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주말에 경북 청도에 있는 작은 공동체에서 1박 2일 강의가 있었다. 청년 시절 한 번쯤은 꿈꿔봤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집 짓고 살면 좋겠다, 했었던 바로 그런 공동체였다. 감이 유명한 곳이라 한창때는 주렁주렁 감나무가 예쁘다는 소식도 들었다. 강의를 빙자하여 공동체 탐방 겸 가을 기차 여행이 되겠다, 은근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당일, #내려와라 박근혜 첫 번째 촛불집회가 있는 날이었다. 강의 섭외를 받았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연일 받은 충격으로 얼얼한 정신이었는데 그나마 광장에 나가 여러 사람과 마음을 포개면 좋을 텐데.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 가는 길은 내내 청계천 광장 가는 길이라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내 한 몸 없다고 집회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지만, 이 엄중한 날에 서울을 떠나다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는 말이 딱이다. 모처럼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남편이 두 아이 데리고 다녀오겠노라 했다. 내 정신인지 네 정신인지 약간은 정신 실종 상태로 기차에 올랐다.


달리는 KTX 안에서는 강의안도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릴없이 기사 서핑을 하다 유기성 목사님의 영성 일기 논란을 보게 되다. 박근혜-최순실 사태에 대해서 하셨다는 말씀. 이럴 때일수록 주님을 바라보고 '영성 일기'를 쓰라고 했단다. 덜컹하고 가슴이 무너져 와르르 돌덩이가 쏟아지더니 터널 안에 갇혀버린 갑갑함이었다. 올봄에 강의하러 가서 잠깐 뵌 적이 있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었다. 최근에 출간된 <영성 일기>도 읽어보진 않았지만 반가운 책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주님을 바라보고 영성 일기를 쓰라' 어떤 뜻으로 말씀하신 것인지 알 것도 같다.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지 싶었고, 꾸적꾸적 분노가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글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들이 모두 정당한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애써 선의의 해석을 해보려도 '기도만 해라'로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통탄할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주님만 바라보고 24시간 주님만 생각하는 일은 어떤 행동으로 드러나야 할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갑갑하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논밭의 풍경, 도시 풍경이 슬프기만 했다. 감나무들이 휙휙 여러 번 지나치기에 목적지에 다다른 줄 알았다. 이런 마음으로 처음 뵙는 목사님과 공동체 식구들을 어떻게 대하지, 싶을 정도였다. 막상 마중 나오신 목사님과 곧 출산을 앞둔 사모님을 만나 얼굴을 마주하니 힘이 솟아난다. 첫 시간 강의 시작이다. 작은 공간에 공동체 식구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인도자가 앞에 서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찬양을 인도하였다. 마음의 무릎을 꿇고 찬양 앞에 섰다. '이곳을 지나소서, 이곳을 비추소서, 이곳을 덮으소서, 이곳을 만지소서' 이 가사를 반복하는데 목이 멘다. 눈을 감고 찬양하는데 마음의 화면에서 영상이 펼쳐진다. '이곳'이라는 공간에서 벽이 해체되더니 감나무가 자라는 언덕으로, 낮에 지나쳐온 대구로, 그러다 서울의 청계광장까지 달려 넓어진다. '이곳을 지나소서'의 '이곳'은 이 작은 방이 아니라 희망이 사라져가는 모든 공간이며 시간이다. 아이 잃은 엄마들을 끝도 없이 사지로 내모는, 쓰러진 자를 다시 짓밟고, 국가폭력에 아버지를 빼앗긴 딸들을 능멸하는 이곳이다. 돈 무당과 함께 거짓과 기만에 춤추고 놀아나는 자를 섬기는 우상숭배의 땅이다. '이곳을 지나소서, 이곳을 비추소서, 이곳을 만지소서, 이곳을 덮으소서, 내 안에 무너졌던 모든 소망 다 회복하리니' 찬양 후에는 이땅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였다. 찬양으로 공간을 뛰어넘고 기도로 시간을 초월하여 경북 청도 더함 공동체의 기도는 청계천 광장의 촛불과 하나 되고 말았다.  


영성 일기 논란을 보면서 마음이 더 어려웠던 것은 1박 2일 해야할 강의를 '의식성찰'이라는 내면일기, 다른 말로 영성 일기 쓰기 제안으로  마쳐야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아니 어느 때든지 '자기 중심성이라는 죄'를 알아차리고 회개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24시간 주님을 바라본다는 말은 24시간 그분의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는 뜻이기에 '신 앞에서 선 나'로 사는 일, 자기 성찰적 삶을 의미할 것이다.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이러한 삶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삶, 영적인 삶에 눈을 떠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촛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어둘 때가 아니다. 골방으로 들어갈 때가 아니라 높이 촛불을 들어야할 때이다. 헌데 나는 집회대신 강의에 가고 있고, 가서 고작 자기성찰 얘기나 하려는 것이다. 내가 이러려고 강사가 되었나. 자괴감이 드는 찰나에 본 '영성 일기' 논란은 다름 아닌 지금 나의 딜레마였다


강의를 시작하며 청계천 집회 얘기를 안할 수 없었다. 준비하지 않은 말들이 튀어 나왔다. '저는 지금 강의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청계천 광장을 서성이는 마음입니다.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이런 기사와 논란을 보았습니다. 영성 일기 쓰기나 기도하는 것이 마치 사회참여의 대척점에 있는 행동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의 감옥이 갇혀있습니다. 하나가 옳으면 나머지는 틀린 것으로 말이지요. 골방에서의 은밀한 기도와 광장에서 촛불을 드는 기도가 다르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광화문의 집회 인파에 밀려다닐 때,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칠 때, 홀로 서서 피케팅 하는 순간, 제게는 가장 절절한 기도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간도 여전한 기도의 시간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힘이 납니다.' 그리고는 정말 힘을 내서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에니어그램이 중해서가 아니다. 신학과 설교는 넘쳐나지만 정작 그것이 영혼에 담기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자기'라는 그릇에 대한 통찰과 그에 대한 가르침의 부재가 내가 느끼는 개신교 영성의 치명적 약점이다. 잃어버린 영성을 찾기 위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까. 내게는 에니어그램이 첫 번째 이정표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힘에 닿는 대로 연구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내면의 여정을 떠나야한다. 마음에서 울리는 사랑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하여 에니어그램을 안내하기 위해서 경북 청도 아니라 중국의 청도라도 기쁘게 달려가는 것이다. 영성 일기와 24시간 주님을 사모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테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는 말했다. "우리는 영적 경험을 가진 인간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가진 영적 존재이다" 영성 일기가 영성 일기 되는 것은 인간적 경험을 하나님 앞에 가져갈 때이다. 인간적 경험 안에는 오늘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져야 한다. 오늘이라는 현실은 오늘 일출과 함께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역사 속 마지막 날로서의 오늘이다. 이런 의미의 인간적 경험이 담기지 않은 영성 일기, 나는 반댈세!


주님의 사랑은 물과 같아서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24시간 그분을 생각하는 사람이 주목할 곳은 자명하다. 자기 안의 가장 어둡고 은밀한 곳일 터. 자기 안의 가장 낮은 곳에서 주님을 만나는 사람의 시선은 거기 머무르지 않으리라. 영혼에 가득 찬 것이 어찌 흘러넘치지 않겠는가. 그 배에서 생수가 흘러나올 것이다. 그 생수는 역시나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리. '또 다른 나'인 이웃,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또 다른 나에게로 흐르지 않을 방법이 없다. 영성 일기와 은밀한 기도로 내면이 깊어진 만큼 사랑의 외연은 확장된다. 오직 '내면을 바라봐, 내면을 바라봐'에 머물러 있는 내적 작업은 심리적, 영적 마스터베이션일 뿐. 이토록 나쁜 시절에, 황망한 시절에 기도는 집회의 촛불이 되고 영성일기는 시국선언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믿는 예수님이라면 2016년 대한민국에 사는 당신의 꼬붕들에게 이리 말씀하실 것 같다. '시국선언문으로 영성 일기를 쓰고, 광장에서 드는 촛불에 기도의 마음을 담으렴'


강의를 잘 마치고 숙소에 돌아왔는데 가족 카톡방에 청계천 발 사진이 도착해 있었다. 세 식구가 이재명 성남시장님과 찍은 사진이었다. 인격의 아우라는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스치듯 짧은 만남이었을 텐데 채윤이 현승이가 마음에 담아온 이재명 시장님 이야기가 풍성하다. 고마웠다. 아이들도, 남편도, 시장님도, 그곳의 사람들도, 오늘 함께 한 공동체의 식구들도. 긴 하루의 끝,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 내내 얼얼했던 정신이 그제야 맑아지는 것 같았고 콱 막혔던 터널이 뚫린 것 같았다. 평화를 머금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강의와 집회 참석이, 영성 일기와 외면일기가, 기도와 사회참여가 사랑의 강물 안에서 처음부터 하나였으니까.  







