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모아 현금처럼 쓰고,

흩어진 포인트 모아서 한 방에 제대로 쓰고,

이벤트 응모하여 공짜 여행, 선물 받아 누리고,

시간 맞춰 앉아 클릭클릭 하여 저가 항공권 잡는 거.


이런 거 아주 못 하는 거.

주유를 하며, 장을 보며, 뭔가 계속 적립하고 있긴 하지만 이걸 언제 써먹는 지도 모르는 거.

이런 거 알뜰쌀뜰 챙기고 누리는 사람들 부럽지만 나는 틀렸으니, 여러분 많이 누리세요.


헌데 내게도 이런 일이 생겼답니다. 

응모한 기억조차 없는데, 누구에게 왜 주는지도 모르겠는데 티스토리에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뭐가 당첨이 되었다며 예쁜 노트, TISTORY 새겨진 볼펜(이 볼펜은 심지어 원래 좋아하는 펜), 스티커가 왔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거 생활 11년.

브런치니 뭐니 새 아파트들이 떴다 사라지고 떴다 사라지는 세월 동안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콕 박혀 죽순이로 살았습니다.

좋아서 쓰고, 괴로워서 쓰고, 자랑하고자 쓰고, 위로 받고자 쓴 세월이 11년.

싸이 클럽 시절까지 합하면 더 긴 세월이겠군요.


그 사이 블로그에서 잉태되어 나온 책인 여섯 권.

글을 쓰기 참 잘했습니다.

나를 위해 한 가장 잘한 일이 글쓰기입니다.

손일기 37년, 인터넷 글쓰기 15년, 블로그 활동 11년.


애써 계산하며 쌓은 포인트는 아니지만 그 포인트로 얻은 선물이라 해두겠습니다.

티스토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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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8.04.02 10:56

    와우! 이것도 걍 지나갈 수 없는 포스팅. 내 그 11년의 산증인 아닙니까!
    티스토리, 정신실 만세! 우리집에도 저런 선물 올 만한데..ㅋ

    • BlogIcon larinari 2018.04.04 09:25 신고

      산 증인이심은 말 할 것도 없고.
      때마다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한결 같은 지지와 격려를 주신 VVIP 고객님이시죠. 진심 감사 드려요!
      저도 이거 받으면서 '일일일포' 하시는 iami님이 더 자격이 있겠다 생각했지요. ㅎㅎㅎ



# 광화문


주중에 미팅이 있어서 광화문에 나갔다. 종로 2가에서 광화문까지 걸으며 뭉클했다. 지난 겨울, 저 넓은 차도를 운동장 삼아 걸었었지. 촛불 하나 들고 수많은 촛불에 떠밀려 걸었었지. 그때 외친 구호를 떠올리니, 오늘이 꿈인가 생신가 싶다. 꿈을 꾸듯 걸어 교보빌딩 앞에 도착. 익숙한 어떤 자리에 다시 앉았다. 대학로에서 시작해 광화문까지 걸었던 날이다.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쉬는데 시시각각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었다. 잠시 앉아 어둑어둑해지던 그날의 거리를 떠올려본다. 빼곡히 촛불이 된 사람들이 앉았던 차도에 느릿느릿 자동차가 지나가고 아무렇지 않은 오후이다. 


약속 장소인 교보빌딩 1츠의 파리크라상에 도착하여 창가에 앉았다. 세월호 피켓팅을 하며 서 있던 바로 그 자리가 딱 보인다. 촛불의 파도를 타고 밀려다니던 겨울, 그 한참 전부터 세월호와 함께 광화문에 들락거렸다. '세월호에 있던 형과 누나들이 불쌍해요. 그 엄마 아빠들이 불쌍해요. 진실을 알려주세요' 앳된 현승이가 앳된 글씨체로 쓴 손피켓을 들고 엄마 옆에 서기도 했었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 홍대 앞에서 출발해 광화문까지 걸었던 봄날도 있었지.


광화문, 이 동네가 새삼스럽게 뭉클하고 애틋했다.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되짚어 종로를 다시 걸으며 '광화문 연가'를 불렀다.



# 양화대교


주일 오후, 고양시에 있는 교회에서 강의가 있었다. 티맵이 안내하는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는데 조금 돌아가는 길이고, 톨비도 꽤 나오지만 뻥뻥 뚫린 길 가는 맛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시내 도로 사정이 나아졌는지 티맵이 올림픽대로를 경유하여 경부고속도로를 타란다. 알겠다, 하고 출발하려는데 상세경로에 '양화대교 북단'이 보인다. 양화대교 북단, 양화대교 북단. 거길 지나기 싫어서 다시 톨비 많이 내고 돌아가는 길 외곽순환을 선택했다.


굳이 피할 곳도 아닌데 피하게 되었다. 이유는 그리워서. 그리운 곳을 지나치다 너무 그리워 슬퍼질까봐. 합정동 살 때 강동 하남 쪽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양화대교를 타러 올라가는 길을 좋아했다. 집이 가까워 오고, 다리로 올라가는 짧은 길에 키가 큰 나무들이 서 있는데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그리 푸근할 수가 없었다. 티맵에서 '양화대교 북단'이란 글자를 보는 순간 그 길이 떠올랐고, 그리움이 사무쳤다. 망원시장, 절두산 성지, 성산대교 아래 벤치..... 짧은 순간 불쑥불쑥 소환되는 나오는 장소들. 강북강변을 거쳐 전에 살던 집 옆을 지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돌아돌아 집에 왔다.


뜬금 없는 감정이다. 새삼스런 그리움이다. 며칠 전, 갑자기 부른 '광화문 연가' 때문일까. 광화문 가까운 합정동이었기에 마음 먹을 때마다 달려갈 수 있었다. 울고 있는 이땅의 '을'들과 연대하기 쉬웠던 동네, 참으로 '을'스러웠던 동네, 그리하여 나도 을이지만 혼자는 아니라고 느꼈던 시절. 참 좋았구나. 광화문이 가까운 합정동, 참 좋았었구나.


현승이가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쓴 시가 떠오른다. 명일동 살다 합정동으로 이사하고 쓴 시이다. 할머니 댁에 가느라 명일동 근처를 지나노라면 마음이 이상하다며 쓴 시이다. 생각해보면 여기저기에 두고 온 마음이 많다. 과거는 '두고 온' 것들, 두고 와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엉킨 어떤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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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gershom 2017.08.22 11:23 신고

    글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 하네요. .

    • BlogIcon larinari 2017.08.23 09:39 신고

      공감은 힘이 커요.
      한 줄 공감의 말씀에 힘을 얻는 아침, 감사합니다.



