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가 '꽃다운 친구들'이란 이름의 청소년 백수로 아주 잘 늘어져 쉬고 있습니다.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꽃친은 2기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마쳤습니다.

꽃친의 열혈 지지자로서, 꽃친의 최대 수혜자인 채윤이 엄마로서 설명회에서

간증 같은 보고, 보고 같은 강의, 강의 같은 고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채윤이와 나란히 앉아 짧은 인터뷰도 했습니다.

( 꽃친 2기 설명회 오마이뉴스 기사 <- 클릭!)


어린 시절의 채윤이는 어떤 아이였는지,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그로 인해 얻고 잃은 것이 무엇인지,

예고를 포기하고 꽃친을 선택하는 과정,

결국 선택한 꽃친 9개월을 통해서 얻은 것들을 나누었습니다.

여기 연재한 '방학이 일 년이라서' 시리즈와 그에 앞선 몇 개의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에 기나긴 글로 남겼으니 간증의 내용은 생략하고요.

결론만 말하자면, 꽃친을 한 채윤이는 꽃같이 예뻐졌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애가 예뻐져 나오는 걸 아침마다 경험했습니다.

아빠 엄마 두 사람의 증언이 동일하니 믿어주십쇼!

그런데 이게 엄마 아빠의 고슴도치 증후군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명회를 마치고 또 다른 인생학교인 꿈틀리학교 정승관 교장선생님 부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짧지만 배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두 분 선생님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습니다.

꿈틀리학교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집에 다녀왔는데(기숙학교입니다) 애들이 다들 예뻐졌다는 것입니다. '야,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 왜 이리 멋있어졌어?'

맞지요. 일 년을 통째로 쉰 아이들이 예뻐지는 것 맞습니다.

저는 김성호의 노래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웃는 여잔 다 예뻐'

일 년 쉬는 마음이 늘 행복하거나 편한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이 될 여유가 주어진 것은 분명하고, 자신의 삶에 주인된 사람의 자유로움은 표정으로 나오게 됩니다.

(꽃친들의 일상 소개 영상 <- 클릭!)


설명회에서 나눌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좋은 걸 선택하는데 뭐 그리 머리를 싸매야 했었나?

무조건 좋은 선택이었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뇌가 쉴 때 비로소 창의성의 뇌, 성찰하는 뇌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러하다는 것을 실감한 9개월입니다.


 꽃다운 친구들 2기 모집 안내 <- 클릭!







3월부터 재즈 피아노 시작한 채윤이가 오늘 레슨에서 친 곡이랍니다.

선생님께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신 걸 보고 또 보자니.....

10여 년 전의 야곱의 축뽁, 다시 찾아서 보게 됩니다.

빈 노트 악보 삼아 펼쳐 들고

정확한 음정 내기 위해서 가성 쓰는 채윤이.

성가대 지휘자 본능으로 소리 꺾는 거 못 봐주는 엄마.

살아있네요.

꺾어 부르던 노래를 스윙 스윙, 피아노로 치기.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1. 엠마 2016.09.08 21:14

    이런 여유롭고 넘실거리는 재즈 넘좋네요 >_<

    • BlogIcon larinari 2016.09.09 22:34 신고

      '넘실거리는'이라는 표현이 참 신선하고 적절하네요. ㅎㅎㅎ

  2. mary 2016.09.09 09:46

    와우 이제 자유롭게 재즈피아노 치는 녀자 부럽구만! 엄마도 부럽겠지?
    울교회 입당송말고 예배시작전 밴드팀의 찬양연주에
    요즘 푹 빠져있거든
    어렸을 때 노래도 정말 스윙이네. 꺽는것도 그 나이에 가성 쓰는것도 예사롭지 않았군

    • BlogIcon larinari 2016.09.09 22:35 신고

      그 나이에 가성 쓰는게 지도 살짝 부끄러웠나봐요. ㅎㅎㅎ 엄마는 부러워서 지고 또 지고, 케이오 당한 게 옛날 일이죠. ㅡ.,ㅡ

  3. 2016.09.09 09:55

    에구에구~~애기 때의 요 이쁨을 기억하면,이후의 모든 속썩임을 용서해야되는디~자꾸 깜박한다는..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16.09.09 22:36 신고

      글치, 그래야 하는데....
      저런 영상 다시 보면 '야, 저렇게 귀여웠던 애 어디 갔냐?! 으이그' 이렇게 되는 거지.ㅜㅜ

  4. 우쭈꿈 2016.09.19 01:28

    옴마나~~ 넘나조아요!!




살다보면 꿈도 못 꾸었던 일이 일어나곤 합니다. 열일곱 살, 고등학교 1학년 채윤이와 시카고 다운타운을 활보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채윤이는 스타벅스에 들어서면 엄마보다 앞서 주문하는 곳으로 가 용감하게, 되는대로 주문을 합니다. 진동벨이 아니라 주문할 때 물어봤던 이름을 불러 음료를 내주곤 하는데 '애나, 애나!' 하고 불러주는 것이 그렇게 좋다면서요. 코스타 마치고 며칠 여행하는 동안 채윤이 아닌 Anna가 함께 했습니다. Anna라는 이름을 지은 것은 생후 18개월 즈음일까요? 채윤이가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 (고유)대명사로 고른 것이 '안나'였습니다. 자신을 가리켜 안나, 안나 하니까 모두들 '안나야' 하고 불렀습니다. 채윤이 아빠는 아예 '김채윤, 정안나' 부모 성 같이 쓰기 운동을 적용하기도 했었지요. 여행 셋째 날인가,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채윤이가 그럽니다.


"엄마, 난 미국이 너무 잘 맞아.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자유로워지고, 내 속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 이제껏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온 것 같아."


아닌 게 아니라 수많은 영어 사람들 속 채윤이는 전혀 이물스럽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사람이 적은 길에 접어 들어도 금세 쫄아서 '야, 빨리 와' 웬만하면 '가지 마. 가지 마' 하는 엄마와 달리 어디든 가보고, 아무 데나 들이대 보려는 채윤이는 현지인 같았지요. 성문종합영어 몇 번을 본 엄마보다 알고 있는 영어 단어가 어쩌면 100개도 안 될 채윤이가 더 거침없고 당당합니다. 여기서  Anna 말고 채윤이의 영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채윤이는 유난한 언어감각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듣기와 말하기 발달이 빨라서 일찍이 대화가 되는 아이였지요. 영어 따위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입이 터질 것 같은 아이였습니다. 그땐 그랬지요. 영어공부에 성대모사를 도입하여 신나게 놀고 있는 한때 채윤이. 영상 하나 봐야겠습니다. 


