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SS 영혼의 친구274 6학년 때 짝꿍 초등학교 6학년 때 짝이었던 친구가 있다. 고맙게도 내 책이 나온 걸 알고는 얼른 구매를 해줬고, 직장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잠시 만나 사인을 해주기도 하였다. 오늘 점심에 같이 만나 식사를 했는데.... 얘기 하다보니, 이 친구와 남편 김종필씨의 함께 축구를 한 사이에다 인증샷까지 있었다. 얼마 전 이 친구 직장 축구팀과 우리 교회 교역자팀이 A매치를 했던 것. 6학년 짝이었을 때 둘이 맨 앞 자리에 앉았었는데, 당시 남자 애들은 여자 애들을 때리는 게 일이었다. 때리고, 괴롭히고.... 그게 나름대로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겠지. 그런데 이 친구는 도통 여자 아이들을 때리지 않았고 착하고 순했다. 둘이 앉아서 조곤조곤 얘기하며 놀던 기억이 난다. 착하게, 조용히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이며 남편.. 2013. 9. 26. Sabbath diary6_JP는 옳다일용할 사랑 부부간의 소통에 대해 남편이 가끔 쓰는 예가 '열린 창문'입니다. 앞 베란다 뒷 베란다 창문이 함께 열렸을 때 바람이 통하는 시원한 느낌. 소통은 그렇게 양쪽의 창문이 함께 열려야 시원시원하게 마음을 뚫어주는 것이라고. 이렇게 자신감 쩌는 책도 함께 내고 했으니까, 그까이꺼 시원한 소통이란 것이 늘 그렇게 기분좋게 유지되면 좋겠습니다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가만 두면 그 수준에 머무르기라도 해야 할텐데 이 놈의 '관계'라는 것은 가만두면 팍팍해져요. 꼭 그놈의 화분들 같아요 그렇게 곱게 정성 다해 길러줬으면 주인이 바쁠때는 목 말라도 좀 참고 버텨줄 일이지 금세 시들어버린단 말이죠. 그래서 다녀왔지요. 둘만의 일박 여행. 있어 보이는 표현으로 '부부 일박 피정' 아이들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 맡기고 .. 2013. 9. 6. 어머니와 함께 사진을 여름 휴가에 1박은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휴가의 십일조를 드리고 있지요. 올해는 1박은 못하고 어머님댁 근처 계곡에 가서 밥 먹고 발 담그는 것으로 조금 약한 십일조 드렸습니다. 아버님 돌아가실 이후 가장 밝은 표정의 어머님이 사진에 담겼습니다. '카카오탁? 뭐? 그거, 카탁?'으로 사진을 보내드렸더니만 저 사진을 직접 인화해서 주셨습니다. 그리고 부탁의 말씀. "니네 그 사진 걸어놓는 데다 꼭 붙여놔." 꼭 붙였습니다. 눼에~눼.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인 이 사진은 어떤가요? 어머니, 어머니 삶의 진짜 주인공이 되어 사시길요. 부디. (시어머님과 닮았다는 논평은 삼가해 주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ㅡ.,ㅡ) 2013. 8. 20. 기다림을 누림 사랑하는 많은 시간은 '함께함' 보다는 '기다림'의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결혼 전 대학원 시절 JP는 학교 앞에 와서 오래오래 날 기다려주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 직장 다닐 때도 직장 근처 카페에서, 같이 퇴근하기 위해 지하철 역에서, 간혹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기시키고 김기사의 자세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만날 때면 늘 5분 일찍 도착하는 남편이 5분 늦게 가면서도 당당한 나를 기다렸지요. 그 모든 시간에 복수하고 보상을 받듯 기다림의 갑과 을이 대대적으로 바뀐 적도 있습니다. 신대원 3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나는 내내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두 녀석의 목 매는 그리움까지 내 몫으로 떠안고 보면 처절한 시간이었지요. 요즘은 주구장창 남편의 퇴근 시간을 기다립니다. .. 2013. 6. 8. sabbath diary5_생명과 죽음과 사랑, 그리고 커플티? 수요예배 설교를 앞둔 월요일이니까 가까이 있는 마포 강변으로 나가기로 합니다. 강변에는 푸른 생명이 출렁거립니다. 이거 뭐 신혼여행 때도 안 입었던 커플티를 입고....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닙니다. 될 것도 같습니다. 월요일 오전 강변에선 우리가 제일 젊습니다. 우리 이대로 푼수 떨게 해주세요. "여보, 왜 하나님께선 이 땅 위의 악을 그대로 두실까?" 핑크색 커플티 입고 셀카 찍던 분위기에서 나올 질문은 아닌 것 같으나. 뭐, 익숙합니다. 초록빛 생명의 출렁임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악에 대해, 죽음에 대해,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해 끝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각각 읽은 소설 이야기를 합니다. 