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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망설이다 큰 맘 먹고 이사를 시작했지요.
천 개가 넘는 글을 싸짊어지고 온다는 것이 진짜 만만치 않았어요.
웬만하면 밤을 지새우더라도 하루 이틀 안에 끝냈을 일이 꽤 시간 걸렸네요.
후회도 많이 하고요.
남편은 '그걸 다 왜 옮겨? 그냥 하지....너무 무모한 일이었어'
하면서 쌓아 놓은 이삿짐에 무게를 더해주네요.

그러나 결국은 다 옮겼습니다.
필요없는 짐은 옛집에 버려두고 와서 조금 가벼워지기는 했지만요.

래리크랩의 책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문패를 달았어요.

아이디도 래리크랩의 lari를 빌어왔구요.
이제 새 집에서 새로운 글놀이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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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방학을 하니까 식사 시간이 '먹고 사는 집' 같아집니다.
애들하고만 밥을 먹게 되면 애들 위주의 식탁이 늘 그렇고 그런데다가,
길게 대화를 하며 식사하게 되지도 않으니까 식사시간이 참으로 심플합니다.

남편이 함께 있으면 찌게도 있고,
반찬들도 나름 형형색색이 되고,
무엇보다 끊임없는 대화가 더욱 풍성한 식탁을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식사를 마치고도 그대로 한참을 앉아있기 일쑨데요...

그 사이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왔다갔다 하면서 놀이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놀고 부부는 마주앉아 노닥거리고 있는 사이...
함박웃음을 짓고 와서 재롱을 떠는 현승이와 얘기하는 중일겁니다.

기다란 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벼르고 벼르다 머리를 했는데...
머리도, 표정도 낯선 모습이네요.
그렇지만 싫지는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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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7

몸이 안 좋아서 일찍 아이들 씻기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쓰러지듯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데.....

김현뜽이 침대로 기어올라 온다.

그리고 엄마 옆에 눕는다.

아~ 그 다음 대사는 뻔하다.

"졸려워. 재워줘" 하면서 등을 들이대면서 그 한 마디를 날리겠지.

"긁어줘!"

이러면 이 녀석 잠 잘 때까지 등을 긁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쳐 누워 있는 엄마 옆에 눕더니만 토닥토닥 자장자장 하면서 마구잡이로 부르는 노래.

바로 이 노래였다.


네 살 짜리 아들이 불러주는 자장가에 잠들어 본 엄마!

있음 나와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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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중에 아빠가 천안에 내려 가기 전에 아들에게 이런 말을 일러 두었습니다.

"현승아! 현관의 신발정리는 항상 현승이가 해. 아빠가 없을 때는 현승이가 해.

남자가 이걸 해야 하는 거야. 이렇게 신발을 잘 정리해 놓으면 도둑이 왔다가 그냥 가는 거야. 알았지?"


그 이후로 현승이가 사명감을 가지고 현관의 신발 정리를 했더랬지요.

아빠가 없는 날에도 자기 전에 꼼꼼히 현관의 신발정리와 문단속을 챙기더라구요.


아빠가 방학을 한 지난 주말, 잠자기 직전에....


"어~ 신발 정리가 안됐네. 현승이 신발 정리해. 야~ 김현승! 어떻게 정리하는거야?"

하는 아빠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이렇게 해야 진짜 도둑이 못 들어와"하는 현승이 목소리도 들렸죠.

신경을 안 쓰고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현승이가 '도둑이 못 들어오게'정리했다는 그 현관은 저랬습니다

200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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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현승이 엄마 초상 치르는 줄 알았던 얘기.


엊그제 저녁에 저녁 먹고 설겆이를 하는데 몸의 에너지가 급격히 하강을 합니다.

살짝 배가 아프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몸이 붓는 것 같기도 하고...

설겆이 마치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지요.

교사 강습회를 가야하는 남편은 옆에서 다리를 주무르고 애들한테 '엄마 아프니까 거실로 가 놀아라' 하며

단도리를 했습니다.

이 녀석들 둘이 노느리 '업'돼 있는 상태라 아빠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런 녀석들에게 아빠는 '엄마 힘들게 하지마라'면서 신신당부를 하고 나갔는데....


아빠가 나가자 갑자기 채윤이가 놀이의 신이 떠나고 제 정신이 돌아온 듯.

침대 옆으로 와서는 "엄마! 진짜 아퍼? 어떻게 아퍼? 배 아프고 또 기운이 없어?"하면서 울기 시작합니다.

몸이 기운이라곤 다 빠져 나가서 대답할 기운도 없고 해서 '나가서 그림일기 써. 엄마는 좀 쉴께'

했는데 이번에는 현승이까지 덩달아 울기 시작합니다.

