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신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멀리는 고3때, 가깝게는 채윤이를 낳고도 결심했던 일이다.

결혼 전, 어느 여름 날.
남편은 장신대 도서관에서 신대원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도 대학원 공부 중이었고 여름방학 때라서 같이 옆에서 같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느닷없이 기윤실에서 '와서 간사로 일해보지 않겠냐?'하는 제의가 있었고,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결혼을 시켜주지'하시는 부모님 말씀과 더불어 마지못해 신학도인 자신을 받아들이는 나를 염두에 두고 남편은 과감히 책가방을 쌌다. 기윤실로 가기로 결심하고 장신대 도서관에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내 손을 잡고 나왔었다.

다시 남편은 신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번에는 남편의 의지가 강하다. 웬만한 일에 남편이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결심은 내가 웬만큼 방해공작을 해도 별 수 없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 반대할 수도 없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처음엔 마음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금, 평신도로 교회 공동체를 섬기고 내 일을 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모' 그렇게도 피하고 싶었던 '목사의 아내 즉, 사모'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편이 드디어 자신의 소명을 향해서 주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회에서 있었던 사경회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듯 했다.'너도 잘 알고 있지 않니? 네 남편의 소명을 니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니? 이제 그만 놓아라. 그만 붙들고 있으라니까'
결국 기쁨으로 남편을 지지해야지 결심했다. 그러나 내 맘에는 평안이 없었다. 슬프고 괴로왔다.
기도했다. '하나님! 남편의 소명이라는 것 알겠어요. 남편이 사람들의 영적이 성장을 도우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치고 아이디어가 많은 것 알겠어요. 그렇다면, 정말 그렇다면 제 마음에 평강으로 응답에 주세요. 제 마음에 평안이 없어요'

어느 주일 아침 예배에서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의 평강'이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

'내가 부모로서 아직 세 살, 여섯 살 밖에 안 된 채윤이와 현승이의 독특한 성품을 이해하려 하고, 달란트를 발견하려 애쓰고 있다. 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언젠가는 찾아야 할 것이고 그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을 돕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하물며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 나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부르시겠나. 내 성품도 무시하고 내 달란트도 무시하고 살아야 하는 자리로 나를 부르시겠나? 혹시 남편이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면 내가 지휘를 못하거나, 목녀로서 섬기지 못할 수도 있고, 교회 홈피에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일들을 못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뭐 내 정체성의 전부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보다 행복한 사역의 자리로 날 부르실 하나님이 아닌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누구보다 잘 아시는 하나님이신데....'

하는 생각의 전환으로 이끄셨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께서 내 '생각의 틀'을 바꿔주신 것 같았다. 또 굳이 남편 때문이 아니라 내가 현재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내게 주어진 모든 일과 사람들이 하나님께로서 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졌다.
홍순관의 노래에 '님의 세계에 산다는 것은 새의 날개처럼 자유로운 것'이라는 나레이션이 있는데 그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부부는 이 문제를 놓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중이고, 대화중이고, 기도중이다. 이 일로 남편이 자신의 돌아보는 기회가 되어 자신의 문제에 직면하는 계기가 된 것도 감사하다. 물론 이 과정은 남편 자신에게나 내게나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남편의 소명과 꿈을 소중히, 정말 소중히 여기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통과해 나갈 것이다.

2005/07/04

<경고문>

혹 식사를 하신 지 얼마되지 않으신 분이나 원래 속이 좋지 않으신 분은 다음 글을 읽는데 주의를 요합니다. 내용이 느끼해서 속이 심히 울렁거리 수 있겠습니다.ㅋㅋㅋ

-----------------------------------------------------------------------------

어제부터 남편은 3부예배(청년예배)를 드린다.
주일 2부에 채윤이는 유치부로 현뜽은 유아실에 맡기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드리는 예배는....
둘이 함께라서 더욱 감사하고 행복한 예배가 된다.

남편이 청년부를 섬기기로 했다.
2부 예배 시간에 청년부 아이들을 데리고 기독교세계관 스터디를 하게 된다.
자연스레 우리는 각각 2부와 3부 예배를 따로따로 드리게 되었다.

남편이 3부 예배를 드리는 동안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들을 봤다. 예전에 많은 선배 아기 엄마들이 그렇게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을 봐왔었다. 어느 새 내가 그런 자리에 있었다.