C 님께서 제작한 짤들입니다.

엔돌핀 폭발 선물이 되었습니다.

(사랑한다. 췡!)

설명이 필요 없는 정신실적 짤입니다.

'너 자신이 되어라'





작년 북토크에서 우연히 출시한 대사 '여보, 나 당신 버릴 거야'를 그렇게들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북토크 반응 보고 <새롭게 하소서>에 나가서도 해봤거든요.

눈물 찍어내는 장면도 있었는데,

역시나 가장 은혜를 많이 받으시고 반응 보여주신 부분입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으나

선천적으로 잘 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가져다 쓰셔도 되겠습니다.

선물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안면 근육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짐 캐리도 비슷한 선물을 받았다고요.

저의 안면 근육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정말 입니다.

정말 정말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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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采Young 2017.03.22 22:23 신고

    정말이지 주옥 같은 장면들로 가득한 영상이라 손에 꿀발린 듯 캡쳐를 하고 말았네요 ㅋㅋ안면근육 리스펙입니다(feat.네이버캡쳐)

    • BlogIcon larinari 2017.03.27 10:13 신고

      손에 꿀 바른 듯 쪽쪽 빨아들였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승이가 '엄마는 챙, 횡 누나들 만나면 개그감 폭발하더라'란다. 부끄러운 안면근육을 찰진 짤로 승화 시켜줘 고맙다!

  2. BlogIcon 采Young 2017.03.27 22:43 신고

    저희 진짜 조만간 만나서 그 레전더리 피튀기며 배꼽 빠졌던 날 갱신해요 ㅎㅎㅎ

    • BlogIcon larinari 2017.04.03 21:16 신고

      콜, 레전더리 피 튀기며 배꼽 빠졌던 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군요.

이처럼.

당신의 아들, 아니 당신 자신을 내어주실 만큼이요.

우리의 관심은 그래서 그렇게 사랑하신다는데!

그 사랑으로 내게 떡이 생겨, 밥이 생겨, 애인이 생겨!

그런 나날을 살고 있는 제가 사랑을 논하러 갑니다.

코스타 참석차 시카고에 갑니다.

올해의 주제는 보시다시피 저러한데,

저는 또 보란듯이 패러디를 하여 강의에 쓸 PPT 첫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연애 강의, 에니어그램 강의로 듣겠다고 모여든 청년들에게 은근 슬쩍 저는

다른 사랑 얘기(결국 그 사랑이 그 사랑인 바로 그 사랑 얘기)할 요량인데.

계획대로 될런지 모르겠네요.


브래넌 매닝, 리처드 로어.

두분의 글에서 눈에 익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집을 

비행기 안에서 독파하겠습니다.  

무려 747 페이지입니다. 어, 보잉 747? ㅎㅎ

두근두근입니다.


백팩에 노란리본을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코스탄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란리본을 많이 가져가는데요.

컨퍼런스 마치고 시카고 여행하는 동안에도 나눌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손피켓 만들어서 사람 바글거리는 밀레니엄파크 커피콩 앞에서 잠깐 서 있을까?

라고 말했다가 같이 가는 채윤이 '엄마, 제발! 엄마 마음 알겠지만 여행하고 싶어. 맘 편히'

같이 가지도 않는 현승이 '엄마, 진짜 왜 그래? 누나, 같이 가기 싫겠다' 

욕만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뭐예요? 왜 그렇게 많이 달고 다녀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 드리려고요. 하려구요.


노란리본은 기억하겠다는 뜻이고,

사랑하겠다는 뜻이며,

물처럼 오신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가장 낮고, 가장 아픈 곳을 사랑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이처럼' 사랑하심은 그렇게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사랑이니까요.


두 남자 두고 떠나는 마음, 갓 나온 넷째(what?)를 두고 떠나는 마음,

가서 해야할 강의에 대한 부담.

어리바리 영어 울렁증 모녀 둘이 며칠 여행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뭔가 찜찜한 마음 다잡아 캐리어의 지퍼를 주욱 닫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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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03 14:56

    비밀댓글입니다

 

 

 

 

제가 잘 하는 게 많지만요.

제일 잘하는 건 아이들 꼬시기거든요.

아무리 시크한 아기도 몇 번만 찝적거리면 다 넘어오곤 하는데요.

치료는 몰라도 수업에서는 첫 시간에 담판을 짓곤 하지요.

어린이집에 처음 와서 '엄마, 엄마'하며 울던 아기들도

암말 안 하고 기타 줄 한 번 튕겨주고 '반짝 반짝 작은 별' 해주면

'저건 뭔 처음 보는 시끄러운 장난감인가?' 울음 뚝 하고 쳐다보곤 하죠.

그리고 기타 좀 만지게 해주고 몇 번 웃겨주면 끄읕!

처음 보는 아기 꼬시는 게 제일 쉬었어요.

 

그른데, 그른데~에,

3월이 되어 새로 만난 아기들이 20년 넘은 음악 션샘미 핵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네요.

 

두번 째 수업이었던 오늘.

 

음악 션샘미가 노래를 하는데도 계속 우는 아이가 있어요. ㅜㅜ

잘 들리라고 크게 불렀더니 더 크게 울어요.

내가 무슨 노래를 해도 다 복음성가가 되는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기들 귀에는 딱 꽂히는 소리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나로 말하자면 애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음악 션샘미인데 애들이 내 노래도, 내 말도 안 들어요.ㅜㅜ

지난 주 첫 시간에 빼앗았어야 하는 마음인데..... 더 어려워진 거죠.

아, 정신실 이제 이 바닥을 떠날 때가 된 건가? 패배감과 무능감이 밀려옵니다.

그 찰나 복도에서 완전 천진난폭한 녀석을 만나 확인사살 당합니다.

네 살, 다섯 살 때 내 음악수업을 들었던, 이제 일곱 살 형님이 된 녀석이 절 보자마자 그럽니다. 

어, 음악 션샘미다. 그런데 음악 션샘미 왜 할머니 됐어요?

야!!!!!!!!!!!!!!!!!!!!!!!!!!!!!!!!!!!!!!

 

음악 션샘미, 정신실.

이렇게 중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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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누구게? 2015.03.19 23:48

    엉 중는 거야 일단 주겄다가 사흘만에 부활하믄 돼! 단, 요즘 오리무중 부모들에게 키워져


    종잡을 수 없게된 아이들 꼬시는 능력 다섯배로 증강시켜 장착하구 부활해야헌다. 글고 보톡스 필수!

