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 실기를 치루고 있는 채윤이 말했다. "나 이번 주일에 분*우*교회 예배 갈 거야" (집에서 가까운 대형교회이다) 내가 "큭큭, 왜애? 은혜가 필요해? 은혜 받으러?" 했더니 표정은 딱 '인정!'인데 바로 아빠 눈치를 보면서 "아니이, 그게 아니고. 그냥 뭐.....어버버버" 그러라고 했다. 아빠 또한 그러라고 했다. 사실 채윤인 아빠 설교에 매주 은혜 받는 드문 교인 중 하나다. 어느 날은 1부 예배를 드리고 나서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2부 때 설교 녹음 좀 해줘’ 설교가 좋아서 두고두고 다시 듣겠다는 것.   


몇 주 전 흩어지는 예배로 드리는 주일이 있었다. 남매 둘이 분*우*교회에 다녀왔는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둘 다 예배가 좋았다며 약간 흥분해서 설교에 대한 일종의 나눔 같은 걸 했다. 채윤인 몰라도 중3 현승은 사춘기 끝이라 시니컬하고 나이에 맞지 않게 철학적이기도 하다. 오글거리는 것은 딱 질색. 그런 아이가 감정적으로 조금씩 넘치는, 그래서 부담 되는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예배와 설교가 좋았다니! 그렇구나. 아이들 마음에 다가가는 설교가 이렇게 있구나.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좋고 나쁜 설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설교자가 있다. 물론 설교라는 이름으로 쇼를 하거나 설교의 권위와 자아를 구분하지 못하여 호통이나 치며 힘을 행사하는 명백한 나쁜 설교가 있다. 이름만 설교지 설교 아닌 것, 설교일 수 없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설교를 듣는 나를 아는 것이 설교자 만큼이나 중요하다. 내가 은혜 받는 설교, 좋아하는 설교자 만큼 내 신앙의 현주소를 드러내주는 것도 없다. 내가 끌리는 설교, 설교의 취향은 어쩌면 내 신앙의 지향이다.


사진은 은혜가 필요한, 삼선 쓰레빠 신은 수험생과 그 엄마가 

잠시 공원에서 

황금 잉어빵 먹으며 

노닥거리는 장면의 한 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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