스캇 펙의 , 윌리엄 폴 영의 생명과 죽음의 이야기가 '사랑'의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2013. 6. 5. 꽃중년 야, 거기 어느 골목에 즉석 떡볶이집 생각나냐? 알지. 부산 떡볶이. 오스카 상가에 있는 오락실은? 패밀리 기억 나? 별나라 예식장 1층에 있는 햄버거 집 말야. 야, 벌써 30여 년 전이다. 30년? 그렇지. 30년이 다 됐지. 그냥 생각하면 아직 젊은 것 같은데 30년이라고 하니까 세월 진짜 많이 갔다. 그럼, 우리 이제 중년이야. 중년? 중년이라도 나는 꽃 중년이야. 야, 꽃이든 호박이든 어쨌든 중년은 중년이야. 젊은 날에 함께 하모니를 맞춰 노래도 하고, 북한산에 가서 수박도 깨 먹고, 고난도의 네 박자 게임도 했던 친구들을 만났다. 사진의 한 친구는 40년 지기 친구이다. 아마도 걸음마 할 때 부터 함께 놀기 시작했을 것이다. 또 한 친구는 고3 때 만났다. 인도요리 집에서 커리에 난을 찍어 먹.. 2013. 5. 24. sabbath diary4_나무 아래 그 길 심학산을 가자니까 '난지도 공원, 난지도 공원' 하면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정말 멋진 길이 있다며 며칠 전부터 노래를 하더니. 과연! 멋진 길이었다. 남이섬 저리 가라, 담양도 저리 가라. 메타세쿼이어가 늘어선 길, 그 길이었던 것이다. 실은 이 남자가 '가면 있겠거니' 하는 안일한 태도로 가이드를 시작한 것이다. 주차하고 걷기 시작하는데 이거 뭐, 멋대가리 없는 시멘트 길이 펼쳐졌었다. '한 소리 듣겠구나' 싶었는지 실없는 말 개그 몸 개그로 주의를 흐트러뜨리려는 노력이 눈물겨웠다. 이 사람아, 바로 이게 당신 전공 내 전공이라고! 당신과 손잡고 인생길 함께 걷기 시작하여 그저 좋아라 칠렐레 팔렐레 했지. 분명 끝내주는 길이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손잡고 가는 길마다 상상 그 이상이었던 거지. 새소리.. 2013. 5. 20. 한강의 연인 엄마, 저 구름 뒤에는 천공의 성 라퓨타가 있을 것 같아. 엄마 있잖아, 그게 있을 것 같다고 상상하면 없는데도 정말 있는 것 같은 느낌 알아? 구름만 있는데 구름 뒤에 진짜 라퓨타가 있을 것 같은 거. (재량 휴업일이라 학교 휴업인 현승이와 한강에 나가 탱자탱자 놀다 왔다.) 남편과의 애정사에서 굵직굵직한 일은 모두 한강 변에서 일어났다. 15, 6 년 전 어느 날 천호대교와 광진교 사이 한강 변에서 두근두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었다. 팔당대교 아래 한강변에서 데이트하며 '가난하게 사는 장래희망'을 나누고, 그가 지은 시와 노래를 읊으며 하염없이 앉아있기도 했었다. 둘 사이에 한강보다 더 큰 강이 흘러 도저히 건널 수 없다는 좌절에 헤어지기로 한 날도 11월 이른 추위가 들이닥친 한강 변이었다. 결혼 .. 2013. 5. 1. sabbath diary3_연하고 부드러워 상처받기 쉬운 하루하루 가는 것이 아까운 나날이었다. 붙들어두고 싶은 시간들이지만 붙든다고 붙들어지는 시간이 아님을 알기에 안타까움에 동동거리진 않았다. 다름 아닌 저 빛깔들 말이다. 검도록 진한 가지의 색, 보드라워 찢어질 듯 엷은 색의 이파리들. 온갖 자연을 통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다. 1년에 딱 한 번, 잠깐 내 곁을 스쳐지나 듯 사라지는.... 멈춰 서지 못하여 제대로 눈 맞추지 못했다.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걸 카메라에 담아 무엇하랴 싶어 사진도 한 장 찍지 않았다. 이러다 그냥 보내겠다, 싶어 안타까웠지만 담담하기로 했다. 집 가까이 선유도 공원이 있었고 내리던 비가 멈추고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손잡고 함께 걸어주는 그가 있고 일주일에 한 번 허락되는 안식의 시간이 와 있었다... 2013. 4. 29. 큰 사람 #1 모닝커피와 함께 '짧고 굵은 수다 떨기'가 좋다. 오래 같이 살아서인지 짧은 시간에도 깊은 대화로 들어가서 잠시 머물다 바로 털고 일어나는 일이 가능해졌다. 남편이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전보다 자유로워진 덕인지도 모른다. 채윤이 시험기간이라 덩달아 피폐해져 있는 내게 오늘 아침의 짧은 수다는 오랜만에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시간이었다. 남편은 나가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다 보니 그가 또 한 방울의 'goodness'를 떨어뜨리고 갔구나 싶다. #2 어제 구역장 성경공부를 인도하며 남편이 했다는 얘기다. 주제가 '용서'였는데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타인을 향한 '용서'인데 많은 크리스쳔들이 심지어 목사를 찾아와서 하는 말이 '제가요. 절대 용서 안 할 .. 2013. 4. 25.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