예배가 끝날 즈음 유아실 유리문으로 본당 끝 쪽에서 예배 드리는 남편의 모습을 오래 쳐다보았다.
두 손을 펼쳐 들고 찬양 드리는데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닭살?ㅋㅋㅋㅋ)
펼쳐 든 남편의 손이 클로즈업 되어 눈에 들어온다. 손바닥이 넓고 손가락은 짧은 두툼한 손.
나는 원래 관심 있는 남자의 손을 주시하는 버릇이 있는데 예전에 본 남편의 손은 딱 내가 좋아하는 손이었다. 그 손으로 찬양 시간에 기타 반주를 하면 참 멋이 있었다.(거의 쓰러질 정도로...또 닭살?ㅋㅋㅋ)
남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예전 3청 때의 모습이 많이 생각났다. 참 멋있는 후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인지는 몰랐었다. 그 때는 정말 보이는 아주 작은 모습에 매력을 느꼈을 뿐이었다. 결혼해서 보니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몇 개월 안되서부터 내가 유치부를 섬기게 되었었다. 지도교사라고 말하자면 평신도가 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남편은 당시 고등부를 섬기고 있었는데 채윤이를 낳고나서 기꺼이 고등부 봉사를 접고 나로 하여금 계속 유치부를 봉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남편 일생에 그렇게 길게 교회봉사를 쉬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기꺼이 그렇게 해 주었다.
이제 청년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함께 나누고 가르치는 일로 봉사를 다시 시작한다. 3부 예배 드리는 동안 남편을 기다리면서 감사했다. 나도 남편의 봉사를 위해서 아이들을 돌보며 기다려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그리고 또 감사했다. 내가 대견스러웠다.
어쩌면 그 시절에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도 확실했을까?
어찌 저렇게 좋은 남편을 선택하는 눈이 내게 있었단 말인가?ㅎㅎㅎ

2004/10/25

우리 부부는 많은 것들이 다른데....
일상에서 많이 갈등을 일으킨 것 중 하나가 전화였다.
나는 수시로 아무 일 없이 전화하기 좋아하고 남편은 그렇지 않다.
용건 없이 자꾸만 전화해서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이렇게 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끼리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남편이 전화 받는 태도가 시큰둥하면,
'날 사랑하지 않는게야~' 하면서 삐지곤 했었다.

남편으로서는 아무 일 없는데 전화를 주고 받는 것, 특히 자신이 사람들과 이야기 중이거나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런 전화를 받는 것이 매우 불편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인식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머리로는 미리 알았지만......

요즘은 내가 전화를 많이 안 한다. 이렇게 전화를 많이 하지 않는 건 사랑하지 않는 것인줄 알았는데....ㅋㅋㅋ...그게 아니었다.

내게 있어서 사랑이란?
전화하고 싶을 때 한 번 쯤 참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냥' 그가 먼저 전화하는 일이 더 많아진다.

- 습관적으로 전화에 손이 가는 어느 오후에 -

=============================================
강은교님의 <사랑법> 이라는 시다. 정확하게 외우지는 못하는데 대충 이렇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고 하고...

그리고 남은 시간은 침묵하라.

하늘에 대해, 꽃에 대해, 무덤에 대해
서두르지 마라.

.............

정확하게 보고 다시 올려야 겠다.
암튼, 그런 내용이다.

2004/02/06

송미경 : 나도 늘 이런 소리를 듣는데..."야, 전화 좀 해라" 혹은 "너 뭐 전화받는 목소리가 그러냐?" 난 채윤이 아빠가 이해가 팍팍 되고 가슴에 화악 와닿는다^^ (02.06 17:15)
김인아 : 전, 제가 남편한테 '뭐냐? 목소리가?'라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이젠 확 뜯어 고쳐부러써요. 그거이..그래요. (02.06 19:41)
함영심 : 전화통 붙들고 밤 샌적도 있었던 저인데...결혼후 7~8년 동안 전화 안하는 것 땜에 싸웠는데... 요즘은 남편이 전화하면 쌀쌀+냉정하게 "왜??" 바쁜 일 할때나 뭔가 하고 있을때 전화벨 울리면 귀찮고 짜증나서 안받기도 하게 되었으니... (02.08 22:47)
김주연 : 정말 그렇게 될수 있을까요..나중에 한번 실험해봐야지~ㅋㅋ (02.10 10:45)

우리 가족의 이사는 늘 부모님과 얽혀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결혼 후 첫 신혼집을 결정할 때부터 그랬습니다.
신혼집을 얻는 문제로 고심하다가 부모님이 가지고 계셨던 낡은 건물로 들어가기로 결정를 했더랬습니다.
그 때 이후로는 아이들 양육문제 등으로 이사에 대한 주도권이 우리에게 온전히 주어지질 않았습니다.
 
