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들어가며 심장 뛰며 설레기는 처음 일이다. 이게 다 알바 때문이다. 아무 살 것이 없는데도 자꾸 들어가고 싶어진다. 운전하며 그 앞을 지나면서도 심박수가 상승한다. 이게 다 알바 때문이다. 내가 들어가면 환하게 웃으면 맞아주는, 환한 웃음 끝, 입꼬리 부분에 부끄러움이 걸려 있는 알바 때문이다. 

   

대학생 된 채윤이가 단지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한 지 두어 달. 난생 처음 돈 만져보는 설렘에 월급도 받지 않았는데 '엄마, 이제 용돈 주지 마' 셀프로 용돈을 끊으려 하기에 워워, 말렸다. 알바를 시작도 하기 전에 셀프 용돈을 끊으려 하질 않나, 그렇게 목을 매던 마라탕을 '일일 일마라탕' 먹질 않나. 애가 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꿈에 그리던 판매원이 되는 순간이니! 정말 놀려고 태어난, 세상 모든 것을 놀이로 만들 수 있는 신공을 가졌던 아이 채윤이. '오소 오세요옹' 띡, 띡, 띡(포스기 찍는 소리_가 입에서 나옴) '네, 이천 팔만 원입니다아'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거실에서 팔지 않은 것이 없다. 거실과 주방을 오가며 현실과 놀이의 경계가 없었으니 놀짱을 가사에 활용하는 이런 맛도 있었다(클릭!).

 

그 판매대 옆에는 꼭 어리바리한 직원이 하나 있는데 일에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침을 흘리거나, 행동은 한 템포 씩 늦는, 장사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오직 귀여움만 장착한 직원이다. 

 

이것은 그 시절, 거실의 한 장면. 

당시 업종은 쌀가게 였고, 

배달 업무까지 겸하고 있어서 배달 차에 쌀을 싣는 중이었다. 

 

우리 집 거실의 남매, 현실 남매가 어린 시절 그 많은 놀이를 뒤로 하고 중딩이 되고, 사춘기를 겪고, 청소년 안식년을 갖고(갖는 중이고)... 하더니 같은 회사 아니고, 같은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꾸준히 먹고 있는 현승이가 사장님과 친분을 쌓고, 신뢰를 얻더니 누나의 뒤를 이어 알바 자리까지 꿰찬 것이다. 첫 근무 하는 날 사수는 현실 누나였다. 

 

엄마는 이유 없이 자꾸 알짱거려, 밤늦게 퇴근하던 아빠는 들어와 물건 던지며 "야, 계산해!" 진상 고객 꽁트를 해. 온 가족이 들떠 있었다. 알바하고 밤을 보낸 아침, "엄마, 밤새 악몽을 꿨어. 어제 알바 하면서 편의점 문여는 소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엘리제를 위하여) 그 소리만 들리면 갑자기 긴장 되고 그러는 거야. 그런데 자는데 밤새 그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는 "엄마, 알바할 때는 상대의 태도에 상관 없이 해야겠지? 인사를 안 받아주는 손님은 그냥 안 받는 거겠지? 그럴 땐 너무 일일이 마음을 담아서 인사하지 않아도 되겠지?" 이 말을 듣고 보니, 이건 정말 꿀알바다! 머쓱타드(지금 꽃친에서 쓰고 있는 별칭. 설명 필요 없이 현승이 그 자체이다) 현승에게 모르는 사람에게 소리 내어 인사하기는 성격개조 훈련이다. 돈 내고도 시킬 일이다. 게다가 행동 하나, 마음 하나에 영혼을 담는 (장점이지만 과할 때는 자기를 힘들게 하는) 민감성도 조절해 보는 기회.

 

현승이, 태어나 보니 김채윤의 동생이라 세상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런 누나를 사춘기로 떠나 보내며 이렇듯 아쉬워 한 적도 있었는데(클릭!). 어느 새 제가 사춘기가 되어 오만 지랄을 다 하...지는 않았지만 엄마 아빠 인내심 테스트를 수도 없이 했다. 한 해 쉬는 '꽃친' 덕인지, 사춘기 끝나가는 덕인지. 둘의 시너지인지, 원조 티슈남의 기백이 살아나고 있다. 