며칠 전에도 떠벌떠벌 했던 필름포럼 아카데미 소식입니다.

포스터 하나가 새로 나왔는데 맨 아래 '수강생 특전'이 눈에 띄네요.

강사도 몰랐던 수강생 특전입니다.

수강기간 동안 영화관람과 카페 음료 20% 할인!!

필름포럼은 이 강의로 인연을 맺기 전에도 가끔 찾던 영화관입니다.

좋은 영화를 잘 골라 상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티켓박스 자체를 바로 카페공간으로 만들어 더욱 좋더군요.


가을 서늘한 바람이 텅 빈 마음 한 구석으로 들어오는 느낌이시라면,

김현승 님의 시 <가을의 기도> 한 구절처럼 '호올'로 있어야 할 시간에의 초대인지 모르겠습니다.

6주의 시간은 자연의 계절 가을이 깊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네요.

오전에 강의 들으시고, 이대 후문 맛집에서 점심식사 하시고,오후에 좋은 영화 한 편 감상하시고.

호올로 있는 풍성한 시간 누리실 수 있겠네요.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가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극장 필름포럼에서는 [필름포럼 아카데미]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여기서 '인생의 오후 살기'라는 제목으로 중년기 영성과 에니어그램 강의를 하게되었습니다. 필름포럼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용 중 '강좌 소개' 부분을 '강좌로의 초대'로 조금 길게 써서 여기에도 함께 올려놓겠습니다. 맨 아래에 홈페이지 링크주소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 함께 해요.



강좌로의 초대

 

 

중년

 

중년의 ()’은 가운데입니다. 인생이라는 등반에서 올라선 정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내려가는 삶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생의 오전을 마치고 오후로 가는 길목에는 생각지 못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같지 않은 몸, 알 수 없이 밀려오는 공허감, 100세 인생이라는 노령화 사회에서 살아갈 기나긴 날들에 대한 불안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하여 중년의 ()’은 무거움이기도 합니다.

 

중년과 영성

 

중년의 공허감이나 우울감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계발하고, 건강의 위해 더욱 운동에 매진하기도 합니다. 자전거를 타보고, 스포츠댄스를 춰보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봅니다. 그런데 어쩐지 자꾸만 텅 비어가는 것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중년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중년기에 겪는 어려움들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단순하게 대처하는 방법들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수많은 중년의 내담자를 상담하고 분석할 결과 중년의 문제는 심리적인 차원을 넘어선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영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활로를 찾을 수 없답니다.

 

방향의 전환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합니다. 삶과 죽음이 함께 질문을 던져옵니다. 생의 전반기에 쌓아온 경험과 성과가 전부일까, 엄마/가장/직장인/신앙인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왔는데 이것이 전부일까? 이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하는 영성적 질문과 맞닿습니다. 이것은 위기이며 동시에 초대입니다. 인생의 오전을 살던 프로그램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인생 프로그램으로 진입하라는 초대입니다.

 

내적여정으로의 초대

 

<에니어그램과 함께 하는 중년기 영성> 강좌는 생의 오전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 일군 나의 꼴, 성격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보며 통합된 나를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나에 대한 통합된 인식은 유연하고 건강한 인간관계의 초석이기도 합니다. 위로는 연로하신 부모님, 아래로 장성한 자녀들, 나란히 걷는 이웃을 더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오후 살이 여정에 초대합니다.

 



ㅣ커리큘럼




1주차  중년의 위기, 위기속의 은총 / 중년기 몸과 마음의 변화 직면하기


2주차  새로 태어나는 시간 중년 / 내 안의 낯선 나를 만나기


3주차  나의 외적인격은 어떻게 형성 되었나 / 에니어그램과 3중심


4주차  장중심의 사람들 / 에니어그램 8, 9, 1 유형


5주차  머리 중심, 가슴 중심의 사람들 / 에니어그램 2~7유형


6주차  꽃보다 중년 / 중년을 넘어 행복한 황혼을 향하여





ㅣ강의 대상


- 생의 후반기를 보다 어른답게, 의미 있는 삶으로 지내길 원하시는 분.

- 나다운 삶을 찾는 여정을 떠나고 싶은 분.

- 오랜 신앙생활에도 변화의 열매가 없어서 삶이 메마르다고 느끼시는 분.

- 내적인 변화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ㅣ강의 방식


- 강의와 자신을 돌아보는 워크숍을 포함한 집단상담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ㅣ강의 장소


- 필름포럼 세미나실 A



ㅣ강의 일정


2016년 10월 25일 - 11월 29일(6주)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 12시 30분)




ㅣ수강료


100,000원(총 6회)



ㅣ강사소개


정신실 작가


음악치료와 영성심리를 공부하였다. 마음과 영적인 성숙의 문제에 천착하여 심리와 영성을 오가고, 가톨릭과 개신교 영성 사이를 오가며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여전히 걷고 있는 일상 순례자이다. 말에서 마음을 듣는 귀, 일상에서 영원을 발견하는 눈을 선망하며 커피 마시고, 사랑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며 글 쓰는 오늘을 산다.


저서

<오우연애 :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연애를 주옵시고>

<와우결혼 :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에니어그램>

<나의 성소 싱크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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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는 좋은데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는 목사님.
믿음은 좋은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 틀어져 고립된 채로 살아가는 신앙인.

이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이론적, 신학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신앙과 인격이 겉도는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 야경에서 십자가를 찾는 것만큼 쉬운 일이지요. 그 괴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밖으로 드러나는 내 모습에는 관심이 지대하지만 보이지 않는 속사람을 돌아보는 데는 취약한 현대 사회, 그 속의 교회문화, 신앙교육 때문일 것입니다.

‘성찰 없는 신앙’은 우리 자신과 한국교회의 영적인 위기의 현주소입니다. 우리의 기도만 봐도 그렇습니다. 내 바람을 쏟아내는 통성기도는 쉽지만 침묵 속에 그분의 음성을 듣는 기도는 10분을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단지 하나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 일상에서 물러나 고독에 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목사님은 설교만 잘 하면 되고, 성도들은 주일 성수나 십일조 등을 통해 믿음을 입증하는 외면적 삶에만 치우쳐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을까요. 우리는 자기 성찰을 위해 골방으로 들어가는 방법,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길을 완전히 잃은 것 같습니다.

에니어그램은 내면을 돌아보고 마음으로 가는 길을 찾는 분들을 위한 지도입니다. 아홉 가지의 성격유형은 영적인 의미로 아홉 개의 ‘옛 자아’ 또는 ‘거짓자아’ (엡 4:22)입니다. 나의 습관적인 행동, 그 행동 아래의 동기, 나조차도 속고 있는 왜곡된 동기를 드러내며 내면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구원과 회개, 성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자아성찰’은 나의 빛과 공로가 아니라 그림자와 연약함을 날것 그대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두려워서 바라볼 수 없는 나의 어두운 내면을 비춰보는 거울이기도 한 것이 에니어그램입니다.

