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것 좋아하고, 밥 멕이는 것 좋아하는 아줌마가
공기 좋은 시골에서,
착한 재료를 벗삼아 살며, 그걸 가지고.
밥상을 차려'
식당을 하는 이야기다.

밥하는 것 좋아하고, 밥 멕이는 것 좋아하는 서울 아줌마로서 참으로 부럽군하. 야, 좋아하는 밥도 하고 그걸로 돈도 버네! 게다가 책도 썼네! 좋겠다.
라는 생각 잠깐했고.


저자나 나나 다를 바 없이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맡은 사람인데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것이 한 줄 소감이다. 말하자면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 필요한 때만 만나는 사람,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 문을 열고 다가가서 친해지고 싶은데 체면을 차리느라 그렇게 하지 못할 적이 많다. 그때마다 나는 외할머니가 전수해 준 마음을 여는 비법을 사용한다. 그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것이다. 그 음식은 어떤 사람에게는 조청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메밀묵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팥죽이다. 따스한 온기와 빛이 사람의 마음을 녹이듯이 정성이 들어간 음식도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요즘 나는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음식을 이것저것 만들어 본다.


맞다. 우리는 진정한 맛을 보기 이전에 별별 소스를 끼얹고 양념으로 범벅을 해버린다. 원래의 재료가 무엇인지 모르고 소스와 양념 맛으로 먹어 치운다. 나는 늘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한 토마토와 양파와 가지, 오이와 호박을 씻으며 행복하다가도 양념을 하며 조금 슬퍼지고, 지지고 볶으면서 혼란스러워진다.

.







다 읽고 났더니 딱히 의식하진 않았는데 식탁에 올리는 반찬들이 수더분해진 느낌이다.
호박을 그저 살짝 기름 두르고 구워서 양념장을 뿌려내는 이 반찬은 저자 윤혜신스러운 재료와 조리법이다. 호박은 도대체 먹지 못하는 식물인 것처럼 취급하더니 두 녀석 다 맛있게 먹고 '엄마, 내일 아침에 또 해줘'하니까 엄마노릇 제대로 한 것 같아 어깨가 으쓱.











봉하마을의 오리농법 유기농 쌀이 남아서 걱정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작년에 인기캡이었어서 판매량이 부족했했단다. 해서 생산량을 늘렸는데 작년 경험을 비추어 사람들이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던 모양이다. 유기농 쌀 먹을 형편은 아니지만 작은 마음을 함께 하고파  5키로 짜리 주문을 해서 신속하게 받았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들어오시는 가장을 위해서 막 배달된 쌀로 막 지은 밥을 준비했다. 쌀이 왔다는 얘기도 안했는데.... 이걸 보시면 얼마나 흐뭇해 하실런지 설레이면서 하얀 밥을 펐다.






 







그리하야...
오늘 저녁은 완전 착한 밥상.
착한 쌀에 인스턴트 없는 순결한 밥상이라니...




그.러.나. 오늘의 대봑은 연일 블로그의 핫이슈를 생산해내고 있는 천재소녀 김채윤양의 식기도.
( 동영상은 본인의 허락을 끝내 받지 못하고 올리는 '봐도 못 본 척' 영상입니다.)



자막이 좀 필요할 듯.

"노무현 할아버지가 나라를 위해서...아니, 굶는 사람들인가? 잘 몰라도...#%&#$ 쌀을 만들었..."

"비록 노무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다시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캬! 우리 마음 속에 다시 살아날 수 있게 해주세요.
다시 우리 마음 속에..... 다시 우리 마음 속에...... 살아날 수 있게.....

착한 밥상 이야기는 채윤이의 기도로 화룡점정!



우리 동네 쥐에스 마트는 모든 게 참 비싸쥐.
야채와 과일은 정말 비싸서 사지를 못하쥐.
여기서 싼 거는 저녁에 나가면 한 팩에 3800 하는 초밥 밖에는 없쥐.


가끔은 회덮밥과 두 팩을 하나로 묶어서 7000원에 팔쥐.

비오고, 몸도 무거운 날에 저녁준비가 귀찮았는데 땡잡았쥐.
애들은 초밥, 아빠는 회덮밥...
난 미리 김치에 찬밥을 우적우적 먹었쥐.


너무 양심이 없는 것 같아 980원 짜리 두부와 청경채 1800원 어치를 사서
두부요리 하나를 했쥐.

이렇게 세 식구를 먹였쥐.

