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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원에 잇대기3283

채윤이의 욕구 이야기 동생 현승이가 자신의 억지로 접는 걸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누나 채윤이는 '호모 욕구피언스'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욕구가 분명하고, 자신 안에 올라오는 욕구를 바로바로 캐치하고, 웬만하면 채워야 한다. 그것도 바로, 지금, 당장! 그래서 얼마 전까지 자주 갈등을 빚곤하던 일이 이것이다. 채윤인 그 날의 분위기와 몸상태(응?) 기타 등등을 고려해서 꼭 먹고 싶은 게 있다. 그리고 먹고 싶기 시작하면 '아, 먹고 싶다'가 아니라 '꼭 먹어야지. 안 먹으면 죽지'로 가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자주 빚어지던 갈등. 수영을 하고 오면서 채윤이의 그 분꼐선 '오늘 메뉴는 이거다. 넌 이걸 먹고 싶은거야' 하고 점지해주신 모양. 문제는 엄마는 집에서 가족의 건강과 분위기를 고려해서 나름대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자뻑하.. 2011. 2. 15.
현승이의 욕구 이야기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지만 MBTI로 치자면 정반대 유형인 남편과 나.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면도 있지만 MBTI로 치자면 거의 정반대 유형으로 추측되는 현승이와 채윤이. 뭐 성격유형을 갖다대지 않아도 채윤이와 현승이의 세상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참 많이 다르다. 많이 다른 두 아이의 동시적(응?) 엄마인 나는 그 사이에서 나를 다시 보게된다. 어제 저녁 우연히 '욕구'라는 한 주제로 전혀 다른(그러나 결론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두 아이와 나누어야 했다. 현승이와 채윤이와 엄마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잠이 들 때는 아직도 엄마의 부드러운 팔에 비비적대야 하고, 그래도 잠이 안 오면 세상 그 누구의 손도 아닌 엄마의 부드러운 손이 살살 등을 긁어줘야, 그제서야 잠이 드는 현승이다. 그.. 2011. 2. 14.
커피로 시작하는 한 해 일과 관계에 치인 '설날'의 느낌보다 그저 '새해'의 느낌이 강한 설연휴 마지막날에 네팔에 다녀오다. 컨디션 핑계를 대고 썰매 타러가는 나들이에 쏙 빠져서 침대에 뒹굴며 하루만에 일독을 해버린 것이다. 히말라야의 선물. 히말라야의 '말레'마을 열 한 가정의 커피재배 이야기. 커피로드 촬영을 위해 세 달 동안 그 곳에 머물렀던 EBS 촬영팀을 따라 갔다오니 커피 한 잔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달라졌다. 대한민국 서울에서 패션커피로 워킹커피로 우리의 손에 들려진 커피는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어떻게 재배되고 전달되어 왔을까? 커피로드의 길을 따라 하루여행 다녀오니 내가 마시는 맛있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고상함은, 사랑하는 남편을 아빠를 이주 노동자로 보내놓고 손이 갈라지도록 커피농사를 짓는 어느 젊은 엄마의 .. 2011. 2. 4.
방학의 끝을 잡고 길고도 긴 추위 덕에 방학이 어떻게 간 줄도 모르게 가버렸다. 어쩌다보니 방학의 끝. 방학의 끝에 갑자기 아홉 살 현승이 차이코프스키와 삼국지에 빠져들다. (차이코프스키는 사실 털보아저씨와의 첫만남에서 수수께끼 놀이한 이후 '차에서 코푼 시키'로 더 많이 불리고 있음) 언제부터 '엄마, 딴따라라 따라리라리라라라라라라라 딴따라라.....딴딴 딴 따다 딴딴 딴 따다... 이 음악 뭐야?' 제목을 찾아내라고 졸라대는데 이게 입에서만 맴돌고 뭔지를 모르겠는거. 차이코프스키 같은데..... 결국 방학의 끝에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걸 알아내고 급 CD를 사서 빠져든 현승이. '엄마, 나 이 음악이 너무 좋아'하면서 듣고 또 듣다 급기야 지휘자로 나서다. 객석엔 관객들도 앉아계심. 미키님, 미니님.... 2011. 1. 29.
승무원을 가진 피아노 선생님 채윤 : 아빠, 아빠. 우리 피아노 선생님 스튜어디스 갖고 있대. 아빠 : 뭐? 채윤 : 우리 피아노 선생님 말이야... 스튜어디스 갖고 있대. 아빠 : 뭐래애? 채윤 : 아, 진짜. 새로 바뀐 피아노 선생님 말야. 스.튜.어.디.스.를 갖고 있다고...오. 아빠 : (엄마한테) 뭐래는 거야? 엄마 : 나도 한참 헤맸어. 어, 니네 선생님 피아노 전공 하셨는데 무슨 소리야. 예전에 스튜어디스 하셨다고? 했더니 아니래. 예전이 아니고 지금 이래는 거야. 얘가 뭐라는 거야? 지금 스튜어디스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했더니, 하이튼 그건 잘 모르겠는데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근처 빌딩에 있대. 거기서 레슨 하신대. 뭔 말인지 알겠지? 아빠 : BBan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빠 : (서로 복화술로) 스.튜... 2011. 1. 28.
