. 오는 한 해의 소망을 기도제목으로 적어서 나누는데. "와아...." 하는 탄성이 많이 나왔다. 정말 기도가 응답됐네!!
 
호모 아도란스(homo adorans), 인간은 예배하는 존재이다. 초월적 대상을 향하고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갈망하는 존재이다. 고통이나 인간적 한계 앞에서 종교적 신념과 상관없이 더 큰 존재를 향해 손을 모으는, 기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올  Family Day는 호모 아도란스 넷의 만남이었다. 아이들이 기도한다. 기도를 종교적 규율로 가르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했는데, 보람이 차오른다.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 앞에서 하나님을 찾고 기다릴 줄 안다. 
 
신년 특새에 찬양 인도를 했다. 정말 하고 싶은 찬양이 있었는데 공동체 분위기와 맞을까 고민하다 결국 선곡하지 못했다. 새벽기도 오가는 길에 혼자 속으로 많이 불렀다. 삶과 영혼은 늘 어둠과 빛의 결투장이다. 많은 날, 많은 시간 승자는 어둠이다. 이 생이 다하도록 어둠이 온전히 가시는 날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어둠이 없는 그 어느 곳이 있을 것 같아 늘 도망갈 기회를 엿본다. 이 지루한 싸움 포기할 이유를 대라면 백 가지 천 가지. 끌어내리는 힘이 작용할 때 반대의 힘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희미하지만 때로 감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반대하는 힘에 반대하는 대신 선한 힘을 선택할 수 있다. 끌어 내리는 힘보다 한 방울만 더 크면 된다. 선한 힘, 선한 능력을 딱 한 방울만 더 키우는 기도로 버티기로 했다.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이 시를 쓴 본 회퍼 목사님이 그랬을 것이다. 대단한 믿음, 어마어마한 영적 능력이 아니라… 히틀러의 악보다, 끌어내리는 악보다 약간 더 큰 선한 힘에서 나온 노래가 아니었을까. 선한 힘을 믿고 선택하는 것이다. 호모 아도란스, JP와 채윤 현승, 영적 여정의 벗들, 나의 호모 아도란스들과 함께 "선한 능력으로!" 한 해를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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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닮게 창조된 우리, 하나님은 사랑이시니 우리 영혼의 재료는 ‘사랑’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기본설정이고 하나님 닮음의 증거입니다. 12세기 영성가 클레르보의 베르나르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단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 번째, “나를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
두 번째, “나를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
세 번째, “하나님을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한다.”
네 번째, “하나님을 위하여 나 자신을 사랑한다.”
 
사랑의 시작, 유아적인 사랑의 단계에서는 오직 나를 위한 사랑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신앙은 나를 위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돕고 나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하지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 누구시고 내가 누구인지 체험이 깊어질 때 우리는 하나님의 어떠하심 때문이 아니라 그분 그 자체로 사랑합니다. 그리고는... 죄인 된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눈으로 나를 봅니다. 내 안의 빛과 그림자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며, 하나님의 사랑을 온전히 신뢰하기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에니어그램은 사랑 안의 성장에 관한 것입니다. 자기 사랑이 자기 함몰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님 사랑에 닿아 자기 개방과 자기 증여로 이어지는 여정이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입니다. 2024년도 상반기 내적 여정에 초대합니다.
 

[대면 과정 일정과 신청]

 
✔ 일정 : 대면, 단계별 1회 6시간
✔ 장소 : 미사 나음터(하남시 아리수로 570 101동 824호)
✔ 인원 : 6명
✔ 비용 : 13만 원(점심과 커피 제공) / 단계별
✔ 문의 : 010-7242-8624
 
기본 1 : 2월 16일(금) 10:00-17:00
신청 http://bit.ly/47hVPoY
기본 2 : 3월 8일(금) 10:00-17:00
신청 http://bit.ly/48Dhmte
심화1 : 4월 12일(금) 10:00-17:00
신청 http://bit.ly/3NMqsfl
심화2 : 5월 10일(금) 10:00-17:00
신청 http://bit.ly/48pQWvl
영성 : 6월 7일(금) 10:00-17:00
신청 https://bit.ly/3rm7qib
 

[온라인 과정 일정과 신청]

 
✔ 일정 : 비대면, 단계별 2회 총 6시간
✔ 장소 : 온라인 Zoom
✔ 인원 : 12명
✔ 비용 : 12만 원 / 단계별
✔ 문의 : 010-2771-4445
 
기본 1 : 2월 3일, 17일(토) 10:00-13:00
신청 https://bit.ly/36BEoTi
기본 2 : 3월 2일, 9일(토) 10:00-13:00
신청 https://bit.ly/3amjgSC
심화 1 : 4월 6일, 13일(토) 10:00-13:00
신청 https://bit.ly/2YAzYbe
심화 2 : 5월 4일, 11일(토) 10:00-13:00
신청 https://bit.ly/2NMwOz2
영성 : 6월 1일, 8일(토) 10:00-13:00
신청 https://bit.ly/3q8Go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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