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를 '정의의 사자'라 불러 주세요.
약자가 강자에게 당하는 것 보지 못합니다.
그 약자가 평소 자신의 적(?)이었다 해도 그렇습니다.

며칠 전,
현승이가 감기 걸려서 콧물일 줄줄줄.
밤에 코가 막혀서 잠을 잘 못 자고 캥캥 거립니다.
자기 전에 아빠가 입으로 쭉 빨아서 코를 빼는 의식을 거행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현승이 이거만 하면 죽는다고 울죠.
현승이는 막 넘어가고.....
거기다 대고 채윤이가 뭐라 뭐라 소리지르는 겁니다.
현승이를 나무라는 줄 알았죠. 평소처럼 말이죠. 사실 현승이가 채윤이 눈에 고운 존재가 아니거든요.

근데.
"아빠! 하지마! 그만해!'
이거였습니다. 알고보니....
"현승이 막 울잖아. 불쌍하잖아"
어찌나 야멸차게 아빠를 나무라는지...
그러고는 현승이를 향해서
"누~우가? 누가? 우리 현승이를.... 아빠가 그랬어? 우~야 우야"
이러는 겁니다.

불타는 정.의.감.

* 그 후 아빠는 또 현승이 코 빼다가 채윤이 한테 걸렸습니다.
"내가 코 빼지 말라고 했지?" 하고 혼났습니다.

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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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아!
오늘 아침 엄마 아빠 출근하는데 유난히 힘들어하더구나.
채윤이 마음처럼 엄마 아빠가 늘 채윤이 옆에 있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아침마다 보는 채윤이의 장난스런 웃음을 못 보고 나온 날이라 엄마가 마음이 무겁구나.
채윤이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해서 마음 한 쪽이 아파.

엄마는 '내가 엄마가 되면 최고의 엄마가 되리라. 100점 엄마가 되리라' 마음 먹었었단다.
엄마가 채윤이 엄마가 됐는데 막상 100점은 커녕....
그래, 이제 엄마는 100점 엄마의 욕심을 버릴려고 해.
100점 엄마는 애초부터 할 수 없는 것이었어.
현승이가 생긴 순간부터 엄마는 채윤이 엄마와 현승이 엄마도 되어야 하니까 그렇고.
현승이가 없다해도 100점으로 채윤이를 사랑할 수는 없었을 것 같구나.
생각해보면 엄마는 항상 100점에 한참 모자란 사랑을 줬지만 채윤이가 이 만큼 잘 자랐지.

설령 엄마가 회사를 안 가고 채윤이 옆에 늘 함께 있다해도 100점이 되지는 못해.
무슨 말인가 하면 그렇다 해도 채윤이는 슬픈 일이 있을 거라는 것이지.
엄마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윤이는 슬프고 아픈 일을 겪어야 할 거야. 사실 채윤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엄마를 떠난 것이나 다름 없는 것 같아.
(이것을 엄마 자신이 먼저 깨달아야 했었어)
요즘은 날이 갈수록 엄마가 채윤이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많이 드는데...
그것 역시 엄마의 욕심이야.

채윤이에게 100%의 행복을 주고, 어떤 슬픔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사랑할 분은 하나님 한 분 이란다.
그래서 엄마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100점 엄마가 되지 못해도 채윤이가 하나님을 아는 이상 120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 엄마는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 채윤이의 마음 아프게 할 일도 많겠지만 엄마가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하나님 그 분이 엄마에게 하셨듯 채윤이를 사랑하고 보호하실 것을 믿고 감사한다.
오늘 아침 채윤이의 우는 소리 들으며 마음 아팠지만 엄마에겐 그 아픔을 해결할 힘이 없음을 깨달았어. 채윤이가 하나님을 만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지.
채윤아 다만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 채윤이를 사랑한다. 엄마가 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늘 기도할께. 채윤이가 걸음마를 혼자 했던 것처럼 혼자 걸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 다다르도록 그렇게 기도할께. 그게 젤 중요한 것 같아.

오래 울지 않고 안 되는 것에 대해서 빨리 포기할 줄 아는 채윤이가 아침의 슬픈 감정들 빨리 털어 버리고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오후에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즐겁게 지내길 기도할께. 하나님처럼 사랑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화내지 않고 채윤이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노력하면서 채윤이를 사랑할께.
귀여운 채윤아! 안녕!
 