채윤 열공 잉글리쉬


코스타 기간 동안 Youth Kosta에 참석했던 채윤이는 극한 이방인 체험이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영어로 진행되었고 선생님들 마저 우리 말이 되는 분이 거의 없었습니다. 워낙 적응력이 뛰어난 아이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습니다. Youth Kosta에 하루 풀참하고 돌아온 밤 11시.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엎드려 엉엉 울었습니다. 들리는 말이 '지저스' 밖에 없다고요. 다들 통하는 말 나만 못 알아들어 바보가 되는 느낌, 그 느낌 아니까.ㅜㅜ 자체 조를 만들어서 함께 했던 꽃친의 황쌤과 은율언니와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격려를 받기도 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참석했습니다. 중간에 하루 전체집회를 참석하고는 찬양과 말씀에 대박 은혜를 받기도 했구요. 일단 말이 들리니 은혜가 안 될리가요. 여기서 다시 Anna 말고 채윤이가 영어를 포기한 얘기도 함 보죠.


채윤 영어 접은 이야기


이렇듯 영어든 공부든 목숨걸지 않고 키우는 이 바닥 부모들에겐 그런 인생각본이 있던데요. 돈은 없지만 아빠가 모든 걸 접고 급 유학을 떠난다. 몇 년 유학생활을 통해서 가난체험 등으로 개고생을 하지만 아무튼 끝내고 돌아온다. 애들은 영어를 막 잘한다. 채윤이 엄마 아빠는 학원도 안 보내고 공부도 막막 시키지 않는 주제에 이런 인생 시나리오도 없었습니다. 중학교 가서 중간 기말 시험 때마다 어떻게 어떻게 본문 달달 외워서 영어시험 친 것이 전부. 이런 채윤이라서 도대체 영어말이 들리지 않고 표지판이 뭐라는지 읽히지 않지만 거침없고 당당한 Anna가 건재함을 확인했으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귀환한, 아는 영단어 몇 개 되지도 않는 Anna, 재즈 피아노 하는 Anna의 내일이 사뭇 궁금해집니다.


"엄마 엄마, 내가 한국에서 재즈를 공부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아. 여기서 보니까 휘튼 식당에서 접시 들고 걸어가는 흑인들은 걷는 그 자체가 스웩이야. 걷는 것만으로도 스웩인데 나는 그걸 연습해서 배우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돼? 나 미국으로 대학 올 거야. 미국, 완전히 내 스타일이야."





  1. BlogIcon larinari 2016.08.13 18:44 신고

    시카고 여행기와 코스타 후기, 끝난 줄 아셨죠?
    이제 시작입니다.

    • mary 2016.08.16 09:20

      우리집 누구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했드니 그게 아니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ㅋ. 기대하겠슴다
      채윤이 스딸 완전 쥑여요 시카고 거리와 이질감이 없넹

    • BlogIcon larinari 2016.08.21 09:38 신고

      애가 그냥 시카고 거리에 착착 안기더라니까요. ㅎㅎㅎㅎ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2. 2016.08.14 19:04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8.21 09:39 신고

      채윤이 저 스타일에 대해서 가장 찰지게 표현해준 분이 채윤이 고모인데. 시카고 있을 때 저 사진을 보냈더니 '우리 채윤이 미국년 다 됐네!' ㅎㅎㅎㅎ

  3. iami 2016.08.16 10:21

    아, 저도 사진 잘 못 찍지만.. 간지나는 애 발 좀 자르지 마세요.^^

    • BlogIcon larinari 2016.08.21 09:42 신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태클 댓글. 제가 한 발 앞서 가다 예고 없이 뒤돌아서 찍었는데요. 애가 너무 빨리 걸으니까 제대로 안 찍히는 거예요. 발목 잘린 이 사진을 써, 말어? 하다가 스타일이 좋으니 사진 찍는 엄마의 '똥손' 굴욕을 감수하고 올렸씀미다! ㅋ

  4. 우쭈꿈 2016.08.21 01:13

    채유니 넘 멋져요 세상에~~
    간지좔좔★彡

    • BlogIcon larinari 2016.08.21 09:43 신고

      희한하게 같은 옷을 입어도 여기선 저런 느낌이 안 난단 말이지. 거참, 희한하지. ㅋㅋ

  5. 2016.09.23 12:19

    흑횽아 흑언냐들의 스웩이란 정말이지.....
    챈이의 미국 진출을 응원합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9.24 02:37 신고

      잘 다녀왔시유?
      다녀와서 뉴욕병 앓고 있는 중이지?ㅎㅎㅎㅎㅎ




중등부 수련회에 간증하러 따라간 채윤이. 지금 쯤이면 벌써 간증이 끝나고 저녁 집회까지 마쳤을 시간입니다. 간증문을 쓴다고 거실에 노트북 뻗쳐 놓고 며칠 글쟁이 엄마 코스프레를 했습니다. 머리 쥐어 뜯고 예민하게 굴고,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냐며 후회하고. 엄마 싱크로율 90%. 며칠 끙끙거리더니 A4 반 장 짜리 간증문을 써내고 봐다랍니다. 분명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생각보다 정리를 잘 해놓아서 놀랐습니다.


그 다음엔 논쟁,


뼈대를 잘 잡아놓은 글에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채윤이가 주장하는 것은 '하나님 얘기'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등부 쌤들이 기대하시는 것은 그것이라고. 간증이 그런 거 아니냐고요. 단호박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니라고, 그렇지 않덕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하나님 은혜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뜻이었습니다.' 이런 말은 제발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너의 이야기를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려줬는데 듣는 사람이 거기서 하나님을 발견한다면, 그것이 좋은 간증이야.' 말발에 밀렸는지, 힘에 굴복했는지 알았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채워 넣은 간증문을 완성했습니다.


문장 몇 군데 봐주고, 최종적으로 분량이 많아서 줄이는 것을 도와줬는데 그럴 듯한 간증문이 되었습니다. 채윤이가 쓴 글을 처음 읽으면서는 엄마로서 울컥하는 부분도 있더군요. 허락받고 공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17살 김채윤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그렇게 긴 인생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중학교 시절에 가장 힘들었고 그런 힘든 시간들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 진로를 선택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피아노 선생님을 통해서 예술중학교를 알게 되었고 그 학교에 가면 공부보다 피아노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그 한마디에 반드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께선 아직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고 쉽지 않은 길이기에 반대하셨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엄마 아빠를 설득시키려고 조르고 졸랐습니다. 결국 엄마 아빠도 제 선택을 믿고 지원해주기로 하셔서 5학년 막바지부터 입시준비를 했습니다. 같은 전공 친구들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기적적으로 합격해서 예술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고 중학교에 가서도 피아노를 더 많이 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기대가 컸는데 막상 학교생활은 제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매번 실기시험마다 등수를 세우는 시스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서로 경쟁상대가 될 수밖에 없었고, 저는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친구들 대부분은 유명한 교수님들에게 레슨도 받고 연습 환경도 좋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저는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자꾸만 작아지고 자신감도 떨어졌습니다. 저는 특히 연습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에 학교가 끝나면 교회에 와서 연습을 하고 시험 막바지가 되면 밤늦게 까지 남아 연습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시험결과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매 시험 때마다 그런 일이 반복 되다보니 좌절하게 되고 포기 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그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담도 컸습니다.