채윤이 학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올 겨울 쯤에는 진짜 부모님과 떨어져서 교회 쪽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기로 마음을 확정한 것은 지난 여름.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남편이 부모님께 말씀 드리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이사하는데 있어서 제일 어려운 문제는 돈 문제도 아니고,
어디로 갈 지를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기가 제일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번의 이사는 특히 부모님과 완전히 독립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현승이 안 보시면 하루라도 그냥 지날 수 없는 분이 아버님이시기 때문이고,
어머니 역시 늘 아니라고 하시지만 채윤이 현승이 그리고 막내 며느리 곁에 두고 함께 지내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암튼, 두 분의 낙은 특히 아버님의 삶의 낙은 현승이인데....
 
결국 방학이 끝나기 전에 말씀 드리기로 한 계획은 지켜지질 못했습니다.
상황이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남편이 쉽게 마음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 남편을 닥달하기도 해지만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말에 올라온 남편이 주중에 묵상한 말씀을 얘기하면서,
"여보! 아브라함과 룻이 헤어지는 부분 묵상을 했는데....룻은 당시 가장 좋은 땅 소돔으로 갔잖아. 아브라함은 스스로 선택권을 가지지 않고 상황에 따르며 인도하심을 받았잖아. 그 이후의 룻과 아브라함의 행로를 보면서...
우리도 아브라함 처럼 이사하는데 인도함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여러 가지로 답이 안 나오지만, 그리고 어디로 갈 지부터 다 막막하지만 기도함으로 인도함을 받자"
했습니다.
저 역시 그러겠노라하고 별다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선하게 인도하실 것을 구했습니다.
 
10월 중순이 지나서 이제는 이사 준비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주말에 남편이 올라오면 말씀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에 갑자기 여기서 밝힐 수 없는 문제가 부모님께 발생했습니다.
저는 마음이 상당히 복잡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이사얘기 하는 게 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 되겠다.
암튼, 사실을 사실대로 말씀 드리리고 했습니다.
 
남편이 올라온 토요일에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말씀 드리기로 하고 꽃게찜을 했습니다.
식사 준비를 다 하고 부모님 댁에서 막 식사를 하려는데...우리 집 주인이 찾아온 것입니다.
보일러 공사비 줄 것이 있고 또 할 얘기가 있다고 하면서요.
우리 집으로 건너와 얘기를 들어보니 '너무 미안하게 됐지만 12월 중에 집을 좀 비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12월 중순은 우리가 사실 이사하고 싶었던 시기입니다. 할렐루야~~~
저희 부부는 좀 놀랐습니다. 어쩌면 이 순간에 주인이 나타나서 이런 제안을 할까?
 
주인이 가고 부모님께 얘기하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주인이 나가라 한다고 말씀 드렸더니 두 분 다 노발대발 하십니다.
계약기간이 1년이나 남았는데...버티고 살면 주인이 할 수 없는거다. 하시면서요.
그래서 '실은 저희가 벌써부터 이사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채윤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사를 해야지.
아니면 1년 다니고 전학을 시키는 건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교회 사역을 위해서도 교회 가까이 가야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잠시 싸~ 해졌지만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었죠.
 
막상 집을 알아보니 전세 값이 너무 올라서 교회 근처로는 꿈도 못 꾸게 되었습니다.
하남으로 가기로 했지만 아예 전세가 나온 것이 없었습니다.
돈도 적고 게다가 전세대란이네 뭐네 하면서 나온 집도 없으나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보기에는 어떠하든지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집을 주실 것을 믿었기 때문이죠.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하남에 사는 은강이 엄마가 딱 우리가 가진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집을 구해가지고 전화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순조롭게 계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2월 18일에 하남에 백조현대로 이사합니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위험부담을 안고 30평대의 새 아파트에서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24평을 살면서 22평으로 가려니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이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헌데, 30평대 살다가 그 다음은 어떨까 싶으니 깨끗이 마음을 접는 것이 좋겠다 싶었습니다.
더 낮은 쪽으로 향하여 살아야지 높은 것을 향하다보면 마음의 불행은 끝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암튼, 사실 마음은 쫌 그러네요.
지금보다 방이 하나 적고, 거실도 더 작고...
채윤이가 학교를 가는데 공부 방 하나 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베란다 바로 앞이 상가 문방구라서 창문을 열면 아이들 쭉 앉아서 오락하는 모습이 전경인 것도 그렇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도 아주 깔끔하지는 않구요...
모든 것이 퍼펙트하고 불편한 게 없는 상황,
정말 그건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감사합니다.
 
이번 이사과정을 통해서 기도하며 믿음으로 기다릴 때 하나님이 인도하심을 확실히 경험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입니다.
 