"영화 찍냐? 엄마 좀 쉬면 괜찮아. 나가" 했는데 "엄마! 우리가 나가 있고 울지 않으면 기운이 나는거지?

엄마, 기운이 없다고 죽는 건 아니지?" 합니다. 그렇다고 하니 채윤이가 현승이를 달래서 거실로 갑니다.

물론 거실로 가서도 두 녀석은 계속 엉엉 울면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1

잠시 후,

현승이가 혼자 양치하고 씻고는 잠옷을 갈아입는 모양이었습니다.

현승이가 아직 웃도리는 혼자 벗질 못하는데 바지를 먼저 갈아입고 침대 옆으로 와서 엉엉 울며 낑낑거립니다.

눈을 떠 봤더니 웃도리를 혼자 벗으려고 애쓰는데 차마 엄마한테 도와달란 소리를 못하고 웁니다.

그러다가는 지 웃도리를 손으로 부여잡고는..."어떻게 하지? 엉엉엉....어떻게 하지?"이러면서 우네요.

그거 보는데 따라서 눈물나대요.


#2

엄마가 나가 있으라 하니 차마 왔다갔다 하지는 못해도 가끔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러 둘이 들어옵니다.

눈을 감고 있는데 채윤이가 먼저 들어와서는 "엄마! 엄마"하고 부르는데 빨리 대답을 안했습니다.

(남편한테 사태를 알리는 문자를 보냈더니...'잘됐네. 기회야. 죽은 척 해' 하는 거예요.

김채윤이 하루종일 말을 안 듣는 상태ㅎㅎㅎ)

암튼 엄마가 대답이 없자 갑자기 채윤이가 현승이한테 흥분해가지고는...

"현승아! 있잖아 누나가 지금 엄마 또 불러도 엄마가 안 깰 수도 있거든. 그렇다고 죽은 건 아냐.

좀 있으면 깰거야. 그러니까 엄마 불러도 안 깬다고 울면 안 돼. 알았지?"하고는 엄마를 부르는 거예요.

너무 웃겨가지고 바로 침대에 엎드려서 막 웃었더니 이것들이 엄마가 진짜 잘못된 줄 알고 소리 높여 통곡을 하는거예요.

그리고 채윤이는 바로 엄마 앞에서 자기가 너무 말을 안 들었던 것 고해성사 하고,

눈물 흘려 기도하고....



#3

"나가서 채윤이는 그림일기 쓰고, 현승이는 누나 옆에서 놀아. 걱정하지 말고...그럼 엄마 빨리 나아" 했더니

또 둘이 엉엉 울면서 나갑니다.

현승이가 울면서 '누나 우리 책 보면서 놀자" 하니까.

채윤이가 '현승아! 너 혼자 책 보면서 놀 수 있어?"합니다.

그 소리 듣자마자 현승이가 더 자지러지며 웁니다.

"아니 아니 현승아! 누나가 어디 가는 게 아니라, 누나는 그림일기 써야 하거든...그러니까 현승이 혼자 책 봐.엉엉엉...

엄마...엉엉엉..."


#4

다시 채윤이 엄마한테 울면서 와서,

"엄마! 나 엄마가 이렇게 아파서 숙제고 못 봐주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

나 엄마 말고 누구 다른 사람이랑 한 사람만 더 같이 잇었으면 좋겠어.

엄마! 나 누구한테 한 사람한테만 전화해서 내가 지금 너무 속상하다고 말좀 할께.

할아버지한테 전화하면 안 돼?"

이럽니다.



애들 생쑈를 보다가 아픈 거 다 나았다는.....ㅎㅎㅎ

그렇게 생쑈를 하면서 채윤이가 쓴 그림일기.

엄마가 죽은 줄 알았더니 안 죽었다.ㅋㅋ

200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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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윤! 자기 전에 침대에서 뛰지 말라고 했지.

엄마가 같은 말을 몇 번째 하는 줄 알어?

 

알았어. 알았어.

내가 엄마가 한 말을 까먹었지.

내가 뭐 단추가 있어?

단추가 있어서 눌르면 그담부터 하나도 안 까먹고 다 그대로 해?

아니잖아.

까먹을 수도 있잖아.

엄마를 속상하게 할려고 일부러 뛴 것도 아니잖아.





채윤이 자라는 속도을 따라 갈 수 없어서 질퍽거리고 있는 엄마.




200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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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처음으로 쓰기 수업을 한 모양인데...
글씨가 또~박 또박.
똑부러지는 채윤이 목소리 같네
 
철붕, 철복....ㅜㅜ

200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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