정신실의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은 어거스틴의 기도 '주를 알게 하소서, 나를 알게하소서'를 따르는 기도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2016년 하반기 준비된 1단계, 2단계, 심화과정 세미나 일정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수강자가 2단계를, 1,2단계 수강하신 후에 심화과정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일시]

. 1단계 : 2016년 9월 28일(수) 오전 10시~오후 5시
. 2단계 : 2016년 10월 12일(수) 오전 10시~오루 5시
. 심화과정 : 2016년 11월 2일(수) 오전 10시~오후 5시
[
장소]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5층 세미나실(합정역 7번 출구에서 3분)

[인원] 각 강좌 선착순 15명  

[수강료] 각 강좌 12만 원
[문의] 010-4395-0501   larinari.tistory.com
[신청]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1 신청하러 가기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2 신청하러 가기

에니어그램 심화과정 신청하러 가기



각 과정의 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의 내용

1단계

  선물 또는 덫으로서의 성격 :

  에니어그램의 9 유형

 2단계

  적응 또는 방어로서의 성격 :

  에니어그램의 날개와 화살 / 공격, 의존, 움츠리는 유형들 

 심화단계

  습관이 된 정서, 패턴이 된 생각 :

  에니어그램 유형의 어린 시절

 영성단계

  성격 너머, 하나님 형상인 나 :

  에니어그램 유형의 왜곡된 하나님 상








Lake George 1922, Georgia O'keefe




세 개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손으로 쓰는 그야말로 일기장.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더듬어 찾는 꿈 일기장.

그리고 누군가 봐줬으면 하는 얘기를 끄적거리는 이 블로그.

세 일기장에 적는 각각의 일기를 합치면 '나'라는 존재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꿈 일기장에 그려진 내가 가장 진실한 나일 것입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꿈에 대한 얘기를 공개적으로 나누는 날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수다'라 쓰고

'그리스도인의 꿈과 영성생활'이라고 읽는 그런 제목의 강의입니다.



영성생활. 그렇습니다.

제가 하다하다 꿈해몽에 빠져들어서 이상한 길로 빠진 것은 아니고요.

문득 젊은 날에 읽었던 프란시스 쉐퍼의 <진정한 영적생활>이 떠오릅니다.

밑줄 쫙쫙 그으며 감동하며 읽었는데,

진정한 영적생활은 읽고 밑줄 긋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한다는 것, 늘 숙제입니다.



어거스틴의 <고백록>에 이런 말이 나온답니다.

"늦게야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이렇듯 오랜,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내 안에 이미 임이 계시거늘 나는 밖에서,

나 밖에서 임을 찾아 당신의 아리따운 피조물 속으로

더러운 몸을 쑤셔 넣었사오니!

임은 나와 같이 계시건만 나는 임과 같이 아니 있었나이다"



진정한 영적생활을 위해 필요한 '안을 보는 눈'

이미, 벌써부터 내 안에 가장 큰 사랑으로 계시는 분을 느끼는 감각.

에니어그램이 문을 열어주었고 꿈이 함께 걸어가주고 있습니다.



뜨거웠던 여름, 여름 수련회로 주어지는 말씀, 은혜를 받은 분들.

단비처럼 내리는 은혜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만.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경로로 솟아나는 강같은 평화, 샘솟는 기쁨, 바다같은 사랑.

내 안에서 있는 영성의 샘을 발견하는 일이 중헙니다. 뭣이 중헌디!.



창작활동 하시는 분들.

글을 쓰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강의나 설교를 늘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분들께도 꿈은 좋은 친구가 됩니다.



아직 몇 자리 남아 있으니 공지 포스팅을 찾아 신청하시거나

지나다 들렀다, 현장등록 하셔도 좋습니다.

누구라도 환영입니다.





  

 





열대야 탓에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아서인지, 기다려야 할 때라서인지 한동안 꿈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꿈을 기다리며 잠드는 날이 많습니다. 꿈을 기다리며 잠들었는데 아침에 깨서 기억나는 꿈이 없으면 에잇, 헛 잤네! 하고 맙니다. 잠을 자다 꿈을 건지는 건지, 꾸기 위해 잠을 자는 건지..... 헛 자는 날은 헛 자는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룻밤에 서너 개의 꿈이 기억나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그런 날대로 의미가 있구요. 며칠 전에 뜬금포 날린 '꿈 강의'에 대해서 조금 긴 사족을 달아볼까 합니다.


꿈일기를 쓴지 8년쯤 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 연구소에서 주변 선생님들과의 알맹이 있는 수다에서 시작했지요. 늘 그렇듯 꿈에 관한 세상의 모든 책은 다 읽으리라! 달려들어 열혼공('열나게 혼자 공부'라고 굳이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고 꿈 그룹을 경험한 지는 3년, 그러면서 여정을 함께 하는 벗들과 자연스러운 꿈 나눔을 해왔고, 작년 9월에는 파일럿 꿈집단을 만들어 1년 가까이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자신의 꿈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몇 달 상담치료를 받는 효과가 있다구요.  이것은 온전히 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은 불필요한 심리치료비 1만 달러를 벌었다" <불멸의 다이아몬드>에서 리처드 로어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있지요. 스스로도 속고 있는 '가짜 자기'를 인식하여 그 너머에 있는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자기를 인식할 때 우리는 최선의 상담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에 치유는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꿈은 제게 '가짜 자기'의 목소리를 일깨우는 최선의 안내입니다.


사춘기 이후 제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 중에 왜 예수님 같은 사람이 없지?' 어릴 적에는 그런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었다면, 차차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고민이더군요. 이렇게 열심히 성경공부하고 큐티하고 수련회 다니는데 왜 내 인격은 변하지 않는단 말인가? 원래 그런 것인가? 나이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할망정 고민은 한 가지였습니다. 이 고민을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읽었고, 열심히 찾아다녔고. 그래서 얻은 결론이라면 '단단한 자아의 껍데기'입니다. (이 표현도 제 말이 아니라 박영돈 교수님께서 즐겨 쓰시는 개념입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브레넌 매닝의 말을 빌자면 죄의 본질은 어마어마한 자기중심성이고요. 종교생활이 오래될수록 이 단단함이 더욱 견고해지기에 유명한 목사님이, 새벽기도 빠지지 않는 장로님이 예수님의 온유한 성품에서부터 가장 멀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관심은 바로 그 에고의 장벽을 뚫어서 진리가 들어갈 자리를 내는 것, 깊이 감춰진 하나님 형상이 드러날 길을 내는 것에 있습니다.


제가 하는 에니어그램은 물론 MBTI, 심지어 연애강의까지도 강의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 딱딱한 껍데기 안의 자신을 인식하게 하는 것, 그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자기중심성으로부터 한 발이라도 빠져나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닦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MBTI 강의하하호호, 맞아맞아, 웃으면서 나의 성격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다름'에 대해 공감 터지는 강의에 끄덕이는 동안 '성격'이라는 겉껍질에 스르르 실 같은 균열을 내는 것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좀 더 적나라하게 그 균열을 조장합니다. 에두르지 않고 자아의 포장지, 자아의 방어에 대해서 피력하는 것이 제가 하는 에니어그램 강의입니다. 영성 강의를 할 때는 '종교'라는 가장 거룩한 에고의 포장지를 벗겨내자고 촉구합니다. 이 모든 강의는 결국 견고한 자아의 껍데기 안에 있는 창조주를 닮은 형상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하는 일은 내적치유가 아니라 내적여정입니다. 라깡의 말처럼 '진리'에 신경 쓰면 치유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궁극적으로 혼자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고, 혼자 갈 수 있는 힘을 일깨워주기 위해 제가 도움받았던 도구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MBTI도 에니어그램도 꿈도 그 수단 중 하나입니다.(네, 하나일 뿐입니다!) 그중 뚜벅뚜벅 제 걸음으로 내적여정을 가는 사람에게 가장 힘이 되는 벗이 '꿈'입니다. 꿈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입니다. 최근에 나온 슈테판 클라인의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에서 '꿈은 가장 내밀한 체험'이라고 말하면서 그나마 성생활은 파트너와 관련이 있지만, 꿈속에서는 완벽하게 혼자라고 합니다. 자신이 보는 것을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로 어젯밤 꿈을 아무나 보는 SNS에 공개하는 것을 보면 민망합니다)  이 은밀한 이미지들...  어딘가에서 오는 메시지이구요. 프로이트라면 무의식, 칼융이라면 자기 안의 신적인 자아 Self로부터 오는 것이라 하겠구요. 저는 제 안에서 저를 붙드는 사랑의 목소리, 그분이 발신자라고 믿습니다. 발신자가 그분일찐대, 모든 꿈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너는 내 사랑받는 자이다'