부부가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할 때,
어린 채윤이와 현승이도 함께 기도할 때,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곳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006.11.18

무거운 얼굴로 아이들과 함께 잠든 당신을 보며,

이 늦은 밤,

하나님의 긍휼하심이 내 가정에 내려오길 기도합니다.


돌아보면,

나의 사랑은 늘 실패했고,

나의 지혜는 늘 얉은 꾀에 불과했으며,

나의 인내와 친절은 가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하나님께 도움을 청하면

언제나 하나님께서는

사랑을 보충해 주시고,

하늘의 지혜를 깨닫게 하시고,

성령의 마음을 주셔서,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딱딱한 나의 마음을,

사르르 녹아지게 하셨고,

목마른 당신 영혼을,

샘물 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코 우리를 실망 가운데 두지 않으신 하나님께서,

오늘 밤 나와 당신의 영혼에

평화가 깃들도록 은총 주시길 기도합니다.


나의 사랑은 불완전하나,

그분의 사랑은 완전합니다.

그분의 사랑 의지해,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나와 당신,

하나되게 하신 그분의 뜻이 하나하나 실현되길

기대하며 기다리며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2006/02/12

남편이 짐을 싸서 천안으로 어학 계절학기를 하러 내려가는 날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버님이 문을 두드리신다.

어제 아버님의 생신을 미리 앞당겨서 했는데 형제들이 모아서 식사를 거하게 하는 걸로 선물을 대신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냥 지나기가 아쉬워서 안 받으시겠다는 걸 용돈을 드렸다.

아침에 아버님이 쑥스럽게 아들에게 봉투를 하나 내미셨다. 어제 드린 용돈을 그대로 다른 봉투에 담아서 '사랑받는 주님의 사랑속에서 열심히 하여라. 아버지 엄마가'라고 써서는...그 글을 보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다.


아침식사 중에 채윤이의 기도.


'하나님! 아빠가~아, 이제 금요일 토요일 주일에만 현대 아파트에서 자요. 금요일 토요일 주일도 잘 보내게 해주시고요....

음...목요일 월요일, 또...수요일 화요일도 혼자 잘 자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아멘'


아멘이 절로 나오는 감동적인 기도였다.


밥을 먹으면서 '아빠! 아빠 오늘 가면 오래오래 안 올거야? 내가 늙을 때 까지 안 오는거야? 그래도 내가 결혼할 때는 올거지? 내가 결혼할 때는 꼭 와. 내 손을 잡고 들어가야 하잖아' 하는 쌩뚱맞은 말을 해댄다.


식사를 마치고 얼렁 설겆이를 해 준 아빠가 짐을 챙겼다.

집을 나서기 전에 넷이 거실에 앉아서 기도하기로 했다.

'당신은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는 축복의 통로, 당신을 통하여서 열방이 주께 돌아오게 되리'

찬양을 하고는...

현뜽이가 '하나 더 하자'하는 제의에 '아빠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렸다. 천장도 쳐다보고 괜히 머리도 쓸어 넘기면서 눈물을 참았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기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없는 동안 아이들과 더 열심히 놀아주고,

열심히 말씀 묵상하고,

남편을 위해서 기도하고,

즐겁게 일하면서 살기.

올해의 목표다.


결혼 7년 만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고, 하나님 나라에 필요한' 자신의 소명을 찾아 떠나는 남편으로 인해서 감사하며...

2006/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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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싸 주는 도시락을 펼쳐들면,

제일 먼저 기도하고,

그담엔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도시락, 고맙다고 말이다. 

20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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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도시락을 싸줬다. 도서관에 밥을 팔지 않기 때문에, 글구 돈도 절약할 겸, 아내에게 도시락을 요청했다. 흔쾌히 즐거운 표정(?)으로 도시락을 싸줬다. 도시락을 풀러보니, 반찬이 네 가지나 된다. 키위도 예쁘게 포개져있고, 따뜻한 녹차도 김이 모락모락 난다. 신혼 초, 기윤실에 다닐 때 모두를 깜짝 놀래켰던 치즈로 만든 하트와 그 위에 쓰여있는 편지는 없었지만, 락앤락 뚜껑을 여는 순간 아내의 사랑이 훈훈하게 번지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사역이다 뭐다 하면서 돈 버는 데는 전혀 재주가 없는 남편을 만나, 아내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느낌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으리라. 채윤, 현승도 아빠로부터 값비싼 선물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런 부실한 남편이자 아빠가, 또다시 신학교 들어간다고 일을 그만뒀다. 앞으로 최소 연말까지는 수입이 없다. 두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진다.