그런 힘든 시간들이 계속 반복 되면서 결국 3학년 새 학기에 위기로 찾아왔습니다. 고등학교 입시준비로 학교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 앞에서 연주하는 향상음악회라는 것을 해야 했습니다. 그 음악회를 할 때마다 저는 너무 부족했고 그래서 매번 친구들 앞에서 창피하고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아직 연습이 너무 부족하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모든 시간을 다 연습하는데 올인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제 탓을 하게 되고 여기가 진짜 제 한계라고 느껴져 모든 상황 속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앞으로 계속 이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중학교 졸업 후 1년 동안 안식년을 가지는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께서 이런 것이 있다고 제안해주셨고 저는 예고입시를 포기하고 이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엄마가 ‘네가 예중을 선택했을 땐 3년을 선택 한 거야. 그러니까 지금 포기하면 안 돼’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안식년을 갖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입시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고, 입시를 마친 후에 선택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너무너무 포기하고 싶었지만 예중을 선택한 것은 저 자신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힘듦과 고민 속에서 저한테 유일하게 힘이 될 수 있었던 것이 교회 찬양팀 반주였습니다. 바쁜 학교생활과 부족한 연습시간으로 반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반주를 하는 시간이 다시 일주일을 버틸 힘을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3학년 여름수련회 때는 처음으로 찬양 가사를 생각하며 반주를 한 것 같습니다. 가사 하나하나가 하나님께서 저한테 말씀해주시는 거 같았습니다.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라는 찬양을 하는데 수십 번 불렀던 그 찬양의 가사가 제 마음에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사랑은 항상 날 향하고 있었다는 걸’

힘든 시간을 견디고 나니 2학기 막바지에 졸업을 압두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시험에서는 제가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를 받아 행복했고, 준비했던 고등학교에도 합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하고 올해 안식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얻은 합격이기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는 선택은 어려웠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고를 가든 안식년을 하든, 어느 순간에는 아쉽고 후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일단 선택하면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1년 안식년을 하며 매일 늦잠도 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그때 내가 잘 한 걸까? 하면서 제 탓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중학교 3년의 생활을 돌아보고 지금 현재의 제 삶을 보면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또 앞으로의 모든 것은 알 수 없고 막막하지만 하나님께서 저의 길을 인도하실 것을 믿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창 인생에 대해 신앙에 대해 고민이 많은 때였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수수께끼같은 주제에 빠져들었다. 한 학년 위인 교회 언니와 늦은 밤 셔터 내린 가게 앞에 앉아서 나름 열띤 토론했던 기억이 새롭다.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면 나는 어디 있다는 거야. 내가 결정한 것도 하나님의 뜻이야? 결국 내가 아무리 고민해봐야 하나님 뜻 안에서 움직이는 로봇이네' 뭐 이런 얘기들. 그러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하나님의 뜻'이란 표현이 나왔다. 바로 실행에 옮기는 고딩이라 '그럼 내가 3초 후에 손가락 까닥한다. 1, 2, 3. 까딱! 하나님의 뜻이었어?' 귀여운지고. ^^ 그때는 꽤나 진지하고 심각했다.

 

그때로부터 30년은 지났지만 하나님의 뜻에 대해 선명하게 알게 된 것이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리트머스지 몇 개는 챙기고 있다. '.. 기도해보니 하나님의 뜻'이라고 우기는 사람이나 그의 주장은 하나님의 뜻과 거리가 멀 것임. 그 주장에 대한 집착이 과할수록 본인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함임을 드러낸다는 것. 하나님의 뜻은 불쑥 던져지는 것보다는 스르르 드러난다는 것 등이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뜻을 찾고자 할 때는 오히려 기다리고, 침묵하고, 나의 한계에 대해서 성찰하고 인정하고, 내 욕망에 대해서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내 몫이라 생각한다. (욕망이라고 해서 기도제목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욕망인 줄 알고 기도하는 것, 내 욕망이기에 그분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거절당할 수도 있겠다 각오하고 간절히 구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렇게 하여 스르르 내 삶에 들어온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채윤이가 꽃친을 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얘기, 아니 조금 더 세게 말하자. 2016년에 우리나라 최초, 에프터스콜레의 한 형태로 자생적 안식년 프로그램인 '꽃다운 친구들'이 생긴 건 채윤이를 위한 하나님의 뜻이다. 꽃친 모임에서나 여기저기서 이렇게 떠들고 다니는데 진정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뿐 아니라 그것이 유익하다. 앞으로 생겨날 일일랑 앞으로에 맡기고 이미 주어진 것이 주께로부터 왔다고 믿을 때 오늘 어떻게 살아갈지가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채윤이는 '방학이 일 년이라면' 어떻게 되는지, 꽃친의 가치를 200% 누리는 꼬치너이다. 작년 이맘 때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채윤이 일상에 주어지고 있다. 압권은 열일곱 채윤이가 시카고 미시건 호수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원조 꽃친이라 불리는, 4년 전에 나홀로 안식년을 경험했던 은율이 언니와 함께 말이다.

 

시간, , 게다가 엄마의 콩알만 한 엄마의 간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저 사진은 실제상황이 되었다. 채윤이 예고 합격 후에 꽃친이냐 예고냐, 이 합격을 포기하냐 마냐를 놓고 저울질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민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뭐 그렇게 고민을 해야 했을까 싶다. 자명한 결론을 두고.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이다. 두어 주 동안 채윤이가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을 보면서 비용을 계산하며 고민했던 일이 무색해졌다. 채윤과 은율, 은율이 아버님(꽃친의 고급인력 자봉이신) 황 본부장님과 식사하며 지난 12월의 송년회로 모인 꽃친 첫모임을 떠올렸다. 당시 분위기를 돋우고자 샘들이 준비한 공연이 있었다. 일명 복면가무왕. 복면을 하고 무조건노래를 개사하여 부르며 춤을 췄드랬는데. 아래 사진 스크린의 가사를 보시라.

 

미래를 향한 나의 선택은 꽃다운 친구들이야

일 년을 모두 쉴 수 있다는 특급방학이야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은 모르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놀러갈 거야 어디든 놀러갈 거야

 

태평양을 건너 어느 식당에 마주 앉아서 저 예언 같은 노래를 떠올렸다. 소오름! 저분들 영험한 분들일세. 복면가무단을 가장하여 예언을 하다니. 채윤이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현재형이다. 오늘 자유롭고, 오늘 행복하고, 오늘의 사랑을 풍성히 누리고 동시에 흘려보내는 것. 채윤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향한 그분의 뜻일 것이다.


 

 








  1. BlogIcon happyyeji 2016.07.29 23:47 신고

    영험한 저는 가사 컨닝을 하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ㅋㅋ

  2. 2016.07.30 14:00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31 22:30 신고

      이미 멋진 엄마이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오는데요. ^^ 한창 귀여울 때네요. 그리고 곧 귀요미 2번 등장이군요!




지난 한 주간 코스타 일정을 잘 마쳤습니다.

네네, 잘 마쳤지요.

컨퍼런스 마친 오후 느긋하게 찍은 사진 두 장입니다.

기럭지로는 여느 아메리컨 부럽지 않은 채윤이는 이 학교 학생이라 해도 믿겠지요?

파랑과 하양, 하늘과 깔맞춤한 제 패션도 괜찮죠?