혼자 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혼자 가는 길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진실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 자기를 보는 더 맑은 눈이 생기는 것처럼 꿈 역시 진실한 그룹과 나눔을 통해서 그 의미가 자명해집니다. 동반자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서 꿈을 보내시는 그분과 함께 가는 길이지요. 에니어그램이 그렇듯 꿈은 반드시 기도, 즉 사랑이신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지향해야 하고 다시 거기서부터 나와야 합니다. 저는 헛잠을 자는 날이 길어지면 그 때문에 기도하고, 뜻을 알 수 없는 묘한 꿈을 꾼 날에는 그 꿈의 의미를 묻고자 기도합니다. 그럴수록 밖을 향하던 눈이 안으로 향하고,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투명하게 발견할수록 더 맑은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나의 성소 싱크대 앞>과 같은 일상글입니다. 이런 좋은 것을 조금씩 나눠야겠다는 마음, 그 마음으로 시작한 한여름 밤의 꿈수다랍니다.



[한여름 밤의 '꿈'수다]



일시 : 2016년 8월 23일(화), 오후 8시

장소 : 카페바인 (서대문구 신촌로 25)

강사 : 정신실            인원 : 선착순 30명

참가비 : 만오천 원(음료 포함)

문의 : 010-4235-8020 이수진 (문자로 주세요)

신청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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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꿈을 꾸었는데 드디어 그 남자(그 여자)를 만나게 되는 건가?

소식이 뜸한 친구가 꿈에 나왔는데 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말도 안 되는 스토리, 영락없는 개꿈인데 자꾸 생각나는 건 뭐지?

밤마다 악몽을 꾸며 일어나는데 몸이 허한가? 보약을 먹어야 하나?

민망하도록 야한 이 꿈은 뭐지? 싱글 생활이 너무 길었나?

불길한 꿈을 꾸었는데 운전대 잡기가 겁나네. 오늘은 운전하지 말까?

교회 다니는데, 꿈에 뱀을 봤어. 사탄의 시험에 빠지는 건가?


열대야로 잠들기 어려운 밤, 어젯밤 꿈이 궁금한 분들 모여 '꿈 수다' 한판 벌입시다.

'꿈은 당신에게 배달된, 봉투 안에 든 편지' 라고 탈무드에서 말합니다.

혹여 어떤 메시지가 든 편지라면 발신자는 누구이며,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지,

특히 크리스천이 꾸는 꿈과 영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새롭게 단장하고 온갖 좋은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는 카페바인과

정신실의 내적여정 모임이 함께 준비한 '수다수다' 1탄입니다.

오세요, 오세요, 어젯밤 꿈이 궁금한 꿈쟁이들 오세요.

잠 안 오는 여름밤에, 심심한 분들 오세요.



[한여름 밤의 '꿈'수다]



일시 : 2016년 8월 23일(화), 오후 8시

장소 : 카페바인 (서대문구 신촌로 25)

강사 : 정신실            인원 : 선착순 30명

참가비 : 만오천 원(음료 포함)

문의 : 010-4235-8020 이수진 (문자로 주세요)

신청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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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정신실의 에니어그램 세미나는 퀄리티가 남다르다. 강의를 위한 강의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자부한다) 수강자들 또한 단지 (에니어그램이 뭐지?) 지식이 아니라 (환경이 달라지지 않을지라도 더 행복하게, 깊은 충족감을 느끼며 살 수 없을까? 성령의 열매 같은 것 말이다)내적인 변화에 대한 갈망을 따라 모인 분들이라는 점도 고퀄리티의 단면이다. 조교들의 퀄리티는 조금 심하게 고급인력이다. 조교들 직함이 강사 직함보다 훨씬 높아서 (나도 쎈 직함을 하나 딸까?) 고민 중. 


이번 1, 2, 심화과정의 조교였던 HA는 먹을거리에 관한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 간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교동에 있는 떡집의 '초코라떼설기'라는 걸 수배해왔다.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하는 세미나이니만큼 초코라떼설기가 제격이다 싶었다. 파리바게뜨 빵에 비하면 가격도 세고 강의 당일에 일찍 찾으러 가야 하는 것도 그렇고 부담은 됐지만 1단계 때 주문하여 먹어봤다. 대~애박. 핸드드립 커피하고 딱 어울리고, 고급스럽고 완전 자체 감동이었다. 역시 HA조교의 품격! 헌데 수강자들은 덜익은 감도 아닌데 뭐 떨떠름한 표정으로 먹는 것 같다. 에이, 별론가보다. 좋긴한데 팬들의 반응이 심드렁하니 그렇게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겠네 싶어서 2단계에선 빠바 마드렌으로 바꿨다. '오늘은 초코설기가 없네요? 그거 먹겠다 하고 왔는데' 아뿔사. 떨떠름은 순전 나의 일반화였군. 다음엔 꼭 준비할게요요요요.


심화과정 전날에 주문을 하고 아침 일찍 떡을 찾으러 나섰다. 다 좋은데 강의 전에 떡 찾으러 가는 일에 심적으로 부담이 많이 된다. 최대한 일찍 강의실에 가서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고파서 그렇다. 요즘은 그러지 않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어떤 강의든 강의 전에는 밥도 먹지 않았다.(미친 거죠) 심화과정 당일에는 새벽부터 교안 프린트 때문에 해프닝도 있어서 떡 찾으러 가는 길,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푹 가라앉았다. 얼른 찾아서 강의장소로 가서 기도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목소리 하나가 스쳐 지나간다. "이것은 기도가 아니란 말인가!" 


이것은 기도가 아니란 말인가!


라니. 그렇군. 이것은 어찌하여 기도가 아니란 말인가. 떡 찾으러 가는 일이, 교재 프린트하는 일이, 강의안을 타이핑하는 일이, ppt 만드는 일이, 강의하는 일이, 수강자들과 식사하는 일이, 식당에 가면 합정동 길을 걷는 일이, 이름표를 끼우는 일이. 기도가 아닌 것이 있단 말인가! 잔잔하고 담담하지만 영혼을 울리는 소리였다. 이것은 기도였다. 떡집에서 금방한 맛 좋은 떡을 잔뜩 덤으로 얹어주셨다. 교재 프린트 때문에 불편한 심사를 마구 발사했던 남편에게 들러 덤으로 받은 떡들을 주고 강의실에 도착했다. 교재화일 위에 초코라데설기를 하나씩 올려놓으며 부흥회에서 통성기도 하고 나온 느낌으로 마음이 풍성해졌다. 내 영혼의 초코라떼설기를 배부르게 먹은 느낌이다.


에니어그램과 함께 하는 내적여정은 결국 일상을 잘 살기 위한 공부이며 수행이다. 일상의 순간순간 그분의 현존을 더 잘 감지하는 힘을 키우는 훈련이다. 그분이 주시는 일용할 양식, 생명의 떡을 매일 받아먹기 위한 훈련의 여정이다. 쉬지말고 기도하라, 고 하신 명령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게 되는 공부이다. 그러니 그 무엇이 기도가 아니란 말인가! oㅏ, ㅇㅏ, 이 고퀄의 만남들. 










강의 후 엔돌핀+아드레날린 칵테일 장애

(PLAD : Post Lecture Endorphin and Adrenalin Disorder)

 

<만남, 대화 그리고 치유>라는책에서 존 A. 샌포드는 '의사소통'을 캐치볼 게임에 비유한다. 그러니까 소통이란 캐치볼을 하듯 주거니 받거니가 기본이라는 것. 그런 맥락에서 강의는 강의를 듣는 사람을 향해 강사가 일방적으로 여러 개의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끄덕이다 말고 순간적으로 목이 깁스 상태가 되었다가 천천히 도리도리다. 내 강의는 좀 다른데. 듣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가와 상관없이 하는 나로서는 공 하나 던지고 열다섯 개의 공을 순간적으로 받는데. (수강자 15) 라고 생각한다. 수강자 100? 앞에 앉은 사람 20 명 정도의 공은 충분히 받음!