     주께 내 맘을, 내 삶을 드리기로 작정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껏 걸어온 내 삶의 발자취 역시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길이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난 진정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가정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 "슬픔 대신 희락을, 재 되신 화관을..." 그렇게 이끄실 주님의 은혜를 마음 깊이 사모한다.


     "도시락"은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고, 지금껏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찬양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언약이다.

200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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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직장 일로어제부터 3박4일간 집을 비웁니다.
결혼하고 가장 많이 떨어져 있었던 적이 이틀입니다.
어제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슬펐습니다.
가장 행복한 성가연습 시간에도 마음 한 편이 어두웠습니다.
오후에 평촌에 있는 언니집에 놀러 갔다가 저녁 먹고 남편 사무실에 내려 주고 셋이서 집에 왔습니다.

오후 내내 '안 가면 안 돼? 당신도 슬퍼? 안 슬프지?' 하면서 보챘습니다.
남편을 내려주기 위해서 사무실 앞에 가는 동안 김채윤이 칭얼칭얼 합니다.
'아빠 가는 거 싫어. 내가 아빠가 보고 싶으면 안 되잖아. 내가 아빠 보고 싶으면 어떡해? 아빠! 거기는 엄마들하고 애들은 따라가면 안 되는 거야?'
저것이 또 여우짓 하는구나. 별로 슬프지도 않으면서 오버하면서 슬픈척 하기 놀이 하는구나. 했습니다.
아빠랑 뽀뽀하고 헤어지는데 백밀러로 보니까 채윤이 눈이 젖어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차에서 내린 다음에 집에 오는 동안 김채윤은 계속 아빠가 언제 오는 지에 대해서만 물었습니다.
수요일은 자기가 뭘 하는 날이냐? 세 밤 자는 게 아주 긴 시간 같이 느껴지나 봅니다.
'나 벌써 아빠가 보고 싶잖아' 하면서 울먹입니다.

그러다가..
'채윤아! 너 차에서 잠들어도 주차장에 가서는 잠 깨고 혼자 올아가야해. 엄마 가방도 들어야 하고...'
하는데 말을 가로채며 하는 말.
'엄마! 우리 그런 얘기는 하지 말고 아빠 얘기만 하자. 아빠가 보고 싶잖아'

결국 집에 도착.
차 안에서 잠든 두 녀석 어찌 어찌 깨워서 집에 들어왔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보자마자 '아빠 아빠'하면서 울기 시작하더니 두 녀석 모두 침대에 앉아서는 '아빠한테 가고 싶어. 아빠~아. 아빠~아' 하면서 웁니다.
할아버지 '이리 와. 할아버지 안아주께 이리 와' 몇 번 이러시다 삐져버리셨습니다.
울어 재끼는 두 녀석 보고 있자니 나도 눈물이 나는데 그 상황에서 같이 울면 엄마 체면이 말이 안 되겠기에 슬쩍 눈물 닦고 애들 달랬습니다.

아니...
밤에 자는데 두 녀석다 왜 그리 아빠 찾으면서 잠을 깊이 못 자는지...

겨우 삼 일 떨어져 자는 것 가지고 우리 세 식구 너무 한 것 같기도 하구요.
JP한테 심하게 중독돼 있는듯 합니다.

200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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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하는 아이들의 챠트를 보면 이런 저런 치료사나 검사자의 소견이 들어있다.
이 아이를 봤던 어떤 전문가에게도 '눈 마주침(eye contact)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모두들 언급한다. 이 아이가 눈마주침을 하는 지 안 하는지....

관계에 있어서 '눈마주침'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들의 눈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대략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향해서 갑자기 눈을 맞추는 것이 부담스러워진다면 분명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뒤집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의식적으로 눈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
3월부터 시작하게 되는 강의 준비에 조바심이 난 것일 수도 있고, 당장 학회 때 해야 할 강의가 부담이 돼서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고, 시부모님 맞춰서 살기에 지치고 꾀가 나는 것일 수도 있고....

이럴 때 만만한 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다. 시부모님이 싫고 남편도 밉고 심지어...애들도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남편이 오전에 강의가 있었다. 점심 때쯤 차를 받아야해서 만났다. 온통 마음이 뒤틀려 있어서 '같이 점심 먹자고 해도 됐다고 해야지' 결심하고 있었다. 결심은 그렇게 해 놓고 거절하기가 뭣해서 아웃백에 같이 아웃백에 갔다.
'무슨 일이 있어?'하고 남편이 묻는다. 예전 같으면 '아니!'하고는 말을 먹었을 것이다.
남편의 질문에 담박에 대답이 나왔다. '나 힘들어. 엄마, 아내, 며느리의 자리가 다 힘들고 버거워' 하니 놀란 듯 '아내도?' 한다. '당연하지. 나 오늘 도망 갈거야. 가방에 통장에 넣어야 하는 돈 60만원 있거든. 이거 갖고 도망갈거야. 어디 어촌 식당 같은데 숨어서 취직할거야? 드라마에서 봤지? 그런데 말야. 오늘 저녁에 집에 안 들어오면 주문진이나 이런 데로 도망간 줄 알어'했다.
'도망가지마~슬럼프는 나 하나로 족한데. 당신까지 그래'하는데 남편의 눈을 봤다.
그리고 별다른 얘기 하지 못하고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다.