실상을 알려드리자면.

휘튼 칼리지 재학생 느낌의 채윤이는 코스타 기간 내내 영어사람 친구들 속에서

에헤헤헤, 어리바리 하고 있다가 숙소에만 들어오면 침대 엎드려 우는 나날.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하나 된 듯한 채윤이 엄마는 강의하고 상담하고,

다시 강의 준비하고 또 상담하고, 화장실도 제때 못가는 며칠을 보냈답니다.

그러니 저 멋스러운 여유는 사진발. 헤헤.


지금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채윤이와 둘만의 시간입니다.

오늘(여기는 주일) 한인교회에서 강의 하나를 마치니 이제야 온전히 홀가분입니다.

다운타운 나와서도 근사한 사진은 꽤 건졌습니다만.

사진 밖에서는 채윤이와 신경전, 대놓고 말싸움, 대놓고 짜증.....

이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야 조금 마음의 틈이 생겨 사진발로 소식 전합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 




  1. 2016.07.12 10:0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13 23:19 신고

      엇, 그런 가능성이 있었군요.
      휘튼에서 봤으면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호칭은 아무렇게라도, 마음 가는대로 불러주셔도 제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호칭은 불리는 사람에 대한 부르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갈수록 실감하고 있어요. ^^)

  2. iami 2016.07.12 18:04

    휘튼의 하늘 색깔과 두둥실 구름이 정말 끝내주네요.
    수고 많으셨고, 남은 시카고 다운타운 여행에서 채윤이도 신나 하면 좋겠네요.
    여기저기 확 그냥 막 그냥 데리고 다니세요.^^

    • BlogIcon larinari 2016.07.13 23:23 신고

      필터 없이 찍어서, 보정도 하지 않은 색이 저러했어요. ^^
      저는 겁이 많아서 안 되는데
      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 다니는 거 채윤이 덕에 하고 있어요.
      오늘 하루 정말 마음 가는대로 막 다니다가 자정에 비행기 타요.
      들려드릴 얘기가 많은데. 지난 며칠 동안 iami님 블로그에 하루에 몇 번씩 들락거렸어요.
      어제는 배는 고프고 먹을 것은 없고..... 그런 순간 눈 앞에 어디선가 본 'soup box'가 뙇! 어쩌다 고른 슾이 오뎅국물 맛이어서 느끼한 속 해장도 하구요. ㅎㅎㅎ 들려드릴 얘기가 많아요.

  3. 2016.07.13 13:4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7.13 23:41 신고

      아, 그러잖아도 책에 사인하고 나서 얼굴 뵈려고 했더니 인디 쪽에 가 계시다고요. 꼭 뵙고 인사 드리고 싶었어요. ^^ 대표님과 두분의 관계를 훔쳐봐서 알기에 대표님 못 오셨으니 대신 인사라도 드리려고요. 헌데 책까지 구입해주시고요.
      여기서는 서점에 나가지도 않은 책 싸들고 갔거든요. 눈에 띄지도 않고 알릴 방법이 없어서 그냥 쌓여 있는 것만 확인하고 마음이 무거웠었어요. 밤에 '주여, 저를 낙심시키지 마소서. 비행기 태워 온 제 수고를 기억하소서' 기도하고 잤는데 다음 날 권 간사님께 사인 부탁을 받은 거예요. 사인해 드리면서 마음의 힘을 받았어요. ^^ 감사 드려요!

      다음엔 (코스타 갈 때마다 늘 마지막이라 다짐하지만 ㅎㅎ) 꼭 뵙고 인사 드리겠습니다.

  4. BlogIcon 우쭈꿈 2016.07.13 20:34

    옴마나~~채윤이 갈수록 간지좔좔!
    모델인줄알았어요 대박!!
    모님도 상큼상큼하신디요?? 넘멋져요꺄아

    • BlogIcon larinari 2016.07.13 23:43 신고

      여기 와서 채윤이 사진 찍어주면서 정말 놀라고 감사하고 있어. ㅎㅎㅎㅎ
      주님, 과연 저 딸을 제가 낳았습니까?
      이렇게 짧은 제가 저런 기럭지를 낳았단 말입니까?!




꽃다운 친구들은 어른들을 만난다.


예를 들면,

G&M글로벌문화재단 문애란 대표, 서울대 우종학 교수님 같은 분들.
두분 다 검색해서 기사 몇 개만 읽어봐도 어마어마한 분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카피를 만든 카피라이터였던 문 대표님.

또 내 지식으론 소개하기도 어려운, 음... 유신론적 진화론의 우종학 교수님.

다양한 만남을 통한 배움이 주는 유익이 풍성하다.


라고 믿고 싶다.


령 채윤이 입을 빌자면 이런 배움을 얻고 있다.

문 대표님 만나고 온 날.

"엄마, 대박! 여의도의 진짜 높은 빌딩인데 주변이 다 보여. 대박.

문 대표님 완전 멋있고..... 나는 진짜 나중에 나이 들면 그렇게 하고 다닐 거야"

우 교수님 만나고 온 날.

"엄마, 우종학 교수님 알아? 완전 완전 완전 대박 멋있어. 잘 생기고, 말하시는데 너무 멋있어. 아흐. 헐, 그분도 코스타 강사였어? 얘기 해봤어? 완전 멋있어"

(멋있게 말하시는 그 '내용'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었던 듯)


그리고 어제는 게임회사 Nexon 탐방을 하고 왔다.

물론 여느 날 못지 않게 (자기 식의) 감동을 받고 왔다.
"그래서 나는 이제 결심했어! 게임을 할 거야. 그동안 나는 게임을 너무 안 했던 것 같애. 이제 컴퓨터 게임에 입문할 거야. 카트라이더를 해야겠어 (주먹 불끈불끈)"


티브이도 없는 집에서 순결하게 자란 채윤이,

이렇게 게임의 세계로 가는 건가?

그리고 채윤이는 나이 들어서 문애란 대표님처럼 염색하지 않고

짧은 은발을 할 것이고,

우종학 교수님 같이 잘생긴데다 지적이기까지 한 남자를 이상형으로 꿈꿀 것 같다.

꽃친 프로그램의 효과, 또는 역효과 대박이다. 꽃친은 대박이다.





  1. BlogIcon 뮨진 2016.07.01 01:31

    만남으로 배운다...

