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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274

Sabbath diary15_공동체 다시 월요일, 심학산 둘레길을 걷기 위해 파주로 가는 차 안에서 남편이 물었다. 여보, 내가 좋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성경 전문가가 되겠다며? 하루 성경 12 장씩 읽고 있다며? 그것 말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때는 이 때다, 하면서 (늘 언제나 다다다다 쏟아낼 만전의 준비가 되어 있는) 남편 성격의 취약점에 관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도착하여 밥을 먹고 걸으면서 진지하게 얘기했다. 뾰족한 결론이 나는 얘기도 아니고, 일면 얘기할수록 더 답답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에게 '내 약점을 말해줘'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것이 새삼 고마웠다. 아, '우리가 서로'는 아니다. 약점에 대한 지적(질)을 잘 듣는 사람은 애초부터 남편이었고 나는 이 지점에서 상.. 2014. 10. 8.
Sabbath diary14_카페는 사는 곳이 아니다 남편이 풀타임 목회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커피와 사귀게 되었다. 청년부 예배 전에 예배당 입구에서 작은 카페를 시작했고, 핸드드립에 입문했고, 결국 바리스타 공부를 하고 홈로스팅을 하기까지. 그러다 정말 카페를 하면 어떨까 하는 꿈을 꾸며 '카페 나우웬'이란 이름을 지어 놓았다. 바리스타 꿈나무는 월요일마다 남편 손을 잡고 카페 탐방을 다녔다. 'Sabbath diary' 라는 근사한 이름의 시리즈물은 카페 탐방기에서 시작하였다. 어쨌거나 월요일은 나도 남편도 하던 모든 일을 손에서 딱 놓고, 시간을 뚝 끊어내어 서로에게, 그리고 각자 자신에게 내어주는 날이다. 등산을 하거나 느리게 걷거나, 그저 숲에 가서 앉아 있거나 뭘하든 커피는 빠지지 않는다. 결국 커피 한 잔으로 월요일 데이트에 마침표를 찍곤 .. 2014. 10. 5.
특급 칭찬 학교 다녀온 채윤이에게 '설거지 좀 해' 기대도 안 하고 던졌는데 '알았어. 엄마 아프니까 내가 설거지 할게'하며 순순하게 나옵니다. 이거 뭐지? 학교 끝나고, 피아노 연습하고 힘들었을 텐데 괜히 시켰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속으로 너무 얄미워 했던 것이 급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이 순간 아빠가 퇴근해 들어왔길래, '채윤이 설거지 하는 거, 가서 칭찬 좀 해줘'했더니, 자, 아빠의 칭찬 들어갑니다. 김채윤, 설거지 해? 왜~애? 너 자발적으로 하는 거야. 엄마가 시켜서 하는 거야? 와~~~~~ 칭찬 끝. 그러고보니 오래 전 일도 생각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에 어머님이 아침밥을 챙겨주시면 넙죽 받아먹고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어머님의 자부심, 된장찌개가 나왔고. 사실 매우 맛있.. 2014. 9. 5.
Sabbath diary13_그림자 현승이 개학 전 마지막 월요일이라 어디든 데리고 나가보려 하였다. 체험놀이를 하러 가기엔 늙은 나이, 그렇다고 엄마 아빠 식 데이트 따라가기엔 어린 나이의 현승이는 잠시 고민을 한다. 어디든 데려가겠다고 선택권을 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강공원에 나가서 축구하는 것만 못 한가보다. 점심도 혼자 먹고 친구들과 놀고 수영 다녀오겠단다. '너도 떠나려느냐? 그래, 가라. 네 친구들에게로' 시원 섭섭하게 현승이 떨궈내고 늦게 포천의 평강식물원으로 향했다. 교회에서 어르신들 나들이 많이 가시는 곳이다. 믿음 좋은 장로님이 정성을 다해 기획해서 꾸며놓은 느낌이 물씬 난다. 시어머님 모시고 가면 딱 좋아하실 분위기라서 '다음번엔 어머니 모시고 오자' 하며 걸었다. 가는 길 차 안에서 강의를 하나 같이 들었다. 최근에.. 2014. 8. 29.
Sabbath diary12_JP는 옳다 우리는 언제 쯤 두 망아지 떼놓고 우아하게 외식할 수 있을까? 육아의 터널이 영원할 것 같았던 어느 날,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선배 부부들이 말했던 것처럼 '언제 쯤'은 금방 왔다. (금방 올 줄 알았지만, 진짜 금방 올 줄은 몰랐다.) 각각 음악캠프, 농촌캠프 일정이 있는 아이들, 이번 주에는 교회 성경학교에 갔다. (잠깐, 표정관리 좀 하고) 어머,얘들아. 엄마 아빠 둘이만 보내게 생겼네. 어떡하지? 본의 아니게(본의에 부합하게) 룰루랄라 단둘이 보내는 여름 피정. JP가 원하는 쉼은 오직 '걷는 것, 정신실과 느리게 것는 것'이었다. 지인의 '카더라' 소개로 대관령의 국민의 숲에 가기로 했다. 지인은 가보지 않고 소개했고, 나는 검색하여 사진 한 장 딱 보고 결정했다 하하. 이것은 각본없는 런닝.. 2014. 8. 9.