식구는 대단한 거 먹은 것처럼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쥐.
그 중에 40이 가까운 아빠의 천진난만함이 젤 웃기쥐.
나는 완전 편하고 대단한 걸 해준 주부가 됐쥐.
룰루랄라.

쥐쥐쥐쥐... 베이베베이베베....



주일 저녁 목자모임인데 주일 오후가 되도록 메뉴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예전 같으면 뒤집어질 일이지만 이제는 예삿일.
아주 여유만만하게 3부 예배 전 목자들에게 '오늘 목장모임 하냐? 목장에서 뭘 먹냐? 저녁엔 뭘 먹고 싶냐? 라고 물어보는 배짱! ㅎㅎㅎ 이구동성 입을 모아 떡.볶.이.

내가 자존심은 있어서 한 번 했던 떡볶이는 안 한다. 잉~

주일 오후.
얼마나 널부러지고 싶은 시간이던고!
한 때는 남편과 드라이브도 하고 함께 집에 들어와 낮잠도 때리고 하던 시간이었지만 사역자가 된 이후로 남편과 함께 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이고...

남편과 함께 하지 않더라도, 내가 월요일이면 출근해야할 풀타이머가 아니더라도, 주일 오후는 참으로 널부러지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그러나 목자모임이다. 남편과 내가 제일 사랑하는 목자들, 그들이 온다. 온갖 잔머리를 굴려 메뉴를 정하고 가정 적절함을 위해 분투해 보지만 정작 나를 일으켜 우는 건 사실 그들에 대한 사랑이다.

긴급 설문조사와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결정된 메뉴. 카레 떡볶이와 쟁반 막국수.
쟁반 막국수는 처음 해보는 거다. 막연히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해가지구 메밀국수를 삶아서 비벼면 될 것 같은.... 사랑한다면 난생 처음 해보는 요리도 식은죽 먹기다.

그. 러. 나.


널부러지고 싶은 욕망을 거슬러서 준비한 요리도, 내 온 정성과 사랑을 담은 요리도....
배는 부르게 할 수 있지만, 잠시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저들의 눈물을 씻을 수는 없다.

내 요리가 저들의 지치고 흔들리는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약이 될 수 있다면.....
아,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내가 몇 갑절의 내 욕망을 접고도 행복할 수 있을텐데....
아, 저 눈물을 무엇으로 닦을 수 있을까?
내 사랑이, 내 허접한 사랑이 저 눈물을 닦을 수 있다면....
저들의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안을 수 있다면....... ㅜㅜ

이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은 요리하던 내 손을 기도의 손으로 부여잡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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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아빠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던 적이 없었네요.
세미나 가신 아빠의 일정이 5박6일이니....
쪼금 미안한 얘기지만 도사님 안 계시니 식사준비 너무 수월하네용.
인스턴트 짜장면 하나 끓여서 생두부 한 쪽, 오이지 조금 놓고 끝!이니...


우리 꼬마 손님께서 식탁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
'우와, 짜장면 오이지 쎄트메뉴다. 누나~아 빨리 와봐. 엄마가 또 디게 맛있는 거 해줬어' 합니다.

바로 달려오신 우리 꼬마 아가씨는
'아유, 하이튼 우리 엄마 쎈스는....' 이렇게 칭찬도 받았습니다.



정말 하루 죙~일 밖에서 자전거 타고, 킥보드 타고, 동네 유치원생들 몰고 다니면서 노느라고 배가 고플대로 고프실 놀이의 여왕님. 많이 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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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일 늦잠 한 판 주무시고
카페트 치워주시고, 청소기 돌려주시고,
주방의 전깃불을 고쳐준다더니 다 뜯어놓고 아직 방치상태시고...

그러나 금같은 시간 집안 일을 위해서 기꺼이 내주시느라 고생이 많았수.

얼크~은하고 시원한 국수 곱배기로!