    • BlogIcon larinari 2015.03.21 01:49 신고

      이 바닥을 모르는구먼.
      저 놈이 보톡스에 속을 놈이 아니여.
      내가 보톡스 맞고 나타나면
      어머, 선생님 얼굴이 좋아 보이세요. 젊어지셨구요.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봐요.
      이럴 리 없다구.ㅠㅠㅠ
      어, 음악션샘미. 얼굴이 뚱뚱뚱해요. 돼지 같애요.
      대번에 이럴 걸.ㅠㅠㅠㅠㅠㅠ

  2. BlogIcon 지난겨울 2015.03.20 14:27 신고

    그 녀석 커서 고생 좀 하겠구먼

    • BlogIcon larinari 2015.03.21 01:42 신고

      쓴맛을 좀 봐야죠.
      여자 친구가 급 차거워져서 '오빠 나 집에 갈래'
      이러고는 일주일 쌩하는 거죠.
      그러면 이유도 모르고 당하고, 또 이유도 모르고 당하고....
      이러다 깨닫겠죠.
      아, 여자들에게는 평생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 있구나.
      내가 일곱 살 때 음악 선생님께 했던 짓을 생각해보라.
      음악 선생님은 여자였고, 게다가 대인배이셨다.
      이럴 날이 있으면 좋겠네요.ㅋㅋㅋㅋㅋㅋ

    • BlogIcon 지난겨울 2015.03.21 18:05 신고

      제 머릿속에 들어왔다 가셨어요? 상상했던 장면이 글로 쓰여 있네요

  3. 이지혜 2015.03.20 15:28

    ㅎㅎㅎ 사모님께 그 방법 좀 전수 받아야겠어요. ㅎㅎㅎ

    영유아 아가들 음악 교육도 하시는 거예요? ^^
    우와!멋지다요! ^^bbb

    • BlogIcon larinari 2015.03.21 01:43 신고

      제가 실은 음악치료사잖아요.
      음악치료도 하고, 음악교육도 하고 그러죠.

      전도사님, 일단 짐캐리의 표정을 많이 연구해 보세요. ㅎ
      ㅎㅎㅎ

 

 

 

동인리버빌 또 하나의 가족 '동인이'를 보는

동인리버빌 주민 두 개의 시선.

 

빌라의 미관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나동 아줌마가

개 판자집과 그 앞에 놓인 개 음식들에  개빡치셔서 아래쪽 대자보를 먼저 붙이셨다.

 

가동 202호 아줌마는 얼굴없는 주인 중 하나로 주로 남편을 통해서 동인이를 돌보시더니

또 다른 대자보를 내걸으시며 동인이의 실소유주로 커밍아웃 하셨다.

 

그리하여 동인이 근황은 이렇다.

허술했지만 정겨웠던 주차장 옆 판자집은 철거되었다.

동인이는 농성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철거 후 건물 뒤쪽으로 이사를 했다.

 

반전.

형편이 훨씬 좋아졌다.

유령 주인이 여럿이다 보니 서로 의견 조율할 방법이 없는 탓.

집이 갑자기 두 채나 생겼다.

이 녀석 개 주제에 다주택 소유자가 되었다.

개 부럽.  

이 주인 저 주인, 이것 저것 마이 멕여서 핼쓱했던 볼도 통통해졌다.

완전 개 부럽.

 

여하튼 동인리버빌의 동인이는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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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뮨진 2014.12.12 01:43

    동인이 조케따. 넌 기도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집도 주시고 밥도 주시고. 내가 그런거 기도하면 하나님은 늘 그러시거든. 너는 날 믿니? 이러시면서 믿음테스트 맨날 하셔. 설마.. 너처럼 고난받다가 그냥 흐름대로 살면 그냥 넝쿨째 굴러들어오니?
    암튼 아프지 말고 볼살 더 통통해지고!

    • BlogIcon larinari 2014.12.17 09:10 신고

      동인이가 볼수록 애가 기품이 있더라.
      그르게. 동인이처럼 기품있게 흐름을 따라 살면 집이 두 채는 아니어도 한 채 정도는 생길까? 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2. 아우 2014.12.12 10:34

    쩝쩝쩝... 그래두 돌보는 사람이 훨 많으니, 그 정도면 그 빌라 물이 좋다~ 4층에 자리잡고 있는 개 착한 가족들 때문인지.... 동인이 복도 많다!

    • BlogIcon larinari 2014.12.17 09:11 신고

      봤지? 4층에 사는 사람들은 개 입만 살았어.ㅋㅋㅋㅋ
      정말 몸으로 돌보는 사람들은 따로 있더라.
      이런 사람들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한 요즘이야.

 

 

 

밤을 차지했던 겨울이 아침과 낮까지 차지해버린 지난 주 어느 날.

빌라 계단에 커다란 개가 앉아 있다며 현승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개를 키우는 집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 잘못 본 거라며 일축했다.

주차장에 강아지라 부르기엔 크고 개라고 부르기엔 아담한 놈이 하나 어슬렁거린다.

아, 저 녀석이었구나.

날이 추워서 따뜻한 곳을 찾다 어떨결에 들어왔었나보다.

얘가 빌라 건물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날은 더 추워지고 있었다.

계속 저러고 있으면 무슨 조치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승이랑 걱정을 하며 박스로 집이라도 만들어줘야 할까 의논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먹을 걸 가지고

내려가 보니 누군가 이불을 깔아놓았다.

우리 빌라의 이름을 따서 '동인'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이 녀석 집이 내 차 바로 뒤인데 내가 돌아와 주차를 할라치면 

퍼져 앉아 있다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후진을 잘 하고 있는지 내내 지켜보고 있다.

오라이, 오라이, 핸들 풀고, 오른쪽으로, 오른쪽, 오른쪽! 할 기세. 

내려서 '동인아' 하고 부르면 꼬리 치고 따라와 맴돈다.

잠깐 놀아주다 빌라 현관 키를 누르고 자동문이 열리면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다.

따라 들어오진 않는다. 착한 녀석.

강아지 트라우마가 있는 채윤이를 제외하고 세 식구가 동인이 사랑에 푹 빠져있다.

세 식구 뿐 아니라 지금 이 골목의 여러 사람들이 동인이로 인해 대동단결이다.

박스로 만든 집이 생기고, 그 위에 담요가 덮이고, 먹을 것이 즐비하다.

주차하고 잠깐 놀고 있으면 

동인이 보러 나오 주민1이 머쓱해 하며 지나가던 사람 행세를 한다.

모른 척 하고 자리를 내준다.

현승이는 학교 마치고 소시지를 사가지고 친구들을 몰고 온다.