Sabbath diary11_취향 제주 '취향'이란 것이 목숨 걸고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에 맞는대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취향에 딱 맞는 것을 발견하거나, 그걸 갖거나, 누리는 예기치 않은 기쁨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때는 그저 감사하며 120% 누려야 한다.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몇 차례 제주여행을 했는데, 아이들 없이 단둘이서 취향에 딱 맞는 여행은 처음이다. 그래서 자체로 안식었다. 정장 입고 제주도는 처음이다. 강의가 있어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격의 여행이었다. 공항으로 나를 맞으러 나온 자동차의 주인은 차와 딱 어울리는 예쁜 자매였고, 내 책 세 권을 다 읽어준 독자이기도 했는데 따스하게 맞아주고, 태워주고, 들어주었다. 짧은 만남이 긴 여운을 남겼다. 연애 강의를 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할 때마다.. 2014. 6. 24.
Sabbath diary10_소풍 남편과 데이트 시절에 김밥 많이 먹었다. 하남시에 있는 '가야'라는 김밥 집에는 남들 1500원 할 때 1000원 하는 김밥이 있었다. 1000원 짜리 김밥을 먹고 팔당대교 아래 강변을 걸으면서 데이트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도 낭만적이지 않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 서글프기도 했다. 둘 다 학생. 그나마 나는 과외로 돈 좀 버는 대학원생. 그러나 학비까지 벌어야 해서 많이 벌어도 버는 게 아닌 과외선생. 결혼 하고 살림살이가 많이 폈다. 4000원 짜리 김밥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거기에 떡볶이와 오뎅까지! 월요일 저녁, 프리미엄 김밥을 사가지고 저~어 높은 옥상으로 소풍이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서교동의 찰스 김밥. 오늘은 상암동의 김선생 김밥. 왠일인지 근처에 럭.. 2014. 6. 16.
치유하는 글쓰기, 어머님이 쓰시다 퇴원한 엄마는 아무래도 병원에 있을 때보다 심심해지니 전화가 잦다. 딸 목소리 듣고 싶어서, 기도제목 부탁할 것이 있어서, 우리 딸이 지혜로웅게 의논 헐라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전화가 잦다. 시어머님도 마음은 엄마랑 비슷하실텐데 딸이 아니라 며느리니까 애써 참으시는 것 같다. 전화 또는 '집에 좀 들러라' 하실 때마다 피치못 할 이유를 대시는 것이 느껴진다. 엄마나 시어머니나 하염없이 얘기를 들어드릴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 그래서 노년은 쓸쓸하다. 알아도 잘 못해드리는 나는 죄책감과 무력감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친정과 시댁을 왔다리 갔다리 한다. 엄마는 내 엄마라서 한 방 웃겨 드리는 것으로 엔돌피 주사 효과를 낼 수가 있다. 어머님은 여러 모로 어렵다. 무엇보다.. 2014. 6. 6.
우리는 사랑일까 * 취향 노래에 담긴 깊은 혼, 순수, 열정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홍순관의 음악이 취향에 잘 맞지 않는다. (존중입니다. 취향해 주세요) 노랫말도 좋고 멜로디도 좋고 한 마디로 노래 좋고 노래를 부르는 이의 철핟고 좋은데...... 그냥 스타일이 안 맞는다. 내 충청도 양반 출신이라인지 감정의 과잉이 버겁다. 그나마 좋았었는데 언젠가 라이브를 접하고 더욱 마음이 멀어졌다. * 콩깍지 그런 홍순관을 내가 좋아하는 줄 알고 있던 적도 있다. 사실 홍순관의 노래를 접하게 된 건 20여 년 전인데, 몸담고 있던 교회 청년부에 홀연히 나타난 찬양 인도자 K 때문이었다. K가 찬양인도를 맡게 되면서 유난히 분위기가 무거워졌는데 북한가요인 '반갑숩네다'를 부르라고 하지 않나. 인지 인지에 나오는 노래들과 홍순관의 노.. 2014. 5. 29.
Sabbath diary9_우울한 남자, 화내는 여자 뭐든 같이 하는 걸 좋아하고 연결되기를 갈망하는 내 기질이 우리 부부를 서로에게 깊이 침투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늘 독립적이기를 원하는 남편의 성향은 적당히 거리를 두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우리 부부가 비교적 잘 지내는 비결 중에 하나는 둘이 하나되는 것에 거침없이 투신하고 각각 홀로 가는 것을 두려움 없이 응원할 수 있었던 덕이라 믿는다고 거창하게 깔대기 들이대보지만, 실은 남편 덕이 크다. 나는 결혼 전 살던 방식대로 살았고, 남편은 결혼 전 살던 방식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이를 선택한 셈이니까. 결혼과 동시에 '별걸 다 얘기하는 남자'로 변신하겠노라 결단하고 퇴근하자마자 '오늘 사무실에서....'로 시작하는 (그의 편에서는) 의미없는 '그냥 있었던 일'을 자발적으로 말하는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으.. 2014.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