 

채윤이 사춘기 진입 직전까지 온 집안이 미친 놀이터였는데(클릭!)... 그 아이들 어디 가고 집에는 성인 넷이 바글거리고 있다. 아, 넷이 모두 경제활동을 한다!!!! 잘 논 덕에 잘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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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합격, 두 개의 축하를 담은 투썸 플레이스 케잌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은 채윤이, 수능 며칠 앞에 수시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동덕여대 19학번이 됩니다.


어른인 척, 고상한 척, 성숙한 척하는 엄마는 특별기도 따위 없다는 식으로 

하던 일 하며 정신 없이 다녔는데.

수시 실기 시험 때마다 간절하게 애타게 기도해 주시는 벗님들이 계셨습니다.


특별기도 하지 않았지만 에미 마음이 어디 편안했을라구요.

중학교 졸업하고 '꽃다운 친구들' 1년 보내 채윤이.

이후로 내내 피아노를 벗삼아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좋은 대학이고 뭐고, 내년엔 꼭 또래 친구들 있는 곳으로 가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간절했지요.


입시 치루고, 후유증 겪고, 결과 기다리는 동안 롤러코스트 타는 채윤이 따라

마음이 오락가락 했습니다. 

애써 덤덤한 척하는 엄마 대신 더 간절히 기도하고, 

더 격렬하게 기뻐해 주시던 벗님들로 인해 얼마나 큰 힘을 얻었는지.

기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기도가 어떻게 사랑이 되는지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은혜가 필요했고,

이김이 필요했던 수험생 채윤이는

내 딸, 네 딸 가리지 않는 이모들의 기도로 은혜를 경험했고, 이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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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가 끝나면 갑툭튀!

어디선가 나타나 가슴을 파고들며 안기는 녀석이 있다.

어, 방금 안아줬는데!

옷 갈아 입고 다시 나타나 안기는

것 같은데 쌍둥이 형제다.

나의 주일을 주일 되게 하는, 기쁨과 평화를 가지고 달려드는 아이들이다.


어제 주일 예배 마치고 "큰엄마!" 하고 안긴다.

(진짜 큰엄마임)


그런데, 채윤이 누나 피아노 망쳤어요?

왜애?

망친 거 같은데요.

(채윤이 누나 입시 중인 것을 알고, 아마 누나에게 먼저 묻고 이런 답을 들었던 듯)

아니야, 채윤이 누나 망치지 않았어.

정말요? 그러면 이겼어요?!!!!!!


천사의 입에서 천상의 메시지가 나왔다.

붙고 떨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험을 이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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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수시 실기를 치루고 있는 채윤이 말했다. "나 이번 주일에 분*우*교회 예배 갈 거야" (집에서 가까운 대형교회이다) 내가 "큭큭, 왜애? 은혜가 필요해? 은혜 받으러?" 했더니 표정은 딱 '인정!'인데 바로 아빠 눈치를 보면서 "아니이, 그게 아니고. 그냥 뭐.....어버버버" 그러라고 했다. 아빠 또한 그러라고 했다. 사실 채윤인 아빠 설교에 매주 은혜 받는 드문 교인 중 하나다. 어느 날은 1부 예배를 드리고 나서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2부 때 설교 녹음 좀 해줘’ 설교가 좋아서 두고두고 다시 듣겠다는 것.   


몇 주 전 흩어지는 예배로 드리는 주일이 있었다. 남매 둘이 분*우*교회에 다녀왔는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둘 다 예배가 좋았다며 약간 흥분해서 설교에 대한 일종의 나눔 같은 걸 했다. 채윤인 몰라도 중3 현승은 사춘기 끝이라 시니컬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철학적이기도 하다. 오글거리는 것은 딱 질색. 그런 아이가 감정적으로 조금씩 넘치는, 그래서 부담 되는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예배와 설교가 좋았다니! 그렇구나.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는 설교가 이렇게 있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좋고 나쁜 설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설교자가 있다. 물론 설교라는 이름으로 쇼를 하거나 설교의 권위와 자아를 구분하지 못하여 호통이나 치며 힘을 행사하는 명백한 나쁜 설교가 있다. 이름만 설교지 설교 아닌 것, 설교일 수 없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교를 듣는 나를 아는 것이 설교자 만큼이나 중요하다. 내가 은혜 받는 설교, 좋아하는 설교자 만큼 내 신앙의 현주소를 드러내주는 것도 없다. 내가 끌리는 설교, 설교의 취향은 어쩌면 내 신앙의 지향이다.


