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남편으로부터 받은 메일.
요즘 우리 부부는 두 사람의 진로를 백지상태로 놓고 함께 기도하고 기다리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하나됨을 느낍니다.
두 사람 다 염려도 없고 서로에 대해서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으며 서로에게 온전한 선택의 자유를 주고, 120% 지지해 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될 수 있기까지 5년이 걸렸습니다.
새삼스레 서로를 인해서 감사한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제 받은 메일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어서 이리로 퍼왔습니다.
어떤 분들께는 닭살스러운 내용이라도 우리 부부에게는 5년 동안 하나 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기에 이것은 매우 무거운 실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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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는 정신실에게
보낸날짜 2004년 08월 04일 수요일, 오전 10시 35분 56초 +0900 (KST)
보낸이 "김종필" 수신거부에 추가 주소록에 추가
받는이 "정신실"
소속기관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랑하는 여보~ (당신 이렇게 시작하는 말 싫지? 그렇지만 그냥 여보! 하고 시작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여보~ 라고 시작하는 거랑 다른 거 같아. 사랑하는 여보~ 라고 부르고 싶어... ^^)

오늘 아침은 어떤 기분으로 출근했을까? 어제 오후의 연장일까? 아니면 새로운 전환이 일어났을까? 위로의 말을 한답시고 늘 상처만 주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나는 그런 말 하기가 참 어렵드라. 그렇지만 말을 건넷으면 더 위로를 잘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아. 암튼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하는 아침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이왕 담주에 휴가 냈으니까 연수 갔다와. 가서 당신말대로 맘껏 끼도 발산하고 새로운 것들도 배울 기회로 삼고 무엇보다 다른 분야에서 음악하는 사람들을 통해 많은 경험과 관계도 맺고 오고... 좋잖아! 다만, 남자들, 특히 칙칙한 남자들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오랜만에 장신대에 와서 기도하고 책 읽고 하니 참 좋다.. ^O^ 기도탑에 올라가 옛날 대학생 때 처럼 기도하고 나오니까 바로 이거구나 싶어. 나에게 빠져있는 2%... 그게 좀 채워지는 느낌이야.. 그러니까 '경건한 기도장소'를 하나 찜해놓고 수시로 가서 기도하는 거지. 나는 그동안 그런 것 없이도 일상생활 속의 영성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나봐..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의식하며 그분 뜻에 맞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 것들 좋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역시 홀로 골방에서 기도하는 일도 있어야 할 것 같네. 당신은 기도원이 좋았듯, 나는 골방이 좋다우~ (물론 당신도 골방 좋아하는 거 알아...기도할 때)

방금 [행복한 부부부 만들기] 2장 솔직해 지라는 장을 읽었어. 모든 문장들이 가슴에 와 닿더군. 그러고보니 우린 그새 정말 투명해진 것 같아. 무엇보다도 내가 내 감정을 옛날보다 더 많이 표현하게 된 건 참 은혜지. 옛날엔 외면적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그냥 묻어버릴려고 했었고, 그걸 발설하는 게 참 어려웟었거든. 그렇지만 이젠 그렇지 않아. 정말 편해졌고 자유로워졌거든. 무능이라든가 게으름... 외로움, 등등 때문에 두려워하는 일도 상당히 줄어들었고, 오늘 여기서 그분을 위해 사는 삶의 즐거움,, 그분이 시시때때로 우리 삶에 개입해서 가야할 방향을 가르켜주기도 하고 되짚어야 할 것들을 확인시켜주기도 하는 걸 깨닫는 즐거움이랄까 암튼 행복해 진건 사실인 것 같네...

어제 당신이 한 말 중에 내 진로선택에 대한 내 태도를 두고 한 말 기억나? '이미 결정은 되었을테고 지금은 명분을 찾고 잇는 거 아냐? 의미를 찾고 잇겠지..' 라고 말했었지. 화들짝!! 나도 몰랐던 내 자신을 지적하고 있는 당신의 통찰력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 물론 난 꼭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두 진로를 놓고 각각을 결정했을 때 내 동기들, 결과들, 하고 싶은 일들을 어떻게 펼칠지에 대한 생각들, 교회 봉사와의 연결들, 부모님과의 관계들... 여러 상황을 놓고 이리 생각해 보고 또 저리 생각해 보기도 하고 그랬지. 그렇지만 내 의지가 한쪽으로 결정해 놓은 상태는 아니거든. 그런데 당신의 말을 듣는 순간, 내 감정과 욕구는 이미 결정을 내려 놨었고, 이성과 의지가 최종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좀 쉽게 말하면 당신 표현대로일테구...

며칠 말씀 묵상을 안했는데, 오늘 기도탑에 올라간 김에 골방에 성경책이 하나 놓여있길래 말씀을 펼쳐들었지. 오늘 묵상 본문은 첫째되는 계명에 관한 예수님과 서기관의 대화더군. 내가 성경에서 가장 핵심으로 뽑아드는 구절이 나오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해서 하나님을 사랑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그렇지. 아주 오래전부터 내 삶의 비전을 정할 때 나는 이 구절을 통해 확인을 했었고, 하나님사랑, 이웃사랑이 내 직업이요 소명이라고 다짐했었지. 그리고 그건 지금도 변함없고.

다시금 내 이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어. 학교에서 입시공부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수많은 교회에서 애쓰고 있는 청년들... 어느쪽일까? 그리고 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고통받는이웃들, 탈북자들, 외국인노동자, 결혼불화로 힘겨워하는 사람들,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청(소)년들... 이들을 위해 섬기고 봉사할 수 있는 내 위치는 어딜까? 최전선일까? 아니면 후방일까? 처남처럼 살을 맞대고 섬기고 봉사하는 스타일일까? 아니면 교육지원등을 통해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일일까? 그리고 내게 주신 천부적 재능은 무얼까? INTJ인 내게 어울리는 직업은 무엇일까?

여보.. 내가 하는 일이 좀 더 '사역'이란 말에 가까운 일이었으면 좋겠다느 생각.. 너무 안일한 생각일까? 그냥 평범한 직장생활을 통해서도 사역은 충분히 할 수 있긴 하지만, 그냥 파라처지에서 일하는 평신도사역자로 일하는 건 괜찮은 일일까?

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당신과 함께' 하는 모든 일이야. 그거면 충분하고 행복해. 그렇지만 현실에서 꼭 그렇게만은 할 수 없겠지? ^^

(중간 생략)

이 많은 꿈들 당장 다 실현되는 게 물론 아니지. 그리고 이 꿈들의 이면엔 나의 인간적 야망이 같이 붙어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암튼, 이젠 두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진로선택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열정적으로 사는 삶에 대한 모험이 아닐까 싶어.

말로 할까 하다가, 이런 건 글로 쓰는게 더 잘 표현되고 전달될 거 같아서 편지 써 본다. 사랑해! 당신 때문에 삶이 너무 행복해... 그리고 날 지지해주고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지적해주고 들어주고 도와주고 빨래해주고 밥해주고 웃겨주고 ... 함께 해주고 사랑해주고,.. 참.. 눈물이 날라구 하네... 고마워 사랑하고..


200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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