남편과 헤어져 학교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 오가는 길 남편의 눈빛이 마음에 살아있다. 심사가 마구 뒤틀려 계속 엇나가고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착하고 이해심 많은 남편한테 너무 고문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카페라떼 한 잔 사서 차에 탔다. 천천히 운전하며 음악 듣고 커피 마셨다. '오늘로 끝내야지. 이 커피 한 잔으로 정리하자' 하며 돌아왔다.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친다는 것..........
  2005/02/02
        
이화경 어제 저녁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힘 내! (05.02.03 13:15) 댓글삭제
김종필 치마는 샀수? ^^ (05.02.03 20:17) 댓글삭제
정신실 화경! Feel이 올 때는 빨리 행동에 옮겨야 하느니라. 전화 하지 그랬어~ (05.02.04 00:36) 댓글수정삭제
이화경 채윤아빠가 약속있대서.. 언니네나 우리나 가족이 다 뭉쳐야되잖아... (05.02.04 12:45) 댓글삭제
오은정 어록에 추가 하나!! 도망가지마~~ 언니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05.02.05 10:42) 댓글삭제
정신실 매일 매일 남편이 맛사지 크림 발라주는 당신도!^^ 잊을만하면 함 써 먹어봐. 어제들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반응 잘 나올꺼야. (05.02.05 12:34)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슬픈 눈으로...'도망가지마~' 창재씨가 젤 열심히 연습하대.^^ (05.02.05 12:34) 댓글수정삭제
주일 예배 후 저녁 성경공부 전까지 황금 시간...
아내가 후배들 만나 저녁사주고 얘기한다고 하길래
첨엔 가지 마라 했다가 나중엔 같이 가기로 했고,
결국엔 아내만 가고 난 차 안에서 자는 두아이 두고 혼자 김밥 먹고,
나중엔 둘 다 깨서 롯데이아로 피신을 가게 되었다.

두 녀석 놀이시설에 풀어놓고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감자튀김과 음료수를 먹는 중...

채윤이 쉬 마렵다고 화장실 데려다 달란다.
배가 뚱뚱해 바지 단추를 못풀고 못잠그기 때문이다..
그 새 현승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의자를 붙들고 서있다.
끙~ 중이다.

얼른 채윤이 화장실에 데려자두고,
현승 안고 밖으로 가 차에서 기저귀를 갈았다.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뒤에서 재잘거린다.

볼풀, 미끄럼틀, 에서 노는 아이들이 '아빠'하고 손을 흔들어대고
2~3분에 한번씩 와서 안기고 간다.
나는 감자튀김 2개 집어먹고 소화 안돼 꺽꺽 거리고 앉아있다.

주일 저녁,
아내는 후배 만난다고 SKY LARK 에서 썰고 있고,
난 아이들이랑 차 안에서 김밥 먹고,
롯데리아에서 애들 보고 있다
  2005/01/17
        
김복자 오홍~~ 그랬군요!!! 저도 바빠서 시험을 어떻게 치렀는지 모르겠더군요... (05.01.17 17:36) 댓글삭제
김복자 진짜 힘드셨겠네요... 두 애가 다 ㅋㅋㅋ (05.01.17 17:37) 댓글삭제
김이수 어제 운동장에서 채윤이 파이팅소리듣고 난후에 이런일이 있었군요..ㅋㅋ (05.01.17 19:56) 댓글삭제
정신실 이왕 쓸려면 끝까지 써야지 여보~ 애들하고 차는 인수인계 하면서 차키는 안 주고 성경공부 하러 간 거 말야 (05.01.17 23:29)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커다란 기저귀 가방에 두 녀석 데리고 택시 타고 교육관 까지 가는 길...첫 지휘한다고 정장으로 빼입어서 불편은 하지. 길은 (05.01.17 23:35)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미끄럽지. 파카 입은 현승이 안고 그 길을 걸어서 갔수다~ 그것까지 써야 끝이지 말이야.. (05.01.17 23:36) 댓글수정삭제
김인아 대단하다! 둘다! ss와 jp말이예요 (05.01.17 23:39) 댓글삭제
박정원 감사합니다..그런 섬김이 있으셨기에 제가 정선생님과 좋은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거군요! (05.01.19 10:18) 댓글삭제
김종필 박정원 샘~ 멀리서 오신다는데 그 정도야 남편이 배려해야줘..뭐 조만간 정신실 씨가 저도 스카이락에 데려가겠죠. ㅎㅎ (05.01.19 16:49) 댓글삭제
정신실 멀리서 오신 분은 박선영선생님이구요....어찌됐든 당신의 배려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아! 스카이락 가서 당신 카드로 긁은 거 (05.01.19 20:15)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몰랐수?ㅋㅋ (0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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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팔불출 이미지였는데, 에잉~ 오늘은 기냥 망가지자.)

