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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 둔 커플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사모님, 식사준비 하시느라 애쓰셨죠?'
'애를 쓰긴 뭘 애를 써? 열 두 명의 목자도 아니고, 달랑 두 사람인데....' 했습니다.
그 땐 그랬죠.
일 주일에 한 번 열 두 명의 목자이거나,
더 오랜 된 그 때에는
기고, 막 아장아장 하는 아기를 동반한 부부들이거나.
매 주 그들과 함께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 즈음 '사람은 요리할 수 없다' 라는 제목으로 포스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집에 손님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일은 주부로서 고단한 일입니다.
것도 매 주 반복되는 일이라면 메뉴를 정하는 일부터가 어려운 일이지요.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 때 배웠습니다.
매 주 열 명 이상의 식사를 다른 메뉴로 준비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사람들의 내면이 변화되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지요.
'아, 사람이 변화시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꿈을 깨자!'


사람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밥을 하는 일이겠구나.
그 정도로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희한하게 그 시절을 방불케 하는 만남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아, 사람을 요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을 요리하겠다고 하는 마음은 먹어서는 안 될 마음이구나. 특히나 나의 어줍잖은 말로 사람을 요리해서 변화시키겠다는 꿈은 악에 가까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주앉아 대화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있는 그 사람을 향한 그림이 먼저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불과 몇 년 살아봤다고, 책 한 권 냈다고 연애에 대해서 결혼에 대해서 내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들이 미는 건 영양가 있는 밥 한 그릇 먹었다고 당장 건강해질 거라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
나와 마주앉은 사람이 먼저입니다.
그 사람을 향해 꾸는 나의 꿈은 자기애일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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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신메뉴가 나왔습니다.
위의 메뉴는 오리 훈제를 특별히 제작한 소스에 파와 약간의 야채를 곁들여 무친 일명,
(파닭) 말고 파오리!
그리고 이보다 더 시간과 비용 면에서 경제적일 수 없는,
호박 구워서 간장소스 뿌린
(호박전) 아닌 호박전.


역시 사람이 먼저입니다.
함께 먹을 사람을 마음으로 그리다보면 기가 막힌 신메뉴가 저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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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시 삼십 분이 넘어 퇴근한 남편이라면,
여덟 시 아니고 아홉 시도 아니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퇴근한 남편이라면,
(어디다 대고) "배고파. 뭐 먹고 싶어. 과일 말고.... 떡볶이 해줘"
이럴 자격 있습죠.



불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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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먹을거리를 맡은 자로서의 남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꽤 진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하면서 그저 '먹고 살자'고가 아니라 '잘 먹고, 잘 살자' 하는 의식은 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유기농이나 신선한 재료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유기농 이퀄 비싼 것' 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좋은 재료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전에 집에서 목장모임을 자주 할 때는 '조금 시들해도 싸고 많이 주는 것'을 찾아 매의 눈을 하고 장을 보던 기억이다. 여하튼, 좋은 상품 내지는 유기농 농산물에 눈길을 주는 적이 잘 없다.

 

 

착한 크리스천 콤플렉스일까? '너무 우리만 잘 먹는 건 아닐까?'하는 불편함은 늘 있다. 젊을 때 배운 로잔언약에서 '지금 당신이 가진 두 벌의 외투 중 한 벌을 거리에서 떨고 있는 형제의 것이다' 이런 비슷한 문구가 가슴에 살아 있어서일까? 나눌 수 있다면 더 많이 나눠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이 있다. 그래서 늘 '사회적 기업'이나 '공정무역' 이런 용어들에는 귀가 솔깃한다. 커피는 가급적 공정무역 생두를 사서 볶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 외에 내 소비에 '나눔의 의미'를 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의 본론! 이런 내게 딱 맞는 소비를 찾았다.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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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를 사면 내가 사는 바로 그 오이로 현물기부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오이 한 박스를 주문할 때까지만 해도 '좋은 생각을 가진 후배가 하는 일이니까 가끔 사줘야겠다'는 정도였다. 첫 상품이 오이고, 오이가 몇 박스 팔리자 바로 '문턱 없는 밥집, 다래식당'과
과 '동자동 사랑방'에 기부되었나보다.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오이가 어딘가의 이름 모르는 이웃에게 나눠져 함께 먹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 오이가 그냥 오이가 아닌 것이다. 어차피 사서 먹어야 한다면 여기서 사먹기로 했다. 여기 올라오는 상품 위주로 먹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학교급식도 아니고... 식단표대로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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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탁이 어느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연결되고, 우리 집 같은 마음으로 나눔을 지향하는 어느 집 식탁과 연결된다니 이 얼마나 맛있는, 살맛나는 이야기인가? 오이 한 박스 사서 일단 그냥 우적우적 먹고, 친정에 몇 개 보내고, 바로 무쳐먹고, 간장에 장아찌도 담갔다. 공생소비로 연결되는 식탁들이 많아졌으며 싶다. 그래서, 앞으로 누구도 시키지 않은 '비라클 영업이사' 업무를 좀 해볼까 한다.