 

그리하여 강의 후에는 강의를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순간 마음의 몰카로 찍은 수강자들의 표정을 곱씹으며 기쁨과 안타까움 사이를 오가곤 한다. 또 하나, 이런 식으로 멀티 플레이가 되는 강사로서 내 강의를 나도 듣고 감동을 받거나 비판을 한다. 물론 비판 따위는 일단 좀 넣어두고, 오래도록 곱씹으며 다음 강의 준비에 주재료로 쓰기로 하고. 감동은 조금 부풀리는 것이 제맛이지. 강의안을 꼼꼼하게 준비하지만 늘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말에 주목한다. 대체로 그것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지난 수요일의 에니어그램 심화과정 강의는 '내면아이''신성한 아이'가 키워드였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형상이지만, 각자 일그러진 하나님의 형상을 붙들고 씨름한다. 그 일그러짐의 시작은 내 인생 초기 3년이었다. 지금 먹고 살기도 힘들고 눈 앞에 산적한 문제해결도 바쁜디 어린 시절은 무슨 어린 시절.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라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먹고 사는 문제, 코앞의 산적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당신의 내면아이와 관련이 있다.

 

블로그 독자들에게 다시 강의 볼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강의 마지막에 '오늘 긴 시간 엄청난 정보가 쏟아졌는데 당신의 가슴에 남은 한 문장은 무엇인가' 묻곤 한다. 내게 남은 한 문장은 '어린아이 같음'이었다. 정서적, 신앙적, 영적인 성숙에 대한 목마름으로 발을 들여놓은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도대체 거듭난 게 뭐야? 거듭났으면 성화되어야 하는데 왜 사람은 변하지 않고, 믿음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시 옷을 입고 사람을 찔러대는 이유는 뭔데? 이 질문의 답으로서 '성숙한 사람, 거듭난 인격, 예수님 닮은 인격'의 요체는 무엇인가? 아이다움이다. 존 브레드 쇼가 'Wonderful Child'라고 정리하한 그 놀라운 아이의 아이다움 말이다.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란 대단히 진지하고, 위엄이 있고, 도사 같고, 영험한 분이 아니라. 경이(Wonder), 낙천주의(Optimism), 순진함(Naivete), 의존성(Dependence) 감정(Emotions), 쾌활함(Resilience), 자유로운 활동(Free play), 독특성(Uniqueness), 사랑(Love)이 충만한 아이다움을 회복한 사람이다. 내 입으로 발설하고, 내 귀가 듣는 순간, 나의 마음이 반응하였다. 강의 마친 후에도 '그렇다! 이것다! 옳다!' 아하, 아하, 아하 하며 꿈까지 꾸었다. 성숙이 별 건가. 예수께서 그 어린 아이들을 불러 가까이 하시고 이르시되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 (18:16)

 


으막션샘미라서 햄볶아요

 

하루 종일 심화강의를 한 수요일. 그 다음 날 목요일은 오전에 음악치료 하나, 오후에 아가들 음악 수업이 하나 있는 날이다. 긴장 풀린 그 상태를 그대로 두고 하루 종일 책이나 끼고 뒹굴고 싶다, 가 20% 정도였다. 20%의 잡아 땡기는 손을 거슬러 치료를 하러 갔다. 경력이 화려하고 많은 것이 덫이 되어 음악치료를 더는 할 수 없는 지경인데. 한영교회 시절 뮨진이가 임용고시를 합격하고 특수유아교사가 되었다. 목자 엠티 끝나고 빨간 가방 매고 노량진 가던 뮨진이가 말이다. 뮨진이 아가들이라니! 거리, 시간, 페이, 경력 다 내려놓고 달려갈 명분을 주어 고마울 뿐.  '엄마가 섬그늘에 후우~' 노래의 프레이즈마다 티슈를 부는 재밌고 재미없는 활동 중이었다. 이느무시키. 스킨십을 부르는 볼을 가진 이 녀석. 그렇게 사랑하고 예뻐해줘도 눈빛으로라도 한 번 아는 척도 안 해주는 이 녀석. 무엇이든 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내 노래에 표정이 조금 밝아지고, 뜬금없는 시점에 '응응응응응' 하면서 '곰 세 마리'를 불러줘도 고마운! 노래가 두 번 쯤 되었을 때, 아무 언어적 설명없어 '엄마가 섬그늘에' 하자마자 입술을 닭똥집 모양으로 만든다. 아악!!!!! 너, 지금 후~ 할 생각이야? '굴 따러 가면' 또 입모양을 만든다. '아기가 혼자 남아' 드디어 후~우 하고 불어 티슈가 흔들린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날 뻔했다. 어느 별에서 왔니? 하트하트하트하트. 1년을 치료하며 노래해도 딴청을 하는 아이라도 분명 듣고 있다는 것을 안다. 따라 부를 수도 없고 적절하게 눈맞춤해주지도 않지만 내 영혼을 느낀다. 이 아이가 내 노래를 듣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행동주의 음악치료에서 배운 데이터로 그래프를 그려낼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대학원 시절 공부에 감사하면서 동시에 혐호한다.) '엄마가 섬그늘에' (소리없이) '오' 입모양. 지금 생각해도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세상에서 단 하나인 이 아이의 음악반응에 내 존재가 공명하고, '아이다움'의 쾌활함, 순진함, 낙천성, 의존성, 사랑.... 이런 것들을 확인한다. 치료를 마치고 차에서 점심을 때우며 음악수업에 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막션샘미, 우막션샘미!!!! 옷을 잡아 빼고 잡고 늘어지고 기타를 끌어내리고 난리도 아니다. 그중에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말은 하나도 안 하면서 몸으로 다 표현하는, 세젤귀 강아지 같은 녀석이 하나 있다. 내 얼굴을 보자마자 온 체육실을 다다다다다다 뛰어다니다 내 앞으로 와 얼굴 한 번 올려다 보고 다시 다다다다다다 뛰어간다. 아우, 저걸 깨물어버려!



하늘나라 어린이 나라


저 돌고래는 '엄마가 섬그늘에 후~우' 이녀석이 만든 것이다. 아이클레이로 저렇게나 정교하게 돌고래를 만들고 또 만든다. 만들다 제가 부수고 신경질 부리며 운단다. 으흐흐흐흐. 뮨진 샘이 여러 마리 말려놓은 것을 하나 가져왔다. 차에 뒀는데 눈이 마주칠때마다 심쿵이다. 유아교육과 음악치료 공부하길 참 잘했다. 몸으로 부대끼며 하늘나라를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전에 어린이 성가대 지휘할 적에 아끼던 노래이다. 어린이 주일에 장년 성가대에서 각 파트 네 분을 초정하여 부르곤 했다. 아이들이 먼저 유니송으로 부르면 어른 네 분이 코러스로 답한다. 나도 그 나라에 가고싶다. 오늘 여기서 그 나라를 살고 싶다.


(어린이 유니송) 어린이를 양이라 부르시고 축복해주신 말씀을

읽을 때마다 예수님 계시던 거기 함께 있고 싶어요

예수께서 내 어깨 안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어린이들 내게 오게 하라 하시면 얼마나 그 기쁨 넘칠까


(어른 코러스)주님께서 저들을 안으시고 머리를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어린이들 내게 오게 하라시....... 하늘나라 어린이 나라



* (PLAD : Post Lecture Endorphin and Adrenalin Disorder) : 이런 거 세상에 없음. 급조해봄.

 











강의안 A4용지 41 쪽. ppt 54 장. 수강자용 강의안 22 쪽.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년을 준비한 에니어그램 심화과정 강의 준비 완료.

위잉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응애 응애'로 들립니다.

출산한 기분이네요.

