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거나 썩어가는 고구마, 당근, 양파 같은 것을 싹 틔워 키우는 재미가 있다. 주방 창틀 한 자리를 차지하는 친구들이다. 여름을 나며 고구마 여러 개가 비쩍 마르고 싹이 나고 있었다. "싹트네에에~ 싹터요오~" 그릇에 담아 키웠더니 한동안 정말 예쁘게 자랐다. "키가 자라고 지혜가 자라니" 엄청 지저분해지고 감당이 안 될 즈음이다.  강제 처분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고. 내일 내일, 미루고 있는데 내일이 되기 전 어느 '오늘'에 현승이가 말했다.

 

와, 이게 이렇게 있으니까 꼭 마녀의 부엌같다.

 

와하... 마녀의 부엌이라니! 얘는 왜 이리 시적이지? 마녀의 부엌이고 싶다. 마법의 연기가 부글거리는, 마담 푸르스트의 마들렌을 굽는 마녀의 부엌이고 싶다. 며칠 더 두기로 했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혹  (0) 2022.11.06
집으로 가는 길  (0) 2022.10.19
하늘이 말했다  (0) 2022.08.26
동네 셀럽  (0) 2022.07.27
커피꽃이 피었습니다  (2) 2022.05.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