주민2 아저씨가 소시지는 몸에 나쁘다며 주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서 지가 먹었단다. 

 

현승이는 가게 가서 우유 사오라는 심부름은 뺀질거려도

동인이 먹을 것 갖다주라는 말을 잘도 듣는다. 

동인이 아빠, 아니 아니 현승이 아빠는 가끔 화곡시장 족발집에 동료 목사님들과 간다.

입에서 살살 녹는 족발, 정말 맛있는 족발이다.

가는 길에 포장 좀 해다주지, 나도 먹고 싶은데. 하면

바로 사무실로 가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을 안 들어준다.

그러던 동인이 아빠, 아니고 현승이 아빠가 밖에 있는데 메시지를 보내왔다.

'화곡동 족발 사다 집에 갖다 놨어. 맛있게 먹고 뼈는 동인이도 좀 갖다줘'

개 덕분에 그렇게 먹고 싶던 화곡동 족발 먹어보네. 개고맙!

뼈를 갖다주는데 살 다 뜯어먹고 뼈만 주냐며 뭐라 한다.

'내가 자세히 봤는데 그 녀석 얼굴이 말랐더라. 그동안 못 먹고 다녔나봐'

(얼굴 마른 걸로 치면 개보다 당신 와이프가 더 말랐다!)

이런 와중에 개 트라우마 채윤이는 들고 날 때마다 무서워서 벌벌 떠는데.

어오는 길 내가 동인이랑 놀며 시간을 벌어줘도 차에서 벌벌거리고 못 내리고 있다.

개가 아닌 딸한테 빡쳐서 '얘가 착한 앤데 뭐가 무섭다로 그래!!!'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또 하나의 가족 개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 가족을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 회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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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민맘 2014.12.07 19:04

    피리님~얼굴 마른거로 치면,신시리가 뼈까지 고아 먹어야됨.ㅋㅋㅋㅋ
    울집에도 아무리 귀여워도 절대 견종하곤 안친해지는 중딩있어~^^

    • BlogIcon larinari 2014.12.07 19:12 신고

      그렇구나! 조금 안심이다.
      너무 무서워하는 것도 그렇고,
      애가 마음에 따스함이 없냐 하면서 은근 비난하는 중.
      ㅋㅋㅋㅋㅋ
      민이도 그렇다면 쫌 너그러워진다.ㅋㅋㅋㅋ

    • BlogIcon 민맘 2014.12.07 19:43

      지난번에 키우던 솔이도 줄을 조금 길게 해놓으면 차에서 못 내렸어..그래서 솔이도 민이를 개무시했었음..거의 개에 대해 공포수준.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ㅋ

    • BlogIcon larinari 2014.12.08 23:46 신고

      채윤이는 1학년 땐가 엄청 큰 개가 달려들어 놀란 적이 있기는 해. 그런데 그 전부터 이미 무서워 했었고. 챈이는 강아지가 자기 운동화에 코 대는 게 제일 무섭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식구들의 기대가 가장 높은 주일 저녁의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닭도리탕'아니고 '닭볶음탕'이라고 현승이가 아무나 붙들고 강조한다.)

닭을 사러 망원시장에 갈까 하다가 동네 마트에 갔다.

최근에 동네 마트 하나가 문을 닫았다.

건물이 철거되는 모양인데, 굳이 철거가 아니라도 오래가긴 힘들 거라 생각했다.

상치는 늘 시들어 있었고, 무순은 상해서 문드러져 있었다.

 

그런데 이곳 정육점은 조금 달랐다.

정육점 아저씨! 아, 진짜 재밌는 분이었다.

삼겹살을 한 근을 사려면 아저씨만의 삼겹살적 세계관에 대해 한참 들어 드려야 한다.

삼겹살로 시작하지만 결국 결론은 늘 같다.

좋은 고기를 가져오기 위한 경로가 따로 있고,

아저씨는 그 경로를 알기에 좋은 고기를 가져올 뿐 아니라 

(거의 손해 보면서) 싸게 팔고 있으며,

다른 정육점들이 얼마나 성의 없이 장사하는지가 하는 것들이다.

난 이런 데 걸려들기 딱 좋은 성격이며 연령대의 주부라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헤~ 웃으면서 조바심 나는 마음을 누르며 들어 드려야 했다.

 

헌데 그 마트가 없어졌다.

내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없어질 만한 마트가 없어졌다.

오늘 닭을 사러 또 마트에 갔는데...... 갔는데......

어, 없어진 마트 정육점 아저씨가 거기 정육 코너에 딱 계시는 것이다.

"어, 아저씨. 여기 계시네요.'

반가워서 한 마디 했는데, 아뿔싸! 뇌관을 건드렸다.

바로 네버 앤딩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이 쪽으로 온 지 두 달 됐다. 명절 때부터 이미 와 있었는데 몰랐냐.

나를 아는 아줌마들은 이미 다 알고 이리로 왔었다.

명절에는 소고기들을 많이 찾는데 내가 파는 소고기는 블라블라블라.................

또 다시 붙들려 있었다.

결재한 내 카드와 영수증을 손에 들고 건네주질 않으시니 더욱 자리를 뜰 수가 없다.

 

'하여튼, 여기서 다시 뵈니까 좋네요' 하고 나오는데 기분이 막 좋아졌다.

아, 이 아저씨 잘못 걸리면 지겹지만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좋다.

그저 그렇고 그런 많은 고기 파는 아저씨 중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매력이 있다.

익명의 고상한 수백 수천의 사람들보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한 사람과의 만남이 인간적이라고 느껴져서일까?

 

기분이 좋은 김에 꽤 무거운  비닐 봉투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역시나 재건축 때문에 이사를 한 카페를 일부러 찾았다.

원두 100 그램을 사면서 전에 없이 말을 막 걸었다.

새로 옮기고 장사가 더 잘 되냐,

집 앞에 있을 때와 달리 마음은 안 그런데 자주 오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처음 집 앞에 카페를 열었을 때는 꽃미남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살지 쪄서

이젠 후덕한 아저씨 삘이 나는 카페 사장님도

'처음 제 손으로 만든 장소라 저도 많이 아쉬워요' 했다.