여기! ↓

http://www.berac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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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침으로 자주 먹는 또띠아롤 공개.
언제나 양으로 실망시키지 않는 코스트코의 또띠아를 사다 냉동실에 재워두어요.
한동안 로즈마리님표 퀘사디아를 배워서 해먹었어요.
얼마 전 천안의 김성수목사님 댁에 갔다가 장수연사모님표 또띠아롤을 신메뉴로 영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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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추,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 등 그 때 그 때 손쉬운 걸로다가 늘어놓고 활용해요.
풀떼기만 먹는 게 아쉽다~ 한다면 참치나 닭가슴살 캔? 이런 것도 넣어보구요.
아, 먼저 치즈 한 장 깔아줬고, 위에는 칠리소스 뿌립니다.
뿌리는 소스도 뭣도 그냥 있는대로, 지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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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래 가지구 둘둘 말아서 반 자르니까 있어 보이죠?
각자 알아서 싸먹으라고 하면 무쉭하신 두 남자분들 이따시 만큼 두껍게 만들어서 야채 질질 새고 난리도 아니라는 거 살짝 알려드립니다.
아침식사로 이거 하나 씩 딱 멕이고, 우유 한 잔 씩 멕여서 내보내면 엄마 맘이 든든하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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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깍두기 출연인데요.
현승이가 또띠아를 이~렇게 들여다보더니 '엄마, 나 이걸 보니까 고르곤졸라 핏자가 먹고 싶어' 합니다. (명일동 LG 옆에 있는 화덕구이 피자집, 핏자 이올라! 나도 그립네.ㅠㅠ)
그래서 완전 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줬더니 '야아~~~~ 고르곤졸라다!' 이러면서 먹어요.
바부탱이, 김현승.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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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 위에 새싹을 한 줌 얹었다.
여기 얹지 않았으면 며칠
냉장고에 계시다 여지없이 음식 쓰레기로 가실,
잊히기 딱 좋은 분량이었다.
늘 먹는 계란말이에 새싹 얹고 오리엔탈 드레싱 뿌리니 아침 식탁이 화려해졌다.
아으, 계란의 단백질에 야채까지 섭취시키는 이 뿌듯한 주부의 마음.
요런 잔머리가 팽팽 돌아갈 때, 진짜 신나고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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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볶음을 했는데 짜고 매워서 100% 콤플레인 들어온 판이었다.
역시 먹다가 한 줌 남은 상추를 썰어서 밑에 깔고 같이 집어 먹는 거라고 했다.
(누가 보면 돼지 불고긴줄 알겠네!)
다시 돌아가는,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팽팽팽팽 잔머리.


무슨 코딱지 만 한 여자가 에너지가 그리 많냐는 얘기를 듣는다.
이제와 얘긴데. 실은 다 재밌어서 하는 짓이다. 재밌자고 하는 짓이다.
일도, 강의도, 글쓰기도, 요리도, 커피도, 블로그질도, 가끔 카스질도....
딱 이 정도의 재미로 살면 좋겠는데 말이다. 
재미없는 일 하나가 발목을 붙들고 놔주질 않는다.
하려니 어렵고 안하려니 더 어려운 일이 말이다.
의미도 '미'자 돌림이니까 재미랑 멀지 않을텐데.
의미 충만한 일에서 재미의 깊은 맛을 건져올릴 수 있어야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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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일어나서 국 끓이고 반찬 만들어 바칠 때는

뭐 그러려니, 당연히 그러려니.... 여기시더니.
며칠 (은 아니고 몇 주? 아니 한 몇 달?) 아침에 빵이며 씨리얼 요런 거 좀 드렸다고.
"여보, 살림 좀 해. 김치찌개도 좀 끓이고, 된장찌개도...."
꽤 힘을 실어서  컴플레인으로 치고 들어오시네요.
"엇쭈!"
하긴 했지만 속으론 좀 쫄아가지고 바로~ 미루고 미루던 김치 담그기에 착수했습니다.