워뗘?
맛있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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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은 내 본업이 뭘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한 개의 본업을 꺼내들기가 어려워서 본업이 여러 개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새로운 마음을 갖기 어려운 본업이 주부입니다. 그러나 손에 닿는 곳에 있을수록 나를 더 잘 한정짓는 옷임을 압니다.
유난히 힘들었던 어느 목요일 저녁, 대충 떼우고 싶었던 저녁식사에 모두들 밥을 원했습니다. 모두 밥을 원한다는 걸 확인한 순간 주부본능이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냉장고를 뒤지고, 손이 빨라지고 집니다. 쌀을 씻어서 백미 쾌속으로 밥을 앉히고 두 개의 후라이팬을 동시에 올려놓고 손이 가는대로 오징어 두 마리를 요리합니다. 사랑에 충실하여 요리하다보면 생전 처음 해보는 요리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중화식 오징어볶음 두 개가 탄생했습니다.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 나를 있게하고 백지와 펜에 나를 맡기며 따라가다보면 어느 새 글을 쓰기 시작하던 그 순간과 다른 마음의 지점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치유하는 글쓰기이고 하나님을 만나는 글쓰기 입니다. 몰입을 해보니 요리도 다르지 않군요.


전혀 의도된 바 없으나 음식을 드시는 분들이 한 개씩 젓가락으로 오징어를 께작거리시다가 '에잇!'하고 밥을 엎어버립니다. '이거 비벼먹어도 되는거지?' 하고 묻지만 그거야 먹는 사람 맘이지요.


아빠따라 아이들도 비벼먹기로 했습니다. 본업은 여러 가지이되 어떤 일이든 내가 하는 일로 인해서 나도 행복하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행복해야 합니다. 오늘 아침 주부라는 본업을 꺼내서 흐릿해진 부분들을 깨끗하게 닦아봅니다. 오랫만에 손에 닿는 차거운 물의 느낌, 뽀득뽀득해지는 그릇의 느낌을 느끼며 설겆이를 해볼랍니다.
본업은 여럿이되 오늘 아침은 주부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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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모임 장을 보면서 해물 사는 걸 보고는 챈이가 '엄마, 전 부칠거야?'해서
'응, 그래 전부 칠 거야. 전부 다 한 대 씩 칠거야.' 해놓고 내 개그에 내가 넘어감.ㅎㅎㅎ

명절 때든 잔치 때든 일단 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나줘야 분위기가 난나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전 한 조각은 허전한 식탁을 기름지고 풍성하게 하는 게 분명하다.
오늘처럼 열무국수 같은 게 주메뉴라면 더더욱 그렇다.
칼칼하지만 뱃 속 한 구석 허전함은 기름기 있는 것으로 채워야 하는데 육류 한 점을 구색 맞추기 어려울 때는 맛있는 전 한 장이 딱이다.

그런 이유로 모임 때마다 전을 자주 하는 편이데...
보아하니 요즘 젊은이들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지라,
전이 땡기기는 땡겨도 썩 맛있게 먹지를 못하는 걸 알아챘다.ㅎㅎㅎ

이 찰나에 등장한 라이트油!

내 비록 장보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토요일 저녁 마감 시간에 맞춰 나가 떨이 세일에 목을 매고,
온전한 수박 한 통 사본 기억이 거의 없이 오래되고 꼭지 떨어져서 몇 천원 싼 것만을 고집하지만서도... 기름에 관한한 고가의 라이트유를 주저함 없이 선택한다.

그저 '희망' 내지는 '사랑'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우리 목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말이다. 빈약한 식탁이지만 전 한 조각을 먹어도 걱정없이 행복하게 먹게해 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다.

이들과 함께 부르면 눈물 나는 노래.

그댄 솔잎이어라. 푸르러 싱그럽기에 저 하늘 해맑음을 닮았어라.
그댄 이슬이어라 티없이 깨끗하기에 저 햇살 눈부심을 닮았어라.
그댄 바위여라. 굳세어 한결같기에 저 큰 산 든든함을 닮았어라.
그댄 샘물이어라. 깊고도 그윽하기에 저 산새 지저귐을 닮았어라.

그대 가난해도 그대 외로워도 거짓없는 마음 나눠주고지고
행복하여라. 우린 벗이어라 정답고 따뜻하기에 우리 주의 사랑을 닮았어라.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내가 하나님이라면....' 하고 생각했다.
내가 하나님이면 이들이 가진 꿈을 다 현실로 보여주리라.
내가 하나님이면 이들이 고민하는 진로에 대낮 같은 빛으로 비추고 탄탄대로를 열어주리라.
내가 하나님이면 이들에게 최고의 배우자를 선물로 주리라.
내가 하나님이면 이들이 흘린 눈물보다  수 백배 수 천배 큰 웃음으로 갚아주리라.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라이트유에 해물파전 한 장 부쳐주는 정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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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흔한 치즈 떡볶이라 여기실 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완전 자체개발 '김치 치즈 떡볶이'
신김치로 떡볶이를 해서 치즈를 얹어서 렌지나 오브에 돌려주는 것인데 모 김치그라탕 같기도 하고, 김치 볶음밥 같기도 한 떡볶이 입니다.