내 스타일을 아니지만 자꾸만 말을 주고받자니 캐릭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카페도 잘 되고,

네버엔딩스토리 정육점 아저씨도 잘 되었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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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03 19:30

    비밀댓글입니다

 
 

 나는 오늘 딸내미 수학여행을 보냈다. 딸내미는 내 딸 아니랄까봐 오로지 패션에만 올인하여 수학여행 준비를 하였다. 나는 그것이 매우 꼴비기 싫었다. 난 고딩 때 여차저차한 이유로 수학여행도 못 갔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내 패션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엄마였다. 그런데 내 딸내미는 나보고 옷을 사줘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넣었다. 나는 사주고 싶기도, 절대 안 사주고 싶기도 하였다. 결국 여행 전날에 딸내미 마음에 쏙 드는 바지와 벨트를 사 주었다. 짐을 싸는데도 나는 도와주고 봐주고 싶기도 안 봐주고 싶기도 하였다. 내 물건을 자꾸 가져가고 싶어했다. 나는 주고 싶기도 안 주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다 애 속만 벅벅 긁어놓고 줄 것은 다 주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엄마였다. 새벽에 딸내미를 공항에 태워다 주었다. 어떤 아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 할 수학여행을 갔는데.... 딸내미 학교 수학여행이 괜시리 못마땅하고 마음이 구겨졌다. 그렇다고 딸에게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안녕, 다녀올게. 하고 가는 딸내미의 뒷모습은 거의 걸그룹 같았다. 흐뭇했다. 내 속에서 저런 기럭지가 나오다니..... 
 

 

나는 오늘 남편을 노회에 보냈다. 노회는 일 년에 두 번 가는 곳인데, 말만 들어도 따분한 곳이다.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지가 엄청 다니시던 곳이 노회였는데 그때부터도 뭔가 따분한 것 같았다. 남편은 지금 소속도 애매해서 노회에 가는 것이 꽤나 불편한 것 같다. 정말 가기 싫어하는 것이 역력했다. 나는 막 수영에 다녀온 길이었다. 노회에 가더라도 월요일 점심은 언제나처럼 외식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게다가 원하는 메뉴는 면류였고 집에는 면류를 만들어 낼 재료라곤 없었다. 나는 수영선생님이 바뀌는 바람에 완전 빡센 수영을 하고 와서 완전 기진녹진(기진맥진에 플러스 녹초) 상태였지만 하나도 빡치지 않았다.(몸이 귀찮다고 사랑하는 이의 부탁이 빡친다는 사람들,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싫다고 몇 번 뻐팅기다 문득 냉동실에 있는 빠넨지 뭔지 하는 빵이 생각났다. 라볶이를 해서 거기 집어넣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벌떡 일어나 라볶이를 만들었다. 남편은 '이거 일인분이냐? 이인분이야?' 하면서 혼자 이인분을 거의 폭풍흡입 했다. 그리고 남편이 나가려고 넥타이를 매고 있는데 나는 책을 들고 소파에 누었다. '잘 거지? 아, 진짜 부럽게' 했다. 나는 아니라고 책 볼 거라고 했다. 분명 남편이 양복 다 입고 왔다 갔다 하는 걸 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남편은 없고 시간은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저녁에 돌아온 남편이 '정신실과 떡실신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난 정말 책을 보려 했었다.
 


나는 오늘 오랜만에 커피를 볶았다. 다음 날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이 여유가 너무 여유로와서 '좋아하는 모임이지만 내가 준비하는데 부담을 많이 갖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머리도 안 쓰고 몸만 움직여 커피를 볶으니 거참 재미 있었다. 연거푸 두 번을 볶았다. 여름에 커피 볶는 일은 불가마 속에서 설렁탕 먹는 기분이다. 로스팅 한 번 하고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게다가 냉각기 없이 베란다 창문에 매달려 열을 식히노라면 이게 식는 건지 더 뜨거워지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커피를 볶아 채반에 들고 창가에 섰는데 와우! 솔솔 부는 가을바람이 이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후후 불어 폴폴 날아가는 체프를 바라보는데 내 몸이 다 날아갈 것 같았다. 딸내미 수학여행 보낸다고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공항에 다녀왔지, 빡세게 수영했지, 예상에 없던 점심 만들었지..... 정말 피곤한 하루였는데 말이다. 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순전히 다 한 시간 반의 떡실신 덕분이다. 참 보람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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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4.10.14 23:41 신고

    나는 오늘 현승이의 일기 코스프레 놀이가 참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BlogIcon 뮨jin 2014.10.15 01:03

      나는 채윤이 사진 보고 깜짝 놀랐다요ㅋㅋ
      이쁘네요:-)

    • BlogIcon larinari 2014.10.15 20:12 신고

      이쁘지?
      내 눈에만 그런 거 아니구나.
      ㅎㅎㅎㅎㅎㅎ

  2. BlogIcon @amie 2014.10.15 02:58 신고

    우와, 채윤이 다리 긴 것 좀 봐. 유전자가 좋은 것 같은데, 언니도 밥 열심히 먹고 키 커야죠. ㅎㅎ 현승이의 글쓰기 스타일은 (엄마처럼) 진솔하고 담백하면서 유머가 넘쳐요. 정말 집안 전체가 우월한 유전자로 창궐함.

    • BlogIcon larinari 2014.10.15 20:14 신고

      나 아직 키 포기하지 않았어. 어디 나갈 땐 밥 많이 먹고, 우유도 많이 마신 후에 7센치 굽을 반드신 신고 나가곤 해.ㅎㅎㅎㅎ 키가 엄청 커져. '창궐'이란 말을 끄집어내다니. 아놔, 비교하면 안 되는데. 나는 알고 있는 단어 중 몇 프로나 사용하고 있는 걸까?

  3. BlogIcon Ami. 2014.10.15 10:32

    일기가 너무 유쾌해서 제 기분도 날아갈 것 같네요^^
    현승이 코스프레 일기 자주 써주세요ㅎㅎ

    • BlogIcon larinari 2014.10.15 20:16 신고

      어, 이 분은 바로 위에 있는 번역의 연금술사 에이미는 아닌 것 같고요. 혹시 잠금해제의 에이미인가요?^^
      저도 써보니 재미 있어서 앞으로 자주 쓰게 될 것 같아요. 히히.

    • 2014.10.16 17:5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10.17 09:53 신고

      아, 그렇군요!
      두 배로 방가방가~
      그래요. 댓글 자주 남겨 주세요. 댓글은 소통이고, 마음 나눔이니까요.^^

      12월 초나 될 것 같은데, 2단계 세미나 한 번 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 얼굴 뵈면 좋겠네요.