 

 


늘 하던 일이라야 착착착착 되는데,

일이 손에 안붙어 가지고 주방을 온통 난리를 만들어놓고 파 좀 썰었다고 눈도 못 뜨고 정신이 없습니니다. 아, 진짜 김치는 주부의 사랑과 헌신과 희생과 내공의 고갱이 그 자체입니다.


완성된  김치 한 통을 바라보노라니 귓가에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주부가 가족을 위하여 김치를 담그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요15:13)


그리고 막 김종필과 그를 닮은 두 놈을 향한 찬송가가  절로 나와요.


내 너를 위하여~어어

몸 바쳐 땀 흘려
네 반찬 해주려~어어
알타리 다~암궜다
널 위해 기~임치 하건만
날 무엇 주~느냐
널 위해 희~생 했건만
날 무엇 주~느냐.   아아~.......멘


 

 

보. 고. 있. 나. 김. 종. 필.


 

오늘 김치의 숨은 공로자는 김채윤입니다. 그 유명한 망원시장이 애매~한 거리에 있는데 김치거리를 사서 들고 오려면 죽음이었지요. 장 보고 나서 바람의 딸 김채윤을 부르니 자전거로 쌩하고 날아왔습니다. 알타리 세 단, 양파 한 망, 참외 한 봉지... 자전거에 싣고 다시 쌩하고 달려 집 앞까지 배달서비스 해주었습니다. 막판에는 제일 무거운 짐이자 힘들다며 소리도 요란한 김현승까지 뒤에 실었지요.

잘 키운 딸 하나. 열 남편 안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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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추~울 합니다.
영의 양식을 배불리 먹은 탓인지,
주일 오후는 유난히 육신의 허기가 제대로 느껴집니다.


모양은 김치전이지만 영양성분으로 치면 고단백에 고칼로리 김치전 부쳤습니다.
두부에 계란에 우유까지 들어간, 그리고 애들 좋아하는 오징어도 한 마리 통째로 잡아넣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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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얘들이 상팔자.(늘어진 개팔자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티브이 시청.
김치전 보면서 런닝맨 먹기!

부치자마자 접시에 담아 위에 뭘 덮을 필요도 없이 휘리릭 가져다주고 올 이웃이 있었음 좋겠..
오늘은 여기가 명일동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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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도사의 밤. 강도사 파티가 열렸습니다.
(뭔 말이다냐?)
그러니까, 두 분의 강도사 딱지 떼기 전 날 밤에 야채 쫌 김에 말았다는 얘기입니다.
(뭔 말이냐고?)
그러니까 목사안수 받기 전 날, 미국에서 날아온 일명 성호삼츈과 승주이모, 그리고 하린이와 한결이 가족이 벼르고 벼르다 방문하여 하룻밤 보내면서 놀다보니 강도사 파티가 되었다구요.




이 시대 가장 부끄러운 이름 중 하나인 '목사'가 되는 일.
참 중요한 일인데..... 정말 대단한 날인데......
월요일에 있는 목사안수보다 더 중요한 날이 수요일이라는 것에 사구동성의 마음을 모읍니다.
수요일이 중요합니다. 투표가 중요해요. 선거가 중요해요.
선거를 통해 목사로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되어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사는 것의 책임을 다하는 작은 행동이 중요합니다.


작은 일상이 중요합니다.
이 시대의 많은 목사님들이 손가락질과 질타 속에서도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 것처럼 살지 않으려면 바로 지금의 일상이 중요합니다. 바로 지금, 매일 뼈아픈 자기성찰을 해야지요. 그럴 듯한 종교인으로 포장지를 한 겹 한 겹 덧씌워가고 있진 않은지. 눈에 보이는 성공이 목회의 성공이라고 착각하며 진정한 자기를 잃고 가지는 않는지.