사진은 은혜가 필요한, 삼선 쓰레빠 신은 수험생과 그 엄마가 

잠시 공원에서 

황금 잉어빵 먹으며 

노닥거리는 장면의 한 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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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야' 


늦은 밤, 강의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졸고 있는데 '땡' 하고 문자 하나 도착.

늦은 밤, 연습실에서 피아노 치는 채윤이가 보내온 것.

내렸어, 나왔어, 효자촌 3-2, 버스 타....... 문자 교신으로 마을버스 도킹 성공.


늦은 밤, 선선한 가을바람 맞으며 둘이 걷는다.


'채윤아, 엄마 발 아퍼. 신발 바꿔 신자'

'뭔 소리야. 내 발이 엄마 구두에 들어가?'

'몰라, 일단 벗어'


뉴발 슬리퍼 짱 편하고,

구두에 끼워 넣은 우리 채윤이 발 너무 귀엽고,

하루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하다.


오래 전 어느 날, 삑삑삑삑 소리로 자기 동선 생방송 하며 다니던 애기 채윤이,

아이폰 만한 삑삑이 신발 신고 할머니집 우리집 사이 마당을 오가던 채윤이,

엄마 하이힐고 뒷쪽 반은 남기고 앞으로 쏠린 발로 현관에 섰던 채윤이

의 발은 어디 가고......


저 귀여운 왕발이란 말인가.

이다지도 귀여운 왕발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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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의 겨울에 결혼 이후 가장 추운 집에 살고 있다.

최강 한파의 최강 실사판은 욕실이다.

한 벽이 다 창이다. 

시골 교회로 동계 수련회 왔다는 생각으로 욕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심지어 세면대에서 온수가 안 나온다.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잘 해결이 안 되는데 가족들 수련이 깊어져 웬만한 건 그냥 적응해 산다.

피부에 좋겠지, 덜덜 떨면서 세면대 냉수로 세수하곤 하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어, 김현승 천잰데. 화장실 한 번 들어가 봐"

왜? 왜? 우리 아들이 왜, 왜? 

방에 있던 채윤이도 기본 장착되어 언제든 튀어 나오는 질투심을 안고 화장실로 튀어 들어갔다. 

더운 물 잘 나오는 샤워기를 세면대에 걸어서 쓰는 신박한 모양새였다.


"이거 내가 생각한 거야. 내가 쓰고 그대로 둬서 김현승도 쓰고 나간 거야. 내 아이디어라고오!"

채윤이가 이러자........


희한하다.

현승이가 했다고 생각하며 '천재다' 싶은데

채윤이가 했다고 하니 '역시나, 잔머리 100단 우리 채윤이'

말이 이렇게 나오네.


현승이 아이디어라 생각하고 보면 뭔가 시적인 상상력과 영감이 가득한 느낌인데.

채윤이 아이디어라고 보면 잔머리, 꼼수로 보인다냐.

어찌 그런다냐. 큭큭.


 






2000년 12월 24일 주일. 유아세례를 받았던 채윤이가 2017년 12월 24일에 입교를 하였다. 2000년 그때, 시민단체 간사로 일하던 파릇한 청년 같은 아빠가 목사가 되어 입교식을 집례했다. 무엇 하나 계획된 것이 없는, 예상치도 못한 우연이다. 11월 25일 태어난 채윤이가 한 달 만에 유아세례를 위해 첫 외출을 했었다. 이래저래 감동적인 성탄 이브라서 자축 파티를 위해 케잌과 와인을 사들고 들어왔다. 게다가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설레는 밤이었다. 첫 외출의 충격으로 아기 채윤이는 밤새 울고 잠이 들지 못했다. '온 세상 아기들 다 품어주사 새벽이 오도록 함께 하소서' 성탄 찬양이 무색해지는 밤. 케잌과 와인은 뜯지도 못한 채 보채는 아기를 안고 하얗게 밤을 지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어제 같은 그 성탄절이 17년 전이다. 저렇게 젊었던 엄마 아빠는 중 늙은이가 되었지만 엄마 아빠의 젊음을 먹고 우리 채윤이는 이렇게나 자랐다. 입교하는 채윤이의 신앙고백서가 감동이다. 어렵게 허락 받아 공개한다.



