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키울 때는 첫째를 키운 짬밥으로 더 수월해야 맞는데...

첫째를 키웠던 노하우가 전.혀. 먹히지 않아서 당혹스럽다.


아주 애기 적부터

'말로 하면 말이 먹히는 아이'

'대화가 되는 아이'

'대화를 통한 타협이 가능한 아이'

김채윤을 키우다보니까...

애들은 다 차분히 말로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ㅜㅜ


말로 차분히 설명하면 못 알아듣는 척 무식하게 게기고,

쫌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 울면서 매달리고,

도대체 타협이라고는 안 되는 둘째.

놈의 방식이 이거다. 울거나 게기거나...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아동발달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엄마도 방법을 모르겠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작금의 현실이다.ㅜㅜ


200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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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녀석 다 흑석동 가면 젤 좋은 사람이 외숙모다.

병원놀이 해 줘. 오카리나 불어 줘.

지들 취향에 딱딱 맞게 놀아주니...


흑석동 가는 차 안.

채윤이가 쫑알 거린다.

'나는 서녕이 외숙모가 지~인짜 좋아. 엄마보다 외숙모가 더 좋아'


옆에 있던 현뜽 마저도 엄마를 배신한다.

'나도 엄마보다 외숙모가 더 좋아'


현뜽까지 그럴 줄 몰랐던 엄마. 현뜽에게 신경질적으로 묻는다.

'왜? 왜 선영이 외숙모가  더 좋아'


현뜽, 코맹맹이 소리로, 천천히 어눌하게 한 마디 한다.

'왠냐며~언, 나는 덩달이잉깐(덩달이니까!)!'

200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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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질문공세란 이런 것.

차를 타고 내릴 때 까지 40분이든 한 시간이든 절대 쉬지 않고 질문을 퍼부어대는 것.


어떤 핍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목소리 톤도 변하지 말고,

늘 어눌한 말투로 질문을 퍼부어댈 것.

가장 중요한 것!

천천히 느리게 말할 것.


뻔한 질문을 할 것.

대답하기 곤란한 것을 질문할 것.

비슷한 질문을 계속해서 더 이상 대답할 기력이 없게 만들 것.


예를 들면 이런 것.

'아빠, 저게 왜 빨개?'

'그러면 왜 빨개?'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가는 거야?'

'흑석동에 왜?'

'어디 흑석동에?'

'누구 할머니 집에?'

'왜? 어떤 차가 그랬어?'

'그럼 어떤 차가?'

'저거 무슨 차야?'

'무슨 카렌스 투야?'

'왜 저건 다른 색깔이야?'

'엄마가 왜?'

'누가 새우준대?'

'왜 흑석동에 새우가 있대?'

'새우는 왜 빨개?'

'왜 그냥 빨개?'

'어디에 새우가 있대?'


이러면 아빠가 열 받아서 한 마디 한다.

'김현승! 앞으로 질문할 때는 한 번 생각해 보고 질문해. 내가 진정으로 이 답을 모르는지? 아니면 내가 습관적으로 질문을 해대는 건지? 답은 뭘지? 이렇게. 알았어?'


아빠가 이렇게 화를 내면 이러면 된다.

차분하고 어눌하게 '알랐써'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아빠! 그런데 새우가 왜?'

'새우가 어디있대?'

..........


이러면 엄마빠를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질문공세로 말이다.


200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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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렇게 채윤이는 현승이에게 밀리기 시작하나 보다.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현승이는 일찍 일어나서 굴비에 밥 한 공기 비우고 사과를 거의 한 개 먹은 상태.

채윤이는 입맛이 없는 지 밥도 얼마 먹지 않고 사과 한 개 까서 접시에 담아 먹고 있는데...


김현승이 채윤이 사과를 넘보기 시작한다.

사실 이것도 김현승한테는 장족의 발전! 김채윤이 김현승의 양식을 넘봤지 감히 김현승은 누나의 양식을 넘보지를 못했었다.


암튼, 호시탐탐 누나의 사과를 노리던 김현승. 근처에도 못오게 앙탈을 부리는 누나가 얄미웠는지 다짜고짜 누나한테 달려들어 공격을 했다. 김채윤 완전 넘어가면서 울기 시작.

'어떻게 한 거야? 누나한테 어떻게 했어? 꼬집었어?' 했더니,

김현승 실실 웃으면서,

'아~아니, 칵 깨물었어!'한다.

아닌게 아니라 들춰보니 채윤이 팔에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대충 혼나고 사과하고 일단 사건은 마무리.


사과를 뺏어 먹겠다는 김현승의 의지는 사그러들지 않았었나보다.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다시 김채윤이 내는 사이렌 소리.(이런 소리는 주로 김채윤한테 당하고 나서 김현승이 내는 소리였는데.....ㅋㅋ)

김현승이 날쌔게 김채윤의 사과를 나꿔챈 것이다. 예전에는 움직임이 궁띠다 보니 채 사과를 나꿔채기도 전에 누나한테 얻어맞기 일쑤였는데...

몸이 날래지기도 한데다가 김채윤이 한 번 물리고 기선제압을 당한 상태라서 한결 수월하게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할아버니 할머니 아빠 엄마 입을 모아서 한 마디 했다.

'김채윤은 끝났어. 이제 현승이한테 얻아 맞을 일만 남았어'

200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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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은성수도원에 도 닦으러 들어갔습니다.