  4. mary 2014.10.15 15:17

    채윤이에게 꼭 맘에 드는 바지 사준건 아주 잘했다고봐. 바디와 급이 맞아야지.
    글풍이 평소와 다른데? 어디서 많이 본 풍인데... 하며 읽었는데 현승이였구나. ㅎㅎ

    • BlogIcon larinari 2014.10.15 20:19 신고

      아니, 무슨 바지가 허리에 맞췄는데 길이가 짧아요. 제가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봐요. 바지라 하면 일단 사서 길이를 수선해서 입는 거 아니었던가요? 사람 아녜요.ㅋㅋ

  5. 2014.10.16 22:32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4.10.17 09:57 신고

      어떤 일로 마음이 답답하실까요?
      자주 오시는 걸 느끼고 있습죠.ㅎㅎㅎ
      오늘 하늘처럼, M님 목소리 처럼, 맑고 낭랑한 하루 보내세요.

 

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입구에 미용실이 하나 있다. 작년, 막 날씨가 추워지던 때 오픈한 곳이다. 미용실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1년에 두 번 정도 파마를 한다. 내 머리는 그렇다치고 한 달만 지나면 덥수룩해지는  현승이 머리가 너무 자주 찾아오는 귀찮은 숙제이다. 들고나는 길의 미용실이라 괜히 좋았다. 매섭지 않은 찬바람이 불던 어느 날 저녁 처음으로 현승일 데리고 갔다. 어쩌면 현승이가  첫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자르고 카드로 계산을 하려하니 아직 카드 결제할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현승일 볼모 잡혀놓고 집으로 가 현금을 가져다 지불했다. 아줌마가 마음에 들었다. 미용사로서는 초보인 것 같은데 말이 없고 착해 보였다.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손님이 있는 날이 많지 않았고, 아줌마 혼자서 작은 난로에 손을 대고 불을 쬐며 TV 보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저렇게 손님이 없어서 어떡하냐?' 걱정을 하니까 현승이도 덩달아 걱정. '엄마, 오늘 학교 갔다 올 때 보니까 미용실에 손님 있어' 온 가족이 단골이 되었다.  남편은 일단 가까워서 편하게 다녔다. 사실 머리를 잘 자르는 편은 아니라서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으나 아줌마 성품이 좋아 다니는 것 같았다. 미용실 가면 앉아서 신상 캐기 질문공세 당하는 게 나도 그게 싫은데 남편은 얼마나 싫을꼬. 그런데 이 분은 나한테도 많은 말을 안 하니 남자에겐 더더욱 그러하겠지. 차츰 익숙해져서 현승이가 혼자 머리 자르러 가기도 해서 나는 더 편해졌다.


아줌마도 우리 식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현승이가 참 예뻐요. 이 앞을 지날 때마다 꼭 쳐다보고 눈 맞추고 지나가요. 현승이네 식구들이 다 착하신 것 같아요. 이 정도 얘길 주고받았는데 어쨌든 마음이 늘 쓰이고 잘 됐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그 바로 옆은 훈남 총각이 하는 카페이다. 여기 역시 장사가 잘 되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갈수록 손님이 많아지고 잘 되는 것 같아 마음을 좀 놓았다. (오지랖도) 미용실도 최근에는 손님이 꽤 많아졌다. 헌데, 얼마 전에 머리를 자르고 온 남편이 미용실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건물주가 새로 건축을 하겠노라고 다 비우라고 했단다. 지난 주에 일부러 파마를 하러 가서 물었더니 이제 좀 단골이 생겼는데 나가야 한단다. 이 근처로 옮기려고 알아보는데 세가 비싸서 등촌동으로 가기로 했다고. 그러면서 현승이 못 보게 되어 섭섭하다고 했다.


마음이 많이 짠하고 슬프다. 얘기를 많이 나눈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나는 딱 두 번 머리를 했다. 헤어지고 다시 못 보는 것도 슬프고, 겨우 안정되고 무엇보다 이 동네에 마음을 붙였을텐데 원치 않게 떠나셔야 하는 것이 남일 같지가 않다. 현승이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에 대해서도 크게 내색하진 않지만 아쉬워 하는 마음 느껴졌다. 여기서도 그랬지만 다른 곳에 가서도 인테리어를 거의 하지 않고 시작할 것이다. 밖에서 보면 그다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번듯하지 않은 미용실이 될 것이고. 그러면 또 한참을 혼자 앉아 난로를 쬐며 TV를 보며 손님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 사이 수입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까?


그제 저녁 현승이가 '엄마, 나 너무 슬퍼'했다. 학교 갔다 오는데 미용실 아줌마가 불러서 '현승이 아줌마 이사가. 이제 현승이 못 봐. 잘 지내. 안녕' 했단다. 아, 게다가 이 아줌마가 동네 고양이들 밥을 살뜰하게 챙긴다. 자신처럼 고양이 밥을 챙기는 동네 다른 아줌마에게 앞으로 앞으로 더 넉넉히 챙기셔야 할 거라고 부탁했단 얘기도 들었다. 아, 진짜! 늘 약한 사람들이 약자를 챙기고,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챙길 줄 아는 이런 사람들은 꼭 강하고 많이 가진 사람들로 인해서 고통을 받더라. 얘기를 듣자하니 건물주가 다른 입주자들보다 여자 혼자 하는 이 아줌마에게 가장 가혹하게 대했다. 가진 것 없는 우리와 우리 이웃들의 여전한, 더 가벼워질 것 같지 않은 일상의 짐이 참 아프다. 학교 다녀 오는 길, 따스한 마음으로 기웃거려주는 현승이를 보지 못하는 아줌마의 허전한 마음에 내가 지레 슬프다. 아 그냥, 헤어지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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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가 사랑한' 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저도 약간 느낌은 있습니다.
코스타가 저를 맘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정식으로 고백을 못 받아가지구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그러네요.
오늘 아침 11시 비행기로 시카고 휘튼대학에서 열리는 코스타에 갑니다.


근사한 인사를 남기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으나.....

마치고 가야할 일,
미리 당겨서 해야할 일,
가서 해야할 일,
일,일,일,일,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면서 폐인으로 살았답니다.


그리하여 간단히 인사드립니다.


코스타가 사랑 '하는 심증은 있으나 딱히 고백을 받지는 못한' 연애강사는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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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4.06.30 10:46

    코스타가 사랑하는 연애강사님, 사랑 많이 주고 사랑 많이 받아오길요~

    • BlogIcon larinari 2014.07.09 14:21 신고

      저 돌아왔어요.
      살아 돌아왔구요.
      노천 카페에 혼자 앉아서 커피는 아니고 레모네이드 마셔보는 미션, 성공했씜미다. 깨알같은 보고를 위해서 두물머리 한 번 나가실까요?^^

  2. BlogIcon @amie 2014.06.30 21:47 신고

    웰컴! 에이미의 사랑을 받는, 고백까지 받은 신시리 언니. 만남은 다른 추종자들에게 양보하지만 그래도 언니는 내꺼임. 캬캬.