미역국 한 사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 에니어그램> 출간하고 출판사와 함께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1단계 강의를 몇 차례 진행하고 2단계 강의에 대한 요청(외부와 저의 내부)에 부응하여 개설하였습니다.

작년부터는 '정신실의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진행해왔습니다.

함께 공부하며 내적여정을 동반하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저기, 그때그때 허락되는 장소를 찾아 옮겨다니는 메뚜기식 강의입니다. 


1,2 단계 수강하신 분들과 10년 가까이 내적여정을 지난하게 해 온 저 자신을 위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2016년 스스로에게 내 준 숙제이기도 합니다.  

강의안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강의가 아닙니다.

가 본 만큼만 안내할 수 있는 그야말로 내적인 여행 안내이기 때문입니다.

심화과정은 특히나 어릴 적 경험 속으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는 여정이라서요.


10여 년 저의 여정과 공부를 담아 심화과정을 준비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만.

희한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알라딘 아이쇼핑을 하다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라는 따끈한 신간 발견.

가격이 너무 세서 지르까 말까 지를까 말까 망설이다 헛물만 들이키고 왔습니다.

다음 날. 메일이 하나 왔는데 <에니어그램의 영적인 지혜>를 낸 출판사였습니다.

블로그 검색을 하다 저를 발견했다며, 기증본을 보내주겠다는군요!

하하. 강의 준비 막판에 이 책을 손에 넣어 필요한 부분 속독.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주가 나서서 막 도와주는 것 아닌가 하는 심증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나갈 때 본 그 모습 그대로 저녁에 들어왔는데 거실에 노트북 뻗치고 앉았는 엄마, 아내를 보면서 식구들은 고맙게도 저를 포기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구들은 잠들고 여전히 이 책 저 책 쌓아놓고 강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우주가 거실로 들어오더니 책꽂이에서 꼭 필요한 책을 광선 비춰 뽑아내고,

파라라라락 페이지를 넘겨 꼭 필요한 부분에 밑줄 그어주는 것입니다. 캬캬.

암튼 공부가 이렇게 재밌다니! 하고 오른쪽의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뙇! 

훤하게 날이 밝아오는 것입니다. 시간은 새벽 6시.

학교 다닐 때도 해보지 않은 밤샘을,

석사 논문 쓸 때도 맛보지 못한 '공부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지'를 맛 본 것입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 던게 아니고 하루 종일 노트북 끼고 앉았다가

밤 9시나 되어 수영하러 갔습니다.

혼자 자유수영 하다보면 심심해서 기도를 하게 됩니다.

문득 심화과정 오시는 분들이 마음에 떠올라 한 분 한 분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어푸어푸, 주여 주여...... 기도했습니다.

어푸어푸 하다말고 울컥했습니다.

1단계, 2단계, 심화과정까지 자발적으로 찾아와 들으시는 이분들이 내 여정의 동반자이구나, 싶었습니다.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꾸준함이라니.

제가 그랬던 것처럼 무언가(내적인 성장? 내면을 터치하지 못하는 허울 뿐인 종교에 대한 회의? 이름 붙일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감과 갑갑함? 그저 인간에 대한 탐구심? )에 대한 갈망이겠지요. 


얼마 전 슬그머니 우리 거실에 침입한 '우주'라 이름하는 그 도움의 빛은

그분들의 갈망과 저의 기쁨이 만나 만나 일으킨 화학반응이었나봅니다.

내일 새로 낳은 첫 강의를 앞두고 긴장도 해야겠지만

강의 망쳐도 후회 없겠다는 마음에 설레발설레발 괴발개발 끄적여봅니다.



소명이란 우리의 가장 큰 기쁨과 세상의 가장 큰 필요가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말한다.'

                                                                                             - 프레드릭 뷰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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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 여정 에니어그램 세미나] 2016년 상반기 일정입니다.

 

라캉은 '진리에 신경써라, 그러면 치유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정직한 질문을 던지고 진리를 찾는 열망 안에 있다면 그 여정 자체가 치유입니다. 정신실의 에니어그램 내적여정은 어거스틴의 기도, '주를 알게 하소서, 나를 알게 하소서(Novem te, novem me)'를 따르는 기도의 여정입니다. 에니어그램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오래된 거울 앞에 서보는 것을 시작으로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자'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2016년 상반기 준비된 1단계, 2단계, 심화과정 세미나 일정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수강하신 분이 2단계를, 1,2단계 수강하신 후에 심화과정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일시]

. 1단계 : 2016년 3월 30일(수) 오전 10시~오후 5시
. 2단계 : 2016년 4월 27일(수) 오전 10시~오루 5시
. 심화과정 : 2016년 5월 25일(수) 오전 10시~오후 5시
[
장소]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5층 대회의실(합정역 7번 출구에서 3분)

[인원] 각 강좌 선착순 15명  

[수강료] 각 강좌 12만 원
[문의] 010-6209-0635   larinari.tistory.com
[신청]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1 신청하러 가기(마감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2 신청하러 가기 (마감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 내적여정 심화과정 신청하러 가기(마감되었습니다)



각 과정의 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의 내용

1단계

  선물 또는 덫으로서의 성격 :

  에니어그램의 9 유형

 2단계

  적응 또는 방어로서의 성격 :

  에니어그램의 날개와 화살 / 공격, 의존, 움츠리는 유형들 

 심화단계

  습관이 된 정서, 패턴이 된 생각 :

  에니어그램 유형의 어린 시절

 영성단계

  성격 너머, 하나님 형상인 나 :

  에니어그램 유형의 왜곡된 하나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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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 여정 에니어그램 세미나]가 열립니다.

 

라캉은 '진리에 신경써라, 그러면 치유는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정직한 질문을 던지고 진리를 찾는 열망 안에 있다면 그 여정 자체가 치유입니다. 정신실의 에니어그램 내적여정은 어거스틴의 기도, '주를 알게 하소서, 나를 알게 하소서(Novem te, novem me)'를 따르는 기도의 여정입니다. 에니어그램이라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오래된 거울 앞에 서보는 것을 시작으로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자'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2016년 상반기 준비된 1단계, 2단계, 심화과정 세미나 일정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수강하신 분이 2단계를, 1,2단계 수강하신 후에 심화과정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일시]

. 1단계 : 2016년 3월 30일(수) 오전 10시~오후 5시
. 2단계 : 2016년 4월 27일(수) 오전 10시~오루 5시
. 심화과정 : 2016년 5월 25일(수) 오전 10시~오후 5시
[
장소]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 5층 대회의실(합정역 7번 출구에서 3분)

[인원] 각 강좌 선착순 15명  

[수강료] 각 강좌 12만 원
[문의] 010-6209-0635   larinari.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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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과정의 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강의 내용

1단계

  선물 또는 덫으로서의 성격 :

  에니어그램의 9 유형

 2단계

  적응 또는 방어로서의 성격 :

  에니어그램의 날개와 화살 / 공격, 의존, 움츠리는 유형들 

 심화단계

  습관이 된 정서, 패턴이 된 생각 :

  에니어그램 유형의 어린 시절

 영성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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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러 곳에서 한국형 에프터스콜레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느슨하여 에프터스콜레가 지향하는 바에 부합하는 곳이 '꽃다운 친구들'일 것입니다. '방학이 1년이라면'이라는 모든 세대의 부러움을 유발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 1월4일에 방학식을 했습니다. 방학 후 첫 '놀이'가 '자기탐색' 놀이였는데, 영광스럽게도(그렇습니다! 영광스럽게도!) 4주 동안 그 놀이를 이끌었습니다. 이제 사춘기를 빠져나온(또는 제대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나는 누구인가' 물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MBTI 검사와 강의에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MBTI는 거들 뿐. 친구들이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음'은 에너지가 그들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네네, 미래형입니다. 당연히! 꽃친도 꽃친의 자아탐색 강의도 당장 재밌고 행복한데 그치지 않고 평생 가는 효과가 있을 거라 믿기에) 강의는 혼자 했지만 MBTI는 물론 청소년 상담을 공부하고 그 일로 잔뼈가 굵은 하정 쌤과 수진 대표님, 셋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냈습니다. MBTI라는 손가락을 빌어 가리켰던 '달'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봅니다.






