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하늘이다. 가족 중 제일 먼저 어나 베란다에 서서 저 하늘을 마주하고 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역시 씬 스틸러. 집 앞 교회의 커다란 십자가. 그리 많이 훔쳐내지는 못했다. 새벽 하늘의 고요한 장엄함에서 훔쳐낼 것이 거의 없었다. 그 하늘에 안긴 정도. 

 

아무 때나 걸으러 나가는데. 가장 놓치기 싫은 시간은 해질녘이다. 해 지기 직전 집에서 내내 노을 지는 하늘을 왼쪽에 끼고 탄천 길을 걸을 수 있다. 어느 날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면 노을 하늘이 오른 쪽에서 따라온다. 금세 건물에 가려 보라색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동네 길로 들어섰다. 골목골목 걷다 성당에 다다랐다. 가파른 길을 올라 성당 마당에 서니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상이 서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오묘하다. 아니 모든 시작과 끝은 오묘하게 잇닿는다. 히브리적 시간은 저녁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라" "저물어 해 질 때에 모든 병자와 귀신 들린 자를 예수께 데려오니" 새벽이 시작인지, 저녁이 시작인지 모르겠다. 창조의 사랑과 십자가의 사랑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내가 걷는 신앙의 길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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