요리란 게 희한해서 시간을 많이 들이고, 고민을 많이하고 공을 들여서해도 맛은 있는데 모양을 망치거나, 모양은 있는데 맛을 망치는 경우가 많아요. 헌데 위에 버티고 계신 김치 치즈 떡볶이님은 아침부터 평택을 찍고, 스승의 날 선물을 사러 돌아댕기고, 집에 와서 바로 아가들 음악수업을 하나 하고는 한 숨도 안 돌리고 휘리릭 만들어낸 것인데요.
간만에 스타일도 맛도 맘에 드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을 옥죄는 아름다운 법칙 하나가 '인과의 법칙'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내가 이만큼 노력을 쏟아 부었으면 이 만큼의 결과가 나와줘야 하는데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더 속상한 건 '인과의 법칙'은 마치 만고의 진리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요리에 이 만큼 공을 들이면 이 만큼의 맛과 때깔이 나와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신을 놓고 요리한 날에 맛도 스탈도 만족스러운 게 탄생해주고 말이지요. 스승의 날에 나를 알지도 못하지만 감사해 마지않는 래래선생님에 의하면 우리가 가는 믿음의 여정을 어지럽히는 으뜸 방해꾼이 하나 있는데 '인과의 법칙'이랍니다.
내가 이렇게 이렇게 기도도 잘 하고, 열심히 사람들 섬기고, 말씀 묵상도 잘 하면 하나님이 나를 잘 보셔서 결국 나를 잘 되게 하시겠지? 어! 요즘 일이 왜 이리 안되는 거야?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벌을 받는 것인가? 이러는 것 말이지요.

얼핏 보면 믿음이 좋은 것 같지만 사실을 내 행동으로 하나님을 통제, 조정해서 결국 내게 복을 주시지 않을 수 없게 만들겠다는 불신앙의 고상한 형태입죠. 그래서 인과의 법칙에 얽매여 있는 한 우리는 하나님의 광대한 사랑, 자유, 이런 걸 맛도 못 볼 확률이 많다는 겁니다.

공을 들인 요리를 망해먹고, 공을 들인 사람들로부터 배신당하고, 때로 내가 아무 한 것이 없는데 뜻밖의 유익을 얻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인과의 법칙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광활한 사랑과 자유를 힐끗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맛을 많이 본 사람들이 이렇게 고백하겠지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캬아~ 떡볶이 한 접시에 설표 한 편! 설교 이렇게 쉬운데 우리 필님 왜 그리 어려워 하시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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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오셔서 식탁을 차렸을 때 의도적으로 웃길려고,
때로는 진심으로 종필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와~ 이거 뭐야? 첨 먹어보는 건데....'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를 할 때는 손님 입장에서 가장 편안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동으로 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다. 너무 신경써서 차린 것 처럼 보이면 고맙지만 부담이 될 수 있고, 먹던 대로 했다는 것 역시 뭐 그리 기분 좋게 환대받는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적당히 신경쓰고, 적당히 힘은 안 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요리를 좋아하는 내게 그리고 날이 갈수록 손님이 오는 식탁에도 특별한 에너지를 안 쓰는 내게 남편이 하는 농담은 내심 별로 웃기지도 않지만 껄끄럽지도 않다.

헌데, 한 두어 주 진짜 손님이 있는 식탁 없는 식탁에 성의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었음을 자수하지 않을 수 없다. 김가네 김밥에 시켜먹기 일쑤요.... 아, 도대체 뭘 멕였는지 생각조차 안나는군하.....ㅜㅜ

어느 날 저녁, 또 김가네 김밥으로 떼워볼 요량으로 손을 놓고 있었는데 밥을 드시고 싶다는 말에 홈플에서 대패삼겹살 세일로 사다가 버섯 쪼금 조랭이떡 조금 넣어서 막~악 구워가지고 늦은 저녁을 드시게 했다. 상추 씻기도 귀찮고, 쌈장도 귀찮고, 기름장도 다... 생략해서 대충 막막 그냥 구워서, 저거 하나. 저게에 김치.
많이 미안하 마음으로 '나 진짜 성의없이 밥 차려주지?' 했더니 정색을 하시며.....
'아니~이, 나는 전혀 성의 없다고 생각 안 하는데...'
아우, 기냥 이 말씀이 어찌나 감동이 되고 고마운지.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맙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계속 이렇게 편하게 가야겠다'는 안일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성의는 없었어도 늘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 조미료는 기본으로 팍팍 넣어준다는 걸 알아주시는 말씀이려니 생각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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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리에 관해서 주부들보다 젊은 처자들에게서 신메뉴를 배울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떡볶이에 야채 올려서 아삭하게 먹는 것까지 가서는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였다.
음... 떡볶이 요리에 있어서 '슬럼프' 라고나 할까, '떡볶이영혼의 어두운 밤' 이라고나 할까?