신앙고백

김채윤


중학교 3학년부터 세례입교를 하는 시즌이 되면 늘 고민을 해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언니 오빠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모두가 입교를 받는 모습을 봐왔고,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그 나이가 되면 입교를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교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고민이 되었습니다. 입교를 하는 것이 이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겠다는 나의 고백이 될 터인데 남들 다 한다고 나도 그 속에서 형식적으로 해버려서는 안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고민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그리고 19살을 앞둔 지금, 확신에 가득차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제 마음에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조심스럽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주일에 교회를 가고,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믿는 것이 너무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것이 점점 습관화 되고 무뎌지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 속에서 내가 이런 상태에서 내가 교회를 나가는게 의미가 있을까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찬양팀 반주를 시작하게 되었고, 단순히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한 반주가 저의 마음과 힘들게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멋있고 화려한 반주보다 찬양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가사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을 반주로 표현해내는것이 큰 기쁨이되었습니다. 그리고 뜨거웠던 여름 수련회에서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라는 찬양을 했을 때 비로소 느꼈습니다. ‘아, 하나님께서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신 이유, 또 나에게 음악적 재능을 주신 이유가 이거였구나. 지금 내가 연주하는 찬양으로 당신을 기쁘게 하기 위함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찬양팀 반주를 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기쁨이고 감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반주가 즐겁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내 마음이 원치 않고 의지와 상관없는 반주다 보니 찬양의 기쁨보다는 오히려 거부감만 쌓여갑니다. ‘하나님이 나를 시험하시나?’. 원망의 마음이 들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반주자로 세우신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또 어느 자리에 있든 반주로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은 비록 그때와는 다른 자리에서 반주를 하고 있지만 반주가 힘들고 벽에 부딪힐 때마다 눈물 흘리며 반주 했던 그 날을 다시 떠올립니다.


저는 지금도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난 분명 하나님을 믿지만 성경을 잘 알지도 못하고 기도도 잘 안하고 하나님을 필요할 때만 찾는 나인데 그리스도인으로서 내가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제는 그 고민을 다짐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싶습니다.
최근 예상치 못한 슬픔으로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수님의 부활과 다시 사심을 믿기에 마음에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의 일상 곳곳에서 나의 모든 행동, 생각과 마음을 다 아시고 말씀으로 위로해주심 또한 믿기에 그 힘을 입어 내일을 살아갈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채윤이가 꽃친과 함께 누린 일 년의 방학은 벌써 작년 이야기입니다. 채윤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친구들이 일 년 늦게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올해 채윤이는 검정고시를 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고, 이제 서서히 본격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겠지요. 꽃다운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여러 편 제작 되었는데, 이번엔 진짜 다큐입니다. 3부작 다큐 중 3부에는 부끄럽고도 영광스럽게 제 얼굴과 목소리가 많이 등장합니다. 





1부의 제목은 "멈출 수 있는 용기로"입니다. 무엇을 멈춘다는 것인지, 용기는 어떻게 발휘되었는지 원조 꽃친 은율이 가족의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2부는 "저마다의 향기로"입니다.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아이들 각자의 이야기, 그리고 더불어 어우러지는 이야기입니다.





3부 "꽃다운 마을의 작은 시작"입니다. 꽃친이 여타 청소년 인생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가족동행프로그램"이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꽃친을 하는데 아빠가 달라지고 가족이 변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꽃친의 끝은 가족과 가족이 연대하는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채윤이의 긴 방학 이야기, '방학이 일 년이라서'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채윤이는 더 이상 꽃치너가 아니라 검정고시 준비하는 외로운 청소년 백수입니다만.


그녀의 꽃다운 나날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내일의 포스팅이 남은 까닭이고,

아직 나의 글빨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포스팅 하나에 자랑과, 

포스팅 하나에 뽐뿌질과,

포스팅 하나에 어머나, 어머나....

일 년 방학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어?! 


꽃친에서는 지속적으로 시리즈 영상물을 제작 중입니다.

3편부터 차례로 공개되고 있는데,

2편의 1부가 따끈하게 나왔습니다.

[여행]편인 이편은 '꽃친의 재미'란 부제로 만들어진 예능다큐입니다.

베트남/홍콩 해외여행 밀착취재 영상이기도 합니다.


인생, 한 번 멈추어 다짜고짜 쉬고 놀아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 일곱 청소년이든, 중년의 아빠든, 엄마든.