오래전에 한동안 유치부 아가들에게 설교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선 유치부와 장애아동부를 교역자가 아니라 평신도 전공자에게 맡기는 좋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유치부라고 해서 유치하게 접근하는 교육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 맞춘 전달방식이 다를 뿐 묵상의 깊이와 진지한 신학적인 고민은 어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설교 뿐 아니라 '자기를 찾는 여정'에 대한 강의 역시 아이든, 청소년이든, 위기의 중년이든 큰 줄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중고등부 수련회에서 한 번으로 끝나는 MBTI 강의는 여러 제약 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만.


이번 꽃친 자아탐색은 소그룹으로 네 번이나 만나는 일정에, 돕는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거의 1:1 상담도 할 수 있는 비율이어서 최고의 조건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주제로 생각해볼 수 있는 숙제를 내줬습니다. 오글거리는 일이지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의 길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누구든 자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자, 나를 이 세상에 생명으로 내놓은 부모님을 다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그분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반복했던 나에 대한 규정, 그때 나의 감정. 그것을 떠올려 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로 꽃친들은 꽤 악조건입니다. (저를 포함한) 부모님들이 다들 남다른 의식이 있어서 공부 강요도 안해, 심지어 학교를 일 년이나 쉬라고 해. 훌륭한 부모 뛰어넘기가 더 어려운 법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랑 말싸움 해서 이겨본 사람?' 물었더니 하나도 손을 안 들어요. '너희들은 좋은 부모님 만나서 다른 애들보다 더 힘든 거야' 했습니다.


'나'를 찾기 위해 부모님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끝난다면 경유지에서 멈추는 여행입니다. 부모가 있다고 내가 그냥 생긴 게 아니라는, 뭔가 우주적인 힘이 작용하여 내가 생겼다는 확신, 즉 나라는 존재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의미를 발견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입니다. 물론 제 인생에 빗댄다면 제가 발견한 의미는 이 노래와 같습니다만. '나를 지으신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대놓고 하지는 않았으나 말하지 못한 마음은 간절한 기도로 대신합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가슴으로 고백하는 날이 오기를.   





아이들에게 매력 없는 즉, 바로 찐따되는 방법이 있는데 가르쳐줄까? 했습니다. 여러분도 가르쳐드릴까요? 무슨 질문이든(타인에게 듣든 내가 내 자신에게 던지든) '그냥'이라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백발백중입니다. 지들이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라 찔리는 가 봅디다. '그냥' 대신할 언어를 많이 가지는 것, 그것이 멋진 사람되는 길이고 MBTI는 그것을 조금 도와주는 것입니다.

첫 시간에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K-POP 5 에서 발췌한 영상을 봤습니다. 노래 잘하고 매력 터지는 이수정, 노래 잘하면서도 자신감 없는 유제이(1월 초만해도 더 했음), 동생의 빛을 자신의 그늘로 가져온 이휴림. 노래 이상의 메시지가 있어서 '매력'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사의 의도를 얼마나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각자 나.만.의. 매력이 매력이구나, 어렴풋하게라도 심어졌으면 싶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수강자들이나 부모들은 강의를 듣고 묻습니다. '나의(우리 아이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MBTI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Carl Jung의 심리유형론에 의하면 그런 건 없습니다. 외향형인 사람은 겉과 속이 다 외향형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향형의 무의식엔 내향이 숨어 있고, 감각형의 무의식에 직관이 잠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유형을 인식하고 좋아하고, 잘 쓰면 어느새 나의 열등기능들이 무의식에서 떠올라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더욱이 아직 어린 우리 꽃친들은 자신의 유형을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사고형 보석이다. 나는 내가 좋다!' 마지막 시간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내어 말해봤습니다. 자기 유형을 좋아하고 수용해야 나로 인해 힘든 사람이 보이는 법. 강점의 인식 없이 약점을 쥐어짜내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강사이며 엄마인 덕분에 강의 마치고 오면 채윤이와 얘기 많이 나눴습니다. 채윤이가 자신의 유형을 좋아하지 않는 데는 다 엄마의 취향 강요가 있었다는 것 인정합니다. 그래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엄마로서 채윤이의 유형을 진심 더 좋아하기로 합니다.






'나라는 보석'을 발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쓰기, 정직한 글쓰기, 일기 쓰기가 갑이지요. 마지막 시간에는 짧게 일기 쓰기 안내를 했습니다. 엄마한테 무지 많이 혼났을 표현 '나는 오늘.... 참 재미있었다.' 이것이 사실 일기의 전부입니다. 내 얘기를 써야하고(나는) 오늘 지금 떠오르는 이야기를 써야하고(오늘) 내 느낌과 생각을 쓰면 좋은 일기입니다.(참 재미있었다) 다만, 그 내용을 더 깨알같이 솔직하게 쓰라고 했습니다. 다만 '나는, 오늘, 참 재미있었다'는 말을 촌스러우니까 빼고 다른 말로 채우라고 했습니다. 꽃친 마칠 무렵에 한 번 더 가서 MBTI 기질 작업도 하고 1년의 자기탐색 여정도 함께 돌아보려고 '아윌비백!!!' 하고 마쳤습니다. 나는 1월에 꽃친들과 MBTI로 자아탐색 놀이를 했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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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 저의 관심사를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기인식과 자기초월'입니다. 아주 많은 질문과 답을 함의하는 말입니다. 믿음이 좋다는 사람들이 왜 가까운 이들에게 (누구보다 큰) 고통을 안기는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정서적 영적 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모태신앙이라며 은근한 자부심으로 교회의 딸로 자란 나의 인간성은 왜 늘 그 자리, 그 모양인가? 앤드 쏘우 온. 철이 들고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한 시점, 그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었습니다. 답을 얻었다 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인식'의 협소함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자기인식과 자기수용 없이 '자기초월'의 모양만 흉내 내는 것을 두고 '믿음이 좋다'고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자기인식이란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가지는 것이지요. 알고 보면 대부분 관계문제는 자신에 주관적 인식, 또는 자기만의 틀에 매여 있을 때 발생하지요.


MBTI나 에니어그램은 참으로 어려운 자기 객관화의 첫발을 떼게 하는 걸음마 연습기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 두 강의를 좋아하구요. 또 젊은 사람들이 '총체적'으로 자기를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연애입니다. '자기 자신이 되거나' 그렇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는 것이 연애의 늪에 빠지는 결과입니다. (무섭지?) 결혼 역시 궁극적으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연인, 부부의 밀도 높은 관계를 통해 자기를 인식하거나, 자기인식을 회피하고 그저 그렇게 살거나. 우리나라 사람을 둘 중에 하나입니다.(소영이도 알고, 나도 알지요) 그래서 연애와 결혼에 관한 강의를 좋아합니다.