이 때 청년부 챙이가 목장에서 목원들에게 해서 먹였다는 단호박 떡볶이를 보게 되었건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부산인지 대군지 어디서 먹어보고 만들어 봤다는데 이거 이거 '먹어보고 만들어보는 건'
요리에 있어서 보통 경지가 아닌데 챙이를 수제자로 받아들일까 생각쭝!

단호박을 삶아 속을 떡볶이로 채운 다음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한 10분 정도 구우면 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럭셔리한 떡볶이.


첨에 오븐에서 꺼내면 이런 모양인데 호박을 잘라주니 저렇게 한결 있어보이는  모양이 되었다.


쉼이라론 없이 몇 개월을 달려오시는 도사님의 휴일 점심식사었다. 그나마 쉬는 월요일 공부하러 나가는 마눌님 대신 애들하고 집에서 복작거리면서 제대로 안식도 못하시고.... 가여운 도사님!

위 표정은 모델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을 때 첨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그 만의 표정.



이 표정은 도통 맛있게 해놓고 촬영만 해대는 마눌을 한 방에 만족시킨 후 빨리 먹어야겠다는 일념하에 한껏 오버하신 모습. 계속 찍어대다가 저 표정 찍고 나서 바로 카메라 전원 끄고 '먹어!'를 허락했다.

오늘은 급하게 하느라고 단호박을 충분히 못 익혀서 먹기가 좀 그랬는데 단호박이 충분히 익으면 떡볶이, 치즈, 단호박 셋을 함께 먹는 맛이 아주 굿이다.

챙!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

주일 저녁 한 주는 A조 목자,
그 다음 주는 B조 목자,
그리고 그 다음 주는 목자 큰모임으로 A,B조 함께 모이는 모임.

요즘 계속 몸 컨디션이 B마이너스나 C뿔 정도라서 개운하지 않은 상태.
지난 주에도 이번 주에도 식사준비를 하면서
'여보! 오늘은 내가 몸이 안 좋으니깐 식사 마치면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어' 라고 해놓고...
식사 마치고 가벼운 농담이 오고 가다가 어느 새 깊은 나눔들을 하고 있습니다.
방에 가 쉬라고 싸인을 보내던 몸상태는 마약을 맞은 듯 가벼워져서 설거지를 하고 있지만 귀도 마음도 거실에 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쪼르르 저들 옆에 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지친 영혼이 위로를 얻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기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습니다. 세상에 어찌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들이 있단 말입니까.

지난 번 조 모임 때는 이래저래 장을 볼 여유가 되지 않아서 내놓은 것이 김치덮밥이었는데,
쿨한 목자 하나가 맛있게 먹고 나서 물을 마시더니 '물도 맛있어' 했습니다.
예전에 AP목장 할 때도 형제 하나가 '아~ 목녀님 집에 오면 물도 맛있어요. 이거 무슨 물예요?'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동서 옥수수차일 뿐이고요....

이제 저는 압니다.
요리솜씨나 맛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가끔 요리를 하다보면 너무 싱겁거나 너무 짜거나 너무 오래 끓여서 야채가 다 뭉개지거나(어제 식사가 그랬습니다) 엔쥐가 날 때도 있습니다. 헌데 그래도 맛은 있습니다. 왜냐면 먹어줄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준비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제가 요리가 가장 많이 아끼지 않고 팍팍 쓰는 양념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동서 보리차인들 색다른 고소함으로 가 닿지 않겠습니까.