20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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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에는 채윤이한테 화가 많이 났습니다.
요즘 현승이 덕에 찬밥된 채윤이의 사정을 고려하여 화를 참고 참아도....
소리도 지르게 되고 엉덩이도 한 대 때렸습니다.ㅜㅜ
그 다음부터는 거의 반응을 채윤이와 마주치지 않으면서 일을 막 열심히 했습니다.
청소며 애기 옷 손빨래며 일을 다 마치고
(현승이는 이미 자고 있었음)
세 식구가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 위에 마주 앉았습니다.
주일 저녁에는 가끔 셋이서 손잡고 기도를 하는 날이 있어든요.
이 때 마다 채윤이는 자기 성경책(젬젬구약, 젬젬 신약..이런 것) 가져와서 펼쳐 놓죠.
엄마 아빠 한테 한 권 씩 나눠 주는데 성경이 구약 신약 밖에 없으니 가끔 엄마한테는 '똥이 풍덩'이런 책을 성경대신 주기도 한답니다.

암튼, 어제 그렇게 모여서.
채윤이에게 "채윤아! 엄마 좀 봐. 엄마 눈좀 봐. 엄마가 아까 화를 더 참을 수도 있었는데 참지 못하고 많이 내서 미안해~"하고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포도밭에 포도가 땡글땡글' 이런 찬양을 부르고
기도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시작 전부터 오늘 기도는 채윤이가 한다고 했었습니다.
아빠가 아무 생각없이 기도를 시작하자 "오늘은 내가 한다고 했잖아~"
채윤이가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우리 현승이가~.....................헤헤, 부끄러워서 못하겠어. 어~ 엄마랑 아빠랑 채윤이랑 이렇게 있는데.............어.............현승이가 울지 않고 빨리 자게 해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 얼마나 감동적인 기도인지...
현승이 한 놈을 재우기 위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소쩍새는 얼마나 울어야 하는지...
생각해보니 우리 집의 가장 시급한 기도제목이죠. 현승이. 떼쟁이 현승이.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

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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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에 교회 가기 전에 할아버지 할머니 등 온 식구가 모여서 사과를 먹고 있었습니니다.
요즘 채윤이는 미운 네 살이라고 저~엉말 말 안 듣습니다. 따지는 것도 많구요.
뭐 하나 얘기하면 '싫어' 라는 대답이 80%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저라다 정말 자기만 알고 고집 부리고 어른 말 하나도 안 듣는 애가 될 것만 같아요.

근데 시키지 않았는데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채윤이가 한 행동 하나가 오랫만에 너무 예뻤습니다.
사과를 먹고 있는데 현승이가 끙끙 거리고 캥캥거리니까 할아버지가 드시던 사과를 현승이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김현승은 강아지 처럼 좋다고 빨죠.

그 때 우리 채윤이 암말 안 하고 사과를 하나 집더니만 할아버지한테 가져가서는
'할아버지 이거 또 드실래요. 현승이 줬잖아요' 하네요.
괜히 그 자리에서 칭찬하면 의식하고 또 청개구리짓 할 것 같아서 못 본척 했는데 기분 좋았습니다.

채윤아!
34개월에 니가 한 행동이야~
누가 가르치지 않았는데 이렇게 스스로 배려했어. 네 성품 안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이쁜 마음 심어 놓으셨구나. ^^

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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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아프지 않는채윤이가 오랫만에 열이 나요.
어젯밤에 재우려고 안았는데 몸이 뜨끈뜨근 하네요.
열을 재 보니 39.8 이렇게 되는데 채윤이는 하나도 안 아프대요. 기운만 좀 없어 보였는데
그러다 잠이 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열은 마찬가지예요.
몸이 힘들어서 인지 내내 엄마 아빠 회사 가지마 학교 가지마 하면서 울어대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응 엄마 회사 안 갔으면 좋겠어? 근데 엄마 회사 안 가면 팀장님 한테 혼나.
그리고 돈도 안 줘' 하고 여러 번 말했죠(적절한 설명인가?^^;;;)

결국 아빠 먼저 나가고 할머니 품에 안겨서 계속 우는 채윤이
'엄마 갔다 올께' 하니까 여저히 울면서..
'엄마 회사 안 가면 팀장님 한테 혼나?'
'그래' 했더니
또 웁니다.
막 울다가
'그럼 아빠는 학교 안 가면 누구한테 혼나? 엉엉엉..'
'응~ 교수님' '교수님한테 혼나? 엉엉엉 ....엄마 안녕!' 하네요.