    뭘까 '가향교회'식의 표현이어서 뭔가 싶었는데

    채윤이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채윤. 채윤이다운 채윤이^^

    • BlogIcon larinari 2016.07.03 13:21 신고

      채윤이는 늘 기대 이상, 또는 기대를 빗나가지! ㅎㅎㅎㅎ




채윤이 아빠의 카톡 상태 메시지가 '느린 사람에게만 보인다'이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연상되어 별 다섯 개 상메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기 담긴 그의 깊은 마음은 느낄 수 있다. 느리게 살지 못하는 현실에의 아쉬움, 자신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그나마 느린 일상을 사는 채윤이로 인한 대리만족 같은 것이지 싶다. 느리게 사는 채윤이는 그간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는 것 같다. 엄마 아빠, 현승이를 보고, 한강변 여유로운 산책길을 보고, 평일 낮 지하철의 풍경을 보고, 꽃친 친구들의 말과 그 이면을 보고, 교회 친구의 속마음을 보고, 머리 컬러링의 디테일을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보고, 현승이 얼굴의 여드름을 보고, 씽크대에 쌓인 설거지감을 본다. 무엇보다 채윤이는 이웃을 본다. 강도 만나 피 흘려 쓰러진 이웃을 본다. 느린 삶을 사는 채윤이에게 꽃친의 다양한 놀이는(궁금하면 파란 글씨 클릭!) 울고 있는 이웃에게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놀이'란 인간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극대화시킨 모든 활동을 말한다.) 세월호의 미수습 언니, 다윤이 언니의 엄마를 만나고 피케팅을 하고 쓴 글이다. 허락을 받고 공개한다.  

 

벌써 세월호 2주기가 지났다. 2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텐데 나한테는 꽤 긴 시간이었다. 2년 적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 전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세월호는 마치 한 달 전 같이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세월호에 대해 나는 덤덤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안타까운 마음만 가지고 있고, 노란 리본은 누군가의 시선을 바라며 달고 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다윤이 언니 어머니를 만나고 피케팅을 하면서 세월호와 그 가족들에게 한 발자국 다가간 거 같다. 그저 관심을 가지는 거 그 이상으로 세월호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2주기인 만큼 독서모임에서도 세월호 관련된 책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세월호에 탔던 한 사람 한사람의 이야기와 유가족들의 이야기가 그저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로 다가와서 더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번 2주기 때 페이스북에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다. 평소에는 잠잠하다가 이럴 때만 되면 세월호와 관련된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올라온다. 근데 그 게시물들이 추모하고 애도하는 거보다 비판적인 것들이 많아서 보는 거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이럴 때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닌데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들어갈 때마다 올라오는 세월호 영상들 때문에 마음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누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세월호 너무 마음 아프고 화가 나지만 그렇게 피케팅 하고 해봐야 달라지는 거는 없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가면서 쳐다봐주고 리본을 받아주는 사람들이 그 순간 만큼은 세월호를 기억하듯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일 년 안식년을 하며 가졌던 소박한 바램이란 채윤이가 채윤이 다워지는 것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것이었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채윤이가 자기다움에 한 발자국 가까워지자 '자기'가 제 혼자만의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표현해내지는 못하는 것 같은데 채윤이의 '자기'가 확장되고 있다. '나'가 되는 '너'가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너'들이 이 시대 울고 있는 '너'들이다. 채윤이가 세월호에서 잃은 언니 오빠들, 그들의 가족이라는 타자 안에서 자기를 발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아니라 나의 일부로 느끼는 감각이 생긴 것 같다는. 이것은 내가 정말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최선의 가치이다. 굳이 하나님 사랑, 예수님 희생이라며 설교를 하지 않아도 그 사랑을 살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타인의 고통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 말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 그 사랑은 세상과 자신을 분리하실 수 없는 고통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채윤이가 거창한 것을 깨달았다는 뜻은 아니다. 종교적으로 100번을 듣고 입으로 줄줄줄 말할 수 있는 이웃사랑이 아니라, 이웃을 더욱 확장된 나로 보는 그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채윤이 방은 피아노와 키보드 한 대로 꽉 차있다. 그대로 채윤이의 오늘이며 꿈이다. 채윤이 책상과 피아노 위에는 보물찾기 쉽게 숨겨놓은 형국으로 노란리본과 노란리본 뱃지가 흔하다. 이 역시 채윤이의 마음인 것 같아서 뭉클하고 뿌듯하다. 내가 키워내고 싶었던 아이는 이런 아이이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이런 아이들이 많아져서 결국 이런 어른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세월호 관련 (공개)일기 다음 글인 난민 이야기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꽃친을 통해 한 박자 쉬면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을 말해준다.   


"꽃친 하기 전에는 나한테만 신경 쓰느라 이웃에게 관심 갖지 못했는데....."



  1. 신의피리 2016.06.04 12:01

    어이구, 채니가 저렇게 글을 쓰는 아이였구나! 폭풍성장 하는 동안, 아빠라는 사람은 늘 밖에 있다보니 아이들이 속으로도 저렇게 크는 걸 몰랐네.

    • BlogIcon larinari 2016.06.09 19:00 신고

      아빠라는 사람이 늘 밖에 있지만
      늦은 밤 들어와 '람다쥐야, 람다쥐야. 우리 채니 이쁘다. 너무 이쁘다'
      하는 말이 양분이 되고 있어. 잠깐 보는 아빠를 눈이 빠지게 기다려. 덕분에 잘 자라고 있사오니!
      채니 아빠로서 자부심 가지시길.




"엄마, 나 이제부터는 이렇게 하려고.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괜히 신경 쓰지 않으려고. 그런 결심을 했어."


꽃다운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와서 툭 내뱉은 말입니다. 엄마로서는 깜짝 놀랄말이라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냐 물었더니 다음에 얘기하겠다고 밀린 잠을 자러 들어가더군요.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물어봤습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참 소중한 깨달음인데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냐고요.


여행 중에 중등부 **샘에게 톡이 왔답니다. **샘은 찬양팀에 함께 하던 청년 쌤인데 채윤이를 동생처럼 친구처럼 대해주는 좋은 쌤이지요. 고등부가 된 지금도 주일마다 찾아가 만나곤 하는 것 같습니다. 용건없이 톡이 왔는데 그때 깨달음이 왔나봐요. **쌤은 가족 외에 처음으로 이유없이 나를 받아준 사람이라고 합니다. 꽃친 여행에서 친구들과 마음이 편안한 순간에 받은 톡이라 더 의미있었나 봅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감사하며 지내면 되는구나.....


사실 채윤이는 5학년 때 친구들과의 어려웠던 경험으로 관계에 대한 염려가 많았습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친구는 없는지, 자신을 두고 수근거리지는 않을지. 단지 그 경험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 조차 대물림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엄마인 제가 내적여정, 심리 영성 공부로 여기까지 온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관계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두려움. 꽃친을 시작하고도 내내 마음에 폭풍이 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여자 꽃친들은 다들 단짝이 생겼는데 자신만 홀로라는 두려움, 꽃치너들이 모두 좋아서 두루두루 친하고 싶은데 막상 다가가지 못하는 수줍음, 어떤 말과 행동으로 친구들의 미움을 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초기에는 이 걱정을 들어주고, 괜찮다 괜찮다 해주는 일이 큰일이었습니다. '꽃친 일 년을 지내며 적어도 이 두려움에 맞설 힘이 생기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주님'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요.