대안학교도, 홈스쿨도 아닌

그저 푹 쉬기로 작정하고 일 년을 보내는 청소년 인생학교 '꽃다운 친구들'입니다.

채윤이는 일명 꽃친 1기로 일 년 푹 쉬는 행운을 얻었었죠.


꽃친에서는 작년 1년의 긴 방학생활을 꼼꼼하게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왔습니다.

그것들을 모아모아, 3부작의 영상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3부작의 영상물을 차례로 공개하게 되는데

3부 [방학이 일 년이라서_꽃친의 마음]편이 먼저 나왔습니다.

청소년과 관계 없는 생의 주기를 사는 분이라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나오고, 남편도 나오고, 채윤이도 나오니까요. ^^


아울러 저는 1기 최대 수혜자 채윤이 엄마로서 꽃친과의 연을 끊지 못했습니다.

올해 꽃다운 친구들의 '공동대표'로 함께 하는 영광을 누립니다.

영상, 즐감하시고 카톡이든 어디든 널리 공유하시면 좋겠습니다.






방학이 일 년이라면,

어떨까? 과연.......

하며 시작하고 벌써 그 일 년이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26일에 꽃다운 친구들은 '라스트 콘서트'와 함께 '안녕식'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연극, 밴드, 짧은 토크쇼를 준비했고

부모들도 합창 한 곡을 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남편과 함께 그렇게 애정했던 곡,

황병구 님 작사 작곡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를 불렀습니다.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

작은 시작은 그 소리조차 없구나

소리 없는 삶을 몰라하는 이들 

그들도 삶의 시작은 작구나


지금도 우리 시작은 작구나

작은 외침을 듣는 이들도 적구나

적은 무리 됨을 기뻐하는 이들 

그들과 우리 시작은 작구나


높이 떴을 때 더욱 작아지는 해처럼

깊이 잠길 때 더욱 소리 없는 바다처럼

작은 친구야 소리 없는 벗들아

높게 살자 깊게 사랑하자 누구나 삶의 시작은 작구나


채윤이가 왜 학교에 가지 않느냐? 홈스쿨링 하는 거냐? (아닙니다)

꽃친이 대안학교냐? (아닙니다)

1년 내내 수도 없이 설명해야 했습니다.

꽃다운 친구들이 무엇인지, 왜 1년을 쉬는지, 어쩌다 이걸 하게 됐는지....를요.

'대단하시네요. 깨인 학부모네요' 같은 반응이 흔하게 되돌아오곤 합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고, 대단한 결단을 한 것이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고.......

여러 말을 삼키게 되곤 하지요.


1년 쉰다고 아이의 인생이 대단히 뒤쳐지지 않을 걸 알았고,

마찬가지로 1년 쉰다고 아이의 인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1년을 함께 한 엄마 아빠들과 저 노래를 부르다 보니 가사가 어쩌면 우리의 1년입니다.

이렇게 휙 지나가 버리고 만 1년. 

1년의 끝, 새로운 시작 앞에서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운 아이들(과 부모들).

우리의 시작과 끝은 이렇게 작고 미미합니다.


안녕식은 아이들이 준비한 시상식으로 끝이 났습니다.

한 명씩 나가서 상장을 받고 꽃친 샘들과 허깅합니다.

나란히 서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끌어안는 황병구&이수진 대표님 부부를 오래 바라봅니다.

에잇, 바보 같은 사람들. 뭐가 부족해서, 무슨 콩고물이 떨어진다고!

이 철부지 망나니들을 떠맡아 몸 고생 마음 고생을 자처한 거야.

이 두 사람의 삶이 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작은 친구야, 소리 없는 벗들아, 높게 살자, 깊게 사랑하자

아, 이제는 그만 작고 싶은데...... 뿌리칠 수 없는 선동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꽃친은 끝났지만 '방학이 일 년이라서'는 계속 됩니다.

아직 못 다한 얘기가 많지요.

실은 시작해 놓고 마무리 하지 못한 '방학이 일 년이라서'가 줄을 서 있거든요.

안녕식도 따로 한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안녕식 '라스트 콘서트'의 '꽃힌 밴드' 공연 중 래퍼 채윤이 부분 맛보기로 보여 드리죠.

엄마 아빠들의 노래에 의미 장단을 맞추는 것 같은 가사입니다.