    • BlogIcon larinari 2014.07.09 14:23 신고

      나는 에이미의 사랑과 고백만으로 만족!
      나는 에이미의 것!
      캬캬.

  3. BlogIcon 새실 2014.07.01 15:43

    저희 부부 불러주시는 그날만 기다리다가 목이길어 슬픈짐승이 되어가고있어요. 코스타 잘 다녀오시구 꼭 불러주시옵소서

    • BlogIcon larinari 2014.07.09 14:24 신고

      그러게. 고난주간 지난 게 언제야?
      (미안 미안)
      다음 주 수련회 마치고 바로!

 

 


요즘 집에 있는 날 비가 오지 않는다면 반드시 빨래를 한다. 하루는 이불, 하루는 긴팔 옷들을 빨아서 옥상에 넌다. 저녁에 빨래를 걷으러 올라가 햇볕 냄새를 머금은
 빠닥빠닥해진 수건을 접을 때는 '여자라서 행복해요' CF를 찍고싶을 지경이다. 빌라에 사는 기쁨이다. 물론 이 기쁨도 한 철이다. 겨울에는 베란다도 없는 집안에서 빨래를 말려야 하고, 장마철에 빨래 말리기는 더더욱 듁음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은 좋을 때다. 저기 멀리 보이는 우뚝 솟은 건물은 합정역 메세나 폴리스인데,  연예인들이 많이 산단다. 영화관도 있고 식당도, 쇼핑할 곳도 있어서 살살 걸어가서 누리기 좋은 곳이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면 아스라하다. 사실 마음으로도 뭔가 가닿을 수 없는 아스라한 곳이다.


 


남편이 먼저 와서 계약을 하고 집을 보러 왔을 때, 참 심난했었다. 겨울 초입이라 거리는 물론 동네도 건물도 다 을씨년스러웠다. 나무 한 그루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았다. (가로수도 있었건만 겨울이라 나무로 보이질 않았었다) 이 동네 온지 벌써 3년 차.  이 동네는 유난히 폐지 모으러 다니시는 할머니들이 많다. 동네 구석구석 고물상도 여럿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으면 웬만한 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우는 사자와 같이 박스를 찾아다니시는 할머니들이 한두 분이 아니다.  사진의 전봇대 아래 쪽은 쓰레기 모으는 곳이기도 하고 할머님들의 모임 장소이기도 하다.

현승이는 할머니들이 모여 계신 걸 보면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여러 생각이 든다며. 어느 날 그랬다. "엄마, 내가 여기 처음 이사오던 날은 좀 놀랬어. 몰랐지? 내가 이런 동네에 살아야 하다니. 아파트 아닌 곳에 산다는 것도 그렇고. 동네를 보고는 조금 놀랬어. 그런데 여기 이사와서 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애. 특히 할머니들을 보면서 왜 저 할머니들은 늙어서 몸이 불편한데도 저렇게 폐지를 모으러 다니셔야 하나. 집에서 편안히 쉬셔야 할 때인데.... 이런 생각도 했고. 그런데 저 할머니들은 막상 모여서 디게 재밌게 지내시는 거야. 별로 속상해하지도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쓰레기 옆에 모여서 밝게 지내셔. 그래서 내가 많은 걸 배웠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많은 현승이가 이 할머니들께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루는 학교갔다 오는 길에 바람에 날리는 스티로폼을 막 달려가서 주워다 드렸단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고 했다. 마침 쓰레기를 모으고 계신 할머니가 편마비로 몸이 불편하신 분이셨다. 그 이후로 할머니와 안면을 트고 지날 때마다 인사드린다고 한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손에 고구마, 뻥튀기, 과자 등을 쥐고 들어오는데 할머니가 주셨다고 한다. 어슬렁거리는 동네 고양이들도 사랑한다. 주차장 아래 있는 고양이들에 티고, 에스엠, 갤로퍼 등으로 이름을 지어주고 가끔 먹이도 갖다준다. 

현승이만 동네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엄마도 좋아하고 심지어! 차도녀 채윤이도 며칠 전에는 이런다. "엄마, YG 앞에 길 있잖아. 내가 그 길 좋아하는 거 알아? 이상하게 요즘은 그 길을 걷는 게 좋아. YG 때문이 아니라 쫌 조용하잖아. 뭔가 좋아. 그래서 합정역에서 일부러 마을버스 안 타고 걸어오고 교회갈 때도 걸어 가. 걷다보면 이상하게 생각이 정리가 돼. 아, 그냥 이런 저런 생각말야. 그래서 심지어 CU가 보이며 아쉬워. 걷는 게 끝나는 거니까. 이 동네가 처음엔 싫었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애"

 

 

옥상에서 빨래를 걷고나면 한참을 이쪽 저쪽 바라보며, 길을 내려다보며 서 있게 된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강이다. 한강이 살짝 보인다. 일련의 일들로 개신교 목회자들의 충격적인 민낯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요즘. 무기력의 나락으로 자꾸만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의미없는 자조섞인 넋두리로 자주 내뱉는다. 하나님 나라가 너무 아스라하다. 긍휼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내 주의 은혜의 강물은 어느 곳에 흐리기는 하는 걸까?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어제는 그 무기력이 더 심했는데 그나마 빨래해서 널고 걷으며 나와 아이들이 이 동네를 좋아하고 있구나 싶어 실낱같은 의미 같은 게 느껴졌다. 장을 봐서 4층 까지 들고 올라올 때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 한 층만 올라가면 햇볕과 바람 가득한 옥상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4층 사는 위안이기도 하다. 손에 닿는 것들에서 그나마의 살아가는 희망과 의미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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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우 2014.06.04 15:32

    아스라한 것과 손에 닿는 것들의 대비...좋구려.

    • BlogIcon larinari 2014.06.04 19:50 신고

      지금 여기서 소망을 갖고 산다는 것은
      아스라한 것이 아스라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믿을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만.

  2. BlogIcon Myoon 2014.06.04 18:35

    따뜻한 현승이♥


 


휴일 아침 고구마로 아침을 하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ost에 온가족이 푹 빠져있습니다. 얼마 전 25주년 기념 공연 촬영한 것을 극장에서 봤었거든요. 특히 현승이
가 이 음악에 딱 꽂혀 있습니다. 고구마 우걱거리며 출연 배우며 음악에 대한 수다가 끝이 없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나는 천국에서는 뮤지컬 배우로 살 거야. 누가 이대로 한대? 키가 크고 늘씬해서 볼품 있는 몸매가 될 거야. 목소리도 뭘 불러도 복음성가 되는 목소리 말고 완전 매력있는 목소리로...."