마음이 아프고 대견하기도 하고...ㅜㅜ

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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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뿌드 뻬이빨  (0) 2007.07.13
어젯 밤 채윤이를 아빠가 늦어서 두 아이를 혼자 재웠습니다.
저로서는 거의 안 해 본 일입니다. 일단 아빠가 거의 같이 있고 부모님이 계시니까 한 명 정도 맡으면 되는 상황이었죠.

암튼 현승이를 먼저 재우느라 안고 축복송을 부르는데...
'하루 하루에 주의 선하심이 현승이에게 끊임없이 영원하기를...'
채윤이가 '엄마~아! 채윤이해 채윤이!'
그래서 현승이를 안고 현승이 눈을 보면서 노래하지만 가사는 '주의 선하심이 채윤이에게 끊임 없이..'
하고 불러야 했습니다.
형식은 채윤이지만 마음으론 현승이를 축복한거죠.ㅎㅎㅎ

현승이를 재우고 채윤이랑 한 판 놀고나서 같이 침대에 누웠는데 스르르 제가 먼저 잠이 들고 있었습니다.
'엄마~아! 씻고 잠옷 입고 자야지' 하는 말이 들리지만 점점 깊이 잠에 빠지고 있는데...다시
'엄마! 자?' '응' 그러자 채윤이가 제 귀에 대고 귓속말 합니다.
'엄마 코 자고 내일 회사 잘 갔다와~ 회사 가서 열심히 재밌게 놀구와~'
잠이 확 깼습니다.
어찌나 확 깼는 지 그 때 시간 11시였는데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채윤이가 엄마 같았습니다.

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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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엉말 정말 먹고 싶지만 감히 먹을려고 엄두 내지 않았던 것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어른들은 매일 분위기 좋게 홀짝홀짝 하면서 애들이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고 해서...
머리 나빠지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분위기적으로 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먹질 못했습니다.
바로 커.피.

미혼 때 결혼한 사촌 언니가 커피 마시며 조카한테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봤습니다.
짖궂게 네 다섯살 된 조카한테 '다혜야~그건 어른들이 만들어낸 검증되지 않은 거짓 이데올로기란다...ㅋㅋㅋ'하고 언니를 놀렸습니다.
제가 애를 키우다보니 저도 별 수 없더군요. 차마 머리 나빠진다는 말은 못하고 커피는 뜨거워서 어른들만 먹는 거라고 채윤이를 가르쳤습니다.
초기에 강력하게 의식화가 돼서 요즘에는 냉커피를 마셔도 그저 자기는 못 마시는 거려니 합니다.
응용력 강한 채윤이가 이 과정에서 '어린이, 어른' 개념을 배워가지고는 자기가 먹는 과자 같은 거 하나 달라고 하면 '이건 어린이만 먹는 거야. 어른은 안 먹는 거야~' 합니다.

어린이집 적응과정에 아침마다 울던 채윤이가 갑자기 울지 않게 된 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빠랑 눈이 마주쳤는데 역시나 '나 어린이집 안 가'하는 말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설명과 토론을 좋아하는 아빠가 '아빠도 가끔 학교 가기 싫은데 학교에 꼭 가거든~
#$%&^$#$%#$#$..........................#$%$%^^&%' 막 지겹게 설명을 하는 중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아빠는 어른이니까 학교 가고 엄마는 회사 가고 그러는 거야'
그러자 채윤이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듯
'어!? 안나(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어.린.이.집하고 어.린.이. 하고 똑같네.
엄마! 안나 어린이집 하고 어린이하고 똑같해요~' 하면서 뛰쳐 나왔습니다.
여기서 채윤이가 도를 깨달은 겁니다. '아~어린이는 어린이집에 가는구나~ '
자신의 정체성을 어.린.이로 강하게 내면화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건 채윤이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 된거죠.

그러고 나서 제가 차를 태워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는데 울지 않고 '안녕' 하더라구요.
도를 깨우친 채윤이 더 이상 울지 않았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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