 



둥실둥실 순둥이 한결이가 투표권을 가질 즈음에,
그 즈음에 우리 나라는 얼마나 살 만한 곳이 되어있을까요?
그 즈음에 아빠들은 어떤 목회자, 어떤 신학자가 되어 있을까요?


그 때가 염려된다면 지금을 잘 살면 되는 것입니다.
그 미래는 수많은 오늘과 오늘, 또 오늘과 오늘이 연결된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오.늘.은.
닥치고!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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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생모짜렐라 치즈를 아낌없이 올려 구운 것도 모자라,
그 비싼 토마토 올려주고 빌사믹크림 뿌려주셨사오니,
부티가 좔좔 흐르나이다.


식사할 시간도 없이 심방하시며,
교회 소식지 원고 쓰시느라
피곤과 긴장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찌라도 정줄 놓지 마소서.


채 한 입 씹기도 전에 "맛있지? 대박이지?"
촐랑거리는 장금이의 본심을 헤아리시사 몸과 마음과 영혼이 늘 튼튼하소서.


대개 생계와 삶의 기쁨과 영성이 남편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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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훈련에서 몸의 훈련이 중요하다고 한다.
감정과 생각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날뛸 때 지금&여기를 우직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 몸이다.
감정과 생각은 수없이 나를 속이지만 몸은 거짓말 하기가 어렵다.
몸을 알아차리는 것에 민감해질수록 내가 모르거나 모른 척 하고 싶은 마음 알기가 수월해진다.


설거지나 가사 일을 하면서 몸의 감각을 디테일하게 느끼는 건 그런 의미에서 유익이 있다.
난 요리 전 시간을 많이 들여 재료 다듬는 일이 별로다.
가령, 김치를 위해 배추나 무를 다듬거나 한 다발의 차를 까는 일 등...
단순작업을 길게 해야하는 일들 말이다.


멸치를 다듬었다. 꽤 많은 양의 멸치를 다듬어 똥을 뺐다.
똥만 딱 빼고 머리며 뼈까지(그 알량한 멸치의 뼈! ㅋㅋㅋ)통째로 갈아두고 멸치 다시를 만들 때 쓴다. 가사 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된장국을 끓이거나 오뎅국 같은 걸 끓일 때 한 수저 푹 떠서 넣으면
왠지 식구들의 뼈가 튼튼해질 것 같아 뿌듯이다.


멸치를 다듬으며 꼬리리하며 비릿하고 짭쪼롬한 냄새와
손끝에 느껴지는 깔끄럽고 눅눅한 촉감들을 느낀다.
이 일이 매우 매우 의미있게 느껴진다.
40분의 음악치료 세션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
여덟 시간의 에니어그램 강의를 하는 것에 결코 견주어 밀리지 않을 의미이다.


로렌스 수사께서 평생 부엌일을 하면서 훈련하고 느꼈던 하나님의 임재연습은 이런 것이었을까?
나이가 들수록 몸으로 하는 일들을 더 의미있게, 귀하게 여기며 살고 싶고 싶다.
몸으로 하는 일상의 단순한 일들에 더욱 영원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멸치 똥 빼면서 멀리까지 왔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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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는 엄마가 엄마라는 게 어때?
아니이~ 엄마가 엄마라는 게 좋아?
내가 엄마라면 일할 게 너무 많아서 싫을 것 같애.
아까 설겆이 하고 지금 또 설겆이 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밥도 주고...


라는 현승이 말에 잠시 생각해보니 엄마가 엄마라는 건 좀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다행이다.
"생각해보니까 힘들긴 힘든데 다행히 엄마는 엄마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거 같애. 재밌어'
하니까
"맞어. 엄마가 요리는 하이튼 좋아하는 거 같애"
라고 하였다.






