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동해 바다....어른들이 하도 그래서 뭔가 했었다.

하이튼 뭔가 재밌는 건줄 알았다.


바다라는델 갔다.

내가 젤 싫어하는 거, 아무데서나 옷 벗기는 거다. 내 옷을 확 다 벗기도 헐렁한 팬티만 입혀 놓는 것이다.  게다가....아~니, 웬 애들이고 어른이고 옷을 다 입은 둥 마는 둥이다.

그런 분위기 자체가 맘이 들지 않았다.


엄마가 날 안고 바다라는델 가는데.....나는 죽는 줄 알았다.

목욕할 때보다 훨훨훨훨....씬 더 많은 물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서 달려오는 것이다.

나는 기겁을 해가지고 '아~~~악! 물이 와! 물이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바다라는 곳은 내가 갈 곳이 아니구나...게다가 잠깐 닿은 바닷물은 어찌나 차거운지...


잠깐 그러는 사이 내 옷이 젖은 것이다. 나는 빨리 옷을 갈아 입혀 달라고 졸랐다.

할머니랑 엄마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원래 그런거야. 바다에서는 다 젖는 거야' 하면서 끝내 안 갈아 입혔다. 누나는 뭐가 그리 좋다고 소리 지르고 난리 치면서 놀고 있는데...

나는 정말 바다가 싫었다.


그래도 바다가 좋은 건 딱 한 가지 있었다. 모래 놀이할 모래가 엄청 많다는 것.

식구들이 날 '겁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무서운 걸 어떡하냔 말이다.

식구들의 비웃음과 핍박 속에서도 나는 묵묵히 모래만 갖고 놀았다.

가끔 엄마나 아빠가 날 데리고 물 쪽으로 갈려구 했지만 그 때마다 기절을 하는 척 소리를 질렀다.

결국, 나는 그렇게 모래 놀이를 하고 왔다.


그 날 밤에 어느 집 마당에서 엄마 다리를 베고 스르르 잠이 들려 하는데 어른들이 내일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았다. 잠이 막 들려고 하는데 아빠가 '내일 바다에 한 번 더 갈까요?' 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후다닥 일어나서 손을 가로 저었다. '바다! 안 돼. 바다 안 가!'

그러고 났더니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들락말락 하면 엄마가 '낼 바다 가까' 이러는데..정말 미칠 것 같았다. 바다 진짜 싫다!



그러면 산이라고 좋나?

아니다. 산도 무섭다. 케이블카 라는 걸 탈 때만 해도 괜찮았다. 아빠가 날 안고 어느 봉우리 정상에 올라 갔는데 바람이 엄청 부는 거다. 그 바람만 봐도 나는 무서웠다. 우리 누나는 겁신경이 마비 됐든지 쫌 어떻게 된 인간인가 보다. 그 바람 부는 무서운 산 꼭대기에서도 여기 저기 구경 다니느라 엄마한테 혼나고 그랬다.

나는 아빠 목을 붙들고 있었는데 그것도 무서워서 손으로 눈을 가려 버렸다.


산도 싫고 바다고 싫다.


그래서 난 엄만테 계속 졸랐다. '엄마! 우리 집에 가. 우성 아파트에 가~'

뭐니뭐니 해도 우리집이 젤이고 우리 놀이터가 젤이다.

200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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