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식성은 부모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다.
내가 좋아할 수도 있는 음식이지만 엄마가 안 좋아해서 요리하지 않고 먹이지 않으면 맛을 일 턱이 없으니.
주로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것은 부모님의 취향 영향권 아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우리 부모님이 돼지고기를 안드시는 이유로 돼지고기 관련해서는 별로 엄마한테 얻어 먹어본 맛있는 것이 없다.
돼지고기로 하는 요리들은 시부모님과 살면서 많이 갈고 닦게 된 것 같다.
돼지고기 뿐 아니라 우리 엄마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치지도 않는 오리고기도 아~주 좋아하게 됐으니..
내가 감자탕을 끓이다니...
감자탕을 먹을줄 알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는데 말이다.
갑자기 요리신이 내려가지구는 목장모임에 김치 감자탕을 시도했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 등뼈가 생각보다 많이 쌌다. 1키로에 2000원.
그저 먹어본 기억을 떠올리며 인터넷으로 레시피 검색도 안하고 만 기냥 만들었다.
돼지 등뼈 사다가 핏물 뺄 시간이 없어서 그냥 물 붓고 우르르 한 번 끓여서 물을 따라 버렸다.
(이러면 돼지냄새 빨리 웬만큼 제거 된다고 본다)
그리고 뼈 끓이다가 김치 대가리만 짤라서 길쭉하게 우거지 분위기 나게 넣고,
들깨가루 듬뿍 넣어서 만든 양념장을 풀고 감자도 통으로 넣고, 나중에 마트에서 파는 감자수제비도 넣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불 끄기 전에는 파랑 깻잎 넣고..
끓이다보니 뼈가 너무 많아서 그릇이 넘쳐 몇 개 건져냈는데,
이걸로는 맵지 않게 들깨가루 많이 넣어서 양념해 푹 끓였다.
목장의 수현이가 이걸 보더니 대뜸 '아~ 이건 지리!' 했다.
맞다. 위에 꺼는 감자 매운탕, 밑에 꺼는 감자 지리..^^
정인이, 이제 막 돌이 지난 병준이까지 이걸 잘 먹어줘서 완전 보람 보람!
지호는 아래꺼 보다는 위에 걸 선택하는 매운맛을 보여주고...ㅎㅎ
남편이 '정신실 대단하다. 와~ 감자탕을 다 끓이냐? 맛있었어. 밥이 막 날아가게 생겨서 좀 그랬지만'
해주셨으니 처음 시도한 감자탕을 일단 성공이렷다.
땀 뻘뻘 흘리면서 감자탕 먹고,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
낮에 날이 더워서 혹시나 하고 얼음을 얼려놨는데...
양푼에 탄 냉커피가 웬지 감자탕과 어울리는 느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