저는 항상 물도 맛있는 그런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보리차 하나를 끓여도 그 안에 온갖 사랑과 기도를 담아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도 맛있는 김치덮밥, 물도 맛잇는 저녁식사. 이거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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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부추 떡볶이의 발견으로
떡볶이와 생야채를 샐러드의 절묘한 조화를 일궈낸 떡볶이이 세곙의 지평이 열렸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지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

수요예배 설교를 맡으신 도사님께서 저녁을 아주 간단히 먹고 싶다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애들도 함께 먹어야해서 케쳡을 많이 넣어서 맵지 않은 떡볶이를 한 후에
양배추를 썰어서 듬뿍 올렸습니다.
늘 부담이 되곤하는 어른 설교를 준비하는 남편을 위해 기도를 담아 양배추를 올렸지요.

쫄깃 떡볶이와 아삭 양배추의 조화 이거 괜찮네요.
끈끈하지만 맺고 끊음이 안되는 감정형식 사랑과,
쿨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 차거움으로 남는 사고형식 사랑의 오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으하하하하...

담번에 떡볶이 위에 뭘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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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에 찾아든 젊은 손님들.
혹시나 해서 냉동실에 있던 떡을 꺼내놨는데 저녁 먹고 배부르다던 이 젊은이들.
떡볶이란 말에 오케이 좋다가 의기투합을 해줬다.
그 바람에 떡볶이 신메뉴 출시.

떡볶이야 늘 하던대로 양파 볶아서 맛있게 했는데,
좀 있어보일려고 치즈 두 장을 위에 얹고 났더니
점심에 쓰고 난 부추 한 무더기가 눈에 띄어 바로 얹어주었더니....

아~ 이거 괜찮네.
떡볶이 양념의 텁텁함을 잡아준다고나 할까?
저 빛깔은 어떠한가?
칙칙한 붉은색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그륀 그륀 그륀....

젊은이들을 자주 대면하니 요리의 신도 젊어지누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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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퓨전 음식집에서 먹어본 굴탕면.
쉽게 굴우동이라고 부르면 좋을 듯 합니다.
이사하던 날이 너무 추웠던 날이라 그런지, 날이 좀 푹한 날에도 새집은 춥게만 느껴지고.....

이번 주부터 풀타임 사역자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삶의 리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특새 때문에 오전 시간은 좀 헤매면서 보내고 있지만요.

누가 커다란 굴을 꽤나 많이 주셨는데.
예전 같으면 저런 굴을 보면 날것으로 초고추장 찍어 먹는 것 참 좋아했었습니다.
같이 사시는 분이 그런 스타일의 식생활을 안 좋아하시니 그 맛있던 생굴이 저도 잘 손이 가지 않습니다.
영양가 많고 맛있는 굴을 국을 끓여도 국물만 드시고,
굴전을 붙여도 손도 안대시니... 참 고민.

언젠가 굴탕면이라는 걸 먹으면서 '이런 건 집에서 못 만들지?'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집에 있는 국물 맛을 내는 모든 것(가쓰오부시, 황태채, 새우가루, 표고버섯가루) 등을 넣어 맛을 내고,
배추를 비롯한 야채 굴, 우동면을 넣고 끓여서 녹말가루 풀었습니다.
뜨끈하고 시원하고...
결국 질색를 하시던 굴도 한 놈 남기지 않고 다 드셨습니다.

따뜻한 국물로 몸을 데우며,
우리의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지길 기도하며 굴탕면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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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하루 지난 날,
이건 죽마고우도 아니고, 태아고우라고 해야하나?
뱃속에서부터 친구였던, 그래서 뱃속에서부터 같이 놀았던 친구 수민이가 축하하러 와주었습니다.
급조해서 로스트 치킨 두 마리를 해가지고 그 위에 초를 켜고....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치킨케잌'에 생일축하를 합니다.
다인이 말에 의하면 치킨 두 마리가 채윤이 언니한테 세배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맛있게 먹는 사진들은 다 흔들려서 한 장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습니다.

사실 요즘 애들은 생일축하 하려면 일단 며칠 전에 초대장 만들어서 쫘악 돌리고,
애들 불러 모으고, 그 애들 데리고 일단 롯데리아에서 먹고,
실내 놀이터 내지는 노래방 같은데서 놀다가 흩어지는게 관행인데요.

그런 절차 없이 그저 사랑하는 친구가 생일이라고 찾아와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되는대로 맛있는 걸 나누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축하가 아니겠습니까.


너무 배가 고팠던 엄마들은 치킨 굽는 시간을 못 기다리고
청양고추 넣은 떡볶이 한 접시 해치웠더니고기가 남네요.
남은 고기 살발라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오늘 저녁 치킨 그라탕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생일 케잌으로 한 끼 식사도 해결하고 알뜰살뜰 치킨케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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