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말리던 바구니가 텅 빈 지 오래다. 한 바구니 가득했던 대추를 새 친구들이 죄 먹어 치웠다. 씨 하나 남기지 않았다. 빈 바구니는 어쩐지 치우고 싶지가 않아 그대로 두었다. 곡물을 좀 담아두면 다시 찾아올 것 같기도 하고. 비었더라도 혹시나 하고 찾아와 주지는 않을까, 하면서... 설날 아침 일어나 보니 텅 비었던 바구니에 예쁘게 소복하게 눈이 쌓여있다. 그때 그 새가 눈을 물어온 것도 아닐 텐데, 나는 그 친구들을 생각한다. 새 친구들이 보내준 설 선물이라고. 가슴이 저릿하고 따뜻하고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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