결혼 전 아내를 만나기 전, 그러니까 연애란 걸 모르던 시절에,
나는 연애가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두려웠었다.
처음엔 사랑한다고 해놓고서 그 사랑이 변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연애감정은 순간이야. 그 다음은 의지지."

누군가 이렇게 말했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감정이 지나고 나면 의지도 잠깐이지, 어떻게 평생을 그렇게...

그러다가 사랑의 마법에 걸리고 나서 결혼까지 하고,
이제 5년하고 7개월째다.

그런데, 이 감정은 (조금 들쭉날쭉 하지만) 좀처럼 식질 않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내가 내 옆에 있어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진로때문에 힘들 때, 아파서 시름시름 앓을 때, 괜시리 우울 할 때,
언제나 아내는 내 옆에서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주었다.

요즘 소화불량 때문에 좀 속된 말로 일할 맛도 안나고 내내
몸 유지하는 게 힘겹다.
그래서 그런지 매일 죽 쒀주고, 일일히 식사 간섭하는 아내가 고맙다.

어제 오늘 이상하게시리 아내가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다.
지난주 부활에 관한 설교를 듣고 난 후 갑자기 '죽음'이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돌아가신 고모님, 작은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 하던 차에,
일상의 소소한 일들로 아내를 타박하고 비난하고 무심하고 하던게 다 부질없게 여겨진 듯 하다.

사람이 살 날이 많지 않고 아내를 즐겁게 할 날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이왕 사랑하는 거 더 애틋하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시부모님 모시며 집안 일하랴, 남편의 경제적 부족분을 채우느라 바깥 일하랴,
아내의 힘들어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힘내시오! 정신실 씨, 부족하지만 내가 늘 옆에 있잖소!
힘내시오!
 
 
2004/12/21
        
정신실 철자법 정정: 일일히 -> 일일이 (04.12.21 20:04)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경제적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일하지 않음. 양육을 위해 어느 정도는 포기할 수 있으나 전적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일 (04.12.21 20:06)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이기 때문에 지금 아주 적절하게, 행복하게 일하고 있음. 그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경제적인 유익임. (04.12.21 20:06)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이런 식으로 짚고 넘어 가니까 나 꼭 당신(김종필 )같지 않우?ㅎㅎ (04.12.21 20:09) 댓글수정삭제
정신실 팔불출의 아내됨이 행복하옵니다....서방님~ (04.12.21 20:09) 댓글수정삭제
김복자 뭡니까!!! 두분은 평소에 대화를 글로 하시나보군요... 아름답군요 두분의 모습^^ (04.12.22 15:08) 댓글삭제
정운형 다 사람 다 닭살이오. 헌데 부럽소 ^^ (04.12.28 13:35) 댓글삭제
많은 부부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결혼5년이든 10년이든 하물며 결혼 30년에 육박하는 부부든 참으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오래도록 싸운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주 사소한 것. 예를 들면, 첫 번째 글에 썼던 전화문제 같은 것들 말이야.
한 쪽에서 그렇게도 전화하는 거 좋아하면 웬만하면 친절하게 받아주든가, 또 그렇게 낮에 전화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이라면 한 쪽에서 포기하든가 하지....하는 생각을 하게 말이다.