저녁마다 솔직한 일기를 쓰고, 엄마에게 끊임없이 묻고 고백하며 자신의 감정과 정면돌파 하며 생각보다 빠르게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채윤이를 지켜보는 엄마 마음이란. 채윤이의 두려움에 곱하기 10, 채윤이의 외로움에 곱하기 100, 채윤이의 걱정에 곱하기 1000이었습니다만. 스스로 겪어내며 배우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켜보았습니다. 기도하면서요. 2박3일 여행을 마치고 마음의 긴장이 훨씬 더 많이 풀린 채윤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허튼 에너지 쓰지 않겠다'고 하니 할렐루야! 입니다. 마음의 힘이 생긴 것입니다. 혹여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괜찮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견뎌낼 힘이 생긴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카렌 호나이가 말하는 것처럼 모든 신경증 환자는 이상엔 맞춘 자아상을 만들어내는데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 한다' 같은 당위입니다. 어디 신경증 환자 뿐이겠습니까. 인간은 모두 정상적 성격발달과 성격장애 그 어디쯤에 있다고 역시 카렌 호나이가 말하고 있으니까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내게 대한 오해를 다 해명할 수는 없지, 이것을 자포자기의 심정이 아니라 아프게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입니다. 치유란 결국 있는 모습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힘이기도 하지요. 채윤이게 그런 힘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단 시간이 있고, 무엇에 쫓기지 않는다는 전제, 가만히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거기다 꽃친이라는 안전한 공동체(이번 꽃친 모임에서 '공동체'라는 말이 마음에 떠올랐다는 고백도 하더군요.)가 이렇게 저렇게 마음의 쿠션을 대주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아직은 미미한 힘이겠으나, 발견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입니다. 엄마도 다시 한 번 새겨야겠습니다. 좋아하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고민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붙들고 마음의 에너지를 쓰지 않을 일입니다. 알고보면 이것이 자유입니다. 이 둘 사이를 분별해내는 것이 지혜이고요.






  1. BlogIcon 2016.05.16 00:13

    그걸 벌써 지금 나이에 깨달은 채윤이가 무지 부럽고 앞으로 정말 큰힘이 될거 같아 축하해 주고 싶어요~ 아직 35살에도 그 힘이 약한 언니가 @.@

    • BlogIcon larinari 2016.05.16 23:38 신고

      아니, 35라구??????!!!!!!!!
      벌써 35까지 갔어?ㅎㅎㅎㅎㅎ
      채윤이가 폭풍 성장 중이야. 그렇게 몰아서 한 번씩 클 때가 있잖아.
      윰 씽에 있을 때던가? 블로그에 글도 쓰곤하던 시절처럼. ^^
      지금은 살아내기에 바쁘지?
      사진으로 보는 윤이는 어쩜 그렇게 표정이 윰 딸이야. 보고싶다.
      윰도 윤이도!




블로그에 쓰다만 글이 하나 있어서 마무리 하고 나가려고 앉았습니다.

까똑!이 울렸고, 열어보니,

친구가 오늘 자 경향신문 기사 한 쪽을 사진 찍어 보내줬습니다.

대통령님 말씀에 받은 은혜가 커 혼자 간직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도 일하러 나가기 전에 처리할 가사업무를 밀어놓고

대통령님 '오늘의 말씀 묵상'에 집중하였습니다.

한 번 읽고 지날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자꾸 읽어보니 아닌 게 아니라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읽고 끝내서는 안 된다. 은혜받고 거기서 끝내서는 안 되지.

내 일상에 적용하여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채윤이에 관해 쓰던 글을 백지화 하고

오늘 받은 은혜를 힘입어 내 삶에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채윤이가 일 년을 쉬기로 한  안식년 체제에서는 뭔가 놀게도 하고 또 쪼기도 하고 뭔가 돼야 되는 일을 이루어내기도 하고, 또 이런 식으로 열일곱 살에 변화를 일으킴으로써 실질적으로 또 애한테 뭔가 도움이 되고 인성이 활성화 되는 데도 좀 힘이 되어주는 부모로서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꽃다운 친구들'서 만들어준 틀속에서 하는 게 낫지, 더 어려운 것은 또 학교 다니는 친구들이 중간고사 기간이라고 성적을 막 올려라, 또 뭔가 잠을 줄이더라도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는 이거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또 학교 내부에서 막 이리 간다고 그러면 또 저리 가야 된다고 그러고, 아이들이 혼란하다고 봅니다. 뭐 하여튼 채윤이는 채윤이대로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 것이니 뭔가 엄마는 또 빨리 준비하고 나가서 또 뭔가 오늘도  바쁜 벌꿀처럼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 mary 2016.04.29 08:27

    이 아침에 나를 빵 터지게 하누나 ㅋ x 100 번
    그 분께 차라리 '그 입 다물라'라고 말씀 올리고 싶구나.

    쥔장님 묵상과 적용이 놀랍네. 저리 쓰기 매우 어려웠을텐데 ㅋ
    나두 2탄 한번 써볼까나?

    • BlogIcon larinari 2016.04.29 23:35 신고

      참 기가 막히고 뭔가 이렇게 자존심이 상하다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보면 또 이 나라 국민으로 살아야 한다, 하는 목표를 이거다 하는 마음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겄슈.
      2탄 기대합니다요. ㅎㅎㅎㅎ

  2. BlogIcon 우쭈꿈 2016.05.01 01:39

    ㅋㅋㅋㅋㅋㅋㅋ 파하하ㅋㅋㅋ
    저도 뭔가 가만히 누워있다가 아 뭔가해야하는것이아닌가 아 내일 주일인데 행목으로서 뭔가 청년부를위해 더 열심을내야하는게아닌가 이렇게 멍하니 있는건 뭔가 잘못되어가는거 아닌가 싶다가도 또 뭔가 하려면 이리 가야 된다 그러면 또 저리 가야 된다 그러고 내부에서 혼란이 올것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내일 입을 옷 정하고 잠을 자야겠습니다 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6.05.04 10:00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입을 옷! 이게 제일 중요한 거다.
      패셔니스타 대통령님의 인생관과 부합하는 아주 바람직한
      마무리야. 역시, 우쭈꿈의 감각이란!!




명일동에 있는 털보부인이 혹 시간 되면 가보라고 포스터를 하나 날려주셨는데.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작가와의 만남이다. 

어머, 은유 작가! 잉, 양화진 청소년 학교, 우리 교회 고등부네.

학교 안 다니는 대신 고등부 찬양팀 반주에 올인하고 있는 채윤이,

바로 그 채윤이가 좋아하는 고등부 행사를 명일동 ok 언니에게 전해 듣다니. 하하.

은유 작가의 강의는 팟캐 벙커1 강의로 들었었다.

피아노 연습이랑 친구 약속도 있다며 빼는 채윤이에게 살짝 압력을 넣었다.

아빠는 '채윤아, 경험해. 뭐든 기회가 되는대로 경험하기. 경험주의자가 되기!'

바람을 잡고. 




다녀와서는 나쁘지 않았다며,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단다.

털보부인께서는 강의 안내를 해주시더니 페북에 올라온 사진도 보내주셨다.

그리고 냉큼 책을 선물해주셨다.

그리하여 채윤이가 엄마가 속으로 읽어야지 하고 있던 책을 먼저 손에 넣는,

이제 독서에 관해서도 엄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청소년이 되었다.

(언제 다 읽을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강의 들으러 갔다가 고등부 독서 동아리 '북앤톡'에 가입하고 왔다고.