너무 어두워 길이 보이지 않아

내게 있는 건 성냥 하나와 촛불 하나

이 작은 촛불 하나 가지고 무얼하나

촛불 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저 멀리 보이는 화려한 불빛

어둠 속에서 발버둥치는 나의 이 몸짓

불빛을 향해서 저 빛을 향해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나의 날개짓


하지만 그렇지 않아 작은 촛불 하나

켜보면 달라지는 게 너무 많아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 초 하나가 놓여져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 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 개가 되고 네 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잠쉬만요오~ 어뉘 옵퐈한 템포 쉬고 가실게요!'하는 작당입니다. '꽃다운 친구들_방학이 일 년이라면' 말이에요. 채윤이가 하고 있는 에프터 스콜레 '꽃다운 친구들'을 아직도 홈스쿨링 정도의 대안교육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딱 일 년, 잠시 쉬고 가는 것입니다. 고등학교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랍니다. 이대로 계속 아웃사이더로 살겠다는 뜻도 아니고요. 진로를 고민하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지만 본질적인 취지는 일 년 길게 놀아보자는 것입니다. 벌써 마지막 여행을 준비하고 있고 마지막 가족모임 공지를 들어버렸네요. 역시 방학의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가요. 5교시 수업 마치는 종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렇게나 긴데 말이에요.


꽃다운 친구들 최고의 수혜자는 김채윤이다,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말이 방학이지 꽃친에서 하는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진도 따라 기록하기도 어렵습니다. 만남이 다양하고 경험이 다채로운데다 꽃친에 제대로 꽂힌 채윤이의 변화 또한 풍성합니다. '방학이 일 년이라서' 카테고리에 제목 달아놓고 날린 것이 한 둘이 아니네요. 어찌 채윤이만의 꽃친일까요. 아이들, 부모들, 선생님들의 꽃친이고 나름의 의미와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꽃친에 연루된 사람 수만큼의 의미가 있겠지요. 그럼에도 의미는 오직 발견하는 자의 몫이니 끝없이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 채윤이가 최고 수혜자인 걸로. 셀프 영예를 수여하고 지켜보겠습니다.


꽃친 의영이네서 가족들을 초대해주셔서 오산의 자그마한 교회에서 모였습니다. 마당에서, 거실에서, 목사관 옆 교회에서, 아이들끼리, 엄마들끼리, 아빠들끼리, 또 일부 엄마들끼리 깔깔깔 호호호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엔 뻥뻥, 번쩍번쩍 불꽃놀이까지! 그리고도 아쉬워서 몇 가정은 에프터 스콜레 아니고 에프터 수다를 떨다 12시가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맛있는 음식, 편안한 대화, 빼놓을 수 없는 꽃치너들의 까불까불 놀이들. 이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맛입니다. 그런데 최고 수혜자 채윤이에겐 그 이상의 좋음이었으니! 방학이 일 년이라서 발견한 또 하나의 의미. 두둥~


다섯 살에 채윤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갔습니다. 유치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제가 프리랜서로 전환했기 때문에 금세 같은 반 엄마들과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채윤이 친구들 데리고 제가 음악수업도 하고 그랬지요. 그 해를 보내고 애써 마음먹은 것은 아닌데 '엄마들과 어울리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흔히 아는 것처럼 엄마들의 대화는 아이들 영어, 수학, 특기 교육 얘기니 끼어들 수가 없었고요. 가만히 듣다 오는 것만으로도 기빨림과 동시에 불안과 걱정지수 상승이었습니다. 성격도 까칠한데다 교육관은 더 까칠하니 버텨나질 못한 것이지요. 일을 핑계로 학부모 그룹과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유지하고 지냈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덕분에 아이들에게 공부 스트레스 주지 않고 사교육 걱정 내려놓을 수 있었지만 잃는 것도 있었지요. 현승이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채윤이에게 결핍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일곱 살 때 다닌 유치원은 남양주의 작은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었는데 산 중턱이 있었지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와 카풀을 했고 일하는 채윤이 엄마는 등교 담당이었습니다. 유치원 마치면 학교 운동장에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하염없이 놀고, 엄마들도 등나무 아래서 노는 거죠. 그러고도 집에 바로 오는 게 아니라 근처 친구집으로 몰려가 부침개를 해먹고..... 다 좋은데 우리 엄마만 없는 채윤이는 그 시간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놀이의 신 채윤이의 놀이 본능보다 엄마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컸던. 