뭐든지 시작이 참 중요한 것 같아. 사람관계도 그런 것 같아. 결혼이란 것이 어차피 일상을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 뭐 내 약점을 숨긴다로 드러나지 않을 것도 아니지만서도....두 사람이 같은 전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참 중요한 것 같더라.
일단, '우리는 행복한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라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 말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보내는 1년은 부부관계의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하고 1년 동안은 마음껏 서로에게 헌신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상대방이 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방이 특별히 싫어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그것을 들어주고 그것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서 남들한테는 '으이그~ 못 봐주겄네. 깨가 쏟아지는구먼' 하는 질투도 받고 말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1년 동안 특혜 속에 살았던 것 같아. 일단 내가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시간이 그리 빡빡하지 않았고 남편이 다니던 직장이 건강한 가정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기관이라서 배려를 많이 받았지. 주5일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던 때인데 남편 직장에서는 토요일 특별휴가를 주면서 신혼을 즐기라는 숙제를 내줬거든. 애초부터 둘이 새로 시작하는 삶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TV도 사지 않았고. 또 남편 직장에서 어디 행사가 있어서 박을 할 일이 있으면 나를 함께 데려가도록 배려해주고 두 사람만을 위해서 숙소를 따로 마련해 주기도 했어.
이런 좋은 환경 속에서 충분히 대화하고 충분히 싸우고 충분히 자신을 적절한 방식으로 노출시켰던 것 같애. 그렇게 보낸 1년 덕분에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요즘에 와서도 별다른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부부관계가 기본을 유지하거든...^^

나는 좀 오버해서 이렇게 얘기해도 될 것 같아. 1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평생을 지고 가야 할 지도 모른다고. 1년 안에 해결했으면 쉬웠을 일을 시간이 지난 다음 하려면 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야. 1년 동안 두 사람이 합의하는 많은 원칙들을 세우길 바래. 싸우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칙에 대해서 정해 보고, 그 원칙을 가지고 싸우며 더 좋은 원칙들을 세워보기.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뜻에서 어떤 시간을 따로 떼어 혼자 있게 해 주기. 너무 일상에 파묻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둘 만의 데이트나 여행 가기.( 내 비록 시누이지만 엄마 몰래 어디서 맛있는 거 먹고, 놀러 가고 이러는 거 다 눈 감아 줄께.^^). 두 사람 성격의 가장 약한 부분을 놓고 서로 기도해주고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기 등등...

이렇게 쓰다보니 이미 구약에서 하나님께서 참 기가 막힌 명령을 이미 주셨더군!

아내를 맞은 새신랑을 군대에 내보내서는 안 되고, 어떤 의무도 그에게 지워서는 안 된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유롭게 집에 있으면서, 결혼한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신명기24:5)

2004/10/27

남편이 목장 홈피에 올린 글 퍼왔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글을 주의 깊에 읽어보세요.
성인(聖人)들 중에 결혼한 여자가 그렇게 드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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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책을 읽다가 어제 저희가 나눴던 얘기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여성들을 이해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켄 가이어는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Gift from the Sea)]에서 다음의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성인(聖人)들 중에 결혼한 여자가 그렇게 드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여태 생각해 온 것처럼 순결이나 자녀 문제와는 본래 아무 상관도 없음을 이제 확실히 알았다.
그것은 주로 '마음이 나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먹이고 가르치는 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사,
무수한 연줄에 얽힌 인간 관계
보통 여자의 정상 직무는 창조적인 삶, 묵상하는 삶, 성스러운 삶에 역행하는 것이다.
단순히 '여자와 직업', '여자와 가정', '여자와 독립' 등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마음을 나뉘게 하는 삶의 한복판에서
어떻게 온전함을 지키느냐 하는 것이다...
  켄 가이어, [묵상하는 삶], 윤종석 역, 두란노

동의하시나요?
저자는 이 문제의 답으로 누가복음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다 자매 중
마리아처럼 주님 무릎 앞에 꿇어 앉는 일을 말하고 있네요.

가사와 육아에 지친 아내들에게
주님 앞으로 나가 그분 말씀만 청종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 사명이
우리 남편들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남자들도 그런 시간이 절대 필요하지만요... ^^
200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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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를 마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JP가 자주 직장 근처로 왔다.
차를 가지고 출퇴근 한다면,그리고 그 길이 막히지만 않는다면 이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다.
강변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 많으니까.

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갔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집에 들어오면 대화다운 대화 한 마디 못나누기가 일쑨데...
이 시간은 우리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둘 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ㅎㅎ

다음 주부터 남편은 새로운 직장에 풀타임 으로 근무 시작.
나는 백조.

이렇게 출퇴근 길에 근사한 드라이브 데이트는 아마도 마지막인 듯 하다.

왼쪽은 한강 하류...그러니까 한남대교 쯤 될까?
오른쪽은 우리 집 근처. 한강 상류.
찍으면서 보니 한강변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중이라 하늘이 무겁게 내려 앉아 있어서 더 멋이 있었다.

근데 실은....
나 요즘 강변도로를 달릴 때마다 옆으로 즐비한 아파트, 오피스텔 목 빠져라 쳐다보면서
저기 어디에 한기주가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신를 놓을 때가 있다.
아직도.....ㅜㅜ

200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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