여기서 나눌 책이라며 세월호 2주기에 맞춰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주문하여 읽고 있다.


김포에서 '서당'을 열고 아이들 글쓰기를 가르치는 외삼촌에게도 간다.

훈장님이며 삼촌은 책읽기는 물론 글쓰기에 토론까지 가르쳐준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오는 차 안에서

"아, 오늘 토론 시간에 엄청 깨졌어. 다음 번에 제대로 준비해서 다 발라버릴 거야"

이런 전투의지 좋아! 하하.


꽃친에서는 지속적인 일기쓰기를 격려하며 가끔 보여주는 일기를 써서 나누나보다.

세월호 2주기를 보내는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을 끙끙거리며 썼다.

보여주는 일기로 썼으니 엄마 아빠 다 돌려서 보여주는데,

오, 김채윤! 글 쓰는 여자!


태어난지 사흘 만에 집에 왔는데 집이라고 생긴 게 온통 책으로 둘러 싸였더라는,

기동력 생기고 제일 먼저 해본 놀이가 책꽂이 1층의 <인물과 사상> 죄 꺼내기였던,

환경적으로 책과 친하지 않을 수 없었던 채윤이였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하던데.

채윤이는 일찍이 책 읽기에 멀미난 케이스.

책 읽는데 귀찮게 한다고 구박하고 짜증내는 엄마 탓인줄 알고 있다.


엄마는 그랬지만 엄마보다 좋은 어른들이 계셔서 책 멀미 극복하고 있다.

털보부인, 꽃친 샘들, 외삼촌.

아흐, 이런 키미테 같은 고마운 어른들.






방학이 일 년이라서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한가한데도,

그래도 주말을 다르고 싶은 모양입니다.

엄마..... 엄마, 글 쓸 거 있어? 나랑 목욕 갈래? 아니면......

됐거든. 엄마 매일 수영하고 늘 사우나 해. 엄마도 모처럼 쉬는 토요일이라 맘 편히 책 읽고 쉬고 싶어. 너대로 놀아.

딱 잘라 버리는데 쉽게 포기하고 방으로 쑥 들어가버리는 게 더 마음이 쓰입니다.




날씨는 디게 좋고.

채윤아, 엄마랑 한강 갈까?

채윤이야 '엄마랑 놀기'는 늘 목마른 건데 뭐든 콜이지요.

보던 책 딱 접고 일어섰습니다.

한강에 나가 걸으며 멀리 바라봅니다.

건너편 선유도 공원의 연하디 연한 분홍빛, 연두빛이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너 선유도 공원 가봤어? 정말? 여기서 5 년짼데 한 번도 안 봤어? 갈래?

내친 김에 선유도 공원까지 걷습니다.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를 남발하는 채윤이에게

"채윤아, 하나님 창의력 쩔지? 어쩌면 저렇게 꽃마다 잎마다 색깔이 달라?"

"엄마,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래? 엄마는 자주 하는데. 그나저나 저 색깔 좀 봐. 저  버드나무 말야. 수양버들.

수양버들 꿈꾸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가네..... 이런 노래도 있는데"

(부르지 말 걸. 너무 올드하다)

"저 나무 이름이 버드나무야? 현승이랑 나는 저걸 열쇠나무라고 부르는데. 덕소 할머니 집 가다보면 저 나무가 있는데 어느 때부턴지 열쇠나무라고 불렀어"

"아무튼 엄마는 바로 저 연두색, 딱 이때만 볼 수 있는 저 색깔을 보면 죽을 것 같애.

좋아서."

(채윤이 쩜쩜쩜)





4월 1일 금요일,

만우절을 기점으로 인근의 꽃들은 동시에 봉우리를 터뜨리기고 약속한 모양.

목련 먼저, 개나리 먼저..... 이런 순서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피기로 한 모양.

그래도 아직은 봉우리가 대세입니다.

그늘이라곤 없는 곳에 서 있는 탓일가? 화알짝 피어서 곧 져버릴 것 같은 목련이 있네요.

"채윤아, 그런데 꽃이 피면 좋은데 왜 활짝 핀 꽃보다 늘 봉우리가 더 예쁜 걸까?"

"아닌데. 나는 어설프게 핀 꽃보다 활짝 핀 꽃이 더 좋은데....."

"아, 그렇구나. 넌 젊어서 그래. 그렇지. 활짝 피어야지....... 으흐흐흐"

"엄마, 나는 자연이 이렇게 좋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





하긴, 꽃봉우리 같은 채윤이에겐 이제 활짝 피울 일이 남아 있지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이제야 비로소 생의 봄날을 맞은 건데요.

인생의 정오를 지나고 막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한 엄마 눈에 예쁜 것과는 다르겠네요.

그리 생각해보면 생의 봄날을 사는 아이에게, 가을 또는 겨울을 사는 이에게는

다른 것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나를 앞서 늦가을과 겨울을 사는 분들이 보는 세상을 쉽게 재단할 일이 아닙니다.

모두들 제 눈에 보기 좋은 것을 충분히 느끼고 살면 족합니다.

생의 봄날을 사는 채윤이가 짧아서 아쉬운 이 볕을 충분히 쪼이고 누렸으면 싶습니다.

그래야 어느 날엔가 활짝, 화~알짝 꽃피우겠지요.










  1. 2016.04.04 19:58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4.07 00:22 신고

      글치. ㅎㅎㅎㅎ
      표현을 아끼는 JP님이 이런 나에게 참 어렵게 적응하셨어.
      너~어무 좋고,
      저~얼때로 아니고,
      정말 정말 싫고.....
      이런 부사를 몹시 어려워 하셨었지. ㅋ

  2. BlogIcon 신의피리 2016.04.10 16:34 신고

    채윤이에게 잊을 수 없는, 엄마와 함께 걷는 4월의 어느 봄날 선유도 산책이 되겠네.



(여섯 살 목소리)

엄마, 이거 사진 찍어. 사진 찍어서 엄마 미니홈피에 올려.

엄마, 내가 만든 거야. 사진 찍어서 미니홈피에 올려서 삼촌 보라고 해.


(열일곱 살 목소리)

엄마, 왜 내가 만든 거에 관심이 없어.

나 장래희망이 바뀔 수도 있다고.

나 재즈피아니스트 안되면 플로리스트 할 거야.

빨리 사진 찍어서 엄마 블로그에 올려.

집에 가서 물에 꽂으라고 했단말야.

사진 찍고 포장지 다 벗겨서 물에 꽂아야 돼.


여섯 살에서 열일곱 되기까지에는 중간에 그런 시절도 있었다.

사진 한 장 찍혀주는데 그렇게나 비싸게 굴고.

내 얘기를 왜 사람들이 보게 하냐! 왜 엄마 마음대로 내 얘기를 블로그에 올리냐!

안 올린다 하면서 올릴 거 다 안다!

엄마 진짜 짜증난다!


오늘은 꽃다운 열일곱 채윤이가 꽃다운 친구들과 꽃시장에 다녀왔다.

화이트데이 기념으로 꽃다발 만들기를 했단다.