의영이네 가족모임 다녀와서 채윤이는 행복 만땅이었습니다. 갈수록 죽이 맞는 친구들과 죽도록 노는 것도 좋지만, 그것을 모두 새로 산 아이폰으로 찍어서 인생샷으로 간직하는 것도 좋지만, 옆에서 수다 떠는 엄마들 사이에 우리 엄마가 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일인 겁니다. 가족동행 프로그램인 꽃친에 꽃친 최고 수혜자의 가족으로서 마음으로 함께 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이것 자체가 채윤이 마음의 구멍 하나를 채워주는 고운 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엄마, 엄마랑 함께 해서 너무 좋아. 친구들이 엄마를 좋아하고 엄마가 계속 함께 있고....... 너무 좋아' 일곱 살 채윤이로 돌아가 그 시절 널따란 운동장의 허전함을 이제라도 조금 채울 수 있다 생각하니 역시, 이 바닥 최고 수혜자는 우리!


이렇듯 꽃다운 친구들과의 만남은 채윤이 내면으로 가서 치유의 반창고 하나를 붙입니다. 상상 밖의 나.비.효.과.입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의미의 나비효과 말입니다. 꽃친을 선택한 효과가 마음 깊은 곳까지 다다랐습니다. 내면 깊은 곳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먼길인지 알기에 하는 말입니다. 게다가 또 하나의 나비 효과가 있답니다. 일 년 쉬는 채윤이를 모두가 부러워했지만 단연코 아빠의 부러움이 1등이었습니다. 태생적으로 사유와 성찰을 위한 다락방이 필요한 사람인데 본성을 거스르며 5년, 길게는 11년을 달려온 것입니다. 꽃치너 채윤이를 보면서 '부럽다, 부럽다' 하며 부모모임 가서는 '아빠들 꽃친은 안 해요? 아빠들도 꽃친 하게 해주세요' 했지요.


12월에 새로운 교회로 가게 되었습니다. 사임과 부임 사이 쉼표 찍는 시간을 간절히 원했지만 사정상 단 한 주도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임이 당겨지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 남편이 꼭 가지고 싶었던 시간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당장 이번 한 주 침묵기도 피정에 갔습니다. 4박5일간 대침묵 속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순간순간 그를 위해 기도하게 되고 기도하다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남편의 이 모든 여정 역시 꽃친 나비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떠나는 용기, 영혼의 안식에 대한 간절한 바램, 이런 것들은 채윤이와 함께 꽃치너의 부모로 지낸 시간의 나비효과입니다. 


남편이 피정에 들어간 다음 날이며 의영이네서 가족모임을 한 다음 날이었던 어제 아침 묵상시간이었습니다. 메시지로 읽는 역대하의 마지막 장입니다. 유대 왕들의 비틀거리는 걸음을 긴 시간 묵상했왔지요. 결국 바벨론에 패망하고 포로로 잡혀가는 것으로 그 걸음이 끝납니다. (그분의 역사는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겠지요) 역대하의 마지막이 이렇더군요. 놀랐습니다. 70년의 포로생활은 그간 지켜지지 않았던 안식일을 채우는 기간이었다니요. 질주를 멈추고 쉬는 일은 하찮은 것 같지만 작은 일이 아닙니다. 나비의 연약한 날개짓 그 이상입니다.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목사도 멈추어 돌아보지 않는 것은 포로생활로 가는 어두운 길을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대학입시, 돈, 성공, 명예, 자기 숭배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늘 멈추고 돌아봐야 하는 것입니다. 꽃다운 친구들의 나비 효과, 엄청납니다.


"생존자는 너 나 할 것 없이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가서 느부갓네살과 그 집안의 종이 되었다. 포로와 종의 생활은 페르시아 왕국이 세워질 때가지 계속 되었다. 이것은 예레미야가 전한 하나님의 메시지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황폐한 땅은 긴 시간 안식에 들어갔다.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모든 안식일을 채우는 칠십 년 동안의 안식이었다"

   







'OO 이름 대기' 놀이는 오래도 간다.

언제적 '아이엠그라운드 OO 이름 대기'인가.

한 10년 전부터 했던 놀이 같으다.

질적으로는 조금 진보한 것인가?