현승이 아침에 식탁에 앉아서 혼자 밥 먹으면서 설겆이 하는 엄마랑 대화


현뜽 : 엄마! 아빠 어디갔쏘오?


엄마 : 응...기도원에..


현뜽 : 누구 만나러?


엄마 : 하나님!


현뜽 : 하나님이 누구야~아?


라고 신학적, 본질적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 : 하나님은 현승이를 만들어 주신 분이시지. 엄마두 아빠두....


현뜽 :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면서) 저기서?


엄마 : 응..

200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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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래하는 누나에 치어서 도저히 음악 쪽으로는 빛을 발하지 못했던 현승이.


한 때 누나가 기가 막힌 song writing 실력으로 음악치료사 엄마의 기를 죽이곤 했었는데...

잘 들어보면 현승이도 어눌한 발음으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었습니다.


1. <어머나> 버젼

씻는 건 그런대로 하지만 머리 감기는 죽어도 싫은 현승이.

씻고 머리 감자는 말에 울고 불고 '머리 감아 아녜요...머리 감아 아녜요...'하면서 난리를 치는데.

협박하고 달래던 아빠 결국 두 손 들고는 '그래. 샤워만 하자'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욕탕으로 들어가면서 눈물 딱 그치고 현승이가 부르는 노래.

<어머나>의 '좋아해요 사랑해요'부분의 멜로디에가다

'고마워요 고마워요'를 넣어서 혼자 흥얼거리며 부르더라는 얘기.


2. <고기를 잡으러> 버젼

마이쮸라는 과일맛 캬라멜.

누나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는 엄마랑 같이 수퍼에 들러서 사 온 마이쮸.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마이쮸 한 개를 오물오물 먹는 현승이였다.

방에서 컴터를 하면서 있는데 김현승 쇼파에서 일어나 부엌 쪽으로 움직이는 소리.

이 때 함께 들리는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요' 부분을 개사해서 부르는 노래.

'마이쮸 마이쮸 또 먹어야게따. 마이쮸 마이쮸 또 먹어야게따'

이렇게 흥얼흥얼 노래하면서 주방 쪽으로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것이었다.

아~ 이건 이렇게 쓸 게 아니라 딱 김현승 흉내를 내면서 내가 불러서 보여줘야 하는데...

200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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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동해 바다....어른들이 하도 그래서 뭔가 했었다.

하이튼 뭔가 재밌는 건줄 알았다.


바다라는델 갔다.

내가 젤 싫어하는 거, 아무데서나 옷 벗기는 거다. 내 옷을 확 다 벗기도 헐렁한 팬티만 입혀 놓는 것이다.  게다가....아~니, 웬 애들이고 어른이고 옷을 다 입은 둥 마는 둥이다.

그런 분위기 자체가 맘이 들지 않았다.


엄마가 날 안고 바다라는델 가는데.....나는 죽는 줄 알았다.

목욕할 때보다 훨훨훨훨....씬 더 많은 물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서 달려오는 것이다.

나는 기겁을 해가지고 '아~~~악! 물이 와! 물이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바다라는 곳은 내가 갈 곳이 아니구나...게다가 잠깐 닿은 바닷물은 어찌나 차거운지...


잠깐 그러는 사이 내 옷이 젖은 것이다. 나는 빨리 옷을 갈아 입혀 달라고 졸랐다.

할머니랑 엄마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원래 그런거야. 바다에서는 다 젖는 거야' 하면서 끝내 안 갈아 입혔다. 누나는 뭐가 그리 좋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 치면서 놀고 있는데...

나는 정말 바다가 싫었다.


그래도 바다가 좋은 건 딱 한 가지 있었다. 모래 놀이할 모래가 엄청 많다는 것.

식구들이 날 '겁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무서운 걸 어떡하냔 말이다.

식구들의 비웃음과 핍박 속에서도 나는 묵묵히 모래만 갖고 놀았다.

가끔 엄마나 아빠가 날 데리고 물 쪽으로 갈려구 했지만 그 때마다 기절을 하는 척 소리를 질렀다.

결국, 나는 그렇게 모래 놀이를 하고 왔다.


그 날 밤에 어느 집 마당에서 엄마 다리를 베고 스르르 잠이 들려 하는데 어른들이 내일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아빠가 '내일 바다에 한 번 더 갈까요?' 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다닥 일어나서 손을 가로 저었다. '바다! 안 돼. 바다 안 가!'

그러고 났더니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들락말락 하면 엄마가 '낼 바다 가까' 이러는데..정말 미칠 것 같았다. 바다 진짜 싫다!



그러면 산이라고 좋나?

아니다. 산도 무섭다. 케이블카 라는 걸 탈 때만 해도 괜찮았다. 아빠가 날 안고 어느 봉우리 정상에 올라 갔는데 바람이 엄청 부는 거다. 그 바람만 봐도 나는 무서웠다. 우리 누나는 겁신경이 마비 됐든지 쫌 어떻게 된 인간인가 보다. 그 바람 부는 무서운 산 꼭대기에서도 여기 저기 구경 다니느라 엄마한테 혼나고 그랬다.

나는 아빠 목을 붙들고 있었는데 그것도 무서워서 손으로 눈을 가려 버렸다.


산도 싫고 바다고 싫다.


그래서 난 엄만테 계속 졸랐다. '엄마! 우리 집에 가. 우성 아파트에 가~'

뭐니뭐니 해도 우리집이 젤이고 우리 놀이터가 젤이다.

200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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