사진 몇 장으로 연속으로 찍으서

'자, 꽃다발 몰아주기!' 하니 바로 안 그대로 예쁜 꽃 더 예뻐 보이게 몰아줬다.


중학교 시절 언제였던가,

현승이가 '엄마, 누나가 너무 불쌍해. 매일 매일 웃지도 않고, 말도 잘 안하고.....'

걱정하던 날도 있었다.

일 년짜리 방학 효과로 표정이 살아나고 있다.

여자 짐캐리 정신실 엄마의 딸, 엄마보다 레벨업되어 나온 딸의 표정이 살아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 사진은 뽀너스.

표정 카피는 기본, 감상 포인트는 눈동자 위치.









  1. 2016.04.04 20:01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6.04.07 00:23 신고

      최고 수혜자는 인정하는 바! ㅎㅎㅎㅎ
      예찬은 계속 두고 볼 일!




왜애?

뭐가?

엄마가 지금 나를 한참 봤잖아.

부러워서. 니가 제일 부러워.

촴, 아빠도 내가 제일 부럽다는데.


채윤인 이런 나날을 살고 있다. 진짜 


월요일과 목요일에 두 번 꽃친에 놀러간다.

요즘엔 꽃친 중 뜨개질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지도 하에

동대문에 실을 사러 다녀와서는 목도리 뜨기에 열을 내고 있다.

잔뜩 늘어진 채윤이가 실타래를 늘어뜨리고 뜨개질 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일 없는 고양이가 앞발로 실타래 굴려가며 뒹굴고 있는 그림이 오버랩 된다.


뜨개질에 여념이 없는 누나를 현승이가 자꾸 가 건드린다.

때리고 도망가고, 내가 확 풀어버린다! 하면서 나꿔채고.


평소같으면 한 대 맞고 두 대 때리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야 하는데....

그러다 먼저 선발대로 혼나는 게 채윤이 배역인데....

인내심이 장난없음이다.

심지어 오히려 현승이가 선발대로 엄마 아빠에게 구박을 듣게 된다.

김현승, 누나 그만 건드려. 그만하라고 했다.

너 내일 학교 가지? 좋을 말 할 때 누나 건들지 말고 가서 자.

중요한 것은 이런 와중에 채윤이 여전히 평상심을 잃지 않고

뜨개질 하는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현승이 학교 가고 여전히 소파에 앉아 뜨개질 중이던 채윤이의 한 마디.

엄마, 나 참 여성스러운 것 같애.

이렇게 뜨개질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고 너무 여성스러워져.


아닌 게 아니라 너 어제 현승이가 아무리 까불어도 흥분 안 하고 다 봐주더라.


엄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뜨개질을 하다보니가 나도 모르게 여성스러워져.

애써서 참은 게 아니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걸 깨달았는데.....

내가 그렇게 참으니까 엄마가 나를 인정해주더라.

내가 먼저 흥분해서 소리 질러서 더 많이 혼난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았어.


뜨개질 하다 여성스러워지는 채윤이 긍정 포인트 쌓이고 있음.

사춘기 오면서 비기싫음 포인트 막 쌓이는 현승이 덕에 더욱 돋보이고 있음.


햇살 쏟아지는 거실 카페트 위에서 늘어지게 하품하는 고양이처럼

방학이 일년인 채윤이의 하루는 뭔가 너무 여유로워 턱이 빠질 것 같은 그런 시간이다.







  1. BlogIcon 2016.02.17 12:44

    민이는 적분과 씨름 중인데..ㅠㅜ
    어제 졸업식이었는데, 입술을 빨갛게 칠한 애들이ㅋ엄청 시끄럽게 까불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더라..ㅎㅎㅎ
    초딩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안 슬펐는데,이젠 알게 되어서 슬프대.. 오늘 아침까지 슬프다고 난리~^^

    챈이는 좋겠다~♥

    • BlogIcon larinari 2016.02.18 23:40 신고

      그래, 민이도 졸업이지. 멀리서나마 이모도 졸업 축하한다고 전해줘.
      민이 늘 대견하고 고맙고 그렇다. 딱 엄마 마음이지?

      너 남산 근처 있을 때 채윤이 데리고 놀러갔던 생각나네.
      민이가 쉬통에서 쉬하는 거 보고 놀라고 부러워 했었는데..... ^^
      그때가 3월! (왜 기억하냐면 내가 성대결절로 병가 내고 쉬던 아름다운 시절이라 ㅎㅎㅎ) 그 해 6월, 채윤이도 기저귀를 뗐어. 아, 추억은 방울방울. 그랬던 아가들이 중딩 끝내고 고딩이 된다.

      민이는 적분과 채윤이는..... 음..... 그 무엇인가와 씨름하며 얼마간을 보내겠지. 둘 다 예쁘고, 둘 다 짠하고, 둘 다 엄마들에게 미안함을 유발하는 딸들이고.... ^^ 민이도 민맘도 보고싶네.

 

 

 

요즘 청소할 때마다 치우면 또 나오고 치우면 또 나오는 물건이 있습니다.

교회 요람에 발이 달렸나?

제자리에 꽂아 놓아도 어느새 거실 탁자에서 굴러다니곤 합니다.

교회학교로 학기 초가 되었으니 새로운 선생님들 신상털기용으로 자꾸 꺼내보나?

 

일 년짜리 긴 방학이 시작되어 놀짱 채윤이가 돌아오고 있는지,

교회 요람은 놀이용이었더군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채윤이가 왕년에도 제일 좋아하는 책이 '교회 요람'이었지요.

한글을 떼고 제일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한영교회 요람'이었을 겁니다.

8년 전 채윤이에게 교회 요람이란? 클릭클릭! 

 

대형교회 요람의 메리트를 한껏 살린 놀이는 이렇더군요.

1.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해서 요람을 딱 펼친다.

2. 펼친 페이지에 아는 얼굴이 있으면 이긴다.

3. 아는 얼굴이 흔치 않아서 여러 번 펼쳐야한다.

4. 게임은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선생님 디게 좋아.

야, 이 선생님이 그 선생님 동생인 거 알아?

헐, 진짜야?

블라블라.... 수다수다.... 떠들떠들....

 

(여왕의 귀환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1. BlogIcon 아우 2016.01.26 11:44

    내사랑이 채윤에게로 옮겨지려고 꿈틀거리는 중..이 사실을 hs에게 알리지 말아듀오~아닌가? 알려서 분발하게 해야하나??

    • BlogIcon larinari 2016.01.26 21:39 신고

      hs는 얕은 수에는 좀 안 말려.
      알려도 분발하진 않을 것 같으니 그냥 둘을 다 사랑해듀. ㅎㅎㅎ

  2. BlogIcon 효정 2016.02.05 23:23

    아이고 예쁜이 어떻게 그런 예쁜 놀이를+_+ 친해지구 싶네요

    • BlogIcon larinari 2016.02.14 14:03 신고

      채윤 현승이 누구라도 보시면 이름 알려주시고
      친구가 되어 주세요.
      게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ㅎㅎㅎㅎ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