분위기 쎄~해지더니 애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뜨네요. 흥!
나중에 공연 티켓 주나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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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3.10.10 08:59 신고

    페북에 올렸던 글 재탕해서 올립니다.
    제게 페북은 대체로 찰나의 현시욕구를 표출하는 곳인 것 같아요.
    블로그 글을 페북으로 가져가는 건 괜찮은데
    페북 글을 블로그로 옮겨 오려니....
    블로그의 순결성에 흠을 만드는 느낌이네요.
    이건 뭐지?

    • forest 2013.10.10 10:40

      공연히 재탕해놓고 오글거려서~~~^^

      페북보는 사람 따로 블로그 보는 사람 따로~
      따로 국밥인걸요~^^

    • BlogIcon larinari 2013.10.10 13:46 신고

      어트게 아셨쪄!ㅎㅎㅎ
      따로국밥이었구나.
      페북에 forest 언니님이랑 비슷한 분이 있어서 저는 다 겹치는 줄 알았죠. 완전 비슷한 분 있어요. 빨강 머리랑 카메라랑... 아, 이름이 다르구나. 그 분은 K로 시작하네요. ㅋㅋㅋㅋ


 

며칠 음악치료 글을 쓰느라 머리에서 쩐내 나는 시간을 보냈다. 글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서두에 언급한 한병철 교수는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는 성과사회이며 자기 착취의 사회이기에 결국 피로 사회라고 하였다. 피로사회에서 점점 신경증적이 되어가는 우리 모두는 어떻게 정신건강을 유지해갈 수 있을까? 온통 SNS의 메시지 알림에만 귀가 열려있고,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모르는 우리, 타인과 나의 경계가 흐릿하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를 사진으로 보고 댓글을 달고 또 보고, 이렇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피로사회>에서도 말하듯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멈추고, 혼자 있는 심심한 속에서 견디는’ 이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어느 항목엔가는 잘 들어맞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은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오디오의 전원을 켜 바흐나 브람스를 불러낼 일이다. 오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허상과도 같은 스마트폰 속의 사람들이 아니라 나 자신과 그저 가만히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피로사회를 살아나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정신적인 힘, 영적인 힘은 나 자신이 되는 것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저런 글을 쓰면서 나는 페이스북 창을 열어놓고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사진도 올리고, 댓글이 달리면 낼름 들어가서 또 댓글을 달고.
혼자 있는 능력이 어찌나 부족한지....
글을 쓰는 일은 고독한 작업이다. 고독해서 의미있는 일이다. 그 고독이 고통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유독 원고 쓰는 시기에는 페이스북에 에너지를 많이 내어준다. 그런 나를 보면서 '홀로 있음'에 대한 얘기를 당당하게도 쓴다.  


 

여하튼 거실 가득 펼쳐져 있던 참고문헌을 제자리에 꽂고 배달된 책을 매만진다.
글을 쓴다는 것의 무게감을 시간이 지날수록 제대로 느끼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어렵지만
(징징거리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단 얘기 ㅡ.,ㅡ)
'송고'하는 그 시간은 참 행복한다. ('내 송고하는 그 시간 그 때가 가~아장 귀하다~')
그리고 이런 사이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말하자면 감.사.하.다.




오늘 두물머리에 언니님들과 함께 다녀왔다.

그늘 없이 밝게 웃는 것이 억지로 되는 게 아닌데 웃다 웃다보니 웃음이 자연스러웠다.
이 사진이 마음에 드는 건 나이가 느껴진다는 것,
느껴지는 나이와 세월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할 때가 있고, 쉴 때가 있고

고독할 때가 있으며, 함께 할 때가 있다.
일상의 사이클을 착하게 수용하며 사는 것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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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amie 2013.09.11 23:38 신고

    이 글 쩐다요! 언니가 내 와이프였으면 좋겠다!!

    • BlogIcon larinari 2013.09.12 00:20 신고

      아오, 자려고 누웠다가 빵터졌네.
      이렇게 기습적으로 고백하기, 있기 없기.
      ㅋㅋㅋㅋㅋㅋㅋ

  2. mary 2013.09.13 11:31

    댓글보고 쓰리쿠션 오해하고 폭풍댓글 달았다가 일분만에 내렸다네. 오해임을 알아차리고..
    잠이 덜 깻었나봐. 풉
    요즘 쥔장이 한꺼플씨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가나봐. 좋아보여

    • BlogIcon larinari 2013.09.13 17:23 신고

      그렇게 생각은 못해봤는데,
      담백하신 큰언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 겁니다.
      그러고보니, 한결 더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잖아 잖아'는 댓글로 보는 게 훨씬 낫네요.ㅋㅋㅋ
      그냥 댓글로만 해주시고 오프에서는 삼가해주시면...ㅋㅋㅋ




혼자 기차를 타고 놀러는 아니고 일하러도 아니고 강의 가요.

어릴 적 탔던 장항선은 객양각색의 추억이 실려 있지요.
한 번씩 부모님과 서울을 오가던 기차 안의 연양갱.
노래하면 연양갱 사줄게.
기차 한 칸을 무대 삼아 노래를 부르면 부모님이 아니라
다른 아저씨 아줌마들이 연양갱을 사주셨죠.
(그 때로부터 나는 딴따라로 살기로 결심했노라. 흑흑)


아버지 돌아가시고 동생이랑 엄마랑 서울로 이사한 후,
전학을 기다리며 시골 집사님 댁에 혼자 남았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서울에 있는 엄마랑 동생 그리 울던 밤.
그런 밤의 희망은 토요일에 탈 장항선. 그야말로 희망열차였죠.
혼자 서울에 올라가며 연양갱을 사먹진 못했고
노래하며 연양갱 앵벌이 하던 어린 딴따라 시절을 그리기도.
엄마랑 하룻밤 자고 매 끼니 맛있는 거 먹고 다시 혼자 장항선 기차를 타러 서부역에
가면 다시 못 볼 것처럼 울고불고 했지요.


(아, 추억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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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3.08.15 21:26

    훌륭한 기사를 냅두고, 기차를 탄 이유가 있었구만!

    • BlogIcon larinari 2013.08.16 01:10 신고

      훌륭한 기사님 휴가 한 번 주려고 했찌이.
      이런 사모님이 어딨어.
      안 그래? 김기사~아.

  2. iami 2013.08.16 09:54

    다음에 볼 땐 노래 한 번 해 봐요.
    연양갱 사 드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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