오래 전 먹어 치운 알타리 김치의 무청만 남아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는 지가 몇 개월.
싱싱한 고등어 한 마리 사다가 무 깔고 함께 조려서 주일 저녁으로 준비했다.
(요즘 고등어 한 마리도 너무 비싸ㅠㅠ)
나는 내게서 요리에 관한 창의력이 꿈틀댈 때 아주 의미있는 생기 같은 걸 느낀다. 그리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냄새를 맡고 달려온 녀석들이 "엄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라고 기대에 차서 물을 때 의미있게 충족되는 사명감에 힘이 난다.
(채윤이는 꼭 이걸 이렇게 물음 "엄마, 오늘 저녁 메인 디쉬는 뭐야?"ㅋㅋㅋ 재수없어.ㅋㅋ)






주부의 일상이 요리를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 어떤 땐 안 좋아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기도 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건 운동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취향일진대 운동은 안하고 싶으면 안하면 되지만 우리 사회에서 주부가 된 이상 음식만들기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요리에 정말 취미가 없어서 살림이 싫은 친구들에게는 (재수없게도) 미안한 마음마져 든다.






그렇다고 해도 요리나 살림은 참 고된 일이다. 요리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솔까 한결같이 살림에 충실하지 못한다. 마음과 몸이 힘들 때는 치킨으로, 후루룩 국수로, 너구리로, 씨리얼로 끼니를 연명시킬 때도 많다. 그러고 보면 살림 밀착형인 나는 살림에 대한 태도로  마음의 날씨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픈 과거와 두려운 미래를 오락가락 하며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는!  여지없이 무화과 나무 잎이 마르고 포도열매가 없는 것처럼 냉장고에 먹을 것이 그친다. 아니면 먹을 것과 야채들이 썩어나간다. 그러다 그러다 마음이 지금 여기에 와 다시 성령의 손을 붙잡으면 냉장고에서 놀던 재료들이 음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시골에 계신 이모가 해마다 서천김을 보내주시는데 냉동실에서 오래 묵혔다. 며칠 전 꺼내서 난생 처음 김장아찌를 만들었는데 아으, 밥도둑!^^


일상의 예배 없이 드려지는 예배는 종교행위일 뿐이라 믿는다. 매일일 수도 없고 자주일수도 없지만 드물게라도 일상에서 영원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으면 진정으로 천국을 꿈꾸는 삶이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한다. 오늘은 문득 내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요리, 청소, 설거지를 통해서 영원에 가 닿고 싶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정품 휘발유만 넣어주는 주유소 같은 교회에 가서 영혼의 휘발유 만땅 채우고 온  탓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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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자연산 굴이 두 근에 오처어넌~ 골목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차려보니 내가 이것! 그러니까 메생이 굴 떡국을 푸고 있더라(는 강풀식 요리 깔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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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과외를 하러 다닌 적이 있다.
저녁식사 시간 앞뒤로 과외시간이 잡힐 때가 대부분인데
음식냄새와 맞물린 집에 대한 기억들이 남아 있다.



현관을 열고 딱 들어가면 집안을 가득채운 카레, 생선, 된장찌개...
등의 저녁 메뉴의 훈기다.
내게 감각과 더불어 가장 진한 정서적 자극을 주는 음식 냄새는
뭐든 간장에 졸이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한 것, 그리도 또 하나는 김치찌개다.
특히 김치찌개 냄새를 맡으면 난 빨리 마치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엄마가 보고싶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난 아파트 복도나 골목을 지날 때 김치찌개 냄새가 나면 그런 생각을 자연스레 (거의 무의식적으로) 한다.
저 집에는 분명 요리가 일상이 된, 가사가 노동이 아니라 삶 그 자체가 된, 폭 안기면 파 마늘 냄새가 나는 '엄
...마' 가 있겠구나. 집에 가고 싶다....
내가 끓이는 김치찌개 냄새에도 나는 집을 그리워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그 집은 어딜까?


하는 생각을 하며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보고있나! 김종필!! 저녁메뉴다!
이래도 늦게 퇴근할건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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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만에, 아니 거의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네 식구 오붓한 식사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립을 굽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죠. 지난 수년 간 목장모임으로, TNT 목자들 파티로 늘 많은 양을 구웠었는데 이렇게 찌질한 양은 이번이 처음.
조금 쓸쓸하고 나름 감사하고요. 함께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하며, 함께 할 내일의 사랑을 그려보며......
메리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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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든 오리 떡볶이는....

우..우와~
색깔이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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