강의요청을 받을 때, 내가 할 수 없는 강의에 대해서 단호하게 거절하는 편입니다. 이 동네 강의가 다 거기서 거기라 꿰맞추면 못할 것도 없지만 애써 원칙처럼 지키고 있습니다.드물게 어떤 강의를 덥석 물 때도 있습니다. 대체로 심장이 먼저 반응을 하는 경우입니다. 펄떡펄떡! 이건, 물어라. 니가 하고 싶어 하던 거다! 심장의 명령에 순종하고 나면 일단 폐인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고통스럽게 새로운 강의(라 쓰고 '썰'이라 읽는다.)를 준비하게 되지요. '내가 미쳤지, 왜 한다고 했을까' 허벅지를 찌르는 나날이지만 사실 마치고 나면 그보다 큰 보람도 없습니다. 그런 과정으로 정신실 강사는 1mm씩 자라왔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혀끝까지 와있는 주제가 바로 저 위에 던져놓은 화두. '자기인식 - 자기수용 - 자기초월'에 관한 썰(이라 쓰고 '강의'라 읽는다.)입니다. 들어주는 고갱님이 없어서 다른 강의 중간중간 끼워 넣기도 하고, 함께 공부하는 이들에게 떠들기도, 상담을 빙자하여 가르쳐대기도 합니다. 대부분 60대 권사님들로 구성된 어느 교회 봉사팀에서 강의요청이 왔는데, 담당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다 호기롭게도 이 주제를 하시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이 강의를 아무 데나 들이밀 수 없는 것은 내용이 보통 사람들에겐 어려울 거라는 제 안의 선입견 때문입니다. 영적인 여정, 마음공부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알아들으시리라 싶구요. 헌데 어쩌자고 제 입으로 하겠단 얘길 했는지! 잠깐 후회했지만... 쉽게 쉽게 쉽게...를 되뇌면서 폐인 모드의 시간을 보내고, 당일 강의를 마치고 나서 역시 하길 잘했다 했습니다. (저 자아팽창은 오랜 지병인 거 아시죠?) 열댓 명 모인 자그마한 자리에서 편안하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가 될 것 같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연말도 되고 했으니 올해를 추억하게 할 몇 개의 강의를 꼽아보자면. 예수님 얘기 빼고 하는 에니어그램 강의 둘입니다.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청년들과 했던 에니어그램 강의와 그냥 생짜 보통의 학원 학부모 엄마들과 함께 했던(아직 하고 있는) 에니어그램 집단여정입니다. 교인들에게 하는 강의를 똑같이 비신자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 나누는 시간 그 자체가 신선한 경험입니다. 결국 강의는 만남, 때때로 깊은 만남인데 만남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이 시대가, 이 시대의 교회가 잃어버린 길. 마음의 길을 찾아가는 영적인 여정을 더 힘을 내어 걸어가야겠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그분의 사랑을 믿으며 용기내 나 자신을 더욱 낯설게 바라보는 눈을 닦고요. 지질하고 비루하여 낯선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수용하는 여정을 가며 진실하고 풍성한 '썰'을 농익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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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피력하기 위해 말이 필요 없는 인증서, 학위. 전공과 학위를 살짝 비켜나 있는 나를 설명하는 일이 늘 어렵다. 에니어그램 강의로 내면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자기인식 없는 신앙과 삶의 무의미를 넌지시 일깨우고, 연애 강의를 빙자하여 가장 큰 사랑과 내적 성장의 길을 안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장황해진단 말이다. 이 모호한 정체성으로 늘 조금씩 불안하고, 나를 설명하는 말에 내가 먼저 피로감을 느끼며 귀찮고, 그러다 부끄럽다. 심리학과 신앙의 경계에 서서 이쪽 저쪽 모두를 취한다는 것이 양쪽에서 공격받을 가능성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기에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런데도 이 마음에 관한 공부, 강의를 놓지 못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의 치유와 성숙, 자유를 향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큰 혜택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최고의 내담자이자 고객 중 하나가  내 동생이다. 아, 내담자이자 상담자 역할도 해주니 도반이라 하는 것이 낫겠다. 치유를 위한 자기인식은 먼저 스스로에게서 한 발 물러나는 일로 시작한다. 내적거리를 두고 나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 에니어그램이 그 시작을 도와준다. 세상 누구도 아닌 나만의 독특한 인식과 이해방식을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하며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기억을 떠올리고, 기억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하는 것이 치유라고 늘 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와 가장 비슷한 어린시절을 보낸 동생과의 대화는 큰 도움이 된다. 엄마 나이 마흔다섯에 나를 낳으셨고,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딱 들어도 너무 막막한 이 이야기에서 엄마가 마흔일곱에 낳은 동생의 존재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이다. 유난히 듬직한 동생이 아버지 없이 자란 내게 의지처가 되었다. 동생에게 나는 세대 공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늙은 엄마와 더불어 일정 정도 엄마 역할이었다. 돌아보면 그렇게 서로 아버지 자리, 엄마 자리를 채워주는 남매일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동생이 세 아들의 아버지가 되고 나서는 새로운 국면이었다. 아버지 역할에 대한 동생의 두려움과 죄책감을 들으며 내가 경험한 '아버지의 부재'와 아들인 동생이 경험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놀라웠다. 동생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들의 마음은 내 상상력 밖이었다. 나 역시 엄마가 되고 현승이가 아빠와 맺는 관계를 지켜보니 더욱 그러하다. 좋은 아빠 되고 싶지만 자기 상처 주변을 맴돌며 자주 자책감에 빠지는 동생과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책을 추천하고, 때로 눈물로 기도하며 동생 마음의 '아버지의 빈자리'를 새롭게 다루곤 한다.

 

어제 조카들 다니는 학교에서 아빠 캠프가 있었다는데 프로그램 중에 '아들에게 쓰는 아빠의 편지' 낭독 시간이 있었나 보다. 동생이 큰아들 수현에게 쓴 편지이다. 짧은 글이지만 여기 담기 긴 이야기를 안다. 쓰면서 울고 읽으면서 울었다는데 그 자체가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을 또한 안다. 동생의 치유가 또한 나의 치유이기도 하다. 가슴 아픈, 고마운 글이다.

 

 

샬롬아~
아빠가 왜 수현이를 샬롬이라고 부르는지 아니?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름, 그러니까 태명이 바로 ‘샬롬’이야. 샬롬은 헤브라이어로 ‘평화’라는 뜻인데,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왕 ‘솔로몬’이랑 같은 단어야. 아빠가 수현이 태명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네가 솔로몬처럼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서가 아니야. 그 이름 뜻대로 네 인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랐던 거지.

그런데 얼마 전에 아빠가 네 행복을 깨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 몇 주 전 수현이가 학교에서 활동한 ‘우리 가족의 마음 표현하기’를 봤단다. 아빠를 동물로 비유한다면? ‘사자’, 날씨로 표현하면? ‘태풍’, 맛으로 표현하다면? ‘맵다’. 모두 무섭다는 이유 때문이더라. 그날 밤, 수현이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혼이 날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더라.

샬롬아! 미안하다. 아빠가 혼을 내면서 너무 심하게 화를 내는 건 잘못 한 것 같다. 아빠 본심은 그게 아닌데, 그저 우리 수현이를 바르게 키우려고 그런 건데 너에게 상처를 준 것 같구나. 아빠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좋은 아저씨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정작 아들인 너에게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

한편으로는 네가 쓴 걸 보고 안심이 되기도 하더라. 아빠가 무섭기도 하지만, ‘부드럽고’ ‘원래는 착해서 진달래’ 같고, 너희들을 ‘사랑해서 빨간색’ 같다는 내용을 보고, ‘아 그래도 우리 아들이 아빠 마음을 알아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빠 마음을 알아 줘서 고맙다.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가셨는지 아니? 아빠가 초등학교 4학년, 지금 네 나이 때였단다. 그때는 아버지가 없는 게 부끄럽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었지. 할아버지는 살아계실 때에도 바쁘셔서 아빠와 시간을 보내신 적이 없단다. 여행을 갔던 추억도, 운동을 했던 적도 없어.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 온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자전거 타는 법을 혼자서 터득했는데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 안 계셨지. 수염이 자라고 나서 면도하는 법을 알려줄 사람도 없었어.

샬롬이가 태어나던 날, 왜 그런지 모르지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멈추지 않아 수건 한 장이 다 젖을 정도로 울었단다.(역시 왜 그러는지 모르지만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아빠는 그때 다짐했지. 우리 살롬이에게 자전거도 가르쳐 주고, 목욕탕도 함께 가고, 좋아하는 친구가 생기면 같이 좋아해 주고, 면도하는 법도 알려 줄 거라고 말이야.


초등학교 6학년 때이던가? 윗집에 살던 아저씨가 술에 취해 우리 집에 와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었어. 그때 아빠는 무서워서 이불 속에 숨어 자는 척하고 있었단다. 그 이후로 ‘내 가족을 지키려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결국 아빠는 이렇게 강한 사람이 되었지. 네가 감당할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빠가 함께 해 주고 방패가 되어 줄게.

앞으로는 힘이 세고 강해서 무서운 아빠가 아니라, 든든한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2015년 11월 7일.

수현이의 샬롬과 행복을 바라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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