'아이엠그라운드 아이스크림 이름 대기'에서

외국 남자 영화배우 이름 대기, 영화 제목 대기로 바뀌었으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어제는 그렇게 박박거리고 싸우더니,

(저러다 쟤네 나중에 크면 명절에 서로 얼굴도 안 보겠다 싶을 정도로)

어느 새 저러고 앉아 낄낄거리며 조니뎁, 그게 누구지? 아아, 맞다.

아이언맨에 나온...... 아우씨, 내가 먼저 할려고 했는데.....

그러고도 하염없이 수다수다를 하니까 말이다.


'아, 됐따고~오' '나도 됐따고오~' '나도 너 싫거든' '완전 짜증 난다고~오'

남매끼리 저래도 되나 싶게 노골적 혐오발언을 퍼붓다가,

어느 새 둘이 키보드 앞에 앉아 딩가딩가 노래를하며

현승아, 너 참 음악성 있다!

아, 진짜? 낄낄낄낄. 깔깔깔깔.

세븐코드, 무슨 무슨 리듬에 관해 진지하게 논하고 그러니까 말이다.


종잡을 수 없는 남매의 아이엠그라운드를 시청하다 아빠가 조용히 혼잣말 했다.


동지인가, 적인가?!











채윤이가 '꽃다운 친구들'이란 이름의 청소년 백수로 아주 잘 늘어져 쉬고 있습니다.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꽃친은 2기 모집을 위한 설명회를 마쳤습니다.

꽃친의 열혈 지지자로서, 꽃친의 최대 수혜자인 채윤이 엄마로서 설명회에서

간증 같은 보고, 보고 같은 강의, 강의 같은 고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채윤이와 나란히 앉아 짧은 인터뷰도 했습니다.

( 꽃친 2기 설명회 오마이뉴스 기사 <- 클릭!)


어린 시절의 채윤이는 어떤 아이였는지,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그로 인해 얻고 잃은 것이 무엇인지,

예고를 포기하고 꽃친을 선택하는 과정,

결국 선택한 꽃친 9개월을 통해서 얻은 것들을 나누었습니다.

여기 연재한 '방학이 일 년이라서' 시리즈와 그에 앞선 몇 개의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에 기나긴 글로 남겼으니 간증의 내용은 생략하고요.

결론만 말하자면, 꽃친을 한 채윤이는 꽃같이 예뻐졌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애가 예뻐져 나오는 걸 아침마다 경험했습니다.

아빠 엄마 두 사람의 증언이 동일하니 믿어주십쇼!

그런데 이게 엄마 아빠의 고슴도치 증후군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설명회를 마치고 또 다른 인생학교인 꿈틀리학교 정승관 교장선생님 부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짧지만 배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두 분 선생님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습니다.

꿈틀리학교 아이들이 방학을 맞아 집에 다녀왔는데(기숙학교입니다) 애들이 다들 예뻐졌다는 것입니다. '야,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 왜 이리 멋있어졌어?'

맞지요. 일 년을 통째로 쉰 아이들이 예뻐지는 것 맞습니다.

저는 김성호의 노래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웃는 여잔 다 예뻐'

일 년 쉬는 마음이 늘 행복하거나 편한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이 될 여유가 주어진 것은 분명하고, 자신의 삶에 주인된 사람의 자유로움은 표정으로 나오게 됩니다.

(꽃친들의 일상 소개 영상 <- 클릭!)


설명회에서 나눌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좋은 걸 선택하는데 뭐 그리 머리를 싸매야 했었나?

무조건 좋은 선택이었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뇌가 쉴 때 비로소 창의성의 뇌, 성찰하는 뇌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정말 그러하다는 것을 실감한 9개월입니다.


 꽃다운 친구들 2기 모집 안내 <- 클릭!







3월부터 재즈 피아노 시작한 채윤이가 오늘 레슨에서 친 곡이랍니다.

선생님께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리신 걸 보고 또 보자니.....

10여 년 전의 야곱의 축뽁, 다시 찾아서 보게 됩니다.

빈 노트 악보 삼아 펼쳐 들고

정확한 음정 내기 위해서 가성 쓰는 채윤이.

성가대 지휘자 본능으로 소리 꺾는 거 못 봐주는 엄마.

살아있네요.

꺾어 부르던 노래를 스윙 스윙, 피아노로 치기.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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