누가 이들을 강하게 키우는가? 오늘 아침에 집에 누가 온다했더니 채윤이가 갑자가 필 받아가지고 완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기 돌려주었다. 그냥 청소 흉내를 내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른이 한 것 처럼 했다. 내가 좀 할려고 했더니 '엄마는 그냥 커피 마시고 있. 내가 다 할거야' 했다. 저녁에 빨래를 널려고 '여보, 건조대 좀 들여놔주' 했더니, '건조대가 뭐야? 빨래 너는 거? 내가! 내가! 아빠 하지마. 내가 할거야' 건조대 두 개 안에 들여놓고, 아빠랑 같이 빨래를 널었다. 내가 좀 할려고 했더니 '엄마는 하지마. 아빠랑 다 할께' 그리고 끝에는 아빠까지 손 털고 다도를 하는 자세로 앉아서 양말 널기를 혼자서 마쳤다. 얘들이 오늘 왜 이러실까? 아침에 청소를 하고나서 '고마워. 채윤아! 이제 니가 진짜 아이가 아닌 거 같아. 그.. 2011. 1. 27.
오후 네 시, 커피타임 원고 마감을 코 앞에 두고 연일 폭블(폭풍 블로그질 : 해송님을 위한 친절한 설명첨부☞☜ )이다. 이 주일 정도를 같은 사진을 띄워놓고 댓글에 댓글도 안달아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꼭 원고 쓸 게 있거나, 강의 준비할 게 있으면 그러~케 포스팅 꺼리가 막 떠올라. 일하고 들어와 출출한 오후 네 시. 김치전에 인도네시아 토라자 커피 한 잔. 김치전에 부드러운 찌개두부 으깨넣고 계란 듬뿍 넣으면 완전 대박 찰지고 맛있음. 실은 조금 전에 혼자 두 장 부쳐 먹었음. 이러구 저녁 못 먹어.ㅠㅠㅠㅠ 카페하면 사이드 메뉴를 붕어빵, 김치전, 떡볶이.... 이런 걸로 해볼까? 카페 분위기 망친다고들 하겠지만 일단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텐데... 2011. 1. 25.
WP 신동 탄생 어릴 적부터(아, 지금도 어리지) 어눌한 말투로 느릿느릿 사람 넉다운 시키는데 재능을 발휘했던 아이. 아빠의 피를 받아 word play계의 다크호스로 부상(치료가 필요함) 중.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이 요즘 우리집 트렌드이고 그래서 애플사의 애플이 눈에(넣어도 아프지가 않다가 아니고) 많이 걸리적거림. 저녁 식사 중에 스티브 잡스(님도 저녁 같이 잡스세요), 애플사 이런 얘기를 하다가... '아빠, 그런데 아빠 아이패드 뒤에 있는 거 사과 말고 파인애플이다. 봐바...한 쪽이 파인 애플이잖아' 라고 웃지도 않고 시크하게 던졌다. 분위기가 그리 드라마틱하질 않아서 같이 빵터지지도 그렇다고 별달리(별달해?) 반응하지도 못했지만 엄마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 내가 신동을 낳았구나..... (원고 진도도 .. 2011. 1. 25.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다......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아무리 내가 해준 키과(키위+사과)쥬스가 환상적으로 맛있다고 해도.... 다.....당신.......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내가 당신에게 표정연기까지 나한테 맞추라고 그렇게 심하게, 모 폭력을 행사하거나...모...그러진 않았잖아. 미안해. 여보. 결혼 11년 만에 내가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못 쓰게 만들었어. 저런 당신을 보고 누가 '그 점잖은 김종필씨' 하겠수. 헌데,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어. 나도 당신때매 망가져서 사람들하고 얘기가 쫌만 길어지면 자꾸 다큐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말하자면 쌤쌤이라고. 암튼,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말야.... 여보, 나.... 나.......그냥 크게 .. 2011. 1. 24.
모방인간 최근 피아노 선생님이 바뀌고 레슨의 강도와 질이 달라지면서 하루 다섯 시간 연습하는 여자 김채윤입니다. 멘델스존 론도 카프리치오소 악보를 혼자 끙끙거리고 읽어서 더듬더듬 쳐내는 여자 김채윤입니다. 글렌굴드를 CD를 들으면서 연구하고 다시 가서 바흐 인벤션을 글렌굴드적으로 치는 여자 김채윤입니다. 하루 다섯 시간 피아노 치는 짬짬이 도 읽고, 엄마 졸라서 sbs에 500원 내고 도 다시보기 하는 여자 김채윤입니다. 또 그 틈새 노래하고 춤추고 성대모사하고 노는 여자 김채윤입니다. 따라하다 따라하다 할 게 없으면 자기 옷에 그려진 토끼모양 따라하기 까지 하는 여자 김채윤입니다. 어느 날 밥 먹다가 갑자기 저걸 했는데 누굴 따라했는지 통 몰라도 그냥 웃겨서 쓰려졌더랬습니다. 누굴 따라한건지 